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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770화 (769/1,615)

770 ----------------------------------------------

암천향(暗天鄕)

나는 또 하나의 핵을 찾아서 쌍요를 교차시켜서 공격했다. 그러자 파괴음과 함께 핵이 터져나갔고, 이제 하나만 더 부수면 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주르륵

“윽!”

그리고 토요의 충고대로 천장에서는 쉴 새 없이 극독이나 다름없는 용액이 떨어져 내렸고, 촉수괴물들도 여기저기에서 쉴 새 없이 나왔다. 갈림길도 마치 미로 같았다. 다행히 토요가 충고해준 덕분에 어느 정도 쉽게 돌파할 수 있었지만 만일 사전지식 없이 도전했다면 아무리 나라도 여기서 촉수 벽에 먹혀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쿠쾅!!

나는 고수의 반사신경으로 무려 십여 장에 불규칙적으로 열고닫히는 촉수의 벽을 돌파했다. 일반인의 신체능력으로는 결코 통과할 수 없었고 단단하기도 더럽게 단단했다. 나는 점점 더 난이도가 올라가는 걸 느끼고 이를 악물었다.

‘제기랄! 공략을 알고 있어도 이렇게 어렵단 말인가?’

내 무공실력은 이미 인간세상에서 손꼽힐 정도이며 호신강기와 내공은 그 이상이다. 내가 이렇게 애를 먹을 정도면 보통 인간의 실력으로는 토요의 촉수미궁을 돌파하는게 불가능하리라. 물론 호법사자라면 무한의 내공을 갖고있기에 도리어 쉽겠지만 그렇다고 얕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호신강기를 거둘 새가 없다. 호신강기를 치지 않는다면 사방천지에 가득한 촉수의 마력과 극독액을 상대로 살아남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물론 무탄력경공이나 멸혼보, 무공술 등으로 회피할 수는 있지만 그것들은 하나같이 고급수법이라서 심력과 체력의 소모가 크다. 차라리 호신강기를 두르고 있는 게 싸게 먹히는 것이다.

투웅!

나는 잠시 제자리에서 여덟 바퀴 반을 휘돌다가 오른쪽, 왼쪽, 그리고 상하하로 움직이다가 좌상으로 비스듬히 솟구쳤다. 난데없이 촉수의 미궁이 불규칙하게 변하면서 함정이 터져 나오듯 촉수들이 공격해오자 전부 애써서 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개중 창날 같은 촉수가 수백 개나 덮쳐오자 나는 화경(化經)을 시전해서 허공에서 충격을 무마했다.

‘왔다!’

나는 그렇게 온갖 용을 쓰며 오십여 장을 더 돌파한 결과 마지막 핵이 보이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토요가 예고했던 대로 지금까지와는 달리 핵 주변에 마치 나방처럼 생긴 고위이족들이 소환되어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스스스스 -

나방 이족들은 천천히 날개를 퍼덕이면서 가루 같은 걸 사방으로 뿌리는 듯 했다.

저 가루가 바로 닿기만 해도 생체를 감염시켜 기생하는 악독한 저주일 것이리라. 물론 저런 건 숨을 참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 모공에도 침투하므로 보통 방법으로는 피하거나 막을 도리가 없었다. 일반적인 무림인에게는 악몽이나 다름없는 상대였다. 수요나 화요의 기술을 쓰더라도 가루를 완전히는 막을 수 없으리라.

하지만 나는 눈을 반개하며 뇌신류의 절기를 운용했다.

뇌신류(雷神流)

결전오의(決戰奧義)

뇌명(雷鳴)

극대전개(極大展開)

상승절기(上昇絶技)

분심이대자전(分心李代自轉)

위이이잉

내 몸 전체가 거대한 번갯불처럼 변하더니 뇌명의 힘이 전신을 감쌌다. 평소에도 계속 뇌명을 운용하고는 있었지만 지금 쓴 뇌명은 훨씬 더 육체의 힘을 돋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팔문 중 절반을 연 것과 대등한 효과일 지도 모른다.

동시에 나는 상승한 기력을 이용해서 화요와 수요를 양손에 치켜들며 상반되는 음양(陰陽)의 기운을 감돌게 했다. 내 몸 전체가 거대한 자력을 뿜어내며 강대한 뇌력의 결집체가 된 상태에서, 음양이 서로 쉴 새 없이 부딪히며 공명(共鳴)했다. 그러자 단순한 무공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고도의 무형파(無形派)가 수십 갈래로 물결치며 전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후와악!

분심이대자전으로 만들어낸 무형의 파장은 공간에 한 줌의 빈틈도 남기지 않고 가루를 쭉 밀어내 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미세한 가루라고 해도 의념절기의 무형파를 뚫을 수는 없다!

