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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567화 (566/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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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달마가 [옛 지배자]에게 살해당한 거였다고?

그저 달마가 과도한 마도서의 마력때문에 터져죽은 줄 알고 있었던 내 생각과는 달랐다. 나는 선지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좀 더 자세히 말해줘."

[ 달마라는 자는... 본디 천축의 고승이었으며... 육조시대에 중원에 와서 양무제 소연을 만났으며 소림사를 세우고 불법을 전달했지... 허나 이후 자취를 감췄는데... 그건 그의 수양이 깊어지자 세계의 이면에 존재하는 진실을 깨달아서 미쳐버렸기 때문이다.]

"미쳤다고?"

[ 남김없이 모든 것이 절망... 죽음조차 지옥... 이 세계는 알량한 신의 자비에 기대어 겨우 유지되는 모래성... 그런 사실을 쉬이 받아들일 존재는 그다지 없지...]

"......"

나는 침묵했다. 확실히 나는 정신력이 강해서 그 절망을 직면해서도 버텨나가고 있지만 보통은 광기에 사로잡히거나 자살을 택하게 될 것이다. 선지자의 말이 이어졌다.

[ 그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힘을 찾아헤맸다... 그리고 법문을 모아 마도서를 완성시키고... 의식을 치렀지만... 궁극의 서(書)가 완성되는 순간 천상천하의 모든 대존재들이 그 존재감에 경악하게 되었다.]

"뭐? 일개 마도서가 만들어졌는데..."

[ 그 마도서는 일개 마도서가 아니었다. 진정한 종말을 선고하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무언가'였지.]

"살아있었다고..."

[ 그래... 그 마도서는 다른 마도서와 기원 자체가 달랐다. '바깥'에서 온 것... 원래 마도서라고 부를 수도 없는 존재가 아니었을까...]

선지자는 촉수를 잠시 일렁이더니 말했다.

[ 아무리 대단한 신격이라 해도 '바깥'에서의 부름은 두려울 수밖에 없지... 자칫하다가는 계시를 듣기도 전에 모든 게 멸망해버릴 위기였으니...]

"으음."

[ 그래서 그 때 일시적으로 삼황오제는 중원의 보호를 거두었고... 모든 신격이 합심해서 달마를 살해했다... 허나 그는 곱게 죽지 않고... 56억 7천만년 치의 저주를 그 영혼에 끌어안은 채... 법문을 전 세계로 퍼뜨려버렸다.]

"......?"

나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56억 7천만? 너 지금 나를 놀리는..."

[ 모든 신이 경악하고 분노했었다는 걸 기억해라... 그 때의 달마에게 쏟아진 저주는... 중원대륙을 100번 멸망시키고도 남을 정도였지... 그러나 당시의 달마가 지니고 있었던 혼돈의 힘은 그 저주에도 스러지지 않을 정도라서... 마지막 힘으로 법문이 쪼개어졌던 것이다.]

"......"

너무 엄청난 이야기라서 듣고 있다 보니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또한 [옛 지배자]란 존재들이 얼마나 절대적인지도 새삼 체감했다. 이야기의 규모에 압도되어 잠자코 듣고 있자 선지자가 한발짝을 옆으로 옮기며 말을 이었다.

[ 법문은 총 6조각... 그러나 그 법문을 얻은 존재가 [옛 지배자]일 경우... 그는 목숨걸고 그 조각을 지킬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의 파멸을 원치 않기 때문... 설령 내가 얻는다 해도 나는 종족의 명운을 걸고 법문의 조각을 지키겠지...]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법문을 현재 [옛 지배자]가 갖고 있는게 확실하단 말이냐?'

[ 그래... 아마 틀림없다... 그 당시에 모든 하위종족과 봉사종족들이 날뛰면서 지상을 헤집은 정황이 있다... 적어도 1조각이나 2조각은... 현재 [옛 지배자]의 수중에 있을 것이다...]

선지자가 말했다.

[ 백련교주라는 자가 법문의 조각을 원하는 듯 하지만... 허황된 꿈일 수밖에 없는 이유지...]

