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724화 (723/1,615)

00724====================

암천향(暗天鄕)

쿠우우...

우리는 남쪽 대륙의 화요 봉인지 결계 앞에 도착했다. 천우진이 결계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

"화요의 결계의 힘으로 열려고 하면 즉시 천계에 동향이 알려진다. 그 사실은 알고 있지?"

"물론."

내 목숨이 날아가버린 일을 어떻게 잊겠는가.

21번째 삶에서 예의 적궁백시를 이용해서 힘으로 화요의 결계를 깨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적궁백시는 저 결계를 힘으로 깨는 게 가능했지만 도중에 제천대성 미후왕이 난데없이 나타나서 예를 막았고, 예는 제천대성의 말에 설득당해서 강림자인 나를 도리어 죽여버렸던 것이다. 제천대성은 화요의 결계가 깨질것을 염려한 서왕모의 의지로 급히 파견되었으리라.

나는 그 때의 아픈기억이 되살아나서 슬며시 제천대성을 보았지만 그는 전혀 모르는 기색이었다. 하긴 알 리가 없었다. 제천대성이 천우진의 말을 거들었다.

"천계에 알려지지 않고 화요의 결계를 깨는 방법은 딱히 없다. 어떻게 할 생각이냐?"

나는 침착하게 대꾸했다.

"제 동료의 책략에 따르면 창힐과 제곡은 반드시 대화나 회담을 가질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삼황오제급 존재들이 회담을 가지게 되면 인과율이 크게 요동치고 천계의 시선도 집중될거라고 했습니다. 그 때 일어나느 천재지변을 기해서 화요를 깨면 눈치 채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눈치챈다 하더라도 누가 가져갔는지 알 수 없을 것이라고요. 어쨌든 수천리 밖의 일이잖습니까."

"너무 주먹구구 아니냐? 그 책략의 근거는 뭔데?"

"그건... 망량선사입니다. 그가 알려준 정보입니다."

망량은 명경을 통해서 스승인 망량선사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망량선사가 알려준 정보에 따라서 책략을 짠 것이다.

"뭐?"

제천대성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제천대성에게 어설프게 정보를 숨겨봐야 그의 의심만 살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천천히 이야기를 했다.

"망량선사는 삼황오제에 준하는 신격이 만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더군요."

"네 동료가 망량선사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위치라는 거냐?"

"그렇습니다."

"흐음... 망량선사라... 그럼 믿을 수 있지만."

침음성을 흘리던 제천대성이 말했다.

"좋아! 일단 믿기로 했으니 끝까지 가자. 그래서 천재지변은 언제 일어나지?"

"길어도 한 시진 이내일 거라 했습니다."

"기다리지."

우리는 천리안의 술법을 걸어둔 채 그 자리에서 대기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약 반 시진이 지난 시점에서 난데없이 낙양의 상공에 수천개의 날개가 달린 거대한 팔이 강림하는 게 보였다.

고오오오

'제곡...!!'

저 팔 형태 자체가 삼황오제 제곡의 화신(化神)이 아닐까?

그리고 그 팔을 맞이하듯 팔부신중 전원이 본체로 변신해서 허공에 떠 있었다. 그들 사이에 살기나 전의는 흐르지 않아서 싸우려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엄청난 속도로 암운(暗雲)이 번져나가더니 낙양 전체가 어둠에 휩싸이고 말았다.

쏴아아아아

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록 강수량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 비에는 섬뜩한 기운이 담겨 있어서 낙양의 거리를 돌아다니던 행인들은 불길함을 느끼고 하나둘씩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어쩌면 저 빗방울 자체에 인기척을 거두고 침묵하게 하는 마력이 담겨있는 게 아닐까?

쿠오오오

그리고 비가 소리를 죽이는 사이에 제곡의 팔은 서서히 형태를 바꾸더니 고대 제왕의 형상으로 변신하고 있었다. 그의 등 뒤에는 새파란 날개가 창염처럼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천리안의 술법을 연결하고 있던 천우진이 말했다.

"더 이상은 저들이 눈치챌 것 같군. 천리안은 이제 끊겠다."

"뭐? 제곡과 창힐이 대화를 나눌건데 이런 중요한 걸..."

"그들이 얼마나 드높은 신격인지 모르는거냐? 네가 직접 천리안을 쓰는 게 아닌 이상 그들이 바로 눈치채고 엿보는 자에게 저주를 내릴 게 분명하다. 대화를 엿듣는 건 무리야."

"......"

"예전과는 다른 경우다. 그 때와 달리, 이제부터 저 자들은 도청에 민감해진다."

