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589화 (588/1,615)

589====================

암천향(暗天鄕)

나는 그로부터 한 시진동안 망량에게서 현재의 상황을 좀 더 소상히 들을 수 있었다. 제갈사는 뭔가 준비하겠다면서 자신의 연구실로 사라졌고, 진소청은 망량의 이야기를 다 들으면 자신에게 찾아오란 말을 남기고 나갔기에 망량과 단 둘이었다.

"... 미호 님은 천계에 도움을 청하러 갔다가 소식이 끊겼소."

"그런가..."

50여 년의 세월을 고작 한 시진동안 다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망량의 입을 통해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하다가 말했다.

"망량. 혹시 이게... 창힐의 술법은 아니오?"

"무슨 말이오?"

"그러니까... 내가 현실이라 생각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모두가."

그러자 망량이 훗하고 웃으며 말했다.

"후. 당신이 50여년의 세월을 지나 나타나서 보게 된 지금의 현실이... 사실은 창힐이 보여준 환상이며, 우리 또한 가짜일 가능성을 말하고 있구려."

"......"

"충분히 할 수 있는 의심이오. 우리가 그 동안 모아온 정보에 따르면 창힐이란 존재는 황제 공손헌원의 제일가는 심복이자 삼황오제에 버금가는 대신격. 창힐 정도의 존재라면 현실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의 환상을 만들어낼 수도 있소."

그렇게 대꾸한 망량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하오."

"왜 그렇소?"

"그 어떤 환상술이라고 하더라도 당신의 뇌에 잠재되어있는 무의식과 경험 이상은 만들어낼 수가 없소. 즉 당신이 모르고 있는 새로운 정보가 지속적으로 축적되며 새로운 인과율을 만들어낸다면 그건 더 이상 환상이 아니지. 그건 이미 또 다른 현실이오."

"조금 어려운데 쉽게 설명해 주시오."

"만일 이게 환상이라면, 당신은 이 환상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고 성장하는 순간 인과율을 뒤틀어버리는 셈이오. 환상과 현실이 연동되는 순간 아무리 신이라도 인과율에서 자유롭지 못하지. 정말로 창힐이 삼황오제에 버금가는 위대한 신격이라면 그 정도의 대이적(大異蹟)을 창조하는 게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곰곰히 생각하듯 턱을 괴고 있던 망량이 말했다.

"당신 하나를 속이기 위해 인과율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작은 굴레]를 조작한다는 게 너무 터무니없는 일이라서 말이오."

"그렇군..."

나도 술법지식과 인과율에 대한 걸 알고 있어서 망량의 설명을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나를 속이는 건 가능하지만 그러기 위한 수고가 너무 터무니없다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이 현실에서 이미 나인교주의 존재와 나인교의 향후 전개방향 등의 정보를 획득했으며 이제 곧 망량, 제갈사, 진소청 등에게서 지식과 능력도 전수받을 예정이다. 설혹 이게 환상이라 하더라도 그게 실제로 나를 통해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순간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가짜인지 아닌지는 지금 내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문득 백우선이 생각나서 말했다.

"하지만 백우선의 미래예측에서 나는 대주교나 나인교의 강력한 존재에 대한 단서를 얻었잖소?"

"그건 백우선이 행한 고도의 미래예측이 당신의 모든 경험 속에서 끌어낸 추론이 확률적으로 우연히 맞은 경우요. 하지만 그 미래예측이 완전히 당신에게 새로운 능력이나 술수를 부여하지는 못했소. 또한 백우선은 아니면 말고식으로 관측후의 변동을 인정해 버리기 때문에 인과율에 어긋나지도 않소."

"아."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당신에게 뭔가를 전달해야겠군."

그렇게 중얼거린 망량이 손을 뻗었다.

우웅

그의 손에서 새하얀 영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내게로 연결되었다. 나는 이 술수가 뭔지 알아채고 깜짝 놀랐다.

"이혼대법! 그 동안 익혔던 거요?!"

"그렇소. 나 또한 숙부에게 이혼대법을 사사해서 대성의 경지에 올랐지."

망량은 이혼대법으로 나와 그의 백을 연동시키더니 갑자기 이마에 힘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집중하며 힘을 불어넣었다.

오오오오 -

파지지직

뭔가가 흘러들어온다! 나는 망량과 이어진 백(魄)의 실선을 타고 빠른 속도로 지식과 경험이 쏟아져 들어오는 걸 알아채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잠시 후 지식의 전송은 끝났고, 망량은 크게 탈력한 듯 그 자리에 쓰러져서 한숨을 쉬었다.

"후우..."

