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32 천계(天界) =========================================================================
그 찰나 -
이청운은 제일 먼저 뇌신지혼을 발동해서 선두에 있던 수신류의 장로 하나를 곤죽으로 만들어놓고 있었다. 뇌신지혼의 속도는 도저히 통상적인 무공의 범주에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지라, 수신류의 장로는 마치 장난이라도 하듯 얼굴과 가슴이 크게 터져나가며 피분수가 치솟아 올랐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그 장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을 뻗어 이청운에게 거대한 장력을 날리고 있었다. 천령단의 무구한 힘이 가미된 장력은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힘을 지니고 있었기에 천하의 이청운이라 해도 일단 피할 수밖에 없었다. 장력이 십여 장 범위로 퍼져나가더니 천공에 거대한 기둥을 쏘아냈다.
쿠웅
' 뭐야?!'
뭔가 이상하다. 보통 인간은 저정도 당하면 당연히 즉사한다. 그러나 저 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반격을 한 것이다. 불사신(不死神)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갈 때 옆에 있던 천우진이 손을 올렸다.
"방(防)."
외마디 호령과 함께, 갑자기 천우진과 내가 있던 공간에 완전한 백색의 막이 둘러싸였다. 여동빈의 시선이 천우진을 향하자, 천우진은 진중한 눈으로 여동빈에게 말했다.
"검선이여. 제단에서 [옛 지배자]의 힘이 뿜어져나와서 저 자들은 현재 불사신 상태요. 내가 술수로 저 자들의 불사를 끊을 수 있는 건 짧은 시간일지니 그 틈을 놓치지 마시오."
[ 알았다.]
환신 천우진은 이청운이 가한 일격만으로 현재의 전황을 파악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현재 검선 여동빈에게 내려진 과제는 하나였다. 천우진이 불로불사체를 무효화하는 한 순간을 노려서 치명적인 일격을 호법사자들에게 가하는 것!
콰과광
백색 막 바깥에서 가공할 파괴음과 진동이 울려퍼졌다. 한꺼번에 호법사자들의 합공이 날아와서 막을 깨려 한 모양이었다. 천우진은 입가에 주륵 한줄기 선혈을 흘리더니 손가락을 모아서 수인(手印)을 만들었다.
"가시오!"
파칭
막이 깨짐과 동시에 여동빈이 전방으로 솟구쳤다. 화룡신검의 힘이 거대한 화염을 이글거리며 뿜어져 나왔고, 신검합일의 기세로 제일 정면에 있던 수신류 장로를 찔러들어갔다. 그는 독고우(獨孤雨)였고, 가면 너머로 한없이 흉흉한 기세를 발하며 소리질렀다.
[ 나는 검선이라 해도 두렵지 않다!!]
독고우의 쌍장(雙掌)에서 회전하는 강기가 일그러지더니 흑광(黑光)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발사되었다. 저건 아마도 독고우만의 의념절기인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검선 여동빈은 천둔검법의 지결(地決)을 발휘하며 쌍장의 변화를 하나하나 쳐 내었고, 바로 다음 초수에서 독고우의 목에 검극(劍戟)을 박았다.
푸콱!
일 초만에 결판이 났으나 그 사이에 수백 초에 이르는 계산이 오갔다. 독고우의 깨달음이 여동빈에 뒤졌기에 그 계산의 간극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내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독고우는 분한 기색으로 토혈했다. 이미 그의 몸에는 천우진이 날린 듯한 주술의 문양이 새겨져 있어서 불사지체가 깨져 있었다.
[ 커헉... 교주님... 부디 뜻을...]
우우우우
독고우의 전신에서 휘광이 일어났다. 원래라면 피하기는 늦었으리라.
콰과광!!
그러나 검선 여동빈은 그게 극고의 달인이 마지막으로 자신의 기를 응축, 폭발시켜서 동귀어진하는 수법이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에 빠르게 뒤로 물러나 있었다. 이윽고 독고우의 몸이 폭발해서 거대한 파괴광을 일으켰으나 그것조차 예상해 버리는 검선의 전투경험은 인간을 초월한 수준이었다.
[ 하압!]
동시에 나는 여동빈이 전국옥새에서 거대한 힘을 뽑아쓰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여동빈이 검선이라고 하지만 천령단의 소유자와 극심한 심력을 동원한 초수교환을 하면 내 육체의 내공을 크게 탕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여동빈이 이대로라면 혼자서 호법사자들을 다 회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감탄했다.
' 어? 그런데 왜 화룡신검이나 월요의 힘을 안 쓰지...'
이상하게도 여동빈의 회복우선순위는 전국옥새에 집중되어 있는 듯 했다. 월요나 화룡신검도 신보(神寶)였건만 왜인 걸까? 내가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동안에도 장내의 전황은 숨가쁘게 흐르고 있었다.
