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730화 (729/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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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여불위!

'진 시황제 이전 진나라의 최고 권력자이자 상인...'

나는 글과 역사를 공부 했기에 그가 어떤 인물인지 듣자마자 알 수 있었다. 여불위라는 인물은 수천년 중화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강력한 권력자이자 배후의 권신이었고, 그 특징은 상인의 몸으로 직접 황제를 후원했다는 점에 있었다.

또한 진시황에게 말년에 축출되긴 했으나 그 이전까지는 진(秦)의 상방으로써 거대제국을 손에 쥐고 휘두르기까지 한 것이다.

상인으로써 여불위 정도의 명망과 권력을 한손에 틀어쥔 경우는 역사에 거의 없었기에 그는 역사의 한 장을 확실히 매김하고 있는 위인이었다. 대다수의 학사들은 역사를 공부한다면 여불위를 모를 수가 없었다. 진 제국의 성립역사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쉽게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나는 침착하게 '자칭'여불위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말이지? 지금은 가정(嘉靖) 연년이며 대명제국의 시대요. 당신이 만일 여불위라 한다면 당신은 진나라때 사람인데 지금부터 1700년, 아니 그 이전의 인물이 아니오?"

"......"

여불위는 시꺼먼 눈을 들었다. 이 표현은 그저 눈 밑이 검게 물들었다는 게 아니라 정말로 그는 눈자위, 동공, 그리고 눈 근처의 피부가 모조리 새까맣게 변해 있어서 소름끼칠 정도였다.

보통 인간이라면 약간의 공포를 느꼈겠지만 나는 하도 무서운 걸 많이 봐 와서 무덤덤하게 그를 볼 수 있었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날... 죽여... 줘..."

"이해하오. 만일 당신이 여불위라는 게 사실이라면 그런 말을 할 만 하겠지. 하지만 적어도 당신이 왜 거기에 잡혀 있는지, 그리고 이 위영정지묘가 어디인지 정도는 설명해줘야겠소. 그래야 당신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소."

"... 거기... 위쪽... 보옥(寶玉)... 부숴..."

보옥?

나는 여불위의 말에 힐끔 천장을 쳐다보았다. 천장에는 다시 계단이 있었고 보옥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계단을 좀 더 올라가야 보옥이란 게 나올 것 같았기에 나는 일단 계단을 더 올라갔다.

'산 내부를 통째로 판 것 같군..."

예전에도 느꼈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건축양식이다. 그냥 지상에 건물을 세우는 것보다 노력과 수고가 수십 배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것도 진나라 시대면 상당한 고대인데 그 때 이 정도의 시설을 만들려면 얼마나 큰 노동력과 희생이 필요했을까?

나는 계단을 약 300층계 정도 오르자 영롱한 무지개빛을 내는 보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걸 부수란 말인가."

하지만 여불위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줄 수는 없다. 만일 이걸 부수게 되면 여불위가 죽는 구조라면 나는 이 장소에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옥이 꽂혀있는 제단에서 보옥을 꺼내보려 했지만 보옥은 힘으로 꺼내보려 했지만 보옥은 힘으로 꺼내려 하면 부숴질 것 같았다. 제단을 통째로 잘라갈까 했지만 이 제단 자체가 영적인 구조를 뒷받침하는 것같아서 건드릴 수가 없었다.

'원래부터 못 꺼내게끔 박혀있나보군.'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여불위에게 갔다. 그리고 말했다.

"보옥은 찾았소. 하지만 내게 전후사정을 설명해주지 않으면 보옥을 부수지 않겠소."

"......"

여불위는 대꾸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늘어뜨렸다.

그렇게 한참 정적이 흐르다가 여불위가 입을 열었다.

"여씨춘추(呂氏春秋)를... 주겠다..."

"......!!"

그는 잠시 꺼억 하면서 마치 기도가 타들어가는 듯한 소리를 내었다. 소리인지 낮은 비명일지 모르는 소리를 흘리던 여불위가 말했다.

"난... 너무 오래... 고통스러웠... 다... 제발... 죽여줘..."

"무슨 말이오?"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여씨춘추라 하면 나도 알고 있소. 진나라 여불위가 학자와 식인(識人) 3천여 명을 모아 만들어낸 책으로, 군사(君士)가 행해야 할 올바른 정치규범과 자세를 써놓은 책이 잖소. 나도 여씨춘추 20권을 다 읽지는 않았고 기(紀) 2권 람(覽) 3권 정도는 읽었소."

망량 밑에서 글공부 할 때 여씨춘추를 약간 읽은 적이 있었다. 물론 다른 공부가 더 급했기에 여씨춘추를 본격적으로 다 공부하지는 못했으나 대충 맛 정도는 보고 간 것이다. 춘하추동(春夏秋冬) 맹중계(孟仲季)로 구분되는 각권과 기람론(紀覽論)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그것만으로도 보통사람은 3년이 걸리기에 망량이 그냥 대충 넘어가자고 했던 것이다. 물론 망량은 한달만에 여씨춘추를 다 외우고 공부를 끝냈다고 했었다.

