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43 암천향(暗天鄕) =========================================================================
나는 검마와 함께 악구 지역으로 찾아가서 설조라는 대장장이를 보러 갔다. 물론 명목상으로만 대장장이일 뿐 설조는 남궁가의 전대고수이며 한때 천하제일검이라는 명성을 지니고 있던 무영문 출신의 검객, 무영검제였다.
따앙 - 따앙 -
공구로 철을 치고 있던 무영검제는 우리의 기척을 느꼈는지 뒤를 쳐다보았다. 나도 검마도 굳이 힘을 숨길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에 의념지경의 기세를 그대로 뿜어냈기 때문이다. 무영검제는 슬며시 전투자세를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가락 하는 놈들이군... 나를 죽이러 왔느냐?"
나는 무영검제에게서 상당한 위압감을 느꼈다. 하지만 예전에 느끼던 정도는 아니었다. 그 말은 내가 삼보절기를 수련하는 동안에 꽤 실력이 늘었으며, 지금껏 만나왔던 절대자에 비하면 무영검제가 약한 편이라는 걸 의미했다. 그렇다 해도 아직까지는 무영검제를 일대일로 이길 수 있는지 자신할 수 없었다.
나는 한걸음 앞서며 무영검제에게 포권했다.
"무영검제. 나는 백웅이라 하며 이쪽은 무영문의 현 문주이신 검마 서문대룡 어르신입니다."
"......"
무영검제는 검마의 소개를 듣자 움찔하는 기색이었다.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동요하는 걸 보면 검마의 정체가 정말로 예상 밖이었던 모양이다. 이어서 검마가 앞으로 나오며 포권했다.
"전대 천하제일검을 뵈오."
"으음... 사파제일고수인 검마가 여기는 무슨 일인가?"
"다 알고 왔으니 숨기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직이 말한 검마가 눈을 빛냈다.
"남궁조 사숙."
"으음!"
"저는 과거의 일에 아무런 유감이나 원한을 갖고있지 않으며 오늘부로 아버님께서 내리신 금제(禁制)를 풀어드리고자 합니다."
남궁조가 깜짝 놀랐다.
"저... 정말인가?"
"네, 단 정의를 바로 세우셔야 합니다만."
"정의?"
이윽고 우리는 무영검제 남궁조를 데리고 무영문의 본거지로 되돌아가서 남궁세가에서 벌어지는 만행을 설명해 줬다. 그리고 그 증거와 납치된 여인들의 증언까지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그러자 무영검제는 부들부들 떨더니 말했다.
"미... 믿을 수 없다! 어찌 이런..."
"제 목을 걸고 이 모든 게 사실이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무영검제는 참혹한 얼굴이 되어서 한탄했다.
"허허...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내 반드시 남궁세가를 징치할 것이다."
"그건 당연한 일이고."
검마는 무심한 눈빛으로 말했다.
"검왕 남궁명과 남궁세가를 멸한 후 세가의 가주가 되신다면 저와 연합해서 새로운 연맹을 만들어주십시오."
"무슨 말인가?"
"현재 천하의 판세는 혼돈에 빠져있습니다. 무영문의 힘만으로는 헤쳐나갈 수가 없으니 사숙께서 저희 무영문에 합류하셔서 강호 전체를 도모할만한 세력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 자네는 철저히 실리적인 목적으로 나를 끌어들였군."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아버님께서 말씀하신 인의협(仁義俠)의 기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니 도와 주십시오.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초월하는 조직을 만들고 싶습니다."
"알겠네. 그리 하지."
잠시 후 무영검제는 골육상쟁을 하기 전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고 나가버렸고, 장내에는 나와 검마가 남겨졌다. 검마는 자신의 의자에 앉아서 한숨을 쉬었다.
"자, 내가 제시한 방법은 이렇네. 나는 사숙을 이용해서 안휘무림을 접수하고 장래에 마도팔문을 모두 굴복시킬 생각일세. 물론 내가 이렇게 세력을 모으려는 이유는 향후 자네의 행보에 도움이 되게끔 하기 위해서이고."
"그렇습니까."
검마는 내 심드렁한 대답에 쓴웃음을 지었다.
"후후... 이건 내 나름대로 인생의 도박이며 무림의 판도를 바꿀 일인데 관심이 없어보이는군. 하긴 자네가 노리고 있는 신(神)에 비하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겠지."
"그런 뜻은 아닙니다."
