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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761화 (760/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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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얼마 지나지 않아 낙양에 도착하자 나는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모두 복구되어 있다?’

말 그대로 신들의 전쟁이 일어난 땅이었기에 진소청이 대피시킨 인간들을 제외하고는 다 죽었을 줄 알았다. 건물이고 뭐고 완전히 폐허가 되어있었기에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제갈유룡을 만나러 갔다 오니 신기하게도 낙양은 언제 부서졌냐는 듯 원래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건물들이 모조리 원래대로 세워져 있었다.

“어떻게 이런….”

서문혜가 당혹한 듯 주위를 둘러보자 진소청이 말했다.

“인기척은 없군.”

“아마 스승님께서 하신 일이다.”

천우진은 근처에 있던 돌 벽 건물을 손으로 쓸며 말을 이었다.

“무생물의 시간을 되돌리셨겠지.”

나는 의아해서 천우진에게 물었다.

“인간이나 생물체는 왜 되살리지 않은 거지?”

“그건 잘 모르겠군. 다만 내 생각에는, 어차피 우리가 진과 싸우게 되면 그들을 되살려봤자 두 번 죽을 뿐일 테니 놔둔 게 아닐까 싶군.”

“…그러면 건물만 다시 만들어낸 이유가 설명이 안 되는데.”

“스승님께서는 위대한 존재시다. 사실 우리의 지혜로는 그분의 뜻을 추측할 수 없는 게 정상이야.”

그 때 제갈사가 끼어들었다.

“그건 너무 무책임한 얘기지. 아무리 신이라 해도 목적이 있으니까 수단을 취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고, 그게 바로 인과율 아닌가?”

“흥….”

“나는 한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겠는데.”

나는 제갈사를 쳐다보았다.

“제갈사. 뭔가 짚이는 게 있어?”

“낙양이 천년고도(千年古都)라는 점이 신경 쓰이는군.”

“고도…?”

제갈사가 말했다.

“예전에도 했던 얘기다만, 낙양에 약점이 있는데도 누구도 낙양을 버리지 못했던 이유가 뭐였을까?”

“흠… 그건 예전에 대결계 때문이라고 했었잖아. 다른 누구도 아니고 바로 네가.”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제갈사의 말은 지금 처음으로 제기된 의문이 아니다. 이미 천하오대의원이었던 의성 상관혁이 내게 그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다.

[…백웅. 이 낙양이란 도시는… 이상한 도시요. 왜인 줄 아시오…?]

[본디 이 도시는 거대한 중화제국의 수도로는 어울리지 않소. 왜냐하면 이곳은 외적에 포위당했을 경우 수성(守城)이 힘들고, 남쪽 지형에 큰 약점이 있으며, 교통이 편리한 이상으로 방어해야할 곳이 많소. 그래서 춘추전국시대 이후로 많은 왕후장상들이 낙양을 도읍으로 정했으나 그 문제점을 크게 깨닫고 대책을 고심했소. 뿐만 아니라 북부 야만족들의 왕조가 세워졌을 때는 지리적 요건 때문에 연경(燕京)으로 옮기는 대책이 진지하게 논의되었지. 그게 바로 영락제(永樂帝)가 강력하게 밀어붙인 수도 이전책이오.]

[허나 영락제는 연왕으로서의 기반이 연경에 있었는데도 도읍을 옮기지 않았소.]

[아니… 아니지. 그 이전의 문제인가. 명제국을 건국한 주원장조차도 낙양에서 도읍을 옮기지 않은 거요. 말 그대로 비효율을 감수하고 명제국의 황제들은 낙양에 도읍을 유지했소. 그 실리적인 주원장이, 원제국의 침략을 받은 뼈아픈 경험이 있는데도 수성에 불리한 낙양을 유지한 거요. 원래라면 남경(南京) 정도가 적절했을 터인데.]

[주원장도, 영락제도 수도를 낙양에서 옮기려 했지. 하지만 그들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단 말이오. 천하를 제패한 절대적인 패권군주들이 포기해야만 했던 이유가… 이 낙양에 있소.]

그리고 그때 상관혁이 제기했던 의문은 당시의 제갈사가 하나의 대답을 제시한 적이 있다.

대결계.

바로 우공시대의 신화급 결계이자 아마 망량선사가 유지보수를 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결계 때문에 패권군주들이 낙양을 버릴 수가 없었다는 가설이다. 나는 그 이후로 제갈사가 내놓은 답이 맞을 거라고 생각하며 낙양의 입지에 대해서는 그 이상의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자 제갈사가 말했다.

