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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455화 (455/1,615)

00455  암천향(暗天鄕)  =========================================================================

축융족에게서 얻게 된 정보는 상당히 충실했다. 그는 내 질문에 대해서 대답을 하는 대신, 즉각적으로 웬 시꺼먼 금속 주괴를 던져주는걸로 대신했다.

"이건..."

"기억을 전송하겠소."

위이잉!

다음 순간, 금속 주괴에서 흑광이 뿜어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내 머릿속에 지식이 쏟아져 들어왔다. 나는 다음 순간 이 금속 주괴가 무엇인지 알아챘다.

' 외계(外界)에서만 구할 수 있는 광물로 만든 거구나!'

이 세상에는 그 광물이 없기 때문에 흑요석으로 대신하고 있었지만 효율이 낮았다. 축융족은 자신들의 고향에서 채굴한 특수광물을 이용해서 훨씬 더 효율좋게 기억전송을 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기억전송을 통해 용화수의 능력이 무엇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엄청난 영기(靈氣)를 응축하고 있으며, 이 세상에 몇 남지 않은 극도로 고귀한 수종(樹種)의 씨앗이었다. 그 영기가 저주를 해제하는데 쓰이는 모양이었다. 단지 용화수를 섭취하면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을 얻게 되느냐에 대해서는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또한 용화수의 씨앗이 지닌 모양을 보자 나는 기괴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시꺼먼 덩어리!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조그마한 동물이 시꺼먼 막 안에서 꿈틀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특징이 강렬해서 한번 보면 잊을 수 없을 정도였다.

나는 축융족에게 질문했다.

"위치를 알려주지 않았군. 씨앗은 화요 옆에 있는거요?"

"그것까진 우리도 모르오."

"왜?"

"왜냐니... 칠요 곁에 묻혀있다는 정보를 천계가 알려준 기록이 우리 종족의 프나코투스에 있었을 뿐이오. 천계가 그 이상 정보를 주지 않았으니 우리도 모르지. 용화수의 씨앗이 땅에 묻혀있을 가능성이 높긴 하겠군."

프나코투스가 뭔지는 방금 전에 주괴를 통해서 바로 이해했었다. 예전에 아라사 제국 일대를 돌아다녔을 때 봤듯이, 이 [위대한 종족]이란 놈들은 세계 곳곳에 자신들의 지식을 쌓아놓은 도서관을 만들어놓았다. 그 도서관 중 하나가 프나코투스라는 장소로서 화요가 있는 남쪽 대륙의 은밀한 장소에 숨겨진 도시였다.

' 흠. 이래서는 별로 진전이 없는데...'

나는 곤란함을 느꼈다. 용화수의 모양과 능력을 확실히 알아낸건 좋지만 정작 그 화요의 도원 어디에 묻혀있는지를 몰라서는 이야기도 되지 않는다. 무식하게 토둔술로 도원을 뒤집어서 찾아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축융족이 마저 말했다.

"그럼 이제 공공에 대한 정보를 주겠소."

그가 또 하나의 주괴를 건네자 나는 그 주괴를 받기 전에 물끄러미 살펴보았다. 축융족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자 나는 질문했다.

"궁금한게 있는데, 이 주괴는 흑요석에 비해서 얼마나 기억전송 효율이 좋소?"

"그걸 왜 물어보는지 모르겠으나... 대략 15000배 정도요."

"......"

엄청난 차이가 난다. 같은 기억을 넣는다 해도 저장매체의 크기가 15000배나 차이가 난다는 의미였다. 나는 약간 애타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거, 이 주괴를 몇 개 내게 팔 수는 없겠소?"

축융족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안될 일. 이건 극비이니 절대 그럴 순 없소. 손이 아프니 어서 주괴나 받으시오."

"흠."

나는 입맛을 다시며 이번에는 공공에 대한 정보를 머릿속에 전송받았다. 공공의 생김새와 무장은 내가 직접 보았던 것과 거의 일치했으며, 약점이랄 만한 게 몇 가지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신화시대에 공공의 모습과 전투장면도 머릿속에서 영상으로 재생하는 게 가능했다.

나는 기억을 살피다가 공공의 약점에 대해서 축융족에게 물었다.

"영 알 수 없는 소리가 대부분인데 좀 그럴듯한 약점 없소?"

