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765화 (764/1,615)

765====================

암천향(暗天鄕)

검마가 소환되자 나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다시 불러오기로 마음먹었다.

망량!

제갈사!

스스스

그러자 검마처럼 이미 죽었었던 망량이 이 공간에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그의 옆에는 제갈사도 서 있었다. 그들은 잠시 어리둥절해 있다가 이내 상황을 파악한 듯 했다. 그리고 제갈사가 갑자기 내게 말했다.

“백웅, 잠깐 멈춰라.”

“왜?”

“지금 세 명만 소환한 거지? 그 이상은 하지 않았나.”

“그래.”

제갈사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칠요의 배분도 생각해라. 잠깐 고민 좀 해.”

“아! 그렇군….”

이 공간에서 제대로 싸우기 위한 전제조건은 일단 칠요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강자라고 하더라도 방금 전 월요가 진소청을 봉인하려 했을 때처럼 칠요가 없으면 즉사당하기 십상이다. 즉 권장되는 최대인원은 6명까지라고 볼 수 있었다. 그나마도 칠요를 많이 갖고 있으면 증폭되는 힘의 수준이 있었으므로 숫자가 줄어들 때 이득을 보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소환된 세 사람에게 흑요석을 건네서 현재 상황을 빠르게 알려주었다. 특히 검마의 경우는 지금까지 내가 겪은 걸 알 필요가 있었으므로 기억을 더 많이 담아주었다. 그러자 한참 후 망량이 말했다.

“백웅. 그럼 혹시 여동빈이나 장삼봉을 소환할 수 있겠소?”

“해 보겠소.”

그러나 여동빈과 장삼봉은 전혀 소환되지 않았다. 그러자 망량이 다시 주문했다.

“이청운, 미호, 구천현녀, 미야모토 무사시, 명룡자, 신승, 당산, 제갈유룡도.”

“닥치는 대로 소환하는 건 좀….”

“아니오. 기왕 이렇게 된 거 나는 이 공간의 확실한 법칙을 알고가야 한다고 생각하오. 여러 번 올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알았소.”

묘하게 망량과 제갈사의 의견이 다른 느낌이 든다. 하지만 제갈사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망량의 의견에 따르는 게 옳다는 태도를 취하는 듯 했다. 나는 망량의 지시대로 차례로 소환해 보았다.

우우우우

그러자 제대로 소환된 것은 신승뿐이었다.

“아미타불….”

신승은 갑자기 나타나자 놀란 듯 했으나 망량은 그들을 보고 뭔가 생각하다가 말했다.

“항우, 제천대성.”

우우웅

그러자 이 자리에 제천대성이 나타났다. 제천대성은 주변을 둘러보고 흠칫하며 놀라는 듯 했다. 망량이 내게 말했다.

“백웅 당신도 짐작하고 있겠지만 인과율 소환의 정확한 조건을 알아냈소.”

“어떤 것이오?”

“바로 백웅 당신을 왕으로 인정할 수 있는 존재만이 이 공간에 소환될 수 있는 것이오. 충성을 바친다는 의미보다는 당신이 인간의 왕을 자처하는 경우에 마음속에서 그 사실을 승복할 수 있는 존재, 라고 할 수 있겠지. 그것이 바로 이 공간에서 정의하는 군신(君臣)의 관계라고 생각하오.”

망량이 말을 이었다.

“또한 당신이 전생에서 이미 획득했던 인연이며 아무리 친밀하다고 하더라도 이번 생에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한 존재는 소환할 수 없소.”

“이청운과 미호 말이구려.”

“그렇소. 또한 나름대로 친하며 동료의식을 갖고 있다는 정도로는 소환될 수가 없소. 당신을 ‘제왕’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라고 생각하오. 동료의 정과 충의는 다른 개념이니까.”

“흐음!”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상함을 느꼈다.

“구천현녀는 왜 소환되지 않지?”