“그 당시에는 그저 머릿속에 생각나는대로 추론했던 것 뿐이지. 하지만 지금은 그 이상의 답을 내놓을 수 있다.”

“다른 이유가 있단 말이냐?”

“이상하지 않냐? 제아무리 천하를 지배한 패권군주나 황제라 하더라도 그들 모두가 어둠과 이면의 세계를 깨달을 순 없다. 하물며 망량선사의 대결계가 아무리 대단해도 속세에 살아가는 자들에게는 모든 통치원리를 뒤엎을 정도의 규칙이 될 순 없어.”

“그렇긴 하지.”

“내 생각에는, 이 낙양이라는 도시 자체에 거대한 힘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세속의 통치자들이 아주 이해하기 쉬운 형태겠지….”

“…힘이라고? 그런 게 있었다면.”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자 제갈사가 말했다.

“제갈유룡이 이용해먹지 않을 리가 없겠지. 하지만, 그것 또한 모순되지 않아. 제갈유룡은 이용할 필요조차 없었던 거니까. 가만히 낙양에서 계획을 꾸미는 것만으로도 그는 혜택을 받고 있었던거다.”

“어떤 힘인지 알고 있는 거냐?”

제갈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운(運)!”

“…….”

“쉽게 말해서, 낙양을 통치수도로 삼지 않고 다른 곳으로 옮긴 놈들은 예외 없이 망했어. 그리고 낙양을 근간으로 삼은 놈들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계속 왕조를 유지할 수 있었고 말년도 그럴듯했지.”

“무, 무슨 소리야?”

“못 알아듣겠냐? 낙양을 버린 놈들은 불운해지고 낙양을 지키고 부흥시키는 놈은 행복해져. 운이라 이거야. 이것보다 알기쉬운 힘은 없겠지?”

“겨…겨우 그거 때문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입을 벌렸다.

설마 주원장, 영락제 등등 천하를 지배한 인간계 황제들이 낙양을 버리지 못한 이유가 고작해야 운빨 때문이란 말인 건가?! 말 그대로 미신이고, 학자들이 들으면 웃어 제낄 정도로 황당한 이야기다!

하지만 제갈사의 말에 천우진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겠군. 확실히….”

“진짜냐?!”

“그래. 이 건물들을 자세히 보니 운기(運氣)가 용맥을 타고 흐르고 있다. 평소에는 인간들의 혼탁한 기 때문에 뒤섞여서 전혀 눈치를 못 챘는데 막 세운 도시라서 잘 느껴지는군. 낙양은 거대한 운의 흐름 속에 잠겨 있는 거다.”

“……!!”

제갈사가 히죽 웃었다.

“그렇다고. 내 머릿속의 역사자료를 뒤져보니까 그런 결론이 나와. 통치자들은 아마 복마전의 회유를 받거나, 혹은 제사장과 접촉하면서 낙양을 버리면 운수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거다. 영락제도 아마 그래서 연경으로 옮기려다가 포기했던 게 분명하다.”

“으음…!!”

나는 머리를 굴리다가 말했다.

“그 말대로라면 낙양의 건물들 자체가 운을 불러일으키는 결계라는 뜻이냐?”

“아마 그럴 거다.”

“하지만 낙양은 삼국시대에 동탁이 화재를 일으킨 적도 있고 여러차례 폐허가 된 적이 많아. 그렇게 치면 여러차례 운기가 끊겼어야 할텐데.”

“그래봤자 인간이 일으키는 파괴일 뿐이지. 수십만 대군을 동원한다 해도 이렇게 큰 도시는 웬만해서는 송두리째 폐허로 만들 수 없다. 그리고 인간이 일으킨 파괴는 얼마든지 인간이 수복할 수가 있어. 불탄 자리라고 집을 못 지을 이유는 딱히 없지.”

그렇게 대꾸한 제갈사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낙양 자체를 운의 발생지로 만든 건 아마 망량선사일 거다. 그가 불어넣은 파천의 가호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겨난 결계가 분명해. 인간의 문명과 건물이 오랜 세월 뒤섞이면서 갈수록 역사를 쌓으며 강해져갔겠지.”

그는 근처의 건물 기둥을 만지며 중얼거렸다.

“다시 말하자면 낙양은 그 자체가 개념적 생명체이며 살아있는 결계다.”

“잠깐! 그건… 망량선사가 수천 년 중화수도를 낙양으로 정했다는 소리랑 같은 거잖아.”

“안될 게 있나? 망량선사가 당장 세계를 멸망시켜도 이상하지 않은데.”

“…하지만 왜? 망량선사는 왜 낙양을 계속 수도로 만들어야 했지?”

