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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675화 (674/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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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 아차!'

나는 습관처럼 전국옥새의 천리안을 쓰려고 했지만 전국옥새가 파괴된 걸 깨달았다. 별 수 없이 화안금정의 능력을 써서 보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화안금정으로는 저렇게까지 먼 거리를 볼 수는 없었다. 아예 수백리 밖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신공표와 팔부신중의 싸움을 관찰할 수 없게 되자 괜히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 제길... 어떻게 해야 돼?'

확실하게 승패우열을 볼 수 있다면 어떤 판단을 할지 확실해진다. 수틀리면 미리 자살해서 다음번 전생으로 넘어가는 방법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신공표가 이길지 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내 거취를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고민하다가 화룡진인에게 말했다.

"화룡진인. 어검비행술을 써서 신공표가 싸우는 곳으로 가 주십시오."

[ 안 된다.]

"네?"

[ 그대와 내가 가세한다 해도 너무 수준이 다른 전투다. 공연히 신공표의 발목만 붙잡을 확률이 크다.]

"......"

화룡진인은 신공표를 싫어하는 듯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력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비교를 하는 듯 했다. 화룡진인이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가봤자 쓸모가 없으리라. 내가 고민하고 있자 화룡진인이 조언해 줬다.

[ 신공표가 있을 땐 말하지 않았지만 그대가 암천향을 탈출할 방법이 따로 하나 존재한다.]

"정말입니까?!"

뜻밖의 말에 내가 놀라서 소리를 치자 화룡진인의 영체가 고개를 끄덕였다.

[ 저 녀석이 싸우는 동안 칠요를 지배자에게 공양해서 그냥 암천향을 나가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는 칠요가 아까울 것이다. 내 방법이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시도할 가치가 있다.]

"어떤 방법입니까?"

[ 그대에게 존재하는 대라신선의 단말을 잘 생각해 보라.]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여동빈, 그리고 진인과의 인연이 있습니다."

[ 또 하나 있지.]

"구천현녀의 선검술 말입니까?"

[ 그렇다.]

화르륵

화룡진인이 손 위에 용 모양의 각인을 띄웠다. 화룡의 각인이 선홍색을 띄며 깜박거리자 그녀가 말을 이었다.

[ 내가 용왕으로서의 모든 힘을 되찾으며 회복한 권능... 응룡왕(應龍王)의 인(印).]

"새로운 능력입니까?"

[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힘이다. 천계에 오래 체류하면서 힘이 줄어서 못 쓰게 되었을 뿐.]

가볍게 대꾸한 화룡진인이 설명했다.

[ 이 능력은 인과율을 조작하는 계열의 술법이다. 그대에게 존재하는 인연의 단말을 복구시키거나 강화시킬 수 있으며 제약을 없앤 채 소환할 수도 있다. 또한 공격용으로 쓴다면 천계의 대라신선에게 만신전의 낙인을 찍어서 즉시 소멸시킬 수도 있다.]

"저, 정말입니까? 엄청난 능력이군요."

[ 아마 응룡이 내게 천계를 감찰시킬 목적으로 준 능력이겠지. 다만 천계소속에 한정되며 삼황오제같은 대신격에게는 쓸 수 없고, 한번 사용하면 10년은 못 쓴다. 그래서 저 신공표에게는 쓰지 못했다.]

나는 솔직하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인연의 단말 자체를 회복할 수 있다니! 거기에다가 강화까지 가능한데다 제약을 없앨 수 있다는 건 지금까지 내 전생경험으로 미뤄볼 때 굉장한 능력이었다. 잘만 사용하면 대라신선의 힘을 무한정 빌릴수도 있는 능력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음만 먹으면 화룡진인은 천계 대라신선 누구든간에 한 놈을 즉살시킬 수 있다는 소리 아닌가? 그녀가 오제에 버금가는 응룡의 화신이라는 걸 실감할 정도의 막강한 권능이었다.

' 뭐, 신공표는 천계 소속이 아니라서 못 쓰는 거겠지...'

