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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679화 (678/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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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나는 구천현녀의 도움을 받아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구천현녀는 시해지술을 시전하더니 즉시 말했다.

[ 이 곳은 아주 먼 대륙이군요...]

"... 그렇게 말씀하셔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 직접 보여드리지요.]

파앗

[ 여기쯤입니다.]

구천현녀는 이윽고 원구처럼 생긴 환영을 띄웠고 그 중에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마도 이 세계를 형상화한 것이리라. 나도 제갈사에게서 오랫동안 지리적, 마도적 지식을 배웠으므로 받아들이기 어렵진 않았다.

' 음. 확실히... 여긴 천축보다 더 서쪽, [검은 대륙]의 동쪽... 대식국(大食國) 근처인가!'

근처가 왠지 황량하다 싶었는데 사막에서 멀지 않은 지역이라서 그랬던 모양이다. 대식국은 서방, 천축과도 다른 그들만의 문화를 갖고 있는 지역으로써 중원인 입장에서는 이질적인 장소였다. 나는 어떻게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대식국에서 중원까지는 수만 리 길이다. 예전에 나는 미친듯이 뛰어서 중원에서 대영제국까지 대륙을 일주한 적 있었지만, 그나마도 하루아침에 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 내가 가야하는 남쪽 대륙의 본거지까지는 그 이상의 거리가 필요했다. 세계를 절반이나 가로지르는 거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하지만 신공표가 날 찾아오기로 한 건 7일밖에 남지 않았다. 이대로 달려서는 도착하기도 힘들 뿐더러 도착한다 해도 시간이 거의 남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자 구천현녀가 말했다.

[ 그대들의 동료는 어디에 있습니까?]

"여기쯤 있습니다만... 너무 멀죠."

[ 위치를 알면 됐습니다. 좀 더 자세한 장소를 짚어보십시오.]

"......?"

나는 구천현녀가 재촉하자 의아해하며 남쪽대륙 부분의 지도를 확장시켜서 짚었다. 그러자 잠시 후 구천현녀가 선녀옷을 휘두르며 주문을 외웠고, 내 몸이 빛에 휩싸였다.

파앗!

"앗!"

눈 깜짝할 사이에 내 몸은 남쪽 대륙의 우거진 녹음이 가득한 곳에 있었다. 설마 수만 리나 되는 거리를 일순간에 이동했단 말인가? 비등으로 곧잘했던 일이긴 하지만 술법으로 이런 일을 쉽게 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나는 이윽고 구천현녀가 다시 술법을 쓰자 금세 우리가 머물던 남쪽 마을로 올 수 있었다. 그녀는 누군가를 찾는 일도 매우 쉽게 하는 듯 했다.

망량과 제갈사 등을 찾아서 마을 내부로 들어가자 이상하게도 우리가 머물고 있던 건물에 인기척이 없었다. 나는 이상하게 생각해서 마을 촌장을 불러서 물었는데, 그가 당황해하며 말했다.

"아... 아니 당신은."

"어떤 일이 있었지? 내 동료들은 어디 갔나?"

마부이아그족의 제사장이자 촌장은 한숨을 쉬었다.

"나는 모른다... 너희가 너희끼리 하는 일을 도무지 알 수 없게끔 하지 않았는가? 다만 중원에서 그들이 돌아온 후 1년이 지나서 인기척이 사라졌고 그대들 일행이 모조리 홀연히 사라지고 말았다."

"뭐?"

나는 황당해서 반문했다.

"지금 나더러 그걸 믿으라는 말이냐?"

"북부의 늉안이여, 그대의 신묘한 힘과 그대 동료들의 막강한 위력을 아는데 일족의 안위를 걸고 어찌 내가 거짓을 말하겠는가? 그대의 동료들은 하루아침에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말았다."

"네게 어디로 가는지는 말하지 않았나?"

"그런건 듣지 못했다."

"......"

하긴 내가 제갈사나 망량이라 해도 이런 남부야만족에게 일일이 행적을 보고하지는 않을 것이다. 적들이 여기까지 쫓아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비밀을 감출수록 좋기 때문이다.

' 적... 때문이겠지?'

제갈사나 망량은 암천향으로 내가 떠난 후에도 계속 움직였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죽지 않았다는 가정을 계속 하고 있을텐데도 떠났다는 건 무언가 이유가 있는 것이고, 안전한 본거지를 버릴만한 이유는 강력한 적이 추격하는 낌새를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뭔가 껄끄러운 기분이 들어서 고민하고 있을 때 나는 핫하고 놀라서 그에게 말했다.

