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38 암천향(暗天鄕)
어느 쪽이 소중하냐고?
그야 물어볼 것도 없이 7인의 동료 쪽이었다. 그런 건 생각할만한 고민도 아니었다. 생면부지의 인간과 소중한 인연을 이은 자들 중 어느 쪽이 중요한지는 물어보나 마나인 것이다. 아니라는 놈이 미친 놈이다.
그러나 나는 제갈사의 질문에 좀 더 깊은 뜻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건 다른 문제야."
제갈사가 바로 반박했다.
"아니, 같은 문제지. 네가 그 인간들을 구출하려 나선다면 필연적으로 우린 큰 사건에 끼어들 수밖에 없게 되고, 너와 함께 인과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될 거다. 그건 네가 우리를 죽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다른 문제야."
나는 약간 억양을 높이며 말을 이었다.
"왜냐하면 너라면 그렇게 되지 않을 방법을 알고 있을 테니까!"
그러자 제갈사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는 몸을 앞으로 숙이며 나를 쳐다보았다.
"뭔 개소리야?"
"당연히 생면부지의 5천명보다는 너희가 훨씬 소중해. 하지만 그렇다고 5천명이 인신공양 당하게 놔둘 수는 없어. 그들은 끔찍하게 죽거나 잡아먹힐 거고, 죽은 후에도 구원받지 못할텐데 가만 놔둘 수는 없다고."
나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리고 정말로 내가 수련만 할 것을 원한다면 굳이 이 일을 내게 알리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 그렇다면 제갈사 너는 그 일의 해결책을 이미 알고 있거나, 나를 시험하려고 하는 거지."
"......"
"방법이 있지? 그렇잖아."
"흐음."
"그게 내가 아는 제갈사다."
내가 강하게 이야기하자, 제갈사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뚱하게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망량이 피식 웃으며 제갈사에게 말했다.
"말했잖습니까. 백웅은 예전의 백웅이 아니라고."
"크크. 다 예측한 것처럼 말하지 마라. 너도 반신반의했기 때문에 나와 같이 백웅의 반응을 보러 나온 거 아니냐?"
"뭐 그 말도 맞습니다만..."
망량이 어깨를 으쓱이자 제갈사가 내게 말했다.
"맞아. 대책은 마련되어 있어."
"역시 날 시험하려 한 거냐?"
그의 목소리가 다소 싸늘해졌다.
"그래. 이 정도 난관에도 줏대없이 흔들리는 놈인지 아닌지를 보고 싶었다. 섣불리 흔들리는 놈이라면 아무리 전생자라고 하더라도 나나 망량이 목숨을 바칠 놈은 될 수 없지."
역시 그랬던 건가.
내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제갈사는 형형한 안광을 내뿜으며 턱에 손깍지를 받쳤다.
"네 말대로 우리 둘이 생각해낸 대책이 있다. 우리 정체도 안 들키면서 황궁도 견제할 수 있는 대책이지. 이 정도로 인재, 보물과 금력이 쌓였는데 그 정도도 못 하는게 이상하지 않겠냐?"
"하아, 다행..."
제갈사가 갑자기 말을 끊었다.
"하지만 방금 질문한 건 사실이니까 대답을 해줘."
"무슨 대답을 말하는 거지?"
"방금은 네가 내 의도를 눈치채고 앞질렀지만, 실제로 앞으로 전생을 하다보면 이런 선택지가 무수히 등장하게 될 거다. 인정(人情)인지 실리인지, 정의인지 효율인지, 개입인지 방관인지, 구출인지 학살인지..."
"......"
"지금까지도 많이 있었던 선택이지. 그때마다 지금처럼 대답을 회피할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겠지?"
나는 제갈사의 말에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나는 내 머릿속의 이상때문에 모든 실리를 포기하진 않겠어. 필요하다면 포기할 수도 있어. 다만 그건 나 혼자 힘으로는 안 되는 거니까, 너와 동료들이 날 도와줄 거라고 믿어."
"참 입에 발린 말이군..."
"미안."
"어쩌다가 이런 빡대가리를 주군으로 모셔서."
제갈사는 툴툴거리다가 말했다.
"그럼 노예 인신공양에 대비한 내 대책이란 걸 말해 주지."
제갈사가 이윽고 계책을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방법을 듣자 황당한 기분이 들어서 입을 쩍 벌렸다.
"어... 어?! 그건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냐?"
