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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474화 (474/1,615)

00474  암천향(暗天鄕)  =========================================================================

황궁은 호법사자와 화룡진인의 광범위공격에 초토화되어서 본래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래서 궁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화신류와 유림의 고수들은 황망한 눈으로 여기저기 녹아버린 폐허를 바라볼 뿐이었다. 한때 황제가 거처하던 궁이 있던 곳도 평탄한 황야가 되어있으니 가히 파괴의 수준을 알 만 했다. 신기한 것은 그 천재지변같은 접전이 일어났는데도 황궁 이외에는 그 어디에도 피해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한백령과 등곽을 비롯해 이번 일에 참여한 주된 인물들이 동석한 자리가 간소하게 만들어졌다. 한백령이 등곽에게 말했다.

"등곽. 새로운 황제를 모시러 바로 움직이는 게 좋겠구나. 늦어지면 중원 각지의 군웅과 군벌들이 반역을 일으킬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다."

등곽은 약간 두려워하는 눈으로 내 쪽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헌데 용의 화신이라니... 정말인가?"

그 말에 한백령은 장죽을 늘어뜨리며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네놈은 내가 농이나 할 사람이라 보이느냐?"

"그건 아니지만."

"차후 우리 한씨세가에 약속한 모든 특혜를 줘야 할 것이다. 나와의 약속을 지켜라."

"물론이다."

등곽은 별 말을 하지 않고 유림을 인솔해서 움직일 준비를 했다. 그는 초현실적인 힘을 목격하자 자신이 끼어들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듯 했다. 그리고 한백령과 우리만 남은 자리가 되자, 한백령은 잠시 침묵하다가 차를 한 잔 마시며 말했다.

"용의 화신이여. 무슨 목적이십니까?"

그녀의 시선은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백령이 점잖게 공대를 하고는 있으나 그 말투 이면에 서릿발같은 경계심이 감돌고 있다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나는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

"호법사자께서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제게 무슨 목적이 있다는 건지."

"당신에게 빙의한 화룡진인의 힘은 인간세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극상의 힘. 그정도 힘을 가지고도 검마의 수하로 위장해서 나와 손을 잡았다면 분명히 목적이 있을 터. 그 목적을 알고싶다는 겁니다."

차분한 말투이기에 더 무서웠다. 한백령이 자신의 감정을 극도로 조절하면서 노회한 너구리처럼 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난처함을 느끼자 옆에 있던 검마가 포권하며 한백령에게 말했다.

"사정이 있습니다. 백련교나 화신류에 위해가 될 일은 없을테니 양해해 주십시오."

"흥... 검마. 그걸 어떻게 보증하지?"

한백령은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용의 화신께서 하루아침에 변덕을 부려서 우리 백련교를 치겠다 하시면 네가 책임질 수 있겠나?"

"......"

큰일났다. 한백령은 말투는 정중하지만 이전보다 우리쪽에 경계심을 몇 배나 곧추세운 상태였다. 이대로라면 한씨세가를 포함해서 화신류는 물론 백련교 전체를 암중의 적으로 돌리게 될 수도 있었다. 그건 지금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분명했다. 검마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용의 화신께서 만일 강호를 통일하겠다거나 자신의 위력(威力)을 보이려 했다면 이렇게 귀찮은 방법을 쓰셨겠습니까? 제가 화신류에 일부러 굽힐 이유도 없었을 뿐더러 그냥 황궁이나 군소세력을 치면서 무영련을 확장하기만 하면 되었겠지요. 이번에 용의 화신께서 진짜 힘을 드러내신 것도 본의가 아니라 정의를 위한 행동이었음을 생각해 주시길..."

"정의?"

한백령의 얼굴이 약간 일그러졌다. 전혀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들은데서 오는 당혹감이었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망량이 끼어들어서 말했다.

"이번에 화룡진인께서 나서셔서 저 괴물을 없애지 못했다면 호법사자 두 분께서는 낙양을 포기하셨겠지요. 그리고 괴물은 낙양의 인간들을 먹어치우고 급성장해서, 종래에는 인간의 힘으로 절대 감당할 수 없는 마왕(魔王)급 존재가 되고 말았을 겁니다. 거기에 백련교라느니, 화신류라느니, 무영련이라느니 하는 무림의 이야기를 갖다댈 수 있겠습니까? 수백만 명의 목숨이 걸린 일이었습니다."

