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11 천계(天界) =========================================================================
나는 교주를 따라가기 전, 황궁에 좀 더 머물기로 했다. 왜냐하면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도 없는 내궁의 침실에서 중얼거렸다.
"나는 왜 미야모토 무사시를 못 본 거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 모든 감지능력을 동원했는데도 미야모토 무사시가 있는 장소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교주가 무사시를 압박해서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게 하기 전에는 그 자리는 텅빈 허공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교주는 무사시가 거기 있는 걸 알아차렸다.
교주와 나의 차이, 그건 아마 태허에 대한 깨달음일 것이다. 그게 뭔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교주가 현묘한 무공의 경지에 진입한 덕분에 무사시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표면적인 이유만으로는 납득할 수 없다.
도대체 무슨 원리로 미야모토 무사시는 철저하게 은신할 수 있었던 것인가? 동영에서 최고의 은신능력을 자랑한다는 닌자(忍者)라고 해도 그 정도의 은신능력은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나는 동영 최고의 닌자 중 하나인 핫토리 한조라 해도 어느 정도 기척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내가 고민하자 제갈사가 말했다.
[ 교주만이 대답해 줄 수 있을 거다. 아주 운이 좋구만.]
"교주를 만나봐야 하는 건 알아. 그런데 너무 이상하잖아."
[ 뭐가 이상한데?]
"나는 전국옥새를 통해서 전시안(全示眼)을 얻었어. 모든 걸 보는 제 3의 눈이라면서 왜 그 놈을 못 본 거냐고!"
나는 분통을 터뜨렸다. 왠지 사기당한 기분에 찝찝하기까지 했다. 분명히 전국옥새의 정령은 내게 모든 걸 보는 제 3의 눈을 준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미야모토 무사시는 못 봤던 것이다. 그러자 제갈사가 웬 멍청한 소리를 하냐는 듯 말했다.
[ 야. 전국옥새 꺼내 봐.]
"꺼냈어."
내가 전국옥새를 손바닥 위에 올리자 제갈사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 너 지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잖아.]
"뭐?"
[ 딱 보면 모르냐? 전국옥새는 기동형 보패다. 네놈이 해방의 주언(呪言)을 외우지 않았으니 평소에는 그냥 영력을 공급해줄 뿐인 거다.]
"아!"
나는 제갈사의 말을 듣자 황급히 기억을 뒤졌다. 그리고 전국옥새를 해방하는 주언을 찾아서 외웠다.
위잉 -
휘황찬란한 금빛이 날뛰더니 난데없이 내 전방의 모든 것이 뒤틀리듯이 변했다. 실제로는 물체의 극미세계까지 엿볼 수 있는 전시안이 발동됨으로서 근처의 모든 걸 감지하는 중인 것이다. 나는 이게 전시안을 제대로 발동했을 때의 현상이라는 걸 알아차리자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 젠장.... 자동이 아니라 수동이었군.'
그렇다 해도 납득이 되지 않았기에 나는 전국옥새의 발동을 취소하고는 이를 악물었다.
"그런 무공이 있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어. 원월천살법이 그 정도 위력이란 말야?"
내 현재 무공은 백련교나 십이율의 일부 천외천을 제외하고는 수위에 꼽히는 실력이었다. 심지어 전대 뇌신류 호법사자인 이청운에게서 장로의 자격이 있다는 이야기마저 들었다. 그런데도 미야모토 무사시의 기척은 커녕 모습조차 눈 앞에서 발견하지 못하다니!
[ 내가 객관적인 정보만으로 판단해보자면, 놈은 내공이 의미없는 경지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그거야 그렇겠지."
미야모토 무사시의 일 수를 보았던 나는 알 수 있었다.
그 놈에게는 호법사자의 힘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무한의 내공을 살려서 폭격을 퍼붓기도 전에 일격필살로 끝장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론상으로 호법사자를 상대하는데 있어서 최고의 방법이라 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걸 실현할 수 있는 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호법사자의 호신강기와 무예를 뚫고 일격에 치명상을 가하는 게 가능한 건 교주 뿐이었으나 미야모토 무사시가 추가된 것이다.
[ 원월천살법을 교주가 알고 있었던 이유도 알아봐야겠지.]
"그것도 그렇군."
[ 하지만 나라면 먼저 이청운을 찾아가겠다.]
"뭐?"
뜻밖의 말에 나는 멈칫했다. 제갈사의 말이 이어졌다.
[ 이제부터 상황은 더 급박하게 흐를거다. 지금까지는 이청운의 동태를 확인하는걸로 족했지만, 앞으로 이청운을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을지 몰라. 너는 그 전에 이청운에게서 얻어낼만한 걸 얻어내야 한다.]
