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72 암천향(暗天鄕) =========================================================================
우리는 한백령이 기다리고 있던 황궁의 넓은 광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요란한 전장의 잔향이 막 가시며 온도가 낮아지는게 보였다.
아까까지 검마가 망량의 지원을 받아서 싸우고 있던 그 전장에는 어느 새 화신류의 고수들이 몰려들어서 황궁병사들을 물리치고 있었으며, 그 기세는 일당백이라 할 만 했다. 더군다나 한백령이 이미 천령단으로 가공할 위력을 보였는지 황궁측은 개미떼처럼 사기를 잃고 흩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결국 황궁병을 지휘하던 위관과 장군들은 후퇴를 명령했고 그들의 뒤통수가 내 눈에 보이고 있었다.
화신류의 막강한 전력!
아무리 강력한 고수들로 이루어진 정예들이 왔다고는 하지만 황궁을 지키는 어림군 부대를 물리친다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다만 지금은 그 일에 신경쓸 수가 없었기에 한백령에게 말을 걸었다.
"저 괴물을 어떻게 물리쳐야 할까요?"
"......"
쿠르르륵
쿠르륵
한백령은 팔짱을 낀 채 뚫어져라 저만치에서 계속해서 촉수줄기를 확장하고 있는 거대한 마물(魔物)을 쳐다보았다. 마물은 처음보다 더욱 커져서 이내 작은 동산보다 더욱 거대해지고 말았다. 한백령이 말했다.
"등곽. 이번 일이 네 예상에 있었느냐?"
스윽
온몸에 피칠갑을 한 등곽이 빠른 경공으로 이쪽으로 날아왔다. 그는 동창을 '정리'하는 동안 많은 살상을 한 듯 했다. 그는 침음성을 흘리며 말했다.
"... 저런게 있을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흥. 역시 우리를 끌어들여서 일단 저질러보자는 속셈이었군."
"지금은 그런걸 따질 때가 아니다. 저 괴물이 뭔지 혹시 아는가?"
"나도 모른다!"
단호하게 말한 한백령은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백웅. 네 녀석이 술법사 동료를 데려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는 어디 있느냐?"
저벅
망량은 내 뒤편에서 걸어나오며 한백령에게 포권했다.
"소인 망량이 화신류 종사께 예를 표합니다."
"네 녀석이냐."
"아쉽게도 저 또한 저 괴물이 뭔지는 알지 못합니다. 단지 마도(魔道)에서 비롯된 흉악한 소환수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지요."
"물리칠 방법은?"
망량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상응하는 마도의 비술으로 역소환시키던가, 저 존재의 핵을 없애던가, 놈의 재생력을 넘어서는 물리력으로 파괴하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이 일대를 봉인하고 굶어죽게끔 할 수밖에 없겠지요. 참고로 첫 번째 방법은 제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한백령이 고소를 지었다.
"방법이 네 가지나 있는데 하나같이 영 써먹을 수가 없군."
"하지만 빠르게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이대로라면 저 놈은 황궁 밖으로 세력을 확장해서 인간을 잡아먹을 것이고, 영양을 섭취하면 더욱 강대해질 겁니다. 쓰러뜨리려면 아직 발아(發芽)하고 있는 지금이 기회라고 봅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다."
한백령은 뭔가를 망설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더니 뭔가를 결심한 듯 말했다.
"망량. 핵이란 걸 찾을 수 있겠느냐?"
"저 놈의 껍질이 너무 두터워서 지금은 알 수 없지만, 충분히 파괴한다면 술법으로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알았다."
그녀는 빠르게 화신류의 병력을 지휘하며 밖으로 퇴각하게끔 했다. 동시에 등곽에게도 유림고수들을 이끌고 황궁 밖으로 나가라고 지시했다. 등곽은 한백령이 뭘 하려는지 알아챈 듯 두말하지 않고 빠르게 퇴각했다. 이윽고 장내에는 한백령과 우리 셋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용비천."
쉬쉬쉭!
한백령이 나직이 부르자 허공에서 흑호가면을 쓴 호법사자 용비천의 신형이 나타났다. 그는 지금껏 하늘에서 막강한 기(氣)로 모습을 숨긴 채 황군을 물리치는데 혁혁한 전공을 세운 것이다. 백련교에서 보내 온 조력자는 바로 풍신류의 용비천이었다. 그는 나타나자마자 한백령에게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 알고 있다. 합공하자는 거지?"
"그것밖에 답이 없다."
"크크... 나도 살아생전 저런 괴물은 처음 본다."
