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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나는 관우의 축복을 얻은 후 곧장 여산(驪山)으로 향했다.
'망량은 이 곳에서 신혈(神血)을 얻으라고 했다.'
여산에는 고대 진 시황제의 무덤이 있었다. 진시황릉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 유적에 궁극의 초상기인을 제작하는데 핵심재료가 되는 신혈이 매장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신혈은 실제로는 수은을 연금술을 이용해서 변화시킨 외계금속이었다. 과거에 연단술을 이용해서 대량으로 제작한 신혈이 유적 내부에 있었다.
망량의 말이 생각났다.
[지금까지는 시간과 기회가 없어서 신혈을 얻지 못했소. 그러나 일단 신혈을 확보한다면 아마 큰 도움이 될 것이오.]
[신혈이 초상기인에는 대단히 중요하지만 당장 써먹을데는 없지 않소?]
[아니오. 백웅. 신혈은 꼭 얻어야 하오. 그거야말로 황궁을 진정으로 공략하는데 필요한 재료요.]
나는 신혈이 지금 이 상황에 뭐가 중요할까 싶었지만 망량의 생각은 다른 듯 했다. 망량이 원하는 건 반드시 신혈을 얻되, 당장 얻지 못하더라도 여산의 유적 내부구조를 알아두는 것이었다.
사삿
나는 여산의 유적에 한번 온 적이 있었기에 쉽게 비밀통로를 알아내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다만 예전과는 다른 내부풍경에 약간 놀라고 말았다.
'으음. 굉장히 많이 탐사했잖아?'
23번째 생에 황궁의 제갈유룡이 여산을 탐사하여 내부의 신혈을 채굴할 때는 사실 사람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만 내부갱도를 만든 수준이었고, 공동 또한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 내가 비밀통로를 통해 들어온 여산의 내부는 확실히 장중하고 체계적인 건축양식이 도입되어 있었고 그 자체로 용문석굴에 뒤지지 않는 규모였다. 실제로도 지금도 여기저기에 수백여 명의 광부와 무사들이 돌아다니며 활발하게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나는 뇌신류 벽호공 신법을 이용해 천장에 기척없이 붙은 채 밑의 광경을 차분히 살폈다.
금빛 수실 옷.
상당한 무예.
'금의위 고수들인가? 조원과 천호가 있군.'
혹여 그들이 광부들을 학대하거나 채찍질하는지를 잠시 살폈지만 그런 기색은 없었다. 도리어 그들은 광부들과 꽤 친하게 지내는 듯 했고 작업환경도 괜찮아 보였다. 개중 금의위 한 명과 광부가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다음 휴가때는 같이 놀러갑시다."
"전에 봐둔 기루의 이름 말씀드려도 됩니까? 허허."
"얼마든지!"
사이가 좋다.
나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여기의 신혈을 채구하는 일은 극비가 분명할텐데 내부에 있는 자들이 휴가를 나갈 수 있다는 말인가? 지난 5년간 차분하게 여산의 신혈을 채굴해 왔다면 가정하면 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
극비작업을 할 경우 금의위의 역할은 기밀엄수를 위해서 채굴장의 광부들을 살해하는게 될 수밖에 없으므로 이런 분위기는 있을 수 없다.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하나뿐이다.
'절대적인 자신감.'
창힐과 팔부신중은 이제 자신들을 견제하거나 위협할 수 있는 인간세력따위는 단 하나도 없다고 자부하는 게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신혈채굴이라는 막대한 기밀사항을 다루면서도 그리 보안에 신경쓰지 않는것이다.
어차피 인간들 중 9할 9푼은 신혈이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를 뿐더러, 알고 방해할 수 있는 자들은 다 죽어없어졌다 생각하는 것이리라.
실제로도 그랬다. 5년 전의 신단수 대전은 창힐측의 압도적인 승리를 끝나버린 것이다. 구심적인 백련교주가 사망한 현재의 벽련교, 그리고 십이율주가 사망한 십이율은 숨죽인 채 숨어살고 있는 신세였다. 멋모르는 정천맹이나 사파들은 평소처럼 무림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말로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방해조차 할 수 없다.
상식적으로는 신혈과 초상기인에 대해 알고 있으며 완전한 초상기인의 제작을 막기위해 여산의 광부질을 견제할만한 사람이 천하에 있을 리가 없다. 고대적인 꽁꽁 감추어진 비밀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으니 괜한 자신감이 아니었다.
나같은 전생자가 아닌 이상 이미 인류는 창힐의 음모에 대항할 힘을 잃어버린 셈이다.
