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678화 (677/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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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투웅

현실세계로 떨어지자마자 구천현녀가 신공표에게 말했다.

[ 기다려라. 할 말이 있다.]

쉬익...

천공에서 떨어진 둘은 지상에 착지했는데 이 장소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다. 중원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는데 왜냐하면 근처에 나 있는 수목(樹木)을 처음 보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암천향의 극악한 마력이 가득한 사악한 공기가 아니란 것만으로도 위안을 느낄 수가 있었다.

신공표가 말했다.

[ 나와 백웅의 약속은 끝났다. 왜, 계약을 연장해달라고 할 셈이냐?]

조소를 짓는 신공표에게 구천현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그럴 생각은 없다. 하지만 백웅이 네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고 하니 그것만이라도 제대로 들어줘라.]

[ 흠... 또 무슨 꿍꿍이를.]

코웃음친 신공표가 고개를 끄덕이자 구천현녀가 강신을 풀고 내게 몸을 돌려주는 게 느껴졌다. 나는 내 몸의 통제권을 되찾자마자 신공표를 번뜩 쳐다보며 말했다.

"신공표! 나와 거래하자."

[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그런 말을 들을 줄 알고?]

"앗..."

[ 파륜인(破輪印).]

위잉

퍼엉!

갑작스럽게 내 머리 위에 기이한 백색의 인(印)이 떠올랐다가 폭발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공격이라서 제대로 피하지 못했는데 그 순간 구천현녀의 영이 나 대신에 막아준 듯 했다. 구천현녀는 영체를 띄우며 신공표를 노려보았다.

[ 이야기도 안 듣고 살상보패를 쓰다니 제정신이냐?]

[ 안 가고 남아있었나...]

[ 작작 해라. 네 녀석이 그렇게 나온다면 나는 시해지술을 모두 사용해서 널 영겁토록 봉인해버리고 말겠다.]

움찔!

구천현녀의 살기어린 협박에 신공표가 놀라는 듯 했다. 마치 그렇게까지 말할 줄은 몰랐다는 듯 신공표가 어이없게 웃었다.

[ 농담이지? 전신의 힘을 되찾은 당신이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나한테 그런...]

[ 내가 농담을 하는 성격은 아니란 걸 알고 있을 것이다.]

[ ......]

[ 난 경고했다.]

신공표의 낯빛이 안 좋아졌다. 구천현녀가 진심으로 자신을 봉인하려 들면 성가시다고 느낀 모양이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투로 내게 말했다.

[ 어디 거래란 걸 말해 봐라. 들어는 주마.]

겨우 대화할만한 상황이 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상황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생각하자 내심 기가 막혔다.

' 제천대성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소설을 써야했고 그 소설을 유행시키기 위해서 최고급 인쇄기를 서역에서 가져왔고 암천향에 가서 여의봉의 봉인을 풀고 음신지력까지 소모했고 수요를 구천현녀한테 바쳤는데... 이제서야 신공표와 제대로 거래가 가능한 건가?'

다음 전생에 똑같이 할 수 있을까?

... 아니 못 할 것이다. 과정을 얼추 따라할 수는 있었지만 신공표를 제어할 자신이 없었다. 이번에는 수요를 얻은 구천현녀가 억제력이 되어줬기에 망정이지 이런건 원래 택할수가 없는 선택이다. 운이 좋았을 뿐 다음에 이렇게 하기는 굉장히 힘들 것이다. 거기에다가 음신지력을 영구히 소모하기까지 하지 않았는가?

그렇기 때문에 나는 독이 올라서 모든 신경을 이번 교섭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떻게든 얻을 수 있는 건 얻고 말리라.

"신공표, 잘 들어봐. 지금 구천현녀께서 소유한 수요가 해방상태라는 게 무슨 뜻이라고 생각해? 네가 암천향에서 수요를 해방시켰잖아."

[ ... 음, 그렇군.]

신공표는 대술법사답게 한번에 내 말뜻을 이해하고 대꾸했다.

[ 삼황오제 전욱 혹은 그와 연관된 지배자가 수요의 해방을 빌미로 현세에 간섭할 거라는 말을 하고싶은 것이냐?]

"그래. 잘 이해하고 있네."

이게 바로 지금 현실에 돌아온 우리의 가장 큰 난국이었다.

칠요의 해방!

본디 칠요는 세 가지 해방방식이 있었다.

