소설리스트

전생검신-777화 (776/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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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나는 제갈부의 책략을 듣기로 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이번 생은 제갈부의 책략을 믿고 가는게 옳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윽고 나는 구천현녀에게 왕권의 개방에 대해 설명을 듣게 되었다.

[왕권(王權)을 발(發)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이 세계의 순환구조를 파악하고 인과율을 인식(認識)하는게 우선입니다. 이 공간에서만큼은 자신이 신의 권능을 지니고 있다고 확신(確信)하여, 자신에게 충의(忠意)를 지닌 존재와 교감하는 것입니다.]

"흠…."

나는 뭔가 이해가 되지 않아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겨우 그것뿐이라고?

물론 지금까지 내가 신의 권능을 지니고 있다고 확신한 적이 없긴 했다. 그렇지만 저건 특수한 주문(呪文)이나 수인(手印), 혹은 제물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그저 의지의 문제였다. 그렇기에 내가 지금까지 전혀 쓰지도 못했던 건 뭔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러자 제갈부가 구천현녀에게 말했다.

"인과율을 인식하는 방법을 말씀해주지 않으셨군요."

[인과율이란 다분히 관념(觀念)이자 형이상학(形而上學)에 속하는 것, 그걸 인식하는 방법은 모든 존재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확실히 방법을 가르쳐드리기로 했으니 요령을 알려드리지요.]

스으으

구천현녀가 앞으로 손을 내뻗으며 말을이었다.

[시간과 공간은 본디 독립적입니다. 그러나 시간이란 인지(認知)에 따라 훈련(訓鍊)되며 심지어 현실의 공간에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지요. 문명을 이룬 존재들이 태음월(太陰月)과 황도(黃道)라는 법칙을 시인(示認)한 순간부터 체내의 시간과 인식이 거기에 맞춰진 것이 그 예의 하나이며, 필멸자들이 인식하는 공간과 법칙도 변화했습니다. 현실세계에서도 그럴진대 이 공간에서 인식으로 인한 가변성은 극에 이르게 되어 있습니다.]

"……?"

[인식하고자 하는 순간 인과율은 그대들이 생각하는 형태로 형상화 될것입니다. 인(因)을 없애고 과(果)만을 남길 수 있지요.]

무슨 소리야?

내가 구천현녀의 설명을 알아듣지 못해서 멍청히 서 있자 제갈부가 말했다.

"거기에 마음(心)은 포함 되는 것입니까?"

[강해지는 요소의 하나가 되겠지요.]

"왕과 군신의 관계를 떠나 왕 스스로만 오롯이 강해지는 용도로 쓸 수 있습니까?"

[가능하지만 자기 스스로에게 충(忠)을 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것입니다.]

"그런거군요. 패왕 진시황이기에 가능했군."

뭔가 이해한 듯한 제갈부가 힐끔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백웅. 망량을 되살려라."

"뭐? 지금 그를 되살리면 일요의 압박 때문에 또 죽을 거야."

계도성을 타고 성좌의 용 체내로 들어왔다 해도 압박은 가시지 않는다. 애초에 압박이 사라진 적도 없었지만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은 강대한 힘으로 억지로 버티고 있는 것뿐이다. 술법을 꽤 성취했지만 일개 인간인 망량을 소환해봤자 말도 못하고 허덕대다가 공포에 질려 죽고 말 것이다.

내 말에 제갈부가 말했다.

"방금 들은 바대로 요령을 쓰는 거다. 이 공간에서 백웅 너는 신(神)이며, 네가 생각하기에 망량은 이 공간에 존재하는 압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이 사실을 스쳐가는 염(念)이 아니라 강고한 확신으로 머릿속에 인지를 굳혀라."

"으음… 알겠어."

어려운 주문이지만 일단 '믿는다'는 게 중요한 요소 같았다. 나는 왕의 권리로 망량을 되살리자마자 제갈부의 말대로 정신을 집중해 보았다.

풀썩!

그러나 망량은 역시나 소환되자마자 아까처럼 엄청난 압박에 질려서 안색이 파리해졌다.

'어? 안되네?'

내가 당황하자 제갈부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정신을 집중하는 것과 다르다. 너 스스로를 속이고 합리(合理)와 도리(道理)를 생각지 말아라. 네 확신에 이유 같은 건 필요 없으니 일단 그 사실을 믿으란 말이다."

