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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삼황오제 신농이 부활하자 제갈유룡은 희미한 미소를 띄웠다.
" 그 반응을 보니... 지금 부활한 건 염제 신농이겠군, 그렇잖은가."
어떻게 알았냐는 반문은 할 필요 없다. 내가 현재까지의 제반상황을 제갈유룡에게 이야기해줬기에, 그의 두뇌라면 상황예측을 못하는 게 이상하리라. 제갈사가 말했다.
" 형님. 거인족이나 치우에 대해서 아는 게 있나?"
" 너희가 내게 할 수 있는 질문은 끝났다. 하지만 굳이 대답해주자면, 나에게 있어서도 미지의 영역이라고 해 두지..."
역시 그런가.
역사라는 게 제대로 존재하기도 전의 상고시대에 신과 거인족의 전쟁은 끝났고 염제 신농이 남부대륙에 유폐된 것도 수천년 전의 일이었다. 아무리 제갈유룡이라도 그것까지 알 수는 없으리라. 하물며 자신의 목적과 직결되는 게 아니라면 모를 수밖에 없는 신비(神秘)였다.
제갈사가 힐끔 나를 보더니 말했다.
" 백웅. 가자."
" 어디로?"
" 헌원검(軒轅劍)이 있는 곳으로 말이지..."
응?
무슨 소리 하는 거지?
헌원검의 행적은 지금 오리무중이라서 이번 생에서는 일단 보류하는 거였잖아? 하지만 나는 그 순간 제갈사의 눈빛을 보고 빠르게 눈치를 챌 수 있었고,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 아, 그러자."
우리가 등을 돌리고 가기 시작하자, 갑자기 제갈유룡이 소리를 내었다.
" 기다려!"
우리는 멈춰서서 제갈유룡을 돌아보았다. 제갈유룡은 표정변화 없이 이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 얕은 계책이지만 속아넘어가 주지. 헌원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제갈사가 능글맞게 대꾸했다.
" 형님. 우리는 더 이상 형님한테 질문할 권리가 없는데 거기에 대해 대답해줄 이유가 없지 않아?"
" 그렇게 나올 것도 예측했지. 속이 뻔히 보이는군."
" 속이 뻔히 보이는 책략을 쓰는데도 상대를 뜻대로 움직이는게 책사의 진짜 즐거움이잖아."
" 후후."
제갈유룡은 눈을 번득이더니 말했다.
" 좋아... 헌원검이라는 주제 하나에 한해서 서로 갖고있는 정보를 공유하는 형식은 어떤가."
" 역시 형님은 대단해. 지금 다 끝장난거나 다름없는 상황에서도 아직까지 의지를 놓지 않다니... 보통은 이 정도 몰리면 되든말든 다 포기할텐데."
감탄하듯 중얼거린 제갈사가 말했다.
" 좋아. 그럼 이쪽부터 아는 걸 말하지. 대신 형님은 성실하게 답해줘야 한다고."
" 말해라."
" 헌원검은 황제 공손헌원이 치우와 겨룰 때 사용했던 전설의 신검. 판천의 대전이 끝나자마자 신이 인간에게 내린 후의이자, 봉선의식 없이 바로 소통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존재지."
" 흠... 맞다."
역시 제갈유룡 또한 헌원검에 대해 알고 있는건가?
제갈유룡이 긍정하자 제갈사가 의문을 던졌다.
" 헌데 참 이상하단 말이지. 우린 봉선의식이 너무 귀찮고 힘들어서 의식을 간소화시킬거라고 창힐도 찾아다니고 칠요도 모으고 별 지랄을 다했는데 헌원검이란 존재는 너무 생뚱맞게 등장했어. 이렇게 편리한 존재가 뚱딴지처럼 나타나는 건 보통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 격으로 치면 칠요보다 훨씬 위에 존재하는 건데 제대로 된 전승조차 거의 존재하지 않고 천상천하에 그 존재를 알고있는 자가 거의 없어."
" 헌원검을 찾아다녔나?"
" 조금은. 하지만 아직 단서를 모았다고 할 정도가 아니야."
" 아마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막에서 샘물을 찾는 것과 같은 여정이겠지."
" 뭔가 알고있나 보군."
제갈유룡이 천천히 말했다.
" 나도 당연히 헌원검의 정보를 입수하여 조사한 적이 있다. 내가 그 정보를 알기 위해 택한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방법이 뭐였다고 생각하나?"
" 신에게 물어봤겠지. 공물과 제물을 갖춰서."
" 그렇다. 하지만 복마전의 배후에 존재하는 신은, 내게 단정짓기를 [이 세계에는 없다]라고 했다. 즉 다른 세계에 있다는 말이겠지."
