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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내가 상대를 추켜세우자 그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백웅 너는 데미우르고스를 알고 있는가?"
"네? 그... 가짜 신이라고."
"어찌 내 목표가 종언의 계시이며 아이온에 이르는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
"......"
"그래, 제갈사가 말해줬을지도 모르지만... 제갈사가 그렇게까지 나를 탐색할 수 있었을까...? 크크."
일렁
갑작스럽게 상대방의 인간형태가 흐느적거리는 듯 했다. 아무래도 강력한 마력을 버티지 못하고 공간이 일그러지는 현상인 듯 했다. 나는 그 반응이 명백히 적대적이라는 걸 알아채고는 말을 실수했음을 알아차렸다.
' 윽, 제길...!! 그 때 들었던 말이 자화자찬인 줄 알았는데...'
나는 과거에 마왕 벽지상을 토벌하고자 동료들과 다 함께 공격한 적이 있었고, 그 때 벽지상은 자신만만하게 자신이 신왕 데미우르고스로 예비되었으며 아이온을 노린다고 외쳤다. 나는 그게 그 나름대로의 허세인 줄 알았는데 실상은 자신의 진짜 목적을 토해냈던 것이었다!
' 우리를 강적으로 여기고 나름대로 진심을 외쳤던 건가?'
그 정보가 그렇게 중요한 거였나?!
뜻밖의 실수에 내가 당혹하고 있을 때 구천현녀가 내 뒤에서 기운을 발했다.
우우웅
[ 싸우고 싶다면 원하는대로 해 주겠다.]
"흐음... 그렇진 않아. 진정해."
구천현녀의 기세에 찔끔한 듯 마왕 벽지상은 한발 물러났다. 그는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당신처럼 강대한 투신과 싸워봤자 내겐 수지가 남지 않아... 이기기도 힘들거고 이런 사소한 일에 힘을 낭비할 순 없어."
[ 그래서?]
"이야기를 좀 해 볼까."
구천현녀의 힘이 마왕보다 더 강한 건 사실인 것 같았다. 자신의 승산이 낮다고 생각하니 일부러 꼬리를 내리고 교섭을 하려고 드는 것이다. 철저히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마도의 습성이었기에 나는 지금 내 쪽이 약간의 우위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 하지만 저 놈을 얕봐선 안 돼...'
운좋게 어떻게든 구천현녀를 아군으로 만들었기에 망정이지, 나는 이미 현실에 귀환한 후 2번은 죽을 위기를 넘긴 것이다. 신공표든 마왕 벽지상이든 내 본래 힘으로는 발톱의 때만큼도 미치지 못하는 절대적인 강자들이었기에 조심스럽게 상대해야 했다. 구천현녀가 아무리 아군이라도 도움을 언제까지고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침착하게 용건을 말했다.
"제 아군 중 한 명인 진소청이 이 곳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혼의 상태가 불안정한 것 같은데 혹시 당신께서 그를 데리고 계십니까?"
"역시 그것 때문에 왔군."
역시?
내가 어감에 집중할 때 마왕이 자신의 옥좌로 순간이동해서 앉으며 말했다.
"제갈사가 나와 계약을 맺어서 그를 보호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진소청이란 자는 현재 내가 만들어 낸 이계(異界)에서 지내고 있다."
"제갈사와 계약을 맺었다고요? 어떤 계약입니까?"
"진소청이라는 자를 노리는 적들로부터 보호해주는 계약. 영혼이 불안정해보이는 이유는 내 마법으로 모든 탐색능력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랬던 건가.
하지만 마왕의 마법으로 이계에 누군가를 감추고 있는데도 어떻게든 찾아낸 걸 보면, 구천현녀의 시해지술이 그보다 윗줄에 있는 게 확실했다. 깜박거린다고 느낀 이유는 아마 마법의 장해 때문일 것이리라.
나는 마왕에게 말했다.
"아무리 자비로우셔도 공짜로 뭔가를 해주시는 분은 아닌걸로 압니다. 제갈사는 당신에게 무엇을 바쳤습니까?"
"내가 그 계약의 조건에 대해서 말해줄 이유는 없을 텐데...?"
"제갈사도 현재 죽었습니다. 저는 제갈사가 남은 동료들을 돌보려고 최선을 다했을거라 짐작합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턴 제가 동료의 안부를 책임져야만 합니다."
