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생검신-399화 (399/1,615)

00399  천계(天界)  =========================================================================

시조여신 여와!

그녀는 삼황오제 중에서 삼황(三皇)에 속하는 존재였으며, 복희와 함께 인간의 창조주로 숭앙받는 존재였다. 홍수 이후에 인간을 만들었다고 알려졌으며 축융과 공공이 싸울 때 부주산이 무너지자, 거북이의 다리로 하늘을 지탱했다는 전설도 있었다.

인간을 만들었다는 가공할만한 원초적인 전승 때문에, 그녀는 다른 삼황오제보다 한차원 격이 높은 존재로 취급받고는 했다. 시조여신에게 예를 표하라는 천우진의 말에는 아무런 과감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뭔가가 다르다. 나는 전생자로서 그 사실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같은 삼황오제인 전욱은 왜 불렀냐는 식으로 뒤늦게 용건을 들었는데, 여와는 왠지 다 알고 소환에 응한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대번에 칠요를 깨우려 하냐는 식으로 질문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예전 경험을 살려서 얼굴을 들어서 말했다.

"여와여! 저는 백웅이라는 인간으로서, 이 자리에 월요의 해방을 부탁드리러 왔습니다. 제가 준비한 제물을 받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여와는 한동안 대답을 하지 않은 채 허공에 떠서 태산의 천제단을 내려다 보았다. 그러더니 대답했다.

[ 좋다.]

나는 예전 제갈사의 행동을 떠올렸다. 정말이지 내키지 않는 일이지만 칠요를 해방시키기 위해서는 내 손으로 직접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디 기뻐하시기를!"

푸콱

나는 제갈유룡의 예비육체에 칼을 꽂아서 심장을 도려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 심장을 제단에 놓고 과거 제갈사가 했던 것처럼 꿇어앉았고, 심장은 잠시 후 증발하듯이 가루가 되어서 허공의 심연으로 빨려들어갔다.

여와는 내 공양을 받자 말했다.

[ 인간 백웅이여. 어찌 월요의 봉인을 함부로 풀었는가?]

여와는 내가 마니산의 봉인을 풀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건가? 나는 내심 놀라면서 제갈사의 조언을 기대했지만, 이상하게도 제갈사는 아까부터 아무런 말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스스로 머리를 굴리며 여와의 말에 대답했다.

"지상의 백련교주와 십이율주의 힘은 대라신선을 뛰어넘었습니다. 그들을 견제하지 않으면 그들 스스로가 칠요를 모두 모으려 들 것이니, 한발 앞서서 행동했습니다."

[ 봉선의식과 해방에 대해서는 어찌 알았는가?]

"정해진 단서를 모으고 고대의 자료를 찾던 중에 알 수 있었습니다."

[ 얼마나 알고 있는가?]

"삼황오제를 통해 정상적으로 칠요를 해방하지 않는다면, 이를 통해 [옛 지배자]가 중원에 강림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봉선의식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여와의 연속질문에 대답하면서 이상함을 느꼈다.

여와는 왜 이런 질문을 할까?

이건 숫제 심문에 가깝지 않은가?

잠시 후 여와가 말했다.

[ 백웅이여.]

"네."

[ 월요의 봉인을 해제하는 건 지금으로서는 허락할 수 없다.]

"......!!"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나는 당황해서 여와를 쳐다보았다. 일전에 삼황오제 전욱을 불러내서 수요의 해방의식을 치를 때는, 제물을 받고나서 호쾌하게 허락해줬던 것이다. 갑자기 여와가 봉인해제를 불허하게 된다면 일이 상당히 꼬이게 된다.

그래서 나는 천지의 창조주로 꼽히는 대신격 앞에 서 있다는 것도 까마득하게 잊고는 급히 외쳤다.

"여와여! 어째서입니까?"

내 질문에 여와는 마치 뱀처럼 생긴 꼬리 부분을 늘어뜨리며 말했다.

[ 칠요 중에서 목요의 봉인이 이미 풀려버렸다. 그리고 수요의 봉인도 조만간 풀릴 것이다. 내가 만일 백웅 그대의 요청을 허락하게 된다면 칠요 중 사요(四曜)의 봉인이 해제되는 것이니,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옛 지배자]와의 조약이 깨어질 위험이 있으므로 허락할 수가 없다.]

아마 암천향에 존재하는 토요는 이미 봉인이 해제된 상태인 모양이었다.

"으음!"

나는 침음성을 흘렸다. 뜻밖의 정보와 함께 낭패감이 느껴졌다.

' 목요가 이미 봉인해제라고?'