"뭘 알 수 없다는 건지."

"당신네 축융족이 갖고있는 무기의 종류 중 하나를 골라서 공격하면 된다는 식으로 약점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런거 말고 공공 자체가 갖고있는 약점 말이오."

"음?"

"나는 축융족의 무기가 없으니 무공과 술법을 써서 그를 쓰러뜨려야 하오."

내가 답답한 이유는 이거였다. 복잡한 이족의 언어로 무기 이름이 잔뜩 적혀 있는데, 결론적으로 '이 무기로 원거리에서 공공을 저격하면 이긴다'는 식이었다. 빛의 대포나 태양빛을 한 점에 모으는 무기같은 것도 있었다. 이런건 약점도 뭣도 아니고 그냥 자기네 첨단무기를 자랑하는 것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자 축융족은 희한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설마 거신족과 육탄대결으로 싸워서 이기겠다고? 미개하군..."

"......"

아니 미개하다니!

왜 내가 이런 말을 들어야 하지?! 짜증이 나서 뭐라고 말하려 할 때 축융족이 천천히 대답해 주었다.

"그 거신 공공은 한때 삼황오제와도 겨룰만한 강대한 신력을 타고난 존재였소. 수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환염의 거인이었으나, 지금은 힘과 신위가 봉인되어 물의 힘을 쓰지 못하고 태생적으로 타고난 불의 힘밖에 쓸 수 없겠지. 굳이 약점이라 한다면 그게 약점일 것이오."

화염의 힘을 억누를 방법을 찾으면 되는 건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나는 이것만으로도 큰 단서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소."

축융족은 뒤돌아서며 말했다.

"때가 되면 우리의 왕께서 사도인 그대에게 정식으로 부탁을 하신다고 말씀하셨소. 그럼 잘 가시오."

휘잉!

다음 순간, 나는 내 몸이 갑작스럽게 장령곡에 돌아와 있는 걸 알아차렸다. 강제로 타인에 의해 순간이동 된 것이다.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자, 나는 그들이 나를 '바로 전에 있었던 장소'로 보내버리는 술법을 사용했다는 걸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 역시 적으로 만들면 안될 놈들이군...'

인지(人知)를 초월하는 엄청난 지식과 지혜, 능력을 갖고 있는 강대종족이 분명했다. 저만큼 엄청난 힘을 보유하고 있기에 위대한 종족이라 불리면서 경외를 받고있는 게 아닐까? 비록 인간의 눈으로 볼 때는 흉칙한 괴물에 지나지 않으나 그들의 정신능력은 인간을 짐승취급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나는 필요한 정보를 얻었기에 곧 제갈사에게 가서 정보를 공유했다. 제갈사는 정보를 보고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역시 황궁부터 털어야 할 것 같군. 그래야 순서가 맞아."

"수정석비나 초상기인은 이미 다 목갑에 넣었는데..."

"한 가지 남아있지."

전국옥새를 말하는 건가.

하지만 그걸 얻으려면 전국옥새를 수호하는 결계를 뚫을 힘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자면 지금으로서는 천우진의 도움을 받는 수밖에 없었다. 제갈사는 뛰어난 마도사이지만 결계해제능력이 별로였기 때문이다.

내가 물끄러미 제갈사를 쳐다보자 그가 말했다.

"천우진의 힘을 빌리는게 쉽고 빠를 거다."

"음. 천우진한테 너무 보물을 많이 주는 거 아닌가."

나는 곤란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수요유적의 금괴에다가 흑백련, 성련까지 준 상태다. 어지간한 무림인이 평생 얻고도 남을 치의 보물을 벌써 넘겨준지라 3번째 의뢰인 지금에 와서는 망설여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환신급 술법사와 인연이 트여서 의뢰할 수 있는게 기연 중 하나라고 생각하진 않냐? 용화수와 화요를 얻는 이득에 비하면 별로 대단치도 않겠지. 다만 흑백련은 교주와 교섭할 마지막 수단으로 써야하니 남겨두고 은빛 봉황조각도 안 돼."

"그럼 천우진한테 뭘 주라고? 나머지는 화룡신검, 백우선, 목갑, 비등처럼 지금 내놓기는 아까운 것밖에 없어."