"크크. 제갈사를 동료로 여긴다라..."
뭔가 우습다는 듯 웃고 있던 마왕이 말했다.
"아무래도 너와 내가 나눠야 할 말이 꽤 있을 듯 하군. 우선 한 가지를 확실히 하지."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네가 원하는 정보를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내게 뭘 줄 생각이냐?"
"......"
무엇을 원하십니까? 라는 말이 손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뭔가 주고싶어도 지금 나는 전국옥새를 포함해 대부분의 보물들이 사라진 상태였고 수요 또한 구천현녀에게 공양해 버렸다. 칠요도 없고 화룡신검과 여의봉만 들고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화룡신검이나 여의봉을 마왕에게 바치는 건 정말 택하기 힘든 일이다.
내가 머뭇거리자 마왕이 말했다.
"계약이니까 원한다면 진소청은 돌려주지. 그러나 내게 뭔가를 바치지 않는다면 그 이상의 정보는 줄 수 없다."
"공양하란 말씀이십니까?"
"후후. 네가 깜짝 놀랄만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
어떻게 하지?
아무래도 제갈사가 계약조건에 나나 동료들이 찾아오면 진소청을 돌려줄 것을 걸어놓은 듯 했기에 진소청을 되찾는 건 무리가 없어보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눈 앞의 마왕은 큰 정보를 쥐고 있는 것 같았으며 그 정보는 현재 국면을 뒤흔들고도 남을만한 것일지도 몰랐다. 일단 제갈사가 계약을 청한 정황부터 알아야 제갈사나 망량이 죽기 전에 뭘 했으며 뭘 원했는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로 마왕이 만족할만한 뭔가를 주기에는 가진 게 없다. 여의봉이나 화룡신검은 내가 가진 비장의 한수이니 섣불리 줄 수가 없다. 책사들이 있었다면 뭔가 꾀를 내 주었을텐데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 진소청만 돌려 주십시오. 그에게 저주나 세뇌 등 다른 마법이나 제약을 걸었다면 모두 제거해주십시오."
"안 그래도 제갈사가 조건으로 걸었다. 진소청은 멀쩡한 상태이니 걱정 마라."
그가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이계에 오래 있었기에 당분간은 혼수상태일 것이다."
"뭐라고요?"
"농밀한 마력에 오랫동안 노출되었기에 현세의 대기에 접하면 큰 충격을 받게 되지."
우웅!
다음 순간 허공에서 진소청의 몸이 떨어져 내렸고, 나는 급히 접인지기의 공력을 발휘해서 그를 받아내었다. 진소청의 안색은 약간 파리했으며 확실히 몸에 있는 기공이 생명력을 보존하려고 끓어오르는 게 느껴졌다. 나는 이를 악물며 마왕을 노려보았다.
"진소청은 무사한 겁니까? 언제 깨어나죠?"
"나도 모른다. 그 자의 실력을 볼 때 100일 이내에는 깨어나겠지. 생명에 지장없다고 내 이름을 걸고 장담할 수 있다."
다행이다. 나는 재빨리 진소청에게 내 기를 불어넣어서 생명력을 강화시킨 후 그를 목갑에 집어넣었다.
"그럼 이만..."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뒤돌아서 가려고 했다. 그 때 등 뒤에서 마왕이 나를 불러세웠다.
"잠깐."
"왜 그러시죠? 뭔가 공양하고 싶어도 전 가진 게 없습니다."
"공양하지 않아도 돼. 나와 얘기 좀 하고 가지 않겠나?"
갑자기 그가 대화를 원하자 나는 당혹했다. 자기 입으로 대가를 주지 않으면 전혀 상대도 안 해줄것처럼 굴다가 왜 갑자기 태세를 변환한단 말인가? 어쩌면 내가 갖고 있는 정보를 이끌어내거나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수작일 수도 있었기에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하루바삐 동료들을 모아야 합니다."
"절교의 교주 때문이겠지?"
나는 순간적으로 안색이 굳어질 뻔 했다.
어떻게 저 놈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단 말인가?
내가 급히 표정관리를 했으나 이미 내 동요를 들킨 듯 마왕 벽지상이 쿡쿡 웃었다.
