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19 암천향(暗天鄕) =========================================================================
백련교를 구원한다고?
나는 언뜻 이해가 안되어서 멍하니 있었지만 이내 깨닫고는 말했다.
"해신의 계약이 무효가 되었다는 뜻이군."
"맞아."
해신의 계약 - 그것은 바로 원영신과 천령단의 계약!
나는 과거에 선지자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 노예계약이다.]
[ 자세한 계약내용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나도 수신과 마도의 지식이 있기 때문이지. 보나마나 그 계약은 수신(水神)이 혼돈의 옥좌로의 길을 중계해 주고 절반의 영혼을 옥좌에, 그리고 나머지 영혼을 자기가 소유한다는 계약이다. 보통은 제물을 바치는 방식으로 이용해서 귀한 보물을 얻는데 쓰는 건데 그 놈은 단말을 붙여서 무한의 내공으로 치환한 모양이군...]
[ 수신(水神)에게 먹힌 영혼은 그저 한 순간의 고통으로 끝날 뿐이지만... 위대한 자...‘아버지’의 옥좌에 흡수된 존재는... [옛 지배자]조차 동정하게 될 영겁영세의 절망 속에서 우주의 끝까지 살아가는 것이다... 그 어떤 마도사조차 하지 않을 멍청하고 어리석은 계약이다.]
그때 나는 천령단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서 선지자에게 대가를 바치고 정보를 알아냈다. 그리고 선지자는 천령단과 원영신이 교주주도하에 이루어진 노예계약이라고 단정지었다. 선지자는 어리석고 멍청한 계약이라고 폄하했지만 어쨌든 이 계약 덕분에 백련교가 무림사상 최강의 힘을 뽐낼 수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 나는 해신을 죽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 때문에 용비천을 비롯한 모든 호법사자들은 점차 무한의 내공을 상실했던 것이다. 계약이 무화(無化)되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지금 용비천의 목을 베었는데도 그 영혼은 옥좌나 해신에게로 향하지 않았다. 대라신선의 영혼도 붙잡지 못하던 제갈사의 이혼대법으로 용비천의 영혼을 가볍게 거둬들였다. 그 말은 원래 노예계약에 얽매여 있었던 호법사자들의 영혼이 풀려났다는 뜻이었다. 나는 의혹어린 눈으로 용비천의 시체를 쳐다보았다.
"제갈사. 하지만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 않아? 천령단의 효과는 소량이지만 저 놈에게 남아있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순수한 무예의 경지로는 검마나 진소청이 앞서는데도 합공을 한참 해서야 용비천을 붙잡은 것이다. 어쨌든 지금의 내공만으로도 용비천은 천하제일급 내공이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확신할 수 없었지. 왜냐하면 네가 해신의 목을 베었어도 '죽어가는' 중일 뿐 해신이 아직 완전히 죽어버린 건 아니니까."
제갈사가 훗하고 웃었다.
"그러나 해신이 영혼의 강제력조차 쓰지 못한다는 건 자신에게 맺어진 모든 계약을 무위로 돌려서라도 가급적 오래 살아남으려 한다는 뜻이다."
"아!"
"생존에 필요한 힘을 비축하기 위해서 모든 계약에 소모했던 자신의 힘을 되돌리고 있는 중이겠지. 이로써 천령단의 계약은 무효가 된게 확실해졌다."
"그럼 저놈에게 천령단의 효과가 남아있었던 이유는?"
"천령단이란 쉽게 말하자면 신의 옥좌 근처에 떠도는 무한대의 힘을 단말으로 끌어오는 것 뿐이야. 항상 무한대로 끌어오던 중에 단말이 끊어졌다 하더라도 이미 끌어왔던 힘은 잔류(殘留)하고 있겠지. 그래서 호법사자들이 서서히 천령단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보였던 거다."
"그랬군..."
나는 퍼뜩 생각나서 말했다.
"그렇다면 백련교주의 영혼은 어떻게 된 거지?"
"본래라면 구원받았겠지. 그 자가 죽은 것은 네가 해신을 해치운 이후니까 정상적으로 사후세계에 가거나 지박령이 되어야 했을 거다."
제갈사가 심드렁하게 말을 이었다.
"... 하지만 지금 백련교를 지배하는 [영겁의 태아]는 네게 말했지. 백련교주에게 존재하던 파멸의 운명을 자신에게 귀속시켰다고."
"그 놈이 백련교주의 영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거냐?"
"그럴 거다. 백련교주처럼 강인한 의지력과 마력을 지닌 영혼은 쓸모가 많으니까..."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 백련교주는 죽어도 구원받지 못하는군...'
