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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신공표와 우리가 대치한 상황이 짧지만 길게 느껴졌다. 신공표는 진소청의 위협에 잠시 동요한 자신이 믿기지 않는 듯 눈을 깜빡이더니 은창을 염동력으로 뽑았다. 그리고는 진소청에게 도로 달려보냈다.
파악
엄청난 힘과 속도로 날아온 은창이었고 진소청의 미간을 정통으로 뚫어버리려 했으나 진소청은 가볍게 잡아냈다. 신공표는 우리를 보더니 말했다.
[왜 그래? 딱히 너희가 이 보패의 주인인 건 아니지 않느냐?]
신공표가 낯짝 두껍게 궤변을 말하자 구천현녀가 한숨을 쉬었다.
[네 것도 아니지. 어린아이마냥 이게 무슨 짓이냐?]
[아무튼 내 거야. 저리 가라.]
[......]
천하의 냉정한 구천현녀도 순간 할 말을 잊은 기색이었다. 대놓고 이렇게 뻔뻔하게 나올줄은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천우진이 내게 말했다.
"백웅. 어떻게 할 셈이냐?"
"음..."
확실히 곤란하다. 누가 봐도 지금 신공표의 행동은 말도 안 되는 떼쓰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신공표가 엄청난 힘을 갖고있는 이상 저 떼쓰기를 무시할 수 없었고, 신공표와 싸우는 것도 절대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싸우면... 구천현녀의 도움으로 어떻게든 이기긴 하겠지만... 너무 피해가 클 거야.'
애초에 구천현녀의 도움이 없다면 신공표 수준의 최강자에게 싸울 엄두도 낼 수 없다. 게다가 이번 생에 해야할 일이 산적해 있는 이상 그녀와 섣불리 적대할 순 없다. 나는 고민하다가 성큼 앞으로 나서서 신공표에게 말했다.
"좋아, 그거 전부 너 가져라."
[후후.]
나는 안광을 빛내며 살기를 일으켰다.
"하지만 그 대신 금오도 공략을 도와줄 일은 없을거다. 앞으로 네가 우리 일에 관여하려 들거나 우리 앞에 나타난다면 그 때는 진짜 적으로 간주하겠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널 죽여벌리고 말겠어."
흠칫
내 말에 신공표가 약간 당황하다가 말했다.
[뭣? 그런 게 어딨느냐. 너희는 내 일을 도와라.]
"싫어! 남이 열심히 싸운 걸 가로채가는 놈을 위해서 왜 싸워준단 말이냐? 그거나 가지고 썩 꺼지란 말이다."
[...좋아. 그럼 이 중에 절반은 너희한테 주겠다.]
너 진짜 미친거 아니냐?
왜 그걸 갖고 선심쓰듯 우리한테 흥정하는데?
'이런 썅...'
나는 욕지기가 나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성질대로 쏘아붙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일단 신공표가 가진 막대한 힘 때문에 균형의 저울이 저쪽에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신공표가 화나서 맘대로 하겠다면서 우리를 공격하면 그 이상의 손해가 없다. 무수한 전생경험이 아니었다면 지금 화가 폭발해서 파멸로 치달았으리라.
나는 감정을 추스리며 대꾸했다.
"우리가 좋게 대해주니깐 만만해서 이것저것 다 챙겨먹으려는 모양인데 그렇겐 안돼. 네가 그 보패들을 그렇게 갖고싶다면 주겠지만, 넌 우리와의 신뢰를 한번에 깨 버린거다. 우린 너한테 휘둘릴 정도로 만만하지도 않고 바보도 아니야!"
[......]
"그거 갖고 꺼지던가 하고싶은 말 있으면 해."
신공표는 힐끔 우리 일행을 둘러보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구천현녀와 천우진을 번갈아 쳐다봤는데, 표정이 안 좋아지는 걸 보니 자신이 한 행동이 얼마나 큰 실책인지 이제야 깨달은 모양이었다. 강력한 아군이 될 수 있는 자들을 한번에 적으로 돌린 것이다.
신공표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너희가 보패를 갖고 있어도 잘 못 쓸까봐 내가 대신 써 주려고 한 거다. 오해하지 마라.]
"......"
저걸 변명이라고...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신공표고 뭐고 내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사생결단을 내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천우진이 냉엄한 눈으로 신공표를 노려보며 말했다.