"그렇군... 그래서."

나는 과거 삼황오제 전욱이 천제단에 소환되었을 때 했던 말을 떠올렸다.

[ 그 자는 무생노모의 법문을 찾으려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더구나. 어차피 인간의 힘으로, 아니 삼황오제의 힘으로도 완성하는게 불가능한 법문일진대! 그 건방진 인간에게 천계의 힘을 보여주리라.]

그 때 나는 교주가 배신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서 어리둥절한 상황이라 대충 넘겼던 말이었다. 그러나 전욱은 분명히 자기 입으로 '삼황오제의 힘으로도' 완성하는 게 불가능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 아무리 삼황오제라고 해도 [옛 지배자]의 품에 들어간 법문조각을 무력으로 탈취하는 건 할 수 없는 일이겠지.'

삼황오제가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누가 갖고있는지도 모르는 멸망의 조각을 강탈하는 건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불가능'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물론 모든 삼황오제가 힘을 합치면 안될 일은 아니겠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탓도 있으리라. 뭐하려고 그런 커다란 위험을 무릅쓰고 멸망으로 향하는 조각을 얻겠는가?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혹시 그 법문조각을 얻으면 엄청나게 강해지는 효과가 있을까?"

[ ... 그럴지도 모른다. 무시무시한 혼돈의 힘이 잠재되어 있는 건 틀림이 없으니... 다만 얻기 전에는 다 억측일 뿐이다.]

이청운의 추측은 아마 맞을 것 같았다. 법문조각 하나하나에는 큰 힘이 담겨있으니 그 위치를 찾아내서 얻어내면 혼돈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좋아... 해냈어!'

나는 최소한 법문조각 중 한 개는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전생을 반복하면서 그 조각을 내 손에 넣는다면 내가 강해지는 속도가 보다 빨라질 게 분명하다! 나는 혹시하는 마음에 다시 질문했다.

"아까 [옛 지배자]가 법문이 완성되자마자 공격했다고 했는데, 각각의 조각을 얻어도 그걸 눈치채고 공격할 수도 있을까?"

[ 아니... 내가 알기로는 그렇지 않다... 완성되기 전에는 눈치챌 수 없으리라... 그저 혼돈의 힘이 좀 강하다고 생각할 뿐이겠지...]

"그럼 선지자, 너도 현재 누가 어떤 조각을 갖고있는지는 전혀 모른다는 거야?"

[ 모른다... 칠요와 달리 그에 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

결국 법문은 완전히 자력으로 찾아내야만 한다. 나는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고는 말했다.

"알았어. 그럼 마지막으로 무창의 탑에 있는 무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줘."

[ 좋겠지... 그럼 이걸 받아라. 무기의 사용방법이다.]

휘익

나는 선지자가 조그마한 수정구를 던져주자 받았다. 그러자 아까처럼 물밀듯이 무기의 정보와 재원, 그리고 기동방법과 위력 등등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내가 정보의 양 때문에 혼란스러워서 비틀거리고 있자 선지자가 말했다.

[ 원래 너희의 문명이라면 적어도 800년은 있어야 흉내라도 내볼 수 있겠지... 차고 넘치는 대가라고 할 수 있다.]

"그래봤자 1회 대여잖아."

내가 투덜거리자 선지자가 말했다.

[ 자... 거래는 여기까지인가? 더 하고싶다면 나는 상관없다.]

"......"

여기서 거래를 끝내도 될까?

"잠깐 기다려."

나는 혼자서는 판단이 서지 않아서 몰래 순어구로 제갈사와 통신했다. 그러자 제갈사는 전후사정을 듣더니 말했다.

[ 당장은 더 크게 얻을만한 게 없군. 우선은 돌아 와.]

[ 알았어.]

"여기까지 할게."

나는 선지자에게 거래종료를 알렸다. 그리고 비등을 써서 이동하려고 하자 선지자가 말했다.

[ 한가지... 무료로 조언을 하나 해 줄까.]

