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426화 (426/1,615)

00426  천계(天界)  =========================================================================

동맹이 결성되자 이청운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럼 백웅은 내가 잠시 데려가지."

[ 왜지?]

이청운은 무슨 바보같은 질문을 하냐는 듯한 눈빛으로 교주를 바라보았다.

"교주 당신도 알고 있을텐데? 이 상황의 열쇠는 백웅이 쥐고 있다. 나는 가교가 되어줄 수 있는 그에게 우리의 정보를 주고 싶을 뿐. 어차피 백련교에 가만히 틀어박혀 있어도 뾰족한 수는 없는 거 아닌가?"

교주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 그 전에 기본적인 방침을 정해라. 무슨 수로 천계에 대항하면 되겠나?]

"크크. 동맹을 맺었다고 바로 밑천을 털어낼 리가."

비웃듯 말한 이청운의 말이 이어졌다.

"뇌신류에서 백웅과 이야기를 하고 나서 돌려보내 주지. 그 다음에 백웅이 내는 결론이야말로 해답이 될 것이다."

[ ......]

"납득하지 못한다면 동맹 이야기는 여기서 파하는 수밖에..."

[ 좋다. 하지만 백웅에게 해를 입힌다면 가만 두지 않겠다.]

"물론."

이윽고 이청운의 육합전성이 내게 들려왔다.

[ 종남파로 갑세.]

파앗

나는 이윽고 이청운과 진소청을 태운 채 종남파의 호수로 갔다. 호수에는 떠날 때와 달리 이광과 극호가 나와서 이청운을 마중나오듯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광이 이청운에게 공손하게 포권했다.

"사부. 오셨습니까."

"음."

나는 그 모습을 보자 생경함을 느꼈다. 이광은 언제나 누군가의 위에서 호통을 치거나 명령을 하는 입장이었고, 누군가를 공경하는 모습따위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이광은 마치 수행하는 제자처럼 이청운을 진심으로 받드는 게 눈에 보였다.

이청운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오늘 부로 우리 뇌신류는 백련교와 동맹했다."

충격적인 발언이었으나 뜻밖에도 좌중에 있는 3명의 뇌신류 고수들은 별반 놀란 기색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이청운이 진작부터 백련교와의 연수를 생각했다는 말은 거짓이 아닌 모양이었다. 평소부터 제자들에게 방침을 말해뒀기에 혼선이 없는 것이다. 이윽고 이청운의 말이 이어졌다.

"광아. 백련교가 공격해 올 위험이 없으니 더 이상 종남산을 지킬 필요는 없다."

"어찌 하면 되겠습니까?"

"잠시 기다려라. 백웅과 이야기하고 움직일 것이다."

"네."

나는 세 사람을 내버려두고 이청운을 따라서 호수 근처의 오두막집으로 들어갔다. 오두막집의 의자에 앉은 이청운은 내게도 자리를 권했다.

"앉아 보게."

"네."

내가 자리에 앉자 이청운이 말을 꺼냈다.

"백웅. 내가 천제계획을 알아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

"궁금합니다."

정파 삼대기인인 걸선의 도움을 받아서 개방의 정보력을 확보한 것은 그럴 만한 개연성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개방이라 한들 천계에서 진행하는 하늘사다리 계획을 알아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천계의 소식은 커녕 천계라는 게 그저 공상속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자가 절대다수였으며, 하늘사다리라고 하는 신화시대의 비밀을 알고 있는 자도 있을 리가 없다. 그렇기에 백련교주조차도 내게 듣고 나서야 하늘사다리의 실체와 위험성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청운은 천제계획이 뭔지 이미 알아냈다. 이것은 인간계 그 어떤 단체의 정보력으로도 해낼 수가 없는 일이다. 내가 수상쩍은 눈으로 이청운을 쳐다보자, 그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자자, 그걸 말해주기 전에... 한가지 더 말해줄 게 있군."

"뭡니까?"

"교주는 어떻게 해서 백련교 사대무류의 모든 무공과 비기를 익힐 수 있었던 걸까?"

"음... 그건..."

나는 멈칫했다.

확실히 그건 내가 백련교주의 힘을 알게 되면서 줄곧 궁금해했던 일이었다. 처음은 망량에게서 백련교주의 신위를 전해들었는데, 나중에 가면 갈수록 백련교주가 수신류 뿐만 아니라 모든 무류의 무공을 섭렵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도저히 인간같은 성취가 아니었으나 백련교주 자체가 상식을 초월해 있었으므로 나는 그걸 궁금해하기만 했었다. 지금껏 교주와 수련하면서 몇 번씩 물어보기도 했으나 교주는 그저 열심히 수련했다고만 대답할 뿐이었다.

