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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614화 (613/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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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제갈부와 마주선 나는 예전과 달리 크게 긴장되지 않음을 느꼈다. 예전에는 실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제갈부의 무공과 술법에 계속 몰려서 패색이 짙었으나, 지금은 그 때와는 다르다. 그 당시보다 열 번 이상 전생하면서 실력을 쌓았기 때문에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 저 놈은 초절정의 무공과 최고수준의 술법을 익히고 있다.'

보통 인간이 평생동안 한 분야에 정진해도 손에 넣기 힘든 달인의 경지를 무공과 술법 모두에서 젊은 나이에 성취해버린 초천재! 그렇기에 제갈부는 중원지보라고 불리며 경외의 대상이었으며 명실공히 중원 최고의 후기지수였다. 원래라면 표사일이나 하던 내가 그와 맞서려 드는 것은 그저 하찮은 발버둥에 불과할 것이다. 설령 뇌신류의 사범자격을 딴 상태였다 해도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 저 놈의 단점을 이미 알고 있다. 나는 씨익 웃으며 그에게 검을 겨누며 말했다.

"선공은 양보할까? 아니면 내가 먼저?"

"흥!"

제갈부는 다소 날카로운 표정을 짓다가 손끝에 오행술(五行術)을 시전해서 공중에 띄웠다. 다섯 가지 속성의 원소가 웅웅대며 원구의 형태로 뭉쳤고, 그건 이윽고 빠른 속도로 내게 날아왔다.

타타탕!

' 크기는 작아도 하나같이 살벌한 위력이군...'

나는 검기를 운용해서 오행술 공격을 쳐 냈으나 손끝의 느낌이 묵직했다. 손가락 마디만한 조그마한 크기와는 달리 오행술 하나하나는 인간을 즉사시킬만한 자연지기가 응축되어 있었다.

휘리릭

나는 놈이 연속공격을 해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바로 다음 순간 제갈부는 축지법을 사용해서 장내에서 멀어졌다. 나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삼십여 장이나 벌렸으니 명백히 나와 접근전을 벌이는 걸 경계한다는 뜻이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몸 주변에 부신술로 결계를 만들어서 방어를 시작했다.

' 흐흐... 역시 그렇군.'

평소라면 제갈부가 무영창으로 중상급술법을 써대는 숙련도에 경악하고 감탄하겠지만 나는 이제 그렇게 수준이 낮지 않다. 제갈부의 화려한 기술 이면에 숨겨진 묘한 약점을 알아챈 나는 여유를 잃지 않고 제갈부에게 말했다.

"뭐야. 나하고 무공으로 겨룰 생각은 없는거냐?"

"훗! 이건 질 수 없는 결투지. 뭐하려고 위험을 무릅쓰지? 네 녀석은 결국 내 술수에 농락당해서 패배할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제갈부는 지금도 무영창으로 계속 술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놈은 곧 화려한 술법전을 펼치려 하는 듯 했다.

"흐음 그렇군..."

나는 말꼬리를 흐리다가 별안간 뇌명을 발동시키며 폭발하듯 멸혼보를 써서 제갈부의 전면으로 짓쳐들어갔다.

벤다!

"......!!"

제갈부는 자신의 결계가 내 검강에 반토막이 나고 곧이어 살거죽이 한겹 베였을 때야 겨우 내 공격에 반응한 듯 했다. 내 순간속도가 너무 빨라서 강호에서 손꼽히는 실력을 지닌 제갈부조차 뒤늦게 알아챈 것이다.

그는 명백히 경악의 표정을 띄우며 재빨리 호신강기를 운용하며 내 공격에 맞대응했다.

수라천광대법(修羅天光大法)!

놈 또한 초절정의 고수라서 강기경에 익숙한지라 내 기습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잠시 뒤로 물러서야 했다. 원형을 그리며 수라천광대법의 방어절초가 제갈부의 상반신을 에워싸며 지키는 태세가 되자마자 나는 검을 곧추세우며 놈의 미간을 찔러갔다.

퓨퓻

콰광!!

"크윽!"

절초의 방어가 강한 곳을 찔렀는데도 제갈부는 비명을 지르며 손과 손목이 피투성이가 되며 뒤로 날아갔다. 놈은 분명히 수라천광대법과 자신의 내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렸겠지만 단순한 내 찌르기 한 번을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이다.

딱히 대단한 초식도 아니고 뇌신류의 기본 찌르기일 뿐인데도 제갈부는 막지 못했다.

명백히 놈보다 내 실력이 몇 수는 위에 있다는 증거였다.

