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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755화 (754/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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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쿠구구

그 순간 창힐의 몸뚱이가 산산히 터져나갔고 그와 동시에 이 정신세계가 크게 뒤흔들리며 무너지려는 기색이었다.

해치운 건가?!

전욱이 나를 힐끔 쳐다보자 나는 오금이 저리는 걸 느꼈다. 이제 창힐처럼 전신이 쥐어짜여 죽을 걸 생각하니 긴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여태 온갖 방법으로 수십 번을 죽었지만 죽음은 그리 익숙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욱이 뜻밖에도 나를 공격하지 않고 말했다.

[ 창힐이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그리고 놈이 어떤 계약과 힘을 갖고있는지 당장 본좌에게 말해라.]

" ... 네? 창힐은 방금 죽이지 않으셨습니까?"

[ 용의주도한 놈이다. 방금 내가 처치한 것은 놈의 힘이 들어간 분신이었으니 놈은 바깥으로 빠져나가 버렸다. 그렇다 해도 3할 정도의 힘을 소멸시켰으니 타격은 크겠지만.]

전욱은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한 듯 했다. 아무래도 방금 전까지 달기의 모습으로 변해서 나를 압박하던 창힐은 본체가 아닌 분신이었던 모양이었다.

하긴 신이니까 잠깐 육체가 없어도 별로 상관은 없는 걸까?

필요한대로 아무 육체에나 들어가 있을수도 있으리라.

그리고 나는 지금 죽으면 어쩌면 곤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힐에게 모든 걸 뺏기는 최악의 상태는 면했지만 막상 목숨이 구해지니 아깝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연명할 수 있다면 최대한 연명하면서 동료들을 구출하고 칠요까지 다 모을 기회를 보는 게 정석이었다.

' 일단 목숨을 아낄까...'

나는 조심스레 전욱에게 말했다.

" 창힐의 계획은..."

나는 창힐이 지금 꾸미고 있는 인류진화계획과 한자의 연관성, 그리고 전이문과 사도 '진'이자 진시황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또한 창힐이 현자의 돌을 얻은 상태이며 천상의 존재가 되려 한다는 것까지 말했다.

그러자 전욱이 냉소했다.

[ 거의 다 예상하던 대로군.]

" 창힐의 계획을 짐작하셨단 말입니까?"

[ 삼황오제 중 누가 몰랐겠는가? 팔부신중을 앞세워서 그렇게 수작질을 부리는데 알 놈은 다 알고 있었다!]

" ......"

[ 놈은 스스로가 똑똑하다 생각했겠지만 그 뒤에 기어오는 혼돈이 없었다면 수천년 전에 우리에게 맞아죽었을 것이다.]

"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 네가 이 육체를 본좌에게 바쳤으니 이 육체를 이용해서 놈을 없앨 생각이다.]

우웅

아니나 다를까 달기의 육체는 완전히 전욱의 지배하에 들어가서 이제 음신지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전욱이 달기의 육체를 움직여서 공간이동을 하며 이 공간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급히 전욱에게 말했다.

" 전욱 님!! 저를 살려주시는 자비에 감사드립니다."

[ 이 마왕 달기의 육체는 네놈의 술법으로 강하게 인과율이 형성되어 있어서 네가 소멸하면 급격히 힘을 잃게 된다. 내가 창힐을 잡을 때까지는 살려둘 테니 얌전히 본좌에게 협력하라.]

" ... 알겠습니다."

[ 태도와 공훈을 보아 네 처우를 결정하리라.]

나는 내 생각이 맞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선지자의 현왕의 인이 보통 술법이 아닌지라 아무리 전욱이라 해도 창힐을 때려잡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쉽사리 나를 없앨 수 없는 것이다. 술자인 내가 죽으면 인과율이 크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 위험한 실험을 해보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인 건가?'

나는 지금 달기의 몸에 옮겨진 상태에서 정신세계에 유폐되어 있다.

즉 - 천암비서가 없는 상태다.

만일 이 상황에서 전욱에게 당해서 죽는다면 어떻게 되는걸까?

그냥 내 원래 육체로 되돌아갈까?