그런데 이청운은 그 해답을 알고 있다는 말인가?

이청운이 근처에 있던 사과를 들어서 한 입 베어먹으며 말했다.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아니 자네니까 알고 있겠지만... 인간의 그릇에는 '한계'라는 게 있다네. 아무리 열과 성을 다해서 재능을 소모하더라도 서로 다른 분야의 경험치가 복합적으로 쌓이게 되면 혼란이 찾아올 수밖에 없어. 그래서 무인이라는 건 자신이 선택한 한 유파의 무공을 깊게 수련해서 극을 보는 게 보편적인 일이라네."

"음... 그렇습니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건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내가 겪었던 경험이었다. 나는 전생을 통해서 기연을 쌓으면서 많은 일류검술을 익혔는데, 익히다보니 재능이 모자라서 점차 검류의 혼란이 찾아왔던 것이다. 그 혼란때문에 성취가 완전히 멈추거나 주화입마할 위기였으나 여동빈의 천둔검법 덕분에 혼란을 다스리는 게 가능해졌다.

"사실 백련교주처럼 사대무류의 모든 기본공, 응용기, 비기까지 다 익히는 건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해. 나라고 할지라도 뇌신류 이외의 사대무류를 익혀서 상승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야. 터무니없이 비효율적인 수련치가 필요한 거지. 그런데도 백련교주는 수신류의 명인(名人)이 되면서 사대무류의 무공을 모두 습득하는데 성공했다..."

"......"

"나는 그 이유를 백련교주의 재능이 아닌 육체에 있다고 가정했네."

"육체요?"

"원영신 말일세."

"......?"

"흠. 빙빙 돌려봤자 자네가 이해하기 힘들테니 본론을 말해주지."

그렇게 운을 띄운 이청운이 말을 이었다.

"교주가 지닌 원영신은 천령단에 접속(接續)할 수 있다고 보네."

"접속... 이라뇨? 접촉하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야. 원영신의 소유자는 천령단을 지닌 자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共有)할 수 있는게 분명해."

"......!!"

나는 눈을 홉떴다. 너무나 상상치도 못했던 결론이 이청운의 입에서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나는 이청운이 직관적으로 설명한 덕에 무슨 말인지는 바로 알아들었지만, 현실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더듬거리며 말했다.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아니. 이것 외에는 교주의 무공을 설명할 도리가 없어. 교주는 원영신을 이용해서 천령단 소유자의 무공을 몰래 배운 거야."

단호하게 말한 이청운이 손에 깍지를 끼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 해도 단편적으로 스쳐지나가는 무공의 영감, 쌓여있던 경험의 편린, 무의식... 같은 수준일까? 표면의식이나 천령단 소유자가 감추고 싶어하는 기억같은 건 읽을 수 없는 모양이더군."

"말도 안 됩니다. 그런 일이 어떻게..."

나는 반문하려다가 멈칫하고 말았다.

' 그러고보니...'

나는 이미 백련교주가 칠대절학을 수련하려다가 지지부진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에서 백련교주가 일반인보다는 나을지언정 결코 천재라고 할만한 무재(武材)가 아니라는 건 이미 확인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봤던 백련교주의 재능이 그런 수준이라면, 사대무류의 무공을 달인 수준으로 익히는 건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원영신을 통해서 천령단 소유자의 지식과 경험을 받아들인 거라면?

지금까지 내가 보았던 교주의 모순된 모습이 한꺼번에 설명이 된다. 내가 가만히 서서 전율하고 있을 때 이청운의 말이 이어졌다.

"내가 교주에게 패배해서 단전이 깨진 채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는 냉정하게 생각을 할 수가 없었네."

이청운이 한숨을 쉬었다.

"뇌신지혼의 비결(秘決)을 가장 심도있게 전해받은 건 광아였으니 죽기 직전까지도 광아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지. 하지만 자네가 나를 부활시킨 후 나는 냉정하게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그게 말도 안 된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지.

광아는 뇌신지혼의 구결만 알고 있었을 뿐 뭔지도 모르고 있었어. 설령 광아가 교주에게 뇌신지혼을 유출했다고 한들, 그것만 갖고 단시일에 뇌신지혼을 파해가능한 수준으로 연마한다? 그런 일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해. 그래서 나는 그게 가능할 정도로 교주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자가 누구인지 생각하던 중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지."

"설마..."

"그래, 바로 나야. 뇌신류의 종사이자 지상에서 유일하게 뇌신지혼을 터득했던 존재인 나 이청운의 수련경험만이 그걸 가능하게 할 수 있지. 거기까지 생각하고 보니 교주가 내 무술기억과 경험을 훔쳐보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일세."

"으음... 하지만... 너무 허무맹랑한 일입니다."

