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7====================
암천향(暗天鄕)
제갈사가 세계수의 씨앗을 가지고 토둔술(土遁術)로 지하를 헤치고 나와서 지상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한 식경이 지나서였다. 그는 마법뿐만 아니라 술법도 어느정도 사용하는 게 가능했다. 약속했던 장소로 향했고, 머지않아 폐허가 된 신시를 내려다보는 높은 절벽에서 동료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 제갈사는 소나무 밑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보자 히죽 웃었다.
" 여어."
천우진과 진소청이었다. 그들은 제갈사가 반가워하는 말에도 크게 대꾸하지 않았으며 대신 심란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들이 받은 임무는 도의적으로 별로 옳지 않았으며 정당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제갈사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비열하고 악한 행위는 하지 않았으리라.
' 무섭군...'
특히 진소청은 계획을 주도하는 게 제갈사가 된 것만으로 얼마나 큰 변화가 생기는지 체감하자 전율할 지경이었다. 평소에 제갈사가 계책을 세우면 백웅이 그대로 실행하기 때문에 별 차이가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실상은 백웅이 갖고 있는 가치관이 그 동안 제갈사에게 큰 제동을 걸고 있었던 것이다. 백웅이 사라지자마자 그들은 제갈사의 주도하에 말도 안 되는 깽판을 저지르게 되었으니 백웅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천우진이 입을 열지 않자 진소청이 말했다.
" 정상으로 향했던 세 명과 검마는 어떻게 되었소?"
이 중에서 오직 제갈사만이 도청마법을 이용해서 장내의 상황을 전략적으로 파악하는 게 가능했다. 제갈사가 대답했다.
" 청월과 명룡자는 지금 전장에서 이탈했고, 절벽 바닥에 안착해서 허우적대면서 내공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검마는 임무를 끝내고 부상을 입은 채 현재 정처없이 도주중이군. 극호는 인질로 잡혔다."
" ......!!"
진소청은 이를 악물었다. 동문사형인 극호가 인질로 붙잡힐 줄이야!
이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릴 때부터 죽을수도 있다고 각오하긴 했지만 큰일이었다. 진소청이 감정에 휩싸이자 제갈사가 유들유들하게 말했다.
" 걱정 마. 극호가 얻은 정보는 다 내 머릿속에 기억되어 있으니까."
" ... 극호 사형을 구하지 않겠단 말이오?"
" 십이율주가 팔부신중과 싸우다가 뒈지면 한번 고려해보지."
한없이 비정한 말이었다. 그러나 진소청은 그 비정함이 싫다고 느끼면서도 어쩔수없이 속으로는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어설픈 정의감과 동정심 때문에 섣불리 나섰다가 전멸당하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천우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 그 말은, 팔부신중과 십이율주가 지금 싸우고 있다는 뜻이겠군."
" 그래. 한창 싸우는 중이다. 내 사역마들이 관찰중이지."
" 십이율주가 이길 리가 없잖나. 그럼 상황을 봐서 극호만 구출해와도 될 텐데."
천우진이 단정적으로 전투의 승패를 결론내렸다.
십이율주는 결코 팔부신중을 이길 수 없다.
그도 그럴것이 인간체 팔부신중이라면 승산이 있겠지만 마왕에 버금가는 본체를 꺼내든 채 여러놈이 합공을 하는 형상이다. 저런 상태라면 [옛 지배자]나 그에 준하는 자가 아니면 팔부신중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제갈사는 뜻밖에 다른 말을 했다.
" 아직 몰라. 이건 나로서도 의외군."
" 뭐?"
" 정말 음흉한 놈이야. 아직까지도 저 정도 힘을 숨기고 있을 줄은..."
사역마로 전투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제갈사는 그 답지 않게 질린 듯 중얼거렸다. 천하 삼대세력의 주인들이 유난히 꿍쳐둔 비밀이 많다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십이율주가 으뜸이었다. 그는 생각을 정리하다가 천우진에게 말했다.
" 지금 십이율주의 승패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냐. 그보다 천우진, 혹시 핵의 영력을 흡수했나?"
제갈사의 질문에 천우진은 살짝 불쾌한 표정을 짓다가 대답했다.
" 흡수했다."
" 얼마나 강해졌지?"
" 빌어먹을. 그걸 어떻게 설명하란 말이냐?"
" 특수능력을 얻었거나 술법전개가 빨라졌거나 하는 변화가 있냔 말이지. 넌 술법의 종사이니 스스로 객관적으로 판단 가능할 것이다."