"......"

"난 학자가 아니오. 이제 와서 여씨춘추는 필요없소."

그러자 여불위가 기를 쓰며 말했다.

"들어라...!!"

"알았소."

여불위는 이제 고통에서 깨어나서 약간 제정신이 돌아온 것 같았다. 반드시 기회를 살리겠다는 집념이 고통을 이기고 있는 상태 같았다.

"그런건... 보자마자... 알았다... 나는 인상(人相) 보는 법을... 대라신선에게 배워... 천하의 그 누구도 사람의 재질과 품성을... 잘 알 수 있다... 난 이 능력으로... 전국시대의 효웅과 간웅... 인재와 천재... 옥석을 구분해서 성공했다..."

"음..."

여불위가 시꺼먼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넌 범부(凡夫)... 결코 학인의 상이 아니며... 성급하면서 세속적인... 보통 인간..."

"......"

"그러나... 여기 온 이상... 보통 인간일 리는 없겠지... 무공과 지혜도... 타고난 상(相)에 비하여 이상할 정도로 출중하며... 본디 있을 리 없는 군왕(君王)의 명(命)도 지닌자... 너는 틀림없는... 괴인(怪人)이다..."

"뭐?"

나는 여불위의 말에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저 놈이 뭔데 나를 인상으로 판단한다는 말인가? 그것도 괴인이라는 칭호에는 결코 좋은 뜻이 담겨있지 않았다. 하지만 저 놈이 정말로 전국시대의 효웅과 걸물들을 거느렸던 여불위라면 그 정도의 안목이 있는게 이상하진 않았다.

여불위가 시꺼먼 눈을 크게 뜨며 말을 이었다.

"그런 괴인인 너에게... 진짜... 여씨춘추를 주겠다는... 말이다... 대신 보옥을 깨서 날 죽여... 다오!!"

"진짜 여씨춘추?"

"그래... 진짜... 내가... 영정에게도... 결코 넘겨주지 않은 진짜를... 주겠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소? 그럼 세간에 나와있는 여씨춘추는 가짜란 말이오?"

"세월이... 일천 칠백 년이나 흘렀으매... 내가 원했던대로... 가짜가 온 세상에 퍼졌군..."

"진심으로 하는 말이오?"

"흐흐... 내가 정말... 단지 정치사상을 정립하려고 여씨춘추를 만들었겠는가... 수천명의 식자와 학자를 모으고... 황금 수백 관을 썼다는 생각하나... 나는 상인... 상인인 자가 그렇게 할 짓없는 돈낭비를 할 것 같은가..."

"......"

"크크크... 여씨춘추..."

괴소를 흘리던 여불위가 말했다.

"그건... 일자천금(一字千金)... 팔방관람(八方?覽)... 육합론의(六合論議)... 내가 원한 건... 바로 마도서이되 마도서가 아닌 존재... 진정한 신(神)이 되는 방법이 거기 있다!"

"뭐?!"

"보옥을 깨라...!!"

"그런데 보옥을 깨면 여씨춘추가 있는 위치는 어떻게 알려줄 거요? 보옥을 깨면 당신은 죽는데."

"... 보옥을 깬다면 내가 바로 죽는 건 아니다."

그 말을 끝으로 여불위는 마치 죽은 것처럼 입을 다물어 버렸다. 나는 급히 여불위에게 다가가서 그를 흔들었지만 완전히 넋이 나간 상태로 되돌아간 것이다. 아무래도 그는 하도 오랫동안 고통에 시달리다보니 인위적으로 정신을 광기와 고통에 매몰되게 만들 수 있는 듯 했다. 아니, 그의 현재 상태가 광기라고 할 수 있으리라.

'흥, 방법이 없는 줄 아냐.'

나는 이를 악물고 그의 이마에 손을 대어서 이혼대법을 시전했다. 한참동안 손을 대고 있으니 여불위의 백이 내쪽으로 끌려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잠시 후 백이 더 이상 가까워지지 않더니 도로 돌아가버리고 말했다.

"응?"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구천현녀가 말했다.

[그의 영혼은 누군가에게 담보로 잡혀 있습니다. 그를 붙잡은 존재가 놓아주려 하지 않기에 백웅 그대의 술법이 먹히지 않습니다.]

"음."

확실히 그건 예전에도 겪어본 일이다. 이혼대법은 강력하지만 이미 상대방의 혼백이 누군가의 소유가 되어있을 경우에는 조종하는 난이도가 대폭 어려워졌다. 게다가 소유자의 힘이 강하기라도 하면 이혼대법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구천현녀에게 말했다.

