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94 천계(天界) =========================================================================
이후의 일은 놀랄 정도로 순조롭게 흘러갔다. 권신들은 재후를 새로운 황제로 만드는 데 동의했으며, 거기에는 청류파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세간에는 황제가 갑작스러운 병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전해졌으며 잠시동안 낙양이 요동쳤다. 하지만 위쪽에서 수습이 끝나버린 상황인지라 정국이 가라앉는데는 사흘로 충분했다.
그리고 교주는 한백령을 시켜서 쌍문사가를 본격적으로 흡수할 것을 주문했다. 낙양의 무림세력을 기점으로 해서 본격적인 무림정복에 나선 것이다. 나는 한백령을 돕는 역할에 투입되었다.
"뭐라고...?"
쌍문사가의 가주들이 모인 대회의. 한백령이 회의를 소집해서 제일 먼저 발제한 것은 바로 [백련교에의 복종]이었다. 당연히 한백령을 제외한 나머지 쌍문사가의 지도자들은 한백령의 말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한백령은 태연하게 말했다.
"잘 못 들었나? 쌍문사가는 금일부터 백련교의 산하에 들어간다."
"무... 무슨..."
가주들은 하나같이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 개 중 의외로 침착한 것은 태검문주였다. 태검문주가 탁자에 앉은 채 한숨을 쉬었다.
"후우... 한 가주. 나는 예전에 하나의 소문을 들은 적이 있소."
"어떤 소문 말인가?"
"한씨세가의 가주가 사실은 백련교의 호법사자(護法師者)라고 하는 믿기 힘든 소문이었소."
웅성
나머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철혈문주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리가..."
사람들의 시선이 한백령에게로 몰렸지만 한백령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묘한 눈으로 태검문주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태검문주는 굳은 눈빛으로 한백령에게 말했다.
"설마 황제가 바뀐 일이 백련교와 연관이 있는 것이오?"
한백령은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본녀가 이 회의를 소집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모양이군."
"......"
"너희에게 본녀와 교섭이나 흥정을 할 자격은 없다. 이것은 통보이니, 너희는 지금 당장 결정하도록 해라."
쿠구구구...!!
"으으읏..."
"크으으윽!!"
천령단의 무시무시한 무한의 내공이 점차 위력을 더해가며 무형지기로 문주들을 압박했다. 삼가의 가주들은 하나같이 안색이 새하얘져서 겨우 버티는 모습이었고, 철혈문주는 그들보다는 약간 나은 기색이었다. 태검문주가 그나마 정상적으로 보였으나 그 또한 굳은 얼굴이 펴지지 않았다. 이 자리에 모인 쌍문사가의 문주들이 모두 초절정고수라는 걸 감안하면, 기세 하나로 그들을 찍어누르고 있는 한백령의 힘은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한백령의 몸 주변에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자신의 염령(炎靈)을 끌어올리자 환염(幻炎)이 주변에 일렁였고, 이제 문주들의 표정은 기절하기 직전까지 가 있었다. 철혈문주가 경악해서 외쳤다.
"이... 이... 인간인가?!"
인간이지만 신의 힘을 다루는 거지.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한백령은 쌍문사가 가주들이 자신의 무위에 바싹 쫄아들자 그제서야 기세의 발출을 멈추었다. 그녀는 냉막한 얼굴로 말했다.
"두 번 묻지 않는다. 백련교에 충성할 것이냐?"
그러자 태검문주가 고통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우리가 굴복하면 당신들은 우리의 비전절학을 강탈해갈지도 모르는데 어찌 함부로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이오?"
"흥!"
한백령이 코웃음쳤다.
"너희 따위의 무공은 관심없다. 너희는 강호에서 최정상이라고 자부하고 다녔을 테지만, 기실 너희의 실력은 본교의 일개 간부급에도 미치지 못한다."
"믿을 수 없소!"
"그러면 보여주지."
한백령은 힐끔 나를 쳐다보았다.
"백웅. 저 자를 일백 초 내에 쓰러뜨려라."
화살이 왜 갑자기 내게로 온단 말인가? 나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게 쌍문사가의 가주들을 완전히 뿌리째 꺾어버리려는 한백령의 계책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딱히 거절할 명분도 없는지라 별 수 없이 앞으로 성큼 나섰다.
태검문주는 난데없이 나와 대결을 하는 구도가 되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더니 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호법사자인 그대라면 몰라도 나를 이토록 얕보다니...!!"
한백령이 그를 비웃었다.
"잔말 말고 겨뤄 봐라. 백웅이 네녀석을 일백초 내에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오늘의 제안은 무효로 해 주겠다."
"크윽!! 그 말 반드시 지키시오."
