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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여동빈은 잠시 침묵하다가 그녀의 질문에 단호하게 대답했다.
“틀렸소!”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대신에 검에 맺힌 검강을 한층 강하게 돋우며 말을 이었다.
“당신은 그저 개인의 아집으로 타인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이상향을 실현하려 할 뿐이오. 그리고 그 말로 자기 자신마저도 속이며 세상을 우롱하고 있소. 당신이 사악한 존재들과 손을 잡아 요괴와 이족을 불러냈기 때문에 희생된 인간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소? 그런 당신이 설령 신이 된다고 한들 현재의 인간들이 구원받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소.”
“…….”
“측천무후, 대화는 끝이오. 난 지금의 세상부터 구하겠소.”
“그런가….”
“그럼 잘 가시오.”
스각
여동빈의 일 검이 소리소문없이 측천무후의 목을 베었다. 너무나 빠르면서도 정밀한 검격이라서 측천무후의 목이 서서히 밀려서 떨어졌고 그녀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녀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여동빈은 그녀가 이족으로 부활 할지 살폈지만 역시 그런 기색은 없었다. 순수한 인간의 육체였다.
‘측천무후는 이족화되지 않았었군….’
어째서 일까?
여동빈은 순간 의문이 들었지만 그 의문을 다시 잠재웠다. 생각하고 고민하고만 있기에는 남겨진 여유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여동빈은 그녀의 수급을 집어 들고 지하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여동빈이 황궁의 전면으로 나오려 할 때였다.
“역시 측천무후를 죽였구나, 여동빈.”
황궁의 정문을 단 한 명의 여인이 가로막고 있었다. 거대한 낫을 들고 있는 그 미려한 여인을 쳐다본 여동빈은 강하게 그녀를 노려보며 대꾸했다.
“상관완아.”
“예전과 달리 아무런 망설임이 없군. 더 강한 신념이 느껴져.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는가?”
“내가 측천무후를 벨 것을 알았다면 어째서 날 막지 않았지?”
여동빈의 질문에 상관완아는 훗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글세…. 나로서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서겠지.”
“…….”
여동빈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더 생각해 봤자 상대방의 흐름에 말려들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동빈이 재차 투기를 끌어 올리자 상관완아가 마주 낫을 들었다.
쿠구궁!!
이윽고 여동빈과 상관완아가 재접전을 펼쳤다. 본디 상관완아의 실력이 여동빈보다 훨씬 앞섰으나, 여동빈은 그녀와 정면으로 싸우면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아 챈 상관완아가 놀란 듯 말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역량이 올랐단 말인가? 네게 어떤 기연이 찾아 온 거지?”
“웃기는 소리.”
여동빈은 호통을 치며 그녀를 노려 보았다.
“이 시대를 네 맘대로 휘두를 수 있다 생각하지 마라. 상관완아!!”
퍼버벅
여동빈이 뻗어낸 육의성천도의 기운이 갑작스럽게 궤도를 변화시키더니 유성우처럼 변해서 상관완아를 격중시켰다. 상관완아는 투명한 보호막을 소환해서 공격을 막았지만, 여동빈의 검기가 한층 강해지자 상관완아의 보호막이 꿰뚫리며 그녀의 팔이 날아갔다.
“……!!”
그 순간 두 사람의 얼굴에 상반된 반응이 교차했다. 왜냐하면 지금의 일격이 먹혔다는 건 여동빈의 실력이 드디어 상관완아와 대등, 혹은 그 이상에 도달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서로가 그 사실을 느꼈기에 희비가 교차한 것이다.
‘할 수 있어!’
여동빈은 크게 자신감을 얻고 화룡신검의 출력을 끌어올렸다.
현재 이 시대의 모든 혼란은 상관완아가 주도한 것 - 그렇다면 눈앞의 괴녀만 쓰러뜨린다면 모든 환란이 종식되리라!
그렇게 생각한 여동빈이 화룡진인과 영혼을 공명시켜서 더 강하게 몰아붙이려 할 때였다.
투두두둑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어져 있던 상관완아의 팔 가죽이 마치 비늘처럼 떨어져 내렸다. 상관완아의 눈빛은 엄청난 귀기(鬼氣)를 토해내며 공간을 일그러뜨리고 있었으며 명백히 지금까지와는 다른 위세를 멸치고 있었다. 여동빈은 신검합일의 기세를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상관완아가 내뿜는 존재감 때문에 멈칫거리며 거의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고오오오
상관완아의 입에서 딱딱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설마… 인간의 업으로… 이 짧은 시간에 여기까지 도달했다고…. 그럼… 더 이상 이 모습으로는 상대할 수 없겠군….”
