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03 천계(天界) =========================================================================
파앗
나는 즉시 백련교의 본단으로 향했다. 그리고 교주전에 알현을 요청했다. 원로원의 고수들은 잠시 저들끼리 쑥덕거리더니, 약 한 식경이 지나서 나를 교주 앞에 데리고 갔다.
교주는 발 뒤에 있지 않았다. 정원에서 뭔가를 생각하듯 고요히 그 자리에 서 있는 상태였다. 주변에 호법사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뚫어져라 교주의 형상을 관찰하자 원로원 고수들이 밖으로 물러났다.
교주가 내게 말을 건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다.
[ 백웅. 무슨 일로 찾아왔느냐?]
나는 지금부터 승부가 시작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무리 교주라고 해도 지금부터 내가 할 선택은 예상치 못할 것이며, 그렇기에 반응 또한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번 생에서 모험을 걸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도망치지 않고 이 자리에 온 것이다.
나는 입을 열었다.
"교주. 저는 천령단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 겸손의 의미인가?]
교주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했다.
[ 삼보절기를 좀 더 익혀서 연마하고 천령단을 받는 게 좋다면 그렇게 해라. 나도 지금은 이르다고 생각했으니.]
역시 교주는 지금 내 상태를 잘 모르고 있다. 그것은 내가 월요의 힘을 갈무리해서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수요 막야를 해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칠요신기는 사용자의 의지대로 힘을 숨기는 게 가능했다. 필요할 때만 힘을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면 아무리 교주라고 해도 내가 칠요의 주인이 되었다는 걸 알지 못하리라.
' 아니... 어쩌면 눈치챘는데 말하지 않는 걸수도.'
그렇다 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다.
나는 대답했다.
"아닙니다. 설령 제가 삼보절기를 제대로 익혀서 한차원 높은 경지에 이른다고 하더라도 천령단을 받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 왜지?]
"......"
[ 백웅 너는 천령단이 무한의 내공이라는 걸 알고 있지. 그래서 교에 입교했던 초입부터 그 힘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제 와서 천령단을 포기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교주의 추궁에는 의외로 별다른 감정이랄만한 게 느껴지지 않았다. 분노나 당혹감은 커녕 아주 미미한 말투의 변화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비인간적인 게 아니라 완전한 자연체에 가까워졌다는 느낌이었다.
"천령단이 신의 힘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 ......]
"그리고 절대 정상적인 힘이 아닌지라 부작용 또한 극심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으니, 제가 어찌 천령단을 받겠습니까?"
말을 하면서 목젖이 따끔거린다.
교주에게 순식간에 수도로 목이 따일수도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기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교주가 내키는대로 살육을 하는 인간은 아니지만 언제 그가 변덕스럽게 바뀔지 몰랐다. 내가 침을 꿀꺽 삼키자 교주가 어느 새 손에 들고 있던 민들레꽃을 훅하고 불어서 날렸다.
민들레씨가 창공으로 퍼져 나간다. 잠시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던 교주가 말했다.
[ 그렇다면 너는 왜 여기에 왔느냐?]
"무슨 말씀이신지..."
[ 내가 언제든지 네 목숨을 취할 수 있다는 걸 모르지 않을텐데? 사불상이라는 편리한 이동수단이 있으니 그냥 백련교를 떠나면 될텐데 왜 여기로 돌아온 거지?]
나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교주께선 호법사자를 자기 근처로 소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계실 테니까요."
과거 전생에서 달기와 싸우기 전, 교주가 호법사자를 근처로 소환하는 광경을 직접 본 적이 있었다. 그 능력이 있는 이상 현재 호법사자로 임명되어있는 나는 교주의 손바닥 안에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 그것까지 알아 냈나.]
교주는 부정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꾸하는 기색이었다. 그가 너무 태연해서 마음에 걸렸지만 나는 말을 이었다.
"교주. 제가 백련교를 떠나고 싶다고 하면 허락해 주실 겁니까?"
[ 그럴 순 없지.]
"왜죠?"
[ 지금 너는 우리 백련교의 가장 중요한 전력 중 하나다. 네가 없으면 십이율주와의 전쟁에서 이기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십이율주를 쓰러뜨릴 때까지는 네가 교를 떠나는 걸 허락할 수 없다.]