"아무튼 나는 자네가 찾아와줘서 기쁘네. 여기서 잠시 쉬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해보는 게 어떻겠나?"
나는 검마에게 말했다.
"검마 어르신.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만."
"무언가?"
"어르신께서는... 만일에 제가 서문혜를 구해내지 못했더라면 어르신께서 자력으로 그녀를 구출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흠칫
검마는 놀라는 기색이었다. 그러나 내 말에 그에 대한 조롱이나 협박이 아닌, 진심어린 호기심이 들어있다는 걸 알아채자 진정했다. 그는 잠시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 아마 하지 못했겠지. 자네의 흑요석 기억을 보면 노예시장의 규모는 아주 컸네. 거기에 황궁과 풍신류가 직접 개입했다면 간접적으로나마 백련교와 싸우게 되는 셈이지. 딸아이가 제물로 희생되기 전에 구출할 수 있었으리라는 확신이 없네. 정황으로 보아 고작해야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을테니."
"......"
역시 그렇게 되는 걸까.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군. 자네는 자네가 움직이지 않았을 경우의 '원래 역사'를 궁금해하는 게 아닌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흐음... 나는 보통 사람이라서 그런 생각을 할 일이 없지만, 확실히 고민할만한 일이군."
"저는 전생을 하면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하고 있습니다만 아무 개입을 하지 않았을 때의 역사가 어찌되는지 알고싶기도 합니다."
"후후! 내 딸을 구해주기 싫다고 대놓고 내 앞에서 말하는 건가?"
"......"
"농담일세. 그런 의도가 아닌 거 알아. 자네가 무슨 생각으로 내게 조언을 구했는지는 알고 있어."
검마는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글쎄... 아마도 자네가 가장 껄끄러워하는 건 나인교(螺湮敎) 아니겠나."
"네. 바로 맞추시는군요."
나는 검마의 지혜에 감탄했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걸 바로 짚어냈기 때문이다.
나인교!
내 첫 번째 생에서 표사시절의 말기에 나타났던 수수께끼의 사이비 종교였다. 인신공양과 인육섭취, 그리고 기묘한 사술을 쓴다고 알려졌던 종교. 나인교는 갑작스럽게 중화의 남부에서부터 세력이 불어나 중원 각지에서 혼란이 일어났으며 나중에는 마구잡이로 국가에서 나인교를 처단하며 피바람이 불었다.
원래라면 나인교가 발호하는 건 지금으로부터 40여년 후의 일이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신경쓸 필요도 이유도 없지만 내가 그걸 껄끄러워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검마가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말했다.
"나 또한 사파의 지존으로서 이런저런 정보를 많이 듣는데다가 지식과 견문도 남못지 않다고 자부하네만, 나인교같은 건 들어본 적도 없어. 자네가 나인교를 껄끄러워하는 건 그 미래의 종교가 [옛 지배자]를 섬기는 광신도의 집합체일 가능성이 높아서 아니겠는가?"
"네, 그렇습니다. 나인교는 [옛 지배자]와 관련있을 게 틀림없지요. 하지만 그렇게 보면 이상한 게 있습니다."
"뭐가?"
"아시다시피 지금의 중원은 백련교주, 주작, 십이율주 3대세력이 기묘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본디 백련교가 중원을 쓸어버려도 모자람이 없지만 주작 제갈유룡이 [옛 지배자]의 힘을 등에 업고 그를 견제하고 있으며, 십이율주는 그들을 감시중입니다. 이렇게 아슬아슬한데도..."
내가 말꼬리를 흐리자 검마가 말뜻을 알아들었다.
"자네의 첫 생처럼 수십 년간 무사무탈하게 평화가 진행되었다는게 이상하다는 건가? 3자의 균형이 일촉즉발에 아슬아슬한데도?"
"네."
"흠. 확실히 그건 의문으로 여길 만 하겠군. 내가 봐도 이상해."
검마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자네가 처음으로 쫓아냈다는 그 [주술사]라는 이족 때문 아니겠나?"
"......"
"그 주술사는 시공간을 탈출했다는 표현을 썼지. 그건 더 이상 자신이 자네의 전생과 얽히지 않는다는 걸 의미하는 걸세. 실제로도 자네의 전생에서 주술사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다가 황궁의 주 적수가 [연금술사]로 바뀌고 말았지."
검마는 손깍지를 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주술사]가 탈출한 시점에서 자네가 알고 있던 원래 역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수도 있다는 거지."