"흐흐. 그렇기 때문에 교주가 수십 수백년동안 원영신의 비밀을 지켜올 수 있었던 게 아니겠나?"

싸늘하게 웃은 이청운이 사과를 다시 한입 베어먹었다.

"또한 자네의 기억 속에서 원영신과 천령단의 본질을 상세하게 알 수 있었던 게 도움이 되었지. 천령단이 신과의 계약으로 무한의 힘을 소환하는 것이라면, 교주가 굳이 천령단이 아닌 원영신을 얻은 이유가 뭘까? 원영신이 부가적인 효과를 몇개 더 갖고 있으나 무한의 내공이라는 점에서는 그리 차이가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필적하는 무한의 내공의 소유자를 백련교 곳곳에 뿌렸던 이유는? 천령단 한 명만으로도 교를 지키기에는 차고 넘치는데? 반란이 일어나면 자신이 위험할 게 뻔한데도 천령단을 여럿 만들어낸 이유는?"

질문을 마구 쏟아내던 이청운이 단숨에 결론을 내렸다.

"천령단을 소유한 자가 익힌 무공을 자신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모든 게 맞아떨어지지. 그렇기에 교주는 사대무류의 종사인 호법사자들에게 직계제자로 가르침을 받는 셈이 되었고, 사대무류를 모두 터득할 수 있었던 거다!"

"......!!"

"허무맹랑해? 절대 그렇지 않네. [옛 지배자]가 존재하는게 사실이라면 원영신에 저런 기능이 있는 게 이상할 게 전혀 없어."

"그... 그렇군요."

나는 논리정연한 이청운의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 그랬던 거구나.'

천령단은 원영신에 귀속된다!

처음부터 지배구조를 만들어 놓았기에 백련교주는 안심하고 호법사자들에게 강대한 무력을 선물해줄 수 있었던 것이리라. 그리고 호법사자란 각 무류의 최고수이자 명인급에 이르러 있는 종사였으므로 자파의 절학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사대무류를 모두 익히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

나는 순간 놀라서 이청운에게 말했다.

"그... 그렇다면 천령단을 소유하게 되면 교주의 뜻대로 조종당하는건."

"아니. 그건 불가능한 듯 하네. 내가 이렇게 독자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게 그 증거야. 천령단의 사고를 읽을 수 있다면 교주가 진작에 나를 쳐서 제압하려고 행동을 했겠지? 하지만 오늘 동맹을 맺을 때까지 교주는 내 존재를 의심하면서도 나를 찾아오지 않았어. 찾아오지 못한 거겠지."

"그건 그렇군요."

이청운이 훗하고 웃었다.

"내 생각이지만 원영신의 귀속관계는 교주가 추가로 계약을 해서 억지로 만들어놓은 게 아닐까? 위치를 알아내거나 할 순 없는 걸로 보여. 그리고 뭔가 제약조건이 있는게 분명해. 무예에 관련된 지식과 경험만 얻을 수 있다던가..."

"흐음..."

나는 생각이 나서 말했다.

"하지만 교주는 호법사자를 자기 주변으로 소환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건 왜 안 쓴 걸까요? 그걸 썼다면 이청운 님이 교주와 만나게 되었을수도..."

"나도 그건 궁금했는데 말이지..."

골똘히 생각하던 이청운이 말했다.

"아무래도 그것도 특정한 조건에서만 발현 가능한 능력이 아닐까 싶군."

"조건요?"

"잘은 모르겠어. 교주는 틀림없이 그 능력으로 나를 찾아내려고 시도했을테지. 하지만 나를 소환할 수 없기에 내가 수련하는 경험만 말없이 받아먹어 왔겠지..."

말을 얼버무린 이청운이 말을 이었다.

"아무튼 이건 자네가 알아두었으면 해서 말한 걸세. 천령단을 얻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명확하게 알아두어야겠지."

과연.

그렇기에 폐관수련 이후 교주의 성취가 유난히 빨랐던 것인가? 폐관수련을 하는동안 어디에선지 모를 이청운의 칠대절학 수련경험을 공유받았던 게 틀림없다.

"충분히 알았습니다."

나는 몸서리를 쳤다.

그 말대로라면 천령단의 계약을 하는 순간 마신에게 영혼을 저당잡히는 것은 물론, 내가 여태까지 익혔던 무공을 모조리 백련교주에게 가르쳐주는 셈이 된다. 물론 이번 생에서야 별반 차이가 없다지만 모르고 당하는 입장에서는 이만큼 끔찍한 일이 없었다. 내가 수련하는 무공이 모두 전해지기에 교주에게 반역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자, 그럼 이제 내가 천계의 비밀을 알아낸 방법을 말해줄까?"

"네!"

