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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절기
구십구합리귀(九十九合理歸)
검마가 호신(護身)을 위해 선택한 무예는 바로 칠대절학에서 파생된 팔선신공, 그 중에서도 구십구합리귀였다. 구십구합리귀는 이청운이 무당절학 유능제강(柔能制剛)과 강능단유(剛能斷柔)의 양면을 모두 고찰해서 만들어낸 절학이었으며 태극 요지유검과 굴공검, 진무칠절경의 현묘한 점을 따온 것이니 모든 힘을 상쇄시키는 게 가능했다.
‘힘을 흘리는데 집중해야 한다.’
과거 전생에서 그는 칠요를 든 백웅을 상대로도 구십구합리귀를 운용하여 패도적인 힘을 흘리는데 성공 했었다. 또한 무사시를 상대로도 여의조령과 구십구합리귀를 동시에 써서 상대방의 무심(武心)을 읽어내어 잘 막아낸 적이 있었으니 이 상황에서는 최고의 대응이라고 할 수 있었다.
까가강!!
“……!!”
하지만 다음 순간 상대방의 일 검에 몸이 통째로 날려가며 자신의 등이 땅바닥에 처박히는 걸 느낀 검마는 눈을 흡떴다.
너무 강하다.
힘을 흘릴 수가 없다!
마치 이 세상을 뒤엎을 것만 같은 말도 안 되는 거력이 떨쳐졌기에 그가 아무리 구십구합리귀로 최선의 초식을 잡아서 여의조령으로 궤적을 읽어내도 소용이 없었다. 아니, 힘을 흘리는 데는 성공했으나 그 흘리는 행위가 의미 없을 정도로 힘의 격차가 있다는 걸 금세 깨달았다는 표현이 정확하리라.
검마는 그 순간 등뼈가 부서지고 동시에 팔다리가 아작 났다는 걸 깨달았다. 원래도 십이율주의 공격 때문에 뼈에 금이 가 있었지만 운기요상으로 회복시켰는데 이번 부상은 그 정도로 회복될 게 아니었다. 보통 인간이라면 평생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있어야 정상일 정도의 타격을 입은 것이다.
“커헉…!!”
그는 입에서 피를 화살처럼 쏘아내며 바닥을 굴렀다. 불행 중 다행인지 완전히 검력에 눌려서 파리처럼 피에 절여지지는 않았고 영향력을 피해낸 것이다. 검마는 온몸의 뼈가 박살나는 상황에서도 투지를 잃지 않고 이를 악물며 기공을 운용했다.
무영문(無影門)
비기(秘技)
생사즉지천명(生死卽知天命)!
위잉
검마의 몸 내부에 있던 모든 내공이 빠르게 회전하며 뼈 사이사이로 새어 들어갔다. 그리고는 부서진 뼈 사이를 기(氣)로 채움과 동시에 터진 혈맥을 빠르게 호전시켰다. 검마가 전투를 재개 가능할 정도의 체력을 손에 얻는 건 찰나밖에 걸리지 않았다.
본디 의학적으로는 말도 되지 않는 일이지만 임시로 몸의 기경팔맥을 회복시켜서 최소한의 생명력과 기력을 회생시키는 비기, 그것이 바로 생사즉지천명이었다. 검마가 십이율주에게 당해서 상당한 부상을 입었음에도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무사히 도주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했다.
게다가 현재의 검마는 무당파의 신공계열을 습득하여 내공의 회복력과 방어력이 훨씬 향상되었기에 생사즉지천명으로 몸을 순간회복 하는 게 가능했다. 그러나 생사즉지천명은 내공을 크게 소모하므로 그저 전투에 복귀하는 데만 쓰일 뿐 그 이상의 회복은 보일 수가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로 족하다. 검마는 일 초를 맞이하고도 어쨌든 버텨냈으며 시간을 벌어낸 것이다. 그는 차마 상대방에게 덤벼들 생각을 하지 못하고 뛰어난 반사신경을 이용해서 위쪽으로 뛰쳐 올라갔다. 조금이라도 상대방의 주의를 밑에서 돌려야 딸이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쿠구구구구
[자아….]
퍼억
어둠의 힘을 모으고 있던 ‘무사시’ 가 난데없이 순간이동 하듯 검마의 눈앞에 나타났다. 검마는 심적권청의 순간에 최선의 대응을 하기 위해 온갖 초식을 구현화 시켰으나, 상대방은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듯 그저 압도적인 힘이 담긴 일검을 내리쳤다.
