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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447화 (447/1,615)

00447  암천향(暗天鄕)  =========================================================================

나는 곧 제갈사와 내가 봤던 미래시의 정보를 공유했다. 제갈사는 흑요석을 통해서 미래시의 기억을 살펴보더니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흐흠, 그렇단 말이지? 어렴풋이 위험성은 존재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럴수도 있다라..."

"제갈사. 뭔가 알아냈냐?"

"너도 알다시피 황궁의 초상기인이 흉신의 사도(使徒)로 변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흥미롭군. 그것도 흉신의 직접개입이라... 그렇다면 제갈유룡의 처신이 이해가 되지 않아. 결국 흉신의 성좌에 접속해서 힘을 내려받는 식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어야 하는데 왜 못 알아차린거지."

"......"

"그렇다면 생각보다 낙양이란 도시는 유래가 깊은 마(魔)에 잠식되어 있었단 말인가..."

중얼거리던 제갈사가 말했다.

"백웅. 아까 네가 말했던 방법을 사용하려면 보물을 더 많이 모아야 한다. 왜냐하면 3번에 걸쳐서 공양의식과 기원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이 쓸 수 없어. 그 정도는 알고 있지?"

"물론."

"당장이라도 어거지로 밀어붙이면 화요를 획득하는게 가능하겠지만 여기서는 약간 돌아가면서 안정적인 방법을 찾는걸로 하지."

나는 제갈사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보물을 더 찾자는 말인데 그럴만한 곳이 있을까?"

보물을 찾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20번의 전생동안 죽음을 무릅쓰고 모험과 도박을 거듭한 결과 이 정도의 성과를 얻어낸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평생 구경도 하지 못할 보물을 찾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운이 필요했다. 일전에 남화노선에게 바친 무라마사만 하더라도 내가 가진 보물중에서는 하급이지만 보통 인간이 평생가도 얻기 힘든 요도인 것이다.

그러자 제갈사가 씩 웃었다.

"흐흐. 넌 이미 최강급 보패가 어디있는지 알고 있지 않느냐?"

"아!"

"알아차렸군."

나는 팔짱을 낀 채 대답했다.

"그건 지금 찢기고 부숴져서 결계에 흡수되어 있다. 전시안의 힘이 아니라면 결코 그걸 찾아내서 원상태로 되돌리지 못할텐데 어떻게 얻어?"

"크크."

"게다가 화룡신검을 얻어야 하긴 하지만 지금 갑자기 그걸 왜..."

화룡신검(火龍神劍)!

제갈사는 내게 상관가의 지하결계에 흡수되어 있는 화룡신검을 가져오자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화룡신검은 검선 여동빈의 전용보패로서 그의 손에 들리게 되면 진정한 투선의 힘을 보여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어마어마한 영력을 지니고 있기에 그자체로 최상위 보패라 할 수 있었다. 다만 현재는 검의 형태를 잃고 결계에 흡수되어 있으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화룡신검을 얻는게 불가능했다.

제갈사는 느긋하게 말했다.

"네 19번째 생에 화룡신검을 가진 여동빈은 실제로는 전력을 내지 못했지. 검이 부러질까봐였다. 그럼 화룡신검은 마지막 여력만 남기고 있을 뿐 실제로는 보패로서의 영력이 다한거나 다름없어. 그 화룡신검을 지금 어떻게든 얻어봐야 언제 부러질지 모르는 고철에 불과하다. 하지만 말이다..."

"......?"

"화요에 깃들어있는 극강의 화기를 화룡신검에 흡수시킨다면 어떨까?"

"으음!"

"화룡신검은 원래의 힘을 되찾을테고 화요의 화기도 중화되어 사람이 사용할 수준으로 변모할 테지. 일석이조인 거다."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어찌보면 단순한 계책이었지만 나는 화룡신검과 화요를 연결시킬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것은 화룡신검이 현재 물질의 형태를 잃어서 전국옥새가 없으면 얻지못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었기에, 거기까지 생각을 확장시키지 못한 것이다. 제갈사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화룡신검을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은 두 가지 정도가 있는데... 뭐 일단 가봐야 알 수 있겠군. 어서 움직이자."

"알았다."