딸그랑

이청운이 근처에 있던 풍경을 울리자 맑은 소리가 근처로 울려퍼졌다.

"그럭저럭 반가운 얼굴일걸세."

"......?"

잠시 후, 오두막집 안으로 한 사내가 걸어들어왔다. 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오."

"헉!"

나는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기겁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뛰어가서 그의 손을 맞잡았다.

"망량!! 여기 있었소?!"

그랬다.

내 최대의 친우이자 전생의 동료이며 책사인 망량이 와 있었다! 망량은 예전보다 훨씬 기도가 헌앙해지고 눈빛이 또렷해져 있었는데, 그 동안 많은 수련을 거쳐왔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망량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좀 많은 일이 있었소."

"무슨 일이..."

"나는 당신과 헤어진 후,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다고 여겨서 급히 장령곡 일대를 빠져나왔소. 그리고 내가 얻은 술법의 기연을 수련하기 위해서 영산(靈山)에 들어가서 매일같이 수련에 매진했지."

망량이 힐끔 앉아있던 이청운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이청운 님께서 나를 찾아오셔서 뇌신류의 책사가 되어달라고 하셨소."

"......?!"

나는 놀라서 이청운을 쳐다보았다. 이청운은 태연하게 대꾸했다.

"흑요석의 기억을 얻은 덕분에 망량이 어떤 인물인지는 알 수 있었네. 그 동안의 행적을 토대로 그가 갈만한 장소를 유추해서 탐색했던 것 뿐."

"......"

나는 황당함을 느꼈다. 망량의 말을 들어보니 여태껏 내가 가본 적도 없는 영산에 가서 몰래 수련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까지도 유추해내다니! 이청운의 머리도 보통이 아니었다. 망량이 말했다.

"후... 그 말씀대로요. 아무튼 그 후로 나는 뇌신류의 무공을 배우면서 술법을 수련했고, 오래지않아 등용문(登龍門)을 돌파할만한 힘을 얻었소. 그리하여 곤륜산에 들어가서 그쪽 시간으로 대략 육십 년 정도 수련한 후 휴가를 얻어서 인간세상으로 다시 나온 것이오."

"유... 육십 년?!"

나는 기겁을 했다. 한 갑자에 이르는 세월동안 망량이 수련을 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혹여 그가 반로환동을 했나 살펴보았으나 그런 기색은 없었다. 그러자 망량이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곤륜산의 시간흐름이 인간세상과 다르다는 건 알고 있잖소? 그곳에서의 육십 년은 인간세계의 일 년도 되지 않게끔 조정할 수 있소. 게다가 지선 망량의 지식도 있었기에 쉽사리 성취를 올리고, 구천현녀의 눈에 들어 휴가까지 받아낸 거요."

"오오... 대, 대단하오."

나는 얼떨떨한 목소리로 망량을 쳐다보다가 깨달은 게 있어서 말했다.

"그럼, 천계에 갔을 때 천제계획을 알게 된 거요?"

"그렇소.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당초 지선 망량처럼 이백 년의 수련기간을 채우고 나오려 했으나, 도중에 천제가 내려온다는 걸 알게 되었기에 급히 휴가를 받아서 나온 거요. 그리고 이청운 님께 그 사실을 알려드렸지."

"그건 천기누설이잖소. 괜찮은 거요?"

망량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꾸했다.

"어차피 천계가 인간계를 다 쓸어버리려는 판에 천기누설이 중요하오? 당신이 전생동안 하나라도 더 얻어가는 게 중요하지."

"......"

이청운이 옆에서 말했다.

"자, 우리 사정은 다 말했다. 백웅."

이윽고 이청운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천제계획을 알게 된 후 나는 뇌신류 문인들을 데리고 망량과 쉴새없이 논의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지. 봉선의식을 치렀으면 했지만, 망량의 말에 따르면 얼마 전에 네가 봉선의식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모양이더군."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렇습니다. 소호 금천이 거부했지요."

"역시 그랬군."

이청운은 머리를 긁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제 백웅 네 전생자로서의 직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음..."

"백웅. 네가 움직여준 덕에 백련교, 뇌신류, 미야모토 무사시라는 거대한 연합체가 생겨났다. 그리고 적은 천계 그 자체이다. 여기서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느냐?"

이청운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그 동안 나는 제갈사나 망량이 인정했던 바와 같이, 중요한 순간에 엉뚱해 보이는 직관대로 행동함으로서 예상치 못한 소득을 얻은 적이 많았다. 그리고 이제는 지혜만으로 돌파할 수 없는 국면이 찾아왔기 때문에, 이청운은 나를 통해서 해답을 얻으려 하는 듯 했다.

이청운과 망량의 시선이 내게 꽂힌다.

나는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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