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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773화 (772/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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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나는 제갈부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나도 마도지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성좌의 크기를 알고 있었으므로, 목성과 토성은 애초에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크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사는 별의 수십 수백배에 이르는 질량을 지니고 있는 것은 도저히 일개인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다.

'하지만… 금성 또한 마찬가지야.'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이 어떻게 별을 부술 수 있단 말인가? 방금 전 내지른 일격은 단순한 물리파괴력이라면 아마 내가 전생한 이래로 낼 수 있는 최대의 출력이었으나 겨우 별에 금이 가는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금성의 크기가 비슷하다 하더라도 내핵까지 꿰뚫으며 부수기 위해서는 방금 전 썼던 힘의 수천배가 필요할 것이다.

…너무 비현실적이다. 대라멸진으로 팔문을 개방하고 무진장에 가까운 내공을 격발시키며 최상급 술사의 힘까지 빌렸고 칠요급으로 강해진 전설의 신검 화룡신검까지 썼는데도 이 정도다. 여기서 어떻게 수천배나 더 강해질 수 있을까?

그 순간 나는 한가지 가능성이 생각나서 정신으로 제갈부에게 말했다. 지금은 우주공간에 치솟아 오른 상태라서 육성으로는 대화할 수 없었지만, 생명력 공유의 술법으로 묶여있어서 정신대화가 가능했다.

[제갈부. 영진포일술이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그렇다. 방금 전에 신공표가 시전했던 절교 최강의 술법인 영진포일술!

물론 단독으로는 힘들지도 모르지만 신공표도 어떻게든 강화 시킨다면 될지도 몰랐다. 그러자 제갈부가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이미 술법횟수를 소모했다. 영진포일수 같은 술수는 힘과는 상관 없이 횟수제한이 정해져 있으니 하루 내에는 절대 재사용이 불가능 할 거다.]

[뭐가 그래? 혼돈의 재능은 술법을 무한으로 쓸 수 있다고 했는데….]

[술법은 초상능력과 달리 힘의 소모도가 문제가 아니지. 영진포일술의 위력을 생각하면 필멸자의 힘을 현저히 넘어서기에 인과율에 걸린다는 식이다. 이론상 사용은 가능하겠지만 사용하는 순간 인과율의 역풍에 맞게 되는거다. 한번이라면 인과율에 안 걸리도록 안전장치가 걸려 있는 거고.]

나는 원리를 이해했지만 납득은 할 수 없었다.

[아. 하지만… 이대로는 정말 방법이 없어. 방금처럼 해봐도 행성 같은 걸 부술 수는 없을거야. 수천번을 공격해도….]

이건 근성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나도 칼밥을 먹을만큼 먹고 무공수련 경험만 100년을 넘어가는 놈이었기에 하면 되는지 안되는지 감이 온다. 이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니라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군. 일리 있어.]

내가 금성을 공격하러 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한탄하고 있었지만 제갈부는 방금 전과는 달리 나를 책하지 않았다. 무작정 때려 박을 때가 아니라는 걸 놈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제갈부가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영진포일술을 회복 시킬 수단이라면 딱 하나 있긴 하다.]

[그게 뭐지?]

[완성 된 현자의 돌. 그건 궁극의 제물임과 동시에 인과율의 소모를 크게 보충할 수 있는 세계최고의 회복보패라고 할 수 있다. 신조차도 탐내는 이유가 있지. 그걸 쓴다면 영진포일술을 회복 시켜줄 수 있다. 무한의 동력도 덤으로 따라오고.]

현자의 돌!

나는 그 행방을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제 현자의 돌은 없어. 그건 이미 창힐이 황금상자의 대가로 바쳐버렸어.]

그렇다.

창힐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 그는 최강의 초상기인 진의 제작에 성공하고 황금상자마저 소환하는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로 통하는 전이문까지 활성화 시켰는데 그 모든것은 연금술의 총화이자 최고의 물질인 현자의 돌 덕분이었던 것이다. 그게 이미 소모 되어버렸으니 더이상 방법이 없으리라.

하지만 제갈부가 말했다.

[그렇지 않아! 적어도 현자의 돌에 한해서는 그럴 수가 없어. 나 또한 황궁대표로 현자의 돌 계획에 깊이 관여한 자였다. 내 생각엔 아니야.]

이렇게 강하게 확신하다니!

나는 기대감에 반문했다.

[…어딨는지 안다는 소리냐?!]

[정확히는 그 일부가 남아 있는 장소가 추측 된다는 거다. 그러니 지금부터 내 말을 따라라.]

제갈부의 말이 이어졌다.

