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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631화 (630/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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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여동빈은 어검비행술을 써서 검 위에 올라탄 채 낙양의 내부로 진입했다.  그리고 사전에 들었던 대로 한씨세가의 가주와 접촉했다. 한씨세가의 현 가주는 옥룡신군(玉龍神君) 한금월(韓錦月)이라는 인물이었는데 그는 여동빈과 만나자마자 말했다.

“검선이여. 사정이 그러하다면 지금 측천무후를 직접 치는 일은 안 될 말이오.”

“뭔가 알고 있는 게 있소?”

옥룡신군은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측천무후는 세상이 혼란스러워진 후 신변의 위협을 경계해서 강호의 최고수들을 불러 모아 육걸(六傑)을 결성했소. 육걸은 모두가 현 무림의 십대고수이며 나도 한때 거기에 속해있었소. 허나 나는 그 자리를 벗어났소.”

“그 얘기는 들었소. 왜 육걸의 지위를 벗어던진 것이오?”

“힘을 준다는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이오.”

"……?!"

옥룡신군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얼마 전부터 건괵재상이라 불리는 상관완아가 육걸 모두에게 은밀한 제안을 했소. 자신이 더욱 엄청난 힘을 줄 수 있으니 자신을 따르겠냐고…. 물론 나는 처음에는 그게 미친 소리라 생각했고 다른 육걸도 마찬가지라서 그녀를 무시했으나, 점점 한두 명씩 그녀에게 포섭되어 갔소.”

“상관완아.”

“그리고 그들은 언젠가부터 황궁 지하와 모처에서 뭔가를 제작하는 듯 했소.”

상관완아!

그녀는 현재 명목상으로는 일개 궁인(宮人)에 불과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측천무후의 총애를 받아서 많은 관원들의 표문과 상주문은 대부분 그녀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면서 내사인(內舍人)이라 불렸다.  또한 측천무후가 즉위한 후에는 궁중 안에서 권세를 휘둘러 건픽재상(巾?宰相)이라 칭해질 정도였으니, 그녀는 실질적으로 현 대당제국의 재상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내게 패배를 안겨 준 존재….’

여동빈은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된 이래로 계속해서 그녀의 뒤를 쫓았다.  그리고 엄청난 괴력을 숨긴 채 대당제국의 배후에서 마음대로 정치와 경제를 조종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궁중 내부에서 무림 최고수들에게도 타락의 제안을 한 것이다.

도대체 상관완아는 어떤 존재인가?

여동빈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꾸했다.

“현 무림의 최고수인 육걸이 괴이한 힘을 내려 받아서 훨씬 더 강해졌을 거란 말이군.”

“그렇소. 현재의 황궁은 용담호혈이오. 날고 기는 자라고 하더라도 황궁에 침입하는 순간 죽고 말 것이오. 그건 당신들 팔선도 다르지 않소.”

드르륵

여동빈은 말이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냉엄하게 말했다.

“앞장서시오.”

“아니, 무슨….”

“내 목표는 측천무후를 조사하는 것이오. 어설프게 적을 두려워하여 시간을 낭비함은 있을 수 없는 일! 당신이 조금만 도와준다면 금방 끝낼 수 있는 임무요.”

옥룡신군이 어이가 없다는 듯 무림에서 가장 잘생겼다고 소문난 그의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내 말을 듣긴 한 거요? 현 대당제국 무림 십대고수 중 여섯 명이 거기에 있다니까….”

“그래서?”

“…….”

“따라오시오. 지체할 필요가 없소.”

파밧

여동빈은 어검비행술을 써서 하늘로 뛰쳐 올랐다. 옥룡신군은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별 수 없이 화영미리보를 써서 그를 뒤따라 갔다.

잠시 후 여동빈은 옥룡신군과 함께 대당제국의 황궁으로 진입했다. 황궁으로 진입한 여동빈은 곧장 자신과 주변의 기운을 동화시켜서 기척을 숨겼는데, 옥룡신군이 감탄한 듯 여동빈에게 전음을 보냈다.

[굉장하군. 검선은 은신술도 강호 일절이란 말인가?]

[당신은 측천무후의 위치를 알고 있을 것이오. 그녀는 어디 있소?]

[내가 안내하겠소.]

옥룡신군은 한때 육걸로 황궁에서 지냈기 때문에 내부구조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수많은 황궁건물을 지나서 여동빈을 안내하자 머지않아 내전에 들어섰고, 여동빈은 강대한 기운이 자신을 둘러싸는 걸 알아차렸다.

스스스스

기운은 총 여섯 개였다. 그들은 검선과 옥룡신군을 둘러싸서 포위한 상태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는데, 모두가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들 중 가운데에 있던 자가 팔짱을 낀 채로 말했다.