나는 차갑게 웃으며 제갈부에게 이죽거렸다.

"무공실력이 딱 백련교 사대무류의 장로 정도인가."

"뭐라고?"

"미안하지만 봐주는 건 여기까지다. 받아라!"

내 검신이 갑자기 강렬하게 불타오르는 듯 하더니 이내 번개의 기운을 잔뜩 머금은 채 장중한 기도가 감돌았다. 나는 검극을 놈에게 조준하며 집중력을 최고도로 끌어올렸다.

검뢰(劍雷)

놈에게 같은 기습은 아마 통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검뢰로 공격력을 최고조로 올린 상태에서 지금까지 배운 검기(劍技) 중에서 무영탈혼검법을 생각해 냈다. 여동빈의 천둔검법 원형도 괜찮겠지만 무영탈혼검법 쪽의 이해도가 훨씬 더 높다.

어검(御劍)!

파바밧

내 손을 떠난 응축된 뇌검(雷劍)이 무영탈혼 어검의 묘리에 따라 엄청난 속도로 제갈부에게 돌진했다. 방금 전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라서 이번에야말로 제갈부는 명줄이 끊어질 것 같았으나, 놈은 이번에는 방심하지 않은 듯 방어술법을 펼쳐서 내 어검뢰를 막아내었다.

키기기깅

"크... 윽..."

하지만 부신을 펼쳐서 만들어 낸 방어결계로도 어검뢰의 돌파력을 막는 건 한계가 있는 듯 제갈부의 이마에 구슬땀이 흘렀다. 나는 놈이 어검을 막는 동안 양 손에 내공을 가득 끌어올려서 폭발시키듯 그 힘을 장악했다.

"하압."

쿠구구구

내 양 팔에 유형화된 강기가 불타듯이 솟아올라서 마치 거인의 팔과 같은 형상이 되자 제갈부는 창백한 얼굴이 되었다. 그는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말도 안돼!! 어검술을 쓰면서 다른 기술을..."

놈이 경악하는 이유는 바로 내공소모 때문이었다. 어검술 하나만 해도 무술의 극치에 이른 기술이라서 굉장한 체력과 내공을 소모하기에, 보통의 어검술사는 어검을 조종할 때 다른 걸 하지 못하는 게 정설이었다. 나처럼 어검을 조종하면서 딴짓을 하려고 하면 내공이 너무 빨리 사라져서 결국 기맥과 혈령이 말라비틀어지는게 정상이다.

하지만 - 나는 아니다. 나는 이미 단기전에서 호법사자와 호각 이상을 이룰 정도의 경세적인 내공을 손에 넣었다. 내공이 엄청난 속도로 빠져나가는 건 느껴지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여겨질 정도다.

나는 안광을 빛내며 외쳤다.

"이거나 먹어라!"

뇌신류(雷神流)

뇌신권(雷神拳)

절초(絶招)

뇌천폭렬(雷天爆裂)

꽈과광!!

뇌천폭렬로 놈에게 뇌신의 팔을 휘두르는 순간 제갈부는 방어를 포기하고 그 자리에서 순간이동을 하며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어검뢰가 놈의 견정혈을 꿰뚫어버렸고 곧이어 뇌천폭렬의 강기가 놈의 옆구리를 스쳤다.

퍼버벅

"으으아아악."

강기의 폭발과 함께 놈의 옆구리가 마치 폭죽맞은 것처럼 피를 튀겼다. 제갈부는 정신없이 비명을 지르며 부상을 입은 듯 했다. 다만 끝장을 내는데는 실패했는지 놈이 흘린 피가 장내에 남았을 뿐 놈은 더더욱 멀리 도망친 모양이었다.

나는 허공을 날아서 내 손으로 되돌아 온 어검을 회수하며 중얼거렸다.

"그걸 쓰겠구만."

놈이 취할 전략은 대충 예상이 간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제갈부가 띄운 듯한 수십 수백 장의 부적이 내 주변의 장내를 떠 다니며 진을 만드려는 듯 했다. 나는 놈이 한계에 몰린 상태에서 쓰는 마지막 한 수가 무엇인지 짐작하고 있었다.

낙혼별부(落魂別府)!

엄청난 숫자의 부적이 나를 에워싸면 하나하나가 영혼을 꺼뜨리는 낙혼의 힘을 발휘하는 가공할 부신술! 망량의 말에 따르면 낙혼별부는 부적술의 궁극 중 하나라고 하며 낙혼부의 힘이 극대화되면 물리적인 호신술으로는 거의 즉사를 면할 수 없다고 했다. 게다가 설령 즉사를 면한다고 해도 부적이 스치기만 해도 엄청난 정신력 고갈을 느끼게 된다.

