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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제갈사 일행은 이야기를 마치고 봉래도 밖의 칠성단으로 나왔다. 그리고 칠성단에는 삼사 중 한 명인 풍백(風伯)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가 제갈사에게 말을 걸었다.
"주군의 전언이다. 너희가 안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말해주기 바란다."
제갈사가 실실 웃었다.
"내가 왜?"
"말해주기 싫다는 건가?"
"당신들은 오거천문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잖아. 이야기를 듣고싶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내놓으시던가?"
풍백은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그렇다면 당장 보패 반황주를 내놔라. 이 곳까지 와서 해신족을 토벌한 건 우리의 공이다. 공짜로 일을 해준 건 아니다."
"크크크! 율주가 직접 쪼잔한 얘기를 하기 싫다 그거군."
"마음대로 생각해라."
풍백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비아냥거리는 것과는 반대로 제갈사는 속으로 십이율주의 심계를 따로 유추하고 있었다.
' 강한 공포심... 혹은 경계심.'
그건 제갈사 일행을 향한 감정이 아니다.
삼황오제나 그 수하를 혹시라도 대면할 가능성 때문에 십이율주는 이 자리를 피해버린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무력으로 윽박지르는 게 편할 텐데도 수하 하나만 달랑 남겨놓고 주력을 다 옮겨버린 상황이 설명되지 않았다.
십이율주는 무엇때문에 그리도 삼황오제를 두려워하는 것인가?
물론 삼황오제의 본질이 최상위에 속하는 [옛 지배자]나 다름없다는 걸 감안하면 인간주술사로써 공포를 느끼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십이율주처럼 인간세상에서 적수를 찾기 힘든 강력한 존재라면 마냥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인과율과 계약관계 덕분에 어떻게든 맞설 방법이 있긴 하기 때문이다. 본체가 직접 현신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으므로 계약관계와 주술을 잘 사용하면 최상급 술사라면 쉽게 대처할 수 있다.
현재 십이율주가 보이는 공포심은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제갈사는 속으로 생각하다가 말했다.
"... 일단 반황주는 넘겨줄 수 있어. 하지만 이쪽의 소소한 조건을 추가로 들어줘야겠어."
"어떤 조건이지?"
"그쪽의 특위 미야모토 무사시를 이쪽에 무공강사로 초빙하고 싶군. 절대지경의 가르침을 들으면 전력이 강화될 테니까."
"......"
풍백은 술수를 써서 어디론가 연락을 하는 기색이었다. 그리고 한참 후 대답했다.
"승낙하셨다."
"좋아."
풍백이 반황주를 넘겨받은 후 술법으로 사라지자 극호가 우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반황주라는 거 굉장히 강한 보패같은데 그냥 넘겨줘도 되는거냐? 안 줘도 저놈은 할 말이 없을건데..."
"어차피 당분간 동맹전선이고 율주놈의 심기를 과하게 거스르면 할 수 있는 일도 못 해. 그리고 우리 중에서 누가 반황주를 얻어봤자 팔부신중의 단체공격에 그렇게 의미있는 것도 아니야. 천우진이 얻어도 마찬가지라면, 차라리 쥐고 흔들어서 다른걸 얻어내는 게 낫지."
그렇게 대꾸한 제갈사가 힐끔 좌중의 무인들을 둘러보다가 호법사자 한백령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그리고 한백령에게 말했다.
"자, 당신은 어쩔 생각이지?"
"... 뭐를 말이냐?"
"내가 괜히 우리의 비밀계획을 외인(外人)인 당신에게 다 듣게 했다고 생각하는건가? 당신도 바보는 아닐텐데. 뭐, 멍청한 원로원 놈들이 자멸해준 건 뜻밖에 내 운이겠군."
"원하는 게 뭐냐."
제갈사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백련교주에게 그다지 충심이 없어. 그러니 내가 거취를 정할 기회를 주겠다는 거다."
한백령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내게 백련교를 배신하라는 거냐?"
"배신이 아니라 화신류의 생존을 위한 결단이라고 해 두지."
"뭐라고?"
"길게 이야기하게 하지 마. 당신은 백련교주의 진짜목적도 원영신과 천령단의 정체도 모르는데다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가 방금 오거천문에 간 게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르는 갓난아이에 불과해. 막말로 팔부신중이 뭐하는 놈들이고 왜 교주를 공격했는지도 모르지?"
"뭣..."
"이 상황에서 우리가 확실한 정보를 주고 화신류의 생존을 도와주겠다는데 이걸 거부할 생각인가? 교주가 화신류를 그저 도구로만 보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을텐데."