"……."

"네가 왕인 이상 망량은 이 공간에서 멀쩡하다. 이유 같은 건 없다. 이 사실을 의심치 말아라."

알 듯 모를 듯하다. 그러나 나는 점차 제갈부가 말하는게 어떤 감각인지 무예경험을 통해 슬며시 깨달을 수 있었다.

생사를 초월한 무예수련!

아(我)와 비아(非我)가 사라지는 홀황을 여러 차례 느껴왔던 나는 근거 없는 확신에 가까운 감각을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집중력과는 다른 거야. 이러니까 무의식적으로 절대 쓸 수 없는 거군….'

우우우우 -

잠시 후, 내가 확신을 내면화시키는데 성공하자 망량의 안색이 점차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그는 압박이 사라진 것에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제갈부의 모습을 발견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제갈부는 망량을 쳐다보며 말했다.

"우린 계도성을 지배하여 성좌의 용의 체내에 들어왔다. 그리고 왕권의 개방은 인과율을 조종하여 기적을 행사한다. 백웅에게 존재하는 왕권을 연습하기 위해 널 되살렸다."

"…그랬구려."

망량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듯했다. 나는 재빨리 망량에게 흑요석을 넘겨주었고, 망량은 대충 상황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굳이 나를 되살린 건 왕권 연습 때문만이 아니겠군. 이 상황을 정석으로 타파할 수 없기에 가호에 집중할 생각이구려."

"훗…. 내 계책을 읽어냈군."

"훌륭한 계책이오. 단 하나뿐인 계책이기도 하고, 나라고 해도 그 방법 외엔 생각나지 않는구려. 하지만 통하겠소?"

"통하지 않으면 어쩔 거냐? 결국 지금 네 가치는 그것뿐이다."

"참담하구려."

망량은 씁쓸하게 대꾸했다. 그러더니 제갈부에게 말했다.

"형님. 우리가 살아가는 이 굴레는 연속되는 거라 확신하고 있소? 나나 제갈사가 늘 새롭게 동료가 되는 이에게 의심을 품고 백웅에 대한 충의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늘 그것 때문이오. 지금의 의지가 어떻든 간에 후생의 의지는 다를 수 있기에."

"무슨 말인지 안다. 연속되느냐 단절되느냐에 따라서 전생동료가 될지 아닐지가 중요해지겠지. 네가 나를 의심하여 걱정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너는 충의를 품은 책사로써 꽤 훌륭한 편이다."

태연하게 대답한 제갈부가 말을 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굴레의 연속성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솔직히 너희가 말하는 대의라는 건 허상 같고 그다지 공감도 가지 않는 일이지만 그 또한 상관없다. 난 그저 내게 있어서 눈앞의 현실(現實)을 선택해나갈 뿐이다. 전생자보다 더 막강한 패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형님은 또 내가 제일 듣기 싫은 대답을 하는구려."

"후후, 내가 이런 인간이란 건 이미 어릴 적부터 알고 있었을 텐데? 그리고 '상관없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너도 알고 있을 것이다. 되려 너희들이 백웅에게 구원자의 역할을 강요하고 있겠지."

"……."

망량은 더이상 말하지 않고 그저 한숨을 쉴 뿐이었다. 나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 수 없었지만 망량이 그다지 제갈부를 마뜩찮아 한다는 건 느낄 수 있었다. 그건 생리적인 혐오감이라기보다는 불안감에 가까워보였다.

제갈부가 이어서 내게 말했다.

"백웅. 이번엔 네 음신지력을 무한으로 만들어봐라."

"왕권으로?"

"그래."

될까나?

나는 내면에 쌓여있는 음신지력을 인식하면서 그 힘이 무한히 넘친다고 믿어보기로 했다. 염상(念想)이 한번 생겨난 후 거기에 믿음을 집중 시키자 이제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오!'

그러나 잠심 후 나는 머리에 현기증을 느끼며 크게 비틀거렸다.

"으윽…."

안된다.

힘의 크기를 어느 정도 확장 시키는건 되지만 그 이상을 생각하는 순간 전신에 탈력감이 덮쳐오면서 극심한 피로감이 생겨났다. 내가 헐떡거리면서 주저앉자 구천현녀가 말했다.

