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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562화 (561/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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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천향(暗天鄕)

쐐액

나는 시작하자마자 쾌검(快劍)으로 진소청의 목을 찔러갔다. 딱히 검식에 이름은 없었으나 뇌신류에서 가장 먼저 가르치는 찌르기의 태세였다. 하지만 진소청은 내 공격을 쉽게 받지 않고 삼보절기를 응용해서 한차례 크게 물러섰다.

투웅!

투두둥

뒤늦게 파공음이 울려퍼졌다. 파공음은 진소청의 머리 양옆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는데, 진소청의 머리카락이 한차례 펄럭였다. 진소청은 그동안 산야에서 폐관수련하면서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았는지 어깨까지 머리카락이 내려와 있었다. 진소청은 자신의 머리카락이 터져나간 걸 흘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무서운 찌르기요. 잔공운요(殘空雲曜)인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알아보는군."

"거기에 굴공천축검의 인척력을 이용해서 궤도를 비틀었다... 방금 전의 공격은 그 자체로 절명기(絶命技)였소."

"괜히 추켜세울 필요 없소. 그걸 쉽게 피해낸 당신은 대체 뭐지?"

"운이 좋았소."

나는 진소청의 말을 들으면서 찝찝함에 휩싸였다.

' 묘예의 역을 수련하며 만들어진 연계기를 이렇게 쉽게 파해하다니.'

내가 그 동안 수련해 온 묘예의 역이란 특정한 무공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렇다기 보다는 뇌신류 무공의 연계와 수련도를 크게 높이면서, 응용성에 대한 이해를 극대화시키는 과정이었다. 그렇기에 이 수련에는 뇌신류 무공 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내가 배워 온 칠대절학과 팔선신공의 이해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방금의 내 공격은 팔선신공 중 하나인 잔공운요의 깨달음으로 속도를 최대한 높이고, 시선을 교란시키기 위해 굴공천축검으로 공간을 일시적으로 뒤틀었다. 그래서 단순히 일직선의 쾌검이라고 생각한 상대는 난데없이 3연속으로 뚫어오는 공격에 즉사하게 되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소청은 그 찰나에 내 초식의 변화를 모조리 간파해내고 거의 유일한 파훼법인 삼보절기로 딱 필요한 만큼만 뒤로 물러섰다. 그렇기에 진소청에게 실제로 방금 전의 공격은 먹히지 않은 거나 다름없었다.

"이제 알겠소. 창을 들지 않으면 지금의 당신을 상대할 수 없겠소."

스윽

진소청이 고요히 창을 들어서 자세를 잡았다. 그것만으로도 무(無)에서 난데없이 그의 존재감이 치솟아 올랐다. 동시에 맹수의 아가리 근처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듯한 살벌한 위협감이 전신에 덮쳐왔다. 나는 손에 땀이 축축히 젖어오는 걸 알아채고 씨익 웃었다.

"영광이군."

진소청은 격하(格下)의 상대에게는 굳이 창을 쓰지 않는 성격이었다. 예전 검왕 남궁명을 때려눕혔을 때처럼, 창을 쓸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면 권장법으로 대충 때려잡는 것이다. 그게 진소청의 자존심인지 원래 성격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그가 창을 든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상대를 전력을 다해야 하는 존재로 인정했다는 뜻!

사실 수련기간으로 치면 황당할 정도였으나 나는 그 사실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진소청의 재능은 이미 질투나 시기심을 가지기에는 너무나 머나먼 지점에 있었기 때문이다.

"삼원(三原) 교(巧)."

진소청의 창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 뭐지?'

내가 공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큰 변화가 없어보이는 느린 찌르기였다. 나는 혹시 이 찌르기에 칠대절학과 팔선신공의 묘예가 담겨있는지 찰나의 시간에 통찰했지만 그런 건 느껴지지 않았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스스스

내가 망설이는 동안에도 진소청의 창은 느릿하게 내 공간을 침입하고 있었다. 더 이상의 침입을 허용하면 위험할 게 뻔했다. 하지만 나는 참을성있게 끝까지 이 공격을 지켜보며 모든 육감을 진소청의 창에 집중했다.

그 순간이었다.

쿠콰쾅

"......!!"

나는 갑작스럽게 튕겨져서 뒤로 멀리 날아갔다. 무려 사 장씩이나 날아간 후 경공으로 몸의 상태를 다잡으려 했으나 역도(力導)가 너무 강력해서 모든 내공을 발에 집중한 후에야 멈출 수가 있었다.

"크윽..."

나는 인상을 찡그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검이 부러질 뻔 했지만 어떻게든 진소청의 일격을 막아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자 앞에 있던 진소청이 놀랍다는 듯 말했다.