츠와앗
검마는 그 자리에 비틀거리다가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피할 수 없이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허리에 이르는 긴 일참을 맞았기 때문이었다. 검마는 자신이 즉사할 거라고 생각하며 체념했으나 뜻밖에도 생명이 끊어지지 않았다.
“……?”
그리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상대는 자신을 순식간에 두동강 낼 수 있었지만 일부러 얕게 벤 것이다! 검마가 위를 올려다보자 괴물처럼 변한 무사시의 얼굴이 히죽 웃고 있었다.
갖고놀고 있다.
검마는 화도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정도 역량의 상대를 인세에서 마주치는 일 자체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상대는 틀림없이 투선 최상위급 존재에 버금가는 힘을 지니고 있었으며, 그런 상대는 이 세상에 거의 없다. 그는 대신에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섰다.
‘버텨야 한다.’
갖고 놀아준다면 도리어 고맙다. 벌레처럼 갖고 논다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끼기긱
검마의 눈을 본 무사시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끼긱거리며 끔찍한 소리를 흘렸다. 입에서 내는 게 아니라 몸 그 자체가 여러 개의 군체(群體)인 것처럼 이음매에서 절규가 흐르는 것이다. 도저히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그 괴물의 몸은 한동안 소리를 내다가, 무사시의 것으로 보이는 목소리가 흘렀다.
[못 이긴다는 걸… 이해 못하나?]
“…….”
[왜 아직 눈빛이 살아있지….]
검마는 대답할 기운이 없었다. 대신에 다시 한 번 구십구합리귀의 자세를 잡으며 상대의 힘을 흘려보낼 준비를 했다.
[이번엔… 왼쪽 팔을 뜯어 주마. 그 다음은 오른쪽… 그리고 왼쪽, 다리, 오른쪽, 다리… 마지막에, 심장을, 산채로, 뜯어 주겠다.]
끔찍한 예고를 한 무사시가 서서히 자신의 검을 들었다.
승산이 조금도 없는 절망적인 싸움.
검마는 자신이 벌레처럼 농락당하다 살해당할 것을 직감했지만 그래도 기죽지 않았다.
왜냐하면 - 백웅이 있기 때문이었다.
[자아….]
다시금 무사시의 끔찍한 마검(魔劍)이 날아들려는 순간이었다.
파밧
난데없이 검마는 자신이 멀쩡한 상태로 [신의 무덤]의 입구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자신의 옆에는 베루스와 서문혜가 서 있었고, 눈앞에는 혼돈의 심연처럼 보이는 [신의 무덤]이 일그러진 채 입을 벌리고 있었다.
“……?!”
이게 갑자기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검마는 자신의 몸을 만져 보았으나 역시 만신창이가 되어있지는 않았다. 십이율주에게 당한 부상이 덜 회복되긴 했으나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아주 멀쩡했다.
“이, 이건….”
검마는 당황하다가 옆에 서 있던 베루스를 쳐다보았다. 베루스는 한 줌의 동요도 없는 차분한 눈으로 그와 눈을 마주친 후 입을 열었다.
“기회는 앞으로 두 번이오.”
“무슨….”
“내가 [작은 굴레]를 돌렸소.”
그 대답을 듣자마자 검마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시간역행!’
베루스는 목이 베이고 나서도 일행이 위기에 처하자 [작은 굴레]를 움직여서 시간을 과거로 되돌린 것이다! 하지만 검마는 백옹의 지식경험 속에서 그 정도 능력을 쓸 수 있는 건 [옛 지배자]이거나 강력한 신격, 혹은 직접 지명된 사도급이나 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금 베루스가 보인 능력은 인간 술법사에게는 허용되지 않을 수준이었다.
과연 서양 예수회 최강의 술법사! 베루스가 천천히 말했다.
“방법은 피하거나, 맞서 싸우거나 둘 중 하나뿐이오. 그러나 내가 방금 전 탐색해 보기로 습격자는 [옛 지배자]에 준하는 존재에게 빙의(憑依)당해있으니, 우리가 피하려 한들 끊임없이 쫓아오고 말 것이오.”
“정말이오? 빙의라니….”
