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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나는 지금 제일먼저 해야할 일이 칠요를 회수하는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른 모든 것은 제쳐두고 그것부터 해야한다. 그래야 동료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는다!
나는 즉시 여의봉을 휘두르며 외쳤다.
" 제천대성이여!! 와 주소서."
쿠구구구
비록 여의봉에 봉인되어 있었던 신공표는 풀려났지만 그렇다 해도 천하정저신진철인 여의봉은 여전히 내 소유였고, 또한 여의봉을 통해서 제천대성에게 연락을 하는 게 가능했다. 내가 음신지력을 약간 불어넣자 즉시 여의봉이 반응하면서 천계에 있는 제천대성에게 신호를 보냈고, 머지 않아 제천대성은 근두운을 타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파앗
제천대성은 근두운을 타고 벼락처럼 내려온 후 말했다.
" 엥? 이게 다 무슨 상황이냐? 이 통로는..."
그가 상황파악을 하려고 갸웃거리고 있을 때 나는 즉시 말했다.
" 제천대성!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월요와 목요가 명계에 있으니 급히 찾으러 가야합니다."
" 뭐?! 십이율주란 놈을 찾은 거냐?"
" 놈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그 칠요는 명계에 떨어져 있으니 서둘러 회수해야만 합니다."
" ......!!"
" 방법은 두 개가 있습니다. 아직 열려있는 이 호수의 차원문을 통하던가 북망산을 뚫는 겁니다. 대성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가 빠르게 묻자 제천대성은 잠시 당황한 듯 했다. 그러더니 화안금정으로 은빛으로 빛나는 호수를 살피더니 말했다.
" 안 돼! 여긴 너무 위험해. 아직 명계와의 통로가 열려있긴 하지만 한번 들어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그렇기는 커녕 목적지에 도착하지도 못하고 차원의 미아가 될 것이다."
" 그럼 북망산을 뚫어야겠군요."
" 그래야겠..."
그렇게 대꾸하던 제천대성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그는 화안금정을 붉게 번뜩이더니 분신을 백여 개나 만들어내며 거대한 포효성을 내질렀다.
[ 이 자식!! 꺼져.]
콰과광
제천대성은 허공을 향해 공격을 날렸는데 뜻밖에도 그 위치에는 신공표가 둥둥 떠 있었다. 역시 신공표는 지속적으로 우리를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우리를 도청하고 있다가 기회를 틈타 나타난 듯 했다. 방금 신공표는 자신을 공격해 오는 제천대성의 분신을 보고도 여유로운 기색으로 말했다.
[ 후후. 정보는 잘 들었다. 그럼 칠요는 내가 차지하러 가겠다.]
휘리리릭
" 큭, 육마번신(六魔飜神)..."
신공표의 신형이 갑자기 물로 된 화살처럼 변하더니 은빛 호수 속에 내려꽂히려 했다. 제천대성은 낭패한 음성을 내뱉으며 분신을 써서 그 화살을 공격했으나 모든 공격이 투과되어 효과가 없었다! 심지어 진소청과 당산이 절대지경의 무공으로 신공표를 공격했는데도 물리공격과 의념마저 통하지 않았다.
' 통천교주의 고유술법인가?!'
그 술법이 너무 고명해서 제천대성의 힘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 순간 천우진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 급급여율령! 차원이여 왜곡되어라!"
파직!
[ 으으윽. 네 이놈...]
포옹
고통스러워하는 신공표의 비명소리가 남으면서 은빛 호수에 파문이 일었고 신공표의 모습이 완전히 장내에서 사라졌다. 천우진은 예리한 안광을 번득이며 말했다.
" 문제군. 내 힘으로 명계 심장부의 차원통로를 왜곡시켜 뒤틀었으니 아무리 통천교주 신공표라도 쉽게 도달하지는 못할테지만... 놈은 현존하는 최강의 술사. 생존해서 저쪽에 도착할 가능성도 있다."