제갈사는 집요하게 질문했다. 그러자 천우진은 울컥하는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자신의 감정을 눌러참았다. 상대가 백웅이었다면 멍청한 놈이 사람 귀찮게 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제갈사는 모든 제반상황을 고려하는 책사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 회복술법이 크게 향상되었고 초능력도 한두가지는 더 생겼고... 영력이 두 배는 늘어난 것 같군."
" 역시. 세계수의 핵에서 뿜어져나온 힘이라면 그 정도 향상은 보여주겠지. 그 엄청난 힘을 몸에 뒤집어썼으니."
제갈사는 감탄한 듯 말을 이었다.
" 현재의 네가 세계최고의 술법사가 분명하다. 그래서 환신지경까지 크게 단축된 느낌인가?"
" ... 그건 모르겠어. 여긴 끝이 없는 길이다. '문'을 열어야 하는데 그 문이 어디있는지도 감이 잡히지 않아."
" 문이라. 삼황오제의 간섭을 벗어난다는 걸 뜻하는가?"
" 후. 마도사인 너와 내 경지를 논해봤자 무의미하니 이쯤 하지. 그래서 내 경지를 물어본 이유가 뭐냐?"
신경질적인 천우진의 질문에 제갈사가 말했다.
" 사실 이 신시에서 우리가 할 일은 거의 다 했다. 남은 건 얼마 없으니 이제 이후의 일을 대비해야 하는데, 네 녀석이 해야할 임무가 있거든. 그런데 그 임무는 지금까지의 네 힘으로는 어림도 없는 거라서 직접 힘의 성취를 알아봐야 했다."
" 또 뭘 시키려고?"
" 넌 백웅이 귀환하면..."
제갈사가 입을 열자 천우진은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말했다.
" ... 제정신이냐? 나보고 그걸 하라고?"
" 그래."
" 미친 놈! 못 해."
천우진이 격렬하게 반대했지만 제갈사가 차분하게 말했다.
" 그렇다고 진소청한테 시킬수도 없는 일이지. 너밖에 할 수 없다는 걸 잘 이해하고 있을 텐데."
" 네놈은 제정신이 아냐. 그냥 접시물에 코 박고 자살해."
" 넌 언제까지 넋놓고 자존심만 세울 생각인지 모르겠군."
" ... 뭐?"
난데없는 제갈사의 일침에 천우진이 인상을 찌푸리자 제갈사가 한 줌의 감정도 없는 눈으로 그를 내려다봤다.
" 이제 그를 인정할 때도 되었을 텐데? 반쯤은 인정했기 때문에 세계수까지 부순 거 아닌가? 그럼 자신이 소모품으로 활용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
" ......"
" 넌 이미 술법사의 양심을 버리고 전생자의 편을 들었다. 다른 선택은 더 이상 없어."
평소의 천우진이라면 격렬하게 분노하며 제갈사를 때려눕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제갈사의 말은 그의 정곡을 찔렀기에 차마 말을 하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한참동안 망설이던 천우진은 뭔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 ......"
정적.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천우진이 말했다.
" 장담은 못 해. 실패할 확률이 몇 배는 높다."
" 그래도 상관없어."
" 좋다. 어쩔 수 없지..."
옆에 있던 진소청은 천우진이 한풀 꺾였다는 사실을 느꼈다. 본디 술법사의 정점으로서 마도와 결탁한 제갈사를 경멸하고 혐오하는 천우진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자존심을 크게 접은 것이다.
제갈사가 말했다.
" 그럼 이제..."
그가 뭐라고 말하려던 중 갑자기 크게 표정이 굳었다.
그러더니 말했다.
" 십이율주가 지금 팔부신중 야차의 낫에 베여죽었다."
" 역시 그렇겠지. 그런데 왜 놀라는거냐? 당연한 일인데."
" ...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게 벌어졌으니까."
침음성을 흘린 제갈사는 자신의 머리를 짚었다.
' 이게 아닌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몰아붙였다 생각했지만 뭔가 아니다.
설마 아직까지 십이율주를 궁지로 몰기에는 백웅 일행의 전력이 부족했다는 뜻인가?
아마 그럴 것이라고 제갈사는 확신했다. 왜냐하면 꽤나 구멍이 숭숭 뚫려있고 오로지 허를 찌르는데 집중된 계책이었으므로 여기까지 이뤄낸 것도 운이 좋았다. 그러나 십이율주의 진짜 잠력을 끌어내기에는 절대적인 역량이 부족했다는 뜻이리라.
이어진 제갈사의 말에 천우진과 진소청은 크게 놀랐다.