"너도 예전에 비슷한 방법을 썼으면서 뭐가 문제야? 그리고 너만 손을 더럽히면 끝나는 문제인데."
"그렇긴 해도 통할까?"
"통하고도 남지. 그리고 사후작업은 망량이 반천맹과 낙양의 인맥을 이용해서 진행할 테니까 크게 걱정할 필요 없어."
옆에 있던 망량이 보충설명했다.
"이 방법을 쓰면 적어도 5년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오. 또한 우리쪽 정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매우 낮소. 다만 폭약이 좀 부족할테니 미호 님에게 부탁해서 동영의 폭약을 구매해야 할 것 같소."
"알았어. 그럼 그 방법대로 할게."
"그리고 연종휘 일 말인데..."
망량이 나를 바라보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를 언제까지고 장령곡에서 억류할 수는 없소. 그래서 그를 완전히 회유할지 아니면..."
죽일지를 말하는 거군.
망량이 살인멸구를 직접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맥락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남궁세가를 멸망시킨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 정세가 크게 변동할 게 뻔했기 때문에, 그 날의 참사를 직접 목격한 연종휘를 결코 풀어줄 수는 없다. 그래서 죽이거나 회유하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지밖에 없는 것이다.
제갈사가 말했다.
"나는 그냥 이혼대법으로 세뇌해서 놈을 부하로 만들자고 했는데, 망량이 향후 동료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거부하더군. 이혼대법으로 조종당한 기억이 있다면 결코 우리를 신용할 수 없을테니 말이다. 그래서 백웅 네 의견을 묻는 거다."
"이혼대법으로 조종할지 죽일지를 말이냐?"
"까고 말해서 그렇지. 너는 어떻게 하고 싶냐?"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내 생각도 망량과 같아. 그는 미래의 십대고수이니, 뭔가 우리가 모르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놈에게 흑요석을 주기에는 신뢰할만한 관계가 전혀 없는데."
"내가 직접 연종휘와 이야기해 보겠어."
"그러던가."
쿠웅
잠시 후 나는 장령곡의 밀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쇠사슬에 묶여 있는 연종휘를 보며 말했다.
"반갑소, 연종휘."
"......"
연종휘가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의 내공을 억제하는 혈을 누른 후 쇠사슬을 풀어 주었다. 연종휘는 쇠사슬이 풀린 후 퉁명스레 말했다.
"뭐 어쩌자는 거지? 대체 내게 뭘 하고싶은 거요."
"우선 오늘 밥을 안먹었을 텐데 이것 좀 드시오."
나는 만두와 계퇴, 약간의 물을 그에게 내밀었다. 연종휘는 음식을 받아서 한동안 말없이 먹었다. 그동안 그에게 식사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음에도 잘 먹는 기색이었다. 나는 그가 맛있게 먹는 걸 보고 신기해서 물었다.
"내가 뭔가 탔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 거요?"
"탔을 거면 진작에 탔겠지. 당신들이 그런 호로쌍놈이 아니기를 바랄 수밖에."
쩝쩝
무뚝뚝하게 대꾸하고 계속 밥을 먹는 연종휘를 보고 있으니 나는 확실히 실감할 수 있다.
' 이 자는 확실히 호걸이다.'
생전 처음보는 곳으로 끌려와서 수 개월동안 갇혀있었는데도 마음이 전혀 꺾이지 않았고 심지어 담대하기까지 하다. 연종휘는 평범한 무인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나는 그가 밥을 다 먹자 식기를 옆으로 치우고는 말했다.
"가벼운 질문을 몇 가지 할 거요. 그 다음에 당신의 처우를 결정하겠소."
"무슨 질문?"
"우선... 당신은 남궁세가에 식객으로 머무르고 있었는데 떠나려고 했소. 어디로 가려고 했던 것이오?"
연종휘는 대꾸했다.
"전에도 당신말고 다른 사람이 묻는 말에 대답했듯이, 내 대답은 같소. 그냥 중원을 정처없이 유랑하려던 중이었소."
"그렇소? 그럼 당신의 문파는 무엇이오."
"일인전승 문파인 사일문(射日門)이오."
거짓말을 하고 있다.
지금 이야기하는 건 전부 거짓말이다.
바로 그것이 그를 이전에 심문해 봤던 망량과 제갈사의 공통적인 대답이었다. 그들은 사람의 심리를 읽는데 도가 텄기에, 연종휘의 사소한 반응이나 대답 하나하나에서 심리를 유추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비슷한 질문을 수십 개씩 겹치는 것으로 그의 진심조차 대충 알 수 있는 것이다.