“그녀는 백웅 당신을 왕으로 인정한 느낌이었으나… 인과율을 넘어선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일 확률이 크오. 그 외의 이유도 있을 수 있고. 그리고….”

망량은 제갈사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정신을 집중했다.

후웅!

갑자기 제갈사가 빨려들어가듯 사라지더니 망량의 곁에 나타났다.

‘어? 순간이동?’

나는 고개를 갸웃했으나 제갈사가 씁쓸하게 웃었다.

“참 재밌는 소환체계야.”

“그렇습니다, 숙부.”

제갈사가 내게 말했다.

“보다시피 소환할 수 있는 건 백웅 너뿐만이 아니다. 소환된 자가 또다시 소환할 수도 있지. 조건은 아마 같을 거다.”

“아….”

“그리고 이미 소환되어있는 자를 또 소환할 경우 죽었다 살아나는 게 아니라 공간이동이 되는 거겠지.”

나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망량이 제갈사를 소환한 거군.’

그리고 소환이 가능한 이유는 제갈사가 망량에게 왕재(王才)가 있다고 평가했으며, 망량이라면 왕이 되어도 괜찮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또한 죽은 자를 소환하는 게 아니니 공간에서 공간으로 위치만 바뀌었을 뿐이다.

이건 사실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었기에 망량의 순발력에 내심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왠지 이건 전략적으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망량이 말했다.

“소환조건은 상당히 까다롭다고 생각하오. 그토록 많은 모험을 한 백웅 당신이라 하더라도 현재 실질적으로 소환할 수 있는 동료는 별로 없으니…. 다만 소환된 자가 또다시 소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듯하오.”

“그렇구려.”

“또 하나 시험해볼 것은….”

망량이 지그시 제갈사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제갈사가 말했다.

“방금 나를 되돌려보낼 수 있는지를 시험했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먹히지 않는가 보군. 한 번 소환한 자를 되돌려보낼 순 없어. 결국 죽어야 이 공간에서 나갈 수 있단 소리겠지.”

“……!!”

나는 놀라서 망량을 쳐다보았다. 자신의 숙부이자 이 자리에서의 중요전력인 제갈사를 왜 돌려보내려 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나는 이내 망량의 뜻을 알 수 있었다.

‘어차피 역소환도 시험해봐야 해. 하지만 내가 누구를 일부러 돌려보내려 하지 않을 테니 망량이 대신 나서서 시험해본 거구나. 시간을 아껴야하니….’

망량이라고 딱히 악역을 맡고 싶지는 않을 것이리라. 나는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모두 이유가 있고 그게 나를 보좌하는데 집중되어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망량의 말이 이어졌다.

“이제 남은 건 과연 ‘몇 번’이나 소환할 수 있느냐일 것이오. 그러나 진시황이 지금 대군을 소환해서 싸우는 걸 보면 아마 무한정 재소환이 가능할거라 생각하오. 사실 소환횟수제한까지 두면 칠요의 시련을 깨는 건 불가능하니까.”

“흠….”

내가 석연치 않은 표정을 짓자 망량이 나를 다독이듯 말했다.

“백웅, 너무 깊게 생각지 마시오. 당신을 왕으로 인정하여 소환되었다 함은 그 반복적인 죽음을 감수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게 전제가 되기 때문이오.”

망량은 마치 내 마음을 읽듯 한 번에 요점을 파악해 주었다.

그렇다.

소환을 거듭하며 싸우면 분명히 칠요공략의 난이도가 크게 낮아지겠지만, 그건 결과론적인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공략이 끝날 때까지 최소 10번도 넘게 죽는 사람이 허다할 것이고, 그건 틀림없이 큰 고통이리라. 전사로서 단련된 자는 그걸 쉽게 버틸지도 모르지만 정신력이 고갈되어서 미쳐버릴 가능성도 존재했다. 다만 망량은 그걸 감수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소환될 것이라고 나를 위로해 준 것이다.