내가 푸념하자 제갈사가 큭큭 웃었다.

"적당히 만만한 호구놈들을 패주고 뺏아오면 되잖아."

나는 이윽고 제갈사의 책략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앗

나는 곧장 동영에 있는 코지로의 집으로 이동했다.

"너무 울어... 텅 비어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

"넌 누구냐?"

사사키 코지로는 방구석에 앉아서 전통시조인 하이쿠를 읊고 있던 모양이었다. 그는 난데없이 내가 나타나자 물끄러미 쳐다보았는데, 나는 그에게 말했다.

"미야모토 무사시 때문에 그인 척 하고 있는 사사키 코지로 맞냐?"

"네놈은... 누구냐!"

"무사시 친구인데."

"......"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지만 사사키 코지로는 혹하는 기색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도 초절정고수라서 내 무위를 짐작하고 있을게 분명했고 전후사정을 상세히 알고 있다는 걸 가장 그럴듯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정체였기 때문이다. 나는 말을 이었다.

"미야모토 무사시가 말하기를, 네 녀석이 오륜서의 한계에 부딪혀있을 게 뻔하니 대륙에서 검을 연마하라고 했다."

"저... 정말로 무사시가 그런 말을 했나?"

"틀렸나? 네놈 재능의 한계가 분명히 느껴질텐데."

말하면서도 씁쓸하다. 내가 코지로한테 이런 말할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으윽."

사사키 코지로는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었다. 제갈사가 진언한 넘겨짚기일 뿐이었지만 정곡을 찌른 모양이었다. 나는 한걸음을 성큼 내딛으며 손을 내밀었다.

"무사시가 조언했다. 분수에 맞지않는 오륜서를 거둬오고 네녀석에게 한차원 높은 검의 길을 보여주라고."

코지로가 주춤거리면서 말투를 바꾸었다.

"... 당신이 누구인지부터 말해 주시오. 아무리 그래도 이름도 모르는 자에게 줄 정도로 값싼 물건이 아니오!"

"나는 뇌신류의 백웅이다. 지금 무사시가 십이율의 특위로 있으며 원월천살법을 복원했다는 것도 알고 있지."

"......!!"

쿠구구구

나는 위압감을 높이기 위해 내 내공을 진심으로 해방했다. 그 충격과 위압감만으로도 사사키 코지로는 압도당한 모양이었다. 의념을 써서 저항하긴 했으나 한 순간에 실력차가 코지로에게 각인된 것이다. 나는 훗하고 웃으며 말했다.

"힘으로 뺏을 수도 있지만 일단 부탁대로 해야지. 내게 오륜서를 넘기고 따라오면 중원무림에서 갈고닦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

"중원무림? 대명의 고수들과 겨루란 소리요?"

"그렇다. 이 좁아터진 동영 땅에는 초절정고수라 해봤자 검성 카미이즈미 노부츠나나 츠쿠하라 보쿠덴 2명 뿐이잖은가? 하지만 중원에는 기라성같은 초절정고수들이 드러난 것만 스무 명이 넘으며 은거기인과 백련교 고수까지 합치면 더욱 많다. 네가 실전경험 부족으로 소화하지 못하는 오륜서의 검기를 갈고닦기에는 제격일 것이다."

"으음..."

사사키 코지로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서 오륜서를 꺼내서 내게 주었다.

"여기 받으시오."

"좋아. 날 따라와라."

파앗

나는 코지로를 데리고 검마를 찾아갔다. 그리고 사정을 간략하게 설명하자 검마는 즉시 알아듣고는 훗하고 웃으며 말했다.

"마침 잘 됐군. 본문의 호법 자리가 비어있었는데."

코지로는 불안해하며 말했다.

"정말로 명제국에는 그리도 고수가 많소?"

내가 코지로의 말을 통역해 주자 검마가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 그 수준으로 고수를 논하다니 정말 건방지구만. 섬나라에서 손꼽힌다고 해서 여기에서 섣불리 날뛰다가는 파리목숨이 될 걸세."

"허억."

코지로는 검마의 말을 통역해 듣자 진심으로 충격을 받은 표정이 되었다. 나는 검마에게 꾸벅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흑마쪽의 비급은 제가 먹겠습니다."

