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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검신-408화 (408/1,615)

00408  천계(天界)  =========================================================================

쿠구구구구구

남화노선의 말이 끝나는 순간 천지가 뒤집혔다. 그리고 나는 그 찰나에 백련교주가 현겁의 공간을 만들어내며 대라신선들의 술법에 저항하는 걸 목격할 수 있었다. 동시에 느껴지는 엄청난 인력(引力)이 나를 당혹하게 했다.

모든 것이 번복된 천지에서 천공으로 솟구친다! 인간의 시체며 땅거죽이며 할것없이 수백 장에 이르는 범위가 통째로 폭풍처럼 날려가고 있었다. 나는 급히 천근추를 시전했으나 이상하게도 먹히지 않아서, 별 수 없이 월요의 힘을 소환했다.

월요의 월영이 내 몸 주변에 펼쳐지는 순간, 눈 앞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

그저 환영술법이었단 말인가?

나는 당혹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월요를 획득함으로써 엄청난 영력을 손에 넣어, 웬만한 환술은 무효화시키는 게 가능했다. 예전에 수요를 얻었을 때도 수요를 한번 그어버리는 것만으로도 천우진의 결계를 반파시킬 수 있을 정도로 칠요의 힘은 막강했다. 그런데 그런 칠요를 소유하고 있는데도 의식해서 힘을 펼치지 않으면 환술에 걸려들다니!

동시에 교주의 신형이 마치 빛처럼 빠른 속도로 전방으로 날아가서 남화노선의 머리통을 터뜨리는 광경이 눈에 보였다. 교주의 속도는 너무 빨라서 그저 결과만을 내가 인식할 수 있을 뿐이었다.

슈르륵

[ 무시무시한 힘이구나.]

하지만 교주가 죽였다고 생각한 남화노선의 모습은 금세 연기처럼 변해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약 십여장 뒤의 허공에 재차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그 모습에서 교주 또한 남화노선의 술수에 걸려들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 미친! 원영신의 소유자에게도 환술을 걸 수 있다고...'

나는 기경해서 욕지기가 나올 뻔했다. 즉 지금 이 순간 내가 보고 있는 것도 환술로 인해 실체를 감춘 환영일 뿐이었다. 나는 이렇게 엄청난 환술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으므로 질리는 기분이 들었다. 보통의 무림인이라면, 아니 초절정고수조차도 이 환술진에 걸리면 농락당하다가 살해당하고 말 것이다! 백련교주를 상대로 환술을 걸었다는 건 엄청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교주도 그 사실을 느꼈는지 자신을 삼재로 둘러싼 대라신선들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 과연 천계의 대라신선(大羅神仙)인가... 인간을 초월했다는 게 실감나는군.]

그 말에 대답한 것은 교주의 좌측에 떠 있던 우길(于吉)이었다.

[ 백련교주여. 나는 우길이오. 그대는 우리의 태평요술(太平妖術)을 결코 이겨낼 수 없을 것이오.]

[ 왜지? 이건 결국 환술일 뿐. 그대들은 나를 죽일 수 없을 것이다.]

[ 그러면 죽도록 하시오.]

키리링 -

우길이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서 웬 금빛 쇠사슬을 휘두르며 말했다.

[ 보패 천심쇄 (穿心鎖)여. 죄인의 심장을 꿰뚫어라!]

콰과과광!!

다음 순간, 금빛 쇠사슬은 백련교주의 왼쪽 장심(掌心)에 박혀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그 쇠사슬은 아무런 전조나 과정도 없이 백련교주의 심장 코앞에 나타났고, 백련교주는 천심쇄의 공격을 호신강기로 막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직접 손을 들어서 막은 것이다. 천심쇄에 꿰뚫린 교주의 왼쪽 손에서 피가 분수처럼 치솟았다.

' ... 뭐 어떻게 된 거야?!'

보패란 건 대체 어떤 위력을 갖고있단 말인가? 교주는 분명히 우길이 공격할 때까지 얼마든지 반격하고 피해낼 시간이 있었는데도 제자리에 서서 막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어떤 원리로 공방이 이뤄지고 있는지 나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러자 제갈사가 말했다.