[나후와 계도가 지평선으로 사라지고 벌써 삼요의 불이 밝혀졌는데도 제천대성, 시공표, 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뭔가 문제가 생긴게 틀림 없으니 우선은 그쪽으로 가라.]

[계도 쪽으로 가야 하겠지? 그쪽에 신공표가 갔으니.]

나는 당연히 계도성이 사라진 방향으로 가야할거라고 생각했다. 손이 부족한 쪽을 도와주는게 좋을 것이리라. 그러나 제갈부는 내 예상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

[아니! 나후성 쪽으로 가라. 그게 우선이다.]

[어째서?]

[일일이 설명할 때가 아니다. 각오 단단히 하고 가라!]

[알았어!]

더 이상 따져 물을 때가 아니다. 나는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제갈부를 신뢰하기로 마음 먹고는 일요 바로 밑의 시련장을 떠나서 나후성이 사라진 방향을 날아갔다. 나는 지상에 혼돈의 파도가 소용돌이치며 바다를 만들어내었기에 바다 위를 허공답보를 써서 날아갔다.

나는 날아가면서 제갈부에게 물었다.

[이 혼돈의 바다는 독인가? 닿으면 어떻게 되지?]

[관둬라. 순수한 혼돈이기 때문에 모든 물질을 분해 시킬 수 있다. 체내의 혼돈이 높은 고위이족이라도 화상을 입은 것처럼 막대한 피해를 입을거다. 혼돈의 바다에서 멀쩡할 수 있는 건 순수한 혼돈에서 태어난 존재밖에 없다.]

파바바밧

대라멸진이 유지 된 상태로  허공답보를 쓰니 소리의 속도를 몇배나 초월해서 날아가는게 가능했다. 좀 더 고급기술인 무공술을 쓰지 않았지만 순수한 힘으로 밀어붙이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렇게 이십리 정도를 날아가자 지평선 너머에서 나후성이 흑광(黑光)을 내뿜고 있는 걸 발견 할 수 있었다.

쿠구구구!!

'마치 별 자체가 회전하는 것 같군.'

나후성은 자전(自轉)하며 모래바람처럼 보이는 검은 모래돌풍을 뿜어내고 있었다.

저건 별이라기엔 너무 작다. 크기가 약 삼십장 정도이긴 하지만 천체의 평균적인 크기에 비하면 모래알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아마도 본래 나후성은 훨씬 크겠지만 이 공간에 소환 되어서 적정한 크기로 조절 되었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초상기인 진은 그 앞에 둥둥 뜬 채로 혼돈의 창이나 도끼 등을 소환해서 날려대고 있었다. 또한 제천대성도 분신술을 써서 일단 진을 돕고 있었지만 그렇게 효과가 있어보이지는 않았다.

콰광

다들 딱히 나후성에 피해를 입히지 못하는 듯 난감해하는 기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진이 가진 시간정지나 시간조종능력이 강력하긴 하지만 고정된 무생물이나 구조물을 부수는데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제천대성 또한 온갖 수단을 다 쓰고 있는데도 제대로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진은 내가 온 것을 눈치 챘는지 내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백웅, 특수한 대법을 발동했나 보군. 그 정도 힘이면 도움이 될테니 어서 이 나후성을 부숴라."

"……."

"벌써 삼요가 밝혀졌다. 나후가 용의 눈동자가 되면 큰일 나니 빨리 부숴야한다."

정말로?

그게 최선인가?

[가라!]

나는 진의 말을 들으면서도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제갈부의 명령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비록 감정을 억제했기에 겉으로 티가 나지는 않았기에 진은 아직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제길! 하는 수밖에!'

여기서 망설여봐야 죽도밥도 되지 않은 채 망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마음을 굳히고는 바로 행동에 나섰다.

일섬(一殲)!

푸콰콱

그 순간 진은 어깨죽지가 터지듯이 잘려나가며 한쪽 팔이 떨어져나갔다.

'얕았다! 본래 머리를 잘라야 했는데!'

이토록 근접한 거리에서 무심지경(無心之境)으로 날린 뇌신검무 최고의 일섬이었으며 팔문개방 상태라서 지금의 나는 만다라를 개방한 백련교주를 상대로도 대등 이상으로 싸울 수 있다. 아니, 교주라 해도 지금의 내 일섬을 피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도 진시황은 완성형 초상기인답게 내 공격을 감지하고 피해버렸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감지능력 - 실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악마의 인형답다. 나는 안타까움을 느꼈지만 기습이 실패한 이상 이제 문답무용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찰나에 진은 그대로 시간을 정지 시키며 내게 반격에 나섰다.