천우진이 마지막 저항으로 차원통로를 일그러뜨려서 신공표를 방해했지만 충분치 못하다는 소리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신공표 놈은 처음부터 우리를 도청하고 있었으니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북망산을 정면에서 뚫어서 놈보다 빨리 칠요에 도착하는 수밖에 없어."
우리가 한꺼번에 호수 내부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이미 천우진이 왜곡시켜버린 차원통로에 섣불리 들어가면 다같이 죽을수도 있다. 신공표처럼 술법의 최강자가 아닌 이상 이제 그 방법은 쓸 수 없다.
" 그렇긴 하지만 북망산을 뚫더라도 명계의 중심부까지 가로지르는데는 최소 몇 개월은 걸린다."
가타부타 설명할 시간이 없다.
나는 옆에 있던 제천대성을 돌아보았다.
" 제천대성님. 이거 바쳐도 되겠지요?"
" 응, 그래라."
제천대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시원스럽게 허락했다. 사실 여의봉이 그의 전력에서 그리 필수적인 부분이 아닌 탓도 있고, 그는 의외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영리한 자라서 내가 뭘 하려는지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의 허락을 받은 후 천우진에게 말했다.
" 즉시 공양의식을 한다. 빨리 준비해, 천우진."
스윽
내가 여의봉을 내밀자 천우진은 흠칫 놀란 듯 했다. 그러더니 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 너, 변했군."
우우우우
잠시 후 천우진은 약식으로 공양의식을 준비했고, 그 의식에는 여의봉이 바쳐졌다. 그러자 구천현녀가 소환되었고 그녀는 허공에 광채와 함께 떠오른 채 내게 말했다.
[ 여의봉이군요. 이 정도면 충분한 제물입니다.]
" 적은 남두성군과 북두성군입니다. 그들과 싸울 때 조심해야 할 점이 있겠습니까?"
[ 그들은 명계의 생사부(生死簿)를 쓸 수 있습니다. 저나 대성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생사부에 적히면 타격을 입으니, 놓치지 않고 일격에 섬멸하는 게 중요할 것입니다.]
" 잘 부탁드립니다."
파앗
우리는 잠시 후 한꺼번에 북망산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화안금정으로 온갖 명계의 간부와 옥졸, 사신들이 우리를 주시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구천현녀는 시해지술을 쓰며 외쳤다.
[ 물러나라!]
크오오오
그러자 사신들은 구천현녀의 술법을 이겨내지 못하고 몸이 산산히 부스러져 버렸고, 옥졸들은 아예 흔적조차 없어져 버렸다. 그 광경을 보다못한 남두성군과 북두성군이 앞으로 나와서 외쳤다.
[ 구천현녀!]
[ 대체 이게 무슨 횡포지?]
구천현녀가 노여워하며 말했다.
[ 비키십시오. 당신들은 명계가 엉망이 되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죄인입니다. 윤회전생을 관리감독하는 게 당신들의 임무가 아닙니까? 무고한 영혼들이 [옛 지배자]에게 잡아먹히게 놔두다니!]
흠칫
남두성군과 북두성군은 놀란 듯 했다. 그러더니 북두성군이 말했다.
[ 어찌 그 사실을 알았는지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이렇게 날뛰는 건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구천현녀 그대는 본질적으로... 이 일과 상관없지 않은가?]
[ ......]
[ 우리는 명계의 초창기부터 살아온 자들... 그러므로 천계의 일개 신선과는 달리 그대의 근원을 알고 있다. 그대가 황제가 창조한 존재가 아니며 그 본질이 응룡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 알고 있군요.]
[ 그런 그대에게 사실 인간의 영혼 따위는 티끌. 윤회나 사후세계는 상관없는 문제 아닌가. 이건 월권행위다!]
무슨 소리지?