아마 그래서 망량이 바로 이 시점에 나를 여산으로 보낸 게 분명했다. 팔부신중의 오만이 완전히 걷히기 전에 신혈을 확보하지 않으면 머지 않아 이 곳에도 팔부신중이나 창힐의 강력한 부하들이 와서 제대로 경계할 것이다.
'이미 와 있을지도 모르지...'
나는 방심하지 않은 채 천장을 기척없이 걸으며 안쪽으로 향했다. 갱도가 깊어질수록 더욱 어두워졌고 무공으로 잠입할만한 여지가 적어졌다. 내가 은신술을 못 쓰는 건 아니었지만 성가신 일이었으므로 나는 구천현녀에게 부탁했다.
"구천현녀님. 강력한 은신술을 걸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파앗
시해지술이 펼쳐지자 나는 내가 광부나 금의위 바로 곁을 태연히 걸어가도 그들중 그 누구도 나를 감지하지 못하는 걸 알아챘다. 시험삼아서 광부의 어깨를 손으로 주물럭 거렸지만 그 광부는 이상함을 느끼지 않았다. 구천현녀가 걸어준 은신술은 대단한 효과가 있는 것이다.
나는 은신술이 잘 걸렸다고 판단하자 빠르게 뛰어서 내부로 들어갔다. 갱도를 약 3리 정도 이어달리자 채굴한 신혈을 임시보관하는 장소가 나타났는데, 그 곳에는 영롱한 빛이 은은하게 흐르고 있었다. 신혈은 사람의 키보다 3배 정도 높은 크기로 쌓여 있었으며 양이 상당히 많았다.
"흐음."
얼마나 가져가는게 좋을까? 마음같아서는 모조리 다 가져가버리고 싶지만 이 곳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될 경우 창힐은 대번에 내 목적을 알아채고 말 것이다. 그리고 초창기인의 완성을 훼방놓으려 한다는걸 눈치챌 경우 창힐이 그에 맞춰서 작전을 세올테니 더 성가셔지게 되리라. 뿐만 아니라 죄없는 광부들이 몰살당할 우려도 있다.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끼리리링!!
기이한 소리와 함께 갑자기 어디선가 강력한 마력이 느껴졌다. 어떤 존재가 전이술을 써서 이 근처에 나타난 것이다. 구천현녀의 감지술으로 그 정보를 전달받은 나는 황급히 구천현녀에게 물었다.
"구천현녀님. 누가 온 거죠?"
[팔부신중 마후라가가 왔군요.]
"제길... 역시 신혈을 방어하려는 건가. 제가 들어온 걸 눈치챘을까요?"
[그건 모릅니다. 하지만 이건 기회일 수도 있군요.]
"기회요?"
나는 어리둥절해서 물었지만 이윽고 구천현녀의 호전적인 눈빛을 보자 무슨 생각을 하려는지 알아챘다. 그래서 기겁해서 말했다.
"싸, 싸울 생각입니까?"
[물론입니다. 본디 그들은 불사지체이고 부활하는 능력이 있으나, 지금의 제게는 수요가 있지요. 팔부신중을 완전히 소멸시키는게 가능합니다.]
"......!!"
[그리고 마후라가는 육박전에 약하고 음공과 술수에 능한 팔부신중. 시해지술을 응용하면 저는 그를 아주 쉽게 제압할 수 있습니다.]
혹하는 일이었다. 확실히 현재의 구천현녀라면 설령 마후라가가 본체로 드러내도 이길 것이고 수요까지 있으니 아주 쉽게 상대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직감으로 이건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신중하게 가야지......'
나는 구천현녀에게 말했다.
"안될 것 같습니다. 싸움은 시기상조입니다. 마후라가조차 눈치챌 수 없는 더 강력한 은신술을 걸어 주십시오."
[... 알겠습니다. 시해지술로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은신 술수를 걸어드리겠습니다.]
후와앗
잠시 후 내 몸은 마치 안개로 만들어진 덤불에 뒤덮인 것처럼 변했다. 외관만 변한 게 아니라 기척이 실제로 무(無)나 다름없이 변해버린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자 신혈을 저장하는 장소에 마후라가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뚜벅
마후라가는 인간형이었다. 본체일 때는 인간과 뱀이 합쳐진 사인(蛇人)의 형태였으나 지금은 다소 어두운 피부를 지닌 매끈한 천축의 미녀 형상을 하고 있었다. 마후라가는 내가 신혈 근처에 있는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신혈덩어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류 천호."
"네!"
그녀의 옆에는 금의위 조장인 류 천호가 대동해 있었다. 나는 과거 악연이었던 류 천호를 보자 약간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마후라가가 말을 이었다.
"침입자는 없었겠지?"
"네.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 동향을 보고받지 못했습니다."
"무능하구나."
"네?"
퍼벅!