"잠깐. 일 년? 무슨 말이냐. 그럼 지금은 내가 이 마을에서 떠났을 때부터 몇 년 지났다는 말이지?"

"그대가 언제 떠났는지 같은건 모른다. 하지만 중원에서 그 자들이 귀환한 후 현재 5년이 지났다. 그들이 떠난지는 4년이 지났다."

"... 으음."

5년이라고?

아무래도 내가 암천향으로 떠난 후 동료들은 이 곳으로 귀환했고, 그 후로 1년을 더 지내다가 어디론가 가 버린 듯 했다. 그리고 그마저도 4년 전의 일이니 - 내가 이계 암천향으로 떠난지는 5년이 흐른 것이다.

암천향과 이 곳은 시간의 흐름이 다른 것인가?

암천향에서 보냈던 시간이라고 해도 사흘을 넘지 않는 것 같은데 순식간에 삼 년이 지난걸 느끼자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창힐 놈 때문에 50년동안 알 수 없는 곳에 유폐된 적이 있었으므로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5년동안 동료들은 어디 갔는가.

나는 어떻게 해야 그들을 찾을 수 있는가.

나는 구천현녀에게 돌아보며 말했다.

"구천현녀여. 제 동료들이 어딨는지 찾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 그들의 이름을 말해 주십시오.]

"우선 망량 제갈현과 제갈사 두 명부터..."

사아아앗

구천현녀는 이윽고 빛의 파동을 내뿜으며 시해지술을 시전해서 동료들의 행적을 찾는 듯 했다. 그녀는 잠시 후 눈을 뜨며 말했다.

[ 둘 다 사망했습니다.]

"......"

비틀

나는 순간 몸에서 힘이 빠져서 쓰러질 뻔 했다.

지금 구천현녀가 뭐라고 한 거야?!

"무, 무슨 소리를."

[ 시해지술로 이 세계에 거하는 생명체를 훑어보았으나 그 이름을 가지고 그대가 인식하는 존재들은 이미 사망했습니다.]

"말도 안돼! 그건...!!"

[ 다른 자들의 이름도 말해 보시지요. 방금 술수를 고정시켰으니 빠르게 말해드릴 수 있겠군요.]

망량과 제갈사가 죽었다니!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이내 머리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처럼 냉정해졌다.

' ... 있을 수 있는 일이야.'

내가 암천향으로 떠난지 5년, 그 동안 백련교에서는 우리를 찾으려고 눈이 벌개져 있었고 십이율주도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고 있었으며 심지어 제갈유룡은 자기 세력에 크나큰 타격을 준 우리에게 반격하려고 칠요 팔괘도까지 암천향에서 대여해 갔다. 삼대세력 모두가 암암리에 우리를 적대하거나 이용하려고 드는 판국이었던 것이다.

그 상황에서 일 년 만에 급히 본거지를 옮겨야 했다면 틀림없이 그만한 사정이 있었으리라. 무력적으로는 약한 축에 속하는 책사인 망량과 제갈사가 혼란 와중에 사망했어도 이상하진 않다. 그들이 무림의 절정고수급보다는 훨씬 강하지만 세계의 이면에서 활동하는 호법사자급 강자에게 대적할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5년이라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다.

나는 격정 때문에 손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냉정을 되찾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 검마 서문대룡."

[ 사망했군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죽었는지 알 수 있습니까?"

[ 그런것까진 모릅니다. 이 세계에 영혼이 존재하는지만 알아볼 뿐입니다.]

그저 영혼이 이 세계에 존재하는가 아닌가만 알아보는 술법인 건가?

나는 내심 납득하고는 말을 이었다.

"환신 천우진."

[ 감지되지 않는군요. 하지만 인위적인 술수라고 생각되어서 생사가 불분명합니다.]

천우진은 어딘가에 숨은 건가?

혹은 시해지술로는 탐색할 수 없는 방법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거의 예로 볼 때 천우진의 생사가 불명이라는 건 도리어 안도감을 줬다.

"극호."

[ 살아있군요.]

첫 생존자!

나는 내심 안도감을 느끼면서 말했다.

"극호는 어디 있습니까?"

[ 영혼의 위치는 고려인 듯 하군요.]

"... 고려? 설마 개경입니까."

[ 맞습니다.]

"......"

극호가 고려의 수도인 개경에 있다라.

나는 극호가 거기에 있는 이유에 의아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십이율과 큰 관련이 있을거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일단 극호가 살아있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계속 구천현녀에게 물었다.

"진소청."

[ ......]

"왜 그러십니까?"