[음신지력이란 삼황오제 전욱이 본래 품고 있던 혼돈의 형질을 변화시킨 것, 결국 본질은 혼돈의 일부이니 음신지력을 무한으로 한다는 건 혼돈을 무한으로 품는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또한 바라는대로 음신지력을 무한으로 만든다면 필멸자가 오제의 힘을 갖게 되겠지요. 아무리 왕권이라 해도 그것까진 허용되지 않습니다.]

"신의 힘이기 때문인가?"

[설령 [옛 지배자]나 외신이라고 해도 혼돈을 무한으로 보유하진 못합니다. 그게 가능한 존재는 이 우주에 단 하나 뿐….]

"흠."

[또한 방금 전 그대는 충의를 걸 존재가 없어 스스로의 강화에만 힘을 쏟았기에 왕권의 제약은 더욱 강해졌을 것입니다.]

강력한 힘이지만 제약이 있는 거군.

나는 구천현녀의 말을 이해하고는 말했다.

"왕권이 기적을 일으키기 쉬운 이유는 왕과 군신이 제약을 나눠 받기 때문이군."

[그렇습니다. 상호작용이 있기 때문이지요.]

나는 이제 왕권을 어떻게 쓰는지, 어떤 방식으로 운용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방금 배운 것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하는 동안에 제갈부가 말했다.

"구천현녀여. 그렇다면 성좌의 용을 이루는 칠요의 성좌를 왕권으로 봉인(封印)하는 것도 가능하겠지요?"

[물론 가능합니다.]

"처음부터 왕권을 써야 공략이 가능한 시련이었군요."

[네. 하지만 그대들에게 부여된 왕권은 유한(有恨)합니다. 왕이 보유한 인과율의 총량이 동나게 되면 더이상 기적을 일으킬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결국 왕권을 전략적으로 쓰면서 필요하면 아군을 강화시키면서 칠요의 정령을 공략하는게 칠요의 시련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전제조건이 되는 왕권의 존재를 모르고 시작했기에 극악한 난이도를 느낄 수밖에 없었으리라.

왕권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제천대성이 왠지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나는 의아해서 그를 쳐다보았는데, 제천대성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 그냥 예전 부하랑 친구들이 생각나서."

"……."

"이 자리에 부를 순 없겠지."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다.

제갈부가 말했다.

"이제 갖고 있는 칠요를 전부 내놔 봐. 슬슬 시작하면 되겠지."

"정말 그 방법뿐인가?"

신공표가 딴지를 걸고 나섰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하자, 신공표는 무언가 분한 듯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전생자에게 모든 걸 걸고 현재를 희생하라니…. 결국 나만 손해인게 아니냐!"

"딴은 맞는 소리군. 사실 나도 굴레 이후의 삶이나 그 후의 나 자신이 '나'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제갈부는 슬며시 신공표의 말에 긍정하다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비록 정신승리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전생자의 능력조차 없을 경우를 생각해보진 않은 건가? 감당이 되지 않는 미래의 절망을 지켜보는 게 딱히 좋을 것 같진 않군.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우린 미래를 기약할 겨를도 없이 절망하며 죽어가겠지."

"……."

"내가 당신이라면 차라리 전생자에게 부탁을 할 것이다. 후생에 당신을 아군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면 부탁 몇 개만 들어달라고 하면 안들어주겠나? 그런 점에서는 당산 놈이 훨씬 똑똑하군."

"헛…."

나는 뜬금없는 제갈부의 말에 약간 놀랐다. 이놈이 갑자기 뭔 소리 하는 거야?

그러자 신공표는 다소 체념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좋다. 전생자 백웅, 내 부탁을 들어줘라."

"아, 아니 들어준다고 한 적 없…."

나는 뭐라고 하려고 했지만 이내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보니 신공표는 한때 선계의 수좌이자 태상노군이나 원시천존과 동급에 있었던 대존재였다. 그런 자가 자존광오한 심성을 접고 부탁을 한다는 의미를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부탁을 거절해버린다면 앞으로 다른 동료들을 영입할 때도 큰 제약이 생길 것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봐."

"선계 삼대술법이 있으니 절교(絶敎)의 영진포일술(營鎭抱一術), 천교(天敎)의 시해지술(尸解之術), 그리고 마지막이 태상노군의 태극도(太極圖)이다."