"뭘 한 거요?"

"이혼대법을 통해서 내가 알고 있는 술법 중 유용한 걸 그대로 당신의 기억속에 넣어뒀소. 지선 망량의 기억과는 달리 내가 이해한걸 고스란히 옮겼으니 즉시 쓸 수 있을거요."

"......!!"

망량의 말대로였다. 나는 즉시 5개나 되는 중위, 상위술법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놀랍게도 숙련도째로 내게 전이시켜 준 것이다! 나는 망량에게 말했다.

"이런 게 가능하다니..."

망량은 정신을 차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 때부터 50년 후니까 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 그 동안 제갈사 숙부는 이혼대법을 더욱 연마하고 발전시켰으며 나는 그 성과를 함께 연구했소. 또한 본디 보통 인간은 이혼대법을 터득하는데만 평생을 바치지만 나는 그 시간을 단축시키며 술법의 역량도 키울 수 있었소."

"그렇다면 지금 망량 당신은 대술법사겠군..."

"아마도. 지금 나는 당신의 전생 초기의 사제 수준까지는 올랐을 거요."

망량이 입맛을 다셨다.

"아쉽게도 이 발전된 이혼대법 자체는 너무 고도의 원리라서 섣불리 전해줄 수 없구려. 자칫하다가는 알고 있는 것도 더 헷갈릴 수가 있어서."

"무슨 말인지 알겠소."

안 그래도 심오하고 난해하기 그지없는 이혼대법이다. 그걸 제갈가의 천재 2명이 수십년동안 연구발전시킨 성과라면 내 머리로는 절대 한 번에 이해할 수 없다. 나중에 설명을 좀 듣고 나서 이해한 후에야 받아들일 수 있다.

"으음.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천우진 이야기를 안했구려."

망량이 한 시진동안 과거사를 얘기해줬지만 일부러 천우진의 이야기는 넘어갔다. 나는 왜 그런지 궁금했지만 굳이 묻지 않았는데, 얘기가 나온 김에 궁금증을 해소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망량이 씁쓸하게 말했다.

"천우진 사제는 흉신의 권능을 느낀 후부터 반쯤 폐인처럼 변해서 전투의욕을 잃었는데, 그러던 중 마음을 바꿔 천계의 소식을 정탐하겠다며 등선했소."

"그랬구려."

"그는 천계 삼십육천장(三十六天將)의 직위까지 순식간에 승진한 후 손쉽게 대라신선이 되었소. 하지만..."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연락이 끊겼소."

망량은 답답한 듯 하늘을 쳐다보았다.

"만일 중원으로 다시 나아간다면 필히 사제의 소식도 알아봤으면 좋겠소..."

"알겠소."

나는 망량과 조금 더 이야기하다가 이번에는 진소청에게로 갔다.

진소청은 완전히 폐허가 된 공터에 창을 들고 서 있었다. 나는 진소청과 눈을 마주친 상태에서 입을 열었다.

"제갈사와 망량은 나이가 들었는데 당신은 예전 그대로구려."

"그대로일 필요가 있었소."

서서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진소청은 표정변화 없이 노을빛을 얼굴에 받으며 말을 이었다.

"백웅 당신도 알다시피 반로환동도 환골탈태의 일부요. 육체가 환골탈태의 각성을 거치게 되면, 그 이후에는 어려지는 반로환동이 되거나, 혹은 전성기의 육체를 유지하는 평신(平身)이 되는 것이오."

"당신은 환골탈태에서 평신(平身)을 택한 것이구려."

무인의 육체가 극고의 경지에 이르러 환골탈태하게 되면 두 가지의 길이 있었다. 하나는 반로환동이었고 다른 하나는 평신, 즉 원래의 육체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었는데 진소청은 평신을 택해서 50여년 동안 노화를 겪지 않고 청년의 모습 그대로 지내온 듯 했다.

잠시 침묵하던 진소청이 말했다.

"사실 반로환동을 하는 쪽이 평신보다 잠재수명과 내공의 용량이 크게 늘어나게 되어 있소. 왜냐하면 반로환동 상태에서도 수백여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성장을 하게 되고, 그때 벽을 깨면서 육체의 한계를 2차적으로 깨기 때문이오. 그래서 본디 무의 궁극을 보고자 하는 구도자들은 반로환동을 택하는 일이 많소."

아마 한백령 또한 같은 이유로 반로환동을 택했으리라.

"그런데도 평신을 한 이유는..."