"......"
한백령은 크게 당혹해하며 흔들렸다. 그도 그럴것이 제갈사의 말은 그녀가 생각하던 불편한 점을 하나하나 정곡으로 찌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갈사는 태연하게 한백령에게 말했다.
"우리와 손을 잡자. 그러면 당신은 살아남을 수 있다."
"... 정보를 듣고싶다. 그 후에 결정하겠다."
"오, 신중한 결단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는 못 해. 당신이 지금도 마음속에서 어느쪽에 붙을지 저울질하는 걸 알고 있거든. 우리한테 정보만 냉큼 받아가서 삼대세력 중 한 군데에 붙을 가능성이 높아."
"흐음."
"당장 결정해. 우리는 굳이 당신과 손잡지 않아도 되니까."
제갈사가 한백령을 압박하자 그녀는 한참 생각하다가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너희와 손을 잡겠다. 약속은 지켜라."
"그러지!"
제갈사는 그녀에게 이면의 세계에 대한 정보, 그리고 교주의 목적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녀는 이야기를 듣다가 크게 곤혹스러운 듯 말했다.
"믿을 수 없군... 그렇게나 광대한 세계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건가?"
"백련교주나 십이율주는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없어. 그들에게는 인간의 한계가 명백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주군은 그게 가능하지. 그러니 이쪽에 붙는 게 나을 거다."
"너희의 주군이란 자는... 그 자인가?"
"그래."
한백령도 백웅의 존재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진소청을 배후에서 조종하며 나타났던 의문의 소년고수에 대해서는 모를 수가 없는 것이다. 다만 교주가 은밀하고도 끈질기게 그를 쫓아서 남쪽대륙까지 가게 했던 이유까지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게 된 느낌이었다.
이런 일세의 호걸들을 거느리면서 이면세계의 비밀을 모조리 관통하는 존재!
그게 바로 백웅이었기 때문에 백련교주가 그 뒤를 쫓고 있었던 것이리라.
한백령은 확실히 마음이 기운 상태에서 말했다.
"좋다. 앞으로 화신류는 너희의 맹우로써 돕겠다."
"동맹성립이군. 그럼 처음으로 할 일이 있는데..."
"뭐냐?"
"몇 가지 일을 해 줘야겠다."
제갈사는 계책을 속삭였다. 그리고 한백령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백련교 본단에 복귀한 후 교주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했다. 물론 전욱에게서 축융의 소환술식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기에 교주는 상당히 실망했다.
[ 아쉽군. 기껏 얻어낸 게 보패 하나라니...]
"반황주로 세계수의 결계를 강화시킬테니 그리 손해는 아니지. 시간낭비는 아니었어."
[ 그럼 이제 십이율의 본단으로 가면 되는건가?]
"물론. 이틀 후 신시에서 만나도록 하지."
[ 알았다.]
그들은 백련교 본단에서 팔부신중을 막아낼 생각이 아니었다. 아무리 백련교에 고수가 많고 병장기가 많아도 신적 존재를 상대로는 무용지물이었기에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었다. 차라리 주술적으로 완성되어 있는 강대한 영지(靈地)인 세계수와 그 인근의 신시에서 막아내는 게 옳았다.
물론 백련교 본단이 파괴될 가능성도 있었으나 제갈사는 거의 걱정하지 않았다.
' 어차피 학살을 저질러봐야 자기들 손해지. 그런 인과율낭비는 하지 않을 것이다.'
팔부신중이 인과율을 무화시키는 보물을 사용해서 본격적으로 인간계에 간섭해 오겠지만, 그 보물의 위력은 만능이 아니다. 당연히 소모성일 것이고 쓸데없이 인간을 학살하거나 파괴행위를 하면 할 수록 인과율은 빠르게 소모된다. 팔부신중의 목적은 인간세상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주요인물인 백련교주나 십이율주 등을 암살하는 것이었으므로 쓸데없는 학살을 하지는 않으리라.
그리고 제갈사는 일행을 데리고 망량선사의 마을으로 향했다. 낙양 근처라서 위험도는 높았으나 천우진을 데려가야 했으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천우진은 제갈사 일행이 찾아온 걸 감지했는지 마을 앞에서 그들을 맞이하며 말했다.
"제갈사. 사형은 계획을 진행하겠다고 내게 말했다."
"흠, 그래? 그럼 현이는 내버려두고 너만 데려가면 되겠군."