나는 새삼 망량과 제갈사가 꽤 다른 유형의 책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지략의 현묘함은 어느쪽이 낫다고 할 수 없으나 망량은 책상에서 좀 더 거대한 그림을 그리는 책사였고 제갈사는 일단 행동해서 결과부터 얻고 보는 책사였다.

파앗

나는 제갈사와 함께 상관가의 지하실, 결계의 바로 앞에 도착했다. 결계를 휘도는 나선형의 기괴한 구조물이 마치 무한한 듯 곡선운동을 거듭하고 있었다. 위잉거리는 소리가 침묵을 진동시킨다.

제갈사는 결계를 자기 눈으로 보자 즐거운 듯 실실 웃고 있었다.

"흐흐. 이 시대의 기술로는 불가능한 초고도의 마도공학... 틀림없는 이족의 건축물이군. 몇 명의 마도사를 갈아넣었는지 짐작도 되지 않아."

나는 제갈사의 말에 흠칫해서 그를 돌아보았다.

"갈아넣었다고?"

"그래. 이것만으로는 암천향의 통로를 닫을 수가 없다. 최소 수십 명 단위의 마도사, 그리고 수백 수천명의 인간으로 인신공양을 했을 것이다. 그러고도 모자라서 급히 화룡신검의 영력을 빌려서 겨우 닫은 거겠지."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 또 인신공양인가?'

왜 마도인들은 사람을 죽여서 바치는 걸 이리도 좋아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 말대로라면 이 자리에서 최소 수백 명의 인간이 살해당했을테지만 천신경의 술수를 발동시켜도 근처에 그럴듯한 악령이 보이지 않았다. 그건 눈 앞의 결계가 부유령을 흡수해서 먹어치우는 성질이 있다는 의미이다.

제갈사가 말했다.

"자, 첫 번째 방법을 시작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염을 감응시켜서 여동빈을 불렀다. 여동빈의 거대한 힘이 느껴지면서 내 몸에 여동빈이 내려앉는 게 느껴졌다.

후우우우

[ 연자여. 무슨 일인가?]

여동빈의 영이 확실히 하계에 내려오자 나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 검선 여동빈이여. 이 자리에 당신의 화룡신검이 흡수되어 있습니다. 암천향의 결계를 봉인시키는 용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러자 여동빈은 꽤 당황한 듯 대답했다.

[ 정말인가? 화룡신검의 힘이 느껴지지 않거늘...]

역시 화룡신검은 현재 여동빈 본인이 와도 모를 정도로 교묘하게 마력으로 은닉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러니 천 년 동안 여동빈의 후계자가 나타날 수 없을 수밖에 없다.

[ 봉인에 흡수되어 검의 형태를 잃었기에 그런 것입니다. 뭔가 방법이 없겠습니까?]

[ 으음... 연자가 말할 때까지는 나도 몰랐다.]

여동빈은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한참동안 침묵하던 여동빈이 말했다.

[ 연자여. 그렇다 하더라도 화룡신검으로 화하신 화룡진인(火龍眞人)의 영은 이 자리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영력이 산산히 분해되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분의 넋을 찾아서 일깨울 수 있다면 결계에서 화룡신검을 떼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어떻게 하면 되죠?]

[ 우선 내가 불러 보겠다.]

잠시 후 여동빈이 내 몸에 빙의했다. 그리고는 전방으로 쩌렁쩌렁 외쳤다.

[ 나의 스승 화룡진인이여!! 나 여동빈이 예 찾아왔소! 어서 나와보시오!]

우우웅

우웅

단순무식한 방법이었으나 효과는 있는 듯 했다. 여동빈의 사자후가 울리자 결계에서 파직거리는 전류가 튀기더니 진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제갈사가 중얼거렸다.

"화룡진인의 영이 반응했군."

여동빈이 그를 힐끔 바라보았지만 제갈사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난 그냥 지나가던 마도사지만 무해무탈하니 검선께서는 하시던 일 마저 하십쇼."

여동빈은 본래 마(魔)를 척결하는게 임무이므로 대놓고 마력을 풍기는 제갈사를 죽일까말까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내가 기겁해서 출수하려는 여동빈을 뜯어말리자 여동빈은 이내 제갈사를 무시하고는 재차 외쳤다.