그게 아니라면 영원한 죽음?

그게 아니라면 - 천암비서 없이도 전생(轉生)?

최선의 경우는 내 원래육체로 회귀하는 것이다. 그 경우 현왕의 인이 삼황오제의 힘에도 일순간 저항이 가능한 강력한 술수임을 재확인하는 셈이었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는 영원한 죽음으로써 내 모험이 끝장나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천암비서 없이도 전생해버리게 된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였다. 왜냐하면 그 사실은 어떤 의미에서는 영원한 죽음 이상의 절망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선택지를 회피한 것에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쉬쉬쉭

전욱이 달기의 몸을 조종하자 순식간에 성천의 계단을 나와서 황궁의 전면부로 나왔다. 황궁의 전면은 완전히 박살나서 폐허가 되어 있었고 멀리에는 창힐의 새로운 종족으로 변이한 인류들이 아직까지도 미친듯이 달려들며 제곡과 천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중이었다.

전욱은 멀리서 그 모습을 보며 불쾌한듯 중얼거렸다.

[ 저딴걸로 최후의 날에 우세를 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건가? 인과율의 한계를 넘지도 못하는 세력이면서 가당치도 않군.]

" 인과율의 한계가 무엇입니까?"

[ 저놈들 정도로는 우리 휘하종족을 지상에 풀어놓을 만큼의 명분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 ......"

나는 그 순간 오싹하는 생각이 들었다.

' 만귀전!'

그러고보니 삼황오제에게는 모두 저마다의 만신전과 본거지가 있었다! 전욱의 경우는 만귀전, 제곡은 반왕전 같은 식이었다. 만귀전의 소신격인 귀신조차도 대라신선에 버금가는 존재였으니 그들 하나하나의 전력은 천계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것이다. 아직까지 오제측이 그 누구도 휘하전력을 개방하지 않았다는 걸 인식한 나는 머리가 아파오는 걸 느꼈다.

만일 혼란이 심화되어서 삼황오제가 자신의 만신전을 개방한다면 지금의 수십배나 되는 혼란이 덮쳐올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 오제의 태도를 보면 그 혼란이 닥쳐오는 건 시간문제였기에 세계멸망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나는 급히 전욱에게 말했다.

" ... 얼른 창힐을 찾아야 합니다!"

[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구나.]

" 네?"

[ 놈이 우리에게 도전했다.]

무슨 소리지?

쉬이익!!

전욱은 다음 순간 공간이동을 해서 낙양 성내의 한가운데에 나타났다. 그 주변은 정적에 휩싸여 있었으며, 창힐족으로 변신한 인류들은 근처를 포위한 채 그저 전욱을 노려보고만 있었다. 천계측은 이 근처에서는 진작에 후퇴한듯 신선들이 근처에 보이지 않았고 여기저기에 참혹한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그리고 전욱의 앞에는 진이 서 있었으며, 진의 뒤에는 제곡이 본체를 드러낸 체 장내의 상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삼황오제 중 둘이 그를 포위하고 있는 것이다.

사도 진은 팔짱을 낀 채 말했다.

[ 백웅이여. 설마 전욱을 불러내는 선택을 할 줄은 몰랐군. 그 선택은 네 영원한 죽음을 가져올수도 있었는데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온 것인가?]

저건 '진'이 아니다.

틀림없다. 지금 사도 진에게는 창힐이 빙의해 있는 게 분명했다. 진은 내 동료들을 잡으러 움직이고 있다가 창힐이 급히 내 몸에서 빠져나오면서 몸을 넘겨준 듯 했다. 그리고 지금의 저 말은 전욱의 내부에 있는 내게 하는 게 틀림없었다.

나는 정신세계에서 화가 나서 말했다.

" 웃기지 마라. 네놈은 이제 끝장이다!! 라고 전해주십시오, 전욱 님."

[ ......]

" ......"

정신세계에서 전욱은 싸늘한 눈으로 날 쳐다보았고 나는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 아뇨. 안 전해주셔도 괜찮고요..."

하긴 지금은 내가 창힐과 의사소통할 때가 아니었다. 전욱은 내 의견을 무시하고 달기의 입을 움직여 말했다.