[ 아마 교주는 이미 삼재의 대라신선을 향해 무수히 공격을 가했을 거다. 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으니 일단 보패의 위력을 한 번 받아보기로 마음먹은 거지.]

[ 빌어먹을...]

[ 보패는 무공과는 다르다. 이대로라면 교주가 죽을 수도 있겠군.]

죽어? 저 교주가?

[ 말도 안 돼.]

나는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교주를 쳐다보았다. 지금 내가 섣불리 행동했다가는 도리어 그를 방해할 위험이 있었기에 일단 월영으로 내 몸만 지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교주가 이제부터 어떻게 할지에 따라서 내 행동이 바뀔 것이다.

이어서 장각이 팔을 들며 외쳤다.

[ 보패 초요번(招妖?)! 번개를 내리쳐라!]

번쩍

"크으으윽!!!"

나는 비명을 지르며 압력 때문에 땅바닥으로 밀려났다. 월영을 미리 소환해놓지 않았다면 그대로 구워져서 통구이가 되었을 게 분명하다. 일순간이지만 무려 반경 오 리나 되는 범위에 거대한 낙뢰(落雷)가 내려친 것이다! 일반적인 술법에서 다루는 오행술의 힘을 현격하게 뛰어넘은 낙뢰였다.

' 이 자식들... 너무...'

나는 이를 악물었다. 왜냐하면 가만히 허공에 떠 있는 교주가 그저 방어로 일관하고 있을 뿐 반격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주도 의외의 공격에 놀라서 얌전히 지켜보는 태세로 돌변한 모양이었다. 교주는 자신의 손을 옴작거리다가 말했다.

[ 남화노선. 당신의 보패는 뭐지?]

남화노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희끄무레한 환영의 상태로 묵묵히 백련교주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공백을 메우듯 계속해서 옆에 있던 우길과 장각이 연신 무시무시한 술법을 토해내기 시작했고, 그 때마다 보패가 찌르르 울면서 영기를 토해냈다.

콰과과광!

콰과광!!

교주는 현재 현겁을 펼쳐낸 상태로 기묘한 흑색 호신강기를 소환해서 계속 막기만 하고 있었다. 흑색 호신강기는 일반적인 호신강기보다 한층 강력한 것인지, 저걸 소환한 후에는 유효타를 맞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대라신선의 술법은 과연 대단한지 호신강기에 금이 가는게 육안으로 보이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천령단 소유자들을 뒤로 물린 교주의 선택은 현명했던 것이다. 아무리 호법사자의 호신강기라고 해도 이런 공격을 연속으로 막을 수는 없다.

"헉... 헉... 제길!!"

문제는 나였다. 나도 월영을 써서 막고 있는 중이지만 그때마다 주먹으로 얼굴을 얻어맞는듯한 충격이 느껴졌다. 칠요를 얻지 못했다면 예전에 술법에 당해서 죽었으리라. 이제는 대라신선에 맞서서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천계에 대한 본격적인 반역이지만 어쩔 수 없지!'

내가 죽게 생겼는데 그게 대수인가? 아직까지는 변명할 여지가 있으므로 되는대로 싸워볼 생각이었다. 제갈사가 이죽거렸다.

[ 참 빨리도 결정한다. 네녀석 너무 오만해진 거 아니냐?]

[ 뭔 개소리야!]

[ 잘 생각해 봐라. 보패라는 건 일반적인 술법사가 얻는다면 대번에 신선으로의 길이 열릴 정도로 엄청난 물건이다. 그런 걸 대라신선들이 직접 들고 나왔는데도 이제 와서야 목숨걸고 싸우겠다고? 네 녀석 대라신선이 우습냐?]

[ ......]

[ 기왕 가만히 있던거 계속 가만히 있어. 교주가 이제야 뭔가 해보려는 거 같으니까.]

제갈사의 말대로였다.

갑자기 교주가 자신의 기를 크게 응축시키더니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 크하하하...!! 그렇군! 보패가 뭔지 알겠다!]

[ ......]

