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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705화 (704/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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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서문혜는 유적에 들어간 순간 신비로운 고대의 문양이 가득 새겨진 어둠의 통로에 들어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천장이 폐쇄되어 있는 긴 통로가 쉴새없이 이어져 있었고, 그 사실은 걷기 시작한지 반 각도 되지 않아서 알 수 있었다. 다만 계속해서 행로는 달라졌기에 서문혜는 이윽고 자신이 미로(迷路)에 발을 들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은은한 빛이 돌벽에서 뿜어져 나왔기에 최소한의 시야는 확보되어 있었다.

그녀는 무영문의 후계자였기에 각종 기문진법 및 그 파해법이나 대응법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문혜가 신중하게 팔괘의 원리에 따라 지어진 기문진법인지 살펴보았으나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녀는 이 통로에 사념(邪念)이 담기지 않았으며 걸을수록 청량하고 맑은 기운이 샘솟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진법은 아닌 것 같아.'

서문혜는 이 미로가 복잡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나 둘의 행로밖에 없으며, 그나마도 향하는 방향이 일정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또한 잠깐 막혔을 때 되돌아나와서 다른 갈랫길로 향하기도 용이했기에 들어온 자를 괴롭히려는 용도가 아닌 걸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녀는 이 미로의 진짜 목적을 알 수 있었다.

이 미로의 벽과 바닥에 가득 새겨져 있는 문양은 - '뭔가'를 말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미로의 형태로라도 들어온 자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다.

... 무엇을 위해서?

다만 이 자리에는 망량이 없었기에 이런 고대의 언어가 새겨진 유적을 제대로 탐사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이 유적에 새겨진 언어가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미로의 끝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

저벅...

미로에서 나오자 그 곳에는 거대한 벽이 있었다. 그 벽을 본 서문혜가 중얼거렸다.

" 벽화?"

그랬다. 벽에는 그림이 음각되어 있었다. 다만 이 공동의 크기가 매우 넓었기에 그림 또한 수십 장에 이르는 광활한 것이었으며 한 편의 서사시를 표현한 듯 했다. 글이 아닌 그림이라면 서문혜 또한 어느 정도 알아볼 수 있었기에 그녀는 주의를 집중해서 음각된 그림을 살펴보았다.

전체적인 그림의 내용은 거대한 물결을 표현하고 있었고, 그 물결에 맞서싸우는 인간들, 그리고 하늘에서 빛의 마차를 타고 내려오는 얼굴없는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 뭔가 그림이 안 맞네...'

묘한 것은 수십 개의 그림의 내용이 잘 안 이어지는 것 같았다. 또한 맨 끝에 빈 부분이 조금 남아 있었다. 한 편의 신화를 의미하는 듯 했으나 서문혜는 자세한 내막을 알 수 없어서 일단 기억력을 동원해서 벽화를 기억했다.

그녀는 벽화의 한가운데에 새파란 빛을 내뿜는 구슬이 있는 걸 깨닫고는 구슬 근처로 다가갔다.

" ......"

그녀는 구슬에 손을 올리려다가 멈칫하고는 주변을 좀 더 돌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역시나 이 공간은 여기가 끝인 것 같았고 벽화만이 마련되어 있는 폐쇄된 공간이었다. 더 이상 출구가 없는 판국이었기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구슬에 손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파아앗!!

잠시 후 서문혜의 몸은 이름모를 산야에 나타나 있었다.

' 역시 구슬이 출구 역할을 하는 거였구나.'

유적 바깥으로 나온 서문혜는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확인해 보았고, 자신이 산의 반대편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신법을 발휘해서 일행이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갔다.

검마는 서문혜의 이야기를 듣고는 말했다.

" 과연. 유적에 들어갔더니 통로와 거대벽화가 있었다는 말이구나."

" 네, 아버님."

" 헌데 이상하군. 출구는 파란구슬로 마련했는데 어찌 입구가 따로 보이지 않을까?"

그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간 게 아니었고 베루스의 신묘한 술법의 도움을 받은 것이었다. 즉 아직까지 제대로 된 입구를 찾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출구는 잘 마련되어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유적을 만든 자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검마의 의문에 베루스가 대답했다.

" 고대 거신족들은 본디 공간을 자유자재로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들었소. 신족이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그렇기에 유적을 남긴 자도 입구를 따로 만들지 않은 거라 생각하오."

검마가 인상을 찌푸렸다.