나는 제갈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눈치챘다.
"이청운 또한 절대경지에 접어든 인물이니 그의 말을 들어봐야 정보가 확실해진다는 거냐?"
[ 그래. 그리고 네가 교주와 대면했을 때 좀 더 질문할 게 생기겠지.]
"과연..."
파앗
나는 황궁을 떠나서 이청운이 있던 청룡무관으로 향했다. 이청운은 와룡전에서 조용히 차를 즐기고 있었는데, 내가 찾아온 걸 발견하자 반갑게 맞이했다.
"잘 왔네."
나는 이청운에게 말했다.
"물어볼 게 있습니다. 혹시 원월천살법이란 무공을 알고 계십니까?"
"흠... 모르겠는데."
이청운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는 이청운이 이런 문제로 거짓말할 성정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어쨌든 그에게 상담할 필요가 있었기에, 이윽고 흑요석을 갖고와서 얼마 전에 있었던 천계와의 격돌과 미야모토 무사시와의 대담 내용을 기록했다.
흑요석을 받아들고 기억을 감상하던 이청운이 말했다.
"과연, 그렇군. 교주는 그 길을 선택했군..."
"그 길이라뇨?"
이청운은 내게 흑요석을 휙하고 던져주고는 대꾸했다.
"교주가 발현한 원영신의 변이형태. 그건 의념지경에서 더 나아간 것이란 걸 알고 있는가?"
"그게 뭔지 알고 계시단 말입니까?"
"교주나 나나 의념을 다루는 단계를 뛰어넘은지는 오래. 그래서 바라보는 극한도 비슷할지도 모르지. 형태가 다를 뿐."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여태 자네에게 그 이상을 가르쳐 주거나 보여준 자는 거의 없었겠지. 왜냐하면 지금의 자네 실력도 현 무림에서 백련교를 제외하면 최강을 논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니까. 하지만 자네가 정말로 신(神)과 싸울 생각이라면 알아두는 편이 좋을 걸세."
"말씀해 주십시오."
"쉽게 말하자면, 교주나 미야모토 무사시란 자는 모두가 기둥을 움직여 하늘을 뒤흔드는 경지에 이르러 있네."
기둥을 뒤흔든다고?
내가 어리둥절해서 그를 쳐다보자, 그가 말을 이었다.
"의(意)란 인간의 의지이며, 념(念)이란 그것을 세상에 관철하는 것을 의미하지. 강대한 정신력은 인간의 마음과 천지(天地)을 연결한다. 그 순간 빛의 기둥이 하늘과 자기 자신을 잇는 듯한 느낌이 들지. 이건 알고 있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예전에 검마에게서 의념을 가르침 받고 검강을 터득할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외웠던 내용이었다. 그리고 소화해내기 위해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 내가 의념의 이론을 모를 리는 없었다. 이청운은 팔짱을 꼈다.
"의념의 천주(天柱)를 움직여서 세상 그 자체를 뒤흔드는 것이 그 다음 경지라네."
"세상을 뒤흔든다고요? 무슨 말인지..."
"자네는 의념절기를 사용하던 중 이상한 걸 느끼지 못했는가?"
퓨웅
이청운은 갑자기 뇌신지혼을 발동시켜서 마시고 있던 찻잔의 물을 모조리 증발시켜 버리고 말았다. 아마도 무시무시한 속도의 찌르기로 물의 구성요소를 하나하나 분해시켰으리라. 내가 질린 눈으로 그 신위를 쳐다보자 이청운의 말이 이어졌다.
"자네도 의념절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비슷한 일은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아무리 의념절기라고 해도 한계는 있어. 불가능해 보이는 신위를 구현화시키지만 그 댓가로 큰 정신력과 체력, 내공을 소모하지. 호법사자는 천령단으로 그걸 모두 때워버려서 티가 나지 않을 뿐 소모도가 막대한 건 똑같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감했다.
"그렇습니다."
의념절기는 막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으나 그리 쉽게 자주 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니, 보통은 격전 속에서 서너번 쓰면 결판이 나게 마련이었다. 초절정고수들의 결전에서는 언제 비기를 꺼내드냐가 분수령이 되었다. 이청운이 여상한 말투로 말했다.
"그럼 왜 의념절기는 소모도가 그렇게 클까?"
"그야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무위를 구현화하는 거니까요."
"맞네. 하지만 그건 어떤 기준이지?"
기준?
내가 이청운을 쳐다보자 그가 손깍지를 꼈다.
"절세무공이 세계의 법칙을 뒤트는 것에 따른 반작용, 그게 의념절기의 소모도라고 칩세. 그 소모도의 기준이 무엇인지 확실한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냐는 말일세."