멈칫

나는 그 말에 솔깃해서 선지자를 바라보았다. 선지자는 눈을 잠시 데굴데굴 굴리더니 천천히 말을 이었다.

[ 탐색하는 것... 하사받는 것... 싸워서 강탈하는 것... 허나 방법은 3개 뿐만이 아니겠지. 제 4의 길이 있다...]

"......? 무슨 말 하는 거야?"

내가 반문하자 선지자가 껄껄 웃었다.

[ 크흐흐... 너무 길어지는 건 나도 싫어서 말이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나는 선지자를 무시하고 일단 본진인 장령곡으로 이동했다.

파앗

장령곡으로 돌아와서 제갈사를 만나자, 제갈사는 흑요석을 통해서 내게서 연금식과 무기의 지식을 넘겨받았다. 제갈사는 한동안 그 지식을 들여다보더니 말했다.

"연금식의 연구에 100년이 걸린다는 건 헛말이 아니었군."

"어떻게 안 되겠어?"

"내 힘만으로는 무리다. 애초에 내 전공은 연금술이 아닐뿐더러 난이도가 굉장하다. 각지의 서양 마도사나 연금술사의 힘을 모으는 수밖에 없을 거다."

"으... 또 호구잡힌..."

"아니지. 이걸 넘겨받은 것만으로도 이득이다. 이 연금식만 있으면 문명 자체가 몇 단계나 발전할 수 있지. 파생지식만으로도 황금 백만 관의 가치가 있어. 그리고 전생자인 네 녀석한테 100년이 그리 긴 시간은 아닐 터."

"흠."

"기억전송금속을 만들 수 있으면 그 순간 네 녀석은 몇 배나 여정을 단축시킬 수 있다."

단호하게 말한 제갈사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무창의 탑의 무기는 최후까지 아껴둬라."

"알았어."

쉬쉬쉭

그 때였다. 바깥에서 망량이 축지법을 써서 날듯이 달려들어왔다. 축지법은 보통 술법이 아닌데 숨쉬듯 쓰는 걸 보면 현재 망량의 술법수준은 매우 높아보였다. 망량이 약간 진정되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큰일났습니다, 숙부."

"현아 무슨 일이냐?"

이어진 말에 나와 제갈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명제국의 45만 대군이 여산 일대를 에워쌌습니다."

"......!!"

"호북성, 섬서성, 산서성, 하남성의 군사... 그리고 중앙군까지 모든 병력이 여산을 포위하듯 포진해서 여산 이십 리 일대는 완전히 봉쇄당했습니다. 정예철기와 특수병단은 그 중에서 7만 정도로 추정됩니다."

제갈사가 턱을 만지작거리며 대꾸했다.

"그 정도면 성주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개 성의 병력을 모조리 빼온 셈이군. 치안유지병력까지 모조리 빼온 셈이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사전에 황궁으로 정보가 샌 느낌이군. 기습은 이미 실패야."

"......"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토록 신속하게 황궁이 대응할 줄이야! 제갈사가 실패라고 단정지은 건 과한 말이 아니었고 실제로 이미 실패한 셈이었다. 이미 알고 대응하는 놈들을 공격하는 건 기습이 아니라 정면돌격이었으며, 승산이 현저히 낮아지게 된다.

제갈사는 망량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그것만이라면 네가 여기로 직접 올 이유는 없겠지. 지조(紙鳥)의 술법으로 연락만 해도 될텐데 직접 온 건..."

"네. 방금 전 그 일로 십이율과 백련교에서 사자가 와서 말했습니다."

"설마..."

"정면돌파를 하겠답니다."

"역시 또라이 새끼들이군."

씹어뱉듯 욕을 하는 제갈사였으나 나도 심정적으로 제갈사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45만 대군!

정예병단이 7만!

그 병력을 움직인다면 고려든 동영이든 일거에 소멸해버릴 게 분명하다. 말 그대로 현재의 명 제국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잠력을 털어넣은 방어막! 물론 백련교나 십이율의 눈에는 차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파천(破天)을 연상케 하는 대병력인 것이다.