그 때 제갈사가 말했다.

“…또한, 진시황이 지금 이 체계 덕분에 얻고 있는 엄청난 이득을 생각하면, 앞으로 백웅 네 전생의 전략도 크게 바꿔볼 필요가 생긴 거지.”

“응?”

“지금 논할 얘기는 아니겠지.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칠요의 시련을 어떻게 해야 통과할 수 있는가…겠군.”

제갈사가 힐끔 제천대성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자, 다들 갖고 있는 칠요를 제천대성한테 주자고. 일단 힘을 몰아주기부터 해 보자.”

그런 전략인가?!

제갈사의 말에 우리는 육요를 모두 제천대성에게 주었다. 신공표는 껄끄러운 안색이었지만 그녀 또한 칠요의 난이도를 실감해서인지 별말 없는 기색이었다.

우우웅

그러나 육요를 얻은 제천대성은 갑자기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외쳤다.

“어어엇…! 이…이건 대단하닷…!”

그는 재빨리 육요를 내던졌고 이내 발광현상이 멈췄다.

진땀을 뺀 제천대성이 말했다.

“신이 될 뻔 했군. 여기서 추방될 뻔 했다.”

“…네?”

“인과율을 넘어서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어….”

내가 무슨 말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하자 망량이 말했다.

“이 방법은 안 되는 것 같구려. 제천대성이 칠요 중 여섯 개를 얻어서 쓴다면 물론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전략 중 가장 강력하겠으나, 동시에 그의 힘이 한계를 돌파해서 ‘인과율’에 제재 받는 수준이 되어버린다는 뜻이오.”

“아!”

그는 힐끔 신공표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신공표님이 써도 마찬가지. 즉 강자에게 칠요를 몰아주게 되면 그가 신이 되어서 승천해버리고, 아군만 잃게 되는 결과가 나온다는 거요. 그리고 진시황의 언급에 따르면 인과율을 넘어서는 신적 존재는 이 시련에 도전할 수 없으니 재소환 또한 불가능해지게 되는 거고.”

“흠….”

“신이 아닌 필멸자의 힘으로 조합을 맞춰서 쓰러뜨리라는 게 이 시련의 진짜 목적인 것 같소. 이래서야 어려울 수밖에 없지….”

정말 그런가?

나는 망량의 분석이 합리적이란 걸 이해했지만 뭔가 그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칠요가 없어서 손쉽게 죽을 동료들을 아무리 소환한다 해도 저 칠요의 정령만한 강적에게는 그다지 의미가 없어…. 호랑이 앞에서 고양이가 아무리 뭉쳐봤자지…. 하지만….’

월요의 정령은 이 인연소환능력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공략이라고 말했고 진시황 또한 그랬다. 단순히 아군의 머릿수를 늘리고 전멸확률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들이 강조했으리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 때 신승이 불호를 외우며 말했다.

“아미타불… 상황은 잘 이해가 가지 않으나, 예전에 시주께 진 빚을 갚도록 하겠소.”

“잘 부탁합니다.”

더 이상은 시험해볼만한 게 없다. 이제 문제는 칠요를 어떻게 배분하느냐였는데 제갈사가 말했다.

“백웅. 너는 칠요를 내놓고 일단 뒤에서 관전해라. 그리고 제천대성이 2개, 신공표, 진소청, 천우진, 검마가 1개씩 갖고 싸우는 편이 좋겠다.”

“뭐? 구경만 하라고?”

“원래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이 공간에서 왕으로 인정받아 아군이 죽으면 되살릴 수 있는 건 아마 백웅 너뿐이다. 회복과 부활을 담당하는 자가 전면에 나섰다가 재수 없게 죽으면 공략은 끝장이야. 너를 왕으로 추앙하는 자는 있어도 네가 왕으로 추앙하는 자는 없지 않느냐?”

“…….”