"말은 똑바로 해라. 천하의 통천교주였던 이가 자신의 잘못 하나 시인할 수 없는 것인가? 수천 년간 마음에 품고 있던 명예와 대의는 어디 갔지?"
[으으. 그, 그래. 내가 잘못했다.]
"보패를 줘."
[여깄다.]
쉬익
잠시 후 팽조가 떨어뜨린 모든 보패가 우리 쪽으로 왔다. 나는 보패들을 모두 목갑안에 재빨리 챙겨 넣었다. 저 성질 더러운 신공표의 마음이 또 바뀌기 전에 서두르는 편이 좋았기 때문이다.
구천현녀가 말했다.
[신공표. 지금 확실히 하자.]
[무엇을 말이냐?]
[우리는 곧 금요가 봉인된 수호자의 앞에 갈 것이다. 그 때 금요의 소유권을 겨루는건 지금의 사소한 일보다 더한 것이겠지.]
[......]
[금요는 절대 우리가 포기할 수 없다. 나중에 딴소리를 하지 말라.]
[알았다. 너네 맘대로 해라.]
신공표는 적어도 이 자리에서 우리와 충돌하는 건 포기한 듯 했다. 어떻게든 위합이 잘 먹혀든 셈이었으므로 나는 내심 안도했다. 그리고 기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어째서 인간계의 능구렁이 인간들과 말싸움 하는게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촤악
"가자."
나는 일단 시간을 지체할 때가 아니었으므로 멀린에게서 받은 수정구를 들어서 힘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수정구가 반응하면서 이 혼돈으로 가득찬 이공간을 뒤틀기 시작했고, 이윽고 쩍하고 입을 벌리며 어디론가 향하는 통로가 생겨난 것이다. 나는 이 통로 내부로 들어가면 금요의 수호자가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저벅
저벅
우리는 어둠의 통로를 지나서 빛이 가득한 장소로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사방에 빛의 정령들이 날아다니며 맑은 바람이 서늘하게 부는 벌판이 보였다. 심지어 햇빛도 더할 나위없이 청량했고 티끌만큼의 사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사방천지의 풍경이 마치 별천지와 같았다. 기암절벽과 만장단애가 조화를 이루면서도 거대한 폭포가 한 폭의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이렇게 훌륭한 장소는 중원에서도 몇 번 본 적이 없는지라 나는 내심 이 장관에 감탄했다.
"여기가 팔리아스인가."
선지자는 금요(金曜)가 성지(聖地) 팔리아스의 최심부에 고신족(古神族)과 함께 봉인되어 있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멀린에게서 들은 것도 크게 다르지 않으니, 바로 이 곳이 성지 팔리아스이리라.
그 동안 팽조가 이끄는 서방 마도사들은 팔리아스를 포위해서 공격하고 전통적인 정령의 힘을 빌리는 순수마법사들을 가둬놓았다. 그리고 이공간에 팔리아스의 마법사들이 갇혀있는 사이에 마도사들이 서방에 사악한 기술과 문명을 들여놓으며 급격히 세력을 확장한 것이다.
즉, 이 곳 팔리아스는 서방에서 [옛 지배자]에 저항하는 인류의 마지막 성채나 다름없었다.
천우진이 나직이 말했다.
"여기저기에 마력의 흔적이 보이는군. 겉보기엔 평화로워도 지속적으로 마도사들의 공격을 당해온 것 같다. 많은 마법사들이 죽었겠지."
"흠... 내버려뒀다면 여기도 마도사들에게 점령당했을거란 말인가?"
"십중팔구는. 너도 대충 경험으로 짐작하고 있겠지."
"......"
아마 그럴 것이다.
과거 내 9번째 생에서 난데없이 황궁 세력이 새로운 칠요를 확보하며 망량의 반천맹이 위기에 몰린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생에서 허망하게 괴물과 싸우다가 사망해서 자세한 정황은 알 수 없었으나, 지금 추측한건대 그 때 황궁이 얻었던 새로운 칠요는 금요일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월요와 목요는 십이율주의 관리하에 있는데다 화요의 봉인은 도저히 뚫을만한게 되지못했고 수요는 금의위 손에 없었다. 게다가 토요는 이미 복마전 손에 있었던데다 일요는 모든 칠요를 얻어야 도달할 수 있으니 남는 건 금요밖에 없다.