내가 북두성군의 말을 듣고 속으로 무슨 뜻인지 생각하고 있을 때 제천대성이 귀찮다는 듯 귀를 후비적거리며 말했다.
" 아가리 닥쳐! 처맞으면 개소리를 하지 않게 될거다."
[ 뭐라고!]
꽈광
" 아자!"
[ 커헉...]
그 순간 제천대성이 달려들어서 남두성군의 정면에 주먹을 먹였다. 남두성군은 몸을 기우뚱거리더니 뒤로 물러섰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제천대성이 남두성군을 몰아세우듯 지평선 끝까지 주먹질을 하며 공격했다.
콰과과과광
[ 그대를 봉인하겠습니다.]
[ 크윽.]
자욱한 먼지와 함께 지진이 울리자 구천현녀 또한 시해지술을 써서 북두성군을 일순간에 봉인해 버렸다. 시해지술은 영창이나 주문, 수인 따위를 모조리 생략하는 게 가능한 듯 했고 신격이라 해도 봉인할 수 있었다. 한 순간에 투선이자 하위 신격인 자들이 제압당하는 건 진풍경이었다.
구천현녀는 북두성군에게 말했다.
[ 남두성군에게 즉시 투항하라 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당장 당신부터 소멸시키겠습니다.]
[ ... 알았다.]
잠시 후 남두성군과 북두성군이 모두 구천현녀의 술법에 묶여서 무릎꿇려졌다. 나는 구천현녀에게 말했다.
" 다 죽이는 게 좋지 않을까요?"
[ 안 됩니다. 이들을 제압하는 거라면 몰라도 죽여버리면 제 인과율이 크게 소모됩니다. 그리고 그대들의 힘으로 신격을 없애는 것도 성가신 일입니다.]
그렇군.
" 그럼 계속 묶어둘 수 있겠지요?"
[ 제가 소멸하지 않는 한 그들에게 걸어놓은 봉인은 유지될 것입니다.]
" 알겠습니다."
인과율에 따라 구천현녀가 세상에 관여할 수 있는 한도가 정해진다고 치면, 명계의 대간부이자 하위 신격이며 투선인 자들을 한꺼번에 두 명이나 죽이는 건 큰 부담일 것이리라.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낑낑대며 억지로 이들을 죽이려는 것조차 시간낭비였으므로 나는 빠르게 다음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 그럼 명계로 갑시다."
우우웅...
북망산에 있던,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명계와의 통로로 들어가자 잠시동안 시간이 느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건너편에 도착하자, 뜻밖에도 황량한 들판보다는 생기가 넘치는 신록이 우거진 아름다운 명산에 도착해 있었다. 심지어 짹짹거리며 맑게 우는 산새의 소리마저 들렸다.
뭐지?
명계는 죽은 자의 세계니까 사기(死氣)로 가득차야 하는 게 아닌가?
내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자 천우진이 말했다.
" 이상할 거 없다. 명계의 윤회전생이 원래대로였다면 이 곳은 황량했겠지만 지금은 끝도 없이 영혼이 누군가의 뱃속으로 들어가는 중. 그렇기에 영혼이 체류할 수 있게 유지할 필요가 없어서 차원계의 힘이 소모되지 않는 거다. 물론 내부로 들어가면 명계 옥졸들의 사기 때문에 좀 더 황량하긴 하겠지."
" 흠. 그렇군."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구천현녀에게 말했다.
" 구천현녀님. 바로 칠요를 시해지술로 탐색해서 그곳까지 이동시켜 주십시오."
[ ......]
" 왜 그러십니까?"
[ 또 다른 강력한 존재들이 명계로 넘어오고 있습니다... 아마 팔부신중인 듯 하군요.]
" ......!!"
[ 총 세 명입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 역시 오는건가.'