예전에는 낙혼별부를 상대할 수가 없어서 그저 도망치기만 했었다. 원래는 낙혼별부를 전개하는데도 상당한 술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갈부의 고갈을 기다릴 수도 있으나, 제갈부가 가진 보패는 무한정 술력을 충전시켜주는 백우선이었다. 백우선을 장비하고 낙혼별부를 전개하는 제갈부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나는 이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

' 좋아...'

파밧!

나는 다시 한 번 전력을 다해서 신법을 전개하며 멸혼보로 부신술의 범위를 피했다. 그러자 공간 어딘가에서 당황한 듯한 제갈부의 외침이 울렸다.

[ 아니?!]

내가 눈 깜짝할 사이에 멸혼보로 백여 장을 이동하자 등 뒤쪽 멀리에서 낙혼별부의 섬광이 크게 터져나오는 모습이 비쳤다. 나는 혹시나 낙혼부의 부신에 스쳐서 상처를 입지 않았는지 몸을 더듬어봤지만 스치지도 않은 듯 했다. 나는 씨익 웃었다.

"후후. 역시 정해진 범위에 써야하니 맞추기 힘들겠군."

그렇다 해도 지금의 나 정도로 무식하게 빠른 신법을 지니지 않은 자라면 나처럼 낙혼별부는 회피할 수 없으리라. 낙혼별부의 범위는 변화무쌍해서 예측하기 힘든데다가 발동도 순간적이고 최소범위가 오십여 장이 훨씬 넘었기에 어지간한 신법으로는 도망치는 게 불가능했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의 내게는 낙혼별부는 그저 회피하기 쉬운 공격술법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찰나의 순간에 오십 장 이상을 가볍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흥이 나서 곧장 비기를 시전했다.

멸혼보(滅魂步)

천광(天光)

파파파팟

아직은 극호처럼 익숙하게 쓸 수 없지만 그래도 비기와 요결은 다 전해받았다. 내가 멸혼보 천광을 쓰면서 빛의 분신을 만들어내며 자유자재로 공간을 누비자, 제갈부는 낙혼별부를 설치할 장소를 파악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나는 천광을 연습하다가 멈춰서며 제갈부에게 말했다.

"믿고있는 건 그게 끝이냐? 맞아주고 싶어도 맞기가 힘든걸."

내가 놈을 조롱하자 제갈부가 내게서 십여 장 떨어진 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놈은 내 기동력을 경계했기 때문에 저게 분신이라는 건 당연히 예측할 수 있었다. 제갈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넌 도대체 누구냐? 반로환동한 고수라지만 너같은 절세고수가 있다고는 들은 적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어떤 정사파의 기인도 너만큼 강하진 않다."

"내가 누군지 궁금하느냐?"

제갈부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팔짱을 끼며 대꾸했다.

"나는 백련교주다!!"

그러자 제갈부가 눈을 부릅떴다.

"뭣...!! 그럴수가. 백련교주의 이름은 독고운천이 아니었던가?"

"흠..."

나는 놀려줄 셈으로 턱을 쓰다듬었는데 이내 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백웅이란 가명을 쓴 건가...? 백련교주, 내게 왜 이런 짓을!"

어라?

왠지 저 놈은 내 말을 반신반의하는 기색이었다. 터무니없는 소리로 놈을 조롱하려 했는데 뜻밖에 어느 정도는 믿는 기색이었다. 나는 왜 저 놈이 내 헛소리를 믿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고개를 갸웃하면서 대꾸했다.

"황궁에서 인신공양을 시도하면서 천하를 어지럽히지 않는가? 그리고 네 아버지인 제갈유룡은 감히 천계에 반하여 [옛 지배자]와 손을 잡으려 하고 있지. 그 짓을 가만히 놔두면 언젠가 인간계에 엄청난 재앙이 닥쳐올 테니 그 전에 막으려는 거다."

"......!!"

제갈부는 파리해진 안색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엄청나군... 과연 천하제일인 백련교주... 모든 걸 알고 있는가."

"뭐 그렇다만."

"백련교주가 아니라면 이 나를 무공만으로 이토록 압도할 순 없을 터..."

나는 기가 막혀서 콧방귀를 꼈다.

"하! 그러셔?"

