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03 암천향(暗天鄕) =========================================================================
나는 무사시와 함께 일단 백련교에서 퇴각해서 장령곡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내가 겪은 일을 이야기했다.
"으음... 설마 그렇게 된 거였을 줄이야."
망량은 침음성을 흘리다가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백련교는 멸망한 거나 다름없소. 화신이 인간의 인격을 모방해서 움직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그건 [옛 지배자]. 교주까지 죽었으면 이제 그쪽은 기대할 수 없소."
"제길... 놈이 이쪽으로 쳐들어올 가능성이 있겠소?"
"충분히 있소. 아마도 놈은 백련교주에게서 정보를 들을만큼 들은 후 인세(人世)에 개입할 만반의 준비를 갖췄을 거요. 머지않은 시일 내에 그 존재와 다시 맞닥뜨릴지도 모르오."
"......"
"첩첩산중이구려."
그는 쓴웃음을 짓다가 말했다.
"백웅. 그 시간을 되돌리는 사도의 권능은 당신이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지금까지는 너무 강력한 능력이라 인과율 때문에 봉인되어 있었을 정도이니 틀림없이 향후의 일에 도움이 될 것이오. 헌데 시간조종능력이라 생각하면 많은 게 설명되는구려."
옆에서 듣고 있던 천우진이 말했다.
"네놈이 여태껏 무림고수와 싸우며 입은 치명상은 시간을 되돌려서 낫게 한 거고, 해신토벌 직후에 살아남은 까닭은 '대라멸진 이전의 신체'로 시간을 되돌렸기 때문이군. 그리고 제약없는 순간이동은 '가본 적 있는 과거'의 장소로 이동할 수 있는 건가?"
"맞아."
"사도의 권능답군. 그런 건 필멸자에게 허락되는 능력이 아냐."
천우진은 솔직하게 감탄하는 기색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자각하지 못한 채 무의식중에 위기상황에만 최소한으로 전욱의 권능을 발휘하게끔 되어 있었다. 신의 힘은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에 인과율에 제약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해신과의 일전을 통해서 전욱은 내 힘을 강화시킬 필요를 느꼈고, 나는 오거천문에서 열을 통해서 5년간 수련을 해서 제대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망량에게 말했다.
"하지만 시간을 과거시점으로 되돌리는 능력은 앞으로 두 번밖에 사용 못하오."
"왜 그렇소?"
"일 년에 3번. 그게 제약이었소."
"그것도 인과율로 인해 붙은 제약이오?"
"열은 내게 그렇게 말해줬소."
내 말을 들은 사람들은 깊게 생각에 잠기는 모습이었다. 한참동안 침묵이 맴돌던 중 미호가 말했다.
"백웅. 전욱에게 가서 제약을 풀어달라고 하는건 어떠냐?"
"그게 될까?"
"지금 이 세상에는 창힐의 화신들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고 마왕도 발호했으며 천제도 내려올거고 백련교에는 [옛 지배자]의 화신이 부활했다. 당장 내일모레 세상이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아. 바로 지금이야말로 인과율의 제약을 풀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망량이 나섰다.
"아니오, 미호. 그건 좋지 못하오."
"왜?"
"시간을 되감아봤자 신적인 존재를 못이기는 건 못이기는 거요. 지금처럼 죽음을 피하는 데에나 쓸 수 있겠지만, 그래봤자 외통수를 당하는 시간이 늦춰질 뿐. 지금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힘을 키우는 거라고 볼 수 있소."
"어떤 계책이 있느냐?"
미호의 물음에 망량이 침착하게 말했다.
"우선은 이이제이(以夷制夷)를 노려보고, 또 하나는 칠요를 해방시키는 거요."
미호는 머리가 비상해서인지 금세 알아들었다.
"수요를 해방하자는 말이구나?"
"그렇소. 지금 백웅의 전력은 해신과 싸우기 전보다 크게 약화되었으니 칠요 하나를 더 해방시켜서 자신의 힘으로 삼아야만 하오."
망량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원래라면 칠요가 네 개 이상 해방되는 상황을 삼황오제가 허락해줄 리가 없지. 허나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이라면 이건 도리어 기회가 될 것이오."