옥좌에 끌려가는 운명은 피했지만 [옛 지배자]의 소유가 되었다면 어차피 마찬가지다. 나는 교주에게 동경과 애착이 있었으므로 씁쓸한 느낌을 피할 수가 없었다. 내가 곰곰히 생각하고 있을 때 옆에서 듣고 있던 망량이 말했다.
"백련교는 지금껏 백련교주의 독단적인 계약때문에 영원히 고통받는 운명을 피할 수가 없었소. 하지만 해신을 해치우면 그들을 속박하는 잔혹한 영겁을 없앨 수 있다는 게 확실해졌으니, 앞으로 백련교를 동료로 만들기가 더욱 쉬워졌소."
"으음!"
"특히 호법사자들을 영입할 때는 아주 쉽겠지..."
그렇다.
백련교주에게 충성을 바치는 독고준같은 경우는 몰라도 용비천이나 한백령은 모두 그에게 큰 의혹과 불신을 품고 있었다. 그들에게 이 사실을 전달할 경우 지금까지보다 아군으로 삼기 수월해질 게 분명했다.
그 때 천우진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그게 뭔 소용이지? 해신을 해치우면 결국 백련교주와 호법사자가 현세에서 누리는 막대한 힘이 사라진다는 걸 가르쳐주는 셈이잖아."
"응?"
"사후세계가 어쨌든간에 너같으면 하루아침에 무한의 내공과 최강의 무공을 포기할 수 있겠냐고."
"......"
"따지고보면 현세의 백련교는 네가 해신을 죽였기 때문에 몰락한거나 다름없어."
그것까지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확실히 천우진의 말대로였다. 나같아도 천령단을 이미 갖고 있던 상태라면 그 막강한 힘에 도취되어서 결코 포기하지 못하리라. 힘이란 건 한번 쥐면 쉽게 놓지 못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자 망량이 대꾸했다.
"그 해답도 나왔네, 사제. 십이율주의 봉인(封印)이야."
망량의 눈빛이 빛났다.
"이번 생의 해신토벌에서는 운나쁘게 도중에 걸려서 본체와 교전했지만, 운이 좋다면 해신이 나서기 전에 고려반도 근방의 6대 봉인지를 봉인해서 해신의 힘을 크게 약화시키는 게 가능하네. 그 안에 해신을 가둘 수만 있다면 해신의 해악은 크게 줄어들면서도 백련교는 힘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겠지. 반죽음일 뿐 죽음이 아니니까."
"흐음."
"반대로 생각하면 백련교를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쥐고 흔들수도 있지. 정보는 쓰기 나름일세."
이야기가 끝난 후 제갈사는 풍신류 장로들에게 이혼대법을 걸어서 검마의 직속부하로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에게 이혼대법이 걸렸다는 걸 알자 분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따르게 되었다. 이혼대법은 그만큼 무서운 술수였기 때문이다.
검마는 내게 말했다.
"지상은 내게 맡기게. 최대한 책이 흘러들어가는 걸 막아보겠네."
"아닙니다."
나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통제명령만 내려놓고 그냥 본거지로 와 주십시오."
"응?"
"더 이상은 너무 위험합니다. [옛 지배자]가 직접 쳐들어올 가능성도 있으니..."
나는 말꼬리를 흐리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옛 지배자]의 계획을 우리 힘으로 끝까지 막을 순 없으니까요."
"알았네. 무리하지 않겠네."
파앗
검마는 풍신류 장로들과 함께 비등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진소청은 검마를 따라가지 않고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이 장소에는 나와 진소청 둘밖에 없었기에 나는 의아한 눈으로 진소청을 보았다.
"무슨 할 말 있소?"
"백웅. 부탁이 있소."
그는 절실한 눈으로 내게 부탁했다.
"청월 호법을 구출해 주시오."
"......!!"
"아오키가하라 수해에 갇힌 그를 구출해야만 하오."
맞는 말이긴 했다. 여태껏 별 필요가 없어서 그를 굳이 구출하지 않았지만, 진소청이 직접 요청하는 거라면 들어줘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에게 되물었다.
"왜 하필 지금? 청월을 지금 구출해봤자 천제가 한 달밖에 안 남았소. 그를 구출하는 게 지금 상황에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이오?"
"당신과 내게 도움이 되오."
"......?"
"무혼(武魂)."
나는 그 두 글자를 듣는 순간 눈을 부릅떴다. 무인으로서, 그리고 기백년간 뇌신류 무공을 수련해 온 나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무혼!
미완성의 뇌신류 최종오의.
역사상 누구도 습득하지 못한 환상의 기술!