심지어 용비천도 질린 기색으로 촉수나무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산전수전 다 겪은 호법사자라 해도 마도의 괴물과 상대할만한 일은 없었으리라. 그녀는 우리 쪽을 힐끔 쳐다보더니 지시했다.
"검마. 백웅. 너희는 망량을 보호해라. 망량이 휘말리지 않고 술법을 써서 핵을 찾아낼 수 있게 호법을 서는 역할이다."
"알았소."
"가능하면 그쪽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테니 어쨌든 망량을 지켜라."
파앗!
다음 순간, 한백령과 용비천이 동시에 무공술을 써서 천공으로 날아올랐다. 보통 경공으로 뛰어오른 수준이 아니라 순식간에 십여 장 이상 상승해서 촉수 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두 호법사자는 자신의 전력을 모아서 쌍검과 손에 머물게 하고는 광선(光線)처럼 그 무시무시한 기력을 방출했다.
위잉
콰과과과과광
"......!!"
무공초식도 아니었고 그저 천령단의 힘을 모아서 강하게 떨쳐낸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빛을 머금고 날아간 광선은 촉수괴물의 한 점에 수렴하더니 눈이 멀 것 같은 백광(白光)을 일으켰고, 원형 폭발과 함께 후폭풍이 반경 백여 장에 몰아쳤다. 나와 검마는 그 폭풍 속에서 천근추를 시전하며 망량을 보호했는데 여파만으로도 걷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꾸어어어
과연 천령단의 위력은 막강했다. 그 일격에 촉수괴물은 몸을 뒤틀면서 여기저기 몸뚱이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검마는 그 광경을 보더니 중얼거렸다.
"우리 도움은 필요없지 않을까?"
"아닙니다."
"응?"
망량은 도리어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
"... 백웅, 대체 그 연금술사가 뭘 소환한 거요? 저 놈은... 내면에 자체결계를 보유하고 있잖소!"
망량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촉수괴물은 갑자기 상처부위에서 꿀럭거리며 재차 촉수를 생성해냈다. 그리고 피처럼 뚝뚝 떨어지는 흑액(黑液)이 땅에 흐르자마자 그것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흉악한 마물으로 탄생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놈들의 모습이 역시 월요의 수호자가 소환했던 것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끼르르륵
작은 마물들은 괴이한 소리를 내더니 저마다 날개를 펼치거나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호법사자들은 하늘에 떠 있어서 그런 잔챙이들을 신경쓸 필요가 없어보였지만 망량은 달랐다. 그는 양손을 모으며 수인을 맺고는 외쳤다.
"취감전리(取坎塡離)의 진(陣)!"
콰과광
굉음과 함께 사방 오 리에 갑자기 거대한 문짝이 소환되어서 땅에 박혔다. 그 문짝은 결계의 기능을 하는 듯 미친듯이 달려나가던 소형 마물들이 더 전진하지 못했다. 나와 검마는 우리 쪽으로 덤벼드는 소형 마물들을 하나하나 때려잡기 시작했는데, 놈들은 과연 마(魔)로 이루어져 있는지 장갑이 보통이 아니었고 최소한 검기를 써야 벨 수가 있었다. 나는 주변에 달려들던 괴물들을 얼추 정리하고 나서 망량에게 물었다.
"자체결계? 그게 무슨 소리요?"
"방금 저 놈의 몸이 크게 박살났을 때 저놈의 내면을 들여다봤는데, 저놈은 물질계와 영계에 서로 다른 육체를 지니고 있소. 그리고 하나가 부서지면 다른 하나가 상보(相補)해 주지. 그게 가능한건 물질계와 영계 사이를 몸 내부에서 연결하는 자체결계가 있기 때문이오. 저건 엄청난 고위술식인데..."
콰앙!
나는 계속 달려드는 소형마물들을 칠성폭뢰지로 분쇄하면서 외쳤다.
"난 머리가 나쁘니까 쉽게 설명해 주시오!"
"그러니까 놈의 육체는 두 개요! 물질계와 영체의 육체 모두를 단번에 파괴해야만 하는데, 이대로는 절대 없앨 수 없소."
"뭐라고!?"
"핵(核)도 영계쪽에 있소. 그래서..."
쿠콰콰쾅
망량이 고함을 지르고 있을 때 한백령과 용비천이 재차 무시무시한 화염과 풍탄을 내뿜었다. 아까보다 더욱 강한 위력인지 촉수괴물은 비명을 지르며 몸의 4할 이상이 타고 찢겨나가는 것 같았다. 누가 보아도 이쪽이 압도하는 광경이었지만 계속해서 괴물이 재생하는 걸 보자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소형마물의 몸통을 여섯 조각 내던 검마가 침착하게 말했다.