검마가 찬탄했다.
"그 말대로일세! 칠요의 해방 외에는 방법이 없군."
"봉선의식의 제물을 준비하고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백련교에 부활한 [옛 지배자]가 언제 찾아올지 모르니까요."
그 때 듣고 있던 진소청이 불쑥 말했다.
"걸리는 게 있군."
"뭐가 말이오?"
"망량선사라는 자 말이오."
진소청은 고요히 말을 이었다.
"그 자는 이런 지경이 되어도 직접 행동을 보이지 않는군. 마왕 벽지상이란 자가 낙양의
대결계를 파괴할 위험이 큰데도 움직이지 않아. 그에게 있어서 이번 상황은 큰 위기가 아니라는 의미인 거요?"
"....."
망량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스승님은 행동하실 여력이 없으신 것 뿐이오."
"정말인가? 내가 볼 때는 관찰을 하는 것 같은데..."
"당신 말대로 그렇다고 해도 뭐 어쩌겠소? 우리가 스승님에게 행동을 강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나는 진소청이 망량선사에게 의혹을 갖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나는 당연히 그가 무론(武論)이나 투선의 절예에 대해서 물어볼 거라 생각했는데 엉뚱한 곳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하지만 허투루 넘길 수도 없는게 진소청의 직감은 매우 예리한 감이 있었기에 나는 그의 말을 귀담아 듣기로 했다.
' 그러고보니 그 고양이새끼는 대체 뭔 생각이지?'
사람 약올리듯이 아무것도 안 도와주는 것 같으면서도 때로는 중요한 단서나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모든 생각이나 행동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범주를 넘는 듯 했다. 나는 갈수록 신(神)이 어떤 존재인지 종잡을 수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망량이 말했다.
"이이제이의 계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십이율주의 조력을 받아야 하오. 백웅 당신은 무사시와 함께 그를 찾아가서 이렇게 말하시오."
망량의 계책은 그럴듯했다. 확실히 그렇게 하면 지금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걱정이 되어서 말했다.
"그 자가 나를 무력으로 제압하고 칠요를 뺏으려 하면..."
"무사시."
망량이 무사시를 쳐다보았다. 무사시가 망량과 눈이 마주치자 그가 말했다.
"당신은 십 년간 백웅에게 복종하기로 했소. 만일 저쪽의 십이율주가 백웅을 제압하라는 명을 내리면 어떻게 하겠소?"
무사시는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따르지 않는다."
"십이율주와 백웅이 싸운다면 백웅의 편을 들겠단 소리, 맞소?"
"그렇다. 원래 그는 내 목표였다. 싸울 날이 빨라진 것 뿐이지."
"그렇다는군, 백웅. 무사시가 함께 간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요."
나는 무사시의 대답을 듣자 적지않게 안심되는 걸 느꼈다. 내가 본 무사시는 천생무골으로서 거짓말을 할 자가 아니었다. 또한 무사시에게 있어서 십이율주는 주군이라기보다는 꺾어야 할 산이었으므로 굳이 그쪽 편을 들 이유가 없는 것이다.
' 그 때 무사시를 빼오기를 잘 했구나.'
확실히 지금 상태에서 가장 믿음직한 전력이다. 망량이 깜박했다는 듯 말했다.
"아, 그러고보니 쌍검술에 대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겠군."
"그건 내가 알아서 하겠소."
나는 무사시를 데리고 검마와 진소청이 수련하는 곳으로 찾아갔다. 검마는 내가 찾아온 용건을 말하자 무사시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
"저 자의 역이도의 특징까지 알아두면 좋겠다는 거군."
"네."
"흐음... 그럼 내가 무사시와 한번 대련해 보겠네. 그래야 저 자의 검술이 어떤 특징을 가진지 알 수 있을 테니까."
스윽
미야모토 무사시와 검마가 마주섰다. 나는 미야모토 무사시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기에 처음부터 이 대련이 비살상대련이라는 걸 둘에게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은 진검 대신에 근처에서 가져온 목검을 가지고 마주섰다.