놈의 표정이 아주 잠깐 동안 묘해졌지만 그 표정은 충격 받았다기보다는 '왜 지금 싸우자는 거냐'는 표정에 가까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제갈부가 내게 내린 지시가 바로 [진을 베어라!]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지만 일단 싸움에 나선 이상 이유 같은 건 나중문제다. 이제는 진과 싸워서 죽이는 것 밖에 남지 않았다.

파앙!!

시간정지가 덮쳐오는 순간 나는 몸 전체에서 일렁이는 듯한 파동을 느꼈다. 그리고 순식간에 진의 수도(手刀)가 내 정수리를 쪼개버리려고 날아드는 것을 알아챘다. 나는 그 공격을 자동으로 감지한 후 도리어 역습으로 현천오신굉(玄天五神轟)을 발동 시켜서 다섯개의 기운을 뻗어내 움직임을 옭아매었다.

이 또한 이청운이 가르쳐 준 변초 중 하나였는데 근접한 상대를 속박할 수 있는 기공이었다. 그리고 오색빛 기운이 진을 둔화시킨 사이에 나는 번개처럼 방금 전과 같은 일섬을 날려서 진의 목을 베어버렸다.

쉬이익

진의 신형이 유령처럼 삼장 밖에 나타났다.

'역시 또 시간을 멈췄군.'

하지만 대응이 불가능할 정도가 아니다. 난적이긴 하지만 시간정지는 이제 빠른 기습 정도로 변해버렸다. 틀림 없이 대라멸진 대법의 덕분!

제갈부의 말이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대라멸진 대법의 효과는 해방칠요 하나 이상의 힘을 갖고 있고 화룡신검의 신기(神氣)는 네 대법에 상생(相生)의 효과를 불어 넣어줘서 증폭 시키고 있다. 아니, 그녀는 처음부터 엄청난 혼돈 저항력을 사용자에게 부여하고 있었던 것 같군. 진이 화요를 들고 있다고 해도 시간정지 능력이 큰 폭으로 강화되지는 않기에 결과적으로 너는 큰 저항력을 가지고 놈과 싸워볼만하다.]

제갈부의 말이 이어졌다.

[기회는 지금 뿐이다. 놈을 죽이고 시체를 태워라! 그럼 돌이 나올 거다.]

[시체를?]

[창힐처럼 용의주도한자가 언제 다시 만들 수 있을지 기약도 없는 현자의 돌을 하나만 만들어놓고 영구히 소모할 리가 있는가? 그리고 진의 능력이 이상할 정도로 강력한게 의심되지 않았나?]

[…….]

[창힐이 만든 현자의 돌은 하나가 아니었을 것이다. 처음에 만든 시제품을 녹여서 인형을 만든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초상기인의 재료로 현자의 돌이 쓰였단 말인가?

본말이 전도된 것 같았지만 나는 이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최초로 만들어낸, 완성까지 조금 남은 시제품을 녹여서 초상기인의 강화재료로 쓴 것이리라. 그리고 기술이 더 발달해서 만들어진 최상의 현자의 돌은 황궁에 있는 사상최악의 마(魔)에게 바친 것이리라.

'잘됐어.'

어차피 놈과는 결판을 내야하는 처지였다.

[네가 현자의 돌과 칠요를 회수하면 충분히 나후를 부술 힘이 생길 것이다. 눈엣가시 같은 놈을 죽여!]

[알았다.]

지금 일요의 시련에서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 그렇게 할 여유가 없었고 찰나의 시간이 아쉬웠다.

파밧!

"그런 거야? 같이 죽이자!"

제천대성은 난데 없는 상황이 어찌 된건지 잠시 멍해있다가 이내 눈치를 챈 듯 그대로 분신술을 써서 진을 공격했다. 눈치가 빨라서 지금 내가 진을 치기로 한 제반상황을 바로 알아챈 것이다. 어찌나 눈치가 빠른지 머뭇거리는 기색조차 없었다.

진은 수백개나 되는 분신술의 합공을 시간정지로 피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컥!"

진이 그 순간 비틀거렸다. 놈의 칠공(七孔)에서 피가 흘러내리는게 보였다.

놈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주르륵

"큭…, 무슨 짓을 한거냐."

놈은 크게 당혹한 듯 했다. 나는 그 말의 대답을 할 수 없었지만 제갈부가 대신해서 내 머리속에 정보를 전달했다.

[지금 너와 나는 이혼대법과 생명력공유 대라멸진, 총 3개의 술법으로 연결 된 상태. 네 검을 통해서 내가 쓸 수 있는 최고의 배교 저주를 놈의 내부에 밀어 넣었다. 배교교주 제갈사가 벽지상에게 전수 받은 서방 최악의 저주이니 아무리 놈이라도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초상기인이라도 죽일 수 있다는건가?]