채챙
콰과과광
저만치에서 한백령과 수신류 호법 두 명이 이청운을 상대로 합공을 하는 중이었다. 이청운은 섣불리 뇌신지혼을 남발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처음에는 강공으로 그들에게 극심한 타격을 주다가 현재는 빠른 속도로 피하기만 하고 있었다. 이청운이라고 해도 불사지체를 어떻게 죽일만한 수단이 없는 것이다.
[ 검선!!]
수신류의 독고준이 어느 새 여동빈 앞으로 쇄도해서 주먹을 내질렀다. 검선은 독고준의 무공경지가 독고우보다 현격하게 높다는 걸 감지했는지 이번에는 정면으로 초수를 교환하지 않고 피했다. 독고준은 그런 검선에게 한층 빠르게 가속해서 따라붙으며 연속해서 권영(拳影)을 내질렀다.
검선 여동빈은 독고준의 공격을 보더니 눈썹을 꿈틀거렸다.
[ 칠성둔영!]
[ 교주께서 전수해주신 비학이다. 각오해라!]
쉬이익
나는 그 순간, 독고준의 움직임이 멈춰있는듯 현란하게 움직이며 분열하는 걸 느꼈다. 저것은 아마 수신류의 보법와 칠성둔영을 연계해서 만든 새로운 절초일 것이다. 검선은 월공투안으로 그 무공의 본질을 차분하게 쳐다보다가 빠르게 천공의 일 점을 꿰뚫어서 독고준을 격퇴시켰다.
[ 크윽.]
독고준은 검강지기 때문에 어깨뼈가 날아갈 정도의 중상을 입었으나 순식간에 눈에 보일 정도로 회복되는 기색이었다. 그는 숨을 고르며 검선을 노려보았다.
[ 우리 백련교는 모든 걸 걸고 여기에 서 있다. 신선이라는 그대는 알량한 자기위로에 불과한 정의로 우리를 막아서는가?]
검선은 차분하게 대꾸했다.
[ 말했듯 마도로는 인간을 구원할 수 없다. 그대들의 대의가 어떻든 그대들은 이미 인간이 아닌 괴물에 지나지 않을 뿐.]
[ ......]
[ 괴물을 처단하는 게 바로 나 여동빈의 일이다.]
여동빈의 말은 담담해 보였으나 소름끼칠 정도로 냉정했다. 나는 그 순간, 여동빈이 완벽하게 동정심이나 인간성을 없앤 살육기계가 되었다는 걸 감지할 수 있었다. 또한 전투에 방해되는 잡념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었기에 현재의 여동빈은 그 어느때보다도 강했다.
칠대절학(七大絶學)
오의(奧義)
지주명왕(蜘蛛冥王)
독고준은 자신이 여동빈을 막는 사이에 다른 세 명이 이청운을 소모시켜서 없앨거라고 생각하는지 단숨에 총력을 다하는 기색이었다. 예전에 교주가 시전했던 지주명왕만큼은 안되지만 그의 양손에서 마치 바둑판같은 강기가 일렁이며 폭발했다. 지주명왕이 한 번 펼쳐지면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며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살육하기에, 나는 저 위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여동빈은 아무렇지도 않게 화룡신검을 곧추세우며 반격했다.
[ 교주가 사용해도 두렵지 않을진대 그대의 깨달음으로는 무리일지어다!]
천둔검법(天遁劍法)
육의성천도(六意聖天圖)
운결(雲決)
여동빈의 신형이 일순간에 서른 여섯개로 분열되는 듯 했다. 검영(劍影)은 그보다 수백배나 더 넓게 퍼져나가서 종래에는 검운(劍雲)을 이룰 지경이 되었다. 여동빈이 무수한 검형을 선보이며 만들어낸 검운은 지주명왕의 변화가 확산되기 전에 맥을 끊어버리며 독고준을 삼켜 버렸다.
퍼퍼펑!
[ 커허헉!!]
지주명왕이 분쇄된 독고준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날아갔다. 하지만 불사지체가 있기 때문인지 순식간에 즉사할만한 치명상을 회복시키고는 허공에 수룡을 열 마리나 만들어내서 여동빈을 공격했다. 여동빈이 수룡의 공격을 피하며 뒤를 힐끔 보자, 그곳에 떠 있던 천우진이 이를 악물며 이마에 구슬땀을 흘렸다.
"빌어먹을... 제단의 힘이 강해지고 있어서 불사의 인(印)도 강해지고 있소."
[ 무슨 소린가?]
"검선이여! 그 자를 먼저 갈기갈기 찢어버리지 않으면 불사를 부정할 수 없소."
[ 알았다.]