첫째는 봉선의식을 통해 해방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일부러 칠요에 피를 먹이고 살상을 시켜서 힘을 충전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강대한 신적인 존재가 인위적으로 힘을 불어넣어서 봉인을 깨 버리는 방식이었다. 나는 첫번째와 두 번째 방법을 전생하면서 모두 시도해 보았고 마지막 방법은 공공이 시도했으니 실질적으로 칠요해방의 방법에 달통해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상적인 봉선의식을 통해서 해방시키지 않은 칠요는 반드시 부작용이 있었다. 피와 제물을 먹여서 해방시킨 칠요에는 [옛 지배자]가 강림해서 내 몸을 빼앗아버렸으며, 강제로 봉인을 깨 버릴 경우 바로 삼황오제 여와가 그 사실을 감지하고 난리를 치게 되어 있었다.

지금은 신공표가 자신의 힘으로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강제해방시켰으니 세 번째 경우라고 할 수 있었다. 이 경우 삼황오제가 직접 인과율을 얻어서 끼어들 가능성이 높았고, 현실에 귀환한 지금은 굉장히 위험한 상태였다. 시간문제일 뿐 수요와 가장 밀접한 연관을 가진 전욱이나 북극의 [옛 지배자]는 언제든지 끼어들게 분명했다.

신공표가 흥미를 보이자 나는 말을 이었다.

"구천현녀께서는 지금 자신의 시해지술을 동원해서 수요가 해방된 기척을 숨기고 있어. 하지만 언제까지고 숨길 수는 없지. 언젠가는 전욱에게든 다른 삼황오제에게든 들키고 말 거야."

[ 하고싶은 말이 무엇이냐?]

"지금은 우리 모두가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라는 말이야. 호랑이를 끝까지 타고 가든가 아니면 중간에 떨어지든가 둘 중 하나밖에 없지."

[ ... 나보고 칠요를 획득하는데 협력하란 말이군.]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신공표 너랑 상관없는 일이 아니야. 네가 육체를 얻어 봉인에서 해방되었다 해도 결국 네가 절교를 되찾고 최종적으로 상대해야 할 적은 삼황오제가 아니던가? 어차피 언젠가 상대해야 할 적이라면 미리 대항할 방법을 생각하는 게 옳겠지."

[ 무례한 놈, 네 멋대로 내 목적을 결정짓지 마라.]

"그럼 지금 우리한테서 달아나서 어디 가려고 했는데? 이계인 금오도로 가서 달기의 봉인을 풀고 십천군을 규합해서 다시 절교를 찾으려 했을 게 뻔하잖아."

[ ......]

"하지만 이제 와서 패잔병들을 다시 인솔한다 해서 네가 삼황오제 중 하나라도 이길 수 있을까? 계란으로 바위치기겠지?"

[ 말을 비비꼬지 말고 하고싶은 말을 똑바로 해라.]

신공표가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그래서 나와 동맹하고 싶다 이 말이 아니냐.]

"맞아.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 ... 동맹의 조건에 따라 다르지. 무엇보다 전제조건은 칠요의 행방이다.]

그녀가 거만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 네놈은 다른 칠요의 행방을 알고 있느냐? 모른다면 얘깃거리도 되지 않는다.]

나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알아!"

[ 거짓말을 하면 용서치 않겠다.]

"세상에서 나보다 칠요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놈이 있을거라고 생각해? 토요의 행방을 찾아서 이계 암천향까지 간 게 바로 나다. 측천무후의 궁전까지 찾아갔다구."

[ ... 으음.]

내가 자신만만하게 대꾸하자 신공표가 설득력을 느꼈는지 침음성을 흘렸다. 나는 쐐기를 박듯 말을 이었다.

"함께 칠요를 모아서 일단 미해방상태로 모아두는 거야. 그리고 기회를 봐서 한꺼번에 봉인을 해제시키고, 그 육요의 해방을 이용해서 만신전으로 올라가는 거다."

[ 네놈은 진짜로 황제 공손헌원을 알현할 생각이란 말이냐?]

"안될게 뭐가 있어? 생각해 봐, 삼황오제와 싸우는 것보다는 훨씬 쉽잖아."

[ 그건 그렇다만.]

나는 성큼 앞으로 다가갔다.

[ 읏!]

신공표가 놀라서 움찔하자 나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손을 잡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고, 지금은 힘을 모아서 삼황오제에게 대항할 때라고 생각해. 너도 고대에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있어서 봉신대전을 벌였던 거 아니냐?"

