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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좋은 기계가 필요하다니?
웬 뜬금없는 소리란 말인가?
그리고 서역에 갔다와야 하는 이유는?
제갈사가 손깍지를 끼며 말했다.
"그래 - 너는 현재 소설이 일 년에 몇 부나 팔린다고 생각하냐?"
"잘 모르겠어."
"아무리 금속활자가 발달했고 일 년에 대명제국에서 찍어내는 책의 숫자가 천만 권을 넘는다고 해도, 그 대부분은 경학이나 경전이나, 요즘 유행하는 양명학 연구다. 과거입시에 도움 될만한게 적어도 팔 할이 넘고 나머지는 잡서취급을 받는다는 소리지. 그 중에서도 소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으니, 아무리 많아도 권당 1년에 일천 부 이상 팔리기도 힘들다는 말이다. 그것도 대도시에서 팔 경우지 웬만하면 고서당(古書堂)에 꽂혀서 햇빛을 보기도 힘들거고. 뭐... 실질적으로 삼백 부 팔리면 굉장히 잘 팔린다고 볼까. 인기없는 책은 지들끼리 돌려보니까."
"......"
"소설을 집필하는 문사가 적은 이유는, 시중에서 소설을 가리켜 패관문학(稗官文學)이라고 비하하는 거지새끼들이 많은 탓도 있을 것이다. 여러모로 소설을 성공시키기에는 난관이 많아."
그렇게나 적었단 말인가?
' 하긴 소설책이 비싸긴 비쌌지...'
표사시절 있는 돈 없는 돈 털어서 겨우 한 권 사서 보고는 했다. 그만큼 종이도 책도 귀한 것이었고 하물며 소설책같은 잡서는 구하기도 힘들어서였다. 제갈사가 말을 이었다.
"뭐 팔리는 건 그렇다 치고 그래서는 제천대성에게 감흥을 주기 힘들지. 그 놈을 감동시키고 격앙시켜서 우리를 돕게 하려면 눈에 보일 정도의 큰 성공이 필요하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낙양에서 경극상연을 할 정도의 인기는 되어야겠지."
"윽... 그건 좀..."
"그래. 그래서 아예 양으로 밀어붙일 거다. 제지기술과 인쇄기술을 크게 발달시키려는 생각이다. 현재 문명에서 거의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말이야. 폭발적으로 인쇄기술이 발달하게 된다면 당연히 책도 많이 찍어낼 테고 소설이 유명해지기도 쉽겠지. 수정석비를 꺼내 봐."
제갈사는 내가 수정석비를 꺼내자 겉면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이 석비의 겉면 자체에 모든 연금술의 비의(秘意)가 담겨 있다. 문명의 발전은 불의 온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이 수정석비에는 그 불의 온도를 청색(靑色)까지 올릴 수 있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지."
"알아. 네가 가르쳐 줬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갈사의 말을 받았다.
"온도가 높을수록 제련하고 가공할 수 있는 금속이 많아지고 재질의 변형도 쉽잖아."
불의 온도는 적색에서 주황색, 황색으로 점차 변하다가 나중에는 백색을 띄게 되고 그 단계를 넘어서면 청색을 띄게 마련이었다. 그리고 청색의 온도는 가히 엄청났으며 물리적으로 녹이지 못하는 금속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나도 연금술을 배웠기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인쇄술 또한 불의 온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지. 지금의 인쇄술은 금속활자를 기반으로 목활자를 섞어쓰고 있으며, 대명제국보다는 고려가 더 인쇄술이 발달해 있다. 기술차이는 대략 삼십 년 정도라고 본다. 나는 이 수준을 벗어나서 수정석비의 연금기술을 이용해서 문명수준을 이백 년 정도 뛰어넘을 생각이야. 어차피 이번의 네 생은 단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좀 무리해도 상관없겠지."
나는 제갈사의 말에 깜짝 놀랐다.
"이, 이백 년? 인쇄술을 한꺼번에 그렇게 뛰어넘을 수 있어?"
"이 수정석비를 잘 이용하면 오백 년의 문명차이도 극복이 가능해. 연금술의 신리(神理)를 깨달았다고 일컬어지는 연금술의 신, 헤르메스 메기스 트리스토스의 비술과 수천 년에 이르는 연구결과가 집약되어 있다고. 잘만 만들면 원자(原子)의 영역도 조종할 수가 있다."
그는 약간 흥분한 듯 말을 이었다.
"종이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어. 지금은 전부 수작업이지만 자동인쇄식으로 바꾸고, 기존의 선지(宣紙)가 압착방식에 어울리지 않으니 새로운 재질의 종이를 수정석비로 창조하지. 종이도 기술도 한꺼번에 해결이 가능해."
