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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이렇게나 호전적이다니.
나는 혹시 제천대성이 이쪽의 힘을 잘 모르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금세 그 생각은 머릿속에 접어넣어 버렸다.
'싸움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놈이야. 그럴 리는 없어.'
저 놈은 다 알고 싸움을 걸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일류 싸움꾼의 특징은 적아의 강약을 가장 예민하게 직감으로 판단하는 점이다. 밥 먹듯이 천상천하의 대존재들과 싸워온 제천대성이 다짜고짜 생각없이 덤비기부터 할 리가 없다. 제멋대로인 것처럼 보여도 의외로 머리도 잘 돌아가고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우는 영민한 존재가 제천대성이었고, 나는 그와 술도 마시고 여러번 접촉하면서 그런 면모를 많이 느꼈다.
게다가 그는 이미 구천현녀가 칠요를 얻었다는 걸 아는 상태에서 찾아온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싸워서 이길 승산이 있기에 왔다는 뜻이다. 게다가 한때 옥황상제조차 때려눕혔던 패기에 막강한 전투경험을 살리면 아무리 구천현녀라도 그를 쉽게 상대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제천대성이 그렇게나 강했던가? 설령 전신 구천현녀가 힘을 되찾았어도 싸워 이기려 할 정도였단 말인가?
나는 힘의 강약이 잘 분간되지 않아서 헷갈렸다. 동시에 이 자리에서 싸워서 이길 수 있을지조차 혼란스러웠다.
'제길. 정신 차려.'
나는 오랜 경험으로 빠르게 침착함을 회복했다. 이 자리에서 어느 쪽이 강하든간에 절대명제는 하나였다. 섣불리 제천대성과 싸우는 건 파멸하는 길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이 자리에서 최대한 싸움을 피하는 게 정답인 것이다.
대신 나는 제천대성에게 말했다.
"저도 한 마디 해도 될까요?"
"응? 누가 말하지 말랬나? 하고싶은 말 있으면 해."
일단 얘기는 들어줄 것 같았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대체 칠요를 모으려는 걸 방해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지난번에 같이 술 마시면서 얘기해 줬을텐데. 칠요가 해방되면 세상이 망하니까."
"그건 압니다. 하지만 그러시는 대성께서는 세계의 멸망에 대해 뭔가 해결책이 있단 말씀이십니까?"
"......"
제천대성이 멈칫했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말했다.
"이러나 저러나 죽는다면 실낱같은 가능성에 기대하고싶은 게 인간 아닙니까? 그리고 그 종말은 천계의 대존재라 해서 비껴가지도 않습니다. 제천대성께서 하시는 건 그저 시간끌기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내 말에 제천대성은 괜지 감탄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턱을 매만졌다.
"이야. 이 자식 깡이 엄청 좋네? 너 하고싶은 말 지금 다 하네?"
"아, 그게..."
"제대로 싸우면 너 나한테 한방이나 버틸 수 있을까? 알고는 있었지만 진짜 자기가 뒈질 걱정은 하나도 안 하는 놈 같아. 아니, 죽어도 상관없다는 느낌인가."
"......"
내가 뭔가 찔끔해서 입을 다물자 제천대성이 힐끔 좌중의 동료들을 둘러보다가 말을 이었다.
"근데 뭐, 맞아."
"네?"
"지금의 나한테 딱히 멸망을 막을만한 복안은 없어. 예전에 천인이 내게 자기들 팔부신중을 도와서 세상을 구하자고 제안한 적은 있었지만 그것도 거절했지. 나는 그 종말과 계시의 때가 오기 전까지 세상을 유지하는데 만족해."
"......!!"
"칠요해방은 대놓고 지금 망하자는 건데 결코 동의할 수 없지."
뭐, 뭐라고?!
나는 제천대성의 말에 황당해서 입을 벌렸다. 그리고 잠시 후 약간의 분노를 느끼며 말했다.
"무슨 말입니까? 그래서 손놓고 다같이 죽는 걸 보고만 있자는 말씀이십니까?"
"그렇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어."
"빌어먹을...!!"
내가 화를 내려 하자 제천대성이 손을 내밀어 나를 저지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포기한 건 아냐. 단지 나는 섣불리 나서기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서 최대한 신중하고 싶다는 말이다."
"무슨 말입니까?"
제천대성의 눈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칠요를 해방시켜서 신의 힘을 얻든가... 만신전에 가든가... 신들끼리 자중지란을 일으킨다던가... 세상을 구한다는 명목하에 많은 방법이 시도되는 건 나도 안다. 다들 그럴듯한 방법이지. 나도 요괴왕 시절에 천계 놈들을 해치우면 인간에게 도움이 된다는걸 알고 싸우려 들기도 했고."