[ 수천년을 공들여 준비한 결과가 겨우 이 정도였다니 실망스럽구나. 오늘 네게 닥쳐오게 될 파멸을 예상했는가?]

[ 파멸이라? 그것 참 우스운 소리군...]

창힐은 초상기인 진의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 오제여. 너희는 내가 왜 도망치지 않았는지 알고 있는가? 더는 도망칠 필요가 없어서다!]

쿠오오오오

그 순간, 창힐의 전신에서 가공할 혼돈이 방출되며 혼돈의 구름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뻗어나가 온 세상을 뒤덮는 듯 했다. 아니, 그건 구름이라기 보다는 안개라고 불러야 적당할 지경이었다.

창힐은 혼돈의 안개 속에서 홀로 백색으로 빛나며 외쳤다.

[ 나 혼돈의 종사 창힐이 명하노니 시간이여 회복되어라!!]

슈르륵

그 순간이었다. 전장에 처참하게 누워서 죽어 있던 창힐족의 병사들이 갑자기 시간이 되돌아가듯 엄청난 속도로 되살아나며 생명을 회복해버린 것이다. 동시에 아직까지 낙양성을 벗어나지 못했던 천계의 신선들은 그게 설령 대라신선일 지라도 견뎌내지 못하고 순식간에 모래가 되어 풍화하고 말았다.

[ 크어어억.]

[ 흐아악.]

신선 중에서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한 순간도 버티지 못하는 듯 했다. 일순간에 천계의 전력이 학살당해버리는 권능!

' 시간회복!'

저건 예전에 초상기인이 보여줬던 능력이다! 나는 그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냈다.

[ 저건 시간회복(時間回復)이라는 초상능력이야.]

[ 후우! 이 판은 미쳤어... 인계에 나타날만한 능력이 결코 아닌데 저건 진짜 악마의 인형이군...]

[ 저 놈의 시간축은 고정되어 있다. 우리가 어떤 공격을 하든 그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미래를 지향하는 변화. 하지만 시간축이 고정되어 있는 이상 어떤 공격을 하든 튕겨지듯 과거의 상태로 환원할 뿐이다.]

[ [작은 굴레]에 간섭하는 능력은 그 자체로 운명의 인과율을 건드리는 거다. 일반적인 물리공격이나 술법으로는 죽어도 못 깨.]

[ 지금 저 인형은 깨어난지 얼마 안되서 상황판단을 못하고 있어. 그래서 맞고만 있지만, 이 틈에 도망치지 않으면 큰일이 벌어질 거다.]

[ 크크... 시간제어 능력을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경우를 말하는 거군. 무적의 창과 무적의 방패를 동시에 갖고 있는 모순의 인형인가...]

그랬다. 그 때는 그저 백련교주와 호법사자, 그리고 천령단 소유자들이 동시에 합공하는 걸 그저 멍하니 맞고만 있었기에 [방어]에만 치중해 있었다. 그래서 실질적인 위력을 체감하지 못했지만 바로 지금 시간회복 능력을 [공격]으로 전환했을 때의 결과가 눈에 보인 것이다.

지금 초상기인의 능력을 창힐이 사용한 것만으로도 죽은 자는 부활하고 적은 대라신선일지라도 일초에 순살당하고 말았다. 그 당시에 초상기인 유신을 상대할 때 내가 느꼈던 불길한 직감은 바로 지금의 상황을 경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 만일 그 때 유신과 대화하지 않고 전투를 택했다면...'

초상기인 유신은 아마 지금처럼 시간을 풍화시키면서 나를 포함해 백련교와 십이율을 전멸시키고 말았으리라. 완성에 이른 초상기인이란 이미 인간의 힘으로는 상대할 수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나는 새삼 그 때 내 선택이 옳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로써 천계의 패배는 확정되었으나 상황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삼황오제 제곡이 건방지다는 듯 창힐을 노려보더니 말했다.

[ 나, 제곡이 이 세계의 오행(五行)을 금(禁)한다.]