순식간에 자리가 만들어졌다. 십여 장의 거리에서 약 오 보 가량의 간격을 두고 나와 태검문주가 마주섰다. 태검문주는 나를 단숨에 쓰러뜨리려는 생각인지 안광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고, 그 모습은 여태껏 내가 보아왔던 태검문주의 모습 중에서 가장 강렬하고 살기넘치는 것이었다.
' 그러고보니 태검문주와 제대로 싸워보는 건 두 번째인가...'
예전에 철혈문을 반파시키고 나서 곧장 태검문주와 비무를 겨루러 간 적이 있었는데, 그건 한백령이 쌍문사가를 밟아주기를 내게 의뢰했기에 일어났던 일이었다. 나는 그 때 쌍문사가의 가주를 모두 쓰러뜨렸는데 도중에 태검문주와 싸운 적이 있었다.
그 때의 나는 태검문주를 상대로 대등하게 검예를 겨루다가, 일천 초가 넘어서자 내공의 우세로 판정승을 거두었다. 그 때보다 내 무위가 현격하게 상승했다는 걸 감안하면 지금의 태검문주는 내 상대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초절정고수인 건 사실이므로 나는 결코 태검문주를 얕보며 임할 수가 없었다.
쒸잉 -
까앙!
첫 초수는 강검(剛劍)의 충돌이었다. 태검문주는 내 몸을 단번에 갈라버리려는지 직도황룡(直刀黃龍)의 기세로 검을 휘둘렀는데, 나는 그 강격에 고스란히 강격으로 되갚아준 것이다. 칼날 사이에서 섬광이 번뜩인 후 태검문주가 공중제비를 돌아서 뒤로 날아갔다.
땅에 착지한 태검문주가 곤혹스러운 듯 말했다.
"아니... 이 내공은..."
방금 전에 내가 전력을 실어서 강검을 펼쳤다면 태검문주는 칼날이 부러지고 내상을 입어서 땅바닥을 나뒹굴었을 것이다. 나와 태검문주의 내공차이는 엄청난 것이라서 강검만으로 승부할 경우 내가 질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태검문주가 일 초만에 망신당하는 걸 보기 싫었기 때문에 적당히 되받아쳐 준 것이다. 태검문주 또한 방금 내가 약간 봐줬다는 사실을 깨달은 표정이었다.
' 괜히 힘자랑하기 싫어.'
태검문주와는 과거에 약주를 함께 마시던 인연도 있고 악인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밉지 않은 사람이었기에 나는 한숨을 쉬며 태검문주에게 말했다.
"힘을 겨루는 건 검도(劍道)의 정리(正理)가 아니오. 검예를 겨루어 봅시다."
단순히 내공빨로 밀어붙이면 당연히 내가 이길 것이다. 하지만 이건 내가 수련을 쌓을 기회였기 때문에, 나는 태검문주의 내공에 맞춰서 기술로 이길 생각이었다.
"으음... 좋네."
우우우
태검문주는 정신을 차렸는지 자신의 혼신을 기울여서 신검합일(身劍合一)의 태세로 들어갔다. 자신과 검이 하나가 되는 경지로 순식간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태검문주가 강호 전체에서 손꼽히는 검의 고수라는 걸 의미했다. 잠시 후 그의 안광이 빛나더니 마치 한 자루의 칼날처럼 폭사되어 왔다.
나는 태검문주의 일격에서 태검문 특유의 변초가 실처럼 뻗어나오는 것을 느꼈다. 검영(劍影)이 올올이 풀려나오는 게 눈에 보인다. 그래서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 뭐지?'
이건 기(氣)를 미세하게 늘어뜨린 기술인가?
나는 혹시나 해서 태검문주의 공격을 바로 받아내지 않고 굴공검과 천축검을 사용해서 걷어내었다. 아주 찰나의 순간에 검강이 회오리치며 삼 장 공간에서 꿈틀거렸고, 나와 태검문주가 펼쳐내는 화려한 검광(劍光)이 숨쉴 틈 없이 몰아쳤다.
그렇게 약 이십여 초 동안 초수를 가늠하고 있을 때, 나는 문득 알 수 있었다.
' 이 실은... 검로(劍路)의 진행방향이다!'
실처럼 흘러나온 검영은 태검문주가 의도한 공격이나 기술이 아니었다. 그냥 내게는 그 실같은 검영을 통해서 앞으로 태검문주가 공격할 방향이 어느정도 예측이 되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그 공격방향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방어와 회피를 거듭했고, 간간히 헛점을 통해 일격을 날렸다.
촤악
"으윽."