삐에에엑 -

나방이족들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벽에 마치 붙박이듯 밀려들어갔다. 마치 무형의 벽에 짓눌리는 듯한 형상이었다. 나는 나방이족들을 의념절기로 압박하다가 검뢰를 날려서 일격에 세 마리를 참살해 버렸다.

스칵!

남은 건 두 마리, 놈들은 벽을 등진 위치를 피해서 허공으로 솟아올라 있었다. 나는 한 번에 다 처리하지 못하자 수요를 다잡으며 입맛을 다셨다.

‘흠…, 분심이대자전. 이청운에게 묘예의 역을 배울 때 배웠던 응용기지만 아직 숙련도가 별로군.’

사실 이 기술은 굉장히 복잡한 고급응용기이다. 뇌신류의 결전오의인 뇌명을 써서 자신의 몸을 자전의 축으로 만들고, 분심결을 응용해 상반된 기운을 좌수와 우수에 맺히게 해서 충돌시키는데 이 때 사용되는 건 칠대절학 중 진무칠절경의 명곡 구결이었다. 마지막으로 벽처럼 만들어서 사방에 자신의 기운을 전파하는데 이때는 공간을 조작하는 굴공참의 묘리가 사용되었다.

본디 나 스스로는 절대 창안할 수 없는 무공이었지만 천재인 이청운이 즉석에서 무공을 개발해서 내게 쓰는 법을 가르쳐준 것이다. 이청운 본인은 재료가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겸손해 했지만 어쨌든 천재성의 결과물이다.

이론대로라면 이 기술을 쓰면 사방천지의 적들이 무형의 벽에 쥐포처럼 눌려서 죽음과 동시에 자신에게 날아오는 모든 공격을 반격할 수 있다. 공격과 반격을 겸비한 무쌍의 기술이었으나 너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나는 고작해야 저깟 나방들조차 완전히 해치우지 못한 것이다.

나는 허공으로 곧장 천상제를 써서 날듯이 공격해 갔다.

크아악!

그러자 나방이족들은 갑자기 거대한 근육질의 괴물로 변신하더니 촉수로 만들어진 십 장 크기의 주먹을 내게 날려 왔다. 너무 급작스러운 변화였지만 온갖 적수를 상대해본 나였기에 당황하지 않고 허공에서 멸혼보를 응용해서 피한 후 반격했다.

촤악!

그렇게 약 삼십여 초를 투닥거리다 보니 나는 검뢰로 놈들을 벨 기회를 잡아서 벨 수 있었다. 그렇게 어려운 놈들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구력, 힘, 민첩성 등을 고려하면 이놈들도 초절정고수조차 상대하기 힘든 괴물이었다. 나는 잠시 호흡을 조절하고는 화요와 수요를 교차시켜서 마지막 핵을 부쉈다.

쿠콰콰쾅!!

신살의 빛이 번뜩이더니 핵이 터져나갔다. 그리고 그 핵이 터지는 순간 주변에 가득하던 촉수의 벽들이 흐물거리며 힘을 잃고 검은색으로 변하는 게 눈에 보였고, 나는 여기서 탈출해야 한다는 걸 직감했다. 나는 재빨리 쌍요를 공명시켜서 촉수 벽을 꿰뚫고 바깥으로 나갔다.

퍼엉

마침내 지겨운 촉수더미에서 빠져나와서 바깥 공기를 마시자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밑을 내려다보자, 토요가 아까의 절반 크기로 쪼그라들어 있었다. 토요는 회색 눈알을 삐죽 내밀더니 말했다.

[자…, 훌륭하게 핵을 다 부쉈구나…. 이제 나의 훌륭한 2차 변신이 시작된다…. 준비하거라….]

“…….”

[뭐…, 불만 있나…?]

나는 기가 막혀서 외쳤다.

“야!! 2차 변신이 어딨어! 그냥 쓰러지면 어디 덧나냐?!”

[진정하거라…. 별거 아니니까….]

토요가 친절하고 자상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2차 변신을 하면 1차 때 입었던 모든 피해를 회복할 수 있지…. 그리고 나는 인간형으로 변해서…, 막강한 전투능력을 선보일 수 있지…. 특기는 시간왜곡 후 평행차원의 분신을 소환해서 너희를 합공하는 전술이니까 조심해라…. 간간히 이족의 마력으로 정신방어력이 약한 적을 세뇌할 것이다…. 내 분신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해라…. 낮은 확률이긴 하지만 시간의 틈새로 날려버릴지도 모른다…. 원래라면 거기에 시간정지와 시간회복도 쓸 테지만…, 안 쓸 테니 걱정 말거라…. 육요공명으로 막아야 하는 초파괴광선도 발사하곤 하겠지만…, 발사하기 전에 알려주지….]

