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28 암천향(暗天鄕) =========================================================================
나는 극호와 함께 곧장 전욱의 권능을 써서 이동하려 했다.
"......"
"뭐 하쇼?"
하지만 되지 않는다. 정확히는 능력의 사용방법이나 시간을 다루는 감각이 내 안에 남아 있지만, 정작 중요한 [힘]의 수레가 움직이지 않았다. 계속 죽어라 쓰려고 하면 수레가 밀릴 것 같긴 하지만 왠지 위험한 느낌이 든다.
' 사도의 권능은 전생에 계승되지 않는군...'
뭔가 좀 아쉽다. 그렇다면 전욱 또한 나를 사도로서 대우해주지 않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봉래도와 오거천문 쪽으로 가면 아마 죽은 목숨이리라. 그리고 나는 하는 김에 내게 이어져 있는 대라신선의 단말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스으으으...
"음..."
장삼봉과의 단말은 끊어져 있다.
화룡진인과의 단말도 마찬가지.
' 전욱이 그 때 천계로 돌아가라고 하면서 나와 그들의 인연까지 끊어버린 건가?'
한 마디 언령만으로 대라신선의 단말을 없앨 수 있다니 과연 삼황오제였다. 그 당시 전욱은 나를 만귀전으로 데려갈 생각이었으니 단말 따위는 거추장스러워서 떼버렸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나는 그 와중에 하나의 단말이 남아있는 걸 알아차렸다.
검선 여동빈.
그와의 인연은 남아 있다.
아마 그 때 여동빈이 해신을 봉인하며 스스로를 소멸시켰지만, 그 일은 그 생에만 적용되는 일인 모양이었다. 존재의 소멸이라 해도 전생에 이어지는 인연까지 끊을 수는 없는 듯 했다.
나는 시험삼아서 여동빈을 불러 보았다.
[ 그대가 이 시대에 존재하는 나의 연자인가?]
파앗
여동빈이 내 앞에 환영처럼 나타났다. 나는 그의 모습을 보자 알 수 없이 눈물이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윽..."
그렇다. 난 지난 생에 여동빈의 희생을 감수하고 해신을 토벌했지만, 그 여세를 몰아서 세계를 구원하지 못하고 패배한 것이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힘이 부족해서.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해신의 봉인이 되기를 자처한 여동빈의 의기(義氣)에 죄책감이 느껴졌다.
' 미안합니다.'
나는 눈물을 닦으며 여동빈에게 말했다.
[ 아... 아닙니다. 다음에 부르겠습니다.]
[ 알았다.]
여동빈이 되돌아가자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옆에 서 있던 극호에게 말했다.
"쉽게 이동하려 했는데 그렇게는 안 될것 같군. 산동까지 일단 가자."
"산동? 거긴 왜..."
"쉽게 이동할 방법이 있기 때문이지."
타다닷
나는 극호와 함께 산동으로 달리고 달렸다. 그런데 달리다보니 문제점이 생겼다.
"흐억! 헤엑! 헥! 이봐... 잠깐!"
"응?"
"쉬었다 가자고! 무슨 내공이..."
극호가 수백 리를 달리던 중 지쳐서 나자빠진 것이다. 나는 황당해서 극호를 쳐다보았지만, 극호는 전신에 폭포수처럼 흐르는 땀을 닦으며 근처의 개천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개천 위에 머리를 빼꼼 내민 극호가 말했다.
"당신이 비정상적인 거야! 어떻게 인간이 칠백 리도 넘게 달렸는데 지치지를 않아? 진짜 인간의 내공이 아니구만."
"으음."
"내 생전 이렇게 죽어라 달리기만 한건 처음이야."
"그렇군. 좀 쉬었다 가지."
타다닥
나는 모닥불을 피우며 근처에서 토끼나 멧돼지를 몇 마리 잡아와서 구웠다. 간만에 야숙을 하면서 먹는 듯 했다. 극호는 맞은편에 앉아서 고기를 구우면서 말했다.
"일단 가자고 하길래 따라가고는 있는데 당신의 목표는 뭐지?"
"목표라..."
극호는 기대어린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당신도 일단은 뇌신류의 고수니, 백련교를 토벌하는 건가?"
나는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지금은 대화가 안 될 것 같군. 그게 내 목적이 아니란 걸 말해두지."
"뭐? 그럼 뭐가 목적인데?"
"......"