"......"
"하지만 정말 세상이란게 그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걸까? 나는 모든 세계구원의 방법에 뭔가가 빠져있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지울 수가 없었다."
"빠져있다고요?"
제천대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세상을 구하려는게 비단 너 뿐만이 아닐테지. 너랑 제대로 터놓고 얘기했을 때부터, 네가 어떻게든 이 세상을 구하고싶다는 건 진작 알았다. 너보다 강하고 현명한 자들은 예전부터 세계가 멸망할거란 걸 깨 닫고 더 일찍부터 발버둥쳤겠지. 저마다의 방법론을 시도했을테지만 그들 모두의 방법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고 말았어. 난 수도 없이 그런 꼴을 보아 왔다."
"하고싶은 말이 뭡니까?"
"빠져있는건 '힘'뿐만이 아니야. 이 세계의 진실, 그걸 맞출 수 있는 진정한 단서를 아무도 모르고 있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쓰던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으음..."
그는 강하게 강조했다.
"방금 복안이 없다고 했지만, 나는 최대한 방법을 찾을 거다. 그래서 천계에 들어와서 정보를 모으고 있는 거라고.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칠요를 모아서 세계멸망을 해결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라고."
제천대성의 말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또한 지금까지 세계를 구하고 싶어하던 자들과 완전히 다른 관점이었기에 색다르기까지 했다.
도대체 뭐가 빠져있다는 건가?
하지만 그의 뜻은 확실히 알 수 있었기에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그 확실한 방법을 찾기 전에는 과격한 방법을 무조건 막겠다는 말이군요."
"그런 셈이지."
"그러다가 500년 후가 닥쳐올 때 까지 못 찾으면요?"
"어쩔 수 없지. 그래도 500년은 버틴 거잖아."
"이런 제기랄...!!"
나는 욕지기를 내뱉으려다가 문득 멈칫하고 말았다.
머릿속에 기억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교주, 어째서?! 이렇게까지 해서 법문을 모아야 합니까?! 인류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이런 짓을 저지르는 게 용서될거라고 생각합니까!!]
[삼만으로 백억을 구할 수 있다면... 정말로 값진 희생이 아닌가?]
[그럼 100억 명이 죽는 재액을 내버려두면 3만 명이 살 수 있을거라는 보장이 있는가? 내게 그런 상황이 닥쳐온다면 망설이지 않고 3만을 희생시킬 것이다.모든 자를 살릴 수는 없다.]
어째서 백련교주의 말이 지금 생각하는 걸까.
"......"
이유는 알고 있다.
성급하게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법문을 모르려고 하는 백련교주의 행동이, 지금 내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리라. 백련교주는 인신공양을 불사했지만 나는 세계의 뒤틀림을 불사하고 있었다. 제천대성의 눈으로 볼 때 제갈유룡, 백련교주, 십이율주 등과 나는 전혀 다를 바가 없는 무리일 것이 분명했다.
동시에 제천대성의 말에 내 마음이 흔들리는 걸 느꼈다. 어쩌면 제천대성의 말대로 이대로 지켜보면서 세상에 숨겨진 비밀을 더 알아본 후에 칠요를 모으는게 맞을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침묵하자 제천대성이 한숨을 쉬었다.
"제길. 난 원래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성격이 아니야. 말보다 주먹이 먼저인 편이라고. 근데 백웅 너니깐 좀 많이 봐주고 있다는 걸 알아둬라."
그 때였다.
옆에 있던 천우진이 걸어나오며 말했다.
"제천대성. 만일 우리에게서 칠요를 얻으면 그걸 지킬 수 있으시겠소?"
그러자 제천대성은 인상을 크게 찌푸렸다.
"뭐? 날 뭘로 보고 하는 소리냐."
"설령 서왕모의 본체인 여와가 직접 당신에게 덤빈다 하더라도 칠요를 지킬 수 있겠냔 말이오. 아무리 당신이라도 그녀를 이길 순 없소."
"흐음... 그 얘기였군."
제천대성이 이해했다는 듯 말을 받았다.
"그건 걱정 마 . 나도 평소에 고민하던 거지만 항우와 얘기가 다 됐으니까."
"뭣이..."
여기서 항우가 왜 나와?
뜻밖의 말에 평소에 냉정침착하던 천우진도 눈을 크게 떴다. 놀란 건 천우진 뿐만이 아니었고 일행 대부분이 깜짝 놀란 표정이 되었다. 제천대성은 우리가 놀라는 반응이 즐겁다는 듯 히죽히죽 웃었다.