“맞서 싸울 수밖에 없소. 허나 나로서는 습격자를 어찌할 수 없소.”
“어찌할 수 없다니. 당신은 시간을 되돌리는 엄청난 능력을 선보였잖소.”
검마의 말에 베루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건 내 능력이라기보다는 저주에 가깝소. 그리고 나는 제약이 많아서 원래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니 당신 만이 해답이오.”
“해답이라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이 저주는 해결 가능한 국면으로만 최소한의 과거를 되돌린다는 특징이 있소. 하지만 나는 그 존재를 쓰러뜨리지 못하니, 당신에게 해답이 있다는 뜻이지.”
“…….”
“나는 잘 모르겠으나 잘 생각해 보시오. 당신에겐 가능성이 존재하오.”
말이 어려워 보였으나 검마는 쉽게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무사시를 쓰러뜨릴 수 있기 때문에 이 시점의 과거로 역행해 왔다는 뜻인가?’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된다. 방금 전에 전신의 뼈가 부서지면서 상대 와의 절망적인 역량차이를 이미 깨달은 상태다. 기술을 논하기 전에 힘에서 너무나 압도적인 차이가 나기 때문에 소용이 없는 것이다. 지금의 무사시는 팔부신중 본체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괴물이 되어 있었다.
검마가 당혹해하고 있자 베루스가 한숨을 쉬었다.
“흠, 곧 공격해 오겠군. 그럼 어쩔 수 없지.”
파앗
베루스가 손을 젓자 허공에서 빛으로 만들어진 물고기가 만들어졌다. 물고기는 검마와 서문혜의 몸속으로 투명하게 빨려 들어가서 사라졌고, 베루스가 검마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내가 그 자를 상대로 일단 시간을 끌며 버텨보겠소. 검마 당신은 유적 최하단까지 내려가서 혹시 습격자를 상대할만한 유물이나 단서가 있는지 찾아보기 바라오.”
“잠깐! 기회가 두 번이라는 건….”
“이번에 실패하면 다음밖에 기회가 없다는 뜻이지.”
스스스
검마와 서문혜의 몸이 빛에 휘감겨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마는 자신의 몸이 완전히 전이되기 전, 괴물 같은 형상의 무사시가 나타나서 베루스를 공격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베루스는 아까와는 달리 무력하게 목이 베이지 않고 손을 뻗으며 공격을 막아냈다.
카앙!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둠의 장막을 펼친 베루스는 허무감이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지음 받은 자. 아쉬운 일이지만 네 힘으로는 날 완전히 죽일 수 없다….”
파밧!
검마는 자신이 어느 새 [신의 무덤] 유적의 중반부에 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까 시간이 역행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왔던 장소로써, 아무래도 베루스가 보내준 모양이었다.
검마는 즉시 서문혜를 돌아보며 외쳤다.
“혜아야. 유적의 제일 밑으로 가야 한다. 빠르게 가자!”
“네, 아버님!”
타다닷
그들은 모든 경공술을 동원하여 빠르게 유적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베루스가 언제까지 무사시의 손에서 버틸 수 있을지 모르니 최대한 유적을 탐사해서 무사시에게 대항할 만한 단서를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잠시 후, 검마는 어둠이 꾸불텅거리는 심연의 제일 밑층의 층계참에 도달했다. 그는 나선형으로 무언가를 감싸듯이 길게 이어진 공동의 한 가운데에 거대한 다섯 개의 창이 쐐기처럼 박혀서 뭔가를 봉인하는 걸 발견했다.
“저건?”
“심장(心臟) 같습니다.”
서문혜의 말 대로였다. 거대한 다섯 개의 창이 찔려있는 것은 펄떡거리며 움직이는 거대한 심장이었다. 그 심장의 크기는 약 십여 장에 이르렀기에 엄청나게 컸고, 그 심장을 찌르고 있는 창 또한 거대했다. 검마는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거신의 유적… 심장… 창… 봉인….’
그렇다면 저건 ‘누구’의 심장인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 무덤을 누가 왜 만들었는지도 중요하다.
검마는 자신이 저 창을 뽑을 수 있을지 시험해 보기 위해서 창대로 달려들어서 힘을 주어 뽑으려 했다.
파지지직!!