지금 세상에 나와있는 칠요 중에서 수요와 목요는 동방 십이율주의 손에 들어가 있다. 나는 현재로서는 그걸 건드릴 방법이 없어서 놔두고 있었는데, 사실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아무리 십이율주가 가공할 힘을 지닌 인간이라고는 해도 설마 칠요를 자유자재로 해방할 수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여와의 이야기를 들으니 목요는 이미 봉인해제되었고 수요도 곧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 그 말은 십이율주가 칠요를 해방하는 방법을 분명히 알고 있으며, 심지어 단시간에 행할 정도로 익숙하다는 뜻이었다.

동시에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 앞으로 십이율주에게 칠요를 뺏기는 건 위험해!!'

지금까지는 십이율주도 그저 좌불안석한 채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칠요를 사정권에 넣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게 아닌가? 아니, 지금도 벌써 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힘을 손에 넣었을지도 모른다.

역시 내게 칠요해방에 대해 알고있는지 물어봤던 이유는, '본인이 알고 있어서'였던 것이다! 나는 당황을 숨긴 채 여와에게 말했다.

"여와여! 그것은 안될 말입니다. 저는 반드시 월요를 얻어야만 합니다."

[ 인간 백웅이여. 신의 힘에 욕심을 부리지 말라.]

나는 완고한 여와의 태도에 답답함을 느꼈다.

' 뭐야? 천계놈들... 앞뒤가 안 맞잖아!'

분명히 여동빈이 말하기를 내게 월요의 봉선의식을 치를 권리를 주며, 앞으로 천계의 사자로서 활동하게끔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봉선의식에서 여와에게 월요해방을 승인받아야 정상 아닌가? 하지만 왜인지 몰라도 천계놈들이 권리를 줬지만 여와가 자의적으로 칠요해방을 거부해버릴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말했다.

"여와여. 그 말씀대로라면 십이율주는 이미 칠요 중 두 개의 힘을 손에 넣었습니다. 필멸자(必滅者)로서 그 자의 힘을 감당할 만한 존재가 있겠습니까?"

[ 극히 드물 것이다.]

"그렇기에 제가 월요의 힘을 얻어서 그를 막으려 하는 것입니다. 그게 이치에 맞지 않습니까?"

[ 맞지 않는다.]

가볍게 반박한 여와가 말을 이었다.

[ 십이율주는 [옛 지배자]의 세력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자가 칠요로 뭘 하든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네가 막지 않더라도 그 자는 필멸자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인데 왜 월요를 해방시켜서 조약이 깨질 위험을 감수하겠느냐?]

"......"

뭔가 의도가 잔뜩 숨어있는 대답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여와가 죽어도 월요의 해방을 허락해 줄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

' 제엔장... 어떻게 하지...'

여기서 월요의 힘을 손에 얻지 못하면 앞으로 백련교주의 영향력을 벗어날 가능성이 아예 사라지게 된다. 물론 이번 삶은 백련교주의 행보를 지켜보며 따라가기로 했으나, 천령단이라는 시한폭탄이 있는 이상 마냥 넋놓고 따라갈수도 없었다.

여와가 단정짓듯 말했다.

[ 월요는 풀어줄 수 없다. 그럼...]

"잠시만!"

나는 애타는 목소리로 외쳤다. 뭔가 따로 그럴듯한 방법은 없었지만 외쳤다. 이렇게 허망하게 봉선의식 기회를 날린다는 건 어이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전전긍긍할 때였다.

[ ... 야, 멍청이.]

내면에서 제갈사가 정신을 차리고 말을 걸어왔다.

[ 제갈사!]

[ 뭘 당황하고 있냐? 지금은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을 뿐이야.]

[ 그럼...]

[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이윽고 제갈사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 제대로 해 보자. 우리는 여와라도 설득할 수 있다.]

그래.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나는 신중한 눈빛으로 제갈사의 조언을 머릿속에 듣고 정리했다. 그리고 침착하게 말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

"여와시여. 한 가지 확인하고픈게 있습니다."

이미 제갈사에게서 이야기할 방향은 들었다. 그러나 제갈사가 모든 이야기를 대신해 줄 수는 없다. 나 또한 그동안 전생으로 쌓은 경험과 가락이 있으니 최대한 집중해서 여와와의 이야기를 유리하게 이끌어야 한다. 나는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 무엇인가?]

"삼황오제께서는 일반적인 신격(神格)을 초월한 존재라서 창생때부터 우주의 시작과 끝을 알고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약의 유지에 유달리 집착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 ......]

"인간의 흥망은 말 그대로 황제의 변덕일 뿐 삼황오제의 존망과 직접적으로 연관있는 부분은 아닐텐데 말이지요."