' 저 두 사람이라면 갈대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자제하길 바래야지...'
특이한 점은 검마는 원래 일검류였는데 쌍검을 들고 대련에 임한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쌍검술의 성취를 시험해보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미야모토 무사시가 고요한 눈으로 검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특이한 무공을 사용하는군."
"한눈에 그걸 알아본단 말이오?"
"어디 견식해 볼까."
쩌엉!
순식간에 두 고수가 허공에서 일 초를 부딪혔다. 그리고 결과는 놀랍게도 백중세로 보였다. 미야모토 무사시가 광섬을 뻗어냈으나 검마의 쌍검이 그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막아내었기 때문이다. 다만 기본적인 실력 차이가 있는지 검마의 몸이 뒤로 기우뚱하는 건 피할 수 없었다.
"......!!"
하지만 나는 지켜보다가 깜짝 놀랐다.
무사시는 절대지경의 고수일진대 그의 공격을 정면에서 막아내다니?!
무사시가 눈에 이채를 띄며 연속으로 공격해 들어갔다. 이번에는 방금과 같은 광섬이 아니라, 느릿하고 둔중하게 온갖 변화를 머금은 찌르기로 보였다. 검마는 그 공격에 마찬가지로 쌍검을 움직여서 막아내고 쳐내기를 반복했다.
까강
' 느리네.'
이상하게도 첫 일 초의 격돌과 달리 이번 초수겨루기는 나도 적당히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느렸다. 아마도 두 달인이 서로의 역량을 알아보았기에 살상을 자제하기 위해 위력을 낮추며 보여주기식 대련을 시작한 것이리라.
그렇게 약 이십 초가 지나자, 미야모토 무사시가 자신의 검을 거두었다. 그리고 동영무사 특유의 예를 표하며 말했다.
"검마여. 뛰어난 무공이다. 그대라면 후일 내 적수가 될 수 있겠군."
지금은 아니라는 뜻. 간접적으로 자신의 실력이 위임을 표현했으나, 이 자리에서 누구도 무사시의 오만함에 딴지를 걸지 못했다. 절대지경의 고수라면 저런 말을 할만한 자격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리어 검마는 무사시의 말에 쓰게 웃으며 답했다.
"나 또한 역이도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구려. 고맙소."
비무가 끝나자 나는 검마에게 물었다.
"방금은 어떻게 된 겁니까?"
"무사시의 이천일류를 구십구합리귀(九十九合理歸)와 여의조령(如意照靈)을 응용해서 막아낸 것일세."
"네?! 그건 팔선신공..."
내가 놀라자 검마가 훗하고 웃었다.
"아무리 화신류의 기초라고 해도 쌍검술을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터득할 수는 없지. 그게 가능했던 것은 내가 그들의 쌍검술을 전해받으며 팔대가능성, 음, 팔선신공을 함께 수련했기 때문일세. 팔선신공은 보통 무공이 아니라 심득(心得)이기에 명상만으로도 수련할 수 있었지."
"그, 그랬군요."
"지난번에는 우는 소리를 했지만 내 실력은 그동안 확실히 진보했네. 그 덕에 무사시가 오늘 봐주긴 했어도 그를 막아설 수 있었지."
이윽고 검마는 내게 설명을 시작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구십구합리귀는 강능단유(强能斷柔), 유능제강(柔能制强)을 모두 이해하고 다룰 수 있어야 입문할 수 있는 무공이지. 또한 무기술에 존재하는 투로를 깊게 고찰하여 수많은 변화를 파생시킬 수 있는 심묘한 절학이야. 보통의 검술을 순식간에 일류검술로 탈바꿈시킬 수 있지."
"네."
"헌데 구십구합리귀의 특징은 그 수많은 동작을 이끌어낸다 해도 하나의 리(理)가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일세. 나는 화신류의 쌍검술을 배우면서 그 이유를 계속해서 생각했는데, 그러던 중 우연히 해답을 발견했지. 그게 바로 같은 팔선신공인 여의조령이었네."
"......!!"