그 순간 번갯불 같은 둔중한 충격이 느껴지며 검마의 전신이 경직되었다. 뒤이어서 그의 팔을 타고 마치 얼어붙는 듯한 강대한 힘이 물밀 듯 밀려왔고, 검마는 그만 헛숨을 토해내고 말았다.
“컥… 허헉!!”
엄청난 힘이었다. 내공과는 상이한 다른 종류의 힘이 마치 피를 꽁꽁 얼려버리면서 자신의 전신을 얼어붙게 만드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내공을 끌어올려 저항했지만 즉사만을 피했을 뿐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검마가 땅에 주저앉아 꿈틀대자 서문혜가 급히 검마의 등에 손을 대어 운기를 도왔다.
“아버님!”
스스스스
그 순간이었다. 도저히 통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던 엄청난 힘이 서문혜에게 빨려 들어가면서 검마의 몸이 순식간에 안정을 되찾는 게 아닌가? 검마는 자신의 몸이 크게 편해지면서 의문의 음기(陰氣)가 자신의 내부에 머물게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검마가 서문혜를 돌아보았다.
“혜아야. 넌 괜찮느냐?”
“네.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으음….”
분명 방금 전 창대에서 전해진 엄청난 음기가 서문혜에게 이어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서문혜는 그 기운을 받고도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으며 도리어 기운이 더 강해진 듯 했다. 검마는 일련의 과정에 뭔가 인과관계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그가 말했다.
“저 창대를 뽑을 수 있는 건 너 뿐일 것 같구나. 혜아야, 한 번 뽑아 보거라.”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론이다. 어차피 이대로라면 우리 모두가 무사시에게 죽는다.”
“네.”
서문혜는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심장을 봉인한 창대로 달려가서 창을 뽑았다. 검마 때와는 달리 서문혜는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금세 거대 창을 뽑아내었으며 순식간에 2개를 뽑아낼 수 있었다.
문제가 생긴 건 3개째의 창이었다. 서문혜는 3번째 창대를 잡아 뽑으려 하다가 갑자기 비틀거리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윽….”
머릿속에서 강한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 소리는 엄청난 힘을 담고 있었는데, 마치 노갈하듯 서문혜에게 외치는 중이었다.
[감히!! 거신족이여, 네 동족을 구하러 내 봉인에 간섭했느냐? 거기 가만히 있어라, 곧 내가 너희를 잡으러 가리라. 허나 만일 그 창을 그만 뽑고 물러난다면 한번 봐 주겠다!]
“…….”
상대는 신(神), 그것도 엄청나게 강력한 존재가 틀림없었다.
상대는 크게 화가 나 있었지만 동시에 당황하는 기색도 느껴졌다. 그렇지 않다면 일부러 봐 준다는 말은 하지 않으리라.
“아버님… 이 봉인을 만든 자가 협박합니다.”
서문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검마를 바라보았는데 검마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다. 하거라.”
“네!”
파앗
서문혜는 거침없이 모든 창을 다 뽑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치 비명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이 벌레같은 놈들!! 정말 할 셈이냐? 그게 무엇을 봉인하는지 알기는 하느냐? 그게 풀리면 어떤 재앙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냐는 말이다!]
더 이상 망설일 건 없었다.
서문혜는 마지막 5번째 창을 뽑았고, 그 순간 심장이 크게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모든 것이 빛에 휩싸였다.
“…….”
검마는 다시 한 번 시간이 역행하여 베루스와 함께 유적 입구에 서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베루스가 시간역행을 발동시킨 것이리라.
베루스는 검마를 보더니 말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오?”
“무슨 짓이라니… 밑에 내려가서 봉인의 창을 뽑았소.”
“…하아.”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소.”
“난 죽었고 무사시도 소멸되었소.”
“…….”
뜬금없이 베루스와 무사시가 다 죽었다니 무슨 소리인가?
검마가 그를 쳐다보자 베루스가 말했다.
“난 죽고 나서도 영혼의 상태로 주변상태를 관찰할 수 있소. 그리고 이 [신의 무덤]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이 일대의 평원을 집어삼키고, 무언가가 울부짖는 소리가 나더니… 이 세상이 정적에 휩싸였소. 모든 것이 사라졌소.”
“무슨 말이오?”
“…쉽게 말해서.”
베루스가 떫은 표정으로 심연과도 같은 [신의 무덤] 지하를 쳐다보았다.
“무언가가 방금 전에 이 세계를 멸망시켰단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