황궁의 세력은 창힐의 팔부신중과 손을 잡고 있으며 긴밀한 관계에 있었다. 또한 창힐과 서방의 팽조는 동료나 다름없는 관계였다. 그 인과관계를 생각한다면 -
'예전의 전생에서, 시간이 흐르자 마도사들이 팔리아스의 결계를 깨고 수호자에게서 금요를 탈취한 거겠지. 그리고 탈취한 금요가 창힐과 팽조의 동맹관계 때문에 동방으로 다시 넘어온 것이 분명하다.'
이렇게 가정하면 모든게 들어맞는다.
하지만 나는 이 생각을 하면서도 뭔가 놓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뭔가 중간에 인과관계가 하나 빠진 것 같은데...?
뭔가 자연스럽지 못한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전체적인 맥락은 옳지만 아주 중요한 걸 빼먹은 듯한...
나는 일단 지금 중요한게 아니었으므로 고개를 저었다.
"저기 있는 신전(神殿)에 수호자가 봉인되어 있을테니 가자."
이 팔리아스의 환상적인 풍경 저 너머에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백색 신전이 있었다.
멀린이 말하기로는 저기가 바로 수호자의 봉인지였다.
파앗
우리는 단숨에 전이술을 써서 신전 내부로 들어가려 했지만 신전의 문 앞에 나타나 있었다. 아마도 이 백색 신전에 결계가 쳐져 있어서 단숨에 들어갈 수 없게끔 하는 모양이었다. 천우진이 결계를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결계의 성격으로 볼 때 조금 있으면 관리자가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천우진의 말대로였다.
슈욱
우리 앞에는 마치 멀린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전통 서양마법사가 나타났다. 다만 그 자는 늙거나 수염을 기르지 않았으며 아주 젊었다. 그리고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걸 몸의 굴곡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챙이 넓은 자신의 모자를 살짝 치켜들며 말했다. 얼핏 보기에도 그녀가 대단한 미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멀린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정말로 마도사들을 일소해 주셨군요, 동방의 영웅이여."
"당신은?"
"내 이름은 비비안(Vivian). 호수의 여왕입니다."
나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몰랐지만 그녀의 내면에서 멀린의 맞먹는 영력이 흐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마도사와 달리 서양의 전통마법사들은 [옛 지배자]가 아닌 정령(精靈)의 힘을 빌리는 자들이었다. 태초의 영수와 같은 존재들의 힘을 빌리므로 [옛 지배자]보다는 빌릴 수 있는 힘이 적었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세력을 갖추고 있었다.
'신적 존재겠군. 아니... 그녀 자체가 정령인가.'
내가 화안금정의 능력으로 대충 그녀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을 때 비비안이 말했다.
"그대들의 업적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도사들을 일소하고 그 우두머리인 팽조를 토벌한 것만으로도 수호자님은 머지 않아 회복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수백 명의 대마도사들이 펼친 사악한 결계 때문에 지속적으로 힘을 잃고 계셨으니까요."
"다행이군요."
"하지만 이 성지 팔리아스에 굳이 들어오신데는 다른 목적이 있으신 것처럼 보이는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는 그분이 갖고 계신 금요가 필요합니다. 내어주셨으면 합니다."
"......"
비비안은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그것 외의 다른 목적을 딱히 생각할 여지가 없다는게 맞는 말이리라.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수호자께서 방금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당신, 백웅만을 따로 뵙고 싶다고."
"저 혼자 말입니까?"
"네. 물론 그 분과 대면하기 위해서는 그대에게 강림해 있는 그 위대한 존재들의 연결도 잠시 끊어야 합니다."
"......!! 왜죠?"
"너무 약해져 있으십니다. 강대한 신적 존재들과 대면할만큼의 여력도 남지 않으셨습니다."
구천현녀와 화룡진인의 단말을 일시정지시키라고?
물론 안 되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되면 나는 완전히 맨몹으로 서방의 수호자들 대면 하게 되는 셈이다. 당연히 위험한 일이기에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내 마음을 굳게 먹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백웅!!"
옆에 있던 천우진이 말했다.
"너무 성급한 결정 아니냐? 그가 너를 죽일지도 모른다."
"죽이면 죽는 거지. 그것 나름 소득 아니겠어?"
"... 후. 맘대로 해."