신공표는 뭔가 말하고 싶어하다가 이내 입을 다물고는 말을 이었다.

"삼대술법을 정의한 것은 바로 내 사부, 말년의 태상노군과 원시천존이었다. 만일 그들이 내게 [옛 지배자]에 대항하기를 원했던 거라면, 짚이는 건 삼대술법 뿐이다. 나는 본디 영진포일술이 최고라 생각했지만 시해지술의 실체를 알고 나니, 마지막 삼대술법인 태극도에도 큰 비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흠…."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는 선계대전 말미에 태상노군과 원시천존의 합공으로 붙잡혔다. 그들은 힘을 합쳐서 나를 제압했는데 그때 나는 영진포일술을 썼는데도 태상노군의 태극도를 어찌할 수 없었다."

"……!!"

"뿐만 아니라 절교의 모든 술법이 통하지 않았지."

나는 깜짝 놀랐다. 전성기 신공표의 영진포일술이 지닌 위력이 하급 [옛 지배자]를 찢어버릴 수도 있는 수준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사실이었기에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나도 태극도는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그건 술법이 아니라 보패 아니었던가?"

"아니, 보패가 아니라 술법이다."

신공표는 단언하더니 구천현녀를 슥 바라보았다.

"구천현녀는 태극도에 대해 뭔가 알지도 모르겠다만."

[저 또한 태극도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그리고 태상노군이 당신 이외의 상대에게 태극도를 펼쳤다는 이야기는 듣지도 못했습니다.]

"어쨌든 백웅, 내가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태극도의 술법을 찾아서 내게 가져와 다오. 그 술법만 있으면 나는 몇배나 강해질 것이다."

"…그러지."

"태극도를 가져온다면 네게 영진포일술을 가르쳐줄 것을 약속한다."

나는 얼떨결에 약속하게 되었다.

선계 삼대술법, 태상노군의 태극도!

지선 망량의 기억으로는 태극도가 강력한 보패로 기억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술법이었던 모양이다. 다만 선계의 거두라 할 수 있는 신공표와 구천현녀, 둘 다 태극도의 실체를 모르는 듯 했다.

'앞으로 태상노군을 되살리는 것도 고려해봐야 할까….'

나는 생각을 끝낸 후 칠요를 모아서 한 자리에 쌓아두었다. 그러자 제갈부가 해방칠요를 향해 무언가 주문을 외우더니 망량을 쓱하고 쳐다보았다.

"각오는 됐겠지."

"물론이오."

"방법은 네가 알아서 해라. 네가 한다면 대놓고 거절하진 않겠지. 거절한다면 그땐 도리가 없고."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을 것이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내가 의아한 눈으로 두 형제를 쳐다보자, 이윽고 망량이 해방칠요 앞으로 가더니 말했다.

"위대한 존재시여. 나 망량, 감히 청원하옵니다. 이 모든 해방된 칠요를 바치나니. 이 모든 영혼과 대가를 바치나니…."

망량은 무릎을 꿇은 채 마치 소망을 빌듯 자신의 두 손을 합장했다.

이어진 망량의 말에 나는 눈을 부릅떴다.

"바라건대 백웅에게 위대한 가호를 내려주소서!!"

쿠구구구!!!

그 순간, 성좌의 용 내부가 크게 울렸다. 그러자 구천현녀가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간섭의 벽을 없앴다 하지만…, 설마 '그'가 성좌의 용마저 떨게 할 수 있다니!]

그리고 잠시 후 둔중한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부족하다.

그 목소리가 울리는 순간 제갈부가 힐끔 제천대성과 신공표를 쳐다보았다. 그들은 제갈부의 시선에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천천히 망량이 서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설마….

"나도 바쳐야겠군."

하지만 이내 제갈부 또한 망량의 옆으로 가는 걸 보자, 나는 내 예감이 현실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제갈부의 목소리가 내 귓전을 때렸다.

"뭐 하나? 제갈사나 서문혜도 소환해. 빨리. 소환할 수 있는 놈은 다 소환해버려라."

"무슨 소리야."

"못 알아들은 건지 못 알아들은 척하는 건지 모르겠군."

제갈부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파천(破天)의 가호를 위한 제물이 부족하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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