"반로환동을 하면 잠재가능성과 기대수명이 커지는 대신 전투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소. 아무리 절세무공을 갖고 있어도 수십년동안 익숙해진 몸이 사라지고 조막만한 몸을 운용하면 한계가 생기오. 나는 50년 전부터 싸울 일이 너무 많았기에 반로환동을 할 여유가 없었던 거요."

"......"

그랬던 거구나.

나는 궁금한 게 생겨서 질문했다.

"환골탈태를 하는 기준이 무엇이오? 나는 이 질문을 예전부터 무수한 무인들에게 해 왔으나 누구도 확실한 해답을 주지 못했소."

그랬다.

반로환동을 한 명룡자, 그리고 한백령은 물론이고 과거 백련교주나 호법사자들과 담론할 때도, 그리고 이청운이나 검마 등등 물어볼 수 있는 자들에게는 다 한번씩 물어봤다. 환골탈태가 찾아오는 건 도대체 어떤 경우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확실히 알고 있는 자가 없었다. 어렴풋이 내공이나 육체가 극한에 도달하면 자연적으로 변한다고 추측하기는 했으나 이게 어떤 기준인지는 백련교주나 이청운조차 몰랐던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환골탈태 자체가 원래 전설의 경지였으며 그 경지에 달한 자들이 서로의 상태를 추론하고 연구할만한 일이 거의 없었다. 그냥 하다보니 됐다는 경험적인 답변이 대다수였다.

내 질문에 진소청이 대꾸했다.

"과거 명룡자는 당신에게 환골탈태란 기가 극점에 이르러서 최상의 상태로 몸을 바꾸는 현상이라고 설명한 적이 있었소. 허나 그것은 반만 맞는 소리요."

"정확히 환골탈태의 기준이 뭔지 알고 있단 말이오?"

"그렇소."

진소청의 말이 이어졌다.

"백웅 당신의 내공이 호법사자를 제외하고는 인간 중 최강의 경지에 이르러 있는데도 자연스럽게 환골탈태를 하지 않는 이유. 아마 진짜 궁금한 건 바로 그거일 것이오."

"맞소."

사실 그게 제일 궁금하다. 나는 그동안 흑백련, 천년설삼, 지주영단 등등의 무수한 영약을 먹어서 천하제일의 공력을 지니고 있지만 환골탈태는 커녕 비슷한 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환골탈태를 하지 못하는 게 늘 아쉬웠는데, 설마 50년 후의 진소청은 그 이유를 알고 있단 말인가?

내가 그의 입에 정신을 집중하자, 진소청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공이 초절정수위에서도 상위수준에 이르는 건 환골탈태의 기본조건에 불과하오. 실제로는 필요(必要)와 의지(意志). 바로 이 2가지가 있어야 하오."

"필요? 의지?"

"필요라는 건, 당연히 백웅 당신이 한계를 느끼고 강하게 변화를 염원해야만 함을 뜻하오. 마치 말라빠진 인간이 근육을 필요로 하듯이 필사적인 의지로 자신의 몸이 바뀌기를 바래야 하오."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럼 필요나 의지나 같은 말 아니오? 그냥 바라기만 하면 되는 건가."

"의지는 다른 뜻이오."

진소청의 눈이 날카롭게 나를 향했다.

"바로 몸(體) 자체의 의지를 말하는 것이오."

"......?"

"당신은 아직 자신의 몸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지."

스윽

"......!!"

그 순간, 나는 갑자기 목이 꿰뚫리는 환영 때문에 멈칫했다. 진짜로 진소청의 창극이 문답무용으로 나를 찔러버린 기분에 손바닥이 축축해졌다. 그러나 이내 의념절기로 나를 제압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겨우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진소청이 말했다.

"당신은 내 마음의 창을 일 초식도 느끼지 못했소. 아무리 내 경지가 절대지경이라지만 지금껏 당신이 쌓아온 수행을 생각하면 적어도 십 초식은 버텨야 정상이오. 당신이 자기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다루고 있지 못한다는 증거지."

나는 황당해서 말했다.

"지금껏 누구도 그런 얘기는..."

"그들의 무예경지가 낮아서 당신의 상태를 못 알아챘을 뿐이었던 거요. 또한 당신의 내공이 너무 막대해서 그 결점이 눈에 잘 띄지도 않았고."

심어창(心御槍)

백화연무(百花連舞)

투두둥

진소청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전신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진소청은 털끝 하나 움직이지 않았는데 마음의 창이 먼저 나를 공격하고 있었다. 정말 무서운 것은 그 심어창은 분명히 의념절기인데 도저히 피할수도 막을수도 없었다.

만일 심어창에 살기를 담았다면 나는 백 번도 넘게 죽었으리라.