"설령 호법사자가 물리력으로 밀어붙여서 잿더미로 만든다 해도 계속 부활할거란 말인가?"
"바로 그렇습니다."
"뭔가 방법이 없겠나?"
"지금으로서는 없습니다. 저 놈이 흘린 피에서 생겨나는 마물들은 놈에게 생명력을 공급하기 위해 주변 생명체를 습격할텐데, 일단 그거만이라도 제 결계로 막을 수밖에요. 안 그러면 저 놈은 호법사자의 파괴속도를 상회하는 재생력과 힘을 얻게 될 겁니다."
확실히 망량을 불러오길 잘한 것 같았다. 만일 망량을 데려오지 않았다면 소형마물이 주변에 확산되는 걸 막을 수 없었을 테고, 희생자만 속출하며 걷잡을 수 없이 촉수가 성장했을 게 분명했다. 게다가 망량은 어쨌든간에 놈의 공략법을 우리에게 주지 않았는가!
검마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 취감전리의 진은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이건 대결계라서 제 힘으로는 오래 못 버팁니다. 길어도 반 시진..."
"반 시진 내에 수를 내야겠군."
나나 검마는 직접전투력은 망량보다 강할지 모르지만 술사인 망량처럼 광범위하게 결계를 펼칠수는 없다. 망량의 진이 유지되고 있을 때 어떻게든 놈을 쓰러뜨릴 방법을 구상해야만 했다.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아서 말했다.
"저 놈은 월요의 수호자보다 직접파괴력은 덜해도 더 까다롭고 강력한 마물같군.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추측컨대 저 놈은 제갈유룡과 제갈부가 실종된 순간부터 이 순간을 대비하고 있었을 거요. 수정석비에 무명제사서까지 빼앗겼으니 살해당하기 전에 차라리 마물로 강화되어서 영생을 누리려는 생각이겠지."
"응?"
나는 그 말을 듣자 어이없는 사실을 깨달았다.
"설마 저 놈은 연금술사의 소환수가 아니라, 그 연금술사 그자체란 말이오?"
"바로 그렇소. 대마도사인 생 제르맹이 자기자신을 몇 개월동안 공들여서 개조했기 때문에 저만한 최상급 마물이 나타날 수 있었던 거겠지."
"미친...!! 왜 저런 선택을."
"......"
망량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런걸 생각할 때가 아니오. 일단 영계의 육체를 부술 방법을 생각해 볼 테니 최대한 버텨주시오."
"알았소."
콰과광
쿠콰쾅
그리고 한동안 공허한 파괴음과 빛줄기가 쏟아져내리는 싸움터에서 나와 검마는 죽어라 검을 휘둘렀다. 술사인 망량이 죽거나 피해를 입으면 취감전리의 진이 파괴되므로 어떻게든 망량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망량은 진을 유지하면서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마물을 공략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또한 허공에 떠서 가공할 무한의 내공으로 공격을 쏟아부어서 촉수마물을 쪼그라들게 하고 있던 호법사자들도 뭔가 이상함을 느낀 듯 했다. 한백령은 빠르게 우리 쪽으로 날아오더니 말했다.
"저 놈은 왜 죽을 생각을 하지 않느냐?"
"그게..."
나는 한백령에게 상황설명을 했다. 그러자 한백령은 어이가 없는 듯 말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싸움이구나."
"하지만 현실입니다."
"흐음..."
한백령은 아미를 찌푸리더니 말했다.
"말한대로 저 결계가 해제될때까지는 버텨보겠다. 하지만 그 이상 싸우는 건 바보짓이니 그때부터는 다른 방법을 구상해야겠지."
"무슨..."
"불사의 괴물과 천년만년 싸울 정도로 한가하지는 않다. 낙양을 포기하는 방안도 생각해라."
"......!!"
한백령이 미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다시 하늘로 날아가서 괴물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나는 한백령의 말이 더 현실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망량이 괴물을 없앨 방법을 구상하고 있지만 만일에 도저히 방법이 없다면? 그 때는 별 수 없이 싸움을 포기하고 괴물을 가두거나 봉인할 방법부터 생각하는게 나았다.
' 제길, 그렇다면 제갈사한테... 하지만...'
마도사인 제갈사라면 뭔가 수를 내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제갈사는 무명제사서의 의식을 치르고 있어서 접촉해서는 안 된다. 자칫했다가는 더 최악의 결과가 나올수도 있었기에 나는 섣불리 도박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생각을 거듭하다가 망량에게 말했다.
