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774화 (773/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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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사방천지가 적으로 가득 찬 것 같았다.

진시황의 포효가 터져 나온 순간 마치 홍수의 파도가 덮쳐오듯 인산인해가 내게 공격해왔고, 수만개의 검과 창이 내 목숨을 끊으려는게 느껴졌다. 도저히 일개인의 무공으로 당해낼 수 없을 것 같았으나 그 순간 제천대성이 분신술을 썼다.

후우웅!

삽시간에 제천대성의 분신이 수백이나 튀어나오더니 저마다 주먹과 발을 휘두르며 진시황의 군세와 마주 싸웠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의 분신 하나하나도 굉장히 강했기 때문에 진시황의 군세는 역부족으로 당했고 순식간에 전장에 피바람이 몰아쳤다.

제천대성은 시시하다는듯 중얼거렸다.

"인해전술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방식이지. 나랑 싸워보고도 그 사실을 모르는거냐. 멍청아!"

퍼벅

제천대성이 달려들어서 허공에 있던 진시황의 면상을 때렸다. 너무 쉽게 승리하는것 같았으나 그 순간 제천대성은 흠칫했다.

주르르륵

진시황의 몸이 마치 물에 녹듯이 허공에 흘렀다. 정확히는 물체의 형상 자체를 버리고 선과 면으로 이뤄진 무언가로 변해버린듯 했다. 제천대성은 그 자리를 벗어났지만 그러자 진시황의 모습이 또다시 나타났다.

'저건 뭐지?'

일종의 무적상태이며 불사라는건 알겠지만 원리를 모르겠다. 나도 제천대성도 놈이 무슨 수를 쓰는지 몰라서 일단 지켜보고 있을때 또다시 주변에 거대한 군세가 나타났다.

우우우

방금 전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나는 이대로는 시간을 낭비할 것 같아서 초조해졌다. 그러자 이혼대법을 통해 내 시야를 공유하고 있던 제갈부가 말했다.

[자기자신을 혼돈에 녹이고 있군.]

[그게 무슨 소리지?]

[초상기인은 엄청난 혼돈을 내포하고 있다. 놈이 가진 혼돈의  함량이면 본디 고위이족이 보유한 것의 수십배나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형상을 유지할 수 있는 건 팔괘를  비롯한 안전장치와 고도의 마도기술 때문이다.]

[시간이 없으니 쉽게 본론만 말해줘!]

[놈은 지금 그 '안전장치'를 모두 해제하면서 혼돈을 개방하여 힘을 증폭 시키고 있는거다. 공격이  통하지 않는 건 혼돈의 양이 너무 많아서 시공간과 법칙이 왜곡 되고 있기 때문이야.]

[지금 상태에서 더 강해진다는 거냐?]

내가 반문하자 충격적인 제갈부의 대답이 들려왔다.

[강해지는게 아냐. 혼돈으로 회귀 하는 거니까 저건 자폭하는 행동이다. 조만간 팔괘의 조화가 다 해제 되면 놈은 폭발할 거다. 초상기인은 극도로 정교한 작품이라서 저런 행동은 파멸밖에 되지 않아.]

[……!!]

[성가시게 되었군. 그 폭발의 위력은 이 일대를 다 날려 버리고도 남을텐데.]

나는 제갈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진시황은 이 자리에서 이길 수 없음을 깨닫고 자폭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제갈부의 말대로라면 놈이 자폭하게 놔두면 우리는 모두 휩쓸려서 큰 피해를 입을 것이고, 칠요의 시련을 통과하는 건 요원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나는 제천대성에게 말했다.

"대성! 저놈이 혼돈을 증폭 시켜서 자폭할 겁니다."

"뭐라고?! 피할 순 없나."

"범위로 보면 못 피할 것 같습니다."

"제기랄! 살면서 이런 경험은 한 열다섯번째인 것 같은데."

투덜거리던 제천대성이 일갈했다.

"보통 이럴 때는 자폭하기 전에 빨리 두들겨 패는게 정답이야!"

쉬쉬쉭

제천대성은 다시 분신을 늘려서 일거에 그를 때리려고 했다. 그러나 분신들이 집중되는 순간, 진이 시꺼멓게 물든 눈을 부릅떴다.