제갈사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나라도 최첨단 인쇄기술까지는 배우지 못했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할 만큼 이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거든? 그러니까 첨단기계가 필요해. 백웅 니가 빨리 일을 해 줘야겠다."
"내가 뭘 하면 되지?"
"서역으로 가서 연금술사 길드를 찾아라. 그리고 놈들이 보유하고 있는 최고의 인쇄기술을 알아오던가 인쇄기를 훔쳐 와."
"......"
"배우는 건 좀 힘들테니 인쇄기를 훔쳐오는 게 현실성 있겠군."
나는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
"일단 해 볼게."
원래라면 인쇄기를 훔쳐오라는 소리에 말도 안된다고 투덜거리기부터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를 난관으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모험을 거듭했기 때문에 나는 일단 하고 보는 자세를 갖추게 된 것이다.
제갈사가 말했다.
"이건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다. 제천대성이란 놈은 기분파니까 기분이 좋아지면 네게 팍팍 베풀겠지. 그리고 놈한테서 확실한 조력을 얻어내서 가호와 함께 쓸 수 있다면 어쩌면 암천향에서의 생존율이 크게 올라갈지도 모른다."
"좋아!"
어디 해 볼까!
나는 제갈사에게서 물러나와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했다.
' 흠... 그 '가짜' 생 제르맹을 먼저 찾아가 볼까?'
나는 지난 생에 우리는 황궁의 연금술사의 행적을 좇던 중 2명의 동명이인이 있는 걸 발견했었다. 그 중 가짜를 먼저 찾으면 왠지 진행이 빨라질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래봤자 가짜긴 하겠지만 어쨌든 그 놈도 연금술사이니 연금술에 대해서는 박식할 것이다. 가장 확실하게 연금술사의 종적을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이리라.
스스스
나는 전국옥새의 정령을 불러서 탐색기능을 사용했다.
"전국옥새여. 전시안으로 연금술사 생 제르맹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라!"
[ 싫은데요... 니가 찾지...]
"뭐?"
[ 아뇨. 찾겠습니다.]
설마 이 자식 방금 나한테 개긴 건가?!
내가 황당해하고 있을 때 전국옥새의 정령이 잠시 후 검색결과를 말했다.
[ 생 제르맹의 검색결과는 총 2건입니다.]
"위치를 알려 줘."
[ 여기 있습니다.]
역시 하나의 화면에는 낡은 방에서 손을 부들거리며 공부를 하는 서양의 노인이 있었다. 또 하나의 화면은 용인(龍人)에게 수상쩍은 약물을 투여하고 있는 연금술사였다. 나는 두 개의 화면을 보다가 말했다.
"저 노인 쪽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싶다."
[ 위치를 좌표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위잉
내 머릿속에 '가짜' 생 제르맹의 좌표가 입력되었다. 그 순간 나는 그 곳으로 비등을 써서 순간이동할 수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고, 지체없이 가짜 생 제르맹에게로 이동했다.
파앗!
낡은 방에 들어서자 공간이 꽉 차는 느낌이 들었다. 책상에 앉아서 깃털이 달린 촉으로 글을 쓰고 있던 노인이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 @&^&@!!"
역시 이국(異國)의 말이라서 제대로 해석되어서 들리지 않는다. 나는 인상을 찡그리다가 근처에 있는 영을 하나 붙잡아서 강령하며 이 곳의 말을 대신 통역하게 시켰다.
"반갑소, 노인장. 나는 나사우의 마우리츠라 하오. 그대는 우리 국가의 신민인가?"
"나, 나는,..."
노인은 말을 더듬거리다가 나를 노려보았다.
"가, 강령술사, 인가!! 내게 무슨, 볼 일, 이냐!"
나는 마우리츠의 영의 도움을 받아서 그의 말을 통역받으며 말했다.
"당신은 생 제르맹으로 자처하고 있는 가짜가 맞소?"
"......?"
노인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재차 말했다.
"가짜라니? 넌 대체 누구냐? 무슨 의도냐. 연금술사인가?"
"내가 묻는 말에나 대답하시오."
"난 생 제르맹이다! 가짜가 아니다."
노인이 음충맞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조롱했다.
"나사우의 마우리츠라니... 이 네덜란드에서 독립전쟁을 하다가 죽은 유명인의 행세를 하는 건가? 저리 썩 꺼져! 난 다른놈한테 내 연구를 방해받고 싶지 않아."
"난 당신과 진짜 생 제르맹의 관계가 궁금하군. 동명이인이라니."
"뭐? 무슨 말이냐?"