전면전과 비밀회담의 차이인가.

파앗

천우진은 천리안의 술수를 거두고는 말했다.

"천재지변이 일어났으니 이제 화요의 봉인을 깨자."

"알았어."

잠시 후 구천현녀와 천우진, 제천대성이 동시에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일 먼저 구천현녀가 결계에 손을 갖다대더니 시해지술을 결계의 구성요소를 부수기 시작했고, 그 다음으로 천우진과 제천대성이 힘을 보태서 그 속도를 빠르게 만들었다.

가장 빠르고 부담없이 깰 수 있는 방법이었고 그들 하나하나가 대존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파스스...

본디 엄청난 힘과 노력, 시간이 있어야 깰 수 있는 화요의 결계였지만 이번에는 허무 할 정도로 쉽게 파해되었다. 아군의 진형이 호화스러울 정도의 강자로 채워져 있기에 평범한 전생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삼황오제가 낙양에서 창힐과 겨루면서 인과율이 혼란스러워진 덕분이겠지...'

평상시에 이런 식으로 힘으로 깨려 들면 더 큰 반발이 이뤄지겠지만 계획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으리라. 다음부터는 쓰기 힘든 방법이었다.

우리는 결계가 사라지자마자 빠르게 안쪽으로 향했다. 본래는 숨겨져 있는 차원문의 위치를 끈질기게 찾아내야 했지만 구천현녀의 시해지술은 손쉽게 그 위치를 찾아내고 우리를 안쪽으로 인도했다. 통로로 들어가며 익숙한 나선계단이 나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무저갱으로 내려가는 나선계단을 한참동안 걷자, 그 곳에 새빨갛게 빛나고 있는 붉은 제단이 놓여 있었다.

제단에 피를 흘리자 이윽고 제단 위에 키가 이 장에 이르는 거인, 공공이 나타났다. 나는 그를 아주 잘 알고 있었으므로 놀라지 않고 그와 정면으로 시선을 마주쳤다. 공공이 한쪽 손으로 거검을 든 채 우리를 쳐다보았다.

[혼돈의 운명을 휘감고 칠요의 봉인지에 찾아온 자들이여... 그대들에게 화요 간장을 얻을 자격이 있는지를 시험해보아야겠다.]

"당신이 공공(共工), 염제의 후예이자 장로가 맞습니까?"

[그렇다...]

나는 공공을 쳐다보며 팔짱을 꼈다.

"공공이여. 괜한 싸움 하지 맙시다. 우린 싸울 상황이 아닙니다."

[뭣...?]

"당신의 몸을 휘감고 있는 혼돈의 불꽃이 축융의 것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불꽃은 지금 많이 약해져 있군요. 지금 당신은 칠요의 수호자로써 우리와 싸울 때가 아니라 미래를 걱정할 때 같습니다."

[......]

"염제의 봉인을 풀어야하지 않습니까?"

쿠웅...

공공이 거검의 끝을 땅에 떨어뜨렸다. 그는 진정으로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넌... 아니 너흰 누구냐...? 하나같이 강력한 자들이구나... 그리고 어찌 그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가...]

"구천현녀 님."

파앗

그 순간 구천현녀가 현신해서 공공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천현녀를 알아본 공공이 말했다.

[구천현녀!! 당신이 여기에 직접 오다니... 설마 천계에서 내 봉인을 이제 풀어준다는 말인가? 축융의 불꽃도 약해졌다면...!!]

공공이 큰 기대감을 갖고 외쳤지만 구천현녀가 나직이 대꾸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공공이여. 제가 여기 옴은 천계의 의사와는 상관없습니다.]

[뭣이... 그럼 어찌 온 것이오?]

[곧 삼황오제가 횡포를 저지르고 창힐이 발홀하여 지상세계의 인과율이 엉망이 될 것입니다. 그 일을 막기 위해 뜻있는 자들과 움직이고 있으니, 그대가 우리에게 힘을 빌려주었으면 합니다.]

[...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 허나 돕고 싶어도 나는 축융의 주박때문에 본신의 힘을 잃은 상태,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소.]

나는 그 말을 듣고는 말했다.

"공공이여. 당신 몸에 새겨져있던 축융의 저주가 약화된 게 왜라고 생각합니까?"

[음... 축융이 약해져서겠지.]

"최근 5년 내에 축융은 지상에 본체로 한 번 강림했었습니다. 그리고 팔부신중과 싸우다가 영문모르게 패퇴하여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가 물질계에서 입은 상처 때문에 약화된 거겠지요."