화룡진인의 말이 이어졌다.

[ 이 능력을 써서 구천현녀를 이 곳으로 소환한 후 그녀의 힘을 빌려서 암천향을 탈출하는 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구천현녀를 소환한다고요!"

[ 그녀는 삼청에 버금가는 천계 최고의 술법종사. 아무리 암천향이 마계(魔界)라 해도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

"으음..."

확실히 말이 된다.

구천현녀를 암천향으로 소환하는 건 본래 차원의 구멍을 막고 있는 [옛 지배자]때문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응룡의 권능이라면 그 제약을 무마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제약없이 소환된 구천현녀의 술법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내가 화룡진인의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예전에 직접 그녀의 신위를 목격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시해지술(尸解之術)!

구천현녀가 펼쳤던 시해지술은 곤륜십이대선 중 한 명이 보패결계를 펼쳤던 방어를 한방에 무너뜨린 적이 있었으며, 수백 명이나 되는 대라신선과 투선을 상대로 어느정도 버틸 정도로 강력했다. 그녀는 삼청이나 서왕모 등의 최상위 대라신선을 제외하면 명백히 천계 제일의 술법사였다.

수요를 [옛 지배자]에게 바치는 것보다는 확실히 나은 방법이다.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 방법을 쓰겠..."

콰과과광

그 때 동쪽 하늘에서 거대한 폭염이 터져나오며 눈 앞이 순간적으로 백광으로 물들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수백리 바깥에서 광염이 액체처럼 번져나오며, 파괴광이 뒤늦게 이 장소로 덮쳐오는 걸 알아챘다.

"으아악."

나는 초절정고수의 감각을 동원해서 재빨리 그 자리를 뛰어서 벗어났고 등 뒤로 파괴의 잔향이 파도처럼 덮쳐오는 걸 느꼈다.

투두둥

소리의 영역을 몇 번 돌파하면서까지 멸혼보를 썼지만 파괴광은 내 등 뒤에 바싹 따라붙었다. 파괴의 여흔이 멸혼보만큼이나 빠르다니 이렇게 엄청난 폭발은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나는 한참이나 뛰어서야 폭발의 범위를 벗어나서 땅바닥을 굴렀다.

후두둑...

"뭐, 뭐야!"

설마 수백리 범위를 한꺼번에 소멸시킬 정도의 격돌이 일어났다는 건가? 화룡진인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 신공표가 사보검으로 팔부신중과 힘싸움을 한 모양이군.]

내가 황망해하며 뒤를 쳐다보자 천공은 염옥(炎玉)으로 물들어서 청색과 적색이 뒤엉키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사악한 비명소리와 신음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는데, 그 음울한 비명을 듣자마자 나는 알 수 있었다.

크우우우 -

우으아아아아아 - !!

막강한 마력이 깃들어 있는 악신들의 비명.

암천향의 [옛 지배자]들이 격노했다!

지금까지 내가 대라멸진을 써서 산맥을 부수며 달리는 것도 그저 애교로 보아주던 놈들인 것 같았으나 지금의 충돌은 다른 이야기인 듯 했다. 그도 그럴것이 사보검의 파괴력은 달기의 화염숨결이 애교로 보일 정도의 위력이었으므로 이미 지형이 크게 파괴되어서 평탄해질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곧이어 어떤 참극이 벌어질지 예상한 나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제길... 갈수록 힘들어지는군."

신공표에 팔부신중에 곳곳의 [옛 지배자]들이 뒤엉켜서 진흙탕싸움을 하게 되리라.

물론 나는 거기에 말려들면 틀림없이 처참하게 죽을 것이다.

[ 백웅. 시간이 없으니 빨리 선택하거라.]

나는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수요를 바치는 선택은 물건너갔습니다. 하는 수밖에요."

신공표가 잔뜩 주위의 살의를 샀으니 성난 [옛 지배자]에게 내가 칠요를 공양할 틈은 없을 것이다. 벌레가 말을 건다고 열받아서 때려죽이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나는 화룡진인에게서 응룡왕의 인을 받은 후 내면의 선검을 일깨웠다.