[ ... 나 여동빈이 예 찾아왔소! 어서 나와보시오!]

쿠르릉

결계가 한층 더 크게 진동했다. 그와 동시에 등 뒤의 통로쪽에서 노갈성이 울려퍼졌다.

"이런 제길!! 어떤 개자식들이 감히 봉인에 손을 대는 거냐!!"

휘리릭

순식간에 엄청난 경공술을 발휘하며 의성 상관혁이 장내로 뛰쳐들어왔다. 역시 그는 가공할 내공을 지닌 반박귀진의 고수답게 무공수준도 초절정이었다. 의성 상관혁의 쌍장에서 웅후한 힘을 지닌 장력이 퍼져나와서 여동빈을 공격했다.

그러나 그 누가 무공으로 여동빈을 꺾을 수 있겠는가! 여동빈은 코웃음도 나오지 않는다는 듯 좌수를 가볍게 휘둘러서 상관혁의 장력을 두 쪽으로 갈라버리고는 연이어 일 초만에 상관혁의 목젖에 검날을 갖다대었다.

피잉...

"허억..."

상관혁은 삽시간에 목이 달아날 위기에 처하자 침을 꿀꺽 삼키며 동굴벽에 붙어섰다. 여동빈이 자신으로서는 상대할 수 없는 절대지경의 고수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는 겁을 잔뜩 집어먹은 듯 했지만 급히 말했다.

"그... 그... 그만둬! 그 봉인이 풀리면... 세상이 망한다..."

그러자 제갈사가 이죽거렸다.

"다 좋은데 그 봉인에 왜 남의 물건을 도둑질해와서 쓰고있는 거지? 지금 이 자리에 원주인이 자기 물건을 돌려받으러 온 건데 대답할 염치가 있는지 모르겠구만."

"워... 원주인?"

"화룡신검의 주인은 단 한 명 뿐이지 않나?"

"어... 설마..."

말을 더듬거리던 상관혁이 이내 뭔가를 깨닫고 눈을 부릅떴다.

"검... 선... 여동빈!!"

그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는 뭔가를 본 듯한 경악의 기색이 가득했다.

[ 그렇다 인간이여. 내가 스승님의 화신을 구하러 여기 왔노라.]

여동빈의 준엄한 영언(靈言)을 듣자 상관혁이 체념한듯 눈을 질끈 감았다.

"으윽..."

[ 다행히 스승님의 영은 수면상태였나 보군. 앞으로 두어 번만 더 부르면 완전히 깨어나실 것이다. 그 때 화룡신검도 봉인에서 분리되겠지.]

검선 여동빈이 고개를 돌리자 상관혁은 이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외쳤다.

"검선이시여! 잠시 그만둬 주십시오! 정말로 그리해서는 안됩니다!"

[ 무슨 말이지?]

"그 결계는 고대 봉선의식 때문에 암천향과 이 세상 사이에 만들어진 균열이자 통로! 이 결계는 화룡신검의 영력 덕분에 겨우 버티고 있는 것이고 앞으로 이백 년 후면 완전히 효력을 잃고 터지게 될 것입니다. 지금 화룡신검을 빼내면 암천향에서 이족 괴물들이 즉시 쏟아져 나옵니다...!!"

[ ......]

"제발... 죄송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대로 화룡신검을 놔두는 게 최선입니다."

여동빈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화룡신검을 빼서 자신의 스승을 구출해야하지만, 그건 동시에 인간세상에 거대한 재액이 강림함을 의미했다. 제갈사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끼어들었다.

"원한다면 내가 나서서 확실하게 닫아줄 수도 있는데."

여동빈과 상관혁의 시선이 동시에 제갈사에게 향했다. 그는 차갑게 웃더니 말했다.

"그 대신에 상관혁 네녀석은 앞으로 내 꼭두각시가 되어줘야겠다."

"무슨 소리요?"

"나는 배교의 교주 제갈사다. 네게 이혼대법을 거는데 동의한다면, 이 자리에서 화룡신검을 빼내고도 결계를 더 확실하게 닫을 수 있게 도와주마."

"으윽. 배교교주..."

제갈사가 킬킬거렸다.