"망량. 내가 저 놈에게 흉신의 주문을 쓰겠소."
흉신의 권능을 불러와서 상대방의 주술방어를 깨는 능력은 이미 사도 달기에게도 먹힌다는 걸 확인한 바가 있었다. 십중팔구는 저 괴물의 영체도 박살날 게 분명하다.
"안 되오!"
망량은 기겁을 했다.
"그 주문은 당신 생애에 딱 한번밖에 쓸 수 없고, 사도급 존재에게 유효한 공격이오. 이런 곳에서 사용하는 건 너무 아깝소! 그 정도 술법은 천하를 뒤져도 보패보다 얻기 어렵단 말이오."
"하지만 딱히 수가 없다면..."
"기다려 보시오.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요! 그건 최후의 방법으로 생각합시다."
"알았..."
내가 답답함을 느끼며 더 강한 초식운용을 위해 목갑에서 화요와 화룡신검을 동시에 꺼내는 순간이었다.
두쿵
' 헉!'
갑자기 심장이 강하게 뛰었다. 그리고 몸에 시뻘건 용암같은 피가 흐르는 기분과 함께 내면에서 극양(極陽)의 기운이 널뛰는 게 느껴졌다. 내가 갑작스러운 변화에 곤혹스러워하고 있을 때 시야가 급변하며, 나는 어느 새 이상한 정신세계에 와 있었다.
열천(熱川)이 가득하며 용암이 흐르는 지옥같은 홍염의 대지!
나는 그 대지의 맞은 편에 어떤 존재가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존재는 고대의 의복을 입고 있었으며 한쪽 손에 화룡신검을 들고 있었다. 또한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려낸 듯한 절대적인 미모가 차가운 눈빛으로 내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 사도로 선택받은 자여. 나는 오랫동안 그대를 지켜봐 왔다.]
그 존재는 화룡신검을 내 쪽으로 겨누며 말했다.
[ 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대가 정의를 위해 싸울 수 있는 존재인지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대는 선(善)도 악(惡)도 아니며, 혼돈(混沌)에 가까운 존재... 그동안 그대에게 섣불리 힘을 줄 수 없었음이다.]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질문했다.
[ 당신은 화룡진인입니까?]
[ 그렇다.]
그녀는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 나는 시조 응룡(鷹龍)의 화신(化神)이자 천계의 대라신선, 화룡진인이다!]
[ ......!!]
쿠구구구구
다음 순간 인간의 형태는 씻은듯이 사라졌고 수십 장에 이르는 거대한 화룡(火龍)이 내 앞에 나타나 있었다. 용린(龍鱗)이 꿈틀대며 막강한 힘을 과시했다. 나는 진정한 용을 보는 게 처음이었기에 그만 넋을 놓고 보고 말았다. 그 화룡은 잠시 화염의 숨결을 토해내더니 말했다.
[ 저 마물은 인간계의 위기. 그러므로 나 화룡진인은 그대를 연자(緣者)로 인정하고 인과를 맺으리라. 영겁토록 그대와 함께 하리라. 그대 사도 백웅은 나의 힘을 빌려 위기를 타개하라!]
파아아앗
화룡이 빛의 가루로 변해서 사라지더니 이내 내 손에 화룡신검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환상이 깨졌다.
' 이건...'
내가 정신세계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화룡신검과 화요를 잡은 두 손에 큰 변화를 느꼈다. 지금까지는 억지로 잡고는 있지만 미미한 열기가 계속 느껴졌는데 지금은 손잡이의 냉기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화룡신검과 화요의 교감이 사라지고 내 몸을 순항하던 거대한 열기가 검에 집중되었다.
화룡진인이 내 머릿속에서 빙의하며 말을 걸었다.
[ 사도 백웅이여, 내게 몸을 맡겨라! 화룡신검을 쓰는 법을 보여주겠다.]
나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화룡진인의 실력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뭔가 망설여져서 머뭇거리며 말했다.
[ 저... 저기 그런데.]
[ 뭐냐?]
[ 일단 전욱의 사도...면 제가 화룡진인보다는 윗사람... 아닙니까? 그런데 왜 자꾸...]
[ 반말을 쓰느냐 이 말인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화룡진인이 당당하게 말했다.
[ 나는 삼황오제 황제의 가호를 받는 응룡의 화신. 네가 사도라고 해도 인간에 불과하니 너한테 굽신거릴 이유가 없다!]
[ ......]
나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서 화룡진인에게 몸을 넘겼다.
난 대체 뭘 기대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