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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태허천존이 여기서 왜 나오는건가?!
나는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내가 당황하고 있을 때 공공은 태허천존을 노려보며 금요를 손에 들어올렸다.
[ 누군지 모르겠지만 일개 대라신선은 아닌 듯 하군. 서왕모의 동료냐?]
그 말에 태허천존이 유들유들하게 대꾸했다.
"그녀의 동료라기보다는 투자자 내지는 관찰자같은 거라네."
[ 뭐라고? 무슨 말이냐?]
"거인족 자네가 그 칠요를 써서 굳이 나를 공격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지. 금요처럼 따가운 공격을 받고싶진 않은걸."
다소 찌르는 듯한 말투를 사용한 태허천존이 가볍게 웃었다.
"난 싸우는 걸 별로 안좋아하고, 딱히 자네와 싸우고 싶지도 않아. 그저 그녀와의 약속을 이행해줬으면 하는군."
[ ......]
공공은 태허천존에게서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듯 침묵했다. 원래라면 아무리 삼청의 화신이자 영보천존의 분신같은 존재가 태허천존이라고 해도 기가 죽을 공공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왠지 태허천존이라는 존재 자체가 이질적인 '무언가'라는 걸 직감한 듯 신중해진 모습이었다.
[ 천계에서 얌전히 물러나란 말이냐?]
"그렇지. 그거면 돼, 거인족."
[ 싫다면?]
그러자 태허천존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의 힘이면 천계의 남은 신선들을 반쯤 죽여놓을 수 있겠지. 하지만 거기에 무슨 의미가 있나?"
[ 의미라...]
"가장 중요한 흉신(凶神)을 놔두고 쓸데없이 힘을 빼다니 나같으면 그렇게 하지 않겠군. 얌전히 천계를 나가서 남은 칠요나 찾는 게 상책 아닐까? 칠요를 다 모아서 해방시킨 힘을 너희 거인족이 가지면 흉신이라고 해도 이길 수 있을테니."
태허천존의 말은 사리에 맞고 정확했다. 게다가 말 자체에서 울리는 묘한 기세가 설득력을 더하고 있었다. 그의 말이 교언이자 벌꿀이 되어서 귀에 흘러드는 듯 사람을 매혹시키고 있었다.
상대의 간교한 지혜를 느꼈는지 공공은 침음성을 흘리다가 말했다.
[ 넌 도대체 누구냐? 난 천계에 소환되기 전에 모든 상황을 생각했지만 너와 같은 자는 예상치 못했다.]
"나는 태허천존이라고 하네."
그 말에 공공은 코웃음을 쳤다.
[ 크흐흐! 네놈은 결코 대라신선 따위가 아니다. 그 껍질 안에 있는 진짜 정체를 말하란 말이다.]
"싫다만."
가볍게 공공의 말을 거절해버린 태허천존이 턱을 쓰다듬었다.
"뭐, 나로서도 이 상황은 흥미롭지만 이런 식으로 흉신이 중원을 제패해버리는 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 그 건방진 애송이가 날뛰어도 워낙 타고난 힘이 강해서 억제할 놈이 없어. 너무 상황전개가 빠르다는 거야. ...거인족 네가 그럴 마음이 없다면야 어쩔 수 없지."
위잉
"나가주게. 더 이상은 끼어들지 않을테니."
태허천존의 말이 끝나는 순간 짙은 혼돈의 공간에 빛으로 된 차원문이 생겨났다. 명백히 이 공간에서 탈출하는 출구가 분명했다. 공공이 불쾌한 듯 팔짱을 끼며 말했다.
[ 선심을 썼다고 할 셈이냐? 네놈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도 내 힘으로 열 수 있다.]
빠지직!!
공공이 금요의 빛을 더욱 강렬하게 내뿜으며 손을 들어올리자, 공간에 균열이 생겨나며 또 다른 출구가 생겨났다. 공공의 힘으로 스스로 탈출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태허천존은 의미모를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힘 세서 좋겠구나 거인족."