창힐이 천지천상 어디에든 자신의 이목을 뿌려두고 감시하는 건 알고 있었다. 놈은 명계에서 일어난 이변을 눈치채고 자신의 수족인 팔부신중을 파견시켜서 알아보려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팔부신중까지 끼어들면 신공표에 이어서 굉장히 성가신 위협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일일이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 그렇다 해도 해야할 일은 변하지 않습니다. 빨리 가 주십시오."
[ 네.]
이 자리에서 팔부신중이나 신공표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할지 작전회의나 할 때가 아니다. 어차피 만나면 그때의 임기응변으로 처리하던가 싸우는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해서 칠요의 우선권을 따내는 것이었다.
' 일단 칠요를 손에 넣는 게 중요해! 다른 건 나중에 생각하자.'
파앗!
우리는 다음 순간 폐허에 도착해 있었다.
' 장관이군.'
흡사 전쟁터의 적막과 같았다.
수십만은 되어 보이는 명계의 옥졸, 도깨비, 귀신이나 사신 따위가 거대한 벌판에 널려 있었다. 그들은 이미 죽은 몸이었는데도 처참하게 죽어있어서 모순되어 보였지만 그들을 습격한 게 칠요공명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아마 머지않아 소멸하게 될 게 분명했다.
그리고 눈 앞에는 본디 거대한 산만큼 큰 궁전이었을 테지만 산산히 부숴져 있는 전륜성왕의 궁전이 보였다.
' 망량은 수 개월간 명계를 여행하다가 이 궁전의 심처에 숨어들었다 했지.'
하지만 지금은 안쪽까지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바로 우리의 십 장 밖에 두 개의 칠요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월요(月曜) 삼종신기.
목요(木曜) 해인.
두 개가 주인을 잃은 채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이다.
월요는 예전에 본 적이 있었지만 목요는 지금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해인은 조그마한 도장처럼 생겼는데 다리가 3개인 새가 위에 장식되어 있었다. 나는 순간 마음이 급해져서 두 개를 주으러 뛰어들고 싶었지만 가까스로 자제심을 발휘하고는 구천현녀에게 말했다.
" 구천현녀님. 칠요를 회수해 주십시오."
스스스
구천현녀의 시해지술이 발동되어 칠요를 이쪽으로 옮겨오려는 순간이었다.
파칭!
기이한 소리가 울리더니 갑자기 칠요 근방의 공간이 암흑으로 뒤덮였다. 나는 눈썹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 역시 함정이 있었군.'
그대로 뛰어들었으면 큰일날 뻔 했다. 구천현녀가 시해지술의 힘을 유지하며 손을 들자 칠요가 허공에 떠올랐고, 그녀는 맞은 편의 허공을 향해 말했다.
[ 신공표. 그대의 술수는 정말 대단하군요. 일그러진 명계의 통로는 수백 개의 왜곡이 있었을 터인데 어떻게 우리와 거의 동시에 도착할 수 있는 것입니까. 보통은 영원한 차원의 미아가 될 것이거늘...]
신공표가 그 순간 투명화를 풀고 맞은 편에 나타나며 눈에 쌍심지를 켰다.
[ 물러나라! 이 칠요들은 내 거다. 절대 양보 못 한다!]
그러자 제천대성이 불쾌한 듯 말했다.
" 절대 양보 못하는게 너 뿐인 줄 알아? 나야말로 네가 칠요를 고집한다면 진심으로 패죽이겠다, 썩을 놈아!"
쿠구구구
순식간에 세 명의 대존재가 자신들의 힘을 솟구치면서 긴장상태를 만들어냈다. 나는 그 순간 생각했다.
' 현왕의 인을 쓸까?'
솔깃한 상황이긴 했다. 하지만 나는 빠르게 냉정해지면서 지금은 아직 쓸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무창의 탑에 비견되는 강대한 능력이기 때문에 아직은 쓸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신공표를 최후의 적수라고 판단하기에는 지금의 판세가 너무 커져 있었다.
대신 침착하게 앞으로 나서서 신공표에게 외쳤다.