“옥룡신군. 감히 외인을 데리고 황궁에 침입하다니…. 너희 한씨세가의 구족이 멸할 것이다.”

그러자 옥룡신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어차피 육걸에서 탈퇴한 순간부터 너희가 언제고 우리 세가를 쳐서 멸문시키려 했다는 건 알고 있다.  어디서 선심을 쓰는 척….”

“크흐흐흐…. 누굴 데려왔는지는 몰라도 여기가 너희 무덤이다.”

그가 광소를 터뜨리며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어서 옥룡신군을 공격했다.  옥룡신군은 자신의 허리춤에 있던 연검을 빼어 들어서 가전검술을 펼쳤다.

용왕검 (龍王劍)!

까강

강호 십대고수로 꼽히는 옥룡신군 답게 습격자와 검강을 맞부딪히며 큰 격돌음을 냈다. 하지만 용왕검법을 펼치던 옥룡신군은 순식간에 내상을 입으며 얼굴빛이 흙빛으로 변했고, 열 초수를 견디지 못하고 토혈하며 뒤로 물러섰다.

“커헉….”

가볍게 옥룡신군을 압도한 자가 껄껄 웃었다.

“크하하하. 겨우 이 정도냐 옥룡신군?"

“혈사자(血獅子)… 기껏 사파 우두머리인 네놈이 어떻게 이런 내공….”

옥룡신군은 믿을 수 없는 듯 했다. 옥통신군 또한 강호의 초절정고수라서 지닌 내공이 굉장히 높았는데 그런 그를 압도할 정도의 내공이라니! 상대가 사파출신이라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믿을 수가 없었다.

“크크크! 네놈은 오십 초면 나 혼자서도 목을 딸 수 있겠구나. 예전부터 반반한 얼굴 믿고 설치던 네놈이 마음에 안 들었다.”

혈사자가 광소를 터뜨리며 고개를 까닥였다.

“저 놈들을 붙잡아라!”

쏴아앗

혈사자를 포함한 다섯 명의 고수가 거의 동시에 달려들었다. 그 순간 검선 여동빈의 눈이 번득였다.

천둔검법(天遁劍法)

육의성천도(六意聖天圖)

여동빈의 의지가 펼쳐지자마자 마치 촘촘한 빗방울 같은 검기가 수십 만 개나 만들어져서 전방을 휩쓸었다. 달려들던 육걸 중에서 두 명은 기겁하며 자신들의 호신강기로 공세를 막아내려 했으나 그들은 이윽고 잘 다진 육편이 되고 말았다.

퍼버버벅

마치 젖은 종이를 쇠침으로 꿰뚫는 듯 했다.

“으아아악.”

“뭐…뭐야?!”

앞서 공격하던 두 사람이 다진 고기가 되어버린 걸 본 세 사람의 육걸이 깜짝 놀라며 뒤늦게 신법을 발휘해서 회피했다. 그러나 그 순간 여동빈은 자신의 검을 허공에 띄우며 의념절기를 발휘했다.

어검(御劍)

여동빈의 눈빛에서 창노한 불꽃이 피어났다.

천둔검법(天遁劍法)

구극패왕참(求極覇王斬)

초패왕의 검예 96초에서 가장 살기 넘치고 강력한 패도의 일참!

고오오오

다음 순간, 여동빈이 열 자루의 어검을 뿌렸고 그 어검은 마치 태산을 쪼갤 듯 수십 장의 크기로 거대해졌다. 거대해진 어검은 엄청난 속도로 세 명의 육걸을 베었고, 그 공격은 도저히 그들의 무공실력으로는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것이었다.

푸콱

후두두둑….

구극패왕참이 그들을 호신강기 째로 절단해서 수십 조각의 혈편으로 만들었고 잠시 후 핏덩어리가 하늘에서 후두둑 떨어졌다. 어검을 회수한 여동빈은 천천히 소리 없이 자신의 장검을 등 뒤의 검집에 집어넣었다.

“……!!”

뒤로 물러서서 내상을 다스리고 있던 옥룡신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경악해서 덜덜 떨며 중얼거렸다.

“세…세상에. 검선 당신은… 절대 지경이었구려.”

“…….”

여동빈은 대꾸하지 않았다. 옥룡신군을 무시하거나 그의 질문을 듣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지금 여동빈은 방금 전에 육걸을 베어 넘기면서 두 가지 신경 쓰이는 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첫째, 자신은 방금 육의성천도를 펼치면서 비(雨)의 기운이 어떻게 운행되는지 깨달은 듯 했다. 평범한 자들과 겨룰 때는 알 수 없었던 것이지만 초절정고수들이라 제법 버텨줬기에 기술을 한층 연마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점차 천지해풍운우의 기운을 구별해서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아직까지 육걸은 전멸한 게 아니다. 한 명이 남았다.