"흐흐, 역시 놀라는군. 이게 다 백웅 네 덕분이다."
"무슨 말이죠."
"네가 그때 친분을 터준 덕분에, 네가 간 후 항우놈과 진솔한 얘기를 좀 할 수 있었지. 그리고 놈의 부탁을 들어준다는 조건하에 항우도 내게 협력해주기로 했다. 그러면 칠요를 숨길 걱정은 없어. 놈이 성좌의 기운으로 감춰줄 테니."
"......"
생각지도 못한 동맹이었다.
제천대성과 항우가 손을 잡다니!
다만 그 충격발언이 놀라게 한 건 우리만이 아니었는지, 옆에서 듣고 있던 장삼봉의 표정이 복잡미묘해지고 있었다. 장삼봉은 제천대성에게 말했다.
[대성이여. 그 말씀은 천계에 반역을 하겠다는 말씀이시오?]
제천대성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누가 반역이라냐? 애초에 칠요가 천계 것이라고 정해진 것도 아닌데 그냥 칠요를 빼돌려서 숨기겠다는게 어째서 반역이 되지?"
[그건 말장난일 뿐이오. 천계의 기본지령이 칠요를 찾을 겨우 최우선으로 회수하는 거라는 사실은 대성께서도 알고 계실 것이오.]
"그 기본지령을 누가 내렸는지 알고 있냐? 아마 모를걸?"
[......]
"너도 천계가 삼황오제의 꼭두각시일 뿐이란 걸 이미 인간 시절부터 알고 있었을텐데 괜히 반대하지마."
나는 그들이 말다툼 하는 동안에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제천대성이 항우와 손을 잡았다면... 이 자리는 마냥 우리에게 유리한게 아냐.'
제천대성 하나를 처리하는데도 얼마나 희생이 늘어날지 모르는 마당에, 제천대성이 만일 불리해지면 도주했다가 항우를 데리고 같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리 우리측의 구천현녀가 막강해도 천계의 최강의 두 존재를 상대로 이긴다는 보장은 없었다. 설령 인과율을 감수해도 무리일 게 뻔하다. 제천대성이 처음 나타났을 때의 엄청난 자신감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조금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나한테는 우희를 찾아와야 성좌의 기운을 나눠준다고 조건을 달아놓고 왜 제천대성한테는 말 몇 마디로 동맹을 성립시키는가? 이런게 아마 힘의 격차가 만들어낸 차이겠지만 억울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나는 망량이나 제갈사의 조언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내 그 생각을 떨쳐버렸다. 제갈사가 예전부터 말했듯, 책사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었다.
정말 중요한 건 내 스스로가 결정해야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어? 잠깐...'
나는 고민하던 중 뜻밖의 발상이 생각났다. 그래서 주변을 잠시 훑어보다가 제천대성에게 말했다.
"제천대성, 칠요를 드리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어. 나도 너한테 손찌검하기 싫으니까 빨리 내놔."
제천대성이 껄렁거리는 자세로 손을 내밀었지만 나는 훗하고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근데 여의봉이 어디 갔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제천대성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맞다. 너 내 여의봉 빌려갔잖아. 그거 어쨌어?"
"여의봉에 잠들어있던 정령이 허유라는 거 알고 계셨죠?"
"응."
"그럼 그녀가 원래는 통천교주 신공표였다는 것도 알고 계셨군요."
"알다마다. 동해용왕 오관의 궁궐에서 훔쳐... 흠흠, 빌려온 게 내 여의봉이었는데. 놈이랑 심심할 때마다 얘기하곤 했지. 헛소리를 찍찍 해대는 애새끼같았지만 대화하는 재미는 있었어. 근데 왜."
"그녀가 현재 풀려났습니다. 봉인이 완전히 해제되어서요. 이제 완전히 통천교주의 힘을 되찾았습니다."
"......"
제천대성이 처음으로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가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마저 짓고 있었다.
"그게... 풀리는 봉이었냐?"
"네."
"니가 풀었어?"
"네. 어쩔 수 없이..."
콰광!!
그 순간 허공에서 엄청난 힘이 망치처럼 내리쳤고 구천현녀가 그 공격을 시해지술의 방벽으로 막아냈다. 전혀 전조도 없는 공격이라서 나는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었고 제천대성이 진심으로 살의를 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화르륵
제천대성이 화안금정을 이글거리며 말했다.
"좋은 말로 할려고 했는데 이 새끼가..."
"잠깐, 들어 보십시오. 제가 왜 이 사실을 제 입으로 다 말하겠습니까?"
"나한테 맞아 뒈지고 싶어서겠지."