[기습 한방만 먹혔다면 됐어. 넌 진시황 암살에 성공한 거다.]

그랬군.

나는 최단기간 기습을 선택한 제갈부의 책략을 알 수 있었다. 지금 대라멸진을 발돌 시키고 있는 금술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어마어마한 상승효과를 가져 오고 있는 것이다.

제갈사는 제갈부를 최강의 전투인형으로 만들기 위해 무수한 배교의 술법과 저주를 전수했고, 그게 결과적으로는 지금 득이 된 게 분명했다.

나는 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형가(荊軻)의 한(恨)을 대신 풀어주게 되었군. 넌 끝장이다."

스윽

내가 검을 치켜들자 진이 다시 한번 시간정지를 써서 나를 공격해왔지만 역시나 위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는지 나는 지근거리에서 감지하고는 재차 굴공참으로 반격했다.

"어딜!"

진은 신체능력은 엄청났지만 무공에는 영 조예가 없는 듯 쉽사리 패퇴하고는 이번에는 좌측 손목에 큰 참상이 새겨졌다. 역시 놈은 엄청난 혼돈의 권능 때문에 굳이 무공을 익힐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리라.

촤악

진의 팔목이 덜렁거리며 피투성이가 되자 놈은 믿기지 않는 듯 숨을 몰아쉬었다. 내가 입힌 외상보다는 제갈부가 내 검을 통해 간접적으로 불어 넣은 저주가 시시각각 놈을 죽이고 있는게 보였다.

그리고 거기에다가 제천대성이 분신술을 쓰며 진이 회피할 곳을 줄이면서 결국 명치에 주먹을 한방 먹였다.

꽈앙!

금강석도 터뜨리는 제천대성의 철권을 얻어 맞았지만 진의 몸뚱이는 굉장한 강도를 지니고 있는지 큰 부상을 입지 않은 기색이었다. 제천대성은 충분한 힘을 실었음에도 진이 부상을 입지 않자 아쉬워했다.

"쳇! 역시 칠요 다섯개일 때와는 다르군…."

다시 시간정지 능력으로 위험한 장소를 피해낸 진이 헐떡거리며 말했다.

"짐은… 황제다…. 짐이 최초로 중토(中土)를 통일한 패왕이거늘…. 어찌 내가 패할 수 있단 말인가…."

"진시황, 넌 역사 속에서 죽었다. 지금 너는 이면의 세계에 취한 망령일 뿐이야."

"크크… 이해가 가지 않는군…. 네 책사들이 모두 죽어서 더이상 과단성 있는 행동은 못할 거라 생각 했는데 이리도 신속한 기습…."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이대로는 끝나지 않는다."

"뭐?"

"네놈들에게 알려주지 않은, 이 시험의 마지막 이치가 존재하지…."

그 순간이었다.

우우웅

진의 몸 주변에서 기이한 기세가 일어나더니, 이윽고 혼돈의 바다 위에 수많은 병졸들이 소환되기 시작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미친놈!"

이 혼돈의 바다는 모든 것을 소멸 시키고 용해한다! 일개 병졸들을 불러봐야 금세 바다에 빠져서 녹아죽을 뿐 아무런 소용도 없다! 나는 설마 이 상황에 병사들을 소환할 줄은 몰랐기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윽고 더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우웅

"……!!"

병졸들은 혼돈의 바다에 빠져서 녹지 않았다. 그들은 바다 위에 선 채로 질서 있게 도열 했으며 이윽고 사방을 가득 채울 정도가 되었다. 단번에 수만 대군을 소환한 진시황이 말했다.

"백웅. 내가 너에게 어떤 왕이 되고 싶냐고 물었지. 너는 만왕의 왕이 되리라 대답했으나, 짐의 대답은 다르다."

"뭐?!"

"후후…."

진시황은 칠공에서 시꺼먼 피를 흘리면서도 웃고 있었다. 아무리 괴로워도 웃는 것을 보는 저 자의 정신력 또한 대단했다.

[짐의 권능을 보라. 이는 최초로 중화세계를 통일한 군기(軍紀).]

어느새 수십만 대군이 나와 제천대성을 포위하고 있었다.

기이한 일렁거림은 병사 하나, 말 한기, 전차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불타오르고 있었다. 단순한 기(氣)와는 다른 의(意)가 거대한 군세에 깃들어 있는게 느껴졌다. 아까와는 달리 지금 소환된 군세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강력한 의지를 내뿜고 있다.

대체 이건 무슨 권능이지?

진시황제는 천상으로 서서히 치솟아 오르며 광소를 터뜨렸다.

[짐이 곧 중화(中華)이다. 중화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짐의 소유이며, 그것이 바로 황제(皇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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