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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 칠요를 가진 동료들이 전방으로 뛰쳐나가서 목요를 공격했다. 목요는 녹의의 인간형 미녀와 거대한 나무 두가지의 형상을 갖고 있었는데 어떤 걸 먼저 쳐야할지가 헷갈려 보였다.
하지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같이 인간형상을 공격하는 걸 보면, 하나하나 처리하는게 옳다는 걸 다들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듯 했다.
파앗
칠요가 자신을 공격해 오자 인간형의 화신은 즉시 사라져 버렸고 목요는 거대한 나무만 남았다. 그리고 목요의 정령이 영언으로 사방에 자신의 의지를 퍼뜨렸다.
[도전자들이여, 나를 가혹하다 탓하지 마시길!]
슈아아악
그 순간이었다. 목요의 정령이 사방에 묻어놓았던 나무뿌리가 지진을 일으키며 꿈틀거리며 튀어나왔는데, 마치 수십 리 일대의 대지를 모조리 뒤덮는 듯 했다. 또한 마치 대지의 혈관처럼 흉물스러울 정도로 무시무시한 생명력을 내뿜었다.
약동하는 뿌리 속에서 시꺼먼 물 같은게 튀어나와서 요동쳤다.
"이건 뭐지?"
일행은 다들 목요가 어떤 수를 쓰는지 몰라서 곤혹스러워했다. 그러나 그들 중 신공표는 단번에 목요의 수법을 알아챘는지 아군에게 영언으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목요의 고유술법이다. 놈의 뿌리가 이 일대의 생명력을 먹어치우고 흑수(黑水)의 파도가 닿이는 모든 것의 중력을 일만배로 강화할 것이다! 곧 덮쳐올테니 대비해라.]
"……!!"
아마 어떤 술법이든 시인하자마자 분석할 수 있는 혼돈의 재능으로 알아본 듯 했다. 하지만 나는 후방에서 듣고 있다가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제, 제기랄!! 칠요란 놈들은 가면 갈수록 도를 더하는구나.'
말이 쉽지 너무 끔찍한 술법이었다. 먼저 나무뿌리 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순식간에 목내이처럼 비쩍 마른 송장이 되어버린 후, 뿌리 밑에서 꿈틀거리는 흑수가 파도치면서 닿는 모든 것들을 일만배의 중력으로 끌어당긴다는 뜻이었다.
나는 모험을 하면서 무수한 술법과 파괴를 보아왔지만 이렇게 악독한 술법을 본 일은 얼마 없었다. 진짜 문제는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내가 전방이든 후방이든 위치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목요는 한방에 우리를 전멸시킬 셈으로 전력을 다하는게 분명했다. 그리고 나를 반드시 죽일 의사가 명백해 보였다.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나는 방법이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아서 외쳤다.
"다들 팔진도 안으로 모여!! 그리고 육요공명으로 버텨내자."
"그 수밖에 없지."
타닷
모두들 제갈부가 펼쳐둔 팔진도 내부로 들어온 후 칠요를 공명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목요가 뿌리를 뒤틀며 자신의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자, 바깥세상의 생명력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줄어들었다.
또한 꿈틀거리던 흑수가 활화산처럼 터져 나오더니 마치 바다처럼 사방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르….
흑수의 소용돌이가 팔진도 결계 바깥을 완전히 메웠다. 팔진도는 흑수의 침입을 수월하게 막고 있었으나 결계의 술자인 제갈부는 이마에 혈관이 삐죽삐죽 솟은 채 입가에 피를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주르륵
부담이 막대해 보였다. 하긴 아무리 팔진도가 강력한 술법이라고 해도 목요의 고유술법을 홀로 감당하지는 못한다. 원래라면 팔진도째로 가라앉아야 정상이리라. 나는 곧장 육요공명을 발동시키며 흑수의 바다를 가라 앉히고자 했다.
키이잉 - !!
과연 육요공명이 시작되자 목요의 대술법은 그 위력을 잃고 흑수도 뿌리 밑으로 다시 녹아들어갔다.
'됐어! 이런 식으로 하면 되는군.'
한 번 전멸 위기를 피하자 우리는 다시 결계 바깥으로 나와서 목요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콰과광!!
제천대성의 무수한 분신과 함께 신공표의 사보검이 목요에 내려 꽂혔다. 그러나 목요 또한 월요와 대등한 내구성을 갖고 있는지 좀처럼 큰 상처를 입을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기껏해야 바늘에 찔린 정도의 고통을 느끼는지 목요는 거대한 동체를 꿈틀거리다가 다시 말했다.