"아닙니다. 태상노군이 그녀의 봉인에 남겨둔 마지막 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 말에 제천대성이 잠시 노기를 누그러뜨리며 반문했다.
"태상노군이?"
"네."
"말해 봐."
나는 암천향에 갔던 일과 그 동안 신공표의 봉인을 풀고 측천무후, 팔부신중 등과 만난 이야기를 차분하게 했다. 그리고 태상노군이 봉인에 남겼던 고대의 진실과, 현재 금성에서 아마츠카미가 귀환하려 하고 남쪽에서 해신이 침약하려는 정보까지 모두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제천대성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돌겠군. 넌 진짜 후환이 안 두렸냐? 그렇게 천하를 헤집으면 굳이 내가 널 안 죽여도 널 죽이려는 놈이 천지에 널려있을 거다. 너 오래 못 살거다."
"죽으면 죽는 거겠죠.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고..."
나는 함숨을 쉬며 말했다.
"고대 동영의 악신 아마츠카미가 금성에서 되돌아오면 그건 대체 누가 막죠? 당장 남부에서 쳐들어올 사해용왕과 해신은 누가 막습니까? 그걸 제천대성님 혼자서 다 막으실 수 있다는 말입니까? 항우가 거들어줘도 한계가 있을 겁니다. 이미 천계의 힘만으로는 막을 수 있는 재앙이 아니라는 걸 아실 겁니다."
"......"
"하지만 우리가 힘을 합치면 가능합니다. 더불어 신공표도 견제하거나 봉인하는 게 가능하고요."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이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듣기 좋은 소리를 나불거리는 거냐."
제천대성이 신경질적으로 대꾸하자 나는 냉정하게 대꾸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아까 제천대성께서는 이 세상의 현상유지를 목표로 하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에 모순되지 않습니까? 칠요를 뺏아봤자 이 세상의 인류가 먼저 망해버리면 그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 흠."
"그리고 이대로는 중원을 지배하는 창힐과 팔부신중을 견제할 방법도 없을 겁니다. 그들에게 대적할만한 힘을 얻으려면 우리가 협력해야합니다."
그는 흔들리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목갑에서 금요를 꺼내서 들며 제천대성에게 내밀었다.
"싸워서 당신과 결판을 낼 수도 있겠지만 신뢰와 의리를 생각해서 그냥 드리겠습니다. 대신에 제 말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십시오."
"뭣!"
"배, 백웅!!"
내 행동에 옆에 있던 동료들이 다들 크게 당황한 기색이었다. 심지어 구천현녀조차 크게 떨떠름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금요를 제천대성에게 줘 봤자 그가 냉큼 받아서 가 버리면 이쪽만 큰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큰 모험과 대가를 치르고 천신만고 끝에 얻어낸 금요를 이렇게 쉽게 넘겨주는 게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위이이잉
"......"
제천대성은 뚫어져라 빛이 뿜어져나오는 금요를 보고 있었다. 금요는 현재 구슬의 형태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저건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변하는 성질이 있었다.
그리고 제천대성은 화안금정을 가지고 있으므로 금요를 멀쩡히 쳐다볼 수 있으리라.
그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멍청한 놈이군. 진심으로 대하면 누구나 진심으로 응대할 거라고 생각하나? 너 지금 실수한 거야."
"꼭 그렇진 않겠죠."
나도 그렇게 허무맹랑한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이다. 첫번째 삶에서 표사로 굴러먹으면서 인간의 더러운 부분은 볼만큼 보아왔고 아무렇지도 않게 남을 등쳐먹는 인간도 꽤나 보아왔다. 실제로 전생능력을 가진 후에도 걸핏하면 배신당하곤 했다.
나는 씩 웃었다.
"하지만 멍청해지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형님도요."
"......"
타악
제천대성은 말없이 금요를 받아서 잡아챘다. 그는 금요를 쳐다보다가 자기 품속에 넣으며 말했다.
"너, 약속할 수 있냐? 지상을 구하고 나면 군말없이 나한테 모든 칠요를 준다고 약속 할 수 있냐고."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제 이름을 걸고 약속하죠."
"제길... 네녀석과 알게 된 게 내 생 최대의 실수같다."
제천대성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넌 방금 전에 나한테 금요를 공양한 거야! 그렇다 쳐."
"네."
"그러니깐 금요를 받은 만큼은, 네 녀석과 동맹이 되어서 일해 주마. 그 동안 수요를 갖고 있는 건 봐 주지."
"......!!"
그는 언짢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걸로 되겠지?"
먹혔다!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금요를 제천대성에게 주게 되었지만 이로써 천계 최강의 투선을 아군으로 얻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