' 무... 무슨 이런 무공이...'

뇌신지혼의 빠르기도 굉장했지만 이건 빠른 차원이 아니다. 속도가 아니라는 걸 단숨에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예상이지만 - 지금의 진소청이 쓰는 심어창이라면 뇌신지혼을 제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절대지경의 벽을 계속 뚫으며 느낀 것은, 우리의 몸 또한 개별적인 의지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었소."

"무슨 소리요? 몸은 뇌로 통제되는 것인데..."

"무학의 세계에서는 다르오. 당신이 쌓아온 무(武)의 업(業)이 몸에 쌓여서 몸 그 자체가 무학의 경지로 발현되는 것. 그리고 의념의 심상세계를 뒷받침해주는 것. 하지만 당신은..."

진소청이 창을 늘어뜨리며 말했다.

"전생자(轉生者). 정신이 쌓아온 업(業)과 육체의 업이 상응하지 않아서 늘 모순을 일으키는 것이오. 왜냐하면 이미 백수십 년이나 무예를 수련해 온 달인의 정신이건만 몸뚱이는 10대의 어린 소년이기 때문이지. 그 때문에 정신과 육체가 맞물리지 않는 모순이 생기고, 몸은 당신의 숙련도에 감응해주지 않아서, 환골탈태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오."

"......"

"세상의 모든 무인 중에서 오로지 백웅 당신만이 겪게 되는 부조화라고 할 수 있지. 전생자만이 지니는 약점이라고 할까."

나는 진소청의 말을 그제서야 알아들을 수 있었다.

육체와 정신의 부조화!

그건 예전부터 걱정거리 중 하나였지만 이제 확실하게 환골탈태의 걸림돌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진소청에게 물어봤다.

"꼭 환골탈태를 해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절대지경에 이르지 못하는 거요?"

"그런 건 아니오. 하지만 - 당신의 경우는 그럴지도 모르오."

"왜?"

"당신이 유독 이상할 정도로 초절정에 오래 머물러서 절대지경에 쉽게 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재능의 부족 때문만이 아니오. 방금 말했던 육체와 정신의 부조화 또한 발목을 붙잡고 있소."

그가 차분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했다.

"절대지경이란 무념(武念)을 지니고 천주(天柱)를 이루는 단계. 광기에 가까운 무념으로 자신 이외의 세계를 정의하는 단계. 그 절대적인 정신은 심기체(心技體)가 어떤 방식으로든 조화를 이루어야만 하오."

"......!!"

"내 생각에 당신에게 재능보다 더욱 필요한 것은 내면의 모순을 해갈할 돈오(沌悟). 그리고 자신만의 절대지경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필요할 것이오."

"신념이라..."

내가 그 말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자 진소청이 말했다.

"당신에게 차분하게 내 심득을 전하고 싶으나 시간이 없소. 당장이라도 본토로 가야할테니 가서 준비하시오."

"... 알았소."

나는 진소청의 말에 동의했다.

세상이 어찌되었든 이 다두왕국에 머무르며 진소청과 망량 등의 무공술법을 전승받으면 될지도 모르지만, 상황이 그렇지 않다. 나인교주가 만일에 천계를 쳐서 패배시키고 나면 즉시 흉신의 대강림(大降臨)이 일어날 것이고, 그때야말로 인류는 진짜로 멸망하기 때문이다. 그 때가 되면 숨어서 목숨을 부지하는 게 불가능해질 것이다.

' 될까? ... 안 되도 해야 해.'

나는 이를 악물었다.

내가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나인교주를 죽이거나 봉인해야 한다.

잠시 후 다두왕국의 거점에 나를 포함한 네 명이 모두 모였다.

제갈사가 말했다.

"본토에서 조금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는데 말이야."

"뭔데?"

"천계가 나인교주한테 졌다는군. 낙양에서만 이십여 명의 대라신선이 몰살당했어."

"......"

"투선도 많이 살해당했고."

시작하기도 전에 패배선언을 들어버리자 나는 황망한 표정을 지었으나 제갈사의 말이 이어졌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이제 곧 나인교주가 낙양에서 자기자신을 매개체로 흉신을 강림시키며 대결계를 붕괴시키려 하겠지."

제갈사가 말했다.

"의식을 치르는 나인교주를 암살하는 것. 이게 인류의 유일한 활로다."

"가능할까?"

"크크크. 솔직히 말하자면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무리지. 객관적인 전력 차가 너무 커. 나인교주는 커녕 주교도 감당하기 힘들거다."

제갈사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기적을 일으켜 달라고, 우리의 우둔한 왕이여."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