"이 세상 여기저기에 내 눈과 귀를 뿌려두었지. 그리고 금오도에 가 있는 첩자가 말하기를 난데없이 절교의 교주가 귀환했다고 보고해 왔다. 하필이면 네가 나타난 시기와 겹치다니, 너와 틀림없이 관계가 있지 않겠나?"
"... 원하시는 게 뭡니까?"
"말했듯 너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녀의 눈에서 순간적으로 피빛 기운이 번득였다.
"틀림없이 너는 이 흐름의 중심축일 게 분명하니까... 이야기를 해 보고 마음에 들면 네게 마법의 보물을 하사하거나 계약조건을 낮춰줄 수도 있다."
"......"
"정보를 주는 것도 고려해 보지."
내게 큰 흥미를 느끼고 있는 듯 했다. 나는 힐끔 뒤에 있던 구천현녀를 바라보았는데 구천현녀가 내게 의지를 전달했다.
[ 받아들이십시오.]
[ 괜찮을까요?]
[ 저 자의 사법은 내가 막겠습니다. 저런 고위존재에게서 정보를 알아낼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 알았습니다.]
구천현녀가 내 신변을 보증한다면 해볼만한 도전이었다. 나는 납득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왕이시여. 그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당신을 뭐라 부르면 되겠습니까?"
"편한대로 부르도록..."
슈르륵
잠시 거대한 연회용 탁자가 차려지고 그 위에 온갖 화려한 음식, 그리고 금은보화의 치장이 나타났다. 틀림없이 마법으로 행한 것이었으며 마왕은 내 맞은 편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데미우르고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음..."
나는 제갈사에게서 마도와 학문을 배웠기에 알고있는대로 말했다.
"이 세계를 창조한 가짜 신이지만 그 존재는 '진짜' 신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모방된 세계를 만들었을 뿐이므로 결국 완전한 세계를 위해서는 걸림돌이 되는 존재라고..."
"동방인 치고는 잘 알고 있군. 하긴 제갈사에게서 많이 배웠을 테니."
마왕 시몬 마구스는 진홍의 술잔을 기울여서 한 모금을 마시며 말했다.
"그렇다. 나는 데미우르고스가 될 예정이다."
"... 그건 그저 영지주의(靈智主義)의 사상철학에 불과하지 않았습니까?"
그의 입가에 잔학한 미소가 감돌았다.
"영지주의의 종사가 누구인가? 바로 나이다. 서방의 수호자가 출현하기 전부터 마도를 탐식하고 마법으로 내 힘을 쌓았다. 나는 구 대륙의 대마도사들이 남긴 비전(秘傳)을 세상에서 가장 잘 이어받은 후계자이니, 나야말로 세계의 진리를 탐색하고 있노라."
묘하게 학자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말투였다. 하긴 마도사라는 존재들 자체가 이면세계의 악과 광기에 미쳐버리기 직전에는 다들 뛰어난 천재이자 학자였으니 당연한지도 몰랐다.
나는 마왕 시몬 마구스의 말을 곰곰히 생각하다가 뭔가가 이상해서 말했다.
"설마... 데미우르고스라는 게 진짜로 존재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옛 지배자]의 다른 말이군요."
"크크크크크..."
마왕은 유쾌하게 웃더니 말했다.
"전혀 다르지. 데미우르고스란 [옛 지배자]도 외신(外神)도 아니다."
"네? 그럼 뭐죠?"
세상에서 가장 높은 신격은 [옛 지배자]이며 그들보다 더 높은 존재가 외신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또 다른 분류가 존재한다는 말인가?
내가 어리둥절해하자 마왕 시몬 마구스가 말했다.
"말했듯이 그건 [가짜 신]이다. 하지만... 모두가 데미우르고스가 되고싶어 한다. 격이 높은 존재일수록."
"왜 되고싶어합니까?"
그는 다소 들뜬 목소리가 되었다.
"그래야 아이온에 도달하여 현상계를 초월할 수 있다. 세피라에 비유하자면 4계 앗실루트에 도달하는 것과 진배없는 이야기. '거기'에 갈 수만 있다면 이 세계의 모든 것이 무가치해진다. 세피로트의 나무, 아인소프조차도 하찮아질 정도의 영광..."
"......?"
"또한 데미우르고스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바로 종언의 계시. 그렇기에 나는 종말의 시기까지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그의 눈에서 혈광이 스멀거리며 흘러나왔다.
"나는 최후의 승리자가 되고 말 것이다..."
"......"