"아무튼 당신도 연금술사일 테니 연금술 길드의 위치를 말해 주시오. 아니면 최첨단 인쇄기가 있는 장소를 알려주던가."
"똥이나 먹어라 개자식아!!"
퍼엉
갑자기 노인이 연막탄을 터뜨리고 도망치려 했지만 고수인 내게 그런 수작이 통할 리가 없었다. 나는 그의 손을 붙잡고 엄청난 속도로 혈도를 찍었고, 노인은 순식간에 혼절해 버렸다. 나는 그에게 이혼대법을 걸고 정보를 캐내기 시작했다.
"넌 왜 생 제르맹을 사칭하고 있냐? 이런 외딴 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러자 이혼대법에 걸린 노인이 멍한 눈빛으로 최면에 걸린 채 말했다.
"사칭... 아니다... 난 생 제르맹이다... 연금술사다..."
"엥?"
"난... 진짜다... 다른 누군가가 아니다..."
이 놈이 진짜라고?
나는 당혹할 수밖에 없었다.
' 이혼대법에 걸린 상태에서 거짓말을 할 수는 없는데.'
그게 가능한 상황이라면 예전에 마왕 벽지상이 유희를 위해 미호의 매혹에 걸린 척 했던 것처럼, 놈 자체가 엄청난 격을 지닌 존재인 경우다. 하지만 그런 건 생각도 할 수 없었기에 나는 놈이 진짜 생 제르맹이라는 걸 인정해야만 했다. 어쩌면 내 이혼대법이 미숙해서 완전히 놈의 심령을 제압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적어도 거짓말같지는 않았다.
"좋아, 네가 진짜 연금술사 생 제르맹이라 치고... 그럼 너를 사칭할만한 놈이 생각나냐?"
"사칭... 그건..."
연금술사가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 수십 년 전... 내가 현자의 돌을 만들고자 창생했던 호문클루스... 그 실험체를 모두 회수하지 못했는데... 그 놈일지도..."
"응?!"
호문클루스라고?!
그건 동방에서는 초상기인(超上奇人)이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엄밀히는 좀 다른 기술로 만들어져 있었지만 인간을 본따서 만들었다는 점은 같았다. 나는 뭔가 새로운 진실이 다가오는 걸 느끼며 놈에게 말했다.
"좋아. 그럼 연금술사 길드의 위치를 말해주고, 이 서역에서 가장 인쇄술이 발달한 곳도 가르쳐 줘!"
"연금술사 길드는... 드루이드 장로 멀린의 지휘하에... 이계에 있으며... 문두스를 넘어가야 하고... 이 세상에는 없다... 마법이나 술법을 쓰지 못하면 결코 갈 수 없으며... 마술결사단과 꼭 접촉해야 한다... 그리고 서방에서 가장 인쇄술이 발달한 것은... 대영제국이고... 내가 알기로 신대륙으로 건너간 뛰어난 발명가 중 한 명이... 양면 윤전 인쇄기(兩面輪轉印刷機)를 만들어냈다... 그게 아마 최첨단일 것이다..."
"양면 윤전 인쇄기?"
"수작업이 아니라 자동인쇄이고... 짧은 시간에 수만 장을 인쇄할 수 있다..."
"신대륙은 또 뭐야?"
처음 듣는 소리다.
내가 질문하자 생 제르맹이 말했다.
"마르코 폴로의 말에 관심이 격동해... 모험가들이 동방대륙으로 향하다가... 우연히 찾아낸 새로운 대륙... 아주 넓고... 현재 식민지화가 진행중... 가장 뜨거운 호기심을 받고 있는... 모험의 땅..."
"흠...?"
신대륙이란 곳이 있었나?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그게 어디인지 알 것 같았다.
' 대양(大洋) 사이에 있는 곳을 말하는군.'
내가 천지사해를 다 돌아봤다지만 안 가본 곳이 있었다. 천축대륙은 거의 탐사하지 못했으며 서역 아래쪽에 있는 [검은 대륙]에도 가지 못했다. 또한 거대한 대양을 사이에 두고, 서역에서 더더욱 서쪽으로 가기에 도리어 동영이나 고려에서 동쪽이 되는 거대한 신대륙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서역인들은 그 대륙을 현재 탐사중인 듯 했다.
"어떻게 하면 신대륙으로 갈 수 있지?"
"스페인 포트벨 항구로 가면 된다...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인 카를 5세가 수시로 모험단을 모집해서... 신대륙으로 보내고 있고... 신대륙에서 대영제국과 전쟁을 하는 중이다... 모험단을 따라가면 될 것이다..."
"좋았어. 나머지 궁금한 건 좀있다 물어볼 테니까 일단 목갑에 들어가!"