나는 제갈부의 자신감에 어이가 없었다. 놈은 내 무공이 높은 걸 보고 백련교주일 거라고 혼자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 근거는 자신이 백련교주쯤 되는 상대가 아니면 이렇게 쉽게 몰리지 않을 거라는 자신에 대한 평가가 한몫했다.

그러나 나는 천하를 내 집처럼 돌아다니면서 구파일방과 정사파의 은거고수, 백련교 사대무류의 온갖 초강자, 호법사자, 백련교주, 동영과 고려 십이율의 기인, 십이율주, 미야모토 무사시 등등의 힘을 직접 체험해본 적 있었다.

그런 내 경험으로 볼 때 제갈부의 실력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니었다. 무공으로 치면 기껏해야 사대무류 화신류의 장로와 비슷한 수준이라 할 수 있을까? 원로원 고수들과 비교해도 꽤나 쳐지는 수준이다. 숨겨진 무림의 강자들까지 포함한다면 결코 30위권 이내에는 들 수 없으리라.

또한 제갈부의 단점은 거기에 있었다.

' 무공과 술법을 둘 다 잘 할 줄 알지만 따로 놀고 있어. 완성된 하나의 강함에는 결코 미치지 못해.'

내가 제갈부에게 결투를 신청한 자신감은 놈의 단점을 명확히 파악했기 때문이다. 무공과 술법 모두를 초절정까지 익혔다는 건 언뜻 엄청나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경지를 절대지경까지 습득한 존재에게는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자리에 백련교주나 미야모토 무사시가 왔다면 맞닥뜨리자마자 10초 내에 제갈부의 목을 따버렸으리라.

게다가 똑같이 초절정의 경지에 도달한 자를 상대로 딱히 대단한 우위를 지닌 것도 아니었다. 결국 제갈부의 전략은 접근하는 적을 자신의 수라천광대법으로 격퇴하고, 주력은 화려한 술법과 낙혼별부가 되기 때문이다. 무공을 근거리 호신술으로밖에 쓸 수가 없는데다 술법전에 딱히 도움을 줄 수 없는 이상, 결국 진정한 고수를 상대로 놈이 지닌 수라천광대법의 역량은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아마 저 놈이 저런 모순과 단점을 갖게 된 이유는 딱히 더 강해질 필요성을 못 느껴서였으리라. 이미 황궁 내에서 절대적인 권력에 영합한데다 부와 명예, 무력, 잘생긴 외모 등등 가질 건 다 가진데다가 수라천광대법과 최상위 술수역량만으로도 별로 적수가 없었다. 애초에 내황각주가 직접 싸울만한 일도 거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동급 이상의 강자와 싸워서 이기기 위한 처절한 수련과 단련은 불필요하지 않았을까? 놈은 지금같은 결투상황이 올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와는 지나온 길이 다르다. 나는 언제나 위를 바라보면서 나보다 강한 자와 싸워서 이기기 위해 수라의 길을 경주해 왔지만 저 놈은 천재적인 재능으로 빨리 완성해버리고 더 노력하지 않았다. 만일 술법과 무공의 역량을 합일해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면 절대경지와 맞먹거나 뛰어넘을 수도 있었겠지만 놈은 그렇게까지 노력하진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제반사항을 다 파악하면서도 굳이 말하지 않았다. 대신 차갑게 웃으며 제갈부에게 말했다.

"봐줄 수도 있긴 한데."

그러자 제갈부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말씀해 보시오."

"네놈이 익힌 그 수라천광대법은 제갈유룡에게 사사한 건가?"

"......"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어찌 내 무공의 이름을 아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건 황실에 비전되는 절정무공이오. 아버님은 수라천광대법을 별로 익히지 않으셨소."

진실을 말할 자세는 되어있는 건가?

사실 수라천광대법에 대한 정보 정도는 예전에 제갈사가 제갈부를 붙잡아서 감금했을 때 고문해서 털어놓게 했었다. 지금은 놈이 진심으로 내 질문에 응할 생각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알고있는 걸 질문한 것 뿐이다. 나는 은근슬쩍 말했다.

"제갈유룡이 지닌 검법은 천하제일의 무예라 들었다. 그 무예의 연원을 알고 있는가?"

"공손검법(公孫劍法)을 말하는구려. 그 검법은..."

제갈부가 뭔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 나는 그 침묵이 묘하게 길어서 이상하게 여기다가 문득 깨달았다.

파앗!