"이 자는 정말 여불위일까요?"

[아마 틀림없을거라 생각합니다.]

"누가 이 자를 이런 꼴로 만들었지..."

[아까의 보옥의 깨 주는 게 좋겠습니다.]

"구천현녀의 시해지술로 어떻게든 보옥만 빼내거나 할 순 없을까요? 눈앞의 이놈에게서 정보를 빼낸다거나."

[불가능합니다. 그 보옥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한묶이었으며 보옥에 걸려있는 주술도 굉장히 정교하고 강력합니다. 제단을 제작한 자는 대라신선 이상의 주술을 쓸 수 있었을 것입니다.]

"......"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검을 꺼내서 여불위의 이마에 박아 보았다.

푸욱

여불위의 머리통이 금세 갈라졌다. 나는 이정도면 죽었으리라 생각하고 칼을 빼냈는데, 뜻밖에도 그는 잠시 후 재생하며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금 고통에 찬 신음소리를 흘리기 시작했다.

"불사(不死)의 주술이 걸려 있군."

외부에서 아무리 죽이려 들어도 여불위는 이 구체에 붙박힌 채 끊임없는 고통을 당할뿐 죽지 않는다. 그는 이 상태로 수천 년동안 묶여 있었던 것이다. 실로 극악한 고문이라고 할 수 있었고, 차라리 일격에 목을 베어죽이는 게 훨씬 자비로울 정도였다. 나는 내심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무나 가혹하다. 누가 여불위를 이렇게나 미워한 것인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래도 보옥을 깨 달라고 한 이유는 그를 이렇게 속박하고 있는 구체의 주술, 그리고 불사의 주술 모두가 보옥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나는 별 수 없이 위로 올라가서 보옥과 제단을 한꺼번에 부숴 버렸다.

콰광

보옥이 깨 지는 순간 혼탁한 마력이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그 마력은 잠시 연기를 만들었는데 그 연기는 제왕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제왕관을 쓴 형상이 내게 뭔가를 말하는 듯 했다.

[... 장난감을 망가뜨렸구나... 하하하.]

웃음을 짓더니 그 연기형상은 사라져 버렸다.

장난감?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밑으로 내려가자, 그 곳에서는 여불위가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악!! 또... 또 나를 속이다니!! 영정!!!"

파지지직!!

심상찮은 번개가 오락가락하더니 여불위의 몸뚱이를 완전히 불태워 버렸다. 그는 구체에서 풀려나지 못했고, 도리어 구체가 마치 살아있는 유동체처럼 꿈틀거리며 여불위의 몸뚱이를 먹어치우고 있었다.

우드득

나는 급히 구천현녀에게 외쳤다.

"구천현녀님!! 저 자를 살려 주십시오."

[알았습니다.]

시해지술!!

구천현녀의 술법이 펼쳐지자 청람빛이 장내에 터져나왔다. 소멸되어 가던 여불위는 그제서야 몸이 타들어간 상태로 구체에서 풀려나서 널부러졌다. 하지만 부상이 너무 심해서 기식이 엄엄해 보였다. 심지어 지금은 불사술법이 깨진 듯 중상자인 상태라서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듯 했다.

"구천현녀님. 이 자를 회복시켜 주십시오."

[......]

"구천현녀님?"

그 순간 구천현녀가 당혹스러워했다.

[인과율이... 저를 제약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힘을 너무 많이 쓴 걸까요...]

"네?"

[백웅이여. 저는 천계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당분간 모습을 드러낼 수 없을 듯 합니다. 충분한 공양물이나 의식을 갖춰서 다시 불러 주십시오.]

파앗!

구천현녀는 다음 순간 사라져 버렸다. 내가 황당해서 그 모습을 쳐다보자 여불위가 꺼억거리며 외쳤다.

"으억... 영정... 개같은... 놈... 패륜아... 개종자... 으어어..."

"정신 차리시오."

나는 급히 여불위의 혈을 짚고 생명력을 강화시켰다. 의술로 응급처치를 했지만 전신 화상에 쇠약해져있는데다 몸 여기저기에 구멍일 뚫려 있어서 오래는 살 수 없을 듯 했다.

내 의술로는 제대로 된 곳에서 의술을 행해도 그를 살릴 수 없었다. 여불위도 그 사실을 직감한 듯 헐떡거리며 말했다.

"이... 무덤은... 그저 구색... 여산 전체가... 그저... 놈의 위장... 그리고 진짜... 영정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 신과 마왕조차도..."

"무슨 말이오?"

"영정은... 여기 없다... 애초에... 죽지도 않았다... 이게... 무덤으로 보이는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여불위가 말을 이었다.

"놈은... 정녕 무서운 놈... 신조차... 그에게 뒤통수를 맞게 되리라... 흐흐... 정녕... 흐흐흐... 흐흐흐흐."