옆에 있던 천우진이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창세신이자 시조여신인 여와에게 이렇게까지 월요때문에 물고 늘어질줄은 몰랐기 때문이리라. 여와는 내 질문을 듣자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 관리능력의 문제이다.]

"관리능력이라니요?"

[ 칠요로 맺어진 것은 [옛 지배자]와 삼황오제 사이의 불가침 조약이며 칠요는 그 약속의 징표. 칠요가 미해방 상태로 존재하는 한 [옛 지배자]는 지상세계에 함부로 현신할 수 없으며, 자신의 위력을 뻗어 인간종족을 집어삼킬 수가 없다. 너희 인간의 문명이 그 동안 지배자의 간섭을 떨쳐내고 수천 년간 자생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지.]

"불가침 조약!"

그렇게 말한 여와의 말이 이어졌다.

[ 기한은 약속의 그 날까지... 조약은 너희 인간 뿐만 아니라 천제(天帝)들에게도 중요한 일이다. 위대한 존재들끼리 쓸데없이 싸우는 일을 막기 위해서 최대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음..."

나는 비교적 자세하게 칠요의 불가침 조약이 무엇인지 알게 되자 침음성을 흘렸다.

그렇다.

칠요란 바로 삼황오제가 [옛 지배자]에게서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불가침 조약의 증표! 여와의 말대로라면 칠요가 모두 해방된다는 것은 그 순간 암천향에 존재하는 [옛 지배자]가 정정당당하게 인간을 잡아먹을 빌미를 준다는 의미였다. 나는 제갈사가 시키는대로 계속 물고 늘어졌다.

"삼황오제의 통치시기에는 직접 [옛 지배자]들을 막아주셨지요. 하지만 삼황오제 전욱의 시대에 하늘과 땅의 소통이 끊기며 하늘사다리 또한 끊겼습니다. 그리고 점점 삼황오제의 영향력이 역사 속에서 사라졌는데 이건 왜인지 가르쳐주실 수 있습니까?"

[ 하늘과 땅이 끊어진 이유를 묻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이었다.

"계속해서 삼황오제가 직접 통치했다면 복잡하게 칠요의 계약을 맺을 이유가 없잖습니까. 그럼에도 칠요를 만들면서까지 하늘과 땅이 끊어진 이유를 알고싶은 겁니다."

[ 간단하다.]

여와가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 염제(炎帝) 신농(神農)의 계파 때문이지.]

"신농이 무슨 일을 했습니까?"

[ 판천에서 최초로 황제와 염제가 격돌한 전쟁 이래로, 두 개의 거대한 무리가 지속적으로 신화시대에 충돌했다. 염제의 후예인 공공이 또다시 전욱과 전쟁을 벌여 거대한 파괴가 일어났고, 결국 치우(蚩尤)가 정점을 찍고 말았다.]

"......?"

[ 염제의 후손인 치우가 주장한 것은 인간의 자치권(自治權)이었다. 황제는 치우를 제압했으나 크게 심경이 달라졌고, 한날한시에 인간세계에서 물러나기를 원했다. 그리고 멸망의 때까지 인간 스스로 발달하도록 놔둔 것이다.]

삼황인 염제 신농과 그 후손 치우!

지금 여와가 이야기하는 것은 전설상의 대전(大戰)인 탁록대전(琢鹿大戰)이 틀림없었다. 대부분의 사가들이 알고 있는 신화였으나 여와의 어조는 묘하게 달랐다. 그 탁록대전이 사실은 인간의 자치권을 걸고 벌어진 전쟁이었다는 말이었다.

나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하늘과 땅이 끊어진 것은 황제 공손헌원의 의지란 말씀이십니까? 삼황오제 전욱은 그저 황제의 명령을 실행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말씀이십니까?"

[ 잘 이해했구나.]

이제야 전후사정을 대충 알 것 같았다.

삼황오제라고 해도 서로 마냥 사이좋은 건 아니었으며, 그들끼리 갈등과 충돌이 있었다. 그 충돌은 황제를 정점으로 하는 계파와 염제 신농의 계파끼리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오랜 충돌의 결과 인간에게 자치권을 주기로 하며 신들이 인간세상에서 물러난 것이리라. 동시에 인간이 [옛 지배자]에게서 안전하도록 하기 위해 칠요의 계약을 맺은 것이다.

나는 말했다.

"여와시여. 그렇다면 저는 더더욱 월요의 힘을 얻어야만 합니다."

[ 인간 백웅이여. 이토록 이야기를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가?]

"저는 충분히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여와는 약간 화난 듯한 목소리로 엄포를 놓았다.