"오시오, 구천현녀!!"

우우우우 - !!

선검이 명동하면서 머나먼 곳의 인연을 불러오는 게 느껴진다. 구천현녀의 힘이 어마어마한 차원의 거리를 넘어서 내게로 전달되기 시작했고, 잠깐이지만 웬 거대한 거미의 환영이 내 눈 앞에 비쳤다.

하지만 그 거미는 내 손 위에 떠올라 있는 응룡왕의 인을 보더니 감정없는 목소리로 내게 의사를 전달했다.

[ 통과.]

거미의 환영이 이윽고 사라졌고 나는 암천향과 현실을 가로막고 있던 거대한 막이 사라짐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구천현녀와의 단말이 제대로 통하면서 구천현녀가 이 곳으로 소환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설마 방금 봤던 거미가 암천향의 입구를 막고 있는 [옛 지배자]인가?

파밧

잠시 후 내 앞에 구천현녀가 소환되었다. 구천현녀는 소환된 후 나와 화룡진인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화룡진인에게 말했다.

[ 화룡진인이여, 어찌 인간을 위해 용왕의 권능을 쓰셨습니까?]

[ 지금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오. 이 곳이 암천향이라는 건 그대도 알고 있을 터, 나와 연자를 현실로 귀환시켜주시오.]

[ ... 이 곳에서 탈출하고자 저를 부르셨군요.]

구천현녀가 한숨을 쉬었다.

[ 힘들 것 같습니다. 이 곳의 [옛 지배자]들이 고유한 결계를 펴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는지라 마력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어서 술법을 제대로 쓸 수 없군요.]

[ 방법이 없단 말이오?]

[ 그대와 마찬가지로 제 힘도 치우와 싸웠을 때 이후로 쇠퇴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지금의 힘으로는 아무리 차원벽의 수호자가 길을 열어줬더라도 그 정도의 술법은 쓸 수가 없군요.]

구천현녀조차 안 된다는 건가?

나는 순간적으로 눈 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 젠장... 진짜 자살해야되는 거야?'

이렇게 허무하게 모든 희망이 닫혀서 자살하는 건 뭔가 납득이 가지 않았다. 게다가 신공표에게서 아직 절교의 비밀조차 듣지 못한 상태에서 죽으면 너무 손해다. 나는 음신지력을 전생 2회차분이나 소모했기 때문이다. 자살의 선택지가 다가올수록 생존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렬해지며 머리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나는 순간적으로 다른 계책이 생각나서 구천현녀에게 외쳤다.

"구천현녀여! 그럼 힘이 충분하다면 술법을 쓸 수 있다는 말이죠?"

[ ... 의문의 인간이여. 그렇긴 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나는 구천현녀의 반문을 듣자마자 바로 목갑에서 수요를 꺼내서 그녀에게 내밀었다.

"나는 이 수요를 당신에게 공양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힘을 이용해서 신공표를 구출하고 팔부신중을 격퇴시켜 주십시오."

[ ......!!]

구천현녀는 물론 옆에 있던 화룡진인도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구천현녀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

[ 진심입니까? 그대는 진정 칠요를 내게 바치겠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이 수요를 바친다면 당신의 힘은 전성기 때로 회복할 수 있습니까?"

[ ... 가능한 일이지만, 그걸로 현실로 귀환하지 않고 신공표를 구출한다는 건 도대체... 그것보다 이 암천향에 신공표가 있다는 말입니까?]

당혹해서 반문하는 구천현녀에게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귀환술을 안 써줘도 되니까 신공표를 구출해 주십시오. 적은 팔부신중 여섯 놈입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 ......]

구천현녀가 망설이고 있자 나는 그녀의 등을 떠밀 필요성을 느꼈다.