정말로 뭐라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극호에게 이 세계의 이면과, 백련교의 진실, 그리고 삼황오제라 불리는 거대한 신격과 [옛 지배자], 칠요에 얽힌 비밀같은 걸 말해봤자 납득할 수 있을까? 이 상황에서 백련교 하나를 어떻게 하는게 무의미하다고 해봤자 극호가 알아들을 수 있을 리가 없다.
' 빨리 비등을 찾아야겠군.'
도보로 이동하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다. 나는 내심 중얼거리며 말했다.
"한 시진동안 운기요상을 하고 계속 가자."
"알았어."
우리는 그렇게 경공술로 산을 넘고 강을 넘으면서 마침내 산동지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내가 술을 마시는 바람에 며칠 늦어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대룡상회의 상선이 출발하진 않은 듯 했다. 대략 스무 날에 한 번 출항을 하니 아직 일정이 넉넉한 것이다. 나는 야음을 기다리지도 않고 즉시 멸혼보를 이용해서 창고로 숨어들었다.
스스슥
도처에 대룡상회의 상인과 호위무사가 널려 있었지만 그들은 내가 이동하는 기척조차 느끼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나는 외워두었던 위치에서 비등을 입수하자마자 곧바로 천암비서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티잉
나는 천암비서를 지키고 있던 함정을 손가락으로 튕겨낸 후 천암비서를 들어서 손에 쥐었다. 하지만 나는 천암비서를 여태까지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는 없게 되었다.
' 도대체 이건 뭐지?'
삼황오제와 [옛 지배자]는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한 순간 정체불명의 현상에 휩싸였다. 전 우주에서 가장 존귀한 신격인 그들조차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기색이었다. 그건 틀림없이 내 소유가 되어있는 이 천암비서와 관련되어 있을 게 뻔한데, 도대체 이 수상한 마도서는 내게 무슨 힘을 준 거란 말인가?
나는 잡생각을 접고는 다시 극호가 대기하고 있던 장소로 갔다. 그리고 극호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이면의 세계를 보여줄텐데 정신을 잘 다듬어라."
"허참, 무서워죽겠군. 가 봅시다."
"난 경고했어."
파앗
내가 비등으로 이동한 곳은 바로 대뇌옥(大牢獄)이었다. 낙양 인근에 있는 이 대뇌옥에는 황연 대장군을 포함해서 동창, 금의위가 비밀리에 잡아들인 죄수들이 가득했다. 나는 대뢰옥의 심처로 곧장 이동한지라 극호에게 말했다.
"어쩌겠나? 일단 인질들을 풀어줄거냐 아니면 밑에서 기다리는 괴물과 싸워볼 테냐."
"괴물이라고?"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괴물이지."
극호는 그 말에 잠시동안 생각하다가 말했다.
"... 관두지. 생각해보니까 너무 위험하군."
"잘 생각했다."
"나중에 제대로 설명해 주시오."
나는 극호가 이성적이란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도 과거 대뢰옥 초회토벌 당시, 이광과 진소청은 거대두꺼비의 주살공격을 이겨내지 못해서 정신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마(魔)에 대한 대비책이 없는 무인은 아무리 초절정의 경지라도 손쉽게 살해당할 수가 있는 것이다. 술법사나 술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슈슉
[ 끼에에엑.]
나는 밑으로 내려가서 거대두꺼비를 때려잡았다. 그리고 동굴에 있던 보물들과 목갑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다른 건 몰라도 목갑은 수많은 도구를 쉽게 수납할 수 있는 거라서 천암비서와 비등 다음으로 챙겨야 했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오니 극호가 창살을 다 잘라내서 인질들을 구한 상태라서 그들을 다 목갑에 쓸어넣기 용이했다.
그 다음으로 나는 은빛 봉황조각을 태경촌에서 입수한 후, 극호와 함께 수요가 있는 황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금괴를 먼저 챙긴 다음 제단에 피를 흘려서 제단의 뒤쪽 문을 열었다. 나는 수요가 있는 곳으로 곧장 가지 않고 극호에게 말했다.
"극호. 저 위에 마물이 있는게 느껴지나?"
"흠. 그렇군."
"혼자서 쓰러뜨릴 수 있겠나?"
"아마... 도?"
나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뭐 이런 거지. 세상 여기저기에는 마물이라는 게 있어."
"흐음... 놀랍구만."
"저 놈은 잔챙이니까 빨리 잡고 나가지."