"여의조령은 자신의 뜻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명경(冥鏡)처럼 비춰볼 수 있는 심공(心功). 나는 구십구합리귀를 펼쳐내면서 동시에 여의조령을 운용해 보았네. 그랬더니 상대방의 무심(武心)을 내것처럼 끌어당길 수 있게 되었지."
"무심이라고요...?"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고개를 갸우뚱하자 검마가 껄껄 웃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번에는 자네가 나와 겨뤄보세나."
"좋습니다."
나는 검마와 비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쌍검을 쥔 검마를 향해서 망설임없이 굴공천축검을 뻗어냈다.
스윽
' 앗?!'
그 순간, 나는 검마와 한 초식을 부딪히는 순간 내 기운이 검마에게 빨려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이 든 직후, 검마는 마치 유수(流水)처럼 자신의 기운을 일변시키더니 굴공참에 섞여있는 공간왜곡을 떨쳐내고 도리어 나와 똑같은 일초로 반격해 왔다.
투웅!
급히 내 목검을 들어서 검마의 찌르기를 막아냈지만, 나는 뒤로 크게 날려갔다. 그 안에 담겨있는 잠력(潛力)이 굉장했기 때문에 천근추로도 버틸 수가 없었다. 내가 몸을 곧추세우며 재차 공격했지만 공격할 때마다 검마의 쌍검은 유려하게 흐르면서 내 공격을 흘려버리거나 재반격할 뿐이었다.
검마가 검을 늘어뜨리며 말했다.
"내 반격을 받고 느낀 게 없었나?"
"굉장히 강렬했습니다."
"그건 내 힘이 아닐세. 바로 자네의 힘이 되돌아간 걸세."
"......!!"
"나는 여의조령을 운용하면서 자네의 마음을 내 마음처럼 비춰보았네. 그렇기에 자네의 공격의 흐름을 완전히 읽어서 파장째로 돌려줄 수 있었던 거지. 더욱이 쌍검술은 방어에 뛰어난 특성을 갖고 있기에 자네는 한층 큰 압박감을 느꼈을 것일세."
"그, 그런 게 가능하다니..."
생각지도 못했다. 구십구합리귀는 그저 변(變)이나 환(幻)의 검초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는 보조무공에 불과하다 생각했는데 여의조령과 합쳐지니 궁극의 반격검술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놀라워서 장삼봉을 불러서 질문했다.
[ 장 진인. 팔선신공의 이 가능성도 생각하셨던 겁니까?]
[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소. 허나 연구는 후인에게 넘겼지.]
장삼봉은 뭔가 뿌듯한 듯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었다.
[ 검마는 실로 훌륭한 무인이구려. 그가 무당파의 제자였다면...]
[ 그러면 검마와 한 수 겨뤄보시겠습니까?]
[ 허허! 그럼.]
그 순간 장 진인은 냉큼 내 요청을 받아들여서 몸을 뺏아버렸다.
[ 에윽...]
뭐지?! 너무 냉큼 받아들이잖아! 순식간에 자아가 물러나는 느낌은 여동빈 때도 못 느꼈던 것이었기에 당황스러웠다. 장 진인은 호쾌하게 자신의 목검을 잡으며 말했다.
[ 본도와 겨뤄 봅시다.]
검마는 얼굴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전설의 대종사 장 진인과 일 초를 겨루다니...!! 감격이오."
꽈앙
장삼봉은 검마와 몇 번 검을 부딪히더니 뇌성(雷聲)이 튀긴 후 뭔가를 알아챈 듯 했다.
[ 훌륭하구나, 이건 어떨까?]
"으윽."
까가강
그리고는 뭔가 듣도 보도못한 절초의 합체기를 사용하며 검마와 연속으로 겨루기 시작했고, 검마는 당황해 하면서도 그 합체기를 받아내기 시작했다.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 하다가도 검광(劍光)과 검영이 수백 개씩 피어오르는 걸 보면 살벌하기 짝이 없었다.
[ 껄껄! 선재로다, 선재로다!]
장 진인이 즐겁게 웃으며 검을 겨루고 있을 때 옆에서 보고 있던 진소청이 슬며시 창을 들었다.
"장 진인! 저도 한 수 부탁드립니다."
[ 오게!]