담담하게 대답하는 교주의 말에서 나는 상당한 벽을 느꼈다. 이미 나는 교주의 함정을 다 알아차렸는데도 그래서 어쩔 거냐는 식의 반응이었기 때문이다. 교주 본인이 절대자이기에 가능한 반응이었다. 나는 이대로면 아무렇지도 않게 내 말이 묵살당할 거라는 걸 직감했기에 이를 악물었다.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나는 각오를 단단히 하고 말했다.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교주께선 왜 인간을 생지옥의 도가니로 밀어넣으시는 겁니까?"
[ ......]
"천령단을 보유한 자는 사후에 극악한 악신의 손아귀에 영겁토록 고통받습니다. 교주께선 그들을 이용하면서 한 줌의 죄책감도 없으시단 말씀이십니까?"
백련교주는 내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더니 천천히 대꾸했다.
[ 백웅. 너는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는가?]
이건 또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가?
하지만 이 자리는 신중해야했기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잘 모릅니다."
[ 죽음조차 구원이 아니다. 인간의 혼백은 잠재적으로 [옛 지배자]의 장난감에 불과해.]
그렇게 운을 띄운 교주가 말을 이었다.
[ 어차피... 이대로라면 마찬가지다. 세상의 구도가 [옛 지배자]의 의도대로 짜여있는 이상, 결국 모든 것은 파멸하며 불행해지고 만다. 시조인 달마께서는 처음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쉴새없이 고행하며 중생을 해방시킬 방법을 찾아서 이 세상을 헤매셨지... 그리하여 법문을 제작하셨다.]
"......"
[ 백웅이여. 너는 우리 백련교에서 신앙하는 무생노모(無生老母)가 허구의 존재라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 존재는 실존하고 있다. 달마께서 선택하신 방법은 무생노모의 힘을 빌려 진공가향을 실현하고, 모든 중생이 구원받는 길이었다. 나는 그저 그분의 뜻을 실행하려 할 뿐.]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같은 이야기라는 소리다...]
휘리릭
갑자기 교주가 들고 있던 민들레씨가 다시 둥글게 말렸다. 그것은 마치 바람에 불어 흩어졌던 씨앗이 시간을 역행한 듯한 변화였다. 내가 놀란 눈으로 백련교주를 쳐다보자, 그가 말했다.
[ 진공가향을 이루어 미륵이 강림하지 않는다면 어차피 오백년 후 르뤼에와 흉신이 모든 필멸자를 파멸시킬 것이다. 그걸 위해서 호법사자들이 모든 힘을 다해준다면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언제나 호법사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어거지군요. 그 누가 원해서 희생을 한단 말입니까? 그것도 영겁토록 영혼이 고통받는 희생을?"
나는 백련교주가 당장 나를 쳐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고 역정을 냈다.
"누군가에게 희생하라고 강요하지 마십시오. 교주는 천령단 소유자를 영겁의 고통으로 밀어놓고도 그런 옹졸한 변명만 한다는 말입니까?"
과거 금의위의 일이 생각났다. 그들은 나라를 위해서라는 핑계로 사리사욕을 챙기면서 무수한 양민들을 학살하며 생지옥을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이 희생할 각오가 없으면서 타인을 고통에 빠뜨리는 쓰레기였다.
[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군. 천령단의 대가를 말하지 않은 건 분명히 내 잘못이야.]
교주가 담담하게 대꾸했다.
[ 허나 희생이라면 나 또한 부담하고 있다. 아니... 나에게는 더한 부담이 상존하고 있지.]
"무슨..."
[ 원영신의 대가는 천령단보다 적지 않다. 몇 배나 큰 대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부담을 짊어지고라도 사대무류를 통합하여 강한 힘을 얻어야만 했다. 설령 죽은 후 영원토록 고통받는다 해도...]
그렇게 중얼거린 교주는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 백웅. 우리가 진공가향을 실현시키는 데 성공하면 모든 게 구원받는다. 그 때가 되면 원영신이나 천령단이 지니고 있던 최악의 대가도 무마되지. 왜냐하면 그 때는 모든 세계가 일순(一巡)하기에 [옛 지배자]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
이,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나는 순간 계획을 실행하는 것도 잊고 교주의 말에 혹할 뻔 했다. 왜냐하면 교주가 자기 입으로 이야기한 백련교 최종목표인 진공가향의 실체가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옛 지배자]의 소멸이라니!