[시체를 삼키는 자여, 저들을 공격하십시오.]
저 새끼는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거야?
슈욱
그러자 갑자기 하늘 저편에서 목요의 요청을 듣고 나타나듯 새하얀 독수리처럼 생긴 거대한 뭔가가 소환되었다. 아무래도 저게 [시체를 삼키는 자]인 듯 했다. 놈은 몸 크기가 무려 5장은 되는 듯 했는데 잠시 날개를 펄럭이더니 갑자기 입을 벌려서 우리를 향해 거대한 냉기를 발사했다.
스아아앗!!
"커허억…!!"
그 순간, 순식간에 세상 전체가 얼어 붙는듯 했다. 그저 입에서 냉기를 뿜어냈을 뿐인데 무시무시한 속도로 엄청난 범위가 절대적인 냉기에 휩싸인 것이다! 도저히 무공으로는 피할 수가 없을 정도로 넓은 공격인지라 검마는 미쳐 피해내지 못하고 신음성을 흘렸다.
뿐만 아니라 모든 일행이 냉기 때문에 전신에 살얼음이 돋아난 듯 했다.
"이런!"
검마의 몸뚱이가 눈 깜짝할 사이에 얼어붙자 옆에 있던 진소청이 재빨리 토요의 힘을 발동시켰고, 검마의 몸은 해동되었다. 그러나 검마는 해동되자마자 눈빛이 흐려지더니 고개를 푹하고 숙였다.
냉기가 너무 강력해서 그 짧은 순간에 생명력이 모조리 다 꺼져버린 것이다.
대체 저건 뭐야?!
난데없이 아군을 전멸 시킬 뻔한 냉기를 내뿜은 흰 독수리, [시체를 삼키는 자]는 목요를 지키듯 근처를 맴돌기 시작했다. 저 놈도 최소한 마왕급 존재가 분명했다. 목요는 우리를 내려다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소하는 학살자를 곧 내보내지요. 이 둘은 저의 권속이니, 최후의 시련에 마땅히 어울리는 존재들입니다.]
저런 놈이 또 나온다는 말인가?
나는 기가 막혀서 외쳤다.
"뭐?! 목요의 시련인데 그런 걸 소환하는 건 반칙 아니오?!"
[저는 당초 목요의 인장일 뿐이었으나 세계수와 오랫동안 동화해 있었지요. 그렇기에 종말에 피어날 세계수의 성질과 힘을 수득했으니, 이 또한 저의 생득적 권능. 반칙이 아닙니다.]
"큭…."
목요의 목소리가 조금 차갑게 변했다.
[…그리고 그대들은, 지상에 있던 세계수를 파멸 시킨 자들. 저로서는 조금도 봐줄 생각이 들지 않는군요.]
일났다.
하은천의 패배에 대한 원한에다가 세계수 파멸의 원한까지 중첩되었단 말인가?
시련에 별 감정 없이 임하던 월요와 달리 이 악물고 우리를 죽이려 한다는게 제대로 느꼈다. 그 기세를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닌지 일행 모두가 상당히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자 망량이 말했다.
"이 싸움의 주축이 되어야 하는 건 바로 천우진 사제요. 칠요를 그에게 집중 시켜 주시오."
모두의 이목이 천우진에게 쏠렸다.
천우진은 말없이 서 있다가 망량에게 말했다.
"사형. 이 목요는 틀림없이 칠요의 시련 중 최악의 난이도일 거요."
"그렇겠지. 세계수의 생득적 성질을 얻었다면 보통 칠요보다 강할 수밖에. 자칫했다가는 여기서 우린 전멸이야."
"저놈은 백웅이 아군을 재소환 할 여유를 주지 않을 거요. 실패하면 부활 따윈 없을텐데 그래도 날 믿소?"
"사제는 천재야. 그리고 유일하게 목요의 약점을 찌를 수 있는 존재지."
망량이 감정 없는 목소리를 이었다.
"최선을 다해 보게. 만일 사제가 실패한다면 무리수를 써서라도 이판을 물러볼 테니."
"…무모한 짓은 하지 마시오. 사형."
천우진은 한숨을 푹 쉬더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검마가 죽어서 땅에 떨어진 월요 삼종신기를 주운 후 신공표에게서 목요 해인을 받았다. 원래 그는 금요를 갖고 있었기에 단번에 세 개의 칠요를 얻게 된 셈이었다.