스스스
태허천존은 그 말을 끝으로 혼돈의 공간에서 사라져 버렸다. 공공은 잠시 혼돈의 공간을 둘러보다가 자신이 만들어낸 출구를 통해서 이공간에서 빠져나왔다. 나는 공공의 내면에서 말을 걸었다.
[ 공공. 방금 그 자는 삼청 영보천존의 화신인 태허천존입니다.]
[ 웃기는 소리. 본체가 소멸했는데 어떻게 화신이 존재한단 말인가?]
[ ......]
그건 나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태허천존은 삼청이 소멸했을 때 영락없이 같이 사라졌을 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여기서 모습을 드러내다니! 태허천존에게 평소에 수상쩍은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이상했다. 내가 침묵하자 공공이 말했다.
[ 그 놈은 천계 놈이 아니다. 정체를 나조차 짐작할 수 없구나.]
[ 혹시 삼황오제가 몰래 천계에 숨겨놓은 화신이 아닐까요? 서왕모처럼...]
[ 그랬다면 왜 서왕모가 당할 때까지 그녀를 돕지 않았단 말인가. 삼황오제 그들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운명으로 엮인 공동체거늘. 태허천존 그 놈의 실력이면 충분히 내 뒤통수를 칠 수 있었다.]
[ 음...]
[ 그리고 방금 그 술법은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순수한 우주의 혼돈 속으로 상대를 끌어들일 수 있다니... 경계해야 할 놈이구나.]
공공은 중얼거리다가 주위를 둘러보곤 말했다.
[ 으음, 그 놈이 서왕모의 시체를 빼돌렸나 보군...]
그랬다. 원래 힘없이 죽어있던 서왕모의 시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공공이 그녀의 힘을 흡수하려는 걸 막아버린 듯 했다. 공공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찌푸리다가 말했다.
[ 반고의 주문을 구성하던 놈들을 말살하고 천계에서 나가야겠다.]
위이잉
공공의 손에서 금요가 떠올랐다. 금요는 엄청난 빛을 발휘하며 주변에 무수히 많은 광구를 띄우기 시작했고, 나는 그게 엄청난 공격술법이라는 걸 직감했다. 나는 공공의 목표가 주변에 널부러져 있는 신선들이라는 걸 깨닫고 급히 공공을 말렸다.
[ 자, 잠시만요! 그만두십시오.]
[ 뭐라고?]
[ 저 자들은 서왕모의 명령을 들었을 뿐입니다. 게다가 저 많은 신선들이 몰살당하면 천계는 멸망할 터인데 너무 가혹합니다. 천계가 멸망하면 여파가 너무 큽니다.]
천계가 진짜로 멸망해 버리면 인과율이 크게 기울어질 것이고, 흉신의 횡포가 더더욱 심해질지도 모른다. 내가 그를 말리자 공공이 히쭉 웃었다.
[ 크하하! 내가 알 바 아니다!]
[ 네?!]
[ 신선이란 것도 어차피 삼황오제가 인간을 관리하려고 만들어놓은 인형에 불과한 것. 삼황오제의 대적자이자 거인족의 장로인 내가 신선을 살려둘 이유는 없다! 하물며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내가 왜 그런 사정을 봐줘야 하지?]
[ 하지만 흉신이...]
[ 백웅이여. 흉신이 진심으로 나섰다면 천계 따위가 그를 막을 수 있었겠는가? 어차피 영겁을 지새우는 신의 장난질에 불과하다.]
공공은 지금 당장이라도 신선들을 몰살시킬 것 같았다. 죽이는 이유는 따로 없고 그냥 거슬려서 죽이는 수준으로 보였다. 거인족에게 있어서는 인간이든 신선이든 벌레나 다름없는 취급인 것이다.
' 으으윽.'
나는 저들이 모두 대라신선은 아니지만 꽤 지위있는 상선(上仙)이나 중급신선, 지선 등이 포함된 걸 알고 있었다. 아무리 천계에 신선이 많다고 해도 단번에 108 명이나 되는 신선들이 몰살당하면 존망이 위태로울 것이다. 나는 사도인 상태에서 공공의 강림을 받아들인지라 도저히 그의 행동을 막을 수가 없었다.