여동빈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 공간은 아무리 봐도 텅 비어있었지만 여동빈은 거기로 강력한 살기를 쏘아 보냈고, 이윽고 거기에서 한 신형이 튀어나왔다.

“이거이거… 너무 강한 거 아니야?”

“그대는 왜 다른 다섯 명과 합공하지 않았지?”

“해봤자 이길 수가 없으니까 말이지. 난 저 바보들과는 달리 상대방과의 실력차이 정도는 알고 있다구. 그리고 싸움은 내 전문이 아니야.”

끌끌거리며 웃은 괴인이 말을 이었다.

“나는 이만 물러나지. 당신들이 궁중을 휘저어주면 내 목적도 달성하기 쉬워지거든…. 옥룡신군의 후임으로 들어온 보람이 있구만.”

“그대는 누구지?”

“나야말로 천하제일의 도둑! 신투지존(神偸至尊)이라고 불러주게?”

휘리릭!!

자칭 신투지존이라 한 자가 갑작스럽게 은신술로 모습을 감췄다.

퓨웅

여동빈은 그가 사라지기 전에 한 줄기 어검을 쏘아보냈지만 신투지존은 가볍게 그의 공격을 받아넘긴 듯 했다. 여동빈은 어검을 회수하며 생각했다.

‘엄청난 고수군. 다른 어중이떠중이들과 달리 절대지경을 앞두고 있는가….’

방금 발출한 어검은 육걸을 찢어발길 때 썼던 것과 대등한 위력이었다. 그런데도 그에게 상처를 입히지 못했으니 신투지존은 다른 육걸과는 차원이 다른 실력이 분명하다.

하지만 여동빈에게는 훨씬 미치지 못하는 실력이다. 직접 겨루면 이백 초 내에 승부를 가를 수 있으리라. 본인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여동빈과 부딪히는 걸 꺼리고 도망친 것이다. 도둑의 본분은 싸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여동빈이 일순간 상대의 실력을 재어보고 있을때 신투지존의 육합전성이 장내에 울렸다.

[좋은 정보를 하나 주지. 상관가문의 지하가 수상하다네?]

여동빈을 움직여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게 분명했다. 신투지존의 목적은 아마도 황궁에서 무언가를 훔치는 것이리라.

“…….”

여동빈은 잠시 침묵한 후 옥룡신군에게 손을 뻗어서 그의 내상을 치유해 줬다. 옥룡신군은 부상을 다스리고 일어나며 혀를 내둘렀다.

“오늘 천외천을 본 느낌이구려. 헌데 도사가 이렇게 쉽게 살계를 열어도 괜찮소?”

“상관없소. 그들은 이미 인간이 아니니.”

“응?”

주르르륵….

그 때 죽은 육걸의 시체에서 초록색 피가 흘러나오더니 마물(魔物)이 그 피에서 서서히 일어서기 시작했다. 흉측하고 괴악한 하급마물이 태어나는 걸 보자 옥룡신군은 말문이 막혔고, 여동빈이 여상한 말투로 말했다.

“이 시대에 흔히 있는 일이지. 고강한 무인이 한 차원 위의 강함을

추구하고자 마(魔)를 받아들여 괴물이 되는 일은….”

“…….”

“신투지존이란 자는 마를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놓아줬소.”

퍼버벙

여동빈은 검기를 뻗어 가볍게 뒤처리를 끝냈다. 그리고 말했다.

“당신은 이만 돌아가시오. 그리고 백련교에 구조를 요청하시오.”

“…알았소.”

옥룡신군은 스스로가 짐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타다닷

여동빈은 궁궐 내부로 진입했다. 그리고 내부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이계의 악취와 사악한 기운이 창궐하는 걸 느꼈고, 이윽고 이계의 사악한 구조물이 대놓고 펼쳐져 있는 것도 발견할 수 있었다. 화룡진인이 신검 내부에서 그 광경을 들여다보다가 말했다.

[암천향의 이계를 여기로 옮겨왔구나.]

“스승님. 측천무후도 이족이 되었을까요?”

[글쎄… 헌데 뭔가 이상하구나.]

“뭐가 말입니까?”

[힘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이런 분위기로 소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건 좀 더 특별한 의식을 위해 마련된 공간 같구나.]

"……?"

여동빈은 잘 알 수가 없었지만, 본디 응룡의 화신인 화룡진인에게만 느껴지는 감이 있는 모양이었다. 여동빈이 더욱 내부로 들어가서 소용돌이 모양의 계단을 내려가자, 그 밑바닥에는 한 여인이 서 있었다.

고귀한 옷과 외모 -

약간 주름져 있으나 결코 30대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 얼굴이 희고 투명했다. 동시에 근엄하면서도 타 존재를 아래로 보는 오만함이 깃들어 있는 그 얼굴의 주인이야말로 현 대당제국의 주인이자 황제인 측천무후였다.