"그걸 막아내다니... 어떻게 공격하는 순간을 알아냈소?"

"짐작가는 게 있었으니까..."

나는 진소청을 노려보며 말했다.

"뇌신류 창술의 [다음 단계] 아니오?"

진소청이 순순히 인정했다.

"그렇소."

예전의 전생에서 진소청이 내게 말해준 적이 있었다. 나는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 당신과 얼마 전에 싸울 때는 미완성의 기술이라서 내놓지 않았소. 하지만 이건 뇌신류 창술의 다음 단계라고 생각하오.]

[ 이 단계에 대해서 스승님께 조언을 구하니, 이것이 바로 창술의 육합(六合)을 하나로 합치는 단계라 하셨소.]

[ 잘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일극에서 육직에 이르는 과정을 단 하나의 초식에 담는 것이오. 스승님은 이 단계를 찌르기의 극한(極限)이라 말씀하셨지.]

뇌신검무(雷神劍舞)가 뇌신류 검술의 최종절기라고 하면, 천뢰무극창보다 한단계 위의 경지가 바로 뇌신류 창술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창술의 육합을 하나로 합치는 경지로써 일극(一戟), 이진(二進), 삼란(三欄), 사전(四纏), 오나(五拏), 육직(六直)을 한 번에 펼쳐내는 기술이었다.

' 저 경지로 절대지경에 이른 건가!'

틀림없다. 과거의 진소청이 이론만 알고 있던 기술을 완벽하게 승화시킨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짐작했음에도 의문에 휩싸였다.

' 육합이 합쳐지는 순간이 전혀 없어... 도대체 어떤 원리지?'

아무리 의념절기라 해도 최소한의 무리(武理)는 존재한다. 하지만 방금 진소청의 공격은 그저 '온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어떤 창술의 기법도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나는 다행히도 그의 공격을 방어는 할 수 있었기에 끝까지 맞서기로 했다.

까앙!

한 차례 허공에서 강기가 부딪혔다. 진소청은 한번 기술을 시도해보고는 내 빈틈을 노리려는 전술으로 바꿨는지 평이해보이는 초식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나는 진소청과 맞상대하며 그동안 수련해왔던 성과를 아낌없이 펼쳐냈다.

카강! 카가강

순식간에 오십여 초가 지나갔다. 나든 진소청이든 삼보절기를 바탕으로 해서 서로의 간합을 굴공천축검으로 조정하고 있었다. 사용할 수 있는 수법이 비슷했기에 완전히 이질적인 변초를 쓰지 않는 한 대충 막거나 피해낼 수가 있었다.

약간 지지부진하다고 느끼는 찰나였다.

' 온다!'

쿠구구궁

"크윽."

나는 또다시 진소청의 일격에 밀려나며 땅바닥을 굴렀다. 이번에는 낙법이나 천근추를 응용할 틈도 없었는데, 진소청이 창에 담은 힘이 그만큼 가공하다는 뜻이었다. 나는 벌떡 일어서서 자세를 잡았지만 그 순간 코피가 터져나왔다.

후두둑

안쪽의 막이 찢어졌는지 한꺼번에 핏방울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나는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검을 쥔 채 진소청을 노려보았다. 대결에서 설령 손가락이나 팔이 날아가더라도 눈 앞의 상대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한동안 나와 진소청이 살기를 부딪히며 삼엄한 검기를 겨루었다.

"거기까지!"

그 때 관전하고 있던 이청운이 중지명령을 내렸다. 나는 그제서야 코피를 닦을 수 있었는데, 상체가 꽤 피로 젖어 있었다. 나는 어떻게 봐도 진소청에게 열세였기에 이번 대련이 패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혈하게."

"네."

나는 임시로 피를 멎게 하는 혈을 눌러서 출혈을 막았다. 그리고 임시로 침을 이용해서 찢어진 부분이 빠르게 회복되도록 했다. 내가 응급처치를 하고 있는 동안 이청운이 말했다.

"좋은 대련이었네. 느낀 게 많았겠지."

나는 이청운의 말에 한숨을 쉬었다.

"배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응?"

"중간에 눈치챘습니다. 진소청이 저를 많이 봐줬잖습니까."

그랬다. 나는 대략 이십여 초 쯤에서 육감으로 진소청이 힘을 아끼고 있다는 걸 알아챘던 것이다. 어림짐작으로는 대략 삼할 정도는 접어주고 나를 상대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러자 이청운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다 해도 대단한 걸세. 백련교의 호법사자라고 하더라도 지금의 진소청을 상대하기는 버거울텐데 그에게서 나름대로 전력을 이끌어낸 거니."

"그게 현재 저와 절대지경의 격차입니까?"