[ 관념(觀念)으로 하여금 영원한 천리(天理)를 소명영각(昭明靈覺)하여 벼려낸 궁극의 법신(法身)! 그것이 바로 보패인가!!]

교주가 깨달은 듯 외치자 잠시 대라신선들의 공격이 주춤했다. 전방에 있던 남화노선은 얼굴에 이채를 띄며 백련교주의 말에 화답했다.

[ 그렇다. 관념을 근거로 한다는 걸 알다니, 그대는 마도(魔道)답지 않게 수양이 깊구나.]

[ 흐흐... 백련교의 무수한 서적에서도 보패를 직접 대면하거나 연구한 자료는 없었다. 오늘에서야 궁금했던 한을 풀었구나.]

남화노선이 싸늘하게 말했다.

[ 알아봤자 달라지는 건 없다. 그대의 원영신은 무한의 기력을 응축하고 있으나 관념은 그대의 기력을 다른 차원에서 내리누를 수 있는 것. 아무리 강대한 기파로 우리의 결계를 파괴하려 해도 그럴 수 없음이다.]

남화노선의 말에는 절대적인 자신감이 스며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그들은 이 자리에 철저히 준비해서 나온 듯 했다. 멀뚱하니 남화노선을 쳐다보던 백련교주가 문득 입을 열었다.

[ 관념이란 결국 태극(太極)에 귀속되는 것. 결코 완전한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천계의 대라신선, 너희들은 신이 될 수 없다.]

[ 하하! 얼빠진 소리로군. 그걸 누가 모르는가? 태극을 초월한 존재는 전우주에서 하나뿐이니, 논해봤자 의미없음이다.]

남화노선의 비웃음에도 백련교주는 말을 이었다.

[ 대라신선이여. 천지의 기(氣)가 취산공취(聚散攻取)함은 백 가지로 다르지만 - ]

우우웅

백련교주가 자신의 몸에서 갑자기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백렬(白烈)하는 빛은 이윽고 광성(光星)처럼 휘황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고, 잠시 후에는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변했다. 교주의 인간의 형태는 남아 있었으나, 그의 몸뚱이에서 끓어오르는 빛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날뛰고 있었다.

[ 아... 아니.]

[ 이럴수가.]

그 빛이 뿜어져나오는 순간부터 세 명의 대라신선들이 펼쳐내던 술법들은 혼돈의 구체에 휘말려서 모조리 사라져 버렸다. 허공에서 방출되던 천심쇄의 불꽃이나 천공의 낙뢰 따위가 교주의 몸을 둘러싼 혼돈에 휘말려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무효화라기 보다는 마치 '현상' 그 자체가 먹혀버리는 것과 같았다.

크우우우

잠시 후 새하얗게 변하던 교주는 완전히 이형(異形)의 무언가로 변해버린 듯 했다. 소용돌이치는 흑(黑)과 백(白)이 혼돈 속에서 너울지며 그의 혈맥과 피부를 형성했다. 그의 양 눈에는 꿈틀거리는 태극이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휘몰아치는 어둠 속에서 교주의 몸이 완전히 전투형태로 변하며 날렵해지기 시작했다. 교주의 등 뒤에서 흑암이 꿈틀거리는 게 육안으로 보일 정도였다.

[ 태화(太和)는 서로 부딪혀 인온굴신(絪縕屈伸)하므로 한계가 없노라!]

퍼버벙

교주가 자신의 주먹을 말아쥐자 갑자기 엉뚱한 곳에서 폭음이 나더니 혼백이 날아갔다. 장각이 경악해서 외쳤다.

[ 아... 아니 우길이!]

교주는 비웃듯이 말했다.

[ 대라신선의 영혼은 천계의 소유라서 봉신방(封神榜)에 되돌아간다는 전설이 사실이었군.]

[ 이 놈!!]

장각이 초요번을 크게 휘둘렀다. 이번에는 모든 영력을 끌어올렸는지 청염(靑炎)처럼 보일 정도로 응축된 번개를 내던졌다. 모르긴 해도 아까의 광역낙뢰의 힘을 하나로 뭉친 것일테니 그 파괴력은 무시무시할게 분명했다.

