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537화 (536/1,615)

00537  암천향(暗天鄕)

나는 진소청, 극호, 검마와 함께 이청운 앞에 섰다. 이청운은 검마를 보며 말했다.

"검마여. 내 가르침은 뇌신류에 편중되어 있을 것이고, 백웅의 실력향상에 주력해야 하니 당신을 크게 신경써줄 수 없소. 그래도 괜찮소?"

검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소. 나는 칠대절학과 팔선신공을 연마할 수 있기만 해도 족하니. 사실 그것만으로도 절세기연이지. 당신 편할 때 내 질문을 받아주기만 해 주시오."

"알았소."

이청운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백웅. 우선 남은 흑요석을 모두 끌어모아서 내게 하나, 그리고 진소청에게 하나를 주게. 최대한 무의 깨달음과 경험을 담은 것으로."

"알겠습니다."

이청운은 스승역이기 때문에 흑요석이 크게 필요했고, 또한 진소청은 발전가능성이 남달랐기 때문에 필요했다. 나는 목갑에 남아있던 흑요석을 크게 2등분하여 최대한 무학의 경험과 깨달음을 밀어넣었고, 이청운과 진소청은 그 경험을 계승하며 대략 반 시진 동안 명상에 잠기는 듯 했다.

그리고 기억을 수습한 이청운이 말했다.

"좋아. 그러면 수련을 시작하겠네. 우선은 칠대절학과 팔선신공의 형(形)을 다같이 연마하고, 사흘 후 형의 수련이 익숙해지면 그때부터 심화과정으로 들어가서 심득을 연구하도록 하지. 또한 심득의 연구를 하는 과정은 다같이 깨달음을 토론하는 방식이 될 것이네."

이청운의 말대로 처음 며칠간은 형의 수련으로 시간을 보냈다. 아무리 무의 깨달음을 흑요석을 통해 전달받았다고 해도 그걸 자신의 몸에 체화(體化)시키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여태껏 죽어라 수련한 거라서 별로 필요없게 느껴지긴 했으나 우선 진도를 맞추기 위해 따라했다.

사흘 후, 이청운의 말대로 모두가 형태의 수련을 익숙히 한 듯 했다. 이청운이나 진소청은 말할 것도 없었고, 검마나 극호도 일세기재의 자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었다. 극호는 형의 수련을 마친 후 퉁명스럽게 말했다.

"제길, 나도 흑요석 받고싶은데..."

나는 극호에게 씁쓸하게 말했다.

"미안. 한번에 기억을 많이 담아서 주려면 흑요석이 많이 필요해. 미호가 흑요석 광산을 사들일 때까지는 좀 기다려."

"그건 아는데, 그 선지자인지 뭔지한테 고향의 광석을 달라고 하면 안 되냐? 그게 훨씬 효율이 좋다면서."

"저번에 한 번 물어봤었는데 극비라서 안된다더라고."

극호가 자신의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건 부하놈들 얘기였잖냐? 선지자는 그 종족의 왕이니까 그놈한테 직접 거래를 트면서 교환하자고 말해보라고. 니가 갖고 있는 보물의 가치에 비하면 그 정도는 내줄 수도 있을건데."

"으음..."

그 생각은 못해봤다. 나는 극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수련하다 여유가 생기면 가 볼게."

제갈사나 망량도 저 방책은 미리 생각해뒀으리라. 하지만 여태껏 전생을 지나오는 동안 실천하지 못한 것은 늘 한번의 생에 승리를 거머쥔다는 이념 때문에 보물을 아끼다보니 생긴 일이었다. 이번 생에는 내 잠재력을 높이는데 집중하기로 했으므로 저 방책도 매우 효율적일 것이다.

형태의 수련이 끝난 후 이청운이 말했다.

"지금부터 나머지는 칠대절학과 팔선신공을 위주로 수련할 것이고, 백웅은 나와 뇌신류의 무공을 연마하도록 할 것이오."

"응?"

나는 이청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의문스러워서 말했다.

"왜 그렇습니까? 저한테 뇌신류의 무공을 다시 가르치려 하시는 이유가..."