" 거신족이거나 그 후예라면 당연히 공간조작능력을 갖고있을거라 생각했을거란 말인가?"

" 아마 그럴 것이오."

" 하지만 출구가 되는 푸른 구슬은 왜 만든 거지?"

" 유적에 진입한 시점에서 거신의 혈통이란 게 입증되었으니 나갈때도 재인증시킬 필요는

없지 않겠소. 아마 편의를 위해 마련된 것일거라 생각하오."

성과가 없는 건 아니다. 아마 이 '신의 무덤'에 이르는 유적은 큰 단서일 것이고, 서문혜가 출입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베루스쯤 되는 대술법사가 동행해야만 입구를 열 수 있다는 건 썩 좋은 결과가 아니었다.

베루스가 말했다.

" 다행히 내가 그녀에게 시야공유의 술법을 사전에 걸었으니, 나도 어떤 벽화이며 문양인지 대충은 살필 수 있었소."

" 당신은 그 벽화와 문양의 진짜 내용이 뭔지 알겠소?"

" 사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건 아마 초고대의 문자로 알고 있소. 마도(魔道)에서는 신비(神秘)로 취급하는 수만 년 전의 문자겠지. 다만 동양쪽의 해석법을 모르겠는지라."

" 동양쪽이라니?"

" 거신족은 아주 오래 전에 동과 서로 나뉘어서 따로 살게 되었소. 구체적인 연유는 모르지만 그래서 동방과 서방의 거신족은 멀리 떨어진 사촌같은 관계요."

" 모르겠단 말이군."

" 그렇소."

" 그렇다면 그런 잡스러운 세부사항은 내가 알아봤자 쓸 데가 없소."

검마는 침음성을 흘리고는 말을 이었다.

" 지금 중요한 건 [신의 무덤]에 대한 단서요. 지금 단서에 단서를 꼬리무는 상황의 해법이 있어야 하오."

" ... 요점은 벽화일 거라고 생각하오."

" 벽화?"

베루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녀가 본 벽화는 뭔가 내용이 맞지 않고 뒤죽박죽이었소. 그리고 벽화는 수백 개의 석판으로 이루어져 있었지. 그 말은..."

옆에서 듣고 있던 당산이 눈치채고는 말했다.

" 병도(??)란 말이군요."

" 명나라 말로는 그렇게 부르는가? 아무튼... 맞네."

병도.

다시 말하자면 그림 맞추기였다.

검마는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고는 서문혜를 돌아보곤 말했다.

" 혜아야."

" 네, 아버님."

" 다시 한 번 유적에 들어가서 그 벽화의 이음매를 잘 살피거라. 만일 그게 병도라면 난잡하게 흩어진 그림을 원상복구시키거라."

" 알겠습니다."

그 때 옆에서 듣고 있던 베루스가 당혹스러운 듯 말했다.

" 잠깐!"

" 왜 그러시오?"

" 내가 봤을 때 그 벽화를 이루는 하나의 석판만 해도 무게가 대단할 것이오. 하나에 일 장 짜리 석판이며 두께도 보통사람 허리만 하오."

" 그래서?"

" 석판 하나를 나르는데 장정 너댓 명이 필요할 정도일 터인데 하물며 수백 장의 석판을 맞춘다는 건 보통 인간의 완력으로는 불가능하오."

석판 하나를 옆으로 옮기는데만도 성인장정이 전신에 비지땀을 흘리며 하루종일 밀어야 할 것이다. 그 말에 검마가 훗하고 웃었다.

" 그런 건 걱정마시오. 혜아는 잘할 수 있소."

" 음... 그렇다면야."

파앗

베루스는 다시 서문혜를 안쪽의 유적으로 들여보내고는 걱정에 휩싸였다. 보통 힘으로는 절대 안될 일인데 과연 저 가녀린 백발의 여성이 혼자서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윽고 그는 시야를 공유하던 중 깜짝 놀라고 말았다.

쿠르르릉!

" 헉."

서문혜는 벽화가 병도 형식의 수수께끼라는 걸 이음매를 통해 확인하자마자 석판 몇 개를 빈틈으로 옮겼는데, 전혀 어려워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몸에 땀이 나기는 커녕 섬섬옥수를 살짝 움직이기만 하자 즉시 커다란 석판이 움직인 것이다. 베루스가 놀란 표정을 짓자 검마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서문혜 또한 영약을 복용했으며 초절정의 내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고수였다. 기로 육체를 강화하면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능력을 보일 수 있기에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쿠구구구

쿠구구

서문혜는 한참동안 머리를 써서 벽화를 맞추다가 정답이 되는 그림을 발견했는지 서슴없이 맞춰내기 시작했다. 그녀가 벽화를 다 맞춘 것은 그로부터 한 시진이 지나서였으며, 서문혜가 벽화를 완성시키자 빛이 일어났다.