검선이 백색 기운을 흩날리며 화룡신검의 힘을 한층 더 강하게 끌어올렸다. 화룡신검의 힘을 끌어올린 여동빈은 엄청난 위압감을 내뿜고 있어서 독고준 또한 크게 긴장한 듯 했다. 그러나 독고준은 이를 악물며 각오를 다졌다.
[ 난 포기하지 않는다! 교주께는 갈 수 없다!]
퍼퍼펑
검선 여동빈의 육의성천도가 쉴새없이 때려박히는 동안에 독고준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천령단의 무한의 내공으로 끌어올리는 의념절학들이 육의성천도를 막아냈으나, 검선의 검학은 지고하기 짝이 없는지라 그때마다 빈틈을 헤집으며 독고준의 사지를 찢어발겼다. 그렇게 하기를 무려 열다섯 번, 보통 인간이라면 수십번 죽고도 남을 부상을 입고도 독고준은 오뚜기처럼 계속 일어섰다.
독고준은 피를 토했다.
[ 가... 갈 수 없다...]
나는 검선이 압도적으로 독고준을 밀어붙이는 광경을 보자 전신에 소름이 흐르는 것 같았다. 지금의 독고준이라면 교주를 제외하고 천하제일을 논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무지막지한 괴물일텐데, 그런 독고준을 수십 번이나 쳐죽이는 검선이라니?!
검선은 독고준을 보며 말했다.
[ 훌륭한 무사(武士)로다.]
검선과 독고준의 눈이 마주쳤다. 심유한 눈으로 독고준을 쳐다보던 검선이 말했다.
[ 그대같은 자들도 덧없이 희생되는 이 세상이 미친 거겠지...]
퍼벅
독고준은 그로부터 약 오십 초 후 육의성천도의 연속검결을 버텨내지 못하고 완전히 육편이 되어서 비산하고 말았다. 뒤에서 지켜보던 천우진은 간신히 그에게서 불사를 걷어낼 수 있었고, 이내 독고준은 완전히 소멸하고 말았다.
저벅...
[ 으으으.]
검선 여동빈의 승리가 확정되고 그가 나머지 호법사자 3인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자, 호법사자들은 하나같이 각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혈인(血人)이 되면서까지 버텨내고 있었는데 절대지경의 초고수가 추가되자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듯 했다.
[ 크윽.]
[ 질 것 같으냐.]
그때까지 뇌신지혼의 속도로 피해내고 간혹 공격하던 이청운이 뇌령화(雷靈化)를 멈췄다. 이청운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한백령. 왜 이런 잔학무도한 일에 목숨을 거는 거지?"
"......"
천령단 소유자들 중 화신류 호법사자 한백령은 유독 부상이 없었다. 그렇다기 보다는 이청운이 뇌신지혼으로 공격하는 걸 모조리 다 걷어낸 듯 했다. 그녀의 두 눈은 이상할 정도로 밝게 빛나고 있었는데, 마치 홍염(紅炎)이 번득이는 듯한 형상이었다. 그녀를 지켜보던 이청운이 말했다.
"천령단조차 고갈시키는 화신지혼(火神之魂)을 쓰다니 제정신이 아냐."
"네놈의 속도에 대응하려면 이 수밖에 없지."
"그딴 무식한 미완성 기술에 십이무극용왕참까지 써대다니... 정말 미래를 생각지 않는군."
황당한 듯 중얼거리던 이청운은 그녀를 고즈넉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교주는 화신류도 희생시켰다. 그런데도 따를 생각이냐?"
"개자식아... 네놈이 뭘 알아? 그간 죽어 나자빠져 있었으면서."
으르렁거리던 한백령이 증오를 토해냈다.
"나라고 원해서 남은 게 아니다. 모든 가능성이 막혀있었어. 그러니,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가는 수밖에!"
한백령은 죽을 때까지 싸울 기세였다.
검선은 그들을 차분히 쳐다보다가 갑자기 한 걸음을 크게 내딛었다. 검선이 전국옥새의 힘을 급격히 뽑아내는 게 느껴졌다.
[ 갈(喝)!]
꾸웅!
창노한 포효와 함께 한 걸음이 시전되는 순간 한백령을 포함해서 두 장로가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검선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빠르게 검을 휘둘렀는데, 다음 순간 그들은 전신혈도가 제압당해서 의식을 잃고 말았다. 이청운이 놀라워하며 말했다.
"검선. 어떻게 하신..."
[ 심검이다.]
"그건 천령단급 고수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만."
이청운이 의혹어린 질문을 했다.
[ 원래의 저 자들에게는 절대 통하지 않았겠지. 그러나 혼돈과 어둠을 받아들인 자들에게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심검(心劍)을 뿌렸으니 잘 통했다. 하물며 감정이 요동치고 패배를 자인한 심리상태라면...]
그렇게 설명한 검선이 제단 위를 올려다보며 천우진에게 말했다.