마라천야(魔羅千夜)

즈즈증

시간이 정지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아까와는 달리 이제 시간이 정지되기 보다는 극단적으로 얼어붙는 현상이라는 걸 알아챘다. 진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시멸환(時滅環)

동시에 여기저기에 생긴 시공간의 균열에서 마치 시꺼먼 구체 같은게 여러개 튀어나오더니 종횡무진하며 제천대성의 분신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시멸환이라고 불린 구체는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듯 모든 것을 관통했으며 오래지 않아 제천대성의 분신들은 전멸해 버리고 말았다.

"큭!"

제천대성 본인 또한 팔에 얄간 부상을 입고는 물러났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 놈이 보인 시멸환이라는 능력은 여태껏 보여주던 공격능력과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제갈부의 분석이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엄청나군! 본디 물속에서 헤엄치던 물고기였던 놈이 물 그 자체가 되고 있다. 능력이 시공간의 단순조작에서 벗어나서 동화(同化)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는건데. 설마….]

[설마 뭐?]

[…팔괘조작의 경지? 일개 필멸자의 힘으로 팔괘(八卦)의 괘상을 변화 시킬 수 있게 되는 건가? 그건…, 설계자조차 의도하지 않은 경지인데.]

제갈부는 크게 당황한듯 했다. 그러더니 내게 말했다.

[놈의 능력이 얼마나 발전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덤벼서는 안된다. 방금 봤듯이 시멸환은 네 호신강기로 못 막는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 아직 계도와 나후 중 어떤것도 부수지 못했다고.]

[급할수록 침착해야한다. 지금 국면은 진만 해결하면 모든게 해결되니까 눈 앞의 임무에만 집중해라.]

[알았다.]

제갈부의 말대로였다. 진의 반항이 예상보다 거세기에 계획대로 되지 않고 있지만, 달리 말하면 놈만 해치운다면 최소한의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내가 침착함을 되찾자 제갈부가 지시를 내렸다.

[백웅. 이게 유일한 답이다. 팔진도(八陣圖)를 펼쳐라.]

뭐?!

뜬금없는 지시에 나는 어쩌라는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술법공부를 하긴 했지만 팔진도를 펼칠 수 없는 걸 모르는 건가? 하지만 제갈부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나는 나도 모르게 주문을 외우면서 허공에 술법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우우웅

머지않아 팔괘의 괘상이 내 주변의 방위에 소환되면서 천천히 괘가 팔방(八方)에 뻗어나갔다. 그리고 나는 팔진도의 중심에 서서 팔괘의 변화를 내 전신으로 느끼는 상태가 되었다는걸 알아 차릴 수 있었다.

'이혼대법으로 내 몸을 조종해서 대신 팔진도를 펼쳐구나!'

내가 놀라고 있을때 제갈부의 지시가 이어졌다.

[놈의 근본적인 약점은 신혈(神血)이며, 선천팔괘(先天八卦)의 우전(右轉)이다. 정확히는 놈의 내면에 흐르는 신혈이라는 외계금속이 유동할 때 팔괘도 함께 움직이는데, 낙서가 왼손의 법칙에 따라 배열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

[그 정도는 알아.]

[좋아. 우횡하여 우전하는 팔괘의 흐름을 알려주겠다. 하도수(河圖數)는 시간의 몸체이니 홀수인 천수(天數)가 시계방향으로 좌선하고 짝수인 지수(地數)는 반시계방향으로 우전하는 것이다. 즉 지수의 변화를 잘 살펴야 하는데 음의(陰儀)에 속하는 4개의 괘가 좌선할 때 삼재의 태극형 상수들이 방원구조로 배합 되는 양상이 보일 것이다. 투상하는 도형을 머릿속에 그리고 사상(四象)이 양의(兩儀)로 환원할 때 낙서의 평행이동반의 상단반과 하단반의 중궁쪽을 뒤집어버려라.]

[…….]

제갈부는 자신감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능력이 무효화 되고 혼돈이 흩어질 것이다. 반드시 진시황을 죽일 수 있어.]

뭔소리 하는건지 모르겠다.

나도 분명히 망량한테 팔괘를 몇년동안 배웠는데 왜 알아들을 수가 없을까…

정확히는 모르는 용어는 없는데 고급이론과 응용이 되어버리자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으로 꼬이고 있었다. 도형을 투상하고 팔괘의 위치를 재배열하는 걸 머릿속에서 구현화하려니까 머리가 터질 거 같았다.