“장기와 똑같아. 왕은 원래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게 말한 제갈사가 전방을 응시하며 말했다.

“나와 현이가 널 보호하며 책략을 보조하며 두뇌역할을 한다. 하는 김에 제갈부도 꺼내서 팔진도를 쳐놓으면 되겠군. 이걸로 진형은 얼추 갖춰졌어.”

스으으

제갈사의 빠른 지시 덕에 작전이 짜였고, 나는 준비가 되자 다시 전투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월요! 다시 가겠다.”

[오너라, 왕의 자리에 도전하는 자들이여!]

쿠구궁

다시 전방에서 싸움이 시작되었다. 거울과 방울이 합쳐진 월요는 절대방어처럼 보이는 새하얀 거울을 소환해서 칠요소유자들의 합공을 격렬하게 받아내기 시작했다. 제천대성이 칠요 두 개를 들고 날뛰기 시작하니, 아까 내가 싸울 때보다 훨씬 이쪽이 우위에 서 있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가능성이 보인다.

나는 문득 무력감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난 언제 제천대성처럼 강해질까…?”

“글쎄. 천 년 이내에는 무리가 아닐까?”

“…….”

“2천 년을 수행해도 불가능할지도. 여동빈조차 아직 제천대성을 못 따라잡았잖아.”

대수롭지 않게 대꾸한 제갈사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왕이 꼭 최고의 전사가 될 필요는 없다.”

“응?”

“네가 아무리 강해지고 똑똑해진다 해도 누군가에 비하면 부족할 수밖에 없지. 네가 경전공부와 지식수행을 1천 년 간 한다고 해도 현이보다 똑똑해질 순 없다. 단순 지식량은 압도할지 몰라도 지능와 재기는 선천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긴 해.”

그건 망량과 진소청, 천우진 등을 보며 언제나 느끼는 것이었다.

내가 전생을 하며 계속 성장한다 해도 그들의 빛나는 재능의 선천적인 힘을 따라잡는 건 결국 불가능한 것이다. 시작부터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실력을 키울 순 있어도 재능 그 자체를 키울 수는 없다.

“그건 백웅 네가 설령 빡대가리가 아니라 상당한 천재였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왕은 최고가 되어야하는 게 아니라 최고의 자리에 오른 존재들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부리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게 바로 군왕의 존재가치.”

“음….”

“지금은 무력감이나 느낄 때가 아니야. 이렇게 된 이상 시간을 낭비 없이 활용해야겠지.”

그렇게 말한 제갈사가 신승을 쳐다보며 말했다.

“신승. 진천휘에 대해서 아는 대로 다 털어놔. 독문무공절기랑 심법, 소림사비전도 내놓고. 어차피 당신은 지금 아무런 도움이 안 되니까.”

신승 명호대사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알겠소. 그대들의 흑요석 덕분에 무엇이 중요한지 노납이 알게 된 터…. 인간의 왕을 정하는 자리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영광으로 생각하오.”

신승은 소림사 최고의 신공인 금강대정신공(金鋼大正神功)과 주 구결을 모두 불러주었고 소림사에 전해지는 강력한 무공절기의 명단을 모두 알려주었다. 또한 백팔나한진을 쉽게 깨부술 수 있는 방법과 모든 진법의 약점도 일러준 것이다. 물론 나는 한번 듣고 모두 알 수 없었지만 옆에 있는 망량과 제갈사는 한번 듣자마자 다 이해하고 외운 듯 했다.

지식을 전승한 신승 명호대사가 말했다.

“한 가지 말해둘 건, 금강대정신공은 속세에 소림사 최고의 무공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렇지 않소. 진정한 무림 최고의 신공은 바로 역근세수경(易筋洗隨經)이오.”

망량의 눈이 빛났다.

“소림사 초조 달마가 지었다는 전설의 건신기공을 말하는 겁니까? 그건 전설인 줄 알았는데 실존했습니까?”