"물론 직접적인 실력향상은 장삼봉의 절예를 익히는 쪽이 빠르겠지. 하지만 절대지경이라는 대관문(大關門)을 뚫기 위해서는 그에 필적하는 대로(大路)를 걸어야 하는 법. 백웅 자네는 아직까지 뇌신류의 무공에 숨겨진 잠재력을 다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으니 그것부터 다지고 실력을 키워야 하네."

그렇게 설명한 이청운이 씁쓸하게 말했다.

"후우... 이건 다 내 탓이지."

"......? 왜 이청운 님 탓입니까?"

"내가 과거에 급사(急死)했기에 자네가 뇌신류의 무공을 완전히 익히지 못한 것일세. 사실 종사인 내가 살아있어야 뇌신류 모든 절예와 기법을 온전히 전수했을 터..."

그가 하늘을 쳐다보았다.

"광아 또한 무학의 천재지만 그 아이는 내게서 가르침받은지 10여년밖에 되지 않았었지. 적어도 5년을 더 가르쳤어야 하는데, 급작스럽게 뇌신류가 축출되는 바람에 광아는 뇌신류의 비전을 제대로 전수받지 못했네. 그리고 그런 광이의 제자가 된 자네 또한 뇌신류의 정수(精髓)에서 멀어졌고."

"그건 이청운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만일 그 때 교주의 제안에 동조하셨다면 교주는 사상최강의 백련교를 이끌고 중원을 치려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최강의 무류인 뇌신류가 사라지는 바람에 그가 야망을 미뤘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주가 중원을 정벌했다면 결국..."

"그래. 신(神)이 끼어들면서 모든 게 난장판이 되고 수백만 명이 학살당했겠지."

이청운은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 뭐, 그게 아닐수도 있지만 말이라도 고맙네. 자네처럼 단호하게 얘기해줄 수 있는 인간은 없겠지. 자네가 전생자이니 할 수 있는 말인가."

"......"

"아무튼 나는 광아에게 뇌신류의 정수를 온전히 이어주지 못했어. 그래서 이번 기회에 자네에게 그걸 전수하고자 하네. 그리고 이 수련은 절대지경에 오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일세."

"으음... 실례되는 말씀이지만 저는 뇌신류의 기술을 웬만큼 다 배운 것 같습니다만..."

나는 말꼬리를 흐렸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백수십년 이상 뇌신류의 절학을 수습할만큼 수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전오의인 뇌명 뿐만아니라 뇌신류의 권법과 창법, 권법을 다 익혔으며 잡기라 할 수 있는 귀혼일파의 기술도 일부를 취득했다. 게다가 뇌신류 검법에 한해서는 독고성을

제외하고 최고의 달인이라 자부할 수 있었다. 현 시점에서 이광이나 진소청도 나보다 뇌신류의 기술을 많이 알지는 못했다.

그러자 이청운이 껄껄 웃었다.

"하하하! 확실히 그렇지. 자네만큼 뇌신류의 기술을 많이 익힌 자는 내 시대에도 거의 없었어. 하지만 그 기술을 연계하는 방법, 소소한 요령, 그리고 숨겨진 기술은 거의 모르지 않는가?"

"그런 게 있습니까?"

"있네. 그리고 지금의 자네라면 그걸 전수받을 자격이 있지."

옆에서 듣고 있던 극호가 손을 번쩍 들었다.

"조사님!"

"왜 그러나 극호?"

"그런게 있으면 저도 좀 배우고싶습니다."

"안 되네. 이건 모든 뇌신류의 무예를 상급경지로 익힌 자에게만 적용되는 요령이니까."

"쳇..."

대화가 끝난 후, 세 사람은 따로 개별수련 시간을 가지고 나는 이청운과 함께 따로 연무장으로 갔다. 그리고 이청운이 천천히 자신의 창을 들며 말했다.

"우선... 자네 수준에 맞춰서 대련하면서 요령을 알려주지."

"네."

까가강!