움찔

그 말을 들은 공공이 더욱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뭐라고... 축융이 팔부신중에게 졌다고? 그럴 리는... 물질계에 그 누가 있어 축융의 본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단 말인가.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공공은 같은 거신족 출신인 축융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 있는 듯 했다. 또한 그는 축융이 팔부신중의 약점을 공략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을 확인한 후 말을 이었다.

"누구에게 졌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축융이 약화된 건 사실이고 지금이라면 그의 저주를 해제해주기도 쉽겠지요. 우리의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으음... 뭘 원하는가?]

"우린 이대로 삼황오제가 방관하는 종말을 맞이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견제하고 인간의 종말을 막거나 유예할 수 있는 세력을 만들고 싶습니다. 또한 나아가서는 황제의 도움을 얻으려 합니다."

[......!!]

"당신이 화요와 안쪽의 모든 보물을 우리에게 주고 가세한다고 약속한다면 저주를 풀어드리고 염제의 봉인을 풀 수 있게 도와 드리겠습니다. 대신 절대로 배신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자, 잠시 생각을 하게 해 다오.]

"알겠습니다."

공공은 침묵한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는 약 반 각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별안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이름과 존재를 걸 수 있습니까?"

[물론. 각오했다.]

"그럼... 가만히 그 자리에 서 계십시오."

나는 원래의 전시안을 썼지만 전국옥새를 잃은 지금의 상태로는 쓸 수 없다. 대신에 화안금정의 능력을 받아서 저주의 본질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화안금정을 발동시킨 상태로 예전처럼 뇌신검무 일섬을 써서 공공의 저주를 베었다.

촤아아악

저주가 많이 약해진게 사실인지 지난번에는 여러번 베어야 했지만 이번에는 한 번을 베었는데도 눈에 띌 정도로 공공의 힘이 회복되고 있었다. 동시에 나는 화룡진인의 힘을 빌어서 혼돈의 화염을 먹어치우며 화룡진인의 힘을 키우기 시작했다.

콰르릉

[크하하하하... 드디어 이 빌어먹을 저주가 풀렸구나...!!]

공공의 모습이 급격히 커지더니 음신의 몸뚱이를 지닌 음양의 거인으로 변화했다. 그의 힘이 단숨에 열 배 이상 강해지자 수호자 때와는 차원이 다른 힘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게 강해진 공공도 현재의 구천현녀보다 강해보이지는 않았기에, 나는 대략적으로 대존재들의 힘의 강약을 비교할 수 있었다. 물론 공공의 힘이 아직 다 회복되지 않은 걸 고려해야 하겠지만.

공공이 말했다.

[약속은 지키겠다. 나를 따라와라.]

이윽고 내부의 문이 열리고 안쪽의 용화수와 화요가 눈에 보였다. 나는 화룡신검을 써서 화요의 화기를 흡수시켰고, 이윽고 화룡신검은 전성기의 힘을 완벽하게 되찾은 것도 모자라 그 이상의 휘광(輝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오오오오오

화룡신검이 이 정도로 강화된 때가 달이 있었을까? 어째서인지 지금의 화룡신검은 칠요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급격히 강해진 영향인지 화룡진인도 침묵한채 상당히 큰 고양감이 느끼는 중인 듯 했다.

스르릉

화요를 뽑아들자 화요간장의 힘도 내 안에 솟구쳐 오르는 게 느껴진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이로써 화요, 수요, 금요까지 3개를 이쪽 진영의 손에 넣었다.

십이율주가 가지고 사라진 월요와 목요를 당장 회수하는 건 불가능하니 이제 남은건 토요 뿐이었고, 토요를 모으는 순간 칠요모으기는 반 이상 이뤄진 셈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까지와 달리 칠요를 3개 모았다는 건 굉장히 큰 의미가 있었다.

칠요공명(七曜共鳴)!

칠요끼리 공명하면 일어나는 그 엄청난 힘의 파장은 칠요의 갯수가 늘어날 때마다 위력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성질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최대 2개까지의 칠요를 공명시켰으나 만일에 3개의 칠요를 공명하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나는 용화수의 씨앗까지 목갑에 집어넣은 후 말했다.

"공공이여. 정말로 팔부신중의 힘으로 축융을 쓰러뜨리는 게 불가능합니까?"

[응?]

"왜지요? 그런 확신을 가질 이유가 있습니까? 팔부신중 하나하나도 마왕급 존재들인데."

내 질문에 공공은 비직 비웃음을 흘렸다.