“그렇소. 다만 현재는 실전되었으며 수백 년 전 어떤 강력한 마두(魔頭)가 역근세수경을 도적질하여 훔쳐갔소…. 그 마두의 역량은 절대지경의 고수로 추측되어서 누구도 막지 못했소. 수치스러운 일이라 소림사 내에서 함구했을 뿐…. 그 역근세수경을 익힌 자는 산을 머리에 이고 옮길 수 있는 거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전설이 있소. 만일 전생한다면 역근세수경을 찾아주시오….”

제갈사가 전방의 전투를 보다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제기랄! 지금 역근세수경이 어떻고 저떻고가 중요한가? 역근세수경을 대성한 전설의 고수가 와도 눈앞의 싸움에 별로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이제 됐으니까 진천휘에 대해서나 털어놔 봐.”

“알겠소.”

신승 명호대사가 말했다.

“진천휘는….”

쿠구구궁!!

그 때였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제천대성이 거대한 원숭이로 변신해서 발차기를 날리고 있었고 신공표는 사보검을 죽어라 날리고 있었다. 또한 진소청이 아까 내가 했던 것처럼 어느 새 화요와 수요를 넘겨받아서 월요의 방어를 뚫고 있었다. 월요는 3개의 분신으로 나눠진 후 일정시간 내에 없애지 못하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데 이미 그 과정을 한번 거치고 또다시 공략에 들어간 것이다.

특히 검마가 합세하자 아까에 비해서 굉장히 매끄럽게 합이 나눠지는 게 눈에 보였다. 원래 진소청이 방어와 보조를 겸하고 있었기에 그의 약점이 많이 노출되어 있었지만, 검마가 그를 도우면서 월요의 기오막측한 광선을 의념절기로 중화시켜버리고 있었다.

‘검마의 실력은 현재 진소청과 큰 차이가 없군…!!’

저 두 사람이야말로 현 지상최강의 무인이 분명하다. 검마를 소환한 것만으로도 칠요공략에 큰 보탬이 된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마침내 다섯이 합공한 결과가 나왔는지 월요가 비명을 질렀다.

[우오오오…. 왕에 도전하는 자들이여…. 그 힘을 나, 월요의 정령이 인정하노라…!!]

파쉬쉭

거품이 꺼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월요의 형상이 완전히 사라졌다.

지이잉 -

그리고 월요가 사라지자마자 지금까지 우리가 갖고 휘두르던 삼종신기 월요에서 무지갯빛이 흐르기 시작했다. 칠광(七光)이 월요에 현란하게 맴도는 걸 보던 제천대성이 이마의 땀을 훔치며 말했다.

“진짜 고생했구만. 뭐가 이렇게 세?”

“다들 괜찮소?”

“…하, 별로 괜찮지 않아. 지랄 맞다고.”

“음….”

“이런 정령이 지상에 있었다면 세상은 진즉에 멸망했겠지.”

장난스러운 푸념이 아니었으며 진짜로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제천대성은 진심으로 칠요의 난이도에 질린 기색이었다. 투선으로서 수만 번이나 전투를 해 왔던 제천대성으로서도 몇 번 마주친 적 없을 정도의 강적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망량이 지평선을 보며 말했다.

“…아까 전에 목요의 시련이 개방되었소.”

“…….”

좌중에 침묵이 흘렀다.

그 말대로 황토색의 빛이 바로 맞은편에 나타나 있었다. 수요의 시련이 개방된 지 벌써 반시진이 흘러버려서 4번째 시련인 목요의 시련이 개방된 것이다. 즉 우리는 월요를 통과하는 데만 반 시진을 훨씬 넘게 써 버렸다는 소리가 되었다.

정말 시간이 부족하다.

‘화요의 불빛은 꺼져 있다. 진시황이 해결했겠지만….’