하지만 제갈사는 병력의 숫자보다 다른 점에 주목했는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산서나 하남에서 그런 대병력이 하필 하루이틀 전에 딱 맞춰서 도착하려면 최소한 오 주야 전에는 해당병력을 이끄는 중급지휘관까지 이동명령이 도착해야 한다. 그럼 반천맹에 놈들이 찾아와서 협박하기 전부터 정보가 새나간 거겠군. 빌어먹을 개새끼들... 칠칠치 못하게 기밀이나 흘려대는 꼴이라니."

나는 제갈사의 말을 알아듣고는 반문했다.

"백련교나 십이율이 정보를 누설했단 말이냐?"

"주작의 역량이 생각보다 대단하다는 뜻이겠지. 금의위나 동창이 아니라 독자적인 밀정체계로 그들의 정보망을 뚫은 게 분명하다. 십이율과 백련교는 한 방 먹은 셈이고."

"......"

나는 침음성을 흘렸다. 주작 제갈유룡은 십이율주나 백련교주같은 절대고수가 아니었지만 타고난 지략이 천하제일급인데다 불사신의 성질을 지니고 있었기에 굉장히 까다로웠다. 적어도 지략과 정탐대결에서는 황궁이 제일 앞서나간 셈이다.

제갈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직접 뚫겠다는 소리는 아마 백련교의 호법사자가 무한의 내공을 이용해서 화력으로 밀어버리겠다는 뜻이겠군. 정말로 그 미친 짓을 할 생각인가?"

망량은 우울한 얼굴로 대답했다.

"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백련교가 못 할 이유는 없겠지요."

"뚫을 수 있다 손 치더라도, 그건 암묵적인 규칙을 무시하는 것이다. 백련교 호법사자의 힘은 인세(人世)가 아니라 이면의 세상에서 가져온 마도의 힘이야. 그걸로 대군을 뒤집어엎는 순간... 천하는 인간이 수천 년간 쌓아올린 질서를 잃고 혼돈에 휩싸인다."

"하지만 백련교의 행사를 막을 방법은 지금 없습니다."

"그렇겠지..."

다음 순간 두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그래도 막아야 해."

"그래도 막아야 합니다."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두 제갈가의 현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질문했다.

"막아야 한다는 건 동감하지만, 우리가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절실한 이유를 잘 모르겠소."

"후후, 백웅. 당신은 어떨 때는 소름끼칠 정도로 냉정하구려."

망량은 씁쓸하게 웃더니 말했다.

"왜 우리가 백련교의 행사를 막아야 하냐면... 백련교가 명제국의 정병을 학살하는 것 자체가 주작의 함정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오."

"뭣?"

"주작이 백련교 호법사자의 화력을 모를 리가 없소. 순식간에 우리쪽 습격정보를 알아낼 정도의 정보력이면 백련교의 전력 정도는 다 파악해놨겠지. 그리고 수십만 병력을 모아봤자 호법사자의 무한의 내공 앞에서는 이쑤시개 모듬밖에 안되는 걸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오."

나는 망량의 말에서 뭔가를 깨닫고는 말했다.

"희생양이군!"

망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유룡은 그날 대군을 학살하는 순간, 그 대규모 학살 자체가 여산의 인신공양이 되도록 이미 주술결계를 펼쳐놨을 것이오. 그래서 백련교가 학살을 시작하는 게 도리어 주작의 계획을 도와줄 수가 있는거지."

"으음...!!"

"수십만 명이 학살당하는 즉시 억울한 영혼들이 제단으로 끌려들어가서 신에게 바쳐질 것이오."

굉장히 그럴듯하다! 마도(魔道)의 수법 그 자체다.

내가 침음성을 흘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산 내부에서 얌전히 의식을 치르게 내버려둘 수도 없잖소."

"그렇소. 놔두면 안에서 궁극의 초상기인이 완성되어서 지금까지의 힘의 균형이 완전히 엎어지고 황궁이 거대한 힘을 가지게 될 거요."

"사면초가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 때 제갈사가 입을 열었다.

"방법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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