" 긴나라와 야차, 건달파가 동시에 합공했지만 그 중에서 야차만 생존했다. 정확히는 십이율주가 다 한 번씩 죽였는데 야차가 되살아나는 바람에 허를 찔려서 십이율주가 죽은거군."
" 뭐? 그게 가능해?"
" 모르겠다. 아무리 칠요 두 개를 해방시켰다지만..."
그게 가능한 일인가?
그러나 제갈사가 직접 마법으로 전황을 지켜보았으니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십이율주는 팔부신중에 맞서서 칠요 두 개를 해방한 후 빛무리 같은 걸 몸에 휘감았고, 격렬하게 전투를 벌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팔부신중과 정면으로 싸울만큼 강해서 팔부신중을 몰아붙이다가 허를 찔려서 패한 셈이다.
그것도 마지막에 죽을 때 십이율주의 눈빛은 패배자의 것이 아니었다. 극도로 냉철하게 자신이 죽어야 할 상황에 죽음을 선택한 느낌이었다.
마치 - 더 이상 이런 곳에서 힘을 낭비하지는 않겠다는 것처럼.
' 빛무리는 대체 뭐지?'
칠요를 발동하면 해당칠요에만 존재하는 고유한 기술을 쓸수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화요천염이나 수요천빙의 경우는 발동형기술이었으며 몸에 휘감거나 할 수는 없었다.
단언할 수 있었다.
칠요를 저렇게 쓴 자는 백웅의 전생과정 중 한 명도 없었다. 많은 대라신선과 신격이 그의 몸을 거쳐갔지만 모두 칠요에 있는 기술을 그대로 썼을 뿐인 것이다. 그런데 십이율주만은 마치 자기 스스로를 강화시키는 듯한 빛무리를 소환했고, 심지어 팔부신중의 방어막까지 뚫어버리는 공격력도 보였다.
십이율주는 설마 칠요를 다르게 쓰는 방법을 어디선가 배웠단 말인가?
파지직
갑자기 제갈사의 오른쪽 눈에서 시꺼먼 불꽃이 일어나더니 거대한 고통이 덮쳐왔다.
" ... 큭."
" 괜찮나? 마왕의 눈이 슬슬 네 영혼을 잠식하는 거 같은데."
" 영력 좀 줘. 아직 더 버텨야 하니까."
천우진은 한숨을 쉬었다.
" 임시방편일 뿐이다. 넌 이미 맹인이 확정되었고 내가 어떤 술법을 써도 네 잃어버린 시력을 되돌려줄 순 없어. 마왕에게 계약의 대가로 뺏긴 거니까 네가 직접 찾아라."
제갈사가 맹인이 된다는데는 큰 의미가 있었다. 이혼대법으로 인형에게 영혼을 옮겨서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두 눈을 계약의 대가로 빼앗겼기에, 설령 몸을 갈아탄다 해도 시력의 상실까지 함께 전승되는 것이다.
" 말 안 해도 안다. 흐흐."
파앗
천우진이 초록빛 영기를 전해주자 제갈사는 한결 나아진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일행에게 말했다.
" 난 슬슬 여기에서의 마지막 일을 마무리하러 가겠다. 너희는 나머지 동료들을 구출해서 전에 얘기했던 곳으로 향해라. 기억전송술로 지금까지 봤던 위치를 보여주지."
제갈사가 기억을 전송해주자 천우진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 정말 혼자 갈 셈이냐?"
" 같이 죽어주는 건 민폐니까 참아줘."
" 꺼져."
" 크크."
천우진은 홱 고개를 돌려서 어디론가 축지법을 써서 가 버렸다. 진소청은 그를 따라서지 않고 잠시 제갈사를 응시하다가 말했다.
" 내가 당신을 호위해 주겠소."
그러자 제갈사가 무슨 말을 하냐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 왜? 쓸데없어."
" 당신이 즉사하는 걸 막고 싶기 때문이오. 당신은 기습에 대처할만한 반사신경이 없소."
" 무슨 걱정하는지는 알겠는데 괜찮아. 팔부신중 성격을 생각하면 그럴 리가 없거든. 그리고 나랑 같이 가면 넌 반드시 죽어."
" 그래도 가겠소. 살아서 도망칠 자신도 있소."
" ... 무슨 똥고집이야? 니가 무슨 백웅이냐?"
제갈사가 불편한 표정을 짓자 진소청이 말했다.
" 당신은 늘 효율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고 우리 모두가 소모품이라 하지만, 이 생은 나의 생이오. 그리고 나는 내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려 할 뿐이오."
그는 제갈사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 당신은 우리의 두뇌요. 그리고 열과 성을 다하고 있으니, 난 당신을 지키고 싶소."