마후라가가 손가락을 구부리자 류 천호의 머리통이 터졌다. 어떤 술법인지 몰라도 엄청난 살상력을 지니고 있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절정고수인 류 천호를 살해한 마후라가가 불쾌한 듯 말을 이었다.
"여산에 내가 쳐둔 결계에 강력한 기를 가진 존재가 감지되어서 득달같이 왔거늘, 역시 인간 따위는 쓸모가 없어."
마후라가가 여산에 결계를 쳐둔 거였군.
일정수준 이상인 자에게 반응하는 구조인가?
하지만 금세 구천현녀의 은신술을 쓴 덕에 내 정체는 알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마후라가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내 결계 속에서 다시 은신할 정도의 술사(術師)... 그런 자가 있단 말인가? 설마 천계의 상급신선이 직접 이 자리에 와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아무리 그들이라 해도 내가 직접 결계에 왔을 때조차 은신술을 유지할 순 없다."
혼잣말을 하던 마후라가가 신혈덩어리를 노려보더니 말했다.
"불길하군. 이걸 먼저 황궁에 옮겨놔야겠다."
그러자 구천현녀가 내면에서 내게 재촉했다.
[공격하십시오. 지금이 아니면 마후라가를 해치울 기회가 없습니다. 신혈도 같이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
내키지 않는다.
정말로 마후라가를 치는 게 맞을까?
이대로라면 눈뜨고 신혈을 빼앗기는 셈이지만 어쩐지 이게 함정으로 기어들어가는 길이라는 생각이 변하지 않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엄청난 갈등을 했으나 입술을 꽉 깨물고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내 생각을 지키자.'
슈슈슉
잠시 후 마후라가는 신혈덩어리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마후라가가 사라진걸 확인한 후 한숨을 쉬었다.
"갔군."
[백웅이여. 너무 우유부단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말씀하셔도 할 말이 없군요. 하지만 방금 전에는 틀린 선택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
구천현녀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기분이 상했다는 걸 느끼면서 근처에 있는 다른 인간을 찾아갔다. 주변을 돌아다니다보니 지위가 높아보이는 천호가 있었고, 나는 그의 얼굴이 낯익다는 걸 알아챘다.
'곽 천호.'
분명 내가 5번째 생에서 처음으로 금의위에 들어갔을 때 만났던 천호였다. 성이 곽씨 였고 내게 간단한 설명을 해 주다가 류 천호에게 설명을 넘기고 갔던 걸로 기억한다.
이런데서 아는 얼굴을 또 볼 줄은 몰랐기에 내가 그를 멀뚱히 쳐다보고 있자, 곽 천호는 하품을 하며 중얼거렸다.
"이런 탄갱에서 언제까지 일해야하는지 원."
문득 나는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후라가가 침입자를 감지하지 못하고 신혈덩어리를 갖고 가버린 지금이야말로 가장 경계가 약한 시점이 분명하다. 게다가 나는 은신술을 두르고 있기에 이혼대법을 펼치기에 최상의 환경이 갖춰졌다.
스윽
나는 곽 천호의 이마 중앙에 손가락을 갖다대고 한참동안 이혼대법의 구결을 외웠다. 하지만 곽 천호는 내가 손가락을 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충분히 이혼대법을 끌어올리자마자 시전했다.
파앗!
그 순간 그의 백이 내게 끌려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이혼대법이 완전히 걸렸다는 걸 확신했고, 이 성공으로 이혼대법의 성취가 1성 더 늘어났다는 걸 알았다. 쓸수록 숙련되어가는 게 느껴졌다. 나는 곽 천호에게 말을 걸었다.
"곽 천호. 너는 이성의 판단을 멈추고 지금부터 내 말에 철저히 복종하며 알고있는 걸 모두 말해라."
그러자 곽 천호의 두 눈동자가 흐릿해지며 전신의 힘이 풀리는 듯 했다. 그는 이혼대법에 완전히 걸린 상태로 멍하니 앉아 있었고 나는 질문을 했다.
"이 진시황릉에 있는 금의위는 총 몇 명이고 어떤 구성이지?"
"... 총 42명... 3개조의 조장이 와 있으며... 신규 연수중인 금의위들이 외곽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총령과 부총령은?"
"총령께선 황궁에서 나오지 않으시고... 부총령 두 분께선 석 달에 한번씩 순찰을 돌고 가십니다..."
"마후라가와 팔부신중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 모릅니다... 그런건..."
"천축의 묘령 미녀가 가끔 여기에 돌아다닐텐데?"
"... 아... 그 분은... 황제폐하의 새로운 후궁... 이십니다... 이 곳에 관심이 많으십니다..."