저벅
천우진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월요, 목요, 금요를 허공에 삼재의 형태로 띄우며 무언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이윽고 삼재의 원이 새하얗게 불타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자 망량에게 물었다.
"망량! 천우진이 놈의 약점을 찌를 수 있다는 말은…."
"신단수의 대전투에서 마지막으로 신단수의 핵을 터뜨리고 그 힘을 몸에 뒤집어쓴 건 사제요. 그리고 그 핵의 힘은 지금 목요가 휘두르는 막강한 세계수의 권능에 저항할 수 있게 해주겠지."
그렇구나!
제갈사가 세웠던 계획에서 천우진은 직접 신단수의 핵을 터뜨리는 역할을 했다.
동시에 핵이 폭발하며 터져 나온 힘을 고스란히 흡수했기에 세계수의 권능에 저항하기 쉬워진 것이다. 나는 천우진의 뒷모습을 보며 물었다.
"무리수를 써서 물러본다는 건 무슨 말이오?"
"…당신만이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을 말하는 거요."
나는 이윽고 망량의 전법을 듣자 흠칫 놀랐다. 가능할지도 확실치 않았고 너무 위험했기 때문이다. 망량은 내 우려를 알아챈 듯 나직이 말을이었다.
"사제가 잘 해주길 바라는 수 밖에…."
우우우우 -
천우진이 만들어낸 칠요 삼재의 원은 위압적으로 목요의 전방에 떠올랐다. 목요 또한 위협을 느낀 듯, 주위에 소환 되어 있던 [시체를 삼키는 자]가 다시 한 번 세상에 엄청난 냉기를 내뿜었다.
그때였다.
천우진은 번뜩 눈을 부릅뜨더니 외쳤다.
"급급여율령!!"
이어진 진언과 함께 세상이 온통 새까만 어둠으로 뒤덮였다.
"나 천우진, 이 세상을 꿈과 뒤섞노라!!"
쿠구구구
"……!!"
천우진이 거대화되었다.
그것도 보통 큰 게 아니라, 사도 달기의 크기를 훨씬 뛰어 넘어 있었다. 이 세상 전체를 손바닥으로 뒤덮을 것처럼 거대하다!! 거대해진 천우진을 본 목요가 말했다.
[나를 꿈의 세계에 가둘 생각인가, 신의 제자여.]
[그렇다.]
천우진이 목요를 내려다보았다.
[꿈 속에 녹아버려라.]
보는 이에게 공포를 불러 일으킬 정도로 거대해진 천우진은 이내 손가락 마디만큼도 안되는 크기로 변한 목요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우지직
그는 이내 손바닥을 크게 펼쳐서 목요를 붙잡아서 주물거렸다.
손바닥 안에서 목요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으나, 이내 천우진이 안색을 찡그리며 손을 털었다.
주르륵
천우진의 손바닥에서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조그마한 목요가 점점 거대해지기 시작하더니 천우진의 어깨에 닿을 만큼의 크기가 되었고, [시체를 삼키는 자] 또한 비슷한 크기가 되어버렸다.
'목요의 제압에 실패한 건가?'
그것보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건지 잘 판단이 되지 않았다.
[흐음….]
천우진은 포기하지 않는 듯 다시 한번 양손을 뻗었고, 목요는 다시 조그맣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천우진의 합장에 잡히고 말았다. 천우진은 양손바닥을 비비며 목요를 없애려 하는 듯 했으나 큰 고통을 느끼는 듯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쿠궁!!
다음 순간, 눈앞에 펼쳐지던 형이상학적 대결이 멈추고 천우진이 원래 크기로 되돌아와 있었다. 그의 두 손은 피투성이로 변해 있었고 모든 기력을 다썼는지 저신이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헉…헉…."
천우진은 숨을 몰아쉬며 말조차 하기 힘들어 보였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던 신공표가 자못 놀랍다는 듯 말했다.
"굉장하구나. 해방 된 삼요를 썼다지만, 정말로 칠요의 정령에게까지 현실과 꿈을 뒤섞어서 환술을 걸 수 있다니…. 그러나 경지가 부족해서놈을 꿈의 자아에 가두는 것까지는 하지 못했구나."
"……."
"그러나 애초에 정령에게 환술을 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 그런 식으로는 쓰러뜨리지 못하리라."
그 말에 천우진은 대꾸하지 않고 내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일단 도망치자."
"뭐? 놈도 지금 크게 타격을 입은 것 같은데…."
