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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667화 (666/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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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팔부신중 아수라!

그 존재는 전투의 화신이자 강함으로는 팔부신중 중에서 수위를 다툰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나도 예전에 백련교를 팔부신중이 위협하러 왔을때 그의 얼굴을 봤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바로 정체를 알아봤지만 별로 의미는 없다. 왜냐하면 저렇게 강력한 존재가 나를 죽이려 하면 딱히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아수라에게 말했다.

"날 왜 죽이려 하는 거요? 이유라도 알고 죽읍시다."

보통이라면 이런 질문은 모든 삶의 의지를 놓아버리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 경우는 달랐다. 설령 죽는다 하더라도 일말의 정보를 얻고나서 죽으면 이득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전투보다도 중요했다. 내가 침착하게 질문하자 아수라가 대꾸했다.

"너는 이미 천인(天人)이 주시하고 있었지. 그러던 와중에 창힐님이 전국옥새를 네가 갖고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감시하게 되었고, 종래에는 암천향에서 측천무후의 궁을 찾으려 하는 명령을 내렸다는 걸 알았다."

"......"

그러고보니 창힐은 전국옥새의 준관리자급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전국옥새 자체를 감시할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여태까지 별다른 일이 없다가 이제서야 견제를 하는 걸 보면, 아마 자동으로 정보가 창힐에게 넘어가는 건 아닌 듯 싶었다.

' 확실해졌어...'

전국옥새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함부로 팔부신중의 이목에 띄거나 관심을 끌어서는 안 된다. 팔부신중이 얻은 정보는 고스란히 창힐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다! 내가 전생을 하면서 몸을 사려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서 재차 물었다.

"내가 측천무후의 궁을 찾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소? 그게 당신같은 강대한 마왕급 존재가 직접 이계 암천향까지 와서 나를 암살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있는 거요?"

"말이 정말 많군..."

아수라는 눈에 이채를 띄다가 말했다.

"주인께서는 네가 칠요를 찾는답시고 강대한 [옛 지배자]를 건드려서 판이 망가지는 걸 싫어하신다. 또한 그녀는 주인께도 무관한 존재가 아니다. 말썽꾸러기를 잡아오는 느낌이지."

"으음..."

측천무후가 [옛 지배자]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정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 측천무후가 봉신의식을 치를 때 토요를 제물로 바치고 그걸 함께 가지고 신이 되었었지.

그리고 그 의식에 밀접하게 관련된 건 팔부신중 야차, 창힐의 부하... 말이 되는군.'

그렇다면 창힐은 칠요를 모으는 것 자체는 상관치 않고 [옛 지배자]의 시선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는 말인가?

"자, 그럼 죽어라."

내가 내심 창힐의 속셈을 재 보고 있을 때 아수라의 녹슨 철검이 말없이 허공을 베었다.

쿠콰콰쾅

찰나의 순간이었다. 그저 가벼운 베기에 불과했으나 나는 그 순간 화룡신검이 저절로 반응해서 화룡진인이 소환되었으며, 그 화룡진인이 방어막을 쳐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뭔가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사방 백여 장이 일순간에 섬광으로 휩싸여버렸으며 내가 후폭풍이 휩쓸려 뒤로 날아가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 뭣?!'

전혀 전조도 없었는데 이렇게 엄청난 공격이 날아오다니!

내 감각이 중원 고수들 중에서도 수위에 손꼽히는 걸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교주나 절대지경 고수들의 최강수준 절기라 해도 내가 '감지조차' 할 수 없는 일은 딱히 없는 것이다.

시간을 조작한 것인가?

내가 경악하고 있을 때 화룡진인이 화염의 형태로 영체를 떠올리며 내게 말했다.

[ 백웅이여! 내게 몸을 넘겨라!]

[ 네?!]

[ 저 자는 그대를 보조하는 형태로는 절대 이길 수가 없다. 빨리 결정하지 않으면 죽고 말 것이다.]

[ 잠시만요!]

나는 고민했다.

' 흉신의 주문을 날려서 저 아수라를 먼저 약화시키는게 좋을까?'