" ... 알겠어. 역시 이계탐색능력이 필요한거군. 그건 망망대해보다 수천억배는 넓은 대우주를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 거고."
" 나는 없는것과 다름없다 생각한다."
제갈유룡의 말이 옳았다. 확실히 지금까지 공손벽, 여축 등을 통해서 알아본 바에 따르면 헌원검의 진본은 이미 상나라 제신이 자살했을 때 소멸되었고, 그나마도 그 단서를 지닌 건 후예였다. 게다가 전국옥새를 통해 이 세계를 뒤져봐도 존재치 않았으니 아마 다른 세계에 존재할 게 분명하다.
" 그럼 형님. 세상이 평화로워진 후 다시 보기를 기원하지."
" ......"
우리는 제갈유룡에게서 완전히 물러나왔다. 나는 폐허에서 나온 후 제갈사에게 질문했다.
" 제갈사. 헌원검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는 걸 확인한 것에 불과한 거 아냐?"
" 달라. 뭔가 감이 오지 않나?"
" 무슨 감?"
" 쯧... 우리 우둔한 주군은 위기상황일 때는 머리가 잘 돌아가는데 이럴때는 감이 둔하구만."
혀를 찬 제갈사가 말했다.
" 헌원검의 진짜 능력은 황제와의 직접소통만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야."
" ... 무슨 말이야?"
" 사실 헌원검만 찾으면 우린 칠요를 굳이 모을 필요가 없어. 그렇지 않나? 어차피 황제에게 읍소하여 인간의 구원을 청하는 게 목적이라면 칠요를 구질구질하게 모으고 해방하는 잡짓을 하지 않고 헌원검만 해방하면 되는 거지. 어찌보면 우리의 모든 여정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사기적인 물건이야."
" 그거야 그렇지."
" 하지만 그런 헌원검은 왜 물질세계에 없을까? 미약한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유일한 후의인데 어째서? 진본이 소실되었더라도 이 세상 어딘가에 흩어졌어야 하는데 신격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서 이세계에 있을 거라고 하지. 나는 방금 제갈유룡에게서 재확인하면서 확신한 게 있어."
" 뭐지?"
" 헌원검이 황제와 직접소통하는 강력한 능력이 있었다면, 삼황오제가 칠요보다는 헌원검을 더 얻으려고 노력했을 거 아냐?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걸 보면 삼황오제가 헌원검을 쓸 수 없는 이유가 있다는 거겠지."
" 어..."
" 삼황오제를 비롯한 신격은 헌원검을 못쓰기 때문이 아닐까?"
" ......!!"
듣고보니 그렇네?
" 헌원검은 신(神)에게는 무의미한 물건이지만 인간에게만 막대한 이득을 주는 물건이라는 뜻이야. 그래서 누군가가 그걸 불쾌하게 여겨서 바깥우주로 내다버렸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그건 삼황오제일수도 있고 [옛 지배자]일 수도 있고... 하여튼 인간의 편은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면 황제와의 직접소통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능력이 더 있겠지. 적어도 인간영웅이나 왕만을 위한 어떤 능력이."
" 흐음..."
제갈사의 말은 큰 설득력이 있었다.
그 때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신공표가 말했다.
" 헌원검이라는 게 실재하긴 하는 건가?"
" 무슨 말이냐?"
" 난 헌원검이 존재한다는 걸 들어본 적도 없다. 내가 살던 시대에는 아직 인간이 권능을 갖추고 있었건만 그런 존재따위는 없었다. 너희끼리만 억측을 구구하게 하는 게 아닌가 싶구나."
신공표의 말도 그럴듯했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이 세계에는 없다고 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나는 문득 제갈사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 칠요의 완전획득을 목전에 둔 지금, 헌원검이라는 존재에 우리가 모르는 단서가 더 있을수도 있는거군. 어쩌면 일요의 시련과 관련된...'
제갈사가 감을 운운했던 건 바로 그런 이유였던 것이리라.
내가 곰곰히 생각하고 있을 때, 제천대성이 말했다.
" 어쨌든 결론이 뭐야? 헌원검을 찾으러 가는 거냐?"
지금 갖고 있는 마지막 단서는 투선 후예가 어쩌면 알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의 전력이라면 투선 후예를 위협해서 정보를 토해내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진소청이 한걸음 나서서 말했다.
" 아니오. 지금은 진이라는 자가 어떤 흉계를 꾸미는지 모르는 상황.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헌원검의 소재를 찾아 끝없는 여정을 할만한 여유가 없소. 하물며 삼황오제 신농이 부활한 상태에서 언제 세상이 멸망할지 모르오."
" 아! 그, 그렇지."