수요는 해결된 기색이 없다. 진시황이 시련을 통과하는 속도로 볼 때 육요를 다 처치하는 건 아슬아슬할 가능성이 높았다. 더욱이 월요보다 더 강력하고 까다로운 칠요가 등장해서 우리가 전멸할 가능성까지 생각하면 암담하기 그지없었다. 옆에 있던 천우진이 말했다.

“진시황은 바로 수요부터 도전하고 있는 듯하다.”

“그럼 우리는 목요로 가야겠군.”

“그래. 시간이 촉박하다.”

천우진이 단정적으로 말했다.

“우리가 목요를 반 시진 이내에 처치하지 못하면 시련은 실패할 것이다.”

우리는 서둘러서 반대편에 있는 목요의 시련으로 향했다. 그러자 그 곳에는 마치 거대한 세계수가 하늘 끝까지 뻗어있는 듯 했고, 나무의 바로 앞에는 성스러운 기운을 흘리는 녹색 옷의 아름다운 여성이 서 있었다.

녹의의 여성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백웅이여. 이 자리에 하은천은 오지 않았습니까?]

나는 그 물음에 이상함을 느끼고 대꾸했다.

“무슨 말이오? 당신은 설마….”

목요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오랫동안 하은천의 소유가 되어서 그를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지닌 비밀, 엄청난 비사(秘事)를 알게 되었지요. 또한 단(檀)의 일족과 삼사의 일 또한 알게 되면서, 저 목요의 정령은 그야말로 인간의 왕에 어울린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절대적인 파멸을 직시하면서 모든 능력을 다해 미래를 준비했던 영웅이었으니.]

“…….”

[그러나 그는 결국 과거의 업을 이겨내지 못하고 패배했군요…. 그 정도의 영웅을 패퇴시킨 백웅, 당신이 어떤 인물인지 흥미로워졌습니다.]

“하은천의 비밀을 알고 있다면 제게 알려 주십시오. 그는 어떤 비밀을 갖고 있습니까?”

내 질문에 목요가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왕으로써 하은천을 이 자리에 소환했다면 말했을 터…. 그러나 당신은 그의 인정을 받지 못한 채 여기까지 왔군요. 그렇다면 저 또한 그 비밀을 지켜야 하는 의리가 있습니다.]

“억지입니다! 이제 와서 그의 유지(遺志)가 무슨 의미란 말입니까?! 이 자리에서 인간의 왕이 정해지고 칠요가 모두 해방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릅니까? 말해주십시오!”

내가 소리를 버럭 지르자 목요가 말했다.

[그거야말로 정령인 저와 상관없는 일…. 우리는 영수왕 응룡과 이 별의 주인에 속한 권속일 뿐이며 인류 따위 멸망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저 스스로가 하은천에 개인적인 존경과 호의를 갖고 있죠.]

“…말해봤자 소용없겠군요.”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궁금한 걸 하나 더 물었다.

“일요의 수호자는 얼마나 강한 겁니까? 그 정체를 혹시 알고 있습니까?”

[그 분은 우리의 주인이십니다.]

“설마 황제가 나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이 별의 주인이 직접 나오십니다.]

별의 주인?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으나 목요는 더 이상 알려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그저 기이한 미소를 띄며 이상할 정도로 내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검마가 내게 주의를 주었다.

“백웅. 조심하게.”

“이 자리에서 조심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 의미가 아닐세. 방금 전과는 달라. 월요는 그저 시련을 치를 뿐이었네만.”

백발을 흩날리던 검마는 깊은 현기가 담긴 눈으로 목요의 정령을 노려보았다.

“저 존재는 자네에게 개인적인 악의를 품고 있다는 게 태허(太虛)를 통해 전해진다네.”

“…….”

이어진 말에 나는 전신이 차갑게 얼어붙는 걸 느꼈다.

“자네가 싸움터 전면에 나오지 않아도 목요는 적극적으로 자네를 살해하려 들 것이네. 부디 몸조심하게. 왕인 백웅 자네가 죽으면 끝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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