난데없이 제갈부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내게 무수한 기습이 덮쳐왔다. 부신술은 물론이고 오행술을 포함한 온갖 종류의 술법들이 날아들었다. 내가 정신없이 피하며 호신강기를 펼치자 어떻게든 무마하긴 했지만 제갈부는 다시 사라진 후였다.

제갈부 놈은 아직까지 투지를 잃지 않은 듯, 나와 대화를 하는 척하면서 기습을 노린 것이다. 내 반응속도가 빨라서 피해내긴 했지만 조금만 더 망설였으면 큰일날 뻔 했다. 나는 제갈부의 전략을 알 것 같았다.

' 공간 속에 모습을 숨기며 내 힘을 빼겠다는 건가.'

합리적이긴 했다. 제갈부가 은신술로 몸을 숨기면서 내게 깔짝대면서 기습만 해 온다면 내가 어떻게 할 방법은 없었다. 못 찾는 건 아니었지만 은신한 곳을 찾아내려면 꽤 집중력을 발휘해야 했다. 놈은 그렇게 내 체력과 기력을 빼고 나서 장기전에서 승리할 속셈인 듯 했다.

뭐 그렇다면 어쩔 수가 없다.

놈의 장단에 맞춰줄 수밖에!

그로부터 약 십삼 주야가 지났다.

쿠웅

"커허... 헉..."

나는 제갈부의 명치에 주먹을 날려서 토하게 만들었다. 제갈부는 이미 호신진기조차 일으킬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져 있었으므로 딱히 내공이 담긴 주먹이 아니었는데도 정신없이 토했다.

제갈부는 바닥에 엎드려서 눈이 가물가물한 상태로 신음을 흘렸다.

"으으... 괴물... 어떻게... 십삼 주야 동안... 먹지도 자지도 쉬지도 않고... 내 공격을 계속 피하는가... 그 내공과 체력은 대체..."

나는 놈의 머리채를 잡아쥐며 웃었다.

"체력은 자신 있거든!"

그랬다.

놈은 산발적으로 기습하며 내 집중력과 체력이 떨어질 때를 노려서 크게 한방먹이고 이기고싶어했으나, 나는 이미 먹지도 자지도 않고 미친듯이 활동하는데 익숙해진 몸이었다. 그래서 십삼 주야 내내 놈의 공격을 피하면서도 놈이 쉬지 못하게 계속 쫓아다닌 결과, 제갈부가 먼저 체력과 기력이 다 떨어져서 쓰러진 것이다. 놈도 고수랍시고 체력이 꽤 좋았지만 내게는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꽝 꽝

나는 화풀이 겸 제갈부의 머리통을 피가 나도록 땅에 찧었다. 놈이 완전히 혼절하자 나는 허공에 외쳤다.

"선지자, 내가 이겼어!"

슈슈슉

그러자 잠시 후 결투용 이공간이 사라지고 아스타나의 대사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선지자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 경이적인 체력이군... 하긴... 인간에게만 허용된 그 힘을 극치로 얻었으니...]

"이제 이 놈은 내 노예 맞지?]

[ 음... 그렇지 않다.]

"뭣?!"

이 자식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제갈부와 피튀기게 십삼주야동안 숨바꼭질을 하고 나서 바로 선지자와 대립해야하나 싶어서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다.

잠시 후 선지자는 천천히 내게 손처럼 생긴 촉수를 하나 뻗으며 말했다.

[ 수수료...]

"......"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이미 제갈부와 드잡이질을 한다고 체력이 꽤 소모되었으므로 따질 기력이 없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성련을 몇 뿌리 더 꺼내서 선지자에게 주었고, 놈은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

[ 백웅은 결투에서 승리했노라. 제갈부가 이제 평생동안 백웅에게 복종하여 노예가 되었음을 나 마도왕의 이름으로 인정한다... 이 위대한 계약은 내 권위가 존재하는 한... 그리고 서은하부족동맹과 모든 내 영향력이 미치는 부족들의 이름으로 공증될 것이며... 제갈부가 도주하거나 반역하려 할 경우 모든 힘을 다해 노예의 회수와 제압을 도울 것이다.]

"어 그래..."

참 그럴듯해 보이는 선포였지만 나는 이미 선지자에게 뜯길 걸 다 뜯긴지라 정신이 없었다. 고맙다는 생각도 전혀 안 들었다. 저 망할 선지자의 촉수를 언젠가 다 뜯어버릴 것이다.

나는 대신에 내게 멱살 잡힌 채 축 늘어진 제갈부를 독기어린 눈으로 노려보았다.

' 반드시... 원금 회수한다!'

이 놈이 애먹인 만큼 굴리고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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