"정말로 승산은 있는 거냐? 팔부신중의 격을 생각하면 승산은 일푼도 안 될 건데."
천우진이 의문스럽게 말하자 제갈사가 말했다.
"뭐 사실 이기려고 싸우는 게 아니야. 저쪽에서 제대로 덤비면 이쪽은 백련교주와 십이율주가 힘을 합쳐봤자 한주먹거리도 안 되지. 마왕급이 8명씩이나 덤비는 거라고."
"그럼 뭐하려고 이 뻘짓을 하고 있는 거냐?"
"글쎄... 그래도 남는 게 있으니까? 나름대로 의미는 있는 뻘짓이라고."
"하!"
"그리고 책사라는 건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 즐기게 되어있는지라."
천연덕스럽게 대꾸한 제갈사가 힐끔 마을 쪽의 안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나는 정말 망량선사를 만날 수 없는 거냐?"
"전생의 기억으로 알고 있을 텐데. 스승님께서는 너같은 사악한 마도사를 만나기 싫어하신다."
"흐음."
뭔가 그것과는 다른 느낌인데.
제갈사는 내심 중얼거렸다. 확실히 망량선사를 [옛 지배자]의 대척점에 서 있는 고대신(古代神)이라고 생각하면 자신같은 마도사를 만나기 싫어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망량선사는 단순히 강력한 고대신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수수께끼가 많은 존재였다. 또한 자신과는 거의 이야기도 섞지 않으려고 하는 데서 석연치 않음을 느낀 것이다.
단순히 벌레라고 생각해서?
그런 느낌이 아니다.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제갈사는 그동안 남는 시간동안 마도서를 탐독하면서 망량선사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았으나 그 어디에도 망량선사와 비슷한 [옛 지배자]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고양이를 수호하는 고대신이 있다는 소문은 들었으나, 그런 존재가 저 망량선사와
같은 존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백웅의 눈에만 고양이로 보일 뿐 과거 여동빈의 기억에 따르면 망량선사는 본디 두렵기 짝이 없는 화신체를 따로 갖고 있었다.
말 그대로 유사이래 그 어떤 마도사도 망량선사가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했다. 이계나 성좌의 자료에서는 찾을 수 없는 존재였다. 지금까지 백웅이 모아온 정보대로, 망량선사는 말 그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인 것이다!
설마 망량선사는 -
"... 안 가냐?"
천우진이 퉁명스럽게 말하자 제갈사는 생각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나도 참 바보지. 머릿속으로 소설이나 쓰고 있다니."
"그래서 얘기는 끝난 건가?"
"니가 할 일이 있어."
"빌어먹을! 백웅 다음은 네놈이 나를 무보수로 부려먹으려는 거냐."
천우진의 얼굴이 구겨지자 제갈사가 히죽 웃었다.
"아무렴 어때. 나를 선지자한테 좀 데려다 줘."
"아무렇지도 않게 일을 시켜먹는군. 보수가 없다면 안 해!"
"보수? 음... 팔부신중 습격이 끝나면 살아남을 방법을 가르쳐 주지."
"뭐?"
"아마 이번 습격이 지나면 거의 다 죽을 건데 넌 살아서 백웅을 도우란 말이다."
"......"
천우진은 제갈사가 자신을 놀리나 싶어서 쳐다보았지만 제갈사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그는 이번에 승산이 거의 없으며 궤멸할거라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 천우진은 한숨을 쉬었다.
"쓰레기같은 마도사 놈..."
"흐흐."
파앗
천우진은 제갈사와 함께 술수를 시전해서 일행을 신시 근처로 데려다놓은 후 다시 축지술을 써서 선지자가 머물고 있는 북국(北國)으로 향했다. 아라사 제국의 영토 내로 들어가서 험지를 다소 지나자 선지자의 터전이 나타났고, 둘은 그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끼익...
백웅은 매번 자기집처럼 들리는 장소. 그러나 안에 걸음을 옮긴 순간, 천우진과 제갈사는 전신에 거대한 압력이 덮쳐오는 걸 느꼈다.
쿠구구구
[ 감히 어떤 술사가 내 영지에 침입하는가?]
선지자의 영언이 울려퍼졌다. 일종의 주술함정을 쳐 놓은데 걸린 것이다. 천우진은 급히 급급여율령의 주문을 써서 빠져나왔으나 제갈사는 마법을 써도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제갈사는 전신에 거대한 무게추가 채워진 기분으로 바닥으로 엎드린 채 생각했다.
' 마법의 수준이 달라. 과연 마도왕인가...'