"흠... 그건 그냥 대충 감으로 하죠. 자의적이기도 하고."
내가 초절정고수로서의 소신을 밝히자 이청운은 씨익 웃었다.
"그 전제를 돌파하는 것이 바로 의지의 기둥을 움직여서 법칙을 통천(通天)하는 단계일세. 그때까지는 세계의 눈치를 보면서 찔끔찔끔 위법을 저질렀다면, 아예 기준을 바꿔버리는 게 절대지경의 전제조건일세."
"......!!"
이청운의 말을 들은 나는 경악했다.
' 그런 게 가능해?'
말은 쉽지만 '법칙'이라고 하는 무형의 무언가가 실재한다는 증거도 없다. 단지 기와 의념의 도움을 받아서 임의로 실행할 뿐인데, 그걸 확실히 인식하고 뒤바꿔버린다니? 이론만 존재할 뿐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수행이나 노력을 해야하는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나는 한참동안 생각하다가 납득이 되지 않아서 고개를 저었다.
"법칙이 뭡니까? 이 세상의 자연현상과 물리법칙을 말하는 겁니까?"
"그렇게 뭉뚱그려서 설명하기가 참 힘들군. 하지만 자네도 의념을 다룬다면 그렇게 형이하학적인 개념이 아니라 미시세계(微視世界)에서 상식이 제멋대로 변동한다는 걸 느낀 적이 있었을 걸세."
이청운이 말을 이었다.
"잘 생각해 보게. 어떤 이유인지 어떤 원리인지도 모르는데 성립하는 무수한 의념절기들. 하지만 그 혼돈 속에서 법칙성이 존재하네. 그 불문율은 고수들 사이에서 무형의 공감을 얻곤 하지."
"... 그런 것 같군요."
이청운의 말은 지리멸렬한 것 같으면서도 내 심중을 꿰뚫는 이해를 줬다. 실제로 글로 옮겨 놓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인데, 실제로 초절정무공을 사용하는 나는 그게 어떤 감각인지 이해가 가는 것이다. 이청운이 말했다.
"구체적으로 자네가 통천의 절대경에 도달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도와주기가 힘들겠군. 하지만 이 정도만 알고 있어도 교주나 미야모토 무사시가 왜 그렇게 강한지를 이해하는 건 가능할 걸세."
"그래서 교주가 발휘한 변이형태라는 건 세상의 법칙을 바꾼 결과라는 겁니까?"
"그렇겠지. 그 자는 혼돈을 불러와서 자신의 가능성을 끌어내었고, 그 결과 스스로가 혼돈의 일부로 변해버렸어. 그 또한 백련교주가 수십 수백년간 수련한 끝에 도달한 하나의 '가능성'이라고 볼 수 있겠지."
"미야모토 무사시의 은신술은요?"
"그건 교주에게 물어보게. 직접 대면해 본 그 자가 더 잘 알겠지."
그렇게 대꾸한 이청운은 말했다.
"설명은 이 정도로 하겠네. 더 설명해 봤자 대도(大道)를 그르칠 뿐."
"음... 알겠습니다."
"그럼 자네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천계가 갈수록 강수를 둘텐데."
"......"
나는 대답하기 곤란함을 느꼈다. 어찌되었든 간에 지금도 기호지세였으므로 나로서는 죽으나 사나 끝까지 백련교주를 도우는 수밖에 없었다. 천계와 타협한다 해도 내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내 표정을 보자 이청운이 쓴웃음을 지었다.
"괜한 질문을 했군."
"그러는 이청운 님께서는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나는 그간 충분히 준비를 했네. 그러니 이제 행동에 나설 수 있겠지."
이청운이 안광을 빛냈다.
"자네에게 피해가 갈 일은 없을테니 안심하게."
질문해봤자 뭘 할지 대답해주지 않을 게 뻔했다.
왜냐하면 내가 전생자라는 걸 아는 상황에서 이청운은 나를 충분히 경계하고 있으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 돕고 있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이청운은 나와 가장 객관적인 동맹관계였다.
나는 이청운과 이야기한 후 백련교로 복귀했다. 그리고 교주를 알현하러 갔다.
교주는 무공을 수련하고 있었는지 허공에 떠서 명상 중이었다. 그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 왔나. 백웅.]
나는 그에게 공손하게 포권한 후 말했다.
"한 가지 여쭤볼 게 있습니다."
질문 내용은 이청운에게 했던 것과 대동소이했다. 절대지경이 무엇인지, 미야모토 무사시의 무공은 대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교주는 내 질문을 듣자 한참동안 생각하다가 말했다.