파앗

지이잉 -

벽화가 내뿜은 빛은 유적 위의 천장을 향하고 있었다. 서문혜가 다시 구슬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오자, 그 푸른빛이 바깥세상에서도 허공에 빛의 길을 만들어낸 것을 볼 수 있었다. 산을 뚫고 창공을 향하고 있는 빛을 본 서문혜는 일행에게 되돌아갔다.

베루스가 말했다.

" 저 빛은 아마 [신의 무덤]이 있을 진짜 유적지를 가리키고 있을 것이오."

" 빛을 따라가면 되는 건가?"

" 갑시다. 이제 거의 다 됐소."

" 잠시만 기다리시오."

베루스가 재촉했지만 검마는 문득 옆에 있던 당산을 쳐다보며 말했다.

" 당산."

" 왜 그러십니까?"

" 자네와는 여기서 이만 헤어지도록 하지."

" ......?"

당산이 의혹어린 표정을 짓자 검마가 말했다.

" 신의 무덤에 가면 더 강한 수호자가 있을수도 있으며 이족괴물이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자네가 아무리 천재라 해도 지금은 약하지. 자네에게는 더욱 성장할 시간이 필요해. 우리와 헤어져서 적당한 장소를 찾아 은거하며 자신의 무공을 다듬게."

" ... 그렇게 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 그럼 살아서 볼 수 있으면 다음에 보세."

" 모쪼록 뜻을 이루시길."

당산과 검마 일행은 곧 헤어졌다. 검마는 내심 생각했다.

' 이걸로 확실해지겠지.'

그리고 그들은 창공에 새겨진 푸른 빛을 따라 이동했다. 창공의 빛이 멈추어서 땅에 떨어져내린 장소는 광활한 평원이었고, 여기저기에 유목민의 마을이 보였다.

검마가 중얼거렸다.

" 중원과 북방민족의 경계군."

요녕성의 북서부. 유목민족이 살긴 하지만 그마저도 인구밀도가 상당히 희박한 장소였다. 검마는 자신이 정상적으로 살았다면 평생 여행을 하더라도 이런 척박한 곳에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확실히 고대의 유적이 있을만한 장소이긴 했지만 이상하다는 생각 또한 같이 들었다.

이 곳이 척박한 장소라고는 하지만 북방민족들이 더러 돌아다니는 장소다. 그렇다면 수천 년이나 된 유적이 한 번도 발견되지 않은 건 이상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의문은 이윽고 천공에서 내려앉은 청색광이 도달한 곳을 보자 즉시 해결되었다.

쿠구구구...

히히히힝!

" *#%*#&%!!"

난장판이었다. 근처에 있던 북방민족이나 목동들이 당황해서 공포에 질린 말의 고삐를 잡아끌고 있는 상태였다. 청색광이 떨어진 근처 오십여 장이나 되는 범위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둠의 혼돈의 권역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 이미 현실세계의 영역이 아닌 것 같구나...'

마치 거대한 연못이나 늪처럼 보이는 저 '혼돈'은 안쪽을 들여다보자 마치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소용돌이처럼 보였다. 다만 일단 구조물인 건 확실한지 계단을 통해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어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평범한 인간인 북방민족들은 미치지 않은이상 저런 곳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들은 이 근처를 순찰하러 왔다가 크게 당황한 듯 했다. 게다가 지금도 몇몇은 광기에 휩싸인 모양이었다.

베루스가 근처에 있던 목동 하나에게 통역주술을 걸고 말을 하는 듯 했다. 그리고는 검마에게 말했다.

" 청색광이 떨어진 시점은 정확히 우리가 벽화의 병도를 올바로 맞췄던 시점이오."

" 그럼 여기가..."

" 그렇소. [신의 무덤]이오."

" ......"

벽화를 올바로 맞추는 행위, 그 자체가 즉시 [신의 무덤]으로의 길을 열 수 있는 착화점이었던가. 이런 방식이면 지하에 수천 년간 숨겨져 있다고 해도 누구도 알 수 없을 수밖에 없었다.