' 천계는 끝났구나...'
지금 제천대성과 구천현녀를 막아선 투선들과 대라신선들이 있으나, 그들만으로는 천계를 지탱할 수 없다. 사어의 좌도 공백이 되었고 서왕모도 죽은 상태에서 관리직이 몽땅 황천에 가 버린다면 머지않아 천계라는 '차원' 자체가 붕괴해 버리리라.
하지만 이러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가?
구천현녀와 제천대성이 나를 도와준 이유는 천계를 구하려는 목표였는데, 정작 내가 천계의 존립을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 자리를 벗어나는 순간 나는 구천현녀와 제천대성을 상대로 싸워야 할 것이다.
내가 눈 앞이 캄캄해지고 있을 때 공공이 내 감정을 느꼈는지 껄껄 웃었다.
[ 그깟 놈들은 신경쓸 필요없다.]
[ 이건... 배신입니다.]
[ 흐흐! 걱정 마라. 나의 왕께서 부활하시면 모든 게 해결된다.]
이건 뭔가 좀 아니다.
태허천존의 말대로 지금 중요한 건 천계가 아니다. 서왕모가 지상을 궤멸시키는 주문을 쓰려고 해서 천계에 도전했지만, 흑막인 서왕모를 쓰러뜨린 지금에도 흉신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어쩌면 향후 흉신에 대항하는 아군이 되어줄지도 모르는 천계에게 회복불가능한 막심한 피해를 입히는 게 과연 옳은가?
나는 마음을 정하고는 단호하게 말했다.
[ 공공이여! 저 자들을 놔둬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전 더 이상 당신에게 협력하지 않겠습니다.]
[ 뭐라고? 방금 전까지 저 놈들과 목숨걸고 싸웠는데 놔두자는 말이냐?]
[ 부탁드립니다.]
[ ... 내가 딱히 네 말을 들을 필요는 없다만?]
공공의 까칠한 말투를 듣자 나는 순간적으로 끝장난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공공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 알았다. 그러면 네 말대로 하지. 너는 인간치고는 아주 쓸모있으니.]
금요의 빛이 점차 사그라들었다. 공공 또한 화룡진인과 마찬가지로 미해방 상태의 칠요에서 칠요의 고유한 기술을 끌어내 쓸 수 있는 듯 했다. 공공은 칠요를 몸 주변에 띄운 채 말했다.
[ 더 이상 천계의 일에는 상관하기 싫다. 이제 나의 왕께서 갇혀있는 봉인으로 가야겠다.]
[ 그게 어디입니까?]
[ 흐흐!]
공공이 괴소를 흘리며 칠요의 힘을 끌어내어서 어디론가 순식간에 이동했다.
파바밧
다시 공공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한없는 어둠이 펼쳐져 있는 장소였다. 아까 태허천존이 불러낸 혼돈의 이공간과 다른 점은, 이 장소는 혼돈이라기 보다는 원야(元夜)에 가까워서 보다 공기가 청량했다. 천지가 몽땅 시꺼멓게 물들어 있었지만 바다가 종종 찰랑거릴 때마다 달빛이 비쳤다.
다만 그 달조차도 회색빛이라 이 세계 전체가 어두워 보였다. 공공은 팔짱을 낀 채 회색 달을 쳐다보았다.
[ 저 달에 나의 왕이 갇혀계신다.]
[ 여긴 어디입니까? 염제는 남쪽에 유폐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저는 이런 곳을 본 적이 없습니다.]
내 질문에 공공이 대답했다.
[ 이 곳은 남쪽 대륙에 존재하는 그림자의 세계. 물질계와 정반대의 법칙이 흐르는 곳이다. 삼황오제 여와가 직접 만들어 낸 이계(異界)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이나 주술으로는 여기에 찾아올 수 없지.]
[ 으음.]
[ 여기에 찾아오는 건 암천향에 찾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렵다.]