"으음..."

"백련교가 그 생지옥을 수습하지 못했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교주께 향했을 겁니다."

망량이 슬며시 압박을 한 후, 검마가 강단있게 말했다.

"종사 한백령이여! 우리는 무림인이며, 무(武)를 추구하나 협(俠)을 가슴에 담은 자들이 아니었습니까."

"......!!"

"우리는 마도(魔道)에 대항하는 거대한 협의를 위해 일어선 겁니다."

협!

그 말을 듣자 한백령은 크게 고뇌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녀는 한참동안 생각을 하더니 갑자기 내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용의 화신이여,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어, 네, 네에 물론."

나는 엉겁결에 그녀의 사과를 받았다. 그녀는 방금 전 의심에 젖은 표정에서 벗어나서 다소 편해진 얼굴로 말했다.

"이제 낙양의 무림은 물론 호남(湖南), 호북(湖北)과 강서와 산동까지 우리 화신류의 직접적인 지배권에 들어갈 것입니다. 구파일방을 패도(覇道)로 누르는 과정만 거친다면 3년 내에 천하무림을 백련교가 지배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저는 웬만하면 용의 화신인 당신과 동료들을 지원해 줄 생각입니다."

그녀는 담담하게 엄청난 일을 말하고 있었다. 백련교주가 직접 나서지도 않았는데 호법사자와 계열무류의 힘만으로 천하무림을 일통하게 된다는 이야기! 역사상 전무후무했던 업적이 곧 이뤄질 거라는 선언을 한 한백령의 말이 이어졌다.

"허나 그렇기에 알고 싶군요.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적과 싸우려는 건지를... 그리고 어떤 과정으로 용의 힘을 손에 넣었는지를."

망량과 검마가 다시 내 대신에 이야기해주려는 기색이었으나 나는 손을 들어서 그들을 물렸다. 왠지 직감적으로 지금은 동료들이 대신 이야기할 때가 아니라 내 스스로의 의견을 말할 때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나는 차분한 눈빛으로 한백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한백령 님의 협의를 믿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당신은 화신류의 종사이며 백련교에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며 백련의 법도를 수호하는 호법사자지요. 당신이 보고들은 모든 것은 당연히 백련교주에게도 모두 보고되지 않습니까?"

"......"

"한백령 님은 믿을 수 있어도 백련교주는 아직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깊은 이야기를 드리지 못하는 걸 양해해 주십시오."

한백령이 고소를 머금었다.

"호법사자 앞에서 교주를 불신한다는 이야기를 꺼내다니... 정말 대단하시군요."

그녀는 반쯤 조롱하듯 말했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그녀가 화룡진인의 신위를 보고 나를 용의 화신으로 인식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저런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한백령은 크게 노해서 우리 셋을 죽이려 했으리라. 나는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싶어서 걱정스러웠지만 한백령은 가볍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럴만 하군요. 교주를 믿지 못한다라..."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던 한백령이 내게 갑자기 전음을 보냈다.

[ 보름 후 한씨세가에 혼자 와 주십시오. 절대 동료에게도 알리지 마십시오.]

뭐지?

[ 나는 이걸로 당신을 믿어도 될지를 판단하겠습니다.]

"......"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표정을 숨겼다. 한백령이 동료에게도 알리지 마라고 한 것은, 지금 표정을 괜히 읽혔다가 동료들에게 추궁당하지 말란 소리였다. 내가 태연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자 한백령이 말했다.

"... 그럼 실례했습니다. 우리 화신류도 낙양무림을 재편하며 치안유지를 도와야 하니 할 일이 많으니."

"살펴 가십시오."

한백령은 이윽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나는 힐끔 망량과 검마를 보았는데 그들은 한백령의 은밀한 전음을 눈치채지 못한 기색이었다. 망량이 말했다.

"검마 어르신은 화신류에서 활동해 주시고 저희는 따로 이번 일을 정리하겠습니다."

"그리 하게. 나도 남은 수련기간동안 최대한 쌍검술을 연마하겠네."

"부탁드립니다."

검마도 한백령을 뒤따라 움직였다. 망량은 나와 둘만 남은 자리에서 말했다.

"백웅. 한백령은 아직 우리를 못 믿는 모양이오."

"으음..."

"화룡진인께서는 응답이 없소?"