나는 이청운과 창술을 겨루기 시작했다. 내 수준에 맞춘다는 건 빈말이 아닌지 그는 뇌신지혼을 쓰지 않고 전적으로 내 움직임에 맞춰주고 있었다. 그는 도중에 란, 나, 찰의 삼대요결을 시전하며 나를 공격했는데 나는 그 공세를 어렵지 않게 파훼했다.

부부북

"......!!"

하지만 갑자기 벌떼 우는 듯한 소리와 함께 창끝이 둥근 공처럼 변해서 궤도를 틀어오자 나는 급히 고개를 숙여 피했다. 뜻밖의 변초에 내가 혼비백산하자 이청운이 창을 거두며 말했다.

"자, 이런 식으로 하는 거지."

"어떻게 하신 겁니까?"

"별 거 아닐세. 천천히 보여주지."

이청운이 아주 느릿하게 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식이 변화하는 과정을 내가 볼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 시전했다. 나는 그 움직임을 뚫어져라 관찰하다가 뭔가를 깨닫고 탄성을 질렀다.

"뇌룡신검! 그리고 뇌운강권."

"잘 알아봤군. 그 말대로 두 가지 무예의 초식을 창법에 섞었네."

"아니 하지만 그건..."

검법과 권법을 창술에 접목한다!

사실 나도 하려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방금 이청운은 이질적인 두 개의 무기술을 극도로 빠른 창술의 절초에 융합시킨 것이다. 그건 난이도가 굉장한 일이었다. 내가 할 말을 잃고 쳐다보자 이청운이 말했다.

"자네의 전생과정 중에 진소청이 검과 창을 동시에 들고 날뛴 적이 있을 것일세. 쌍문사가의 가주들과 겨룰 때의 일이었지."

"기억납니다. 그런 일이 있었죠."

"그 아이는 타고난 천재성으로 알아챈 것일세. 바로 뇌신류의 모든 무예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서 상승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그렇게 중얼거린 이청운이 갑자기 엄청나게 빠른 정권을 내 눈 앞으로 내질러왔다.

쿠웅!

살의가 없었기에 나는 피하지 않았고, 물끄러미 그 정권을 코앞에서 멈춘 이청운을 쳐다보자 그가 말했다.

"방금도 섞었네. 알아보았나?"

"네. 뇌영보 천주살을 쓰면서 명왕수를 쓰다가 갑자기 천뢰인과 만승검결의 초식을..."

"잘 알아봤네. 역시 자네도 훌륭한 뇌신류의 고수야."

빙긋 웃은 이청운이 말을 이었다.

"자네는 단일무예만을 펼치는 모양이지만, 실제로는 신법, 권법, 검법, 창법, 도법 등의 모든 기술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묘예(妙藝)로 승화할 수 있는 게 뇌신류의 무공일세. 처음에 만들어질 때부터 그렇게 만들어졌고 천여 년 동안 무수한 달인들이 다듬고 또 다듬은

것이야."

나는 감탄성을 내었다.

"오오...!!"

"그렇기 때문에 나를 비롯한 뇌신류의 종사들은 하나만 파고들어 달인이 되지 않고 전부 다 잘 익혀야만 했지."

"......"

"뭔가 하고싶은 말이 있는 표정인데."

"그렇다면... 뇌신류의 무공을 유기적으로 펼쳐서 묘예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더 강해진다는 겁니까?"

이청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일세. 확실히 강해질 것일세. 내가 보증하네."

"으음!"

"그리고 묘예의 역(域)을 가르치는 건 최소한 초절정급 이상의 고수이자 종사의 후계가 될 자격이 있는 자. 대부분의 뇌신류 고수들은 이런 게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생을 마감하곤 했네."

"하지만 진소청은 방금 말씀하신 묘예의 역을 자주 사용했습니다만..."

"그러니까 진소청이 엄청난 천재인 거지. 사실 이건 종사의 사제지간에 일대일로 전승받아 오랜기간 연마해야 겨우 터득할 수 있는 정수인데, 그 녀석은 감각만으로 대충 그 경지에 도달했던 거라고 보이네."

"......"