역시 천호같은 하급자에게는 팔부신중의 정체나 이름같은걸 전혀 알려주지 않는 듯 했다.
그나마도 팔부신중들은 황궁에 거하면서 가짜신분을 내세우고 있는 듯 하다. 나는 추가로 질문했다.
"원래 황궁 사신위의 주작이란 자가 있었을 텐데 그 자에 대해서 들은 건 없나?"
"... 모릅니다... 주작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 정체같은 건 천호 중 누구도 모르고... 다만 총령께서 가끔 주작을 만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이 곳에서 캐고 있는 금속이 어떤 역할을 하는건지 알고 있나?"
"... 저흰 모릅니다... 그냥 위에서 캐라고 하니 캐는거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 이 유적에서 발견한 특이한 점이 있다면 아는대로 말해라."
나는 질문하면서 왠지 모를 허탈감이 치솟았다. 정말로 이 자들은 황궁의 개에 불과하고 아무런 기밀정보는 모르고 있는 것이다. 반쯤 포기한 상태에서 곽 천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뜻밖의 대답이 들려왔다.
"저기 왼쪽 끝... 더 안쪽에 저랑 친한 광부 과장이 1년 전에 알려준 특이한 장소가 있습니다... 아직 채굴 작업에서는 표기되지 않았지만... 저긴 아마 고대의 유적이겠지요... 안에 들어가보니 위영정지묘(威?政之墓)라는 글자가 새겨진 커다란 문이 있었습니다..."
"......!!"
"문에 자물쇠는 없습니다만... 엄청나게 무거워서 보통 힘으로는 못 열 것이고... 커다란 기구를 가져오거나 공성파쇄기로 부숴야 할 것 같습니다..."
"안내해라."
"네..."
위영정지묘?
나는 뜻밖의 정보를 얻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곽 천호를 따라가다가 물었다.
"왜 위영정지묘를 발견했다는 걸 위에 보고하지 않았지?"
"... 고대의 유적이라... 절세무공이나 보물이 있으면... 제가 먼저 챙기려고..."
"......"
하긴 곽 천호도 본래는 무림인이었으니 그런 생각을 할 법 하군. 나는 말없이 곽 천호를 따라가다가, 갱도의 어둠 속 샛길을 계속 후비적거리듯 걸었다. 마치 미로와도 같이 감춰진 곳이라서 정상적으로는 못 올 것 같긴 했다. 한참 후 위영정지묘에 도착하자, 곽 천호가 묘사한 대로의 광경이 눈에 보였다.
끼긱...
나는 위영정지묘의 거대한 문짝을 열어보려 했지만 확실히 무거웠다. 일반적인 철문의 무게보다 수백 배는 무거운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같은 부피인데도 이 정도의 무게 차이가 있는 금속이 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이건 이 세상에 본래 있는 금속이 아니야.'
강철과 동일한 부피인데 수백배 무겁다면 틀림없는 외계금속이거나 특수한 공정을 거쳐서 야금한 것이 분명하다. 어느 쪽이든간에 현재의 인류가 받아들일 수 없는 기술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우드득
나는 팔에 가득 내공을 불어넣어서 강하게 밀었다. 팔에 혈관이 삐죽 솟아오를 정도로 힘을 주자 서서히 엄청난 무게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내 내공으로 신체능력을 강화시키면 그 힘은 상식을 초월할 정도였다. 나는 문을 연 후 곽 천호에게 말했다.
"지금까지 나와 이야기했던 모든 걸 잊고 네 원래 자리로 돌아가라. 나의 존재도, 이 유적에 대해서도 다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네..."
곽 천호가 되돌아가자 나는 위영정지묘의 내부로 진입했다. 그리고 정교하게 제작된 내부구조와, 구리로 제작된 병마총(兵馬塚)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나는 이 곳의 병마총이 외부에 있는 것과는 꽤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살아있는 것 같다.
나는 위영정지묘의 상층부로 향하는 계단을 발견해서 올랐다. 그리고 상층부에 도착하자 벽에 박혀있는 거대한 원구형의 기이한 구조물을 발견했는데 그 구조물의 전면에는 인간의 육신이 붙박혀있는 게 보였다.
나는 그 순간 깜짝 놀랐다.
"살아있다...?!"
원구에 박혀 있는 인간은 얼굴과 팔다리만 밖에 내어놓은 채 가느다란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그는 마치 짐승같은 숨소리를 내며 정체모를 고통에 괴로워하는 걸로 보였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잠시 은신술을 해제하며 구천현녀에게 차단결계를 쳐 줄 걸 부탁했다. 그리고 그에게 외쳤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이윽고 그는 희미하게 눈을 뜨면서 천천히 대답했다.
"여(呂)... 불(不)... 위(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