[ ......]

신공표는 한참동안 침묵했다.

그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그래도 싫다.]

"왜?"

신공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 네놈의 판단력이나 생각은 그럴듯하다만, 정작 너 자신의 힘이 그렇게 약해서야 무슨 믿음이 간단 말이냐? 구천현녀가 지금 막강한 전신의 힘을 이용해서 강신해 있으나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천계로 돌아가야 한다. 네가 화룡신검과 용왕의 힘을 휘둘러봐야 일개 투선에도 미치지 못해.]

"윽..."

[ 너와 구천현녀는 완전히 공동전선을 취하지도 못한 모양이고.]

"뜻만 맞으면 되는 거 아냐?"

[ 절대 그렇지 않아. 말만 번지르르 해봤자 이 세상은 힘이고 폭력이다.]

신공표는 고개를 휙 돌리며 말을 이었다.

[ 하지만 얘기를 들어줄 만 하군.]

"어쩌자는 말이냐?"

그녀가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칠 주야 후에 다시 보자. 그 때 내가 동료로 삼을만한 힘을 보여준다면 네놈과 동맹을 맺어 주지. 물론 구천현녀의 힘은 제외하고서다.]

"내 본거지로 네가 찾아올 생각이냐?"

[ 그 정도는 해 주지.]

우우웅

[ 다음에 보자. 여의봉의 통제권은 네게 넘겨줬다.]

아지랑이가 일렁이더니 신공표의 모습이 홀연히 사라졌다. 그녀는 어디론가 가 버린 모양이었고, 구천현녀는 그녀와 섣불리 싸우지 않고 놓아준 모양이었다. 구천현녀의 영체가 내 옆에 나타나서 말했다.

[ 백웅이여. 여의봉을 돌려준 걸 보면 신공표도 동맹에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그럴수도 있겠지만 신공표가 더 이상 여의봉이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할 정도의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이기도 하리라. 금오십천군의 통솔권을 다시 얻고 절교의 수장자리를 되찾는다면 수많은 보패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을 테니 그저 선심을 쓰는 차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아깝다.

"하아... 한번에 설득되지는 않는군요. 화요나 금요의 봉인을 푸는데 강력한 전력이 될 수 있었는데."

나는 한숨을 쉬었다. 바로 신공표를 설득해서 지금 당장 다른 칠요의 봉인을 풀러 갈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신공표가 도와준다면 공공때만큼이나 속전속결로 칠요를 모을 수 있을 게 분명했는데 바로 시도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책사들과 논의해야하겠지만 현재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방법 중에서는 최선이었다.

구천현녀가 말했다.

[ 백웅이여. 나를 따라서 천계에 가겠습니까?]

"네?"

[ 신공표의 말대로 그대는 인간치고는 강하지만 선계의 기준에서는 약합니다. 제 힘을 불어넣어서 그대를 강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오!"

나는 안색이 바뀌어서 소리질렀다.

"당장 갑니다! 저한테 힘 좀 주십..."

그러나 다음 순간 구천현녀가 깜박했다는 듯 말했다.

[ 아... 안되겠군요. 수요의 기척을 감추는데 많은 힘을 쓰고 있어서 섣불리 그대에게 힘을 주다가는 서왕모에게 바로 들킬 겁니다.]

"......"

그럼 말이나 하지 말던가!

나는 곤란함을 느꼈지만 이내 뭔가를 생각해내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제가 선검술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라도 해 주시겠습니까? 지금까지는 당신 눈치가 보여서 발동시킬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구천현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 정도라면... 백웅 그대는 선검술이 어떤 능력이 있는지 알고 있습니까?]

"신선을 하나의 검으로 벼려낼 수 있으며 천계와의 인연을 끊어서 감시의 눈길을 피할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또한 화룡진인은 여동빈에게 선검술을 가르친 적이 없으나 여동빈이 당신에게서 선검술을 배웠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정보가 입가에서 맴돌았지만 너무 의심을 살 수 있어서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 굉장하군요... 그런 사실을 어찌 안 거지요? 선검술을 내 고유의 술법이거늘.]

"그건 묻지 말아 주십시오."

내가 난처한 듯 대답하자 구천현녀는 납득한듯 말했다.

[ 언젠가 그대의 입으로 말해주리라 기대하지요.]

"죄송합니다."