“그 답은 망량선사를 직접 만나야 들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인간에게 해가 되는 이유는 아닐 거다.”

놀라운 일이다.

설마 낙양 자체가 운을 발생시키는 거대한 동력이나 다름없었다니!

그리고 나는 제갈사의 설명에서 하나의 축복을 떠올릴 수 있었다.

‘파천(破天)의 가호!’

워낙 오묘한 설명이라서 도대체 어떤 효과인지는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 여하튼 파천의 가호가 역사마저도 바꿔버릴 수 있다는 걸 지금 두 눈으로 확인한 셈이다. 내가 놀라고 있을 때 신공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차피 망량선사같은 대신격이 만든 결계면 이쪽에서 힘을 흡수하거나 이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시간낭비는 그만하고 전이문이라는 것부터 살펴보는 게 어떠냐?”

“전이문은 왜?”

“이용할 수 있다면 지금부터 편해질 게 아니냐.”

그건 그렇다.

우리는 사람이 없는 낙양 거리를 걸어서 머지않아 옛 황궁에 도착했다. 역시 드넓은 부지와 건물은 남아있었으나 인간이 없어서 을씨년스러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술사들이 마력을 탐지해서 더욱 안쪽으로 들어가자 황궁의 심처 여기저기에 거대한 철문이 놓여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게 전이문….”

굉장했다. 아마 마력으로 만들어내었을 거대한 공간에 삼장 높이의 철문이 무려 수백 개나 있었고 원형으로 늘어서 있었다. 원한다면 세상 어디든 간에 단숨에 이동할 수 있는 문짝이 눈앞에 있는 것이다.

나는 전이문을 통해서 여기저기를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해봤다. 확실히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전혀 가본 적 없던 세계의 모처에 도착해 있었고 되돌아오는 것도 매우 쉬웠다. 더 대단한 점은 그저 문을 열고 닫으면 될 뿐 특수한 주문 같은 게 필요 없다는 점이었다.

나는 의아해서 중얼거렸다.

“왜 황궁세력은 처음부터 전이문을 되살리지 않은 거지? 전 세계 정복도 쉬울 텐데.”

창힐도 그렇고 황궁 측에서는 계획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때에나 전이문을 가동시키곤 했다. 초반에는 절대 전이문이 나오는 일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의문을 표하자 제갈사가 말했다.

“이 전이문들은 대량공물을 바친 덕에 안정화되어있는 거다. 원래는 대량 인신공양이 있어야 깨어나는 종류의 마도구야.”

“뭐라고!”

“마도로 만들어진 유물은 예외 없이 인간의 피와 살, 영혼과 고통을 갈구하지. 하물며 마도에 빠져있던 창힐이 은나라시대에 만든 유물이라면 인신공양이 필요할 건 뻔해.”

“…….”

“제갈유룡에게는 초상기인을 만드는 게 우선이었지. 초상기인을 만들기도 빠듯한데 전이문에 귀한 제물을 인신공양으로 낭비할 여유가 없었을 거야.”

“그렇겠군….”

“아무튼 전이문은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겠군. 그리고 슬슬 결계를 만들어서 습격에 대비하자.”

제갈사는 전이문을 조사함과 동시에 수신류에서 받은 서책을 연구하기로 했다. 그리고 진소청, 당산 등은 검마가 [작은 굴레]를 초월했던 경험을 공유하며 무예를 다듬기 시작했으며 제천대성은 진이 습격해올 경우를 대비해서 호위를 했다. 또한 신공표는 천우진과 함께 강력한 결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난 뭘 하지?”

정작 내가 할 일이 없어서 우두커니 서 있자 제갈사가 핀잔을 줬다.

“너도 수신류의 장서나 읽어라. 아무리 그래도 네녀석이 직접 지식을 받아들이는 게 제일 효율이 좋잖냐.”

“알았어.”

나는 별 수 없이 간만에 독서를 하기로 했다. 어둡고 깊은 공간에 다 같이 앉아서 뭔가를 하고 있는 모습은 생경하기도 했다. 불빛을 밝혀서 책을 보는 게 힘들지는 않았으나 어딘지 쓸쓸한 기분도 들었다.

사락 사락

나는 아무 책이나 집어서 읽던 중 이게 수신류의 기초 무예서라는 걸 알아차렸다. 말 그대로 수신류의 입공과 행공, 그리고 운기법과 점혈법이 수록되어 있었다. 알아서 나쁠 건 없었기에 나는 정신없이 읽고 있다가 문득 또 다른 책을 집어서 읽었다.

‘이건 수신류 권법서인가….’