' 아무래도 그가 우리를 전혀 신용하지 못하고 틈만 나면 탈출하려 한다는게 사실인가 보군.'
그럴 수밖에 없긴 하다. 하루아침에 자신이 신세를 지던 남궁세가를 참혹하게 멸망시키고 자신을 가둬놓은 자들에게 뭐하러 진심을 털어놓겠는가? 하물며 지금까지는 고문이나 협박도 전혀 없었으니 당연히 자신의 신변에 대해 숨겼으리라.
하지만 나는 연종휘와 일일이 심리전을 할만한 여유도 시간도 없다. 나는 짧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실 나와 내 동료들이 크게 의논을 해봤소. 그리고 당신을 죽이거나 혹은 회유하기로 마음을 먹었소."
그러자 연종휘가 코웃음을 쳤다.
"하! 죽일거면 그냥 죽이지 뭐하러 이리도 번거롭단 말이오? 그리고 회유? 나를 이렇게 감금해 놓고 참 염치도 없군."
"문제는 어느 쪽이든간에 당신의 앞길은 지옥이란 거지."
연종휘는 모르고 있다.
이혼대법으로 휘둘리는 인간은 술자가 마음만 먹으면 생지옥을 볼 수 있다. 제갈사가 갖고놀려 하면 그는 차라리 죽는 게 나을거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나는 약간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까지 하기는 싫소. 어쨌든 당신은 향후 절대고수로 성장할만한 재목이기 때문에 이렇게 제멋대로 휘두르기는 싫군."
"뭐 어쩌자고?"
"마지막 질문이오. 이 질문에 똑바로 대답해 준다면 나는 당신에게 공정한 처우를 해주고 풀어줄 수도 있음을 약속하오."
연종휘도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긴장한 채 나를 바라보는 기색이었다.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은 의(義)가 뭐라고 생각하오?"
"......!!"
연종휘는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황당해했다.
"그... 그게 질문이오? 의가 뭐냐고?"
"그렇소. 당신이 생각하는 의로움이란 뭔지 말해 주시오."
"황당한 자로군. 그게 그리 중요한가..."
그는 잠시 마음을 진정시킨 후 말했다.
"의(義)란 자신의 무(武)를 갈고닦아 횡포를 저지르는 놈들을 물리치고 없애는 것이오."
"물리치고 없앤다는 건 암살(暗殺)도 포함하는 것이오? 활로 저격을 하는 등의."
"... 눈치챘나 보군."
연종휘가 씁쓸하게 말했다.
"당신 생각대로요. 나는 내 활솜씨를 이용해서 탐관오리 몇 놈을 없앤 적이 있소."
망량의 추측이 맞았다. 망량은 정보단체를 움직여서 연종휘의 뒷조사를 했는데, 그가 지나쳤던 행적 속에서 많은 관리들이 의문사를 당했다는 걸 알아챈 것이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재차 물었다.
"그건 어찌되었든 살인이오. 당신과 일면식도 없던 자를 그저 평판때문에 죽인 것이지. 그게 당신이 생각하는 의(義)라는 것이오?"
"그렇소!"
그는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나는 죽어 마땅한 놈은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오. 그들은 권력을 휘둘러서 힘없는 민초들에게 학정을 가하고 탄압하지. 벌건 대낮에 평민을 때려죽이거나 아녀자를 겁탈하는데도 관아에서는 권력때문에 그들을 건드릴수조차 없소. 그렇다고 백년천년 기다리고만 있는다고 해서 그 자들이 알아서 뒈지는 것도 아니지. 돈과 권력이 있으니 도리어 말년까지 잘먹고 잘 살 뿐이오."
"......"
"그들은 간접적으로 권력을 휘둘러서 민초를 살상하고 있소. 그 또한 마두(魔頭)라 할 수 있으니, 나는 그놈들을 죽임으로서 힘없는 자를 지키는 의(義)를 실천하는 것이오."
"그렇군..."
나는 연종휘의 말을 듣자 그가 어떤 자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관과 무림이 불침(不侵)이라는 원칙을 무시하고 권력자를 벌하는 무인!
어쩐지 궁왕의 실력이 강호일절이라고 하는데도 궁왕이 세상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명성이 알려진 후에도 지속적으로 백성을 괴롭히는 탐학한 관리들을 주살해온 것이리라.
' 그는 정의로운 자다. 그리고 강하다.'