아직은 구천현녀에게 기억을 줄 수 없다. 만에 하나 구천현녀가 누군가에게 패배해서 붙잡히는 경우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신승과 명룡자가 백련교에 붙잡혀서 정보를 토해낼뻔한 경우를 겪었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 그대가 알고 있는 것 외에 선검술에는 또 하나의 공능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 인과(因果)의 축적입니다.]

"인과의 축적?"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구천현녀가 말했다.

[ 선검술은 시전자의 모든 인과와 업을 모아서 선검으로 응축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기술이나 경험도 포함되지요. 그래서 원래는 영체라서 실체가 없는 대라신선을 '검'이라고 하는 다른 사물으로 변형시킬 수 있는 술법인 것입니다.]

"아..."

[ 달리 말하자면 대라신선이 자신의 힘을 따로 비축해둘 수 있는 보조용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선검술을 써서 자신만의 선검을 만들어 거기에 인과를 축적할 수가 있지요.]

나는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 내가 선검술을 썼을 때 여동빈의 월공투계를 쓸 수 있었던 이유는 그거구나!'

선검에 투선의 전투경험 그 자체가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다만 그때는 여동빈 자신이 선검으로 변했기에 가능했던 것이고, 지금의 내 선검에는 그 정도로 확실한 인과가 기록되어 있지 않으므로 따로 힘을 끌어낼 수 없는 게 분명했다.

"그럼 인과를 축적하면 할수록 더 강해지는 겁니까?"

[ 이론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구천현녀가 씁쓸하게 웃었다.

[ 제가 선검의 술법을 창조해서 여동빈에게 전수했으나, 그는 분명히 별종이라 생각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 이론적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대라신선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이지만, 제대로 선검으로 인과를 축적해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례로 여동빈이 지금보다 한단계 위의 힘을 얻기 위해서는 쉬지않고 수련해도 적어도 오륙백 년은 걸릴 것이고, 최상위 대라신선의 수준에 도달하려면 삼천 년 이상이 필요할 겁니다...]

"......"

[ 지금의 여동빈도 천 년 전부터 엄청난 수련을 거쳐서 생전에 비해 전투기술을 크게 발전시킨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는 선검술을 정말 오랫동안 수련했습니다.]

"그랬군요."

[ 그리고 여동빈도 저도 종말의 시기가 오백 년도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지요. 그래서 대라신선인데도 뼈를 깎는 수련을 하는 여동빈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술법을 창조한 저도 선검술을 거의 쓰지 않았으므로 실질적인 사용자는 여동빈 뿐.]

확실히 이상하다.

한단계 강해지려면 오륙백년, 그리고 최상위 대라신선급이 되려면 삼천 년! 언뜻 반영구적인 삶을 살아가는 대라신선에게는 그리 길지 않아보이는 시간이었으나 - 문제는 이 세계에는 종말의 시대가 곧 닥쳐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동빈이 한 단계 성장해봐야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게 분명한데도 여동빈은 천 년 전부터 지금까지 선검술에 계속 전투경험을 축적시키고 선검의 경지를 향상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동빈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 어? 뭔가 좀 이상한데...'

구천현녀의 예측은 뭔가 어색했다. 그건 아마 내가 얻었던 정보 중 무언가와 다르기 때문이겠지만 지금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나는 일단은 넘어가기로 하며 구천현녀에게 말했다.

"아무튼 선검의 제약을 풀어주십시오."

[ 그리 하지요. 앞으로 그대는 선검을 마음대로 쓸 수 있을 것이며 그 안에 전투경험을 축적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나 구천현녀의 축복입니다.]

파앗!

그리고 내 온몸에 빛이 몰려들더니 지금까지 심장에 박힌 가시처럼 껄끄럽던 선검의 압력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 이걸로 나도 선검술 사용자가 된 건가?'

구천현녀 스스로 축복을 내렸으니 앞으로 선검술을 써도 구천현녀가 공연히 신경질부릴 일은 없으리라. 인과율상 전혀 관여할 수 없고 방해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여동빈과는 다른 '나만의' 선검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구천현녀가 말했다.

[ 백웅이여. 그대의 동료들에게로 가지요. 저 또한 서왕모와 싸우기 위해서는 그대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구천현녀와의 임시 동맹전선!

이번 생에서 전국옥새와 음신지력, 비등을 잃어버렸으나 그만큼이나 큰 조력자를 얻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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