읽어보니 수신류의 권법은 물처럼 고요하고 냉정하게 상대를 파악해서 일격에 쓰러뜨리는 걸 추구하고 있었다. 나는 권법의 초식과 절초 등을 살펴보다가 문득 생경한 기분이 들었다.

‘독고준이나 교주의 움직임이 파생 되었다기엔 믿기지 않아.’

말 그대로 박대정심하며 음유(陰柔)한 성격이 있는 명문정파의 무공이라는 느낌이다. 독고준이나 교주가 어마어마한 절초를 쏟아부을 때의 그 막강한 파괴의 기운같은건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들은 수신류의 무공을 연마하다가 무술의 성질 자체가 변해버린 모양이었다.

‘아니지. 설마 천령단 때문인가?’

수신류의 무공은 강대한 힘을 쏟아붓는 종류의 운용법이 절대 아니다. 도리어 힘을 억제하고 다듬어서 적의 약점을 노리는 정교한 무공이었다. 하지만 천령단의 무한의 내공을 최대효율로 쓰고자 한다면 수신류의 무공성격이 맞지 않는 것이다. 그게 독이 되었을지 아니었을지는 지금 나로서는 판단할 수 없었다.

그 때였다.

스아아앗 -

갑자기 시간이 멈췄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바로 품에 있던 칠요를 모두 꺼내들었다.

‘제길!’

진이 분명하다.

대비하기도 전에 습격하는 거냐?

‘움직일 수 있다!’

다행히 칠요를 장비하고 있으면 내 잠재력이 높아져서 진의 시간정지에 저항할 수 있다는 가정이 맞는 듯 했다. 칠요를 다섯 개씩이나 끼고 있으면 당연한 일인 것이다. 나는 오요의 힘을 끌어올리자마자 마치 천령단이라도 얻은 듯한 가공할만한 힘이 내면에 넘실거리는 걸 느꼈다.

나는 빠르게 주변을 느꼈다. 그리고 아직 당해버린 동료는 없으며, 이 시간정지에 제대로 저항하고 있는 게 신공표, 천우진, 제천대성 셋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머지는 완전히 굳어서 멈춰버린 듯 했다.

그러나 그나마도 신공표와 천우진은 불쾌감이 가득한 얼굴로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고 제천대성은 화안금정을 화륵거리며 불태우고 있었다. 그리고 제천대성만이 제대로 움직여서 내 쪽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저 둘은 술법으로 몸을 보호해서 의식이 있으나 움직일 수는 없다. 가까이 오면 반격만이 가능한 상태다. 진에게 쉽게 당하진 않을 거다.”

“알겠습니다. 대성께서는 어떻게….”

“나 또한 혼돈의 힘을 꽤 갖고 있으니까. 그래도 체력이 꽤 떨어진 기분이구만.”

입맛을 다시던 제천대성이 말했다.

“아무래도 우리를 부르는 모양인데.”

그랬다. 형용할 수 없는 혼돈의 파장이 계속 넘실거리며 이쪽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일단 넘기기는 했으나 보통 인간은 이 파장을 맞자마자 거대한 정신혼란을 일으키거나 자아가 분열되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혼돈의 파장은 계속해서 어떤 장소로 우리더러 찾아오라고 유혹하고 있었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 갑니다. 저 놈도 시간정지를 무한대로 쓸 수는 없겠죠.”

“그러냐… 난 갈 건데.”

“네?! 함정입니다.”

“왜 하필 우리가 대비를 할만큼 했을 때 찾아왔는지 이상하지 않냐? 하필이면 황궁 심처까지 와서야.”

“…….”

“내 감이지만 놈은 언제든 우리를 습격할 수 있었어. 그리고 언제 습격하든 제대로 저항할 수 있는 건 너와 나, 둘 뿐이지. 상황은 언제나 같았어. 그렇다면 왜 황궁에 올때까지 기다렸겠냐.”

“잘 모르겠습니다.”

제천대성은 우울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이건 협박이다. 언제든 자기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기도 하고.”

“흠….”

“정정당당한 싸움을 해주는 건 여기까지란 얘기지. 우리가 찾아가지 않는다면 놈은 약한 자부터 한 놈 한 놈 죽일 거다. 그런 얘기가 분명해.”

“네? 놈이 그렇게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고 너무 앞서나간 건….”

“으이구. 내가 요괴왕 시절부터 목숨 걸고 싸워온 게 수만 번이나 되는데 내 전투의 감이 틀릴 거 같냐? 저 놈의 의도 정도는 바로 읽어야지.”

그는 씁쓸하게 웃더니 말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넌 여기 남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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