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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714화 (713/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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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나는 천우진과 함께 지상에 돌아온 후 진소청을 목갑에서 꺼냈다. 진소청은 목갑에서 거의 시간이 흐르지 않았기에 아직까지 혼수상태였다.

'마왕의 말로는 100일 이내에 깨어난다고 했지만...'

진소청 또한 현재 중요한 전력 중 하나이다. 게다가 신공표가 찾아올 날이 며칠 남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게다가 아마츠카미의 귀환, 망량과 제갈사의 구출 등등의 일도 빠르게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구천현녀에게 말했다.

"진소청을 빨리 회복시킬 방법이 없겠습니까?"

[없는 건 아니지만, 그의 몸이 스스로 원상태를 찾아가려는 상태에서 섣불리 외력을 가하면 그의 몸이나 정신에 부작용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옆에서 천우진이 끼어들었다.

"내 생각도 같다. 차라리 그를 의술로 정양시키는게 나을거라 생각한다."

"의술?"

"술법은 본디 복희의 힘이고 혼돈에서 비롯된 것. 하지만 진소청의 근간을 이루는 무(武)는 그 반대인 태허이고, 태허에서 비롯된 게 기(氣). 그래서 섣불리 회복술법으로 그를 낫게 하려다가는 내부의 회복력과 부딪혀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의술은 인간의 신체와 기를 가장 잘 조율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닌가?"

"음... 맞아."

"의술로 회복시키는 게 가장 안정적일 것이다."

나는 천우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지만 혼돈과 태허의 상관관계가 확실해진 지금은 의술 또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혼돈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무(武)를 다루는 자를 회복시킬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럼 천하오대의원을 찾아갈까."

"누구를 찾아가게?"

"음..."

가장 부탁하기 쉬운 것은 무영문의 식객이었던 하남제일의 강전길이다. 그러나 그는 무영문도들과 함께 실종되어 버린 상황이었다. 내가 곰곰히 생각하고 있자 서문혜가 옆에서 내게 말했다.

"솜씨가 가장 좋은 것은 천상괴의 동방무결일 것입니다."

"그건 알지만, 그는 교주를 따르고 있었고 지금은 백련교가 와해된 상태라서 행방을 알 수가 없소."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약왕 황보윤을 찾아가는 게 좋겠소."

사실 마음같아서는 한때 내 의술스승이었던 화서명을 제일 찾아가고 싶다. 하지만 화서명은 현재 고려의 권력자인 정철욱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고, 거기는 십이율의 세력권이다. 아직까지 십이율이 완전히 힘을 잃지 않았으므로 섣불리 화서명을 찾아가면 내 움직임이 십이율에게 들킬 가능성이 있었다.

또한 의성 상관혁 또한 안 된다. 그의 실력은 모든 의술을 고루 잘 하는 수준이었지만 그는 마도사이자 상관가문의 가주였다. 그러므로 팔부신중 상관완아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으므로 안 된다. 그나마 약왕 황보윤은 한씨세가의 수족으로써 화신류와 연결되어 있지만 화신류는 우리와 동맹을 맺은 상태이므로 괜찮은 것이다.

쉬익!

우리는 한씨세가가 있는 낙양으로 갔다. 그리고 낙양의 분위기를 살폈는데 확실히 5년 전과는 굉장히 달랐다. 서문혜가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저건 뭐죠?"

관도가 깔끔하게 닦여 있었고 건물들의 양식이 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또한 사람들이 강철로 된 덜컹거리는 뭔가를 타고 있었다. 마차에 비하면 어설펐지만 저게 말이나 생물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그저 기계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중이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또한 여기저기에 높은 건물이 세워져 있다. 저건 누각이 아니다. 그런데도 마치 성문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높게 세워져 있다. 여기저기에 삐져나온 철관과 흐르는 증기가 심상치 않았다.