스아앗

그러자 제곡의 언령이 흘러나오면서 갑자기 사위가 정적에 휩싸였다. 방금 전까지 되살아나서 활력에 넘쳐 있던 창힐의 족속들이 하나둘씩 힘을 잃고 쓰러지기 시작했고, 그건 낙양성내 뿐만이 아니라 모든 세상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사방에 죽음이 가득했다.

나는 지금의 변화를 보면서 어떻게 된 건지 도학적 지식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 오행을 금했다는 건... 오행상생과 오행상극의 모든 변화를 금한다는 것!'

그렇다면 오행에 근간해서 이루어지는 모든 생명체의 활동조차 금지되어 버리며, 대기의 공기 또한 완전히 멈춰버리게 되며, 모든 물이 말라서 썩어버릴 것이며, 불 또한 피어오르지 않으며, 대지와 무기물 또한 크게 내구도가 감소해버리게 된다.

쉽게 말하자면 - 오행이 금지된 상태로 한 시진만 지나도 이 세계는 죽음의 별이 되어버린다. 나는 그 사실을 깨닫자 황당함과 전율을 동시에 느꼈다.

' 이... 이게 삼황오제의 능력인가!'

도저히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권능이었다. 내가 지금 보고 들은 오행의 금지 상태를 일반적인 도사나 신선들에게 이야기하면 미친 놈 취급받을 게 분명했다. 오행이 얼마나 거대한 개념인데 일개 존재가 그걸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그러나 삼황오제 제곡은 그게 분명히 가능한 존재였다.

삼황오제 제곡이 오행을 금한 이유는 아직까지 생명체의 영역에 있기에 연약한 창힐족을 일거에 몰살시키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천계가 확실히 패퇴한 후에야 저 수단을 사용한 듯 했다.

거기에 대응해 창힐이 재차 손을 뻗으며 외쳤다.

[ 오행을 금(禁)하는 술식의 시간을 과거로 돌리노라!]

파아앗

그러자 다시 이 세상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하며 오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개념적인 오행의 유동(流動)은 현재 전욱과 함께 있기 때문인지 내 눈에도 보였다. 그러자 전욱이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크하하. 제곡의 특기가 개념의 금지이거늘 그리 쉽게 해제할 수 있겠느냐? 인과율이 한계에 봉착했으니 본좌도 슬슬 부하들을 불러와야겠다.]

따악

전욱이 자신의 손가락을 마주치는 순간이었다.

크아아아아악 - !!

끔찍한 비명소리인지 뭔지 모를 것이 회색 구름이 뒤엉킨 먼 하늘에서 울렸다. 나는 거기에서 만귀전의 무수한 귀신들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자 전신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만귀전이 내려온다!

결국 신격들의 대결이 격렬해지면서 삼황오제가 모든 세력을 내려보낼 때가 되었다는 말인가?!

혹시 해서 제곡 쪽을 보자 제곡 또한 자신의 한쪽 팔을 하늘로 뻗어서 달을 가리키고 있었다.

슈아아악

그리고 달의 새하얀 표면에서 무수한 검은 점이 지상을 향해 오는 게 보였다. 반왕전에서 달으로 소환된 제곡의 권속들과, 그들을 이끄는 사도 사비시신이 이 세계로 강림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숫자 또한 수십만을 훨씬 넘어서는 걸로 보였다.

' 안 돼!! 이대론 안 돼!!'

창힐에게 당해서 내 전생이 통째로 끝장나는 최악의 결과만은 피했지만 아직도 상황은 그리 나아진 게 없다. 이대로라면 창힐과 삼황오제 중 어느 쪽이 이기든간에 지상은 파멸할 게 분명했다. 천계 또한 거의 박살난 거나 마찬가지였고 인간종족은 거의 다 창힐족으로 변이해버린 것이다.

난 대체 이 미친 세계에서 뭘 해야 하는거지?

그냥 빨리 죽고 다시 시작해야하는 건가?

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해도 천암비서가 없는 상태로 정신세계에 갇혀있는 채로는 어떻게 해볼수도 없었다.

내가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창힐이 갑자기 미친듯이 웃었다.

[ 으하하하하!! 역시 부하들을 불러오는구나! 너흰 곧 후회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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