이 정도로 관리 암살에 나선다면 동창이나 금의위가 나서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궁왕 연종휘는 오십 년 후까지 강호 최고수로 이름을 날렸으니, 그 추격을 모조리 이겨내고 홀로 강호에 우뚝섰다는 뜻이다. 분명히 강호의 대협이자 호걸이다.
나는 그에게 호감이 가서 말했다.
"나와 내 동료들 또한 우리만의 의(義)를 실천하고자 하오. 망량에게 남궁세가를 벌하게 된 경위를 들었을 것이오. 그 와중에 당신과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지."
연종휘가 코웃음을 쳤다.
"흥! 당사자가 하는 말을 어찌 믿소? 당신들이 자기 욕심으로 죄없는 남궁세가를 벌했을 수도 있잖소."
"정 그렇다면 나와 함께 당사자가 아닌 피해자를 만나러 가겠소?"
"뭐?"
투두둥
나는 빠른 손놀림으로 그의 맥문을 풀어 주었다. 그러자 그가 곧장 내공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그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녀들에게 직접 물어보시오."
"내가 도망친다면?"
휘익
나는 문 밖에 세워두었던 그의 흑궁(黑弓)을 던져주며 말했다.
"스스로의 눈으로 진상을 확인할 기회를 거부한다면 나는 당신에게 실망할 거요."
"... 대협인 척은 다 하고 있군. 좋소!"
나는 연종휘를 데리고 장령곡의 모처로 향했다. 그 건물에서는 남궁세가에게 학대받던 여인들이 심신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지내고 있었다. 나중에 준비가 되면 풀어줄 생각이었는데, 연종휘는 그녀들과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자 꽤 충격을 받는 기색이었다.
약 반 시진 정도가 지났을까?
연종휘는 이야기를 끝내고 나와서는 말했다.
"완전히 믿을 수는 없지만 남궁세가는 개새끼 같구려."
"그렇소. 하지만 강호의 그 어떤 세력도 남궁세가를 벌할 수 없었다는 걸 알고 있소?"
연종휘가 나를 힐끔 쳐다보자, 나는 문 앞에 걸터앉은 채 말을 이었다.
"오대세가는 물론이고 구파일방조차 남궁세가의 행사에 감히 끼어들지 못했지. 황궁의 동창과 금의위조차도 군소세가가 짓밟힌 일이 강호의 일이라 해서 좌시했을 뿐이오. 이 상황에서 세상 그 누가 저 불쌍한 여인들을 구해줄 수 있었겠소?"
"......"
"당신도 의를 행한다 했으나 지척에 있던 거악을 알아보지 못했소. 우리가 구하지 않았다면, 그녀들은 그 밀실에 갇혀서 성적으로 학대받으며 결국 한어린 생을 다했을 거요."
연종휘는 탄식했다.
"실로 참혹한 일이구나..."
나는 일어나서 연종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는 당신이 우리의 동료가 되어줬으면 하오. 당신 혼자서만 의를 실천하는 게 아니라 이 세상에 횡행하는 거대한 악의와 싸우는 게 더 낫지 않소?"
"......"
"다만 우리의 적은 오대세가 따위보다 훨씬 더 강력할 것이오. 당신이 탐관오리를 암살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강적들이 출몰하겠지."
연종휘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꺼지듯 한숨을 쉬었다.
"하루만 시간을 주시오. 생각을 좀 해보고 싶소."
"좋소."
나는 연종휘를 다시 감옥으로 데려가지 않고 일반실로 데려갔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서 그를 찾아가자, 연종휘는 내공금제가 풀려있었음에도 도망치지 않은 채 그 방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꼬박 밤을 새운 듯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그는 내가 찾아가자 포권을 하며 말했다.
"결심했소. 나도 당신들의 의협행에 동참하겠소!"
"잘 생각했소."
나는 연종휘에게 기억을 담은 흑요석을 건넸다. 그러자 흑요석의 기억이 연종휘에게 흘러들어갔고, 그는 잠시 후 몸을 부르르 떨더니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세... 세상에?! 이런 광대한 세계가..."
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나는 앞으로 강대한 적과 싸우면서 죽고 죽고 또 죽을 거요. 하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우리가 이길 거라고 믿소."
"......"
그는 입을 벌리고 있다가 갑자기 내게 부복하며 말했다.
"나 연(燕) 왕가(王家)의 53대 후예, 연종휘. 백웅 그대를 주군으로 모시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