이광과 이청운에게서 들었던 무혼은 너무나 까다로운 조건을 가지고 있어서 설령 절대지경의 고수라 해도 천 년 내에 얻을 수 있을지나 의문이었다. 나는 의혹어린 눈으로 진소청을 쳐다보았다.
"청월 또한 뇌신류의 고수이긴 한데... 뇌신류 무혼의 습득조건에 꼭 필요하진 않잖소."
청월은 창술과 검술을 두루 잘 하는 인물이었지만 특화된 재능은 신법재간이었다. 창술에 있어서 이광보다 그리 낫다고 할 수 없고 검술 또한 독고성에게 뒤쳐졌다. 창권검 삼대분야의 달인이라는 조건과는 꽤 먼 인물인 것이다. 이것 또한 내가 그동안 청월을 구출하지 않은 이유였다.
그러자 진소청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근자에 내가 당신에게서 얻은 심득으로 수련을 하며 경지를 높이던 중 뭔가를 깨달았소. 그것은 그 무혼의 습득방식이 꼭 절대적으로 옳지는 않다는 거요. 뇌신류의 선대(先代)가 느꼈던 어렴풋한 감각일 뿐."
"......"
나는 내심 경악하며 외쳤다.
"서... 설마 진소청... 무혼이 뭔지 어렴풋이..."
"느낀 것 같소. 아주 찰나였지만."
"......!!"
말도 안 돼!
아직 절대지경에도 이르지 못한 자가, 절대지경을 훨씬 넘어선 무혼에 대해서 감지했다고?!
아무리 진소청의 재능이 대단하다지만, 나는 이 순간 진소청의 말이 허장성세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의혹 가득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믿을 수 없소."
"그럴 줄 알았소."
진소청은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
"자세한 건 그를 구출하고 나서 알려주겠소. 속는 셈치고 내 부탁을 받아들여 주시오."
"......"
어차피 지금은 한 달 후까지 수련을 하며 기다릴 뿐 딱히 할 일이 없다. 나는 별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소."
파앗!
나는 진소청과 함께 권능을 써서 아오키가하라 수해의 제 3해, 입해(入海)로 들어갔다. 이곳은 1해나 2해와 달리 말 그대로 인외(人外)급의 대요괴가 잔챙이처럼 심연의 바다를 떠다니는 괴물같은 장소였다. 심지어 산만한 크기의 마(魔)가 돌아다니기까지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라고 해도 대라신선의 도움 없이는 입해에서 제대로 싸워서 이기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내가 권능으로 바로 도착한 곳은 바로 입해에서 내가 청월을 구출했던 장소였다. 청월은 심연의 바다에 떠다니는 대지에 숨어서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이 장소에 오랜만에 와 본다고 생각하며 기를 감지했다.
' 음. 저깄군.'
부숴진 건물의 잔해 사이에 청월이 웅크려서 숨어있는 게 느껴졌다. 나는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 청월 호법. 우리는 뇌신류입니다. 나와 보십시오.]
청월은 의심이 많은지 한동안 반응하지 않다가 한참 후에 조심스럽게 폐허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얼마나 오랫동안 숨어 지냈는지 꾀죄죄하고 처참한 몰골이었다. 그는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뇌, 뇌, 뇌신류라고?"
"네. 원월천살법을 찾아온 청월 호법을 구출하러 왔습니다."
"세상에... 어찌 이 인세의 지옥까지..."
청월은 넋을 놓고 있다가 자신의 눈물을 훔쳤다.
"정말 고맙네! 이 곳에서 살아나가면 반드시 보답하겠네."
"네... 그런데..."
내가 청월에게 뭔가 물어보려 하는 순간이었다.
쩌어어억!!
갑작스럽게 심연의 바다가 일직선으로 갈라지며 빛이 뿜어져 나왔다. 섬광이 일어나더니 이윽고 괴물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오오오
키리링 키링
저만치 머나먼 곳에서 섬광과 파괴음이 번득이면서 엄청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먼 거리인데다가 붉은 심연이 시야를 방해해서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나는 그 광경에 황당해서 청월에게 물었다.
"청월 호법님. 저건 뭡니까?"
"아... 저거... 최근에 갑작스럽게 생긴 일인데..."
청월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누군가가 이 입해의 괴물들과 쉴새없이 싸우고 있어. 아무래도 입해의 괴물을 쓰러뜨리려는 모양이더군... 그런데 힘이 딸리는지 매번 도망치는 것 같았네."
"... 엄청난 고수 아닙니까?"
"잘 모르겠어... 검기(劍技)가 특이해보이긴 하던데."