꽈르릉
진소청이 뇌명을 쓰며 장 진인을 공격해 들어왔다. 장 진인은 그러자 합장을 하더니 서서히 태극권의 첫 자세를 잡았다.
양의신공(兩意神功)
검마는 좌측, 진소청은 우측에서 각각 최절초를 써서 장삼봉을 공격했으나 장삼봉의 몸은 마치 반으로 분리된 것처럼 양손에서 다른 초식을 발휘했다. 심지어는 의념절기조차도 한 호흡에 두세 개씩 내뿜었고 검마나 진소청은 합공을 하고있음에도 밀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장삼봉은 흥이 돋았는지 즐겁게 말했다.
[ 그대들이 창안한 팔선신공과 달리 본도도 칠대절학을 남길 때 구상해 둔 조합이 있었지. 어디 이걸 받아 보시게.]
말이 끝나는 순간 장삼봉의 몸이 세 개로 분열되었다.
하나하나가 실체와 같은 힘을 지닌 분신으로 보였고, 저 또한 극고의 의념절기였다.
칠대절학(七大絶學)
합체기(合體技)
삼절무극장(三絶無極掌)
칠대절학(七大絶學)
합체기(合體技)
현천구룡파(玄天九龍波)
칠대절학(七大絶學)
합체오의(合體悟意)
구궁천라십단금(九宮天羅十段錦)
퍼퍼펑
"크아아악."
"허억."
진소청은 삼절무극장의 기운이 삼첩(三疊)을 이루며 날아오자 뇌명을 써서 피했으나 찰나에 역천보륜까지 섞어서 유도추적의 장력이 날아오자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검마는 현천구룡파를 구십구합리귀로 최대한 걷어냈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거기에 마지막으로 악명높은 무당파 최강의 장공, 십단금이 장삼봉의 손에 의해 구궁천라십단금으로 변화해서 날아왔다. 두 사람은 황당해하면서 뒤로 튕겨 날아갔다.
쿠구궁
진소청과 검마가 바닥에 널부러져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검마는 고통을 참고 일어서며 중얼거렸다.
"이, 이게 무림대종사이고 천외천이군. 아주 큰 공부가 되는구나."
"......."
나는 정신의 한켠에서 장삼봉이 깽판을 치는 걸 보자 황당해졌다. 아무리 투선이라고 하지만 눈 앞의 두 사람은 현재의 강호무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초고수들이었는데 마치 갖고놀듯 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태껏 지켜보고 있던 미야모토 무사시가 호승심이 생긴듯 자신의 검을 들고 다가왔다.
"멋지군. 나도 한 수 가르쳐 줘."
[ 껄껄! 좋소.]
으아아, 안돼!
나 죽어!
콰과광
콰광
나는 결국 그 날 하루종일 장삼봉 진인이 세 고수와 연속대결하는 걸 보고만 있어야 했다. 물론 큰 공부가 되긴 했지만 장삼봉의 강신이 풀리자 나는 근육통 때문에 전신이 찢어질 것 같았다. 강신이 풀리는 순간 돼지 멱따는 비명이 절로 터져나왔다.
"꽤애애액."
내 전신의 잠력을 남김없이 끌어썼는지 아파서 죽을 것 같았다. 내가 아파서 대련장을 기어다니고 있자 장삼봉 진인이 미안한 듯 말했다.
[ 음... 미안하오, 연자여. 흥이 올라서 그만...]
[ ... 싸, 싸우는 걸 장 진인께서 좋아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 전승은 없었는데.]
장삼봉이 무슨 말을 하냐는 듯 대꾸했다.
[ 내 시대에도 나는 대련과 비무를 좋아했소. 원제국의 악당이나 마두도 많이 쓰러뜨렸지.]
[ 네?! 장 진인께서는 다툼이나 대립을 피하고 평화를 좋아하셨다고...]
[ 절대지경에 오르니 적수가 없어서 시시했을 뿐...]
[ ......]
이런 식으로 무림역사의 진실을 알고 싶지는 않았는데...
나는 어쩔 수 없이 하루는 앓아눕고 다음 날 십이율주를 향해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