아닌게 아니라 천우진의 방금 환술로 목요는 기세등등함이 멎었고 [시체를 삼키는 자] 또한 산산조각이 나서 핏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마치 말라비틀어진 고목이 된 것 같았기에 승리한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천우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 꿈에 취해서 잠시 잠들어 있을 뿐…. 조금 지나면 다시 힘을 회복할 거다. 여유는 한 식경 정도일까."
"그럼 삼요가 아니라 사요를 써서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끝장내 버려. 그런다고 네가 승천하진 않을 거 아냐?"
"…내 말을 못 알아들었군. 저 놈은 세계수의 무한한 마력을 품고 있어서 이대로는 놈의 생명력을 끊어 버릴 방법이 없다는 거다. 사요를 써도 잠에 취해있는 시간이 길어질 뿐, 우리는 무슨 수를 써도 목요를 죽일 수 없다. 건드리는 순간 악몽 같은 싸움이 되풀이 될 뿐이다."
"……!!"
"끙, 빌어먹을…."
천우진은 앓는 소리를 하더니 말했다.
"나도 몰라. 판단은 네가 해라."
"음…."
"확실한 건 제천대성과 신공표가 아무리 강해도 안된다는 거다. 세계수는 가장 완벽한 혼돈의 생명이니 혼돈에 귀속된 힘으로는 무슨 수를 써도 저걸 못 죽여…. 칼로 물을 베는 것과 다름 없다."
놈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사라졌다. 그만큼 목요의 힘이 강대하다는 뜻이었다. 나는 목요가 잠들어 있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쳐야 한다는 게 아까웠지만, 천우진은 목요를 없앨 방법 자체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도망쳐봤자 무의미한데….'
지금 우리는 시간이 널널하지 않다. 그렇기는커녕 반시진 이내에 반드시 칠요를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남아 있는 건 파멸뿐이었다. 이 자리에서 모두가 갈려나가는 한이 있어도 목요를 없애지 못하면 안된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혼돈이 속하지 않은 힘이 뭐가 있단 말인가?
술법이든 마법이든 모두 근원은 혼돈일 수 밖에 없거늘!
그때였다.
진소청이 내게 말했다.
"백웅. 내게 수가 있소. 검마를 빨리 되살려 주시오."
"알았소."
파앗
나는 인연의 힘으로 검마를 재소환했다. 그러자 진소청이 재차 주문했다.
"그리고 용중일과 극호, 사공린을 소환해 주시오."
"……? 알았소."
나는 의아해하면서도 진소청의 주문대로 했다.
스으으
그러자 용중일과 사공린은 나타나지 않았고 극호만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환 된 극호는 예전과 꽤 달라진 모습으로, 고려의 의복을 입고 있었다. 또한 애꾸눈이 되어있었고 전신이 상처투성이였다. 그리고 묘하게 강력한 기운을 내뿜는 적색 극(戟)을 등에 메고 있었다.
"……!!"
극호는 소환되자 꽤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주위를 둘러본 후 내게 시선을 향했다.
"백웅, 살아있었군! 여긴 어디냐? 나를 어떤 싸움터에 불러온 거지?"
"여긴 칠요의 시련이야. 이 싸움에서 이기면 인간의 왕이 됨과 동시에 황제 공손헌원을 만날 수 있어."
"……."
내가 극호에게 기억을 전송하자, 그는 오래지 않아 상황을 파악한 듯 했다. 잠시 후 극호가 진소청에게로 시선을 돌린 후 말했다.
"진소청. 뭘 생각하는지 알겠군. 근데 내게 너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거 아니냐?"
진소청이 말했다.
"지금까지 살아 남아 있는 사형이라면 틀림없이 가능할거라 생각했습니다."
"훗…. 내가 지금까지 어떤 우여곡절을 겪었는지 알고는 있냐?"
"말하지 않으면 모릅니다만."
"뭐 그렇겠지, 크큭."
극호는 애꾸눈의 안대를 만지작거렸다. 그는 큭 하고 자조적으로 웃더니 말했다.
"백웅."
"극호, 왜 그래?"
"있잖아…. 우린 친구잖냐."
"그렇지."
"내가 지금 널 도와주는 대신에 친구로서 부탁 하나만 들어줄 테냐? 그것만 약속해 준다면 지금 최선을 다해 널 도와주마."
"응? 뭔데?"
이어진 극호의 말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다음 전생부터는 날 동료로 들이지 말아줘. 내가 그냥 그대로 살아가게 내버려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