태검문주는 약 칠십여 초 째가 지나자 큰 빈틈을 보였고, 그걸 놓치지 않고 파고든 내 공격에 팔뚝을 베였다. 깊은 상처는 아니었으나 태검문주는 자신의 검막(劍幕)이 힘이 아닌 기술로 뚫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멍하니 서 있던 태검문주는 내게 고개를 숙이며 포권했다.
"반로환동의 고수를 몰라봤소. 내 패배요."
아직 그는 치명상을 입지 않았으나, 승패가 정해져있는데도 계속 싸우는 건 하수나 하는 짓이었다. 그는 고수의 직감으로 백 초가 되기 전에 내게 패할 것을 예감했기 때문에 미리 인정한 셈이었다.
"수고하셨소."
그럭저럭 대결을 잘 마무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좌중에 있던 쌍문사가의 문주들 표정은 경악을 넘어서 탈색되어 있었다.
"저... 저럴수가..."
"저런 초고수가 있을 수 있는가..."
그들이 놀랄 수밖에 없으리라. 태검문주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한백령을 제외한 쌍문사가의 최고수였으며 검술의 수준 또한 강호 전체에서 최고를 다투고 있었다. 그런 태검문주가 초식대결에서 밀려서 칠십 초만에 패배했으며, 하필이면 어린아이에게 졌다는 게 문제일 것이리라.
이후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쌍문사가의 가주들은 한백령에게 복종함과 동시에 백련교에 복종함을 선언했고 백련교에 입교하기로 했다. 그리고 쌍문사가가 백련교에 굴복했으니 낙양은 물론이고 섬서와 관중의 무림도 한꺼번에 백련교 소유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게다가 한백령은 이미 오대세가의 주인... 사파 또한 수신류에 굴복했다. 남은 건 정천맹에서도 구파일방 세력 뿐이군.'
논할 가치도 없다. 구파일방은 굳이 호법사자가 나서지 않아도 화신류의 휘하세력만으로도 다 쓸어버릴 수가 있을 것이다. 화신류 본단의 고수가 나서지 않아도 오대세가를 칼받이로 내세워서 소모전을 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제갈사가 킬킬 웃었다.
[ 크흐흐흐... 천하무림의 통일이 코앞이군.]
[ 그러게.]
구파일방이 생각이 있다면 백련교와 정면으로 싸우려 할 리가 없다. 싸울 수도 없겠지만 이미 황궁을 제압해 버린 백련교에 맞서는 건 어떤 수를 써도 불가능한 것이다. 나는 소설에서나 보았던 무림의 통일이 성큼 다가와있자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무림지존(武林之尊)!
수천 년 무림의 역사상 그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위업을 백련교주가 이룬단 말인가?
' 뭐... 백련교주라면 그럴 자격이 있지...'
대라신선에 맞먹는 힘을 가진 존재를 과연 인간 중에서 누가 상대할 수 있을까. 그럴만한 존재가 있다면 현 시점에서는 오직 동방무림의 지존인 십이율주 뿐이었다. 교주가 중원정복을 끝내고 십이율과 싸우려 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 것이다.
내가 생각에 잠겨있자 한백령이 나를 불렀다.
"백웅. 교에 복귀하기 전에 마지막 일이다."
"무엇이오?"
"상관혁이 네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다더군."
"......"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것이냐?"
나는 물끄러미 한백령을 보다가 육합전성을 써서 은밀히 물었다.
[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오? 지난번의 역린에 대해서 생각해 봤지만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군.]
[ 내 의도를 알 필요는 없다.]
[ 당신도 용비천처럼 교주를 배신하려는 건가? 교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서...]
그러자 한백령은 차갑게 웃었다.
[ 개소리 마라.]
[ 하지만...]
[ 용비천과 같은 이유가 아니라는 것만 말해 두지.]
[ 뭐?]
후웅
한백령은 더 이상 나와 말을 섞고싶지 않은 듯 화염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지금 내 힘이 호법사자로서도 함부로 제재할 수 없는 수준이니 섣불리 두들겨 패려 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한백령에게 있어서 현재 나는 중요한 장기말이기도 했다.
제갈사가 짜증을 냈다.
[ 귀찮은 년이군. 다른 놈들이었다면 어떻게든 암살한 다음에 천신경의 술법으로 진실을 알아낼텐데, 천령단 소유자라서 그렇게 할 수가 없다.]
[ 암살이라니...]
[ 그럴 수도 있다는 소리다. 네가 천신경의 술법을 갖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지.]
나는 제갈사의 사고방식에 아연해졌다. 그 말대로라면 일단 죽여놓고 나서 영혼을 부르는 방법으로 알아낸다는 건데, 너무나 극악하지 않은가!