여동빈은 말이 이어질수록 자신의 몸이 크게 움츠러드는 걸 느꼈다. 눈앞에 있는 상관완아가 인간의 탈을 집어던지고 ‘다른 것’으로 변하려 한다는 사실을 느꼈기 때문이다.
“……!!”
그리고 수많은 전투경험을 지니고 있는 여동빈은, 상관완아가 변신하는 순간 그녀가 지금까지보다 수십 배는 더 강해질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변신형 이족들은 대부분이 그랬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여동빈의 능력으로는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처참하게 살해당할 것이다.
그는 내심 기가 막혀서 이를 악물었다.
‘말도 안 돼! 지금까지만 해도 강호의 모든 고수를 농락할 만큼… 절대지경과 자웅을 가릴 만큼 강했는데, 여기서 더 강해진다고…?!’
뭔가 다르다.
상관완아는 여동빈이 여태껏 퇴치해 온 그 어떤 이족과도 다른 존재였다. 이족이 품고 있는 특유의 마(魔)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데 정작 지닌 힘은 마왕(魔王)이나 다름없었다. 대라신선이 여럿 합공하지 않으면 잡을 수 없을 정도의 막강한 존재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좋다… 여동빈…]
상관완아의 모습이 크게 변형했다. 그녀의 모습은 왜곡 속에서 일그러지며 ‘무언가’로 변해가고 있는 중이었고, 그 과정에서 차원이 뒤틀리며 어마어마한 흉기(凶氣)를 내뿜었다.
[나… 그대에게 경의를 표하여… 본체로서 신화(神化)하여 상대해 주마….]
그 때였다.
파지지직!!
[크윽…!!]
갑자기 그녀의 몸을 엄청난 뇌전이 에워싸며 거대한 법진(法陣)이 맴돌았다. 법진에 갇힌 상관완아는 귀찮다는 듯 거대한 야수의 손을 허우적거렸으나 법진은 깨질 듯 깨지지 않았다. 그리고 상관완아가 세상의 끝에서 낼 법한 끔찍한 소리를 흘리며 자신의 몸을 꿈틀거릴 때 머나먼 곳에서 어떤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는 안 되지. 왜 혼자서 막 나가는 거냐.”
누구인가?
여동빈은 황궁의 담장 위에 떠 있는 ‘어떤 존재’를 쳐다보았다. 그 존재는 고대의 가사와 법의를 걸치고 있었으며 명백히 승려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또한 외모가 매우 준수하고 영준했는데 그가 바로 상관완아의 신화를 막은 존재인 듯 했다.
상관완아를 술법으로 옭아맨 그 존재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이런 곳에서 본체를 드러내면, 인과율을 획득한 삼황오제가 널 쳐죽이러 온다고. 설마 여동빈만 죽이고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냐? 제곡과 요순이 바로 중원 전역에 결계를 치면 도저히 뒷감당이 안 될 거다.”
“…….”
“얌전히 물러나자. 어차피 우리 계획은 막바지에 접어들었으니 팔선은 막지 못한다.”
[알았다….]
스스스스
잠시 후 그들은 사라져 버렸다. 여동빈은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문득 자신의 손이 떨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상관완아의 본체가 모습을 드러내면 얼마나 강할지를 절대지경의 감각으로 예상해 버렸기 때문에 뜻하지 않은 공포가 엄습해 온 것이다. 여동빈은 무력감 때문에 이를 악물었다.
“…크윽…!!”
이미 여동빈은 천하제일고수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런 여동빈조차도 인외(人外)의 존재, ‘바깥’에서 온 자들을 상대하면 어린아이 취급을 받고 만다. 차마 형용하기 어려운 모순과 불합리한 힘의 격차 때문에 여동빈은 처절한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까지 힘의 차이가 난다면 -그 동안 수천 수만 번을 싸우며 생사의 고비를 넘겨왔던 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도대체 얼마나 강해져야 하는 걸까?
강해진다고 해서 상관완아의 본체를 이길 수 있을까?
한탄하고 있는 여동빈이었지만 그 순간 그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두근!!
“……?!”
여동빈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다시 한 번 그 무한의 나선이 펼쳐져 있는 공간에 와 있었다. 여동빈은 스승의 영혼을 찾았으나 화룡진인은 이 공간에 초대받지 못한 듯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여긴 무신의 공간….’