할 말이 없다. 이청운의 말에 따르자면 묘예의 역은 특정한 초식이 없지만 지금까지 익힌 상승무공들을 연계하는 최상승요결이 분명하다. 그런 최상급 난이도에 스스로 도달한 진소청의 재능이 두렵기 짝이 없었다.

또한 나는 퍼뜩 생각난 게 있어서 질문했다.

"저는 뇌신류 귀혼일파의 무공을 거의 모릅니다. 술법은 물론이고 자전귀도는 초식만 알고 있습니다. 이래도 묘예의 역을 익히는게 괜찮습니까?"

"괜찮아. 그쪽은 좀 특이하기 때문에 굳이 몰라도 상관은 없네."

"네?"

이청운이 약간 껄끄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귀혼일파의 무공과 술법을 웬만큼 다 터득했지. 하지만 익히면 익힐수록 그들은 뇌신류의 본파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일파라는 생각이 들어. 물론 적이라는 건 아니지만 처음부터 이질적인 존재가 뇌신류에 섞였다고 해야할까... 그것도 초창기에."

"......?"

"후후. 다음에 귀혼일파의 전승자에게 한 번 물어보게. 그들은 비밀이 많아."

"네."

그리고 수련이 시작되었다. 나는 이청운과 끊임없이 대련하면서 초식을 섞고 풀어내는 요령을 배웠고, 하루 사이에 무려 여덟 가지의 요령을 터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요령을 실제로 응용하는 것도 하루만에 되었기에 나는 내심 자신감이 생겼다.

' 어? 나 의외로 재능있는 거 아냐?'

하지만 수련이 계속될수록 내 표정은 일그러졌다. 다음 날은 전혀 새로운 요령을 여덟가지 배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요령이 머릿속에서 엉켜서 제대로 외워지지가 않아서 약 이틀을 허탕치며 계속 반복수련을 했다.

사흘째에 겨우 좀 알겠다 싶자 이청운이 말했다.

"아직 멀었네. 지금까지 배운 뇌신류의 무공에 존재하는 장단점과 특징을 모두 뼈속깊이 새기지 않으면 안 돼. 모든 걸 알고 있어야 응용을 할 수 있어. 최소한 천여 가지의 동작과 결합방식을 다 외워야 할 걸세."

"으어어어...!!"

나는 괴음을 내며 말했다.

"천 가지라뇨? 제가 어떻게 그걸 다 외웁니까?"

"많아 보이지만 어차피 전부 다 익혔던 무공을 응용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리고 자네가 지금까지 익힌 무공의 초식의 가짓수만 해도 그걸 훨씬 넘을걸세."

"그건 그렇습니다만..."

내가 미적거리며 일어서자 이청운이 말했다.

"자네는 둔재이거나 범재야. 재능이 부족하다는 건 스스로 잘 알고 있겠지."

"......"

"그렇기 때문에 천재만이 얻을 수 있는 응용력과 진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백 배의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네. 나는 자네가 묘예의 역을 터득하고 나면 무에 관한 안목이 크게 향상될 거라고 확신하네."

"하지만 너무 양이 많아서..."

내가 볼멘 소리를 하자 이청운이 씨익 웃었다.

"날 믿게. 내가 볼 때 자네가 칠대절학과 팔선신공을 어설프게 겉핥기로 익혀봤자 성취가 별로 늘지도 않고 혼란에 빠지게 되어 있어. 하지만 자네의 주무공인 뇌신류를 더욱 깊게 익혀서 깨달음 자체가 성숙해지면, 자연히 그 무공들을 익히기도 쉬워질 거라네."

"으윽... 알겠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뇌신류의 종사이자 절대지경의 고수가 하는 말이니 믿을 수밖에 없다. 나는 도저히 끝이 보이지 않는 무지막지한 수련과정에 기가 질렸지만 어쩔 수 없이 수행을 계속했다.

그렇게 약 세 달이 지났다.

나는 묘예의 역에 대해서 아직도 잘 알지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창술과 권술의 초식을 융합하는 요령은 어느 정도 알게 된 듯 싶었다. 순수하게 수백가지 경우의 수를 다 외우는 게 아니라 이미 익혔던 걸 결합하는 방식을 외우는 것이기에 생각보다는 쉬웠다.