나는 이윽고 상관가에 도착했다. 자신의 서재에 앉아 있던 의성 상관혁은 내가 찾아오자 반갑다는 듯 말했다.
"잘 왔네."
"......"
상관혁.
정말로 수상쩍은 인물이다.
마를 다루는 마도사인 건 확실하며, 일신의 무공도 대단히 높은 편이다. 그러면서도 교주가 낙양에 심어두었던 첩자이다. 더 수상쩍은 건 그의 진짜 속셈이 뭔지 모르겠다는 것으로, 왠지 백련교를 이용하려는 속셈으로 보였다.
' 전생으로 정보를 캐내지 않았다면 저 놈에 대해서 알아낼 순 없었겠지...'
내가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을 때 상관혁이 차를 마시고는 입을 열었다.
"자네는 천계의 영수를 지니고 있더군. 그 영수의 능력은 천하 어디든지 간에 자유자재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것 같은데, 사실인가?"
"그렇소."
"그럼 내 부탁 하나만 하지."
나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내가 당신 부탁을 들어줘야 할 이유는 없는데? 당신은 교주 직속이긴 하지만 나 또한 뇌신류의 호법사자요. 당신이 내 명령을 들으면 몰라도 내가 당신 명령을 들을 이유는 없단 말이오."
상관혁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렇군. 그러면 이런 건 어떤가? 부탁이 아니라 거래인 걸로."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자네가 내 부탁을 들어준다면, 칠요를 해방시키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
이 놈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나한테 갑자기 칠요 얘기를 꺼내는 이유가 뭐지? 내가 잔뜩 경계하며 그를 바라보자 상관혁이 말을 이었다.
"교주께 들었네. 자네가 사실 마도구와 보물을 갖고 있었으며 개중에는 수요(水曜)도 있었다고. 또한 자네는 수요가 칠요 중 하나라는 걸 인식하고 있었지. 그렇다면 칠요의 위력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거야."
나는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교주께서 당신에게 그런 이야기까지 해줬다고?"
믿기지 않는 일이다. 의성 상관혁이 대체 뭐길래? 이 놈이 천하오대의원이며 마도사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백련교주가 그 정도 비밀을 털어놓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교주는 호법사자들에게도 내 얘기를 자세히 안 했던 기색인지라, 백련교주가 상관혁을 신뢰하는 정도가 너무 깊었다.
"또한 교주께선 내게 말씀하셨지. 백웅은 아직 칠요에 욕심을 갖고있을 거다... 라고."
"......"
"교주께서 황궁을 제압하셨으니 조만간 천하에 큰 전쟁이 벌어지겠지. 그 때 칠요도 한 자리에 모이게 될 것이네. 그걸 생각하면 지금 내 제안은 나쁘지 않을텐데? 칠요는 해방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으니까."
상관혁이 내게 이런 제안을 할 줄이야.
물론 지금 나는 상관혁의 제안을 무시해도 되는 입장이다.
' 다 알고 있는 거니까.'
나는 칠요가 해방되는 방식이 2가지가 있으며, 각각의 경우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다 알고 있다. 심지어 칠요에 관련된 비사는 상관혁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하지만 상관혁이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을테니 나는 원하는대로 대답해도 되는 것이다.
제갈사가 내게 말했다.
[ 받아들여라.]
[ 이렇게 수상한 제안을?]
[ 나쁠 게 없지. 저런 마도사 놈이 자신을 숨기고 웅크리고 있으면 다음번에 잡아서 족치기는 매우 귀찮고 힘들다. 차라리 저 놈이 의도를 드러낼 때 최대한 많은 걸 알아내서 차후에 이용하는 게 낫다.]
[ 음, 알겠어.]
나는 별 수 없는 척 한숨을 쉬며 말했다.
"후우... 교주께서 다 알고 있다면 별 수 없군. 그래, 거래합시다."
"잘 생각했네."
상관혁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 참고로 교주께는 미리 보고를 드렸네. 본단 복귀가 늦는다고 걱정 말게."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정보는 언제 줄 셈이오?"
"자네가 내 부탁을 들어주고 나면."
"부탁 나름이겠지."
"좋아."
이윽고 상관혁이 말을 이었다.
"뭐가 되었든 좋네. 나는 아주 강력한 보패가 필요해. 강대한 보패를 하나 구해온다면, 나는 자네에게 칠요를 해방하는 방법과 봉선의식에 대해서 모든 걸 알려 주겠네."
"보패...?"
봉선의식을 운운하는 걸 보면 상관혁은 칠요의 해방에 대해 대부분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놈이 보패를 원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기에 고개를 갸웃하자 상관혁이 웃었다.
"후후... 그럼 잘 부탁하겠네."