아무래도 시간이 멈춘 듯한 찰나에 이곳으로 불려온 듯 했다. 하지만 어째서 무신이 자신을 또 부른 것일까?
그가 의아해하고 있을 때 갑자기 허공에 무언가 글자가 쓰여졌다.
받아들여 그 글자는 잠시 후 사라지고 말았다. 여동빈은 그 글자를 보자 경직했지만 이내 뛰어난 이해력으로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무수히 떠 있는 나선과, 그 옆의 무기들 -
그 나선에 손을 뻗어서 그 토할 것 같은 끔찍한 기분, 천상과 나락을 다시 반복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어째서?
무신은 과연 여동빈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가?
그 행위로 대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여동빈은 마음속이 복잡했지만 어찌되었든 이 공간에서 탈출하려면 무신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여동빈은 무신처럼 엄청난 존재가 설마 자신을 쉽게 해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 일단 손을 뻗어서 나선에 접촉했다.
쿠구구구
“큭… 으으윽…!!”
여동빈은 예전처럼 천상과 지옥을 오가는 듯한 극렬한 등락감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절대지경인 데다 가공할 정신력을 지닌 여동빈 조차도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여동빈은 예전과는 달리 그나마 의식을 차린 상태로 이 혼란이 점차 수습되는 걸 느꼈다.
우우우….
또 다시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토할 것 같은 기분만 얻었다. 하지만 여동빈은 바닥에 엎어져 있던 그 순간에 머릿속에서 뭔가가 스쳐지나 가는 걸 느꼈다.
‘이건…?'
알 것 같다.
전혀 감조차 잡히지 않던 육의성천도의 결(決)을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
원래라면 수십 수백 년 동안 천계에서 계속 수련해야만 얻을 수 있을 수 있는 경지였지만 지금의 여동빈에게는 성큼 다가와 있었다. 여동빈은 자신이 나선을 취하기 직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순간 여동빈은 마음속에 욕심이 생겼다.
‘이 나선을 많이 받아들이면 받아들일수록 나는 강해지는 건가? 그렇다면….’
가능하면 많이 받아들여서 힘을 얻겠다!
그렇게 생각한 여동빈은 또 다른 나선으로 손을 뻗었지만 바로 다음 순간 기절해 버렸다.
“깨어났구려.”
여동빈이 깨어났을 때는 눈앞에 옥룡신군이 있었다.
“백련교 고수들과 함께 황궁 앞에서 기절해있는 당신을 구해왔소.”
“음….”
“현재 측천무후가 시해당했기에 낙양의 정국이 혼란에 빠졌소. 혹시 당신이 한 짓이오?”
“…….”
“아무튼 간에 나는 원래 얘기한 대로 백련교와 손을 잡고 한씨세가 전체를 그들에게 의탁하기로 했소. 또한 나는 화신류(火神流)의 새로운 제자가 되어서 이제부터 백련교인으로 살아갈 것이오.”
그렇게 말한 옥룡신군이 말을 이었다.
“앞으로 천하가 어떻게 흐를지 짐작도 안 되는구려….”
여동빈은 그의 말 대로라고 생각했다.
측천무후를 베어서 종말의 거룡을 막았다고 생각했지만, 상관완아와 그의 동료는 건재하다. 자신이 싸워 나갈 운명은 아직 조금도 바뀌지도 않았다고 생각한 여동빈이었다.
‘끝나지 않았어….’
그리고 여동빈의 예측은 맞아들어갔다.
그로부터 1년 후 낙양의 정국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당(唐) 제국이 붕괴하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건괵재상 상관완아까지 실종되어버리자 무능한 관료들만이 남았고, 그들은 우왕좌왕하다가 주변의 군벌들에게 참살당하고 말았다. 나눠진 지방영주와 군벌들은 각지에서 군세를 일으켜서 새로운 혼돈의 시대를 열었고, 그로부터 2년 후 당 제국은 완전히 멸망해버렸다.
그리고 당 제국은 분열된 상태로 오대(五代)와 십국(十國)으로 나뉘어졌으며 오대는 중원을 차지했고 십국은 변방의 영토를 통치했다. 그들 사이에 무수한 소국이 나타났고 전쟁 또한 끊이지 않았다. 바야흐로 난세가 시작된 것이다.
여동빈은 함부로 측천무후를 참한 죄를 물어서 한 차례 천계로 압송되었으나 곧이어 풀려났다. 고작해야 심문을 한 번 받은 걸로 끝났으며 그나마도 제대로 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도리어 여동빈이 의아해하고 있자 화룡진인이 말했다.