" 신공표! 잠깐 얘기 좀 하자."
[ 넌 또 뭐냐? 이 자리에 힘도 없는 놈이 끼어들어서 무슨 헛소리를 하게?]
신공표가 나를 얕보는 말투로 대꾸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 넌 칠요를 얻어서 뭘 하고 싶은거지?"
[ ... 전에도 말했을 텐데! 난 진정한 신위(神位)를 얻겠단 말이다.]
" 그래. 세상의 균형을 얻고 싶고, 그걸 위해서는 존재의 계(界)가 얽히는 특이점에 도달해야 하고, 실제와 허상의 세계가 중첩되는 지점을 알아야 한다고 했지."
[ 기억력은 좋구나.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 아니, 알아."
나는 놈을 노려보며 말했다.
" 네가 삼황오제와 똑같은 놈이 되려 한다는 사실 하나는 똑똑히 알겠다!"
[ ......!!]
" 네 녀석은 대체 이 세상에서 뭘 하고 싶은건데? 인류역사상 유래없는 엄청난 재능을 타고나서 하고싶다는 게 고작 신이 되고싶은 거냐?"
나는 욕을 내질렀다.
" 이 한심하고 어린 새끼야!"
내 말에 신공표는 크게 충격을 받은 듯 말했다.
[ 고... 고작 신이라고. 네놈은 무슨 소릴 하는 거지?]
" [옛 지배자]가 되어서 세상을 굽어보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이냐? 네가 절교에 들어가서 인간을 구하겠답시고 설쳐대던 건 그냥 힘이 있으니까 해보는 일에 불과했던거냐?"
[ 아니다! 나는 힘을 손에 넣어서 삼황오제와 대등해진 후 인간을 구할 것이다! 물론 현재 세상의 인류가 아닌, 강력했던 고대의 인류를 부활시킬 것이다!]
신공표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나는 신공표를 비웃었다.
" 웃기시네! 너랑 창힐이 다를게 대체 뭐야? 아니지, 창힐은 옛날옛적에 네 녀석의 뜻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겠지. 그리고 네가 설치다가 삼황오제한테 얻어맞는 꼴을 즐겁게 암중에서 지켜보고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치면 네가 훨씬 못난 놈 아니냐?"
[ 이... 이익...]
스르릉
" 신공표!!"
나는 신공표가 발악하며 사보검과 육혼번을 꺼내는 순간 품속에서 흑요석을 꺼냈다. 그리고 신공표의 시선이 집중되자 말했다.
" 네가 고대의 인류를 위한다고 주장할 거라면, 태상노군의 유언을 들어!!"
멈칫
신공표는 전투태세를 갖추다가 멈추었다. 그리고 마치 귀신을 본 듯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 유... 유언?]
" 그래. 네가 갇혀있던 여의봉의 마지막 매듭, 최후의 봉인에 태상노군이 남겨놓은 유언이다. 그는 네가 이 유언을 보기를 바랬던 것 같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 전해줄 기회가 없었어."
[ ......]
" 이 흑요석은 위대한 종족의 술법이다. 기억을 담아놓을 수 있는 능력이 있지. 이걸 받는다면 그가 무엇을 원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 네놈이 날 속이고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신공표를 노려보았다.
"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하지. 이 약속, 이 말이 거짓이라면 내가 가진 모든 칠요와 술법, 보물을 네게 모두 넘겨주겠다!"
[ 미친놈! 이름의 언약이 얼마나 중대한지 모르느냐?]
나는 버럭 소리질렀다.
" 아가리 닥치고 흑요석이나 받아!! 천하의 통천교주가 이렇게 간이 작나?"
[ ......!!]
신공표는 기세에 질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자리는 확실히 내가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신공표는 마땅히 내게 반박할 말이 없는지 안절부절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 ..,....]
그러더니 고민하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내밀었다.
[ ... 줘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