아무래도 수요로 얻는 힘은 충분한 듯 했으나 과거 천계와 적대했던 선계의 영수이자 패왕인 신공표를 구출한다는 게 껄끄러운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나는 전생하면서 얻었던 지식과 경험을 머릿속에서 꺼내며 그녀에게 말했다.

"구천현녀여. 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 무엇을 말입니까?]

"항우가 천계에 오를 때 사어의 좌가 모두 비어있었으며, 삼청을 시해한 범인이 서왕모라는 사실을."

[ ......]

정적.

구천현녀는 말 그대로 뻣뻣하게 굳어버렸으며 옆에서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화룡진인은 경악한 듯 했다. 나는 그녀들이 내 말에 반응을 보이자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또한 삼청의 스승인 복희의 가면을 벗겨버린 의문의 흑막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 그대는 그 사실을 어떻게...]

"제가 신공표를 여의봉에서 해방했으며 태상노군의 마지막 유지(遺志)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구천현녀에게 내가 알고 있는 천계의 수상쩍인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구천현녀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갈수록 안색이 굳어져 갔는데, 나는 그녀에게 간절하게 말했다.

"구천현녀여! 태상노군이나 원시천존은 신공표가 허망하게 죽기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지금 팔부신중이 쫓아와서 어쩔수 없이 싸우고는 있으나 그녀와 제가 현실로 귀환해야 천계의 모순을 바로잡고 서왕모에 대항할 수가 있습니다. 신공표에게 서왕모를 해치울만한 잠재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 않습니까?"

[ ......]

"저를 도와주십시오."

[ 알았습니다.]

구천현녀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녀는 전에 없이 호전적인 표정을 지으며 내게 손을 뻗었다.

[ 백웅, 그대의 공양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그대의 요청대로 신공표를 구출하지요.]

"감사합니다!"

스으으

잠시 후 내 손에 들려있던 수요가 구천현녀의 손에 빨려들어가면서 그녀의 영체가 크게 빛났다. 그리고 구천현녀의 혼이 내게 강림하면서 몸의 통제권이 빠르게 구천현녀의 것이 됨을 느꼈다.

내 몸에 강신한 구천현녀는 수요와 화룡신검을 양손에 든채 하늘 한켠을 쳐다보다가 휙하고 사라졌다.

쿠구궁!!

거대한 압력이 덮쳐옴과 동시에 내 시야가 허공 어딘가에 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허공은 지직거리는 광류(光流)로 가득 차 있었는데 힘이 과도하게 밀집되어서 차원을 일그러뜨릴 정도가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구천현녀는 나타나자마자 손을 뻗어서 팔부신중 건달파를 가리켰다.

시해지술(尸解之術)

파(破)

기묘한 사인(蛇人)처럼 생긴 본체를 갖고 있던 건달파는 구천현녀의 시해지술이 시전되자 전신이 딱딱하게 굳는 듯 했다. 건달파는 경악하면서 자신의 신력을 일으켜서 시해지술을 몰아내려 했으나 구천현녀가 차갑게 웃음을 흘렸다.

파가각

[ 크어어어어어!!]

건달파가 비명을 질렀으나 다음 순간 구천현녀의 술법때문에 그의 본체가 터져나갔다. 엄청난 부상을 입은 건달파가 땅에 떨어지려 하자 뒤에 있던 긴나라가 그를 부축했다. 그리고 맨 앞에 있던 팔부신중 천인 삼장법사가 구천현녀를 보며 말했다.

[ 구천현녀! 감히 우리를 방해할 생각이냐?]

[ 감히... 라고? 후후후. 창힐의 졸개 주제에!]

구천현녀가 광소를 터뜨렸다.

[ 내가 황제를 도와 치우와 싸울 때는 모습을 숨기기에 바빴던 겁쟁이들이 잘도 전신(戰神)에게 짖는구나!]

[ 크윽.]

그녀의 광소가 울려퍼지자 팔부신중들은 동시에 뒤로 크게 물러섰다. 단순한 위압감만으로도 팔부신중을 위협할 정도로 그녀의 힘이 막강한 탓이었다.