"후후... 맘대로 하게. 내게 흑마 따위의 무공은 필요없어."

"네."

"일거양득의 계책, 아주 좋았네."

검마는 제갈사가 오륜서를 얻는 김에 코지로를 검마의 무영문에 합류시키는 계책을 짰다는 걸 즉시 알아본 모양이었다.

슈슉!

내가 다음으로 이동한 것은 원래 목표로 했던 마도팔문 흑야문의 비처(秘處)였다. 어두운 산골의 조그마한 동굴 근처에는 문지기조차 없었다. 왜냐하면 너무나 은밀한 장소이므로 그저 풀숲과 덤불 등으로 자연스럽게 숨길 뿐 마도팔문 흑마 외에는 그 누구도 모르도록 했기 때문이다.

나는 비처 내부로 들어가서 흑야문의 비전절기가 담겨있는 비급을 목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덤으로 흑마가 몰래 꿍쳐두었던 귀금속 상자와 금괴를 집어서 살펴보았다. 이것만 해도 웬만한 전장 두세 개를 차리고도 남을만한 가치가 있었다.

' 지금까진 이딴거 가져갈 생각도 안 들어서 놔두었는데 쓸모가 있군...'

뇌신류 무공과 칠대절학이 있는 내가 청부문파의 무공 따위를 익힐 이유가 없다. 나는 귀금속과 금괴를 얻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그 자리를 떴다.

그리고 다시 천우진을 방문해서 그에게 말했다.

"천우진! 당신이 꼭 해제해줘야 하는 결계가 있소. 물론 맨입으론 안할 것이고 충분한 대가를 주겠소."

"당신, 이걸로 나를 3번째 이용해먹는다는 걸 알고는 있소?"

천우진이 어이없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나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뻔뻔하게 대꾸했다.

"내가 제안하는 걸 보면 꽤 마음이 동할지도 모르겠군."

나는 오륜서와 흑야문의 비급을 꺼냈고, 거기에 귀금속 상자와 금괴, 또한 성련의 마지막 재고를 떨이하듯이 한꺼번에 꺼냈다. 그리고 보물들의 내역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자 천우진은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저기 말이오... 당신은 무슨 걸어다니는 보물창고요? 이런 건 다 어디서 알아내서 갖고오는 거요?"

"해 줄거요 말 거요?"

"젠장... 딱히 해야할 이유는 없지만 성의를 봐서 해 주겠소. 다시는 안 할 거요."

천우진은 투덜거리며 내 의뢰를 승낙했다. 그리고 나는 천우진의 반응을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 3번이 한계군.'

워낙 이것저것 많이 갖고온지라 천우진이 기가 질린 탓도 있지만, 천우진은 일정수위의 귀찮음을 넘으면 만사를 무시해버릴 성격 같았다. 아마 앞으로 그 어떤 보물을 제시한다 해도 천우진은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다. 이번 의뢰에 많은 준비를 해오는 건 정답이었던 것이다.

파앗!

이윽고 나는 천우진과 함께 황궁 지하의 결계 앞에 섰다. 천우진은 미간을 모으며 결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제기랄. 결계는 또 왜 이렇게 강해?"

예전에는 하지 않았던 말이지만 저게 아마 천우진의 본심이었으리라. 아무렇지도 않게 쉽게 깨는 걸로 보였지만 환신 천우진으로서도 전력을 다해야 하는 결계인 건 확실했다.

"못 깨겠소?"

"누가 못 깬댔소? 하여간..."

콰광

"급급여율령!"

콰쾅

천우진은 한참을 끙끙대다가 주문을 외워서 지하결계를 파괴했다. 역시 신열을 앓았던 때보다는 약해보였으나 인계 최강의 술사라는 말은 허명이 아니었다. 나는 이윽고 전국옥새의 봉인에 도달해서 전국옥새를 내 것으로 만들었다.

전국옥새의 주인이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는 이제야 준비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 드디어 간다...'

토둔으로 갈아엎는 걸로도 용화수의 위치를 확신할 수 없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다.

전국옥새의 전시안을 동원해서 용화수를 찾아내는 것이다!

============================ 작품 후기 ============================

급히 쓴다고 남궁명이 살아있는 오류가 생겼습니다. 앞으로 이런 실수를 안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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