"진정한 초인(超人)과 수를 겨룬 거지."

그렇게 대꾸한 이청운이 힐끔 진소청을 쳐다보았다.

"자, 보게."

콰쾅!!

"...!! 아니 갑자기."

난데없이 이청운이 뇌신지혼을 일으켜서 진소청에게 달려든 것이다!

강렬한 뇌광과 폭음이 울려퍼졌기에 나는 당혹감을 느꼈다. 지금의 뇌신지혼은 전혀 봐주는 기색이 없었고 후폭풍을 불러올 정도의 강격(强擊)이었기에 진소청이 걱정될 정도였다.

하지만 먼지가 사라진 후 장내의 광경은 나를 한번 더 놀라게끔 했다.

교착상태!

이청운은 진소청의 목젖에 주먹을 갖다대고 있었고, 진소청 또한 이청운의 목에 창날을 갖다대고 있었다. 서로가 한 번의 움직임으로 상대를 결단내버릴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스윽

이청운이 먼저 자신의 권을 물리자 진소청도 창을 물렸다. 그리고는 이청운이 내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보게. 진소청은 내 뇌신지혼에 반응해서 대등하게 싸울 수 있지."

"헉!!"

"이게 절대지경과 그렇지 않은 자의 차이일세."

그러고보니 그렇다. 원래 뇌신지혼은 인간의 반응속도로는 도저히 맞설 수 없는 뇌속(雷速)을 자랑하고 있기에, 과거에는 수신류 호법사자조차 일격에 전투불능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의 진소청은 명백히 이청운의 기습에 잘 대처한 것이다.

"진소청 뿐만이 아닐세. 사실 절대지경에 이른 자들은 웬만하면 뇌신지혼과 수를 나눌 수가 있어. 그건 절대지경에 이른 자들에게 있어서 뇌속이 사실 그리 대단치는 않다는 뜻이기도 하네."

"음..."

"이 사실에서 뭔가 느껴지지 않나?"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대꾸했다.

"의념이 뇌혼보다 빠르다는 거군요."

"정확히는 절대지경에 올라서 의념으로 천주를 세운 이후에는 물질계의 속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거지. 그래서 아무리 나라고 해도 절대지경에서는 좀 빠른 수준이고 속도만으로 승부를 낼 수 없네. 물론 다른 고수보다 훨씬 더 빠른 건 확실하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이득을 얻긴 하지만."

"......"

"번개가 아무리 빠르다 하더라도 한 번에 세상의 저편으로 갈 수는 없어. 하지만 생각만으로는 우주 끝까지 가는 게 가능하지 않은가?"

뭔가 심오한 비유였다. 내가 그 뜻을 되새기고 있을 때 가만히 있던 진소청이 입을 열었다.

"백웅. 사실 그것때문에 오늘 잘 찾아왔다 생각했소."

"무슨 말이오?"

"뇌신지혼은 절대지경 중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깨달음이오. 그런만큼 절학의 난이도도 높고 아무리 천재라도 단시일에 얻을 수 없지. 그래서 나는 칠대절학과 팔선신공의 깨달음을 수습하면서 내 나름대로의 경지를 개척하려 노력했소. 그 결과 뇌신류 창술(槍術)의 극의(極意)를 깨달아 절대지경에 오르게 된 것이오."

그렇게 말한 진소청이 말을 이었다.

"나는 이 방법으로 백웅 당신도 절대지경에 오를 수 있으리라 생각하오."

나는 진소청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나는 뇌신류 검술(劍術)의 극의(極意)를 보라는 거요?"

"바로 그거요."

진소청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의 백웅 당신은 분명히 뇌신류 역사상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검술의 명인(名人)이오. 이청운 종사님을 제외하고는 당신에게 뇌신류 검술을 가르칠 자는 이 중원대륙에 딱히 없을 거라 생각하오. 그래서 그 동안 종사께서는 당신에게 묘예의 역을 가르치면서 검술도 세심하게 지도하셨지. 또한 얼마 전에는 절대지경에 오를만한 단초도 분명히 존재했지 않았소?"

"단초?"

"해신(海神)의 목을 벨 때, 당신은 영문모르게 뇌신검무(雷神劍舞)를 펼치며 각성했소. 그 때의 당신은 현재의 나조차도 못 이길거라 생각할 정도로 막강한 무위를 선보였소."

"아!"

그런 일이 있었다. 모든 게 무너지고 절망했을 때 나는 최후의 의지를 불태우며 뇌신검무를 펼쳤다. 그 때 영문모를 각성과 고양감이 일어나면서 결국 [옛 지배자] 해신의 목을 베어내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내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자 진소청이 말을 이었다.