"여씨춘추는 어딨소?"

"... 하(夏)의 옛 수도... 그리고 이사(李斯)에게 진짜를 찾는 해독법을 남겼다... 흐흐... 고통이... 끝나는가..."

풀썩

여불위는 잠시 후 죽었다.

나는 그의 눈을 감겨준 후 그의 영혼을 천신경의 술법으로 불러내려 했지만, 역시 그 영혼은 어디론가 금세 빨려가 버렸다. 누군가에게 저당잡혔다는 말은 사실이었던 것이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했다.

'빌어먹을. 핵심적인 건 아무것도 안 알려줬잖아.'

어찌되었든 네게 진짜 곤란한 것은 구천현녀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아마도 나와 붙어다니면서 세상에 너무 많이 간섭한 탓에 인과율이 그녀를 억제했고, 그 반발력을 억누르고자 천계로 되돌아간 것이리라.

구천현녀의 실력이면 칠요의 기척을 없앨 수 있으니 당분간은 괜찮겠지만 서왕모를 생각하면 위험한 상황이었다.

당장 여기서 빠져나가는 것도 꽤 귀찮은 일이 될 것 같았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최대한 은신술과 경공술을 써서 사람의 눈을 피해 여산에서 나왔다.

여산에서 나온 나는 다시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갔다. 다행히 여산의 위치가 낙양에서 멀지 않은지라 달려서 도착할 수 있었다. 내가 여산에 갔던 얘기를 들은 천우진이 말했다.

"진짜 여씨춘추를 찾으러 초나라 옛 수도까지 가고 이사의 영혼도 소환해야겠군. 넌 어찌된 게 어딘가 돌아다닐 때마다 일거리를 갖고오는 거냐?"

내게 핀잔을 준 천우진이 말을 이었다.

"지금은 그런걸 찾을 때가 아니다. 구천현녀의 빈자리가 크니 신공표를 억제할만한 힘이 한층 줄어들었어. 뭔가 방안을 생각해야 해."

"음. 진짜 여씨춘추를 찾아서 그걸 구천현녀에게 제물로 바치면..."

"그걸 찾는다는 보장은 어디있고 찾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창힐과 제곡의 길항 상태가 오래 가진 않는다는 걸 생각해라."

"윽."

내가 찔끔한 표정을 짓자 옆에 있던 제천대성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왜 일 진행이 이렇게 느려? 계획은 잔뜩 갖고 있는데 실제로 해내는 건 아무것도 없잖아."

"제천대성."

"아 몰라! 나는 십천군 때리러 갈 거다. 그리고나서 신공표 놈과 담판을 지을 거야. 너넨 따라오든 말든 알아서 해."

파앗!

제천대성의 모습이 사라졌다. 남아있던 우리들은 멍청히 그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진소청이 말했다.

"쫓아갑시다. 이렇게 된거 금오도와 당장 결전을 벌이는 수밖에."

"으, 구천현녀도 없는 상태로..."

"백웅. 어차피 그녀는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 동료가 될 순 없으니 너무 의지하지 마시오. 그녀는 외력(外力)이오."

"하지만..."

"그녀는 아직까지 진짜 목적을 우리에게 밝히지 않았소. 지금은 경계심을 가지시오."

뜻밖의 말에 나는 진소청을 돌아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요?"

"당신이 전생자의 감을 가지고 있듯, 나도 나만의 감이 있소. 그리고 그 감은 구천현녀를 아직 완전히 믿을 때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소."

"......"

"우선은 눈 앞의 일에 최선을 다 합시다."

"알았소."

나는 진소청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진소청은 주술이나 마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 때때로 그가 하는 제안이나 직감은 정곡을 찌를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나를 잘 따라와라. 바로 금오도 입구로 가겠다."

슈욱

천우진의 술수를 이용해서 우리 일행이 금오도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였다.

[이런 망할 놈들이!!]

신공표가 급격히 화난 표정으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는 우리에게 버럭 소리를 쳤다.

[원숭이놈 혼자 돌격시키자고 한 거냐? 네놈들 나를 엿먹이려고 한 거지? 네놈들 나를 엿먹이려고 한 거지? 저 망할 원숭이놈이 얼마나 천방지축인지 모르느냐!!]

나는 황급히 대꾸했다.

"그런 게 아냐. 우리가 제천대성에게 뭐라고 명령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잖아."

[으으으...!!]

그 순간 신공표가 화내며 우리를 공격하려 했는데 뭔가 찔끔하는 표정을 지었다.

[쳇!]

그러더니 말도 없이 황급히 금오도의 입구로 쑥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왜 저러지?'

그 이유는 머지않아 알 수 있었다.

우리의 뒤쪽에서 중우한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제천대성 어디갔나? 빨리 놀러 오라기에 왔다."

"......"

항우가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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