[ 환신 천우진. 아직 위의 결계를 뚫을 수 없는가?]
"아직이오."
이제 보니 천우진은 호법사자들의 불사각인을 소멸시킴과 동시에 교주가 서있는 제단 최상층에 펼쳐진 결계를 뚫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마 이 자리에 천우진이 함께 오지 않았다면 교주를 쓰러뜨리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천우진은 전신이 땀으로 젖어있었는데 엄청난 피로를 느끼는지 팔과 다리가 후들거리고 있었다. 그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저... 저건 정말 엄청난 결계군. 혼돈의 옥좌와 그대로 연결되어 있어..."
교주 최상층에 펼쳐진 어둠의 결계 한가운데에서는 교주가 뭔가 주문을 외우면서 집중하고 있는 중이었다. 제갈사의 말대로 교주는 지금이 가장 약한 시기인지라, 직접 전투에 참여할 수 없기에 저런 방어막을 미리 쳐둔 모양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저 방어막만 뚫을 수 있다면 마치 아이 손목 비틀듯이 교주를 없애는 게 가능했다.
"이대로면 뚫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소."
[ 음...]
"저건 사도나 펼칠 수 있는 수준의 결계요."
나는 천우진이 저렇게 자신없는 소리를 하는 건 처음봤다. 그래서 내심 놀라고 있는데 검선이 중얼거렸다.
[ 그렇겠지. 수만 명의 목숨을 담보로 옛 지배자와의 연결을 만들어내었으니. 하지만 저걸 뚫지 않으면 인계가 멸망한다.]
"검선. 이청운. 한번에 결계를 최대전력으로 뚫는 수밖에 없소."
[ ......]
여동빈은 침묵했다. 또한 이청운도 침묵하고 있었다. 그 침묵은 두 사람 모두 천우진의 제안밖에 수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성공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무리 여동빈이 월요와 전국옥새, 화룡신검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혼돈의 결계라는 건 완전히 종류가 다른 무언가였다. 성공한다는 보장은 아무데도 없었다.
하지만 하는 수밖에 없다.
여동빈은 월요의 힘과 화룡신검의 힘을 모조리 끌어모아서 검극에 집중시켰다. 그는 한동안 정신을 집중하다가 눈을 번뜩 뜨며 제단의 정상을 향해 돌격했다.
콰아아앙
한 번의 충격으로 제단을 둘러싼 어둠의 힘에 크게 균열이 일어났다. 투선급 존재가 칠요의 힘과 보패의 힘을 동시에 끌어내었으니 아무리 사도급 결계라 해도 멀쩡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여동빈이 침음성을 흘렸다.
[ 위험하군...]
연이어서 천우진과 이청운이 한 번씩 제단의 균열을 공격했으나 큰 타격을 못주는 듯 했다. 저 결계가 말도 안되는 방어력을 지니고 있는 건 틀림없었다. 여동빈은 다시 한 번 월요의 힘을 모으듯이 정신을 집중하다가 내게 말했다.
[ 연자여. 지금부터 벌어지는 싸움은 최악이 될 것이다.]
[ 네?]
[ 만일 패배한다면, 연자 그대는, 망설이지 말고 도망쳐라...]
내가 뭐라고 대꾸할 틈도 없이 여동빈은 재차 제단으로 내쏘아져 갔다.
콰칭!!
드디어 제단의 결계가 부서졌다! 어둠과 혼돈이 흩어지며 반투명하던 교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여동빈은 결계를 부수고 나서 그저 최정상에 내려앉았을 뿐 바로 교주의 목을 치려고 공격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청운이나 천우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저 결계의 정상에 서 있는 교주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왜 이러지?
가만히 서 있던 교주는 이윽고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 위험했다. 호법사자들이 한 식경을 벌어주지 못했다면 난 죽었겠지.]
퍼벙
천우진이 죽었다.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짧은 폭음과 함께 흔적도 없이 천우진의 육체가 소멸했으나, 여동빈과 이청운은 교주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교주의 몸은 예전에 대라신선과 싸웠을 때처럼 혼돈으로 일그러진 무언가로 변모해 있었다. 이미 인간이라고 볼 수 없었다.
[ 나는 그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으리라.]
그 순간, 여동빈의 전투경험이 맹렬한 위험신호를 보냈다.
원래부터 교주는 사도에 준하는 강함을 지니고 있던 대마도사.
그런 존재가 또다시 수만 명치의 인신공양의식을 통해서 힘을 쌓았다면, 그리고 또다시 사도의 힘과 가호를 받았다면.
눈 앞에 있는 교주야말로 역대 최강을 논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신의 사도(使徒)가 된 것이리라.
교주는 원념을 담아서 일갈했다.
[ 반드시 진공가향을 이루고 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