측천무후는 여동빈을 발견하자 말했다.

“조금 전에 보고를 받았다. 그대가 검선 여동빈인가?”

여동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검을 겨누었다.

“나, 팔선의 대표로서 측천무후 그대의 목숨을 거두겠소.”

당초 목적은 탐색이었지만 이토록 노골적으로 이계의 힘을 빌리는 걸 알게 된 이상 결코 놔둘 수 없다. 여동빈은 이 자리에서 끝장을 내 버릴 생각이었다. 여동빈의 살기를 마주한 측천무후가 몸을 움찔했지만 그녀는 흔들림 없이 말했다.

“검선이여. 여(余)는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무슨 말이오?”

“그대는 선도(仙道)이니 내 질문에 대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여동빈은 차분하게 측천무후를 살펴보았다. 측천무후는 아무리 봐도 여동빈에게 대항할 전투력이 없었기에 그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측천무후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그대는 명계에 정상적으로 갈 수 없소.”

“그럼?”

“그대의 영혼을 천계에서 거두어 우선 심판할 것이오. 천계의 대라신선들이 모여서 1차로 죄의 크기를 판단하고, 삼청과 옥황상제의 사어가 그대의 형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될 것이오.”

“심판이라. 그 심판을 받았을 때 내 죄가 크면 얼마나 고통스러운 형벌을 받는 거지?”

“천계 곤륜산의 뇌옥에 가둬진 채 수백, 수천 년 동안 참회하게 될 것이오.”

“후후후… 그것뿐인가?”

측천무후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고작 그것뿐인가….”

마치 얕보는 듯한 소리에 여동빈은 어이없어했다.

“무슨 소리요?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형벌인지 알고 하는 말이오?”

“글쎄…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테지만, 적어도 그대에게 들은 형벌은 내가 상관완아를 통해 보았던 종말의 지옥보다는 덜하구나.”

“……!!”

종말의 지옥!

여동빈은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여동빈이 굳어 있을 때 측천무후의 말이 이어졌다.

“상관완아는 내게 죽고 나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줬다. 만신전으로 향하기 위해서 능력 있는 자들의 영혼이 지상을 떠도는 망령이 되는 길… 명계로 향하는 길… 그리고 그 모든 결과가 결국… [옛 지배자]의 먹잇감이 되어서 영겁토록 고통 받는 생지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상관완아가 여를 속였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 믿는다.”

측천무후가 잠시 허공을 쳐다보다가 말했다.

“여(余)는… 본디 이 대당제국을 내 자식처럼 생각했다…. 내 자식이 대를 이어서 통치할 것이기에 여태껏 탐관오리를 척결하며 호족을 견제했고… 제도를 정비해서 백성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게 하려 노력했다."

“…….”

“내 일신의 안녕을 버리고 오로지 제국을 부흥시키는데 모든 몸과 마음을 바쳤지.”

저 말은 사실이다.

민간에서 무수히 욕을 먹는 측천무후였으나 그녀는 분명히 강단있고 정치력 있는 여걸이었으며 통치 초기에는 당나라를 크게 부흥시켰다. 이후에 요괴와 이족이 쏟아져 나오지 않았다면 그녀는 전무후무한 성군으로 추앙받았으리라. 그래서 학자들은 난데없이 측천무후가 실정(失政)을 거듭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 했다.

“허나… 죽고 난 후 모든 것이 지옥이라면… 이 모든 게 무슨 의미가 있으랴? 여동빈이여…. 천하의 모든 것이 절망을 향해 달려갈 수밖에 없다면… 천하의 통치이며 황제의 권력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여동빈은 측천무후의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종말!

그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는 여동빈은 측천무후의 절망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여동빈이 침묵하고 있는 동안 측천무후가 말했다.

“그래서 여는 신(神)이 되기로 한 것이다.”

“신?”

측천무후가 잔잔하게 말을 이었다.

“상관완아의 도움을 받아서 신이 되어 암천향에 오른 후, 현 대당제국에 살고 있는 신민(臣民)들의 영혼을 거둬서 종말에서 구원받게 할 것이다. 하급신이 되어 자신만의 만마전을 꾸릴 수 있다면 그곳에 자신의 권속을 거두는 건 가능하다 들었으니.”

“뭣….”

여동빈은 곤혹스러운 눈으로 측천무후를 쳐다보았으나 그녀의 눈빛은 진심이었고 한 톨의 사심이나 거짓도 없었다.

“여동빈이여…. 여는 신이 되어서 짐의 백성을 구원하고자 한다.”

그녀는 담담한 눈으로 여동빈을 쳐다보았다.

“내가 틀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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