천우진은 뭔가 흥분해서 말하려다가 참고 돌아섰다. 예전에는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되는대로 전부 다 토해내고 깐죽거리며 사람 속을 긁었는데, 5년이란 시간 동안 상당한 인내심을 기른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이번에는 구천현녀의 도움을 받아서 손쉽게 뚫어서 금요를 획득하기 쉬웠지만 실제로 금요의 난이도도 굉장히 높았다. 어지간한 꼼수가 아니라면 현재 내 전생능력과 동료만으로는 쉽게 돌파하지 못하리라. 이런 기회에 서방의 수호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으면 또다시 얼마나 시간을 허비할지 모른다.
나는 단말을 일시적으로 정지시켜서 구천현녀와 화룡진인의 신체를 떼어놓았다. 상호동의가 있다면 별로 힘을 소모하지 않고 안전하게 단말을 정지하는게 가능했다. 그리고 비비안의 인도를 따라서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저벅
가장 내부로 들어가자, 그 곳에는 광대한 광장이 있었고 광장의 양옆에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거인(巨人)의 상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거인의 상이 도열한 다음 방으로 넘어가자 그 곳에는 13인의 석상이 서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나는 좌우를 구경하다가 비비안에게 말했다.
"여기는 석상이 많군요."
앞에 횃불을 들고 걷고 있던 비비안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석상이 아닙니다."
"네?"
"방금 보았던 거인석상은 팔리아스에 원래 거주하던 거신족이며, 저 13은 황도궁을 수호하는 태고의 마법사들입니다. 그들 모두가 종말에 대비해서 스스로 봉인되기를 자청했습니다. 지금은 서방세계의 인간들을 [옛 지배자]의 영향력에서 최소한 지켜주는 결계의 역할을 하고 있죠."
"......!!"
"그들은 종말 직전에 깨어나서 인간을 위해 싸우게 될 것입니다."
종말!
나는 그 말을 듣자 등줄기가 싸해지는 걸 느꼈다.
'역시 서방에서도 종말과 계시에 대해서 알고 있군.'
사실 마도사와 가장 빈번하게 싸우는 자들로써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으리라. 약 오백여년 후 [옛 지배자]가 동시에 깨어나며 인간세계가 종말에 치닫게 되고, 그 직후에 위대한 존재의 회귀와 계시가 이뤄진다는 사실. 어찌보면 삼황오제라는 방어막도 없는 상태에서 가장 가혹한 삶을 이어온게 마법사들이리라.
이윽고 나는 가장 안쪽에 도착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좁고 어두운 방에 '무언가'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마 '수호자'가 있는게 분명할 것이다.
수호자는 잠시 후 내게 머릿속으로 대화를 걸어 왔다.
[그대는 누구인가...]
나는 그 말에 흠칫 놀라서 대꾸했다.
[나는 백웅입니다.]
[그 이름은... 그대의 실존을 증명할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성립하고 있다...]
[......?]
[그대는... 정녕 알 수 없는 존재... 수수께끼...]
수호자는 뭔가 당혹한 듯한 말투로 중얼거리다가 말했다.
[그대는 누구인가... 영생(永生)도... 멸망도... 그대에게 귀속되어 있으니... 그 어떤 인과율로도... 그대를 잴 수 없다...]
[......?]
[내 진짜 힘을 기울여... 그대를 재어보려 한다...]
너무 쌩뚱맞은 소리만 하고 있는 거 아닌가?
나는 그만 참지 못하고 육성을 내어 말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금요를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
꽤 긴 침묵이 흘렀다.
숨이 막힐 듯한 침묵 끝에 수호자가 말했다.
[가져가시오...]
응?
아무튼 허락은 받은 것 같았다. 내가 내심 안도하고 있을 때 내손에는 환하게 빛나는 금요가 들려 있었다 수호자가 내게 준 게 틀림없었으므로 나는 새하얗게 빛나는 금요를 재빨리 목갑에 집어넣은 후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나는 밖으로 나왔는데 이상하게도 안내역인 비비안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가버렸나?'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으나 일단 밖으로 나왔다. 일자통로였기에 나오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밖에 나와서 금요를 획득했음을 알리자 베루스가 말했다.
"백웅이여. 내 주인께서 당신에게 말씀을 전달하셨소."
"응? 무슨말을."
"후한 대접을 할 터이니 다음에 또 찾아와 달라 하셨소. 반드시."
"음...알았소."
뭔가 강조를 하는 느낌이었지만 나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전생을 하다보면 또 들르게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24번의 전생 동안 처음으로 금요를 얻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