콰과광
나는 극호와 합공해서 수요를 지키는 거대거미를 손쉽게 잡았다. 그리고 수요를 획득해서 목갑에 넣고, 그 다음으로는 거미를 해체해서 지주의 영단도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차분하게 보물을 수발하는 걸 쳐다보던 극호가 질린 듯 말했다.
"당신은 대체 이런 걸 어디서 알고 움직이는 거요?"
"아주 예전부터 반복적으로 해오는 작업이니까."
"뭐?"
"개나소나 할 수 있지."
나는 그렇게 대꾸하고는 밖으로 나와서 흑백련과 천년설삼을 따서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곧장 광성자의 유적이 있는 공동산으로 향했다.
' 어차피 얻을거라면 미리 해두자.'
파앗
나는 공동산의 유적 내부에 있던 삼황내문을 얻어서 목갑에 집어넣었다. 이 삼황내문은 보패 못지 않은 보물이니 망량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동영의 광산으로 가서 흑요석을 채굴해서 목갑에 넣기 시작했는데, 같이 흑요석을 캐던 극호는 황당해했다.
"뭐... 뭐지? 천지를 제 집처럼..."
"말했잖아. 생각지도 못했던 세상을 보여준다고."
"허참. 기대 이상이긴 한데 너무 기대 이상이잖아."
나는 흑요석을 다 캐고는 깜박한 걸 기억해 냈다.
"아 맞다. 그걸 미리 얻고 가야겠군."
나는 자칭 미야모토 무사시, 진짜 이름은 사사키 코지로인 자의 처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다짜고짜 패기 시작했다.
퍼버버벅
"크아아악... 넌 대체..."
"오륜서를 내놔라."
"으윽. 차라리 죽여라."
나는 얻어맞아서 쓰러져 있는 사사키 코지로의 머리에 손을 갖다대고 이혼대법을 시전했다. 아직까지 대성의 경지가 아니라서인지 코지로는 한동안 발버둥치며 저항했지만, 반 시진동안 꾸준히 시전하자 점차 그의 눈이 풀리기 시작했다. 나는 코지로에게 말했다.
"오륜서를 내놔라."
"알겠... 습니다..."
코지로는 평상시에 뒷방의 다다미 밑에 오륜서를 숨기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가 두 손으로 오륜서를 내게 갖다바치자 나는 코지로에게 말했다.
"오늘 일은 미안하고 나중에 좋은 일자리를 갖다주지."
"......"
파앗
나는 오륜서를 뺏은 후 잠시 쉴겸 종남파 앞의 객잔에 도착했다. 이 곳은 과거 진소청과 함께 종남파 깨기를 하러 왔을 때 들렀던 장소였고 음식 맛이 꽤 괜찮아서 기억하고 있었다. 잠시 밥을 시켜먹고 있자 극호가 말했다.
"타인의 비급을 빼앗다니..."
나는 국수를 후루룩 들이키곤 말했다.
"어차피 그 놈의 분수에 안 맞는 비급이라서."
"확실한 건 당신은 대협(大俠)은 아니군."
극호가 이죽거리자 나도 마주 웃었다.
"대협으로 살기에는 너무 적이 강해서 그래."
극호는 조심스럽게 내게 질문했다.
"이렇게나 기연과 보물을 모으다니... 진짜 백련교주를 쓰러뜨릴 작정인 거요?"
"응?"
이게 무슨 소리지?
나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음... 백련교주에 왜 그리 집착하는지 모르겠군."
"그 자가 뇌신류를 쫓아내고 모든 불행을 만들어냈소."
"... 그 백련교주조차도 운명에 휩쓸린 피해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내 반문에 극호는 눈을 멀뚱멀뚱 떴다. 그리고는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당신 미쳤나? 세상에 걱정할 게 없어서 뇌신류 고수가 백련교주 걱정이라니..."
"어... 그러고보니 그렇군."
"당신은 정말 천하의 기인(奇人)이오."
기인이라.
나는 그 말을 되뇌었다. 확실히 그렇게 보일 것이다. 지금의 내게 뇌신류의 소속감이란 게 있기는 있는 걸까?
나는 맛있는 음식을 즐기다가 극호에게 말했다.
"극호. 이제 슬슬 진실을 알고 싶은가, 아니면 나쁜 놈들을 자기 손으로 쳐죽이고 싶나?"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나 후자의 경우 잘 쳐죽일 수 있소."
"이건 순수한 호의에서 제안하는 게 아냐."
"그럼?"