[ 좋다. 그 이유가 적절치 못하다면 그대는 신벌(神罰)을 받으리라.]

꿀꺽

나는 그만 침을 삼켰다. 어쩌면 [옛 지배자]와 동격일지도 모르는 삼황오제, 그 중에서도 삼황의 일인이자 세상을 창조했다 일컬어지는 대지모신 여와의 저주라니! 자칫하다가는 전생할 수 없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댓가를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신의 저주가 어떤 위력을 지니고 있는지 직접 겪어본 나로서는 오금이 저릴 수밖에 없었다.

' 에라 모르겠다. 죽기밖에 더 해?'

나는 충분히 각오를 하고는 제갈사의 말대로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 칠요의 불가침 조약이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전 세계가 아니겠지요. 맞습니까?"

내 질문에 여와가 의외라는 듯 대꾸했다.

[ 그렇다.]

"구체적으로 어디까지입니까?"

[ 이 세상의 7할 정도일 것이다.]

제갈사가 예상대로라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 불가침조약이 미치지 않는 범위에는 얼마든지 [옛 지배자]가 파고들어서 사교(邪敎)를 양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현 시대에 이르러서 그들은 신의 힘을 이용해서 막강한 힘을 기르고 말았지요."

[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서양(西洋)은 이미 [옛 지배자]에게 지배당한 권역입니다. 그들은 발달기간에 비해서 지나치게 빠른 문명의 발전속도를 지니고 있으며, 조만간 직접 동방에 쳐들어올 것입니다. 그 때가 되면 칠요의 불가침조약은 무의미해지는 것입니다."

제갈사의 말에는 근거가 있었다. 대영제국이 사용하는 총의 위력은 이미 동방의 무기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했다. 수십 년만 지나면 군대의 충돌이 무의미해질 정도의 격차가 날 것이다. 제갈사는 그 문명의 배후에 [옛 지배자]가 있다고 파악하고 있었다.

[ ......]

여와는 침묵했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서양의 문물을 발달시킨 배후의 존재들은 전적으로 칠요를 얻기 위해서 인간을 조종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약속의 때가 다가오기도 전에 삼황오제의 의지가 농락당하는 게 아닐지요?"

[ 하고싶은 말이 무엇인가?]

"인간의 일은 인간끼리 해결하겠다는 말입니다."

나는 잠시 숨을 몰아쉬고는 말했다.

"백련교주와 십이율주, 어느 쪽이 승리하던간에 승자는 문명의 지배권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외적이 상존하는 현 시점에 있어서는 그들 또한 필요악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월요의 주인이 되어서 그들을 암중에서 견제하는 역할을 맡고자 합니다."

[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중간관리자인 천계(天界) 내부에서도 수상한 움직임이 있습니다. 저를 믿지 않으시면 모든 게 사상누각처럼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여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허공에 뜬 상태로 고요히 은빛의 광채를 흘렸다. 나는 불안한 눈으로 여와를 올려다보았는데, 여와는 과연 신인지 감정의 기복같은 게 읽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대라신선을 아득히 초월하는 무시무시한 신력을 지속적으로 내뿜고 있는 것이다.

한참 후 여와가 말했다.

[ 인간 백웅이여. 그대는 매우 독특한 존재 같군.]

"예?"

[ 사실 첫 대면부터 그대에게 상당한 친밀감을 느꼈다. 그것은 근원에 대한 연민과 그리움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그러나 그대는 어떻게 보아도 순수한 인간이니, 유사이래 내가 보았던 존재 중에 가장 특이하구나.]

그렇게 중얼거린 여와가 말했다.

[ 좋다. 그대를 믿고 월요의 봉인을 해제해 주겠노라.]

파앗!!

잠시 후 은색 별빛이 묵월 한가운데에서 쏟아지듯이 내려쬤다. 은색 별빛을 정통으로 맞은 나는 세 개의 신기와 함께 전신이 불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기분은 고통이 아니라 마치 영혼째로 승화하는 듯한 법열(法悅)에 가까웠다.

우우우우 -

정신을 차렸을 때, 태산의 하늘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여와의 모습도 온데간데 없었다.

내 옆에 있던 천우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말 무시무시하군... 당신 정말 인간이오?"

"응?"

"시조여신 여와를 설득하여 칠요를 해방시키다니... 당신같은 존재는 유사이래 없었을 거란 말이오."

위이잉

나는 어느 새 내 몸 주변에 은빛의 삼신기가 너울지며 떠도는 걸 알 수 있었다. 예전에 미호가 다루던 것과 같은 현상이었다. 또한 가만히 있는데도 월요에서 무한정 힘이 공급되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다.

칠요 중 월요의 진짜 주인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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