쑤욱
나는 생 제르맹을 목갑에 집어넣고는 곧장 포트벨 항구라는 곳으로 알음알음 천신경의 술수를 써서 이동했다. 다행히 유명한 곳이라서인지 나중에는 딱히 영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행인에게 물어서 도착할 수 있었고, 나는 포트벨 항구에서 신대륙 지도를 얻어서 살펴보았다.
' 흠. 굉장히 멀군...'
대영제국으로 등평도수해서 건널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엄청난 거리였다. 배를 타지 않을 수 없는 거리였기에 나는 고민이 되었다. 이런 거리를 뛰어서 가는 게 가능할 것인가?
"... 편하게 가자."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 나는 곧장 전국옥새의 정령을 불러낸 후 말했다.
"양면윤전인쇄기의 발명가가 있는 장소가 어딘지 가르쳐 줘!"
[ 검색 중... 검색완료.]
전국옥새는 빠르게 그 위치를 찾아내고는 내게 좌표를 줬다. 정보가 있으면 그냥 검색한 다음에 그 좌표를 옮겨받아서 곧장 이동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좌표가 입력되자마자 바로 비등을 써서 이동했다.
파앗!
나는 넓은 좌표로 찾았기 때문인지 발명가와 딱 붙어서 이동하지는 않았고 근처의 둔영이 내려다보이는 장소에 와 있었다. 확실히 여긴 신대륙이며 언덕 밑에 묵고 있는 것은 서양의 모험단이나 병대였다.
"해냈다!"
이걸로 전 세계를 거의 다 한 번씩 돌아본 셈인가!
검은 대륙과 남극, 북극만 가면 이제 다 된 셈이다.
' 어?'
그 순간 나는 섬뜩한 기분이 등허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걸 느꼈다.
뭔가 이상하다.
우우우웅
내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을 때 저쪽 너머의 하늘에서 수정결정이 마치 구름처럼 응결되었다가 풀어지는 현상이 보였다. 저게 뭔가 싶어서 힐끔 쳐다보자, 나는 다음 순간 몸이 딱딱하게 굳고 말았다.
"......!!"
[옛 지배자]다!
' 뭐라고?!'
이렇게 오싹오싹한 느낌을 주고 신력(神力)만으로 주변의 공간과 차원을 뒤트는 느낌을 주는 건 [옛 지배자]밖에 없다! 잘은 모르겠지만 저 구름같은 수정결정은 틀림없이 [옛 지배자]였다.
쿠궁!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두세 마리의 [옛 지배자]가 더 나타났다. 거대한 눈알덩어리처럼 생긴 놈도 있었고 다리가 열여덟개나 되고 세모난 뿔을 갖고 있는 괴이한 거인도 있었다. 저 놈들도 [옛 지배자]였다.
' 히에에엑.'
나는 너무 놀라서 급히 비등을 써서 그 자리를 달아나려 했지만 비등이 써 지지 않았다.
' 제기랄!!'
나는 별 수 없이 근처의 동굴에 들어가서 모든 기척을 숨긴 채 죽은 듯이 모습을 감출 수밖에 없었다. 나한테서 관심을 끊고 멀어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발명가를 찾을 때가 아니다.
주르륵
땀이 흐른다. 나는 동굴에서 마치 야생동물과 같이 기척을 없앤 채 대기하면서 엄청난 긴장감이 심장을 스치고 지나가는 걸 알아차렸다. 긴장된 숨이 토해지려는 걸 억지로 참았고, 마치 심장을 토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
나는 동굴에서 천천히 나가서 [옛 지배자]가 사라진 걸 확인했다. 그리고 근처의 상황을 확인했다.
참극!
신대륙으로 탐험을 온 듯 한 서양 모험가들과 대규모 병단들이 모조리 안과 밖이 뒤집어져 있었다. 내장이 마치 혈관처럼 몸을 뒤덮고 있는 모습은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모조리 장기 일부를 파먹혀 있어서 차마 쳐다보기조차 힘들었다. 더 무서운 것은 아직까지도 목숨이 붙어있는 자들이 있는 듯 꿈틀거리고 있었다.
' 으으...'
방금 전 [옛 지배자]가 신대륙을 모험한 인간들을 상대로 맛있게 식사를 하고 간 것이었다. 수천 명의 인간이 늘어져서 학살당해 있었다. 나는 호랑이를 마주쳤다가 살아남은 기분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제길.. 얼른 발명가의 영혼이나 불러내고 도망쳐야겠군."
나는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이런 곳에서 더 이상 탐색을 할 수는 없다.
신대륙!
이 곳은 야생의 [옛 지배자]가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는 장소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