[아무래도 천계 또한 당 제국이 부서지기를 바랐던 모양이구나. 그래서 너를 치죄하지 않고 계속 써먹으려는 것이다.]
“대체 무슨….”
[…그 상관완아라는 자의 말이 맞다. 천계는 딱히 정의로운 곳이 아니다….]
여동빈은 세상만사에 염증이 났다.
이제 와서 대체 뭘 한단 말인가?
요괴와 이족은 이제 세상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인간들의 삶도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그에 비례해서 인간세상에서는 무수한 전쟁과 학살이 반복되었고 그 현장에서 여동빈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요괴나 이족을 쓰러뜨리는 것이 그의 주요임무였고 인간의 정치에 더 이상 끼어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산야에서 조용히 도를 닦고 있던 여동빈이 염세적인 어조로 말했다.
“스승님. 저는 더 이상 신선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만신전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미안하구나. 그건 나도 모르겠다.]
“…….”
[내가 소멸되면 응룡에게 되돌아가는 것만 알고 있을 뿐…. 만신전이 어떤 장소이며 어떻게 갈 수 있는지는 나도 알 수가 없구나.]
그들이 대화를 하고 있을 때였다.
쿠구구구….
“아니?”
뭔가 대지가 진동하고 있었다. 여동빈은 대지의 용맥이 심상치 않게 뒤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주변을 둘러보았고, 이윽고 팔선들과 모여서 이변의 이유를 조사했다. 그리고 천계에 지령을 받으러 갔다 온 장과로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되돌아와서 팔선에게 말했다.
“…천계에서 명하기를… 아무것도 하지 말고 대기하라고 하네.”
“네? 무슨 말입니까?”
종리권이 화들짝 놀라서 말했다.
“지금 중원의 구주는 물론이고 옆에 있는 반도와 섬나라, 대양까지 모두 지맥이 뒤흔들리고 있습니다. 용맥이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상태인데 가만히 있으라고요?”
“…….”
“잘못 들으신 거 아니요, 장 선배? 나이가 먹어서 치매가….”
“진짜다. 천계에서는 우리 팔선에게 지령을 내리기를 아무것도 하지 말고 대기하라고 했다.”
“…말도 안 돼.”
종리권은 물론이고 좌중에 모여 있던 팔선들이 아연해했다. 이대로라면 세상이 멸망할만한 거대한 자연 재해가 덮쳐올 것이고, 그 규모는 역사상 전무후무했던 수준이 될 것이리라. 그들은 여러 번 천계에 다시 의견을 물어봤으나, 결과적으로 팔선에게 등선을 시켜줄 테니 모두 천계로 올라오라는 답변만이 나왔다.
물론 팔선 모두는 충분히 천계로 올라가서 신선이 될 만한 자격과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 뻔히 망할 위기인데도 자신들만 올라가서 신선이 되라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모두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였다.
파밧
여동빈은 뛰쳐나가듯 망량선사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를 만나서 질문했다.
“망량선사여.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까?”
망량선사는 화신을 보내서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가볍게 대꾸했다.
[예정되었던 대로 종말의 거룡이 부활하는 중이지. 지금은 전조에 불과하다.]
“…….”
[놈들이 제대로 머리를 쓴 거지. 삼황오제는 딴 짓하다가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고.]
중얼거리던 망량선사가 말했다.
[더 궁금한 게 있어 보이는데?]
“천계에서는 왜 우리에게 나서지 말라고 하는 건지 알 수 있습니까?”
[나서봤자니까 나서지 말라고 하는 거지. 이 판에 너희 같은 하급신선이 뭘 할 수 있단 말이냐?]
망량선사의 새까만 눈동자가 여동빈을 쳐다보았다.
[더 나대지 마라. 예정된 종말의 시기가 곧 찾아올 것이다.]
[종말의 거룡이 일단 이 세상을 한 번 청소해서 생명체가 없는 땅으로 만들 거다. 아마 행성의 지반 째로 먹어치우지 않을까? 그리고 인과율을 모조리 먹어치우는 놈의 특성상 삼황오제에게 주어진 시간은 엄청나게 줄어들겠지. 그래…. 적어도 천 년 이상.]
“뭐라고요.”
이어진 망량선사의 말에 여동빈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조만간 [옛 지배자]가 모두 강림하여 흉신(凶神)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거란 말이다. 본디 정해진 종말의 시기를 천 년 이상 앞당기는 게 놈들의 계략이었고, 천계와 삼황오제는 멋지게 당해버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