천우진이 술법으로 빠져나온 후 자신을 보호하는 주문을 걸었으나 이윽고 천우진이 피를 토해냈다.
"커헉!!"
[ 인간치고는 꽤 하지만 무의미하다. 이대로 죽어라.]
쿠구구구
천우진도 이윽고 무력하게 제압당해서 바닥에 깔렸다.
"제길... 이런 말도 안 되는..."
천우진은 환신의 경지에 이른 자신이 이토록 쉽게 제압당한 걸 믿을 수 없어하는 기색이 강했다. 하지만 제갈사는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다. 하위 [옛 지배자]라고까지 불리는 머나먼 이계의 마도왕(魔道王)이라면 최소한 수천만, 수억 년 이상을 살아온 존재!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을 가진 것이다.
제갈사가 신음성을 눌러참으며 말했다.
"거래... 하러 왔습니다... 마도왕이시여..."
압력이 갑자기 풀렸다. 제갈사의 몸이 튕겨지듯 일어서자 건물의 맞은편에서 선지자가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 거래라... 무슨 소리지?]
"저희는 당신과 무명제사서를 거래했던 백웅의 동료입니다. 당신과 추가 거래를 하러 왔습니다."
그러자 깔보는 듯한 오만한 대답이 돌아왔다.
[ 웃기는군... 너희 인간 따위가 나와 거래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가진 것도 없어보이는데.]
"... 그건 해봐야 아는 거지요."
[ 좋아... 이야기는 들어주지.]
스스스
천우진의 제압도 풀려서 그들은 평범하게 서 있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천우진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우적거리자 제갈사는 내심 씁쓸하게 웃었다.
'뭐, 이게 정상이지.'
지금까지 선지자가 백웅에게 과하게 호기심과 흥미, 호의를 보냈을 뿐이다. 본래 저 존재 또한 인간 정도는 벌레나 애완동물 수준으로 여기고 있었으며 자신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술법사나 마도사를 해충(害蟲)으로 분류하고 있을 뿐이다. 평범한 인간의 이야기나 상담은 들어주겠지만 능력자는 모조리 퇴치하리라.
정상적이라면 저런 존재와 제대로 교섭하거나 대등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건 인간에게 불가능하다. 제갈사가 백웅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날파리 때려잡듯 살해당했으리라. 백웅은 잘 모르는 모양이었지만 이게 바로 이 세계에서 인간이 차지한 처절하기 짝이 없는 나락과도 같은 밑바닥 신세였다.
제갈사가 입을 열었다.
"축융을 소환하는 주문을 교환조건으로 기억전송술법을 얻고 싶습니다."
[ 호오... 어디 볼까...]
선지자가 촉수를 잠시 꿈틀거렸고, 그 순간 제갈사는 자신의 머릿속이 완전히 헤집혀서 읽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머릿속에 촉수에 달린 눈이 희번득거리다가 새겨진 주문을 발견한 듯한 끔찍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마법으로 제갈사의 머릿속을 읽은 선지자가 말했다.
[ 과연 그렇군. 거래할 조건은 충분하다. 그런데 기억전송술은 왜 얻으려는 거지?]
"유언이라고 해 둘까요?"
[ ... 그렇군. 전생자(轉生者)를 위한 외부저장매체라도 될 생각인가 보군.]
과연 선지자인가?
제갈사는 상대가 순식간에 자신의 의도를 읽어내자 어깨를 으쓱했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선지자가 클클 웃었다.
[ 크크크크... 어이없군... 전생자의 종족이 인간이라 할지라도 그는 본질적으로 너희와 다르다. 그 존재를 위해 자신의 충성과 노고를 바친다는게 얼마나 무의미한지 모르는가...]
"대충 짐작은 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걸어보고 싶어지지 않겠습니까? 이 거지같은 인간의 위치를 생각하면."
[ 크크크... 재밌군... 그 조건을 받아들이지.]
선지자가 촉수를 뻗자 갑자기 제갈사의 머릿속에 기억전송술법이 새겨졌다. 제갈사가 그 술법을 음미하고 있자 선지자가 등을 돌리며 말했다.
[ 그런 발악도 나쁘지 않지... 축융소환주문을 네 뇌에서 오려내 갈까 생각했지만 그냥 복사만 했다... 부디 즐겁게 발버둥치도록 하라.]
역시 선지자는 창힐이 뭘 하려는지,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듯 했다. 제갈사는 자신이 선지자의 입장에서는 춤추는 벌레나 다름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씩 웃었다.
"뭐 바라시는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