[ 백련교가 수집한 천하의 고서 중에 일본서기(日本書紀)라는 게 있었는데, 이는 현재 동영에 구전되는 고사기에서 누락된 부분이었다. 나는 젊은 시절에 그 누락부분을 탐독했는데, 거기에서 누락부분은 신화에서 인간의 정사(正史)로 넘어오는 부분을 언급하고 있었다.]
"흐음..."
[ 동영의 요기가 아베노 일족에 의해 제어되고 인간이 살만해질 때 마지막으로 천진신(天津神)이라 칭하는 일족이 날뛰며 인간을 죽이고 잡아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의 원한이 극에 달했을 때 무예의 천재 백여 명이 자신들의 원한을 담아 창조한 궁극의 절예(絶藝)가 있었으니 그걸 원월천살법이라 했다.]
"네?"
나는 교주의 말을 듣던 중 이상함을 느꼈다.
"무슨 무공의 성립이 그렇습니까? 신 때문에 원한을 지니고 창조되다니요?"
[ ......]
"그리고 무예의 천재가 어떻게 백 명이나 있을 수 있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원래 무공이란 것은 인간이 자연적으로 타고난 기를 다루는 과정에서 무기전투술과 결합되면서 투쟁의 단계에서 발전한 무술이었다. 신과 싸우려고 만들었다는 건 아무리 봐도 억지에 가까웠다.
또한 천재라는 건 괜히 천재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진정한 무예의 천재들을 마주쳐 왔던 나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타인이 보기에는 수재나 천재나 똑같아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천재라는 건 그 누구보다도 독립적이고 확실하게 분류되는 것이다. 그런 존재가 고대의 동영에, 한 시대에 일백 명이나 있었을 리가 없다. 현재의 중원에서도 천재가 일백 명이나 존재하는지를 따져보면 회의적일 정도다.
교주는 내 의혹에 가볍게 대답했다.
[ 그렇다. 그래서 나도 그냥 옛 설화라 생각하고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아오키가하라 수해가 실존하는 걸 알게 되자 그럴수가 없더군. ]
"......!!"
[ 그 장소는 [옛 지배자]의 봉인지이다. 칠요도 십이율도 없어서 그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는 저주받은 땅이 동영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문명이 존속해 온 것은 누군가가 [옛 지배자]를 끊임없이 봉인하며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동영에 그럴만한 존재가 있다면 오직 하나 - 원월천살법의 소유자 뿐이다.]
그랬던 거구나.
그래서 교주는 검성 카미이즈미 노부츠나가 찾아왔을 때 원월천살법을 추천했던 것이다. 고대의 비서를 탐독한 교주는 동영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원월천살법이란 걸 알아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번에 그 무예의 소유자인 미야모토 무사시를 정면으로 마주친 셈이다.
나는 또다시 질문했다.
"그럼 미야모토 무사시는 어떻게 해서 자신의 모습을 감춘 걸까요?"
[ 그 자는 세계를 베었다.]
"네?"
[ 정확히는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영역을 베었으며, 시공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묻었다. 존재하지 않는 걸 베어버리는 참격을 응용한 거지. 미야모토 무사시는 절대지경에 오른 지 오래 된 자라고 생각된다.]
"......"
이유를 들었는데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보통 일이 아니다.
' 과장이 아니었구나.'
이청운이 세계의 법칙을 바꾼다고 설명해준 것은 아무런 과장이 없었다. 의념을 다루는 걸 넘어서서 세상에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켜 뒤흔들기 시작하는 진천(振天)의 무예! 이쯤되면 술법보다 더욱 신묘하고 마법보다 더욱 기묘한 현상이 연출될 수밖에 없었다.
교주가 말했다.
[ 백웅 부교주. 이번에 그대의 공이 크다.]
나는 기겁을 해서 손을 내저었다.
"교주 혼자 다 하셨잖습니까?"
실제로 그렇다. 나는 그냥 교주가 대라신선을 때려죽이고 무사시와 협상하는 걸 옆에서 본 것밖에 없다. 뭘 했다고 말하기도 민망했다.
[ 네가 남화노선의 의도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나는 낙양이 함락되게 버려두었을 것이다. 그리고 놈들은 보패를 이용해서 투선(鬪仙)을 소환했겠지.]
"그랬겠지요."
[ 투선이란 술력을 쌓은 술선(術仙)과 달리 순수한 무(武)로 대라신선의 좌를 쟁취한 존재들. 이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가?]
"......"
나는 교주의 말 뜻을 깨닫자 정말 아슬아슬했다는 걸 실감했다.
[ 투선과 싸운다는 건 수백 수천 년 동안 절대지경을 참오해온 무극지경의 반신과 싸운다는 의미다. 정말 큰일날 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