심지어는 내 내면에서 조용히 관찰하고 있던 제갈사도 놀랐는지 말을 더듬었다.
[ 서, 설마... 설마했지만 진짜로 그 방법을...]
[ 제갈사. 뭔가 알고 있냐?]
[ 빌어먹을!]
제갈사는 뭐가 마음에 안드는지 욕지기를 하더니 침묵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교주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 이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진공가향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무생노모의 법문을 모두 모아야 하는 겁니까?"
[ 그렇다. 하지만 그게 어디에 흩어져있는지 인간의 힘으로 알아낼 방법은 없지. 그래서 신의 힘을 얻으려는 것이다. 신이라면 그게 어딨는지 알 수 있으니.]
"......"
[ 백웅. 지금은 내가 이상해보일지도 모르지. 그러나 나는 내 방법이 유일한 최선이라고 믿고 있다.]
그 순간, 나는 백련교주 독고운천의 모습에 왠지 주작 제갈유룡의 모습이 겹쳐보이는걸 느꼈다.
전혀 닮을래야 닮을 수가 없는 두 사람이 왜 겹쳐보인 걸까?
[ 더 이상 의심하지 말고 나를 따라와 다오.]
교주의 설득에는 간절함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격하게 흔들리는 걸 느꼈다. 모든 걸 알고 이 자리에 왔는데도 이럴 정도이니, 평소에 교주를 보는 백련교인들은 그를 완전히 신처럼 받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마음을 다잡고는 교주에게 말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 내 적이 되겠다는 건가?]
"아니오. 단지 앞으로 당신과 나의 관계가 바뀔 뿐입니다."
내 말에 교주가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는 기색이 느껴졌다. 동시에 나는 월요를 소환하면서 힘을 끌어올렸다.
치리링
청명한 소리와 함께 월요의 월영이 내 근처에 만들어졌다. 월요의 힘이 끌어올려지자 방금 전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힘이 내게 감도는 게 느껴졌다. 내 전력의 증강이 느껴졌는지 교주도 흠칫하는 기색이었다.
[ 이 힘은...]
"교주. 나는 월요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몇가지 힘을 더 얻었지요."
나는 월요 삼신기를 몸 주변에 띄운 채 마수팔찌의 힘과 전국옥새의 힘을 재차 끌어올렸다. 그러자 영력이 몇 겹으로 증폭되면서 일순간이지만 전대미문의 경지에 이르는 게 느껴졌다. 내 본질은 그대로이지만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순간적으로 호법사자를 아득하게 추월해버린 것이다.
교주도 그 사실을 알았는지 나에 대항해서 기세를 끌어올렸다.
쿠구구궁...
거대한 기세가 맞부딪히면서 순식간에 중화되었다. 도리어 내가 확 밀리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교주의 진짜 힘을 느끼자 오금이 저릴 정도의 공포를 순간적으로 느꼈다.
' 미친...'
이게 어떻게 쌓은 힘인가! 월요 하나만 해도 보통 인간이 평생동안 쌓을 힘을 아득하게 초월해버리는데 거기에 전국옥새와 팔찌의 힘까지 합쳐져 있는 상태였다. 장담컨대 지금상태의 나는 호법사자라고 해도 쉽게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교주는 가볍게 내 힘을 뛰어넘고도 모자라 지금은 8할 이상 우세를 점하고 있는 상태였다.
허공에 뜬 교주가 나를 조롱하듯 말했다. 그의 몸 주변에 뭉클대는 기파는 이미 호법사자의 전력을 아득하게 상회하고 있었다. 파장 한 줄기 한 줄기에 수백 장을 쓸어버릴만한 거력이 잠재되어 있다.
[ 나를 이길 정도는 아닌 것 같군.]
"그... 그렇겠죠."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내가 있는 힘을 다해서 발악한다면... 교주도 몸 성하지 못할 겁니다..."
[ 무슨 근거지?]
"나는 대라멸진의 비술로 생사팔문(生死八門)을 해방할 수 있습니다."
[ ......!!]