그러자 제갈부가 내가 못 알아먹은 걸 알아차리고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봐! 팔진도는 대신 펼쳐줄 수 있어도 괘수의 변화는 네가 직접 봐야해!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잘 좀 이해해봐!]

이게 안 어렵냐!

머릿속에 팔괘를 넣어서 유동적으로 움직이는게 쉬운 일일리가 없잖아!

나는 속으로 항변했지만 지금은 능력 부족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 그렇게 말해도 연습이랑 공부를 하나도 안한 상태에서 어떻게 그걸 다 알아 듣냐?]

[윽…, 네가 현이인 줄 알았다.]

그는 한탄하듯 중얼거리고는 말을이었다.

[안되겠군. 아쉬운대로 정확한 약점은 아니라도 약화만 시킬 수 밖에…. 그냥 단순하게 팔괘가 움직일 때 평행이동반 하단 쪽을 뒤집어. 완전하진 않겠지만 놈은 약해질 것이다. 괘의 상생이 강해질테니 자폭도 막을 수 있겠지.]

[알았어.]

우우우우 -

나는 팔진도의 중심에 선 상태에서 진시황의 움직임을 신중하게 살폈다. 놈은 시꺼먼 눈을 뜬 채 우리쪽을 노려보다가 갑자기 입을 쩍 벌리고 포효하는 듯 했다.

크아아악!!

그 순간이었다.

쩌정!

팔진도가 발동되면서 놈의 움직임이 굉장히 느려진 듯 했다. 정확히는 팔진도의 주인으로서 진 내부의 시공간을 자동 조작하는 효과가 발동 된 것이다.

이건 초상기인의 시간조작과는 다르게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공격 할 수 있는게 아니라 그저 내가 여유 있게 팔괘를 재배치하고 발동 시킬 수 있도록 무한정의 시간이 주어지는 효과였다. 팔진도가 시간정지형 기습에 강한 이유이기도했다.

팔괘를 정밀하게 조작하는 팔괘특화진법!

나는 팔괘의 범위에 들어온 진시황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팔괘의 괘상으로 뒤바뀐 것을 볼 수 있었다. 정확히는 눈앞에 더이상 물체의 형상은 보이지 않았으며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 팔괘의 괘로 보였다. 괘의 움직임이 세상을 뒤덮으니 모든 걸 괘로 해석할 수 있다는게 팔진도의 기본이념이었다.

괘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스스스

아주 찰나의 순간 놈의 움직임이 이어지자마자 온 세상의 팔괘가 요동치며 회전했다. 그 회전은 마치 기계적이고 정밀해서 질서정연한 법칙에 통제되고 있다는걸 알 수 있었다.

나는 그 괘상의 흐름을 읽어내려고 노력하다가 머릿속에서 겨우 평행이동반의 위치를 확정 할 수 있었다.

'이걸 뒤집는다….'

간단하게 손가락을 까닥이는 것만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그 순간 괘와 함께 천지가 번복하면서 흐름이 뒤바뀌었다. 그리고 진시황의 몸 내부에 있던 신혈이 크게 요동치는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슈욱!

팔진도의 발동이 끝나자 다시 본래대로 세상을 되돌아왔다. 나는 진시황이 갑자기 몸을 비비 꼬면서 그 자리에 풀썩 쓰러지는 걸 볼 수 있었다.

"크헉…."

진시황은 피를 토해냈다. 하지만 저건 원래부터 입은 내상이었고 이번에 내가 타격을 준 건 아니었다. 그저 진시황의 특수능력을 일시적으로 봉인 시킨 것에 지나지 않으리라.

제갈부 말대로 정확한 괘상을 조작 할 수 있었다면 이번에 일격에 죽일 수 있었겠지만 약화에 그친 것이다. 놈은 내가 펼친 팔진도를 눈치 챈 듯 말했다.

"…아주 철저히 대비를 해왔군…, 초상기인의 제작자…. 후…. 그놈이 날 견제하는 장치를 만들었던가…."

"이제 그만 패배를 인정해! 이 자리에서 같이 죽자는 거냐?"

"……."

진시황은 그저 히죽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주변에 있던 군세들에게 명령했다.

[영겁토록 놈들과 싸워라…!!]