이 자리에서 끝장날 우려가 너무 크기에 충분히 해볼만한 일이다. 흉신의 주문은 아까운 신급 주문이며 일회성이었지만 목숨을 구하는데 쓰인다면 값어치가 있다. 그러나 만일 흉신의 주문을 쓰지 않고도 이 자리를 타개할 수 있다면 아까울 것이다.

' 아끼면 똥된다!'

하지만 나는 화룡진인과 저 아수라의 역량차이를 재볼 능력이 없다. 괜히 망설이다가 초가삼간을 태울 것이라 생각한 나는 뒤로 날려가면서 주문을 외웠다.

"멸망의 때에 흐르는 성좌(星座)여! 나, 그대의 힘을 빌리노니, 다가올 천년의 때를 경배하노라!"

우우웅

그와 동시에 흉신의 주문이 전면으로 날아가더니 아수라의 몸을 덮쳤다. 흉신의 주문은 피할수도 막을수도 없다는 특징이 있었으므로 아수라는 상당히 당황해했다.

"아니 이 주문은... 설마..."

푸와아악

아수라의 인간 몸뚱이가 혼돈에서 뿜어져 나온 촉수덩어리에 먹히는 듯 했다. 이 주문은 과거에 금오십천군을 한꺼번에 집어삼켰을 정도로 강력한 것이다. 나는 순식간에 아수라의 기척이 사라지자 설마하는 눈으로 전방을 바라보았다.

"어?"

설마 저 주문 한 방으로 끝장낸 건가?

내가 내심 기대하고 있을 때 화룡진인이 나를 재촉했다.

[ 잘 했다. 이제 몸을 넘겨라!]

"저 놈이 아직 죽지 않았단 말입니까?"

[ 그대가 쓴 [옛 지배자]의 주문은 강력한 신급 주술이지만, 저 놈은 그거 하나로 죽을만큼 약한 존재가 아니다. 과거 내가 상대했던 종말의 거룡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마왕이니 호락호락하지 않다.]

"으음!"

[ 약화시킨 건 좋으니 더 이상 시간낭비하지 말고 전력을 다해야 한다. 저 자가 진심이 되면 그대는 순식간에 죽는다.]

쿠구구구...

화룡진인의 말대로였다. 촉수가 뒤덮은 어둠의 마법진 속에서 갑자기 강대한 투기(鬪氣)가 들끓어오르며 새하얀 빛이 새어나오는 게 육안으로 보였다. 흉신의 주문을 이겨내고 아수라가 본체를 드러내려는 것이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여의봉을 들어서 신공표에게 외쳤다.

"힘을 제발 빌려줘! 물러설 수 없어."

신공표가 자신의 영체를 띄우더니 화룡진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 과연... 응룡의 화신인가? 이 못생긴 놈이 뭐길래 그대 정도의 용왕이 따르는지 모르겠군.]

화룡진인이 신공표와 눈을 마주치며 대꾸했다.

[ 그대, 천계의 죄인이여. 우리를 돕는다면 그대가 풀려날 수 있도록 천계 삼청에게 진언할 것이다.]

화룡진인 또한 신공표가 강력한 대라신선이라는 걸 알아챘기 때문에 그녀를 회유하려고 제안한 듯 했다. 화룡진인과 신공표가 힘을 합치면 설령 아수라를 상대한다고 해도 그럭저럭 승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공표는 화룡진인의 말에 갑작스럽게 빈정이 상했는지 절세미모가 약간 일그러졌다.

[ 뭐? 네가 뭔데 나한테 자비를 베풀겠다는 거냐?]

[ 자비가 아니라 거래다.]

[ 웃기지 마라. 이미 태상노군의 봉인은 거의 다 풀렸으니 가만히 있어도 곧 해방될 수 있다. 감히 나를 깔보다니...!!]

슈우욱!

갑자기 신공표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여의봉 안으로 새어들어갔다. 나는 동시에 무거워서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악."

너무 무겁다!

여의봉은 갑작스럽게 엄청난 무게로 변하더니 급기야는 내 공력을 실어도 들지 못하고 어깨가 빠질 정도가 되었고, 조그마한 산봉우리에 맞먹는 무게가 느껴졌다. 나는 급히 목갑을 열어서 여의봉을 집어넣었다.

' 제길! 열받아서 여의봉 무게를 최대로 올려버린 건가.'