' 어쩌면 그 거신족 벽화에도 뭔가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하지만 그건 이번 생에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검마는 백웅이 그것에 대해서 나중에 조사해주리라 믿은 채 굳은 얼굴로 말했다.

" 갑시다."

그들은 계단을 통해 [신의 무덤]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층계참을 따라서 쭈욱 내려가던 중, 중간 지점에서 길이 막혔다. 질척거리는 어둠과 촉수가 가득했고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대는 지옥같은 장소였다.

베루스가 말했다.

" 음. 심연의 이차원이 막고 있군... 그럼 일단 열어볼까."

파앙!

베루스가 다시 물고기를 소환하자 층계참을 가로막고 있던 질척한 점토덩어리같은 혼돈이 사라졌다. 베루스는 보기 드물게 들뜬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왠지 나도 이 끝에 있는 게 뭘지 궁금해졌군. 그럼 가 봅..."

츄왁

기분나쁜 소리가 흘렀다.

어둠의 칼날에 베루스의 목이 베여서 둥실 떠올랐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펼쳐졌으나 검마는 고수답게 당황하지 않았다.

검마는 즉시 응전태세에 들어가며 자신의 모든 의념절기를 쏟아부을 준비를 했다. 동시에 목이 터져라 외쳤다.

" 도망쳐라, 혜아야!"

쿠콰쾅

베루스를 일격에 죽인 의문의 적은 검마에게 일 참(一斬)을 꽂아넣었다.

' 반격? 방어?'

안 된다.

내 잠재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이건 그냥 피해야 한다!

파밧!

검마는 모든 힘을 다 해서 그 공격을 피했다. 나려타곤을 개의치않고 피했기에 보기에는 흉했으나 그 덕분에 즉시 몸이 수백조각나는 것을 면할 수가 있었다. 게다가 피하기조차 쉽지 않았기에 검마는 암담함을 느꼈다.

쿠콰쾅

뒤늦게 검격이 스쳐지나간 혼돈의 영역이 통째로 박살났다. 심연이고 뭐고 저 검기에는 속수무책으로 찢겨나가는 듯 했고, 이윽고 검력이 너무 강해서 장내에 태풍같은 바람이 몰아쳤다.

' 이럴수가...'

이 정도의 속도와 파괴력을 지닌 공격은 도저히 살면서 맞이해본 것 같지 않다. 절대지경의 무학으로도 맞찌르기가 가능이나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백히 인간을 초월한 힘이었다.

혼돈을 개방하여 대라신선조차 초월한 백련교주를 상대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검마는 자신이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상상도 되지 않을 지경이었기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난데없이 이런 인외의 강자가 등장하는 상황을 각오하긴 했지만, 실제로 마주치니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다.

그는 꿇어앉아 있는 자신의 눈 앞에 상대의 발이 보이는 걸 느꼈다. 그리고 상대가 지금 당장 자신을 일검에 벨 수 있는데도 일부러 기다려주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 설마...'

검마는 혹시하는 심정으로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적'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두 눈을 부릅떴다.

" 무사시...?"

자기 앞에 서 있는 적은 바로 미야모토 무사시였다.

그러나 검마가 말투에 의문을 표한 까닭은 그가 왜 죽었는데 되살아났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제반사항보다 더욱 직관적인 의문이 미야모토 무사시의 외견을 보자마자 생각난 것이다.

쿠구구구...

미야모토 무사시의 몸은 온통 시꺼먼 기운에 뒤덮혀 있었으며 몸에서 뭉클거리는 어둠의 촉수같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또한 그의 눈은 혈광에 휩싸여 있었고 한쪽 팔은 마치 수십 개의 식물이 단단하게 얽어진 듯, 인간의 형상을 이미 잃은 상태였다. 그를 미야모토 무사시라고 판별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생전의 옷과 인상, 체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르르륵!

몸 여기저기에 박혀있는 기괴한 안구들이 비명소리를 흘리고 있다. 광기가 일그러지며 저 자를 중심으로 번져나오고 있었고,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검마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정신오염이 저절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인가?

기괴한 소리와 함께 움직이는 '저것'은 정말 인간인 걸까?

죽었다 살아났다는 의문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몰골이었다.

그리고 [무사시]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말'했다.

[ 검을... 잡아라.]

" ......"

[ 나와 싸워라.]

검마는 그 순간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딸을 지키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발버둥쳐야 한다.

이 자리가 바로 자신의 마지막 전장이었다.

" 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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