나는 그동안 남쪽 대륙을 샅샅히 뒤졌는데도 그동안 염제 신농의 봉인지를 찾아낼 수 없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현실세계와 겹치는 그림자 세계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는 결코 진입할 수 없는 것이다.
[ 저 회색 달 또한 여와의 주술이다. 회색 달을 가리고 있는 안개를 걷어내지 않으면 왕의 유폐를 풀 수 없는 것이다.]
공공이 히쭉 웃으며 말을 이었다.
[ 하지만 지금 보니 힘이 아주 약해졌구나. 지금이라면 충분히 나 혼자서 여와의 봉인을 깰 수 있다.]
[ 정말입니까?]
[ 크크크! 서왕모라고 하는 강력한 화신이 뒈져버렸는데 아무리 여와라고 해도 힘을 크게 잃었겠지. 본체와 직접 연결된 분신이었으니 일반적인 화신이 죽은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자신만만하게 공공이 외쳤다.
[ 바로 지금 사요(四曜)를 해방한 힘으로 여와의 결계를 깨겠노라.]
키기기깅
키기깅
공공의 몸 주변에 4개의 칠요가 떠올랐다. 화요, 수요, 금요, 토요가 원을 그리며 맴돌았고 사방(四方)을 차지하며 커다란 진을 만들어 냈다. 공공은 사요의 힘을 끌어내며 아까처럼 힘으로 쥐어짜서 칠요의 봉인을 풀기 시작했다.
[ 크흐흐... 흐하하하.]
공공은 광소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영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 뭐지? 안 좋은 기분이 드는데...'
잠깐.
이건 혹시... '오만'한 행동이 아닌가?
갑자기 머릿속에 망량선사의 예언이 떠오르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 너무 일이 잘 풀려.'
솔직히 말하자면 서왕모와 대치하는 그 순간 죽음을 각오했는데 서왕모도 어찌어찌 죽이고 여기까지 와 버렸다. 이대로 염제 신농의 봉인이 풀리면 이 이상 좋을 수가 없었지만 뭔가가 불안했다. 불안해할 이유는 없는데도 이상할 정도로 전생자의 직감이 지금 이건 좀 아니라고 찔러대는 것 같았다.
나는 급히 공공을 말렸다.
[ 공공이여! 잠시 기다리십시오. 뭔가 수상합니다.]
[ 뭐가 말이냐?]
[ 잘은 설명할 수 없지만... 지금 이 봉인을 풀려고 하다가 큰일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 크흐흐, 개소리 마라.]
공공이 히쭉 웃으며 말했다.
[ 거인왕이 풀려나는 역사적 순간을 지켜보기나 하거라.]
파바밧
칠요의 봉인이 거의 다 풀려가고 있었다. 각각의 칠요의 전면에 새겨져 있던 주술문자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고, 칠요에서 풍겨나오는 어마어마한 신력이 이 어두운 세계를 환하게 밝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바로 그 때였다.
회색빛 달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지더니 달 앞에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존재를 발견한 공공은 눈을 부릅떴다.
[ 뭣...?]
그것은 흉수 서왕모와 비슷해 보였지만 조금 달랐다. 서왕모의 흉칙한 외모가 많이 부드러워지며 이질적인 미(美)를 뿜어내고 있었으며 다른 세상의 신비한 생물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별처럼 빛나는 까만 눈은 마치 보석과 같았다.
오오오오
삼라만상이 그에게 귀속된다. 대지와 하늘과 달의 마력이 그 존재를 경배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존재에서 흘러나오는 신기(神氣)는 천계에서 마주쳤던 서왕모를 몇 배나 넘어서고 있었다.
그렇다.
눈 앞에 있던 저 존재는 해신의 힘을 몇 곱절이나 뛰어넘는다. 그렇게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 공공의 신격 안에 갇혀있는 내게까지 상대방의 힘이 여실히 느껴졌다. 저 말도 안될 정도로 압도적인 힘은 결코 필멸자가 가질 수 없는 것이리라.
달의 마력(魔力)이 용트림하며 끓어올랐다.