진소청의 말이 옳았다. 나는 정신이 확 드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헌원검을 찾는 행위는 전생 초기에 여유가 넉넉할 때나 할 수 있는 것이고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이미 칠요행이 막바지에 달해서 사방에 적이 만발한 상태에서 한가로이 천계에 가서 후예를 윽박지를 여유는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다가 느닷없이 서왕모나 진이 습격을 가해올지도 모른다.
진소청이 제갈사에게 말했다.
" 제갈사. 너무 큰 그림만 말하지 말고 당장 우리가 해야할 일을 지시해 주시오."
" 쳇... 대가리랑 판단력도 뛰어난 놈이라서 가끔 밉상이라니까. 보통 힘쓰는 놈들은 멍청해야 귀여운 맛이 있는데."
투덜거리던 제갈사가 말했다.
" 일단 형님한테 정보를 들은바로 진의 약점은 우리가 확보한 상태야. 인형이 된 제갈부를 이용해서 팔진도를 펼치게 하면 놈의 약점이 드러날테지. 그렇다면 놈에게 시간정지능력으로 기습을 당하지 않게끔 안전한 결계를 치고 놈이 찾아오게끔 하는게 상책이야."
" 그게 어렵지 않소? 진은 단독으로 행동하는지라 언제든 자기가 원할때 우리를 습격할 수 있을 거요. 제천대성께서 언제까지 우리를 지켜줄 수도 없고 기습을 완전히 막아줄 수도 없소."
" 그럼 이대로 하릴없이 시간이 흐를까? 그렇진 않지. 세계가 격변하는 건 놈도 느끼고 있을터, 우리끼리 결판을 내기도 전에 거인족이 끼어들어 세계가 파멸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거다. 생각보다 놈에게는 여유가 없어."
제갈사가 중얼거렸다.
" 우리한테도 마찬가지지만."
" 그럼 어찌해야하오?"
" 거인족이 날뛰더라도 세계 끝까지 안전할만한 장소를 찾아서 요새같은 결계를 만들고 버텨야지. 그러다보면 진이 찾아올테고 준비된 상태에서 쓰러뜨리는 게 상책이다. 그리고 그런 장소는... 바로 낙양이겠지."
" 대결계 때문이오?"
" 정답. 망량선사의 대결계 때문에 설령 거인족이 세계를 다 파괴해도 제일 마지막에 낙양을 공격하게 될거다. 그걸 믿는 수밖에."
제갈사는 힐끔 천우진과 신공표를 바라보았다.
" 시간정지능력을 가진 악마의 인형이 뚫고 오려 해도 막을만한 결계, 가능하겠어?"
" ... 솔직히 자신은 없군."
천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 만일 완성형 초상기인의 능력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라면 못 막는다. 맞찌르기까지는 가능할지 몰라도 완벽한 대비는 불가능해. 시간을 다루는 능력에 한해서는 [옛 지배자]와 다를 바가 없을지도 몰라."
신공표도 입을 열었다.
"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까지 너희를 위해 힘을 쓰기가 싫구나!"
" 뭐가 불만이야?"
" 너희를 따라 칠요의 해방을 도와서 황제를 알현한다 한들, 이미 인류는 멸망이나 다름없는 상태 아닌가? 극소수의 인간들이 창힐의 언령에서 살아남았으나 이미 그 세는 본디 인류의 1할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찌끄러기나 다름없게 된 하위인간을 위해서 내가 끝까지 싸울 이유가 뭐지?"
" ......"
" 어차피 너희가 인간의 구원을 요구하여 황제가 종말을 천년이든 만년이든 유예해준다고 한들, 그게 해결책이 되는가?"
신공표의 말에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 지금보다는 나아. 어차피 이렇게 된거 해봐야 하잖아."
" 후!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신공표는 의욕이 없어보였다. 자신이 약속한 것도 있어서 우리를 일단 돕기는 할 생각으로 보였으나 칠요의 해방 자체에 회의적인 것이다. 하긴 자신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면 껄끄러운 건 당연하리라.
그 때였다.
쿠콰콰콰콰
우오오오오오오 -
남쪽 하늘이 불타고 있었다. 저 멀리 지평선에서 천화(天火)가 번져오는 듯한 불길이 하늘을 가득 메웠다. 명백히 거대한 천재지변이었기에 다들 놀라고 있을 때, 신공표가 통천의 포효를 썼다.
우우웅
신공표가 상황을 알아낸 후 말했다.
" 염제 신농이 남해에 있던 해신과 대면하고 있다."
" 뭐?"
" 지금 한창 두드려맞는 중이군..."
" 해신이?"
" 말해서 뭣하겠느냐? 그 둘은 비교할 급수가 아니다."
쿠구구구구
쿠구구....