' 하지만 딱히 강해진 것 같지는 않아...'

딱 까고 말하자면 알고 있는 걸 다르게 펼칠 뿐인 것이다.

내심 불만이 쌓이고 있을 때였다.

"백웅. 황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를 부른 제갈사가 말했다. 그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네가 대뢰옥의 인질들을 구출하자 몸이 달았는지 본격적으로 인간들을 인신공양 목적으로 모으려는 움직임이 보이는군."

"인신공양?"

"그래. 현재 비공식적으로 금의위와 동창이 움직이며 전국 각지의 노예를 사들여서 낙양에 모으고 있는 중이다. 숫자는 대략 5천 명..."

확실히 그럴 만 하다.

금의위는 노예시장을 운영하는 풍신류와 긴밀한 관계이므로 노예를 사들이는 게 편할 것이다. 제갈사 옆에 서 있던 망량이 말했다.

"우리가 얘기해본 결과 용인(龍人)과 마인(魔人)을 양산하려는 의도라고 짐작했소. 아마 즉시 싸울 수 있는 병력을 많이 키우고싶은 모양이오."

"으음... 초인병(超人兵)."

"또한 인신공양의 제물로 자기자신의 술법을 키우고 강력한 마도구를 내려받을 수도 있겠지."

나는 침음성을 흘렸다.

초인병인 용인과 마인은 엄청난 신체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초절정고수라도 상처없이 제압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런 놈들이 수십 수백씩 양산되었을 때 얼마나 강력한지는 내가 예전에 직접 체험해본 적이 있었다. 나는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럼 지금이라도 황궁을 쳐서 제갈유룡과 황제의 모가지를..."

"아니.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어? 그럼 천계에 제갈유룡의 천기누설을 일러바쳐서 미후왕을..."

"그것도 안 할거야."

단호하게 말한 제갈사가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그냥 내버려 두자."

"뭐?"

"어차피 제갈유룡이 키울 수 있는 군단의 위력엔 한계가 있어. 아무리 키워봤자 백련교주한테 학살당할 운명이지. 그리고 한꺼번에 낙양이나 여러 도시 전체를 제물로 삼기엔 힘이 부족하지. 당장은 큰 계획을 못 세울테니까 멋대로 하게 놔두고, 넌 계속 수련을 해."

나는 제갈사의 말을 듣자 멍하니 서 있다가 외쳤다.

"제갈사... 그 말은... 인신공양을 내버려두잔 소리냐?!"

"그래. 심장이 뽑혀죽든 촉수에 잡아먹히든."

제갈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놈들을 구한답시고 나섰다가 또다시 수련시간이 사라지고 급격한 세파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생각이냐? 인간 5천명의 목숨같은걸론 수지가 안 맞아. 왜냐하면 그런 것보다는 네가 하루빨리 강해져서 목적을 달성하는게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미후왕을 내려보내는 것도 안될 말이야. 미후왕은 원래 요괴왕 출신이기 때문에 한번 강신하면 반쯤 무제한으로 지상에서 버틸 수 있어. 그 놈이 지상에서 어슬렁거리는게 앞으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협인지 모르는 게 아닐텐데?"

"......"

내가 입을 다물자 제갈사는 차갑게 말했다.

"난 생면부지의 노예 5천명이 어찌됐든 관심없어. 그건 망량도 마찬가지야. 우리한테 중요한 건 우리의 주군인 네가 목적을 달성하는 거다."

제갈사의 말은 하나하나가 옳았다. 하지만 나는 이를 으득 갈며 말했다.

"그럼 내가 백련교주나 주작과 뭐가 달라?!"

"달라. 달라야지. 하지만 그건 인정에 휘둘려서 한걸음도 못나가고 계속 패배하라는 뜻은 아니잖냐. 너무 어이없게 많이 죽었다는 소리야."

제갈사가 한숨을 쉬었다.

"... 다시 물어보지, 백웅."

이어진 제갈사의 말에 나는 굳어졌다.

"넌 생면부지의 5천명의 목숨이, 지금 너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7명의 목숨보다 더 귀중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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