[ 뭔가 이상하군요... 그는 현재 마치 깜박거리는 듯 합니다.]

"깜박거린다고요?"

[ 다른 자들부터 찾아봐야겠군요.]

"그럼 당산, 청월, 명룡자, 서문혜."

내가 순서대로 다른 동료들의 이름을 부르자 잠시 후 구천현녀가 말했다.

[ 당산과 서문혜가 생존해 있군요.]

청월과 명룡자는 죽은 건가?

내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구천현녀를 보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 당산이란 자는 사천(四川)지방에 있으며 서문혜는 요녕성에 있습니다.]

"으음... 위치를 알면 거기로 바로 이동할 수 있습니까?"

[ 가능은 하지요.]

나는 무릎을 꿇고 구천현녀에게 부탁했다.

"부탁드립니다. 생존자들을 찾아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

[ 알았습니다. 그대가 동료를 다시 모으는걸 도와드리지요.]

흔쾌히 대답한 구천현녀가 문득 알 수 없다는 듯 말했다.

[ 허나 이상하군요... 천우진은 망량선사에게 전수받은 술법을 써서 시해지술에서 몸을 감췄다고 하나 진소청이란 자의 상태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생명을 이루는 혼과 백이 깜박거리며 존재함이 확실치 않습니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석연치 않습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저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 일단 진소청에게 가보고 싶습니다. 그가 깜박거리는 위치로 가 보지요."

[ 알겠습니다.]

극호가 있는 고려에서 십이율주를 바로 맞닥뜨리면 귀찮고 위험해질 것 같고, 당산과 서문혜보다는 구천현녀조차 잘 알 수 없는 상태에 처해있는 진소청의 일이 훨씬 급했다. 이윽고 구천현녀가 손을 휘두르자 시해지술에 이끌려서 나는 어디론가 도착할 수가 있었다.

파앗!

내가 도착한 곳은 을씨년스러운 고대의 사원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황량하고 높은 고원에 한 번 와본 적이 있었으므로 깜짝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구천현녀에게 말했다.

"구, 구천현녀. 정말로 이 곳에 진소청이 있단 말입니까?"

[ 이 근처에서 깜박거립니다. 진원지는 여기같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여긴."

스아아악

잠시 후 근처에 있던 사악한 사신(邪神)의 상(像)에서 코끼리처럼 생긴 머리부분이 모래처럼 변하며 바닥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명백히 강력한 사법(邪法)의 현현이었기에 나는 긴장하며 눈 앞을 쳐다보았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주르반의 사원."

고대 배교의 터전이자 과거 제갈사의 '계약' 때문에 청장고원을 넘어서까지 도달했던 장소. 그리고 나는 이 장소에서 배교 교주로서의 자격과 가호를 얻었으며, '그 자'를 맞닥뜨렸었다. 도저히 잊을 수가 없는 장소였다.

스아아악 -

마치 뱀의 혀가 날름거리는 듯한 기괴한 소리와 함께 검은 모래같은 게 주변을 휩쓸면서 인간의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과거에 몇 번이고 마주친 적이 있었던 존재로써, 한 번은 토벌하기까지 했었던 자였다.

차가운 얼음같은 느낌을 주는 미녀의 자태가 신전의 정중앙에 나타났고 그녀는 입을 열어서 육성으로 말했다.

"제갈사가 말했던 그 인간이군. 나도 인과율 때문에 널 찾아가고 싶었는데 제 발로 나타나주니 정말 고맙구나."

"......"

그녀는 내 뒤편을 경계하듯 쳐다보다가 말을 이었다.

"자아, 그럼 구천현녀와 함께 내 신전에 온 이유를 들어볼까 - 낯선 이여."

그녀는 내 뒤에 투명한 영체처럼 떠 있는 구천현녀의 존재도 이미 감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이를 악물며 그녀에게 말했다.

"벽지상... 아니 시몬 마구스, 신왕(神王) 데미우르고스로 예지된 자. 종언의 계시를 받아 아이온에 이를 존재여! 이렇게 만나뵈서 영광입니다."

나는 최대한 감언이설과 아부를 써서 그를 칭찬했다.

왜냐하면 상대는 바로 인간인 척 유희하며 - 수천 년동안 마도의 종사로 군림해 왔으며 배교의 초대교주로써 마왕의 경지에 이른 대마도사, 시몬 마구스였기 때문이다. 저 자야말로 제갈사와 계약해 자신만의 만마전을 만들어 [옛 지배자]가 되려는 최악의 존재! 저 자가 만일 내 동료 진소청의 목숨을 쥐고 있다면 결코 경솔하게 굴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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