아무래도 신경을 거슬린 탓에 신공표의 조력을 얻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그렇다 해서 화룡진인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저 신공표의 삐뚤어진 성격만 속으로 욕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자존심이 높아서 화룡진인의 말을 이상하게 해석해버린 것이다.

나는 할 수 없이 화룡진인에게 말했다.

"화룡진인! 부탁드립니다."

[ 내게 맡겨라!]

우웅

이윽고 화룡진인이 내게 강신했다. 예전에 연금술사를 쓰러뜨렸을 때처럼 그녀가 내 몸을 조종하는 게 느껴졌고, 화룡진인이 한 손에는 화룡신검을, 다른 손에는 수요를 들어서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쿠구구구

아직까지 아수라는 주문의 영향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는지 혼돈의 촉수 속에서 빛줄기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화룡진인은 그 모습을 한참 쳐다보더니 침묵을 깨고 말했다.

[ 이상한 놈이군. 우리가 태세를 갖출 때까지 기다려준 건가?]

콰과광

그와 동시에 촉수더미가 터져나가며 그 안에서 삼면육비(三面六譬)의 마인(魔人)이 섬광과 함께 튀어나왔다. 나는 아수라의 본체가 인간과 별 차이가 없는 크기이지만 그에게서 형언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지자 긴장했다. 그의 여섯 개의 팔에는 제각각 무기가 들려 있는 것이다.

아수라의 가운데 얼굴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 용왕이여. 그 대라신선이 함께 싸웠으면 더 재밌는 싸움이 되었을텐데 아쉽군. 의견조율이 되지 않았나보지?]

[ 그 경우 네가 이기기는 더 어려워졌을 텐데 공연히 적을 앞두고 곤경을 즐기는 건가?]

[ 후후.]

나는 그들의 대화에서 아수라의 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 놈은 우리가 힘을 합칠 때까지 기다려준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흉신의 주문을 순식간에 떨쳐버리고 즉시 날 죽일수도 있었을 텐데 내가 화룡진인이나 신공표의 힘을 빌리는 걸 흥미롭게 생각한 듯 했다. 그리고 우리 셋과 동시에 싸우기 위해 얌전히 기다려준 게 분명했다. 화룡진인은 그런 아수라가 광인이라고 생각하는 듯 말했다.

[ 오만하구나.]

[ 딱히 오만하지는 않아. 나는 원래 강한 놈과 싸우는 게 너무 좋아서... 이게 내 본성이지.]

[ 흐음.]

[ 여기 올때까지만 해도 힘없는 인간을 쳐죽이는 게 재미없었는데 눈이 번쩍 떠졌지 뭐냐.]

그렇게 말한 아수라가 팔짱을 꼈다.

[ 자아, 지금도 기다려줄 의향이 있다. 방금 전 그 대라신선을 다시 불러내라.]

[ ......]

저 놈 제정신인가?

날 죽이러 왔다고 보기엔 너무 여유가 넘쳤다. 보통 목숨을 걸고 싸운다고 하면 적이 강해지는 것 따위는 절대 바라지 않을텐데 일부러 여유를 주는 것이다! 나는 내심 기가 막혔지만 화룡진인이 말했다.

[ 좋다.]

화룡진인이 목갑에서 여의봉을 꺼내더니 신공표를 향해서 말했다.

[ 도와주지 않겠다면 땅에 박혀 있거라.]

꾸웅!!

화룡진인이 여의봉을 던져서 땅에 박아버리자 엄청난 무게 때문에 여의봉이 지진을 일으키며 밑으로 박혀 들어갔다. 나는 내부에서 지켜보다가 황당해서 화룡진인에게 말했다.

[ 화, 화룡진인! 무슨 짓입니까?]

[ 어차피 쓸데없는 놈이라면 격앙시키는 게 낫지 않겠는가? 달랜다고 말을 들을 놈도 아니고.]

[ 으윽.]

하지만 신공표가 열받아서 아수라 편에 서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내가 내심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 때 여의봉이 갑자기 크게 늘어나더니 영체를 드러냈다. 신공표가 화룡진인을 싸늘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 정말 마음에 안 드는군.]

화룡진인은 전혀 기죽지 않고 맞받았다.

[ 먼저 신경질을 부린 건 네 쪽이다.]