“…….”

아니…, 너무 걱정되는데.

도저히 못 깰 거 같잖아.

설마 우리보고 그런 극악한 시련을 깨라고 말하고 있는 거냐?

하지만 토요는 진지하게 말하고 있었다. 저 놈이 나를 놀리려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채자 나는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공물 바쳤잖아! 이러기냐? 설마 3차변신도 있어?”

[3차 변신은 없다…. 아주 긍정적이지 않은가.]

“…….”

[흠…, 시련에 도전할 생각이 없나보군…. 잠깐 기다려봐라….]

토요는 내 눈빛을 마주하자 부담스러운 듯 고민하는 듯 했다. 그러더니 말했다.

[…좋다…. 2차 변신을 면제해주지…. 이 자리에서 그냥 죽어주마…. 그 대신에 백웅 네 수명의 7할을 내놔라.]

“추가공물은 내 수명이란 말이냐?”

[아주 싸게 해주는 거다…. 원래 나도 시련을 담당하기에… 이 이상은 양보 못한다….]

“음….”

나는 고민했다.

내가 망량과 제갈사를 쳐다보자 그들은 말할 것도 없다는 듯 동시에 말했다.

“수명 7할 내놓으시오.”

“그냥 줘버려.”

…하긴 그렇겠지? 이 상황에서 내가 오래 살아봐야 뭐하겠는가. 수명의 7할이 깎인다고 해도 3할이 남아있고, 그건 적어도 10년은 될 것이다. 바로 죽지만 않는다면 내 쪽이 훨씬 유리한 것이다. 나는 토요에게 말했다.

“좋아! 그렇게 하자.”

우우우우 -

이윽고 내가 동의하자 내 몸에서 무형의 기운이 빠져나가서 토요에게 흡수되었다. 토요는 내 수명의 7할을 먹어치우더니 기분 좋은 듯 말했다.

[후우…, 내 역할도 끝이구나…. 수억 년의 잠이 예비 되어 있겠군….]

주르르륵

주르륵

토요는 약속을 지키는 듯 몸이 계속해서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자기 몸이 녹아 들어가는데도 정작 본인은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아무래도 정령에게 있어서 구현화된 이곳에서의 몸뚱이는 인형이나 다름없는 듯 했다. 촉수더미는 이제 흔적도 보이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녹아서 사라질 것 같았다.

나는 토요에게 물었다.

“토요. 일요의 수호자는 얼마나 강한 거냐? 놈의 정체나 약점을 알려줄 순 없냐?”

[…이 별의 주인이라는 건 이미 들어서 알고 있겠지. 그 분께서는… 우리의 원래 주인이시며…, 영수왕의 동료였다…. 진정으로 이 대지의 시초와 함께하신 분….]

“영수왕이라는 건 응룡을 말하는 건가?”

[그렇지….]

주르륵

토요는 계속 녹고 있어서 도리어 내 맘이 조급해졌다. 내 눈빛이 흔들리자 토요의 말이 이어졌다.

[마지막 호의로 충고를 해 줄까…?]

“해 줘!”

[너는… 쌍요를 쓰고 있어서 화룡신검을 이번 칠요의 시련에 내놓지 않은 것 같지만…, 화룡신검을 꺼내놓는 게 좋을 거다….]

“……?”

[그럼 안녕…. 지금 네 힘으로 시련을 통과하진 못하겠지만…, 기적이 일어나길 기원해주지….]

스르륵 -

토요는 그 말을 끝으로 완전히 소멸되었다. 나는 토요의 마지막 충고에 급히 목갑에서 화룡신검을 꺼냈다.

우웅!

현재 칠요에 못지않을 정도로 강력해진 화룡신검이었지만 나는 화요와 수요를 쓰는 것만으로도 역량의 한계이자 최대효율이었기에 따로 쓰지 않았다. 이도류만 해도 쓰기 버거운데 삼도류 같은 걸 쓸 수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칼이 많다고 해서 세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나 외의 사람에게 화룡신검을 양도해봤자 주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그 힘을 제대로 쓸 수 없어서 내버려둔 것이다.

하지만 왜 토요는 화룡신검을 꺼내기를 추천한 걸까?

나는 영문을 알 수 없어서 화룡진인에게 말을 걸었다.

“화룡진인! 지금 상황을 알고 있습니까? 지금 우리는 막 육요의 시련을 돌파했습니다.”

[그렇군…, 그랬구나.]

“토요는 일요의 시련에 맞서 화룡신검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혹시 일요의 수호자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그는 어떤 존재입니까?”

[…….]

화룡진인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연자여. 내 힘을 발휘해야하는 게 아니다. 그건 아마… 최소한의 대비일 뿐이다.]