"내 생각에 그때의 당신은 일시적으로 모든 역량이 폭발해서 절대지경에 도달했던 것이오."

"하지만 그렇다면 왜 그때의 심득을 지금은 펼칠 수 없는 거요?"

"그 의문에 대해서 나와 종사님이 꾸준히 몇 년동안 연구하고 토론해 왔소. 그 결과, 뇌신지혼은 [그릇]이고 뇌신검무가 [내용물]이라는 결론을 확정지었소."

"그릇? 내용물?"

저건 또 무슨 비유란 말인가?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옆에 있던 이청운이 팔짱을 꼈다.

"뇌신검무, 혹은 뇌신류의 검권창 중에서 하나를 절대지경까지 익힌 자는 동시에 그 이상의 단계로 올라갈 자격이 생긴다는 말이네. 아마 강신(降神)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의념천주조차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는 거겠지. 지상계에서는 무적(無敵)이라고 볼 수 있네."

"오오! 제가 그런 경지에 올랐었..."

"하지만 그 경지는 뇌신(雷神)의 힘. 인간의 영육으로는 그 힘을 제대로 다스릴 수가 없네. 다스린다 해도 자네처럼 일시적으로 힘을 뿜어낸 후 잊어버릴 뿐이겠지. 그래서 뇌신의 힘을 갈무리해서 제어할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하지."

"그 그릇이 바로 뇌신지혼(雷神之魂)이란 말씀이시군요."

"그래. 우리 뇌신류가 누대를 이어서 뇌신지혼을 연구해왔던 이유가 바로 그것일세. 자네처럼 일시적으로 뇌신의 힘을 폭주, 각성한 예는 종종 있었지만 결국 그걸 자기 것으로 만들지는 못했기 때문이야."

이청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 시점에서 이 자리에 있는 우리 셋은 모두 뇌신의 힘을 일시적으로 각성할 자격이 있네. 왜냐하면 뇌신류 무예의 정점에 올라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 힘을 끌어내서 안정적으로 사용가능한 건 이론상으로 나 뿐일세."

"......"

"뇌신지력(雷神之力)이 뇌신지혼(雷神之魂)에 담겼을 때 뇌신류 최종오의가 한걸음 더 가까워질 것일세."

신의 힘을 사용하려면 신의 혼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야말로 자연 그자체라고 할 수 있는 뇌신지혼을!

나는 그 이야기를 듣다가 뭔가 의문이 생겨서 이청운에게 물었다.

"잠깐만요. 뭔가 이상한게 있습니다만..."

"무엇인가?"

"그렇다면 이청운 님은 진작에 절대지경을 더욱 뛰어넘었어야 하지 않습니까?"

이게 내 의문이었다. 이청운은 현재 뇌신류 최종오의에 가장 가까운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또한 이청운의 천재적인 재능을 생각해볼 때, 그는 절대지경의 고수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존재가 되어야 정상이다. 투선(鬪仙)과 대등하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이청운의 객관적인 역량은 검선 여동빈보다 훨씬 아래였으며 백련교주보다 약간 쳐졌다. 무사시나 십이율주와는 이청운이 제대로 겨룬 적이 없어서 알 수 없지만 그들 또한 결코 만만하진 않다. 이청운의 이론대로라면 이건 분명히 모순되는 일인 것이다.

내 질문의 속뜻을 알아챘는지 이청운이 씁쓸하게 대답했다.

"[자격]이 있는 것과, 뇌신지력을 자의로 각성하는 건 천지차이야. 사실 나는 자네처럼 뇌신의 힘이 내게 강신하는 걸 평생 느껴본 적이 없어. 어떤 느낌인지도 몰라."

"네...?!"

"그래서 내가 자네가 뇌신검무로 각성했던 걸 이론상으로는 짐작하면서도 함부로 조언하지 못했던 걸세. 사실 지금 이 자리의 어느 누구도 그 때의 자네처럼 뇌신의 힘을 의도적으로 각성할 순 없다는 말일세."

"......"

"그 경지야말로 인간의 재능이나 한계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네. 천운(天運)으로 깃든다고 봐야겠지. 진소청이라고 해도 경지를 올릴지언정 뇌신의 힘을 평생동안 강신하지 못할지도 몰라."

"그럴수가..."

나는 이청운의 말을 듣자 약간의 절망감을 느꼈다.

그렇다면 천신만고 끝에 나중에 뇌신지혼을 익힌다 하더라도, '그 때'의 뇌신검무만큼의 힘을 끌어내는 건 완전히 운에 맡겨야 한다는 소리인가? 그렇게 불안정한 힘을 앞으로 써 먹는 게 가능할까?

그 때 진소청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더욱 단서를 얻을 방법이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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