"... 사실 지금 말하신 걸 수십 년간 이따금씩 생각했습니다. 바로 제 일이니까요."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서 미래를 알고싶은 겁니다. 이 '변화한' 미래에서도 나인교가 그대로 출현하게 되고, 그때까지 수십 년간의 무사태평이 진행되는지를 말입니다."
그러자 검마가 껄껄 웃었다.
"으하하 무사태평이라! 내 딸을 비롯해서 무고한 민초들이 신의 제물로 해적에게 잡혀가고, 남궁세가가 성노예를 감금하고, 황연대장군이 대뢰옥에 갇혀 죽기직전이며, 황궁에서 인조병기를 제작중인 이 상황은 아무리 봐도 무사태평이 아닌 듯 하네만."
"......"
"뭐, 그럴수도 있겠지. 역사라는 건 피해자나 약자의 이야기는 하지 않으니. 약자들이 수탈당하면서도 제목소리를 못냈기에 겉으로는 평화롭게 진행됐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양심때문에 그들을 외면하고 지켜볼 수도 없습니다."
"그렇겠군. 몰랐을 때라면 몰라도 지금의 자네가 구출을 포기할 순 없겠지. 내버려두고 수십 년동안 은거할 수도 없어. 그게 고민인거군."
"그렇습니다..."
검마는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감돌던 중, 검마가 말했다.
"웬지 방법이 있을 것 같군."
"어떤 방법입니까?"
"음... 확실하진 않아. 기문둔갑이나 술수에 정통한 자가 어디 없는가? 그런 자에게 물어봐야 할 문제일 듯 한데."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릿속에 바로 천우진이 떠올랐다.
"한 명 있습니다."
"그래, 천우진이겠군. 일단 남궁세가를 때려부순 후 그에게 한번 같이 찾아가서 물어보세나."
"그렇게 해야겠습니다."
이윽고 우리는 바깥에서 명상하고 있던 무영검제를 데리고 남궁세가의 본전으로 갔다. 시간이 안맞았는지 검왕 남궁명이나 남궁팔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무영검제가 깽판을 치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몰려나왔고, 종래에는 검왕 남궁명과 우리 일행이 대치하는 상황이 되었다.
검왕 남궁명이 곤혹스러운 듯 말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닥쳐라, 이 짐승같은 놈!!"
무영검제가 죽일듯이 그를 노려보자 옆에 있던 검마가 말했다.
"죄상이라면 내가 곧 낱낱이 읊어드리지, 검왕."
검왕 남궁명은 검마를 단번에 알아보더니 으르렁거렸다.
"검마 서문대룡...!! 네놈이 감히 숙조부님을 현혹시켰느냐!!"
"후후. 현혹이라. 그런 소리를 할 정도로 여유로운 때가 아닐텐데."
"뭐?!"
퍼버벅
무영검제는 문답무용이라는 듯 손을 쓰기 시작했고 피안개가 사방에 흩날렸다.
"이 놈!"
까강
그걸 신호로 하듯 검왕 남궁명과 검마 서문대룡이 서로의 검을 부딪혔고 검강의 파괴음이 사방에 터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 검마는 지금 자신의 무위가 어느 정도인지 내게 보여주고 싶어 한다.'
또한 무인의 호승심이 일부러 그를 남궁세가로 찾아오게끔 한 것이다. 나는 검왕과 검마가 결판을 내는 동안에 무영검제가 나머지 쓰레기들을 정리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굳이 끼어들지 않고 두 초절정고수들의 대결을 관전했다.
쐐애액
검왕 남궁명의 검로는 강인하고 패도적이면서도 유연한 구석이 있었다. 검마는 그런 남궁명의 초수를 가볍게 흘려내면서 무영탈혼검 특유의 이중공격을 구사해서 천천히 그를 궁지에 빠뜨리고 있었다. 비유하자면 음양(陰陽)의 대결으로서 서로의 검술이 가진 특징이 판이하게 달랐다.
"하압."
이윽고 검마가 이기어검을 시전하며 의념지경의 기술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남궁명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그런 검마의 이기어검을 하나하나 쳐 냈는데, 완벽하지 못한지 팔다리에 다섯 군데의 부상을 입었다. 비틀거리던 검왕 남궁명은 그러면서도 쓰러지지 않고 치명적인 빈틈을 막았다.
' 괜히 오대세가 최강검객이 아니군.'