" 제길."
제갈사는 한숨을 쉬었다.
" 눈을 보니까 말려도 안 듣겠군. 알아서 해."
제갈사는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아챘다. 본래라면 설득하거나 대충 깔아뭉갰을테지만 백웅의 전생기억으로 판단한 진소청의 성격은 그런게 통할 상대가 아니었다. 자기가 하겠다고 정한 일은 어떻게든 해내는 자였기에 말려봤자 무의미한 것이다.
파앗
잠시 후 그들 둘은 어딘가 황량한 대지에 도착했다. 본디 신단수가 서 있던 자리였으나 신단수가 허리부터 부러져서 천하에 거대한 상흔을 만들어내고, 그마저도 신적인 존재들의 격돌 때문에 황량한 벌판이 된 것이다.
제갈사는 이곳 어디에도 극호가 없는 걸 보며 생각했다.
' 역시 홍길동이 데려갔나보군.'
홍길동은 무슨 이유인지 십이율주에게 끝까지 가세하지 않고 중간에 도주했다. 아마 싸우는 틈을 타서 극호를 데려간 것이리라. 그가 십이율주에 대한 충성심이 깊다는 걸 생각하면 죽을 때까지 같이 싸워도 이상하지 않은데 어째서일까?
제갈사는 불길한 예감이 아마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역시 이번 생에는 십이율주를 궁지로 모는 데 실패한 것이다.
' 쳇. 할 일이나 해야지...'
스윽
제갈사가 진소청에게 말했다.
" 지금부터 부를건데 정말 죽어도 원망 마라."
" 당신이 소환을 끝낼 때까지 주변을 지키겠소."
" 니 맘대로 하세요."
우우우우
제갈사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주문이 시작되고서 숨을 대략 스무 번 쉴 정도의 시간이 지날 때쯤, 어디선가 공격이 날아왔다.
카강!
진소청은 번개처럼 움직여서 팔부신중 야차의 낫을 튕겨냈다. 야차는 상당히 지친 안색이었으며 인간형이었는데 불쾌한 듯 외쳤다.
[ 그만! 그 주문을 그만 외워라.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냐!]
상당히 당황한 듯 했다. 그도 그럴것이 제갈사의 주문은 생각지도 못한 존재를 불러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야차를 제외한 다른 팔부신중은 일시적으로 소멸해버려서 다시 나타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인지 야차는 인간의 말이 아니라 고대 영언을 외치는 중이었다.
제갈사는 주문을 거의 마친 상태에서 히죽 웃었다.
" 이야 내가 판단을 잘못 했네? 십이율주한테 된통 당해서 죽은듯 쉬고 있었을 텐데 이렇게 미미한 마력을 알아채고 공격해오다니."
[ 이 놈!!]
진소청이 제갈사를 따라와서 호위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야차의 기습에 목이 베여서 새로 안전지대를 찾아서 주문을 외우는 귀찮음이 뒤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제갈사는 딱히 진소청에게 감사할 생각은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의 인형이 죽어서 생기는 시간적 불이익보다, 진소청이 죽었을 경우의 손해가 훨씬 컸기 때문이다.
카강 캉
야차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낫을 휘둘러서 공격했지만 진소청은 차분하게 막아내었다. 그는 일시적으로 몸을 뇌화시켜서 뇌신지혼의 편린을 쓸 수 있었으므로 속도에 크게 구애받지 않았다.
스스스스
주문을 마친 제갈사의 몸에서 어둠의 영기가 흘러나왔다. 그는 마왕의 눈에서 마지막 빛을 불태우며 광기어린 미소를 지었다.
" 당신들을 꼭 보고싶어하는 분이 있으니 한 번 만나보라고!"
쿠콰콰콰
어둠이 뿜어져 나오더니 잠시동안 십자의 어둠 형상을 천공에 그렸다. 그리고 세상을 찢어버린 듯한 그 검은 십자 속에서 '뭔가'가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어둠의 불꽃이 화륵거리며 신단수 일대의 온도를 크게 상승시키기 시작했다.
야차는 눈을 부릅뜨며 비명을 질렀다.
[ 안 돼! 왜 저 놈이...]
진소청은 그 순간 더 이상 야차를 막아서지 않고 전력을 다해서 도망치듯 질주했다.
이제 호위하는 일은 끝났으니까 최대한 멀리 도망쳐야 한다.
바로 이 순간, 전욱의 오른팔이자 만귀전의 2인자, 그리고 신화시대의 대신격(大神格) 중 하나인 축융(祝融)이 강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