나는 공공이 설명하지 않아도 지금의 상황을 즉시 깨달을 수 있었다.
저것이야말로 여와의 본체.
삼황오제 중 대지모신 여와가 가면을 벗고 이 자리에 현신(現身)한 것이다!
공공은 무언가가 잘못된 걸 직감했지만 도리어 여유있게 외쳤다.
[ 지금 나타나봤자 늦었다! 칠요는 이미 봉인이 풀렸다. 아무리 본체라 해도 나의 왕이 풀려나는 건 막을 수 없다.]
여와는 대꾸하지 않고 공격하지도 않고 가만히 달 앞을 가로막고 있을 뿐이었다.
퍼버벙
[ 크허헉...?!]
갑자기 공공의 몸이 터지며 그의 오른팔과 왼쪽 다리에 큰 부상이 생겼다. 그와 동시에 사요의 봉인은 풀려나다말고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도리어 주술문자가 빛을 내며 새겨져서 봉인이 회귀하기 시작했다.
공공의 예상을 벗어난 상황이 펼쳐지자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일이란 말인가?
여와는 이 쪽으로 손을 뻗으며 나직이 말했다.
[ 너는 나의 화신인 서왕모와 이름을 걸고 '약속'했다. 하물며 칠요에는 창힐이 걸어놓은 '최초의 문자'가 봉인으로 걸려 있으니 반동은 더욱 클 터.]
공공은 여와의 말을 듣자 눈을 부릅떴다.
[ 뭣... 그게 무슨...]
[ 멍청하구나. 약속한 순간부터 너는 결코 칠요를 풀 수 없는 몸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 상처가 인과율의 역풍이라는 걸 모르겠는가?]
[ ......!!]
[ 그 역풍은 네가 아무리 거신이라도 피할 수 없다. 우주적인 약속이기 때문이다.]
파지직
파직
그 말대로 공공은 엄청난 충격을 받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급히 신력을 동원해서 자신의 몸을 회복시켰지만 겉모양만 멀쩡해졌을 뿐 공공의 힘이 크게 쇠해진 게 여실히 느껴졌다. 공공은 이를 악물고 외쳤다.
[ ... 이건 내 실책이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대체 그 문자가 뭐길래 내게 인과율의 역풍을 불러올 정도로 강력한 것인가? 그리고 여와 넌 분명히 서왕모를 잃어서 크게 약해졌을 텐데 어떻게 금세 힘을 회복한 거지?!]
공공의 질문에 여와는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 서왕모에게는 여벌목숨이자 인과율의 발판이 있었지...]
[ 뭐?]
[ 오래 전부터 계시의 때를 대비해서 내가 만들어 둔 또 다른 화신이 있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쉽게 부활할 수 있었지. 네놈과는 상관없는 얘기.]
[ ......!]
[ 그럼 이제 때가 되었다.]
여와의 손가락이 공공을 가리켰다.
[ 너의 왕 앞에서 무릎꿇고 죽거라. 가련한 거인이여.]
콰과광
여와에게서 뻗어나온 무수한 신광(神光)이 공공을 폭격했다. 공공은 그 공격을 급히 막아냈지만 무려 수만, 수십만 개를 넘어서는 신광을 모두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두운 이계가 화력만으로 환하게 변한다고 착각할 정도로 여와의 공격은 어마어마하기 그지 없었다. 아마 이런 공격을 지상계에서 했다면 순식간에 대륙 하나가 불타버렸으리라.
[ 크아아아아악...!!]
콰과과광
공공은 비명을 지르며 칠요에 손을 뻗었지만, 칠요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여와의 말대로 공공은 인과율의 역풍 때문에 [칠요의 해방]이 금지되어버린 것이다. 제대로 여와의 함정에 걸려버린 셈이었기에 공공은 더 이상 아무런 수도 쓸 수 없었다.
퍼버벙
[ 크헉! 왕이시여...]
공공의 머리통이 빛에 당해서 날아가고는 금세 초재생력으로 회복했지만, 나는 그 충격이 내게까지 전달되는 걸 느끼고는 직감했다.
끝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