"극호 너를 내 공범으로 만들어서 이 굴레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거지. 네가 진실을 알게 되면 나를 죽이고 싶을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된 너를 놓아주는 건 앞으로 너무 큰 변수가 될 수 있어서 위험해."
극호는 내 말을 듣다가 침착하게 대꾸했다.
"소름끼치게 냉정한 목소리군. 당신은 이미 나를 살인멸구할 생각도 하고 있는 거겠지?"
"가급적 하고싶지 않아. 사실은 널 끌어들일 생각도 없었어."
이건 진심이다. 하지만 술의 인연으로 극호에게 은혜를 입은 게 있기 때문에 이번 생에 귀찮음을 감수하고 극호를 데리고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나는 냉정한 눈으로 극호를 쳐다보다가 말했다.
"네가 내 동료가 될 수 있는지를 보고 싶어."
"시험이라 이건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극호가 끝까지 받아들일 수 있다면 나는 극호도 앞으로 흑요석을 공유하는 동료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 책임을 내가 질 수도 있다.
"어쩌겠나 극호?"
"......"
극호는 한동안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하겠소. 이왕 이렇게 된거 끝까지 다 알고싶군."
"좋아."
나는 극호에게 혈도단에 대한 설명, 그리고 안에서 어떤 짓이 자행되고 있는지를 간략하게 말해줬다. 사전설명을 하지 않으면 극호가 너무 큰 분노때문에 미쳐날뛸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설명을 하는 것만으로도 극호는 극도로 짜증나는 표정을 지었다.
"죄책감없이 죽일 수 있겠군."
"그럼 가지."
파앗!
"끄아아악."
나는 혈도단의 두목이 있는 곳으로 향해서 극호와 함께 한바탕 학살을 벌이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닥치는대로 다 죽였고, 극호는 마치 물만난 고기처럼 뇌신류 창술을 발휘해서 해적들을 꼬챙이처럼 꽂아죽였다.
' 데려오길 잘 했군.'
원래 나 혼자서 수백 명을 다 해치우는 건 번거로운 일이었는데 극호가 도우니 수월했다. 나는 극호가 바깥에서 학살을 벌이는 와중에 서문혜와 지하에 있던 인질들을 구출했고, 서문혜의 도움도 받아서 해적을 몰살시키기 시작했다.
터엉
극호가 신경질적으로 해적의 목을 땅에 내던지며 말했다.
"세상에 이런 나쁜 놈들이 있는지는 몰랐군."
그 때 서문혜가 우리 쪽으로 와서 포권했다.
"두 대협께 감사드립니다."
"으핫핫. 이 정도쯤이야."
극호는 미녀인 서문혜에게서 감사인사를 받아 기분이 금세 좋아졌는지 헤벌쭉한 표정이 되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묘하게 안심이 되는 걸 느꼈다.
' 역시 극호는 극호군.'
섣불리 세상의 이면을 보여줘서 극호가 일그러지지는 않을지 걱정했으나 극호의 자유방랑한 심성이 그 정도는 견딜 수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인질들을 구출해서 하루만에 사후처리를 한 후 흑패까지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제 때가 되었다는 걸 상기하고 극호에게 말했다.
"이제 내 동료를 만나게 될 걸세.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되겠지."
"각오했소."
"그럼."
파앗
나는 망량이 있는 진랑곡으로 향했다. 그리고 우물에서 물을 떠먹고 있던 망량을 만나서 흑요석을 건네주었다.
"이거 받으시오."
"힉, 당신들은 누구요?!"
망량이 깜짝 놀라자 극호가 못미더운 듯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 전혀 동료가 아닌 것 같은데..."
"......"
망량이 말했다.
"강호의 고수들인 것 같은데 여기서 이 무슨 행패요?"
"이 흑요석에는, 기억을 전해주는 능력이 있소."
나는 흑요석을 앞으로 들면서 말했다.
"그리고 이 기억을 받게 되면 당신은 아마 한숨부터 쉴 것이오."
"......?"
"손 떨어지겠소. 어서 받으시오."
망량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알았소."
우우웅
망량이 흑요석을 받아서 기억을 전송받자, 그는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기억을 곱씹으며 뭔가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망량을 쳐다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망량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맞췄소. 어떻게 내가 한숨을 쉴거라는 사실을 안 거요?"
"여태껏 자주 그래왔으니까..."
"하하. 내가 한숨을 안 쉴 날이 왔으면 좋겠구려."
망량은 쓴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이리로 들어오시오. 이번에야말로 이겨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