[후후... 팔부신중이라도 해봤자 본래 필멸자들이었다. 그리고 놈들의 약점은 [최초의 문자]. 그 문자를 쓸 줄 아는 축융 앞에서는 팔부신중은 벌레나 다름없을 터.]

역시 공공은 고대의 존재라서 [최초의 문자]에 대해 알고 있었군.

나는 재확인을 한 후 공공에게 다시 물었다.

"공공이여. 그 [최초의 문자]의 힘을 당신도 쓸 수 있습니까? 혹시 알고 있습니까?"

[아쉽지만 나는 그 존재만을 알고 있을 뿐 사용법은 모른다. 나의 주군 염제께서는 삼황의 일원이셨지만 그런 하찮은 일에 관심이 없으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축융 놈은 삼황오제 전욱의 밑으로 기어들어가면서 전욱에게서 전수받은 모양이다. 대전의 막바지에 사용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랬군요. 그럼 달리 알고 있을만한 자는 모르십니까?"

[... 광성자겠지.]

"네?"

뜻밖의 이름이 나왔기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뭘 그리 놀라는가. 광성자야말로 황제의 최측근이었던 자였으니 모를 리가 없잖은가.]

"음... 그건..."

생각지도 못했던 용의자였다. 지금까지 [최초의 문자]는 삼황오제나 그 측근이 알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곤륜십이대선의 일원인 광성자도 거기에 속할 줄이야. 내가 구천현녀를 힐끔 쳐다보자 구천현녀가 말했다.

[저를 의심하고 있군요.]

"아니, 그게 아닙니다. 하지만 광성자가 의심스럽다는 것 정도는 얘기 해주셨어도..."

[광성자의 거처는 만신전입니다.]

"마, 만신전?"

[그리고 그는 자신이 필요할 때만 천계에 내려왔으며 고대 이후로는 그와 거의 얘기 하지 못했습니다. 비밀이 많은 존재지요.]

"......"

뭔가 걸린다.

내가 아주 중요한 걸 빼먹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휘젓고는 상황을 정리했다.

"아무튼 이제부터 동료이니 잘 부탁합니다, 공공."

[내 주군의 봉인은 언제 풀어줄 생각인가?]

"지금 우리에게는 삼요(三曜)가 있으나 이걸로는 염제의 봉인을 풀기에 역부족인 걸 알고 계실겁니다. 다름아닌 그 여와가 직접 만든 결계이니 적어도 그녀를 쳐서 약화시켜야 가능성이 있지 않습니까?"

[......]

"왜 그런 눈으로 보십니까?"

나를 경악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던 공공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

[엄청나군... 그대는 정말로 인간이 맞나? 어찌 그 모든 신화적 비밀을 당연한 듯 알고있지? 도저희 그 지식의 깊이를 알 수가 없구나.]

"......"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전생을 24번쯤 하면 가능할 것이다.

[그대를 배신할 생각이 점점 사라지는군...]

"농담은 그만하시고, 아무튼 지금은 염제를 풀어드릴 수 없습니다. 힘을 모아서 삼황오제와 천계를 약화시킨 후 칠요를 다 모은 후에야 가능할 겁니다."

[알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건가?]

나는 힐끔 천우진을 보라보았다. 그러자 천우진이 말했다.

"아직 낙양의 암운은 풀리지 않았다. 회담은 계속되고 있어."

"골치아프군... 계책은 여기까지였는데."

그래, 망량의 계책은 딱 여기까지를 계산했었다.

화요를 얻고난 후에는 창힐과 제곡의 대화결과에 따라 변수가 너무 많았기에 더 이상 생각치 않은 것이다. 정확히는 최악의 경우만을 대비할 수 있을 뿐 읽을 수 있는 수순이 아니었기에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차도살인지계를 행했다고 볼 수 있다. 자연히 나로서는 계책이 없으니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제천대성이 말했다.

"망량선사를 찾아가지 그러냐?"

"네?"

좌중의 이목이 제천대성에게 쏠리자 그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미 판은 벌어졌어. 그리고 그는 인간을 위하는 거의 유일한 대신격이니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그 뿐이 아니겠나?"

"... 그렇군요."

"우리가 회담에 끼어들어서 깽판을 놓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남부의 일에 먼저 나서 봤자고 삼황오제의 만신전을 쳐들어갈 수도 없어. 그러면 그틈에 그의 조언을 얻는게 합리적이겠지."

일이있는 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망량선사에게 가겠습니다."

지난번에는 나를 만나려 하지 않았지만, 그 고양이가 뭔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