"그냥도 걸 수는 있지만 네놈은 마도사라서 정신방어력이 높은지라 귀찮단 말이지..."

상관혁은 제갈사의 정체를 알아채자 이를 부드득 갈았다. 같은 마도사로서 제갈사의 흉명을 충분히 알고있는 모양이었다. 또한 이혼대법의 위력도 대충 알고 있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자 제갈사가 유들유들하게 말했다.

"어쩔 거야? 어차피 여동빈이 두 번이나 깨운 바람에 화룡진인의 의식이 트였을 거다. 여동빈이 굳이 확인사살을 하지 않더라도 결계는 이미 반파(半破)된 거야. 언제 깨질지 모른다는 소리지. 시간을 끌어봐야 네놈만 불리해."

상관혁이 울부짖었다.

"제갈사아아아!! 내게 무슨 원한이 있어서 이런 짓을..."

"빨리 결정해. 귀찮으면 난 그냥 가버릴 수도 있으니까. 수천 마리의 이족이 날뛰는 낙양은 참 볼만하겠는걸."

상관혁은 얼굴 전체에서 비오듯이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내공으로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있는 고수인데도 저런 반응이라면 심화가 극도로 치솟아오르며 분노했다는 뜻이었다. 또한 감정이 극단적인 갈등상태가 되어서 공력이 주화입마에 들기 일보직전이었다.

상관혁은 이윽고 자신의 마음을 추스린듯 침통하게 말했다.

"받아들이겠소."

잠시 후 제갈사가 상관혁의 심장에 손을 올리고 이혼대법을 걸었다. 상관혁에게는 정신방어 주술이 걸려있는지 잠시 주춤거렸지만, 이내 상관혁의 백이 제갈사에게 빨려들어가는게 보였다. 이로써 상관혁은 제갈사에게 이혼대법으로 제압당한 노예나 다름없게 된 것이다.

여동빈이 제갈사를 노려보았다.

[ 마도사여.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질 수 없다면 나는 그대의 목부터 칠 것이다.]

"무섭구만 그래. 맡은 일은 확실히 할테니 걱정마시오."

촤라락

제갈사는 내게서 받은 나인성본전을 꺼내서 펼쳤다. 마도서에 새겨져있는 정체불명의 이족언어가 점차 현실에 살아있는 것처럼 떠오르기 시작했다. 제갈사는 나인성본전의 구결을 외우는 듯 하다가 한층 강하게 중얼거렸다.

Ph'nglui Mglw'nafh....

Cthulhu R'lyeh Wgah'nagl Fhtagn...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듯한 기묘한 울림이 스쳐 지나갔다. 이윽고 주문의 영창이 끝나자 어둠의 빛이 허공에 떠오르더니 전방을 향해 내쏘아졌다.

쿠구궁

어둠의 빛이 봉인결계 한가운데에 쑤셔박히더니 소용돌이가 세차게 일어나기 시작했고, 제갈사가 손에 들려있던 나인성본전을 들어서 소용돌이를 향해 던져버렸다.

"신께 바치나이다!"

그러자 소용돌이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나인성본전을 삼켜버렸고 잠잠한 침묵이 이어졌다.

제갈사는 숨을 몰아쉬더니 여동빈에게 말했다.

"이제 됐소. 화룡진인을 불러서 깨우시오."

[ 알았다.]

여동빈의 쩌렁쩌렁한 포효가 몇 번 더 이어졌다. 그러자 봉인이 마치 뱉어내듯이 수십조각 난 영기를 발출하기 시작했고, 그 신령스러운 영기들은 갈곳을 잃고 마치 민들레처럼 나풀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응시하던 여동빈이 정신과 의념을 집중시키며 검을 든 자세를 취했다.

치리링!

놀라운 일이었다. 잠시 후 화룡신검이 여동빈의 손에 나타난 것이다!

여동빈은 떫은 표정으로 제갈사를 노려보더니 말했다.

[ 마도사. 다음에는 그대같은 사특한 존재를 용납치 않겠다.]

"유념합지요."

[ 연자여... 화룡신검은 현재 약해져 있다. 반드시 정기를 회복시켜 다오.]

여동빈이 마지막 말을 남기고 내 몸에서 떠나갔다. 나는 내 몸의 주도권을 되찾자마자 제갈사에게 말했다.