뿌우우 -

하지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우리의 시선은 낙양의 하늘을 향하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연기를 뿜어내는 커다란 기구가 떠 있었다. 둥글게 생겼는데 사람이 조종하고 있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비행선의 외측에는 대명만세(大明萬歲)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비행선(飛行船)?"

"백웅 님, 저게 뭔지 아시나요?"

"......"

알긴 안다.

저건 제갈사에게서 배운 마도지식의 일부이자 서양에서 이미 발달하고 있는 마도기술의 하나였다. 기구의 원리는 공기보다 비중이 작은 기체를 주머니에 담아 부양(浮揚)시키는 것이라서 딱히 엄청난 문명발전은 아니었다. 문제는 저건 단순기구가 아니라 본격적인 비행선으로써 추진장치와 조종장치를 갖추고 있는 걸로 보였고 제대로 된 항행간과 조종석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 말도 안돼.'

서양의 열국에서는 저 비행선이 이미 실용화되었고 대영제국에서도 당연히 보였으나, 그건 그쪽의 기술발달이 너무나 빠른 탓이었다. 저건 아직 명제국에는 나올 수가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고작 5년이 아니었는가?

그 사이에 비행선을 만들 정도로 기술이 진보했다고?

아직까지 조총도 제대로 소화 못하는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 내가 혼란스러워하자 천우진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대충 짐작가는군."

"천우진. 너는 무슨 일인지 알겠단 말이냐?"

"그렇다면 약왕 황보윤과 당장 접촉하는 건 위험할 수도 있겠어. 이 자리에서는 일단 물러나고 내가 환술으로 낙양을 탐색하는게 낫겠다."

"음. 그러자."

나는 순순히 천우진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의 말대로 지금의 낙양은 왠지 용담호혈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낙양 근처에서 벗어나서 망량선사의 마을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을 안에 들어서자 망량선사가 말을 걸어올거라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망량선사는 나를 재우지 않았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천우진이 말했다.

"스승님께선 네가 좀 더 현재 중원의 상황을 알기를 바라시는 모양이군. 내 식신(式神)이 낙양의 정보를 알아올 때까지 기다려라."

"알았다."

우리는 천우진이 살던 초가집에서 한나절 정도를 푹 쉬었다. 천우진이 가져온 차와 밥을 먹으며 간만에 마음편하게 쉬었고 서문혜는 근처의 계곡에 씻으러 갔다. 한참 후 우리가 방 안에 앉아있자 천우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신시에서의 결전은 우리 생각보다 더욱 극적으로 세상을 변하게 만든 모양이다."

"천우진. 뭔가 알아냈냐?"

"후후..."

천우진은 쓴웃음을 짓다가 말했다.

"황궁을 지배하던 복마전의 세력이 사라진 걸로 보인다. 그리고 그 대신 그 자리에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들어선 것 같아."

"정체불명?"

"식신을 써도 내궁까지는 탐색이 되지 않아. 본래 나는 사도의 이목이라 해도 속일 수 있는데 이 정도 방어막이라면 아마..."

뭔가 말하려 하던 천우진이 말을 돌렸다.

"아무튼 현재 황제는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지 오래되었고 금의위와 동창의 활동도 사라졌다. 황궁 자체가 전혀 대외활동을 하지 않아."

"흠..."

"그리고 낙양의 과학기술은 크게 발달해서 네 기억속에 보았던 서양열국과 맞먹는 수준까지 올라온 것 같더군. 철로 움직이는 말이나, 온갖 내연기관, 그리고 지방 곳곳에는 대량생산을 위한 공장이 세워진 모양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일단 좀 더 들어봐. 그리고 낙양무림을 지배하던 쌍문사가는 아직도 그대로 성세를 떨치고 있으며 한씨세가는 현재 한진성(韓晉星)이 가주가 되어서 이끄는 걸로 보인다. 약왕 황보윤도 내부에 멀쩡히 활동하는 걸 확인했다."

나는 천우진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다가 말했다.

"한백령은?"