대체 무슨 말을 한 건지 모르겠다. 구천현녀 또한 잘 못 알아들은 듯한 반응이었다.
어쩌면 내가 못 알아들을 거라 생각해서 일부러 지적 유희로 나를 놀려먹은 게 아닐까?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는 마도이론은 잘 모릅니다. 아직 한사람 몫의 마도사라고도 할 수 없지요. 제가 지금 원하는 건 동료들을 구해서 찾아내는 것 뿐입니다."
"스스로 우둔함을 인정하는가?"
"동방의 그 누가 수천년을 연마한 마도의 종사와 영지주의에 대해서 토론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나도 본론을 이야기하지. 네가 지금 뭘 원하는지, 그리고 절교의 교주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모두 이야기한다면 네게 축복을 내리겠다."
"축복이라고요?"
마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힘이 필요하다면 내려주겠다. 어차피 네게는 내 축복에 따라 인과율이 이어져 있으니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긴 배교 교주의 축복은 이미 전생을 하면서 계속 전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눈 앞의 마왕 또한 나와 연관된 고위존재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저야말로 알고싶습니다만. 제갈사는 혹시 당신에게 영혼을 바치고 완전히 권속으로 전락한 겁니까?"
"아니. 그 놈은 아직 나에게 영혼을 저당잡혔지만 유예를 걸고 다른 곳으로 갔다."
"어디로 갔습니까?"
"더 이상 말해줄 순 없지. 이제는 네가 거래에 응할지 선택할 때가 된 것 같은데?"
"......"
이 거래를 받아들여야 할까?
만일 현재 내 목적과 암천향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밝힌다면 마왕이 지금의 상황을 읽고 나를 사도로 내세워서 현세에 간섭하려 할게 분명하다. 아니, 틀림없다. 인과율만 얻으면 당장이라도 세상에 관여하고 싶어하는 게 마왕의 진의라는 걸 예전 전생에서 확인했었던 바가 있었다.
하지만 놈에게서 축복을 받는다면 지금 안 그래도 힘이 막대하게 부족한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올가미일 가능성이 있겠지만 위험을 감수하고도 받아들이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나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 조금만 생각해 볼 시간을 주십시오. 저는 아직 동료 몇명을 더 찾아야 합니다."
"좋다. 그럼 그들을 찾은 후 내게 다시 오도록."
그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었다. 그 웃음은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기다리고 있겠다..."
파앗
나는 주르반의 신전을 벗어나서 구천현녀의 인도에 따라 요녕성으로 갔다.
' 서문혜를 찾아야 해.'
당산이나 극호의 일도 중요하지만 서문혜는 개중에서도 무공이 약한 편인지라 빨리 찾아서 보호하고 싶었다. 서문혜가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 요녕성의 북서부로 가자 황량한 모랫바람이 일어나는 평원이 있었고 여기저기에 유목민의 마을이 보였다.
' 이 근처는 중원과 북방민족의 경계인가...'
나는 서문혜의 기척을 찾아서 돌아다녔다.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게 분명했기에 기감을 확장시키면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약 한 식경동안 찾아다니자 서문혜의 기질이 내게 느껴졌다.
"서문혜!!"
"... 백웅님...!!"
서문혜는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웬 유적 앞에 앉아 있었는데 유적이라기보다는 폐허였다. 그녀는 유목민의 천막을 쳐 놓고 이 근처에서 숙식한지 오래된 듯 꾀죄죄한 꼴이었다. 그녀는 잠시 후 눈물을 글썽이더니 말했다.
"살아계셨군요... 암천향에서 살아서 오셨군요!!"
"어떻게 된 거요? 당신은 어째서 이 곳에... 그리고 5년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요?"
내가 서문혜에게 질문하자 그녀가 눈물을 훔치며 등 뒤의 폐허를 쳐다보았다. 폐허는 부숴진지 수백 년은 지난 듯 흔적을 찾기 힘들었지만 꽤 광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는 습격때 아버님과 함께 요녕성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신의 무덤]을 찾던 중 아버님께서는 미야모토 무사시와 싸워서 전사하시고... 저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이 유적을 찾고 있었습니다."
"......?!"
미야모토 무사시가 검마를 죽였단 말인가?
나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서문혜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요...?"
"... 참혹했습니다."
그녀는 어두운 눈으로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그 날 모든 게 무너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