"이상하게도 방금 전의 격한 싸움 후로 아무 말이..."

망량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백웅. 다시 한 번 화룡신검과 화요를 꺼내서 동시에 쥐어 보시오."

나는 망량이 시키는대로 했다. 그러자 아까 전의 청량한 느낌은 어딘가로 가 버리고, 원래처럼 손잡이가 후끈거리고 열기가 내 어깨를 매개체로 이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원상복구된 셈이라 망량에게 현재의 상태를 말하니, 망량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아무래도 화룡신검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모양이오."

"무슨 소리요?"

"아까 보여준 신위는 화요 간장의 힘을 빌려왔기에 가능했다는 소리요. 수백 년동안 봉인속에서 갈가리 찢겨서 신령의 자아마저 소멸될뻔한 피해가 그리 쉽게 복구되지는 않는 것... 지금의 화룡신검은 화요의 힘을 흡수한 후 깨어나서 그걸 다시 소모한 후 잠드는 방식으로 전환되었을 확률이 크오."

"헉... 그 말은..."

나는 황당해서 말했다.

"... 다시 회복시켜야 한다는 말이오?"

"바로 그렇소."

단호하게 말한 망량이 말을 이었다.

"다만 화룡신검은 예전보다는 힘을 회복하는 속도가 빠를 것이오. 자아도 회복되었으며 신검의 원형까지 복원되었으니 몇 배는 빨라지겠지. 이렇게 흡수와 소모를 반복하다보면 언젠가 화요의 도움이 없어도 완전회복이 가능해질 거요. 완벽한 화룡신검의 부활이지."

"흐음."

"그것보다는 그 화요 간장이 정말 대단하구려."

망량은 경탄한 눈빛으로 화요를 쳐다보았다.

"화룡신검에 그만큼의 열기와 신기(神氣)를 전해주면서 화요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소. 실로 대라신선을 뛰어넘은 무궁무진한 힘이 담겨 있구려... 삼황오제의 유물답소."

"아 맞다!"

나는 깜박했던 걸 망량에게 말했다.

"그러고보니 수요의 봉인은 언제 푸는 게 좋겠소?"

화요와 수요를 동시에 쓸 수 있으면 단번에 더 강력한 힘을 지닐 수 있다. 이제 낙양의 일이 해결되었으니 수요의 봉인을 풀 때가 다가온 것이다. 그러자 망량은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 생각이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수요의 봉인을 푸는 것보다 다른 칠요를 미해방 상태로 하나라도 더 모아두는 게 좋겠소."

"왜 그렇소?"

"수요를 어거지로 해방하는 건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현 인간세상에는 칠요가 세 개씩이나 해방되어버리는 셈이오. 게다가 암천향에 있는 토요 팔괘도가 이미 해방상태일 확률이 높다는 걸 고려하면 또다시 예전처럼 사요의 봉인이 풀린 셈... 당연히 천지천상의 균형이 붕괴된 상태인지라 여와를 비롯한 삼황오제가 크게 경계하며 인간세상을 보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나머지 칠요를 다 모은다 쳐도 봉인을 해제하는 건 불가능해지게 되오."

"음, 그게 문제지..."

삼황오제는 [옛 지배자]와 전쟁을 하고싶어하지 않았다. 19회차의 전생에서 오제 전욱같은 경우는 은카이의 수면자와 싸우려 들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편이 먼저 명분을 주며 도발했기 때문이었다. 삼황오제는 다시 신격끼리의 대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칠요의 해방을 절대 거부하려 들 게 분명했다.

"사실 이 문제는 나도 아직 답을 내지 못하겠소. 왜냐하면 우리가 칠요를 다 모아서 해방할만한 '명분'을 삼황오제에게 보여주고 '설득'시켜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오."

망량은 한숨을 쉬었다.

"천하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군. 중원의 상고시대를 지배해온 삼황오제에게 칠요의 명분을 설득하라... 하하."

"......"

"당신은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지상최대의 난제를 책사에게 주는구려."

망량이 농담삼아 핀잔을 줬다. 나는 망량의 말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대꾸했다.

"그럼 지금 상태로 미해방 칠요만 수집하는 게 최선이란 말이오?"

"일단은 그렇소. 그러면서 당신 스스로의 무력을 높이도록 수련을 하고, 남은 10년의 기간 내에 창힐까지 찾아야 하니 눈코뜰 새 없이 바빠지겠지."