구천현녀가 옆에 있던 신공표를 보며 말했다.

[ 신공표. 영진포일술을 쓸 수 있겠지?]

[ ... 네가 왜 나를 돕는 거냐?]

신공표는 꽤 지쳐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팔부신중과 대치해서 꽤 밀린 듯, 몸 여기저기에 부상이 보였다. 구천현녀가 서릿발처럼 차가운 눈으로 신공표를 깔아보며 말했다.

[ 저런 놈들과 끝까지 싸워서 양패구상할 때가 아니다. 다른 [옛 지배자]가 몰려들기 전에 결판을 내려면 너와 내가 힘을 합쳐야 한다.]

[ 재밌군. 시해지술과 영진포일술을 함께 쓴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는데.]

중얼거리던 신공표가 사보검을 손 위에 띄웠다.

[ 간다.]

우오오오

그 순간 밑의 지상에서 흉측한 검은 덩어리나 괴수들이 잔뜩 올라왔다. 아마 몇몇은 [옛 지배자]인 듯 했으며 흉흉한 마법도 함께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 신공표와 구천현녀는 동시에 술법을 발동했다.

무(無)

나는 내 몸이 아득한 허무의 공간에 날려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내면에서 안구의 이동만 열심히 따라가고 있을 때 내 몸을 움직이고 있던 구천현녀가 말했다.

[ 정신차리십시오.]

[ 어떻게 된 겁니까?]

[ 차원역장이 붕괴해서 허차원으로 들어왔습니다. 빠져나가야 하니 정신차리십시오.]

허차원?

나는 의아해서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여기저기에 혼돈의 조각이나 어둠의 덩어리가 떠다니는 걸 볼 수 있었다.

[ 저건 뭐지요?]

[ 방금 술법에 휘말린 지배자들입니다.]

[ 네?]

내가 뭐 잘못 들었나?

어리둥절해져서 반문하자 구천현녀가 재차 대답했다.

[ 영진포일술과 시해지술. 둘 다 절교와 천교를 대표하는 최강술법인데 함께 펼쳐졌으니 아무리 [옛 지배자]라도 대비하지 않으면 찢겨나갈 수밖에요.]

[ ......!!]

[ 저 자들은 최하위의 지배자들이므로 감당하지 못했습니다. 이 허차원에서 억겁같은 세월을 보내다가 수만년 후에나 부활할 것입니다.]

나는 전생하면서 처음 보는 현상에 입을 쩍하니 벌릴 수밖에 없었다.

[옛 지배자]를 술법으로 찢어버리다니!

' 서, 설마.'

과거에 천우진과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 천우진. 궁금한 게 있는데.]

[ 뭐냐?]

[ 술법의 경지를 극한까지 올리면 신(神)에게도 통할까?]

[ 흠, 그 질문인가... 통한다.]

[ 통한다고!]

[ 술법 또한 사실은 신의 힘. 복희가 내린 팔괘에서 비롯된 것이 술법이기 때문에 삼황오제의 권능 중 하나이기도 한 거다. 즉 술법사들도 마도사와 다른 형태의 신관(神官)이라고 할 수도 있지.]

천우진이 그 때 설명해줬었다.

[ 실제로 신을 잡았던 사례도 있는걸로 알고 있다. 대라신선만 해도 술법을 사용하는데, 고대에 대라신선들이 모여서 강대한 신을 봉인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 진짜? 그게 누구냐?]

[ 천계에 떠도는 소문이라서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술법이 극에 다다르면 신에게도 바늘이 들어가는 건 확실해.]

그 때 천우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저 술법으로도 희망이 있겠거나 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말은 그저 헛소문이나 전설같은 게 아니었다. 고대에 치우와도 싸웠던 전신 구천현녀의 시해지술과 절교교주 신공표의 영진포일술 - 두 개의 최강술법이 함께 펼쳐지면 [옛 지배자]조차 잡을 수 있는 걸 눈 앞에서 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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