두 절세미녀가 서로를 차갑게 노려보는 광경이 펼쳐졌다. 나는 이 순간에 아수라가 습격해오지 않을지 걱정이 가득했으나 아수라는 자신의 말을 지키는 듯 흥미롭게 이쪽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저 놈은 정말로 강한 상대와 싸우고 싶은 모양이었다.

' 저 자식은 자기가 질 거라는 생각도 안 하나?'

내가 내심 혀를 내두르고 있을 때 신공표가 말했다.

[ 알았다, 힘을 빌려주지. 이런데서 시간낭비할 순 없다.]

[ 집중해라.]

위이잉

여의봉이 다시 내 손에 들어와서 잡혔고 마치 새털처럼 가벼워졌다. 신공표가 힘을 본격적으로 쓰기로 한듯 신공표의 영체가 마치 그림자처럼 화룡진인의 뒤편에 나타난 모습이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아수라가 웃었다.

[ 자, 어디 붙어볼까!]

아수라의 삼면육비가 흔들리더니 거대한 붉은 적광을 방출했다. 그 빛이 날아들자 화룡진인이 검을 휘둘러서 걷어내었고, 그 찰나에 아수라가 돌진해오며 엄청난 검격(劍擊)을 날려왔다.

꽈르릉

신공표가 뇌전의 술법을 시전한 듯 번개소리가 울리더니 허공에서 일천 개의 벼락이 떨어져 내렸다. 마치 번개의 지옥처럼 된 상황에서 아수라가 안광을 빛내더니 갑자기 검을 하늘로 뻗었다

어?

나는 그 동작에서 기묘함을 느꼈다.

' 아니 설마...'

왜냐하면 상식적으로 저 기술을 창힐의 화신이 쓸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적멸무극(寂滅無極)

시공이 난자되는 듯한 찰나 속에서 아수라의 검섬이 빛을 뿜어냈다. 그 빛은 계속해서 가속하더니 이윽고 시꺼먼 빛으로 물들었고, 사방의 모든 것이 조용해지는 듯 했다. 그의 검에 모여있는 것은 하나의 무(武)이며 종(宗)이였고 정수 그 자체였다.

여섯 개의 팔에 달려있는 검은 잠시 후 서로 다른 절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월아영상패룡파(月牙永狀覇龍波)

천수관음(千手觀音)

자영환수도(紫影幻秀刀)

비천원기영옥(飛天元氣靈玉)

폭광누멸검(爆光漏滅劍)

아수라파천(阿修羅破天)

찰나의 순간이 지나갔다고 생각되었을 때였다.

[ 크으윽!!]

화룡진인은 순식간에 덮쳐오는 여섯 개의 광세절학이 서로 연계되며 무시무시한 무력의 폭풍을 발생시키자 눈을 부릅뜨며 화룡의 힘을 소환했고, 화룡이 그 힘과 정면으로 맞부딪히자 하늘이 일그러지며 주변에 있던 바다가 말라버리며 섬뜩한 소용돌이가 주변에 수십 개나 만들어졌다.

쩌적

화룡진인의 힘만으로는 부족한지 몸 주변에 만들었던 방어막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보다못한 신공표가 뭔가 술법을 쓰자 겨우 버티면서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어떻게든 힘과 힘의 충돌에서 백중세를 유지하긴 했으나 화룡진인 혼자의 힘으로는 아수라의 본체를 못 이긴다는 게 입증되어버린 것이다. 화룡진인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 너는 창힐의 화신이며 신적 존재인데 어째서...?]

[ 권능위주로 싸우지 않냐는 말이군.]

아수라가 껄껄 웃었다.

[ 하하하! 나는 무공으로 싸우는 게 좋아서 수천 년간 천축에서 무수한 자들과 싸우며 무공을 익혀서 천축무림의 지존이 되었다. 절대지경의 의념은 그 나름의 장점이 있으니, 꼭 권능으로만 싸우란 법은 없지 않은가?]

그랬다.

아수라가 방금 보여준 것은 무학의 최종단계라 할 수 있는 절대지경!!

절대지경 적멸무극의 능력은 한꺼번에 응축된 절기나 필살기를 뿜어낼 수 있는 것이며 저 자는 방금 전에 절대지경 고수의 전력을 다한 공격의 여섯 배에 이르는 힘을 일으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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