교주가 처음으로 흠칫했다. 나는 억지웃음을 짓다보니 교주의 압력에 짓눌려서 안면근육이 터질 것 같았지만 억지로 미소를 이어나가며 말했다.
"물론 이 정도 힘을 가진 상태로 팔문을 해방하면 1초만에 제 몸이 먼저 뻥 터지겠지만... 교주가 그 일격을 온전히 막아내실 수 있을까요."
교주는 내 질문을 곰곰히 생각하는 기색이었다. 그러더니 짧게 대답했다.
[ 무리겠군.]
대라멸진(大羅滅盡)!
그것은 광명신의 화서명이 지니고 있던 화씨백팔침 비법 최후의 비침(秘針)이며 가주와 직계에게만 전승되는, 화씨일문 최악(最惡)의 비기였다. 의원이 도저히 삶을 도모할 수 없을 경우, 자신을 희생해서 주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서 사용하는 비기였으나 그 실체는 인체에 존재하는 생사팔문을 열어서 모든 능력을 극으로 끌어올리는 자살기였다.
다만 그 효과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무공보다 높아서, 과거 나는 절정수준의 무위였는데도 대라멸진으로 팔문을 해방해서 풍신류 호법사자 용비천을 찢어죽인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 때보다 수십 배나 강해진데다가 월요와 보패의 힘까지 있으니 대라멸진을 쓸 경우 일순간 무시무시한 힘을 얻게 되리라.
그건 자살행위이며, 동시에 너무 큰 힘이 내 몸에 임박하기에 최대전력을 쓸 수 있는 건 1초도 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잠재력을 품은 일격 - 그 위력은 백련교주라도 당해낼 수 없다고 인정받은 것이다.
나는 이를 악물고 교주를 노려보았다.
"나는 천령단을 이용해서 사람을 농락하고 무수한 사람을 고통에 빠뜨리는 교주를 따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교주와 공조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인 것도 사실이죠. 그래서 나는 이 자리에서 임시적으로 동맹(同盟) 관계를 제안하려 합니다."
[ 동맹이라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교주가 십이율주를 쓰러뜨릴 때까지만 함께하겠습니다. 그때까진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다해서 교주를 도와드리죠. 하지만 그 이후에는 내 신념을 위해서 무엇을 하든 참견하지 말고 나를 백련교에서 내보내 주십시오."
[ ......]
교주가 침묵하다가 말했다.
[ 꼭 나와 척을 져야겠나? 내가 섭섭하게 대해준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내 영혼을 지키기 위한 겁니다. 천령단의 진실을 알았으니까요."
[ 천령단을 굳이 이식시키지 않는다고 해도 말인가?]
"내가 이렇게 나오지 않았다면 당신이 내 말을 들었겠습니까? 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억지로 천령단을 넣으려 했겠죠."
[ 그렇군... 그래서였던 건가...]
탄식하던 교주가 말했다.
[ 좋다. 동맹관계를 받아들이지. 내 이름을 걸고 십이율주를 쓰러뜨릴 때까지는 네게 해를 가하지 않겠다. 천령단을 강요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고맙습니다."
후욱
교주는 다시 민들레씨를 입으로 불어서 흩날렸다. 잠시동안 그 광경을 보고 있던 교주가 말했다.
[ 백웅. 나는 너라는 녀석이 마음에 든다. 자신의 죽음에도 초연하기에 네가 해 주는 조언이나 항의는 언제나 신선하게 느껴졌다. 너라면 내 대의(大義)를 이해해 줄 줄 알았는데...]
"......"
[ 앞으로 네 생각이 바뀌길 바라겠다.]
교주의 신형이 소리없이 사라졌다. 오늘은 더 이상 나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평소에는 무슨 일이 있으면 뻔뻔하게 모든 정보를 캐내려고 하던 백련교주 답지 않은 태도였다.
' 한 고비 넘겼군.'
교주가 압도적으로 전력이 위인데도 내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 -
그것은 십이율주라는 최강의 적이 존재하는데도 나를 쓰러뜨린다고 힘을 소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교주와 싸워서 내가 이길 확률은 거의 절망적이지만, 내가 자살을 각오하고 교주에게 한방을 먹이고자 한다면 대라멸진으로 그에게 중상을 입힐 수가 있었다. 힘을 이용해서 억지로 교주와 대등한 관계를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