"......"
진소청이 말했다.
"가 봅시다."
파앗
나는 진소청과 함께 심연의 바다를 도약해서 격전이 벌어지는 근처로 향했다. 그리고 가까워질수록 무시무시한 검기와 파동, 폭발이 수십 개나 일어나는 광경에 전율했다. 초인의 전투가 이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대체 누구지?'
그리고 대략 십 리를 헤치고 도착했을 때였다.
쿠오오오오!!
콰과과광
"끄아아아아악."
단말마가 울려퍼졌다. 크기가 오십여 장에 이르는 심연의 마(魔)가 날개를 펄럭거리며 숨결을 뿜어낸 공격에 토벌자가 당한 것이다! 심연의 수평선을 가로지르는 수백 장이나 되는
폭발의 숨결이라 도저히 피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 토벌자는 단말마를 외치며 저만치 날아가 버렸다.
"저런!"
나와 진소청은 재빨리 그가 추락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로 향했다.
슈우우우...
근처의 대지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숯더미처럼 되어버린 토벌자가 구덩이에 꿇어앉아 있었다. 무시무시한 고열에 한 순간에 불타버린 듯 시꺼멓게 되어버렸다. 이 정도가 되었으면 인간이라면 결코 살아남을 수가 없다.
"......"
그 자는 아직까지 꿇어앉은 채 숨이 붙어있는 듯 했다. 특이한 점은 그가 동영의 삿갓을 쓰고 있으며 한 손에는 기다란 동영의 도(刀)를 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커다란 삿갓 때문에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히죽
"......?"
순간 그가 나를 보고 웃은 것 같은 건 착각이었을까? 그의 숯검댕이가 된 얼굴에서 입술이 서서히 달싹거리는 게 보였다.
' 뭐라는 거야?'
후두둑
그런 느낌도 잠시, 그의 몸뚱이가 잿더미가 되어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한 자루 칼 이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채 재가 되어서 흩날렸다. 입해의 괴물을 토벌하려다가 실패하고 재가 되어버린 것이리라.
크오오오!
진소청은 저 뒤편에서 날개를 펴고 날아오는 심연의 거대한 마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저 놈은 적어도 투선급 괴물같군. 지금의 우리로는 상대하기 힘든 놈이니 힘빼지 말고 청월만 구출해서 나갑시다."
"알겠소."
진소청의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예전 여동빈이 강림해서 입해를 뚫었을 때 그 또한 입해의 괴물들과 대격전을 벌였으니 이 곳에 있는 마물들은 기본적으로 대라신선이나 투선급의 무시무시한 힘을 보유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생명체라고 보기도 힘든 괴악한 마물 그 자체인 것이다.
파앗!
나는 권능으로 그 자리를 벗어나서 청월을 데리고 장령곡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청월의 체력을 보충하고 부상을 회복시키는데 만 하루를 쓴 다음 그에게서 전후사정을 들었다. 물론 청월의 사정은 예전에 들었으므로 새삼 감흥이 생기지는 않았다.
진소청은 청월에게 부탁했다.
"멸혼보 비기 천광(天光)을 가르쳐 주십시오."
"생명의 은인이니 당연한 일."
그는 멸혼보의 비기 천광을 시전하며 우리에게 요결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예전에 한번 전수받은 적이 있는데다 독고성의 도움까지 받은 적이 있어서 좀 더 쉽게 배울 수가 있었다.
' 그 때도 터득하진 못했지...'
하지만 내 재능이 부족해서 천광 자체를 쓸 수는 없었다. 수련기간이 적어도 몇 년은 필요한 절학인 것이다. 청월의 전수가 끝나자 진소청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부족한 게 채워졌군."
나는 진소청에게 물었다.
"이제 와서 천광을 배워서 어쩌자는 거요?"
"백웅 당신의 흑요석 기억 중에서 천광을 배운 기억이 불확실하고 누락되어 있었소. 아마
요결을 이해 못해서였을 거고, 그래서 멸혼보는 터득했어도 천광은 쓸 수 없었지. 그걸 이제야 완전히 알게 되어서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되었소."
"조화?"
진소청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무혼은 창권검 세 분야의 달인이 필요한 게 아니오. 신법, 잡기(雜技)까지 포함해서 총 다섯 분야의 달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오."
"......"
왜 기준이 더 올라간다는 말인가?
내가 어이가 없어서 입을 벌리고 있자 진소청이 말했다.
"백웅. 오늘부터 당신은 나와 수련합시다."
그의 눈빛이 강하게 빛났다.
"한 달이면 충분하오. 내가 당신에게 절대지경으로 오를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