"제갈사. 괜찮은 거냐? 나인성본전은 선지자와의 거래에서 써먹을 수도 있을텐데 이런 곳에서 소비하면..."

제갈사가 고소를 머금었다.

"흐흐. 마도서라는 건 마도사의 보패같은 것이다. 게다가 나인성본전같은 최상위 마도서를 기껏 선지자가 몇줄 알려주는 정보에 날려버리는 네녀석이 보통이라면 미친 거다. 나 정도로는 댈 수도 없을 만큼 미친놈이라고."

"......"

"차라리 이렇게 거대한 봉인에 써버리는게 더 효율이 좋지. 앞으로의 계획까지 고려하면."

나와 제갈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상관혁이 갑자기 경악했다.

"나... 나인성본전?! 설마 방금 그 전설의 마도서를 제물로 바쳐서 흉신의 힘을 소환한건가?!"

"잘 알아보는군."

"으으! 너희는 도대체..."

상관혁이 욕망과 회한이 들끓는 눈으로 나와 제갈사를 노려보는 걸 보니 확실히 나인성본전의 가치는 굉장히 높은 듯 했다. 이족의 지식을 다루는 마도사에게 있어서 절대적이라고 해도 무방한 보물이 바로 마도서인 것이다.

제갈사가 상관혁의 이마를 꾹꾹 눌렀다.

"네가 알 바 아니야. 그리고 네 녀석은 앞으로 내 노예니까 잘 부탁한다."

"......"

"똥같은 건 안 먹일테니 안심해도 좋아."

저걸 위로라고 하는 말일까?

순식간에 이혼대법의 노예로 전락한 의성 상관혁을 두고 우리는 비등으로 상관가의 지하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계획했던 대로 나는 다시 망량선사의 마을으로 가서 혼자서 천우진을 만났다. 천우진은 대놓고 눈살을 찌푸렸다.

"또 왔소? 설마 또다시 천선에게 보물을 공양하려고 온 건 아니겠지?"

"그렇소만."

"돌아가시오! 나는 당신의 이득이나 챙겨줄 이유가 없소."

"음..."

"태평요술씩이나 받았으면 산골 도관에 처박혀서 밤낮으로 수련이라도 하지 그러오? 왜 자꾸 나를 귀찮게 하는거요."

버럭 외치는 천우진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해 보였다. 그러나 나는 천우진에게 무심하게 말했다.

"맨입으로 하려는 건 아니오. 나라면 이야기라도 좀 들어볼텐데..."

그러자 천우진의 안색이 약간 달라졌다.

"호오?"

"뭐, 나도 공짜로 할만큼 염치가 없진 않다는 거요."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슬며시 성련과 흑백련을 꺼냈다. 술법사인 천우진이라지만 성련과 흑백련은 그에게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보물이었는지 천우진의 눈빛이 달라졌다. 천우진은 팔짱을 끼고 한참 생각하는 듯 하더니 말했다.

"음 뭐... 잠깐 스승님께 여쭤보고 오겠소."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잠시 후 환무와 함께 나타난 천우진이 말했다.

"스승님은 괜찮다 하시는군. 그럼 내 몫부터 먼저 받아야겠소."

"선불이란 말이오?"

"그럼 뭘 믿고 당신한테 후불을 받소? 수틀리면 뒷맛 찝찝하게 살인이라도 해야겠소? 나는 선불을 아주 좋아하오."

퉁명스럽게 말하는 천우진에게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성련과 흑백련을 하나씩 들어서 건네주었다. 천우진은 만족스럽게 받아들고는 나를 마을 안으로 이끌었다.

"이 쪽이오."

나는 그런 천우진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 미운 놈은 아니지만 도통 정이 가지 않는군.'

그리고 한결같은 놈이다.

순수한 천재라고 해야할까?

잠시 후 천우진이 대라신선 강림의식을 시작했고, 나는 천우진에게 대라신선 중 태허천존이 강림하는 순간부터 긴장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 나는 태허천존이다. 그대는 또 다시 나를 불렀...]

"태허천존."

[ 응?]

나는 태허천존이 불려오자마자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제물을 바쳐 봉선의식의 권리를 받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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