그녀가 제일 중요하다. 그녀가 사실상 한씨세가를 책임지고 있으며 화신류 호법사자로써 천령단을 지닌 강대한 힘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내 말에 천우진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대답했다.

"한백령은 현재 한씨세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

"이변이 생긴 게 틀림없지."

"어떻게 하지?"

나는 생각 외의 일에 곤혹스러워졌다. 낙양에서는 잠깐 정비하고 바로 금요를 찾으러 서방의 멀린을 찾아갈 셈이었는데, 뜻밖에 낙양에서도 큰 일이 생긴 것이다. 천우진이 말했다.

"다시 한 번 사형의 조언을 듣는 게 좋을 것 같다."

"짐작가는 게 있다면서?"

"사형은 술법사라기 보다는 책사이며 식자(識者)이기에 생각하는 게 나와는 다른 차원에 있다. 그리고 대국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사형만이 지니고 있어."

"알았어. 어차피 망량에게는 보고해야 하니."

나는 일행을 데리고 망량선사의 마을을 등지고 나오며 힐끔 뒤돌아보았다.

' 망량선사가 말을 안 거네.'

왜지?

이상하다. 여태껏 내가 들를 때마다 꼬박꼬박 말을 걸어왔던 녀석이 웬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망량선사가 원하지 않으면 내 쪽에서 말을 걸 방법은 딱히 없었으므로 나는 그냥 물러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다시 서문혜의 검은 거울을 이용해서 근처의 호수에서 망량을 불러냈다. 망량은 불려나와서 천우진을 보더니 말했다.

[사제. 무사했군.]

"사형도 아직은 괜찮은가 보구려."

[전륜성왕의 마지막 결계야. 명계의 모든 옥졸이 덤빈다 해서 십 년 내에는 쉽사리 끊어지지 않지. 그 이상의 존재들이 개입하기 전까진...]

"지금껏 있었던 일을 말해 드리겠소."

천우진은 자신이 달에서 얻은 정보를 망량에게 말해줬다. 그리고 나도 낙양에서 보고 들은

걸 말해 줬다. 망량은 그 모든 걸 듣고 생각하더니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괴로운 상황이지만 결국 우리에게 도움이 되겠군. 나쁘지 않아.]

"망량. 무슨 말이오?"

[백웅. 아마츠카미(天津神)의 귀환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닐 거요. 그들은 이용할 만 한 상대요.]

"......!!"

[그리고 백웅 당신이 보았던 낙양의 풍경은 절반은 우리의 탓도 있다고 할 수 있소.]

"우리? 우리가 무슨..."

[이번 생에 당신이 했던 일을 생각해 보시오. 당신은 제천대성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 서역까지 가서 최신형 인쇄기를 가져왔소.]

"아!"

내가 탄성을 흘리자 망량의 말이 이어졌다.

[그 당시 숙부는 인쇄기술과 상조할 수 있는 사회체계를 발달시키기 위해서 자신이 알고 있던 마도기술과 공학지식을 중원대륙에 뿌렸소. 아예 용납불가능한 수준이 아닌 걸 제외하고는 최대한 기술을 퍼부었으니 최소한 과학기술이 백여 년은 발전했겠지.]

"하지만 그렇다 해도 증기기관과 비행선이 5년만에 나올 수는 없소."

[그렇소. 그건 아마 황궁의 행사일 거라고 생각하오. 황궁 측에서 우리가 뿌려둔 밑밥을 이용해서 최대한 문명수준을 끌어올린 거겠지. 나는 명경을 이용해서 그 동안 황궁에서 주도면밀하게 민간에 마도기술을 알려주고 때로는 시대를 초월한 공학을 구현화시키는 걸 보아왔소.]

"흠... 그렇지만..."

나는 고개를 젓다가 말했다.

"망량. 나는 헷갈리오. 문명을 인위적으로 발달시키는게 인과율에 저촉되지 않는단 말이오?"