내 질문에 대답한 망량이 말했다.

"일단 장령곡으로 갑시다. 제갈사의 상태를 살피다가 그의 마도서 해석이 끝나면 같이 논의하는게 지금은 제일 좋겠소."

"알겠소."

나는 망량과 함께 장령곡으로 갔다.

"곡주께서는 아직 칩거하셔서 나오지 않으십니다."

아직도 제갈사가 거한 방에서는 어둠의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도서 무명제사서를 아직까지 '해석'하는 모양이었다. 망량이 내게 제안했다.

"그럼 제갈부에게 가 봅시다."

그리고 우리는 제갈부가 감금된 장소로 향했는데, 확실히 시비가 그동안 밥을 잘 줬는지 초췌한 안색이 조금 나아져 있었다. 기력을 조금이나마 찾았는지 제갈부는 망량을 보자 곱지 못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크크... 현이 네가 숙부와 한통속이었구나."

"멋대로 생각하시오. 다시 삼순구식하며 굶고 싶다면."

움찔

망량의 으름장에 제갈부는 크게 동요하는 기색이었다. 지옥같은 굶주림을 느껴본 그로서는 이 협박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제갈부가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었다.

"며, 명문 제, 제갈가의 자손이 머, 먹는 걸로 협박하다니 많이 천박해졌구나."

망량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원래부터 당신은 나를 재능없는 천박한 놈 취급하지 않았소? 밥을 제대로 처먹고 싶으면 형님은 이 동생의 질문에 똑바로 대답하는 게 좋을 거요."

"뭐? 무슨 질문을..."

"내가 알고싶은 건 그거요. 아버님께서는 무슨 계기로 마도(魔道)나 연금술사와 손을 잡았는지."

"......"

"당신은 자기 외에는 관심없고 저 잘난 맛에 살아가는 인간이라서 마도와 협력하는 것도 이해하지만 아버님은 그런 분이 아니었기에 궁금한 거요."

제갈부는 할 말을 잃은 눈으로 망량을 쳐다보다가 말했다.

"야. 현아."

"왜 부르시오?"

"너무 배가 고프다. 계퇴(鷄腿)를 갖다주면 말하겠다."

"좋소."

듣고있던 나는 옆에 있던 시비에게 말했다.

"계퇴 한그릇 해서 갖다주게."

"아니오, 백웅."

"응? 망량 무슨 소리요. 저 자에게 한 그릇이면 충분..."

망량은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

"나도 먹을테니 두 그릇 해주시오."

그러고보니 망량도 그동안 산중에서 술법수련을 한다고 육식을 자제하고 소식하며 지냈을 것이다. 고기가 먹고싶어지는 건 당연했다.

"... 알았소."

잠시 후 시비가 계퇴 요리를 해서 가져왔고, 나는 제갈부에게 계퇴 요리를 손으로 들어서 먹여 주었다.

쩝쩝...

쩝...

제갈가의 두 형제는 서로를 노려보며 말없이 닭다리를 씹으며 맛있게 먹었고 닭 먹는 소리가 밀실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나와 시비는 닭이 맛있어 보여서 침을 꿀꺽 삼켰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것까지 세 그릇을 가져오라고 할 걸 그랬다.

' 아, 닭고기 맛있겠다...'

향긋한 계퇴를 다 먹은 제갈부가 입을 열었다.

"아버님은 과거에 천계에 분노하셨다. 그리고 그 분노의 감정이 천계의 도움을 배제하고 인간을 구하기 위한 계획으로 연결된 것이다."

"제갈유룡이 말이오?"

"그래. 네가 멋모르는 꼬마 시절때부터 천계에 분노의 감정을 품고 있었다 말씀하셨다."

분노.

나는 왜인지 모르겠으나 제갈유룡과 제갈사의 감정이 비슷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갈사 또한 19회차의 전생 막바지에서 천계의 위선에 대한 분노와 혐오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해가 안 되는군. 아버님은 명문 제갈일족의 수장이며 대술법사이며 황궁에 충성하는 분이셨는데 왜 천계에 분노한다는 말이오?"

"......"

제갈부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천계가 마련한 종말의 구원이란 게 아버님의 이상과 맞지 않았을 뿐더러, 천계의 손에 어머니가 직접적으로 희생당하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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