그러나 교주는 장난하듯 그 번개의 궤도를 읽어서 피해버리고는 즉시 장각의 본체에게 날아가서 일격을 가했다.

퍼버벙

장각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혼백이 날아갔다.

[ 두 놈째.]

나직이 말하는 백련교주의 음성에는 약간의 들뜬 기분같은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것이 콧대높은 천계의 대라신선을 직접 본인의 손으로 찢어죽이고 있으니 즐거울 만도 했다.

[ 그것은 [옛 지배자]의 힘.]

마지막으로 남은 남화노선은 평정심을 잃지 않고 고요히 백련교주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툭 내뱉듯 말했다.

[ 결코 네 힘이 아니다. 마도의 노예여.]

[ 후후... 통렬한 지적이군.]

[ 영혼을 혼돈의 옥좌에 바치다니 네놈은 정녕 제정신이 아니구나. 하지만... 그렇다 해도 네놈의 힘으로는 결코 천계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 대라신선이여. 그건 그대가 걱정할 일이 아니지. 크하하하...]

그렇게 대꾸한 백련교주가 뭐가 즐거운지 웃으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이 힘은 특권일지언정 힘의 소질은 인간에게만 주어진 것. 그걸로 충분하지 아니한가?]

[ ......]

[ 자, 그럼 가라.]

츠카칵

교주의 원영신이 재차 흑백을 뿜어내더니 남화노선의 몸뚱이를 순식간에 찢어버렸다. 너무 쉽게 갈려버려서 이게 승부인가 싶을 정도였지만, 아무리 대라신선이라도 교주를 물질계에서 물리적으로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증거였다.

남화노선의 혼백도 즉시 봉신방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는데, 제갈사가 내 내면에서 외쳤다.

[ 이혼대법으로 붙잡아!]

나는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서 재빨리 날아가는 혼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혼을 끌어당기려는 순간 너무 큰 압박감이 느껴져서, 이대로는 팔이 뽑힐 것 같았기에 급히 대법을 중단하고 말았다.

[ 크윽! 너무 힘이 세.]

대법이 중단되자 남화노선의 영혼은 보패와 함께 엄청난 속도로 하늘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내가 황망하게 그 광경을 쳐다보자 제갈사가 입맛을 다셨다.

[ 흥... 역시나군. 대라신선의 영혼을 먹으려면 이혼대법을 대성해야 하는가.]

[ 역시나 라면서 시킨 이유는 또 뭐야?!]

[ 밑져야 본전이잖아. 이혼대법을 대성하지 못한 네놈이 병신이지 내가 잘못 조언한 건 아닌것 같은데?]

제갈사가 퉁명스럽게 말을 이었다.

[ 이걸로 확실해졌군. 네 녀석은 지금 월요와 전국옥새, 마수팔찌로 얻은 힘을 아직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어... 전력을 쓰려면 더 수행해야겠다.]

슈우욱

그 때 백련교주의 몸이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백련교주는 무척이나 지친듯 천천히 육합전성을 냈다.

[ 백웅 부교주. 낙양으로 가자.]

"괜찮습니까?"

[ 괜찮다. 원영신의 능력을 사용했으니 어쩔 수 없지.]

"원영신의 능력?"

교주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 어서 가자. 낙양에서 해야할 일이 있다.]

아무래도 스스로 비등을 쓰지 않고 내게 종용하는 걸 보니, 사불상을 타야하는 상황 같았다. 섣불리 비등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몸의 상태가 불안정한 게 틀림없었다.

"......"

나는 그 말에 교주를 지금 칠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혹했다. 원영신의 능력을 사용했다는 지금의 교주는 아무리 봐도 확실히 약해져 있었다. 원영신으로 끌어올리는 무한의 내공은 그대로인 것 같았지만, 평상시에 내뿜던 패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이 정도면 월요의 힘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면 한 번 해볼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그 마음을 접으며 한숨을 쉬며 사불상을 불렀다.

"하아...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온 이상 섣불리 교주를 배신할 수는 없다. 단순한 손이득 문제를 넘어서서, 그가 내게 보여준 의리만큼은 갚아준 다음에 생각해야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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