[그건 굉장히 관대하게 적용된다고 말할 수 있소. 그래서 숙부도 거침없이 저질러버린 거고.]

"관대하다고..."

망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 서방의 예시만 보아도 알 수 있소. [옛 지배자]와 고위이족들이 대놓고 상위과학기술을 뿌렸지만 그 누구의 제지도 들어오지 않았소.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중간관리직이라 할 수 있는 계층을 없애버렸고 모든 의사결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기에, 호수에 물 한방울 떨어뜨리는 정도의 영향력으로도 파도를 일으킬 수 있소. 인간들은 그들에게 조종당하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오. 일종의 꼼수라고 할 수 있소.]

"그럼 동방은 왜 그렇게 하지 않았소?"

[천계가 그걸 싫어하기 때문이었소. 인간의 문명이 빠르게 발전하면 할수록 [옛 지배자]의 존재를 인식하기는 훨씬 쉬워지고 관리하기도 힘들어지오.]

"그렇다면..."

나는 망량의 말에서 뭔가를 깨닫고 경악해서 말했다.

"지금 천계는 황궁에서 인위적으로 문명을 끌어올리는 걸 방관하고 있단 말이오?!"

[아마 그럴 것이오.]

"말이 안 되오. 나인교가 활동할 경우 천제를 내리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 수도 있는게 천계일진대 어째서..."

[백웅. 이상한 걸 느끼지 못했소? 현재 황궁의 제사장인 제갈유룡은 아직도 신단수 폐허의 지하에 봉인되어 있고, 아직도 풀려나지 못했소. 그런데 누가 이토록 기민하고 활발하게 문명을 끌어올릴 수 있다 생각하오?]

" ......."

[발전속도로 보건대 조만간... 약 이십 년 이내에 전기(電氣)를 실생활에 사용하게 될 것이오. 공간 속에서 전자기적 힘을 저장하고 운반하는 것에 대해 수학적으로 포착한 공학자들이 이미 낙양 여기저기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소. 유체와 입자에 대한 이론이 이미 학계에서 논의되었고 기존의 천재 식자와 학자들이 신지식에 적응했소. 이후의 중원대륙은 아마 서방대륙에 못지 않은 발전속도를 보이게 될 게 분명하오.]

확실히 그건 이상하다.

제갈유룡이 주도해서 이끈다면 5년간 낙양의 변화도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그저 주작이 책략의 방향을 바꿨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제갈유룡은 제갈사의 사법에 의해 봉인되어 있는 상태이고 봉인기간은 절반이나 남았다.

대체 누가 중원대륙을 변혁시키고 있단 말인가?

내가 혼란스러워 할 때 옆에 서 있던 천우진이 말했다.

"사형. 나는 일련의 행사가 신(神)만이 행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오."

[바로 그렇네. 그 사실을 앞으로 잘 이용해야겠지.]

"무, 무슨 말이오?"

신이라고?

망량이 내 쪽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백웅. 스승님께서 당신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것 같지만... 현재 황궁의 주인은 원래 있던 [옛 지배자]가 아니오. 그 자는 이미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 자리에 다른 지배자가 앉아있지.]

"정말이오?! 그럼 복마전도 물러났단 말이오?"

[그건 아니오. 그저 공동경영자의 자리가 바뀌었을 뿐. 팔부신중 야차가 복마전과 긴밀한 연관을 지니고 있다는 건 천 년 전의 봉선의식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잖소. 같은 편이니까 쉽게 자리를 양도할 수 있었겠지.]

"... 설마..."

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내가 설마하는 눈으로 망량을 쳐다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중원을 지배하는 [옛 지배자]는 사황(史皇) 창힐이오. 그리고 그의 밑에 있는 팔부신중이 중원을 이렇게 발전시켜놓았소.]

사황 창힐이 황궁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

그것은 바로 5년 전의 신시 대결전의 승자가 축융이 아니라 팔부신중이라는 걸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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