진동은 잠깐 울리다가 멈췄다. 신공표가 짧게 말했다.
" 해신이 죽었다. 놈의 시체가 염제의 불꽃에 완전히 소각되었구나."
" ......"
" 염제가 북상하기 시작한다."
고작 숨 열 번 쉴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해신이란 걸 그렇게 빨리 잡을 수가 있던가?
그러자 제갈사의 안색이 약간 창백해지며 말했다.
" 제길. 빨리 낙양으로 가자. 자칫하다가는..."
후와아악 -
다음 순간, 거대한 천화의 흐름이 서쪽으로 향했다. 그 흐름은 마치 불꽃의 기둥과 같았는데 일순간 하늘 전체가 섬광에 물드는 것처럼 보였다. 또다시 굉음과 함께 천지가 뒤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꾸궁!!
신공표가 나직이 말했다.
" 세계가 불타고 있다...."
우우우우 -
신공표가 술법으로 우리에게 잠시 시야를 공유해줬다. 그러자 염제의 불꽃이 이 행성을 둘러싸는 거대한 고리가 되어서 좌우종횡을 마음껏 유린하며 도달한 곳에 있는 것들을 인정사정없이 불사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우주에서 본다면 마치 이 세계가 화염의 고리 수십 개에 휩싸인 것처럼 보이리라.
염제 신농.
그는 고대제왕의 의복을 입은 불꽃의 인간 형상을 하고 있었다. 몸 크기가 수백 장에 달하는 신농이 손을 한번 내뻗자 그 순간 아오키가하라 수해 쪽에 있던 시꺼먼 마물들이 일거에 초토화되는 게 보였다.
푸화아아아악
생해, 사해, 입해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마물이 일거에 전소되면서 동시에 투선에 맞먹는다 일컬어지는 입해 근방의 괴물들이 괴성을 지르며 염제 신농에게로 날아들었다.
끼아아아아악!!
본디 그 형상은 두렵기 짝이 없었고 천지의 모든 괴물이 염제에게 달려드는 듯 했으나, 염제 신농이 전 세계에 자신의 의지를 떨쳤다.
[ 불타라.]
염제 신농이 한 마디를 하는 순간, 수백이나 되는 입해의 마물들은 흔적도 없이 일격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마물들 뒤를 따라오던 거대한 존재는 주춤거렸는데, 아무래도 신농의 언령에 거대한 타격을 입은 듯 했다.
' 저게 수해의 왕인가?'
거대한 존재가 신농에게 말했다.
[ 염제 신농이시여... 나는 맡은 바 일을 하는 존재일 뿐! 섣불리 이 세상의 일에 다른 세계의 인과를 끌어들이지 마시오.]
신농은 짧게 대꾸했다.
[ 알 바 아니다... 곧 칠요가 모일 터, 넌 자중하여 두 번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마라. 그 더러운 구멍을 틀어막기 전에!]
[ 뭣이...]
[ 알아듣게 해 줘야겠는가?]
[ 알겠소...]
수해의 왕으로 추측되는 존재는 그 순간 수해의 심처로 사라져 버렸다. 동시에 수해에 자욱하게 퍼져있던 어마어마한 독기와 마기도 사라지고 동영땅 전체가 정화된 듯 했다. 나는 그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 뭐지...?'
설마 염제 신농은...
내가 의아하게 여기고 있을 때, 문득 염제 신농의 눈이 내 쪽을 향했다. 마치 신공표의 술법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걸 이미 알아차린 듯한 반응이었다. 그는 분명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 '그녀'가 말했지... 네게는 기대할 만 하다고... 네가 육요를 모으는 순간까지 지켜보겠노라.]
파앗
다음 순간, 신공표의 술법이 강제로 풀렸다. 신공표는 짜증난다는 듯 말했다.
" 빨리 낙양에 가야겠구나. 신농이 우리를 눈치챘다."
아니, 아니다.
나는 술법사들의 도움으로 빠르게 낙양을 향해 이동하면서 복잡한 심경에 휩싸여 있었다.
그것은 방금 염제 신농의 행동과 말에서 느낀 묘한 느낌 때문이었다.
' 그럴 리가...'
동영 땅은 정화되었고, 고려도 마찬가지다.
염제 신농은 충분히 고려와 동영땅을 일순간에 탄화시킬 수 있었을텐데도, 굳이 마(魔)만을 선별해서 태워버렸다. 보통 삼황오제가 인간을 벌레처럼 알고 있다면 절대 그런 식으로 힘조절을 하진 않을 것이다. 또한 동쪽 세계에 지속적인 재앙으로 작용했던 수해의 왕조차도 은거하게 만들었다.
믿기지 않지만 -
염제 신농은 인간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