쓰러뜨리거나 죽이라는 명령이 아니라 그저 싸우라는 명령.

그러나 나는 저게 얼마나 잔혹한건지 알아챘다. 놈은 모종의 능력으로 생전의 군세를 혼돈의 바다에서 멀쩡하게 유지 시키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저 군대들은 영원히 우리를 죽이려고 이 시련의 세계에서 헤매게 되기 때문이다.

부그르르….

진시황의 몸이 완전히 녹아들어가기 시작했다. 팔진도의 봉인이 먹혔는지 놈은 폭발하지는 못했고 그저 스스로 녹는 길밖에 선택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윽고 진시황은 완전히 혼돈의 덩어리로 변했고, 혼돈의 바다로 가라앉았다. 나는 재빨리 팔진도의 괘상을 변화 시켜서 혼돈에 가라앉기 전에 화요를 회수했다.

"……."

너무 비참한 최후다. 변변한 유언도 남기지 못하고 저렇게 죽을 줄이야.

동시에 나는 패배하고 싶지 않다는 진시황의 어머어마한 집착을 느꼈기에 약간의 경외심을 느꼈다. 저 정도 인물이기에 과거 중화세계를 지배 하고 이면세계의 제왕이 되려는 야망을 지닐 수 있었던게 아닐까?

'후, 이렇게 되면 현자의 돌은 회수하지 못한건가….'

나는 한숨을 쉬며 제천대성에게 말했다.

"대성. 분신술로 저놈들에게 안식을…."

마침 내 술력도 많이 떨어져서 팔진도가 해제되었다. 팔진도만으로 저정도 되는 대군을 해치우는 건 불가능하다.

"…못해."

"네?"

제천대성이 휑하니 비어 있는 자신의 머리통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 엄청나게 분신술을 써버렸단 말이다. 더이상 쓰면 나는…."

"……."

"술력도 거의 다 써서 안될 것 같다."

분신술은 그런 부작용이 있었던 건가…!!

우오오오!!

내가 경악 하고 있을때 사방팔방에서 다시 진시황의 남은 대군들이 덮쳐왔다. 나는 근처에 달려드는 수십명의 병사를 일거에 베었지만 그 정도는 한줌도 되지 않았기에 삽시간에 인산인해가 몰려 들어서 나와 제천대성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채채챙!

까강!

'제기랄! 이런데서 낭비 할 시간이 없는데!'

진은 해치웠지만 현자의 돌을 얻는다는 목적도 이루지 못한 채 시간을 소요했다. 나는 다급한 눈으로 천공의 성좌를 쳐다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목요에 천천히 불빛이 들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이대로 금요, 토요까지 밝혀지게 된다면 쌍성이 용의 눈동자가 될 것이고 그때야말로 전멸해 버릴 것이다.

'너무 성가시군!!'

어떻게 안되나?

어떻게 해야 이 잡졸들을 물리치고 나후까지 깨뜨릴 수 있지?

내가 간절히 염원하는 그때였다.

[그대여. 마침내 나의 축복이 필요할 때가 찾아왔구나…. 나는 오래 기다렸노라!]

천상에서 울리는 듯한 준엄한 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펴졌다.

[나 군신(軍神)으로써 그대와 동료들에게 축복의 위광을 주리라. 천추의기(天秋義氣) 만인지적(萬人之敵)이 될지니!!]

스칵!!

그 순간이었다.

나는 잡졸 두세마리를 베는 순간, 시간이 멈추는 것을 느꼈다.

"……?!"

나는 시험 삼아서 또 근처에 있는 놈들을 일격에  베어버렸다. 그러자 또 시간이 멈췄다. 이런식으로 약 오천여명을 베어 버렸는데도 나는 제천대성이 푸념하는 순간에서 아예 움직이지 않는 걸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적을 벨때마다 체력과 기력이 계속 회복 되는게 아닌가?!

나는 이 축복이 무엇인지 깨닫고는 내심 경악했다.

'괴, 굉장해!'

이번생에 얻어냈던 삼계복마대제신위 원진천존 관성제군(三界伏魔大帝神位 遠鎭天尊關聖帝君) 관우(關羽) 운장(雲長)의 축복.

그것은 수준이하의 적을 일격에 참살할 경우, 시간이 흐르지 않고 계속 나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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