나는 약 칠십 초까지의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실력수준을 대략 가늠할 수가 있었다. 검마의 실력은 확실히 검왕보다 한 수 내지는 한수 반 위에 있었으며, 실전경험은 둘 다 비슷해 보였다. 다만 검마가 쉽게 검왕을 끝장내지 못하는 것을 보면 검왕 또한 호락호락한 존재는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이대로 진행된다면 검마가 삼백 초 이내에 검왕의 목을 확실히 따버릴 수 있을 것이다.
쉬이익
검마는 우세를 보이자 뒤로 물러서면서 씁쓸하게 말했다.
"칠대절학이 없는 상태에서는 이 정도인가... 나는 확실히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이기는데도 우울해하니 이상한 일이지만, 나는 검마가 왜 한탄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급히 그에게 말했다.
"신이나 백련교주와 비교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닐세. 어쩐지 좀 암울해서 말일세."
검마는 자신의 무공이 강호에서 최고수준임을 자부하며 나름대로의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내 흑요석 기억을 보면서 내가 겪어왔던 천외천급 강자들을 보게 되고, 신이나 백련교주, 호법사자, 십이율주, 투선 등에 관련된 경험을 얻게 되자 자신의 세계관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낀 것이리라.
퍼버벅
그 때 잡졸들을 쓸어버린 무영검제가 싸우고 있던 검왕 남궁명을 습격했고 남궁명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으나 십 초 후 무영탈혼인에 목이 뎅겅 날아가고 말았다.
"크악!"
오래지 않아 남궁세가에서의 혈투는 정리되었고 무영검제가 남궁가를 수습하기 시작했다. 무영검제와는 차후에 무영련(無影聯)이라는 이름의 통합세력을 출범시키기로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나는 검마와 무영문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망량선사의 마을로 향했다. 그리고 천우진을 찾아가서 말했다.
"천우진. 묻고싶은 게 있어서 찾아왔소만..."
천우진은 환무진을 펼쳐놓은 채 귀찮다는 듯 말했다.
"내가 당신 궁금한거 있으면 다 대답해줘야 하오? 가서 태평요술이나 열심히 수련하는 게 어떻소?"
"너무 띠껍게 굴지 마시오. 대가라면 줄 테니까."
휙
나는 각종 귀금속과 함께 흑백련 몇 뿌리를 담은 상자를 천우진에게 던졌다. 상자를 찬찬히 들여다보던 천우진이 말했다.
"뭐든 물어보시오."
검마가 한발짝 앞으로 나와서 물었다.
"나는 검마 서문대룡이라고 하는 사람이오. 다름이 아니라 백우선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어서 말이오."
"백우선?"
"백우선은 미래의 가능성을 짚어내어 살핀다 들었소. 그렇다면 그저 있을 수 있는 가능성만을 관측하는 건데, 관측자가 개입하면서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정확하지 못하다... 여기까지 맞소?"
"그렇소만."
"그렇다면 미래가 고정되어 있다는 전제 하에 백우선으로 그 가능성만을 관측하는 게 가능하겠소?"
"......"
검마의 질문이 뜻밖인지 천우진은 곰곰히 턱을 괴고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러던 천우진이 말했다.
"충분히 가능한 일. 백우선이란 본디 제갈무후가 사후 촉의 운명을 살피기 위해 만든 보패였으므로 원래부터 그런 용도로 쓰였을 거요."
검마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역시... 그 능력은 술법능력이 없어도 사용 가능하겠소?"
"그건 나도 모르는 일이지만 보패라는 건 원래 사용하기 위해서 대단한 영력을 필요로 하오. 선천적으로 타고난 자가 고된 수행을 통해서 간신히 보패를 사용할만한 기초를 마련할 정도지. 술법을 모르는 자가 함부로 백우선의 미래시를 쓰려 하다가는 죽게 될 거요."
"아주 잘 알았소. 도움이 되었소."
그리고 우리는 천우진에게서 물러났다. 검마는 훗하고 웃으며 내게 말했다.
"이걸로 방법이 하나 생겼군."
"그렇군요."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의욕에 타올랐다. 역시 단번에 수명을 쏟아붓지 않고 과거 일을 되짚어보기로 했던 선택은 정답이었던 것이다.
"백우선을 써서 '원래 역사'를 알아보면 되겠습니다."
원래 역사를 알게 되면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잘못하고 있는지를 더 쉽게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신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뭐가 필요한지 자세히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 지금 이 순간 내 일차적인 목표는 백우선을 입수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