“뭘 알고 계신 겁니까?”

[지금 이 위치에 나온 순간 알 수 있었다. 나의 본래 존재…, 이 공간의 의의…, 그리고 이윽고 벌어지게 될 일, 그 모든 것에 대하여.]

후와악

화룡진인은 화염을 일으키더니 인간의 형태로 현신했다. 그녀는 내게 말했다.

[연자여. 그대들이 일요의 수호자를 이길 가능성은 전무하다. 그래도 덤빌 것이냐?]

“그 외에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좋다…. 그러면 나 또한 백웅 그대를 위해 죽을 때까지 힘을 다하겠노라. 말해두지만 나는 최소한의 즉사만을 막아줄 수 있을 뿐이다.]

쿠구구구

그 때 지평선 너머에서부터 어둠의 파도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천천히 거대한 평야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파도는 금세 토요의 시련장까지 덮쳐왔다.

“피해!”

“중앙으로 가자.”

우리는 급히 중앙의 시련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중앙의 거대한 기둥 근처에 도착하니, 어둠의 파도는 닿는 모든 것을 소멸시키다가 기둥 근처에는 전혀 오지 못했다. 제갈사는 파도와 기둥 사이의 거리를 어림잡다가 말했다.

“파도가 멈춘 건 대략 기둥에서 칠십 여 장 정도로군. 그 사이의 공간이 일요의 수호자와 싸우는 전장이 되겠지. 대존재들의 술법 범위를 생각하면 꽤 좁은데….”

“이제 일요가 내려오는 걸까?”

우리가 주위를 경계하고 있을 때였다. 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토요를 쓰러뜨렸군. 대단한데.”

“진. 네 졸개들은 다 어둠의 파도에 먹혀서 사라졌나보군.”

내가 비아냥거리듯 대꾸하자 진은 여유롭게 웃었다.

“어차피 일요의 시련에 도달했으니 이제 더 쓸모없다. 일요는 처음부터 내 힘으로 잡을 수밖에 없었지.”

“그러셔? 이제 불가침조약이 해지됐으니 덤빌 생각이냐!”

내가 사납게 외치자 진이 손을 내저었다.

“그 반대다. 일요와 싸울 때도 손을 잡자.”

“…….”

“처음에는 너희를 죽일까도 생각했는데…, 그럴 상황이 아닌 것 같군.”

“좋아. 우릴 공격하지 마.”

“아니, 그 정도론 안 되지. 내게 칠요를 한개 내놔라.”

“개소리.”

진은 내가 놈의 제안을 일축하자 말했다.

“지금 이 대지가 분노하고 있는 게 느껴지지 않는가? 초상기인의 육체와 혼돈을 얻은 내게는 방금 전부터 대지 전체의 용맥이 완전히 활성화되어서 울부짖는 게 들리고 있다. 모든 대자연이 하나의 존재를 숭앙하여 환희에 젖어 있다.”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대자연…. 우린 지금부터 그 자체와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 내게도 칠요를 주지 않는다면 승산이 없어.”

놈은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젠 섣불리 여유를 부리지 못할 정도의 상황이 되었다는 의미일지도 몰랐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지평선에서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태양은 천천히 중천까지 오르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이 갑자기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외쳤다.

“빠, 빨리!! 어서 내게 칠요를 다오!”

“뭐?”

“이…이 거대한 힘이 느껴지지 않느냐? 아아아악…!!”

이윽고 진은 풀썩 무릎을 꿇으며 덜덜 떨었다.

“말도 안 돼…. 이 정도일… 줄은…!!”

갑자기 왜 저래?

나는 의아해했지만 상황이 이상했다. 나만 가만히 있을 뿐 태양을 지켜보고 있던 내 동료들 - 망량, 제갈사, 제천대성, 신공표, 신승 모두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은 채 몸을 덜덜 떨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정신에 큰 충격을 받은 듯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했고 마치 상상을 초월한 뭔가를 직면한 듯한 반응이었다.

제천대성이 숨이 넘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백웅…, 놈에게 칠요… 빨리… 줘라. 그래야 우리가 찰나라도… 버틸 것이다.”

“알았습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화요를 진에게 줬다. 그러자 진은 간신히 공포를 딛고 일어서서 버티는 모양이었다. 다만 아직도 힘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는지 다른 자들과 반응은 다르지 않았다.

태양이 곧 중천에 오를 것 같았다.

그리고 태양 근처에 천천히 두 개의 별이 맴도는 게 내 눈에 박혔다.

그 별은 마치 쌍둥이처럼 태양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 쌍성(雙星)을 